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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영국] 극작가 마틸다 이비니(Matilda Ibini) : 아프로퓨처리즘, 마술적 사실주의, 장애인 정체성

  • 등록일 2020-02-26
  • 조회수1200

마틸다 이비니(Matila Ibini)는 자칭 ‘생체공학적(bionic)’ 극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다. 그동안 BAFTA(British Academy Film Awards, 영국 영화 및 텔레비전 예술상 - 역주), 워너 브라더스, BBC 작가실, 채널4, 영국 국립극장 스튜디오 등 명망 높은 예술기관들의 후원을 받아 왔다. 지난 2019년 그녀의 두 번째 장편극 <리틀 미스 버든(Little Miss Burden)>이 런던의 컨템퍼러리 공연예술극장인 벙커(the Bunker)의 무대에 소개되었다. 이에 이비니를 만나 인종차별, 성차별, 장애인 차별에 대한 개인적 경험과 마술적 사실주의 및 아프로퓨처리즘(Afrofuturism: 아프리카의 전통 문화와 SF·판타지를 접목시킨 경향)이 그녀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인터뷰했다.[편집자 주]

마틸다 이비니


이비니는 이스트런던(남아프리카 공화국 남부의 항구도시)에서 태어나 여자가 태반인 나이지리아 가정에서 자랐다. <리틀 미스 버든>은 신체적 장애를 안고 자란 이비니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성년에 도달한’ 소녀의 이야기가 세 자매의 관점에서 서술되며, 장애인으로 자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탐구한다. 이 연극은 젊은 장애인들의 행동을 촉구하며, 장애인의 잠재력에 낙인을 찍고 그 가치를 깎아내리려는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라고 격려한다.

이 연극은 이비니가 극작가로 9년간 일하면서 두 번째로 쓴 장편극이다. 작품의 완성까지는 엄청난 인내심과 굳은 결의가 필요했다. “2016년에 시작된 기나긴 여정이었어요. 브리오니 키밍스(Bryony Kimmings)의 라이브아트 워크숍에서 싹튼 아이디어가 2017년 말 연구개발로 이어져 2018년 부시 극장에서 극작으로 발전했죠. 이후에는 대부분 영화 프로젝트에 매달렸어요. 올 초 <내 백인 절친들(My White Best Friends)>과 <전하지 못한 편지(Other Letters Left Unsaid)>를 쓰고 나니 벙커 극장의 예술감독 크리스 소넥스(Chris Sonnex)와 트래버스 극장(Traverse Theatre)의 공동 예술감독 데비 해넌(Debbie Hannan)이 제 작품을 좀 보내 달라고 하더군요. 그들의 회의에 초대받아서 가니 <리틀 미스 버든>을 상연하고 싶다고 했어요. 평생에 다시 없을 회의였죠. 꿈만 같았어요.”
 

<리틀 미스 버든>의 리허설 중인 미셸 티워(Michelle Tiwo), 사이다 아메드(Saida Ahmed), 아니 넬슨(Ani Nelson). 이미지 © 코피 드와(Kofi Dwaah)


이비니는 그간 저명한 여러 예술기관으로부터 상당한 후원 및 아이디어 개발의 기회를 얻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에게 고난이 없었다거나 그 모든 경험들이 전부 보람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저의 접근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문하고, 충족시키기 위해 협력했던 뜻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 또는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Skype)를 통해 미팅을 하고, 교통비를 지원받고, 마감일을 유동적으로 두고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등의 일을 했죠. 그러나 아직도 장애인 예술가들과 함께 일하고 그들의 걸림돌을 제거해 주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배우고 이해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가끔 저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매일같이 세상의 제도적 장벽들에 맞서서 싸우느라 신체적·정신적으로 일을 할 기운이나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제 존재를 정당화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글 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가들과 일하는 현재의 방식들은 대단히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기관과 제작사, 극장들이 이를 개선하려 들지 않는다면, 자칫 장애인의 재능을 놓치게 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위협받는 사회의 한 부문에 더 큰 해악을 끼치게 될지 모릅니다.”

이비니는 영화와 연극 대본을 오가며 저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는 연쇄살인마 활동보조인에 대한 공포 코미디물을 공동으로 집필 중이다. 영화는 BBC 필름스 및 제작자 도미닉 뷰캐넌(Dominic Buchanan)의 참여로 진전되고 있다. 그런데 서로 다른 이 두 가지 매체에 대한 그녀의 집필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희곡과 시나리오는 쓰는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영화 대본을 쓸 때에는 머릿속에 스위치를 켜는 것과 같죠. 좀 더 시각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해야 돼요. 스토리도 연극과는 다르게 진행되죠. 저는 영화 대본을 쓸 때 더 많은 플롯을 짭니다. 실제 대본은 제일 마지막에 쓰는데, 홍보 문구나 시놉시스, 드라마 구성을 먼저 써야 할 때는 불만스럽기도 하죠. 그런 만큼 자신이 구상 중인 아이디어에 무척 애착을 갖게 됩니다.”

“작품마다 요구되는 바가 달랐기 때문에 작품 별로 글을 쓰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구상, 개요 작성, 소재 발굴, 개인적 경험, 흥미로운 주제로부터의 영감 등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다양한 만큼 제 작업 절차는 아주 유연해요. 가장 일관된 공정은 글을 손으로 먼저 써서 타이핑으로 옮기는 거예요. 손으로 쓴 글을 타이핑할 때는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활용합니다.”

이비니의 작품 곳곳에는 1990년대 대중문화, 마법적 사실주의, 아프로퓨처리즘 등 다채로운 주제들이 속속들이 배어 있다. 이런 문화 현상들에 대한 그녀의 지극한 애정 때문이다.

“마술적 사실주의에 대한 애정은 어린 시절부터 있었어요. 항상 마음이 끌렸죠. 서사시적 환상을 창조하고 저 자신을 위해 창조한 환상 속을 헤치고 나아가면서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들을 탐구했어요. 아프로퓨처리즘은 자넬 모네(Janelle Monae)의 데뷔 앨범 <아크안드로이드(ArchAndroid)>를 통해서 알게 됐는데, 그로 인해 흑인 여성이 미래라는 생각이 굳건해졌죠. 그때부터 아프로퓨처리즘의 미학과 철학을 탐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로 인해 젊은 제가 관심 받는 느낌이 들고, 어째서 제가 그런 작품을 만들었던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죠. 또 제 나이지리아 혈통에 자부심이 생기고 흑인의 경험이 얼마나 세계적이며 다양한지를 표현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어요.”

<리틀 미스 버든>. 이미지 © 알리 라이트


젊은 극작가 지망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겠느냐는 질문에 이비니는 후배들을 위해 값진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녀의 조언을 정리한 다음의 리스트를 통해 이비니의 통찰력을 가슴 깊이 흡수하기 바란다.
 

  • 글쓰기/스토리텔링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상기하라. 작업 공간 주변에 이를 떠올리게 해줄 물건을 두라. 스스로 흥미롭게 생각하는 이야기를 하라. 그 이야기, 인물들과 함께 오랜 여행을 하게 될 테니까.
  • 자신이 선망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의 명단을 작성하라. 연극은 협력을 통해 완성된다. 함께 일할 사람들을 구하라. 되도록 많은 희곡을 읽고 연극을 관람하라.
  • 이 직업은 무척 고되고 노출이 많을 수 있다. 열심히 일하되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라. 너무 지칠 때까지 일하지 말고 과도하게 힘든 시간을 자초하지 말라. 언제나 건강이 우선이다.
  • 연극 대본을 쓰는 왕도는 없다. 일을 해나가면서 기술이 하나 둘 습득되며 결국엔 차고 넘치게 된다. 한 가지 도구만으로 다양한 스토리를 쓸 수는 없다.
  • 거절은 쓰다. 거절에 상처 받고 가슴 아파할 시간을 가지라. 하지만 그러고 나서는 다시 전진해야 한다. 거절이 늘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며, 그것이 꼭 당신이나 당신 작품의 질에 대한 거절인 것도 아니다.
  • 연극 한 가지만 보지 말고 무용극, 박물관, 미술관, 오페라, 뮤지컬, 축제, 음악회, 콘서트, 행위예술, 스탠드업 코미디, 전시회, 설치미술 등도 관람하라. 영감의 원천이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
     

<리틀 미스 버든>은 런던 벙커 극장에서 12월 4~21일 초연되었다. 벙커 극장은 매 공연마다 6명까지 휠체어 사용자를 수용할 수 있으며, 휠체어 공간을 예약할 고객은 티켓 예매 시 안내 받을 수 있다. 벙커 극장의 접근성에 대한 더욱 상세한 정보는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터뷰/ 나타샤 서튼 윌리엄스(Natasha Sutton Williams)

출처/ 장애예술온라인(2019년 12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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