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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배리어프리 무용공연_내가 시를 만난 날 (수어버전)

  • 제작처ARA CHO
  • 등록일 2022-12-09
  • 조회수441

몇 년 전이네요. 이제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요. 가쁜 호흡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모르겠고, 일은 쌓여가고, 친구조차 마음 편히 만날 시간과 여유가 없었습니다. 항상 어딘가로 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단정한 마음과 몸 상태로 나에게 맡겨진 역할을 ‘해내야만’ 했습니다. 그걸 꽤 오래 반복했어요.

 

더 이상 아무것도 읽어 내려갈 수 없는 슬픈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한 문장조차 읽기도 버거운 어느 날, 이런 고민을 푸념하듯 지인에게 털어놓았어요. 그때 지인은 저에게 ‘시’를 읽어보라고 추천을 해주더군요. 긴 호흡의 책을 읽을 수 없다면 시에서 나오는 문장이나 단어를 음미해보라는 의도였을 거예요. 그래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그렇게 해보았습니다. 지푸라기가 된 시를 읽는 순간, 마음 안에 뭉친 덩어리가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신기했어요. 이걸 어떤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그냥 우연히 벌어진 해프닝에 불과한 건지 궁금했지요.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시를 통해 움직임 작업을 하게 되는 기회가 종종 찾아왔습니다. 시를 통해 움직임 작업을 할 때면 나의 경험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움직임으로 표현하기가 수월했어요. 그래서 이런 상상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을 만나 자신이 마음에 드는 시집을 선택하게 하고, 그 안에서 마음에 드는 시를 한 편 고르게 한 뒤, 어떠한 이야기가 떠오르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아마도 “거봐 너도 나처럼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지?”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아요. 메모장에만 적어두었던 짧은 메모는 몇 장의 서류가 되어 공모에 선정되는 일이 벌어졌어요. 하지만 선정된 기쁨은 단 이틀 만에 막을 내렸고, 이후부터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작업은 절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저는 제 그릇의 크기를 아니까요. 운이 좋게 새 차가 생겼는데, 이제 막 면허를 따서 시동만 켤 줄 아는 사람이 당장 지방 출장을 가야 하는 업무를 맡게 된 것 같았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적당히 뻔뻔해지는 태도를 선택하고 페르소나를 뒤집어썼습니다.

 

-이분들이 없었다면 배는 과연 어디로 갔을까요? 아마 배 한 척을 바다 위에 제대로 띄워보지도 못한 채 노를 손에 쥐고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지영 시인님과 작업을 할 때면, 저라는 창작가가 어디서든 놀 수 있게 만들어주는 용기를 줍니다. 옥죄지 않고, 믿어주고, 무대 위에서 있는 그대로 존재해도 된다는 확신을 주거든요. 신지영 시인님은 이번 공모사업의 시 전문가 자문 역할을 통해 시가 무엇인지, 왜 시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평소에 제가 가진 시에 대한 물음과 그에 대한 답을 녹취하여 기록으로 남긴 뒤 연구의 토대로 사용했습니다.

 

올해 초 배리어프리 예술에 대해 비읍조차 모를 때(지금도 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서수연 음성해설작가님의 이메일로 공모사업 자문 의뢰 메일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회신 메일이 올지 안 올지 덜덜 떨고 있었는데, 제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확답 메일에 정말 뛸 듯이 기뻤습니다. 서수연 음성해설작가님과는 이 인연을 시작으로 이번 무용 작품의 음성해설 대본 감수까지 맡아 주셨습니다. 작업을 하는 내내 서수연 선생님의 배려와 따뜻함이 담긴 말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김종문 수어통역사님을 통해 청인식 수어와 농인식 수어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말과 의미를 전달할 때는 손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표정과 제스처 등이 세밀하게 표현되어 수어에 담겨야 한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깨달았습니다.

 

영상 제작을 맡은 Behind walls 육성우 대표님은 연필로 스케치하듯 그려놓은 콘티를 입체적인 그림이 될 수 있게 만들어주셨습니다. 어떤 물감과 재료를 사용해야 할지, 이야기와 움직임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회의와 촬영 현장에서 판가름해주었고요. 그리고 제가 놓치고 있는 흐름이나 이해하지 못한 용어는, 쉬운 언어로 알려주셨습니다. 또한 음성해설 대본 낭독 녹음을 위해 자신의 장비를 빌려주신 수고로움도 감수해주셨고요. 무용공연의 8할을 육성우 대표님께서 만들어주셨다는 건 과언이 아닙니다.

 

김유식님이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모습을 처음 봤던 때가 기억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몸으로 표현하는 김유식님을 보며, 그의 움직임이 참 탐이 났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재밌는 작업을 해보자는 약속을 주고받았어요. 김유식님과 작품을 만들며 각자가 가진 움직임의 특성을 파악하고 결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김유식님과 함께한 이번 작업은 아마도 제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겁니다.

 

나의 첫 무대를 기억하고 늘 묵묵히 응원해주는 모친 송영선님, 나에게 ‘시’를 읽어보라고 제안해준 선배이자 동지인 김영준님, 내 치부를 드러내도 창피하지 않을 친구 조윤주님, 튀르키예의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김유빈님, 현재에 머물지 않고 늘 도전하는 삶을 사는 윤아영님, 모두 다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모에 선정해주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창작실험활동지원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배리어프리 무용공연 [내가 시를 만난 날] 작품 개발을 위한 연구 주최, 주관_ 조아라, FLOWSPACE

후원_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창작실험활동지원

공동안무, 출연_ 조아라, 김유식

시 전문가 자문_ 신지영

음성해설 대본 감수_ 서수연

수어 통역_ 김종문

음성해설 대본 낭독_ 조아라

영상 제작_ Behind walls 육성우

thanks to_ 송영선, 조윤주, 윤아영, 김유빈, 김영준

음악_ Max Richter [On The Nature Of Day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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