1. 안녕하세요. 무용가 ‘조아라’입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배리어프리 예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냥 우리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데 있어, 장벽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은 시기에 새로운 표현 방식을 만나게 된 것뿐이죠. 무엇이 맞는 표현 방식인지 쉬이 판단할 수 없지만, 떠오르는 질문과 혼란과 분투의 과정을 움직임으로 엮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2. 배리어프리 움직임극 [시각장애인 점자블록 위에 나의 발이 닿은 순간]은 파손된 시각장애인 점자블록 위에 발이 닿아 넘어졌던 사건을 기반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그전까지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은 저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파손된 점자블록에 발이 닿아 넘어진 이후부터, 점자블록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서히 달라졌어요.

 

3. ‘이정표’의 역할인 점자블록이, 파손된 점자블록이 되어 ‘가고자 하는 방향에 혼란을 주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 거기에다 잘못 설치되어 있는 점형블록과 선형블록을 볼 때면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어요(창피하지만 뒤늦게 점형블록과 선형블록의 쓰임새를 알았어요).

 

4. 그리고 ‘이정표’라는 단어가 나의 내면에 있는 불편한 감정, 상황, 사건과도 마주하게 했습니다. 하나둘 마주하며 내가 가야 할 곳을 안내해줄 상황이나 관계를 기다렸던 시기, 믿었던 존재가 나를 넘어지게 하거나 다치게 한 일도 스쳤고요.

 

5. 작품을 관람한 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왜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무엇 때문에 불편하다고 느껴지는지‘ 잠깐이라도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불편함 속에 어떤 질문이 숨겨져 있고, 어떠한 질문이 생기게 될지 무척 궁금합니다.

 

6. 한 편의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았어요. 오정은 움직임 연출님, 신지영 작가님, 이형탁 음악가님, 김규현 감독님, 김종문 수어통역사님, 그리고 짙은 스튜디오까지도요. 또한 엔딩 크레딧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작업을 지지해주고 고민을 들어준 지인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보냅니다. 그리고 ‘인천문화재단’과 ‘시작공간 일부’ 관계자님들께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이 작품은 ‘인천문화재단 2022 청년문화축제지원’을 통해 만들어졌고, 앞으로 더 많은 청년 예술가가 이 기회를 통해 자신의 예술 세계를 확장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7. 이야기를 주고받고 표현하는 방식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배리어프리’라는 단어 안에만 한정시키지 않는 것이 또 다른 숙제이기도 하고요. ‘장벽’의 정의와 의미를 더 밀도 있고, 깊이 있게 파다 보면 또 다른 갈래가 나오겠지요.

 

8. 이 작품은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한국무용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무용은 대체 무엇인가, 나는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움직임을 구사하는 사람이 맞나?, 한국무용은 꼭 전통과 창작으로만 나눠야 하나, 전통과 창작이 아닌 다른 표현 방법은 없을까 등등의 질문도 참 많았습니다. 이 또한 제가 마주하며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어요.

 

9. 이 작업은 이렇게 매듭을 짓지만, 숙제를 한가득 안고 마무리합니다. 앞으로 주어진 시간 동안 숙제를 풀어가며, 하게 될 이야기와 표현 방식도 조금씩 달라질 거예요. 기회가 닿는 대로, 급하지 않게 무리하지 않고 숙제를 풀 예정이에요. 모르니까 배워야지요. 배워서? 남을 주든 내가 가지든 또 무언가가 되겠죠.

 

10. 참고로 첫 번째 안무에 넣기로 한 음원은 아티스트의 요청으로 넣지 않았습니다.

 

주최 / 주관 조아라, FLOWSPACE

후원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시작공간 일부

기획 / 안무 / 출연_ 조아라

움직임 연출_ 오정은

드라마트루기_ 신지영

시_ 신지영 [낮과 밤]

 

음악 이형탁, [도약] / 윤용준, [장구와 사물을 위한 협주곡]

음성해설 대본 / 내레이션_ 조아라

수어통역_ 김종문

의상_ 차이킴, 조혜한복

촬영 / 편집_ 김규현

홍보물 디자인 / 제작_ 짙은 스튜디오

촬영 장소_ 인천향교 주변, 스튜디오 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