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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시각장애인 영화감독 노동주를 아시나요?

  • 등록일 2022-12-27
  • 조회수260

“사랑에 대한 힘이 힘에 대한 사랑을 능가할 때 세계 평화가 온다고 굳게 믿고 있는 세계 최초 평화주의 시각장애인 영화감독 노동주입니다.” 매번 이렇게 자기소개를 하는 사람이 있다. “거꾸로 읽어도 똑바로 읽어도 우영우”보다 벅차다. 그런데 시각장애인 영화감독이라니,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 의심된다. 그러나 이는 상상이나 농담이 아니다. 엄연한 실존이다. 불가해한 긍정의 아이콘 노동주 감독을 만나보자.

1. 시력을 잃고, 영화감독의 꿈을 떠올리다

노동주 감독은 중도 시각장애인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축구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진 후 시력이 급격하게 약화됐다고 한다. 진단은 다발성 경화증. 신경섬유를 둘러싼 수초가 망가져 시신경이 손상된 것이다. 중학교 때 전교 1등까지 한 수재였던 노동주는 고교를 자퇴했다. 미약한 시력으로 공부를 해 검정고시를 통해 조선대 환경공학과에 입학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모의 토익시험 만점, 대기환경기사 수질환경기사 등 10여개 자격증을 땄지만, 그사이 조금 남아 있던 그의 시력은 더욱 약화됐다. 눈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되자, 취업이 번번이 거절당했다. 하지만 노동주는 좌절하지 않고, 어렸을 때부터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했다고 한다. 영화광이던 아버지와 함께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많은 영화를 봤던 추억과 함께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을 떠올렸다. 하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영화감독을 할 수 있을까. 보통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하고, 슬퍼졌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주는 거기서 중단하지 않았다. 그 길로 광주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찾아 카메라 기술을 익히고, 영화감독의 길에 들어선다.

노동주 감독은 광주지역에서 활동하며 단편영화 작업을 해 왔다. 데뷔작 <당신이 고용주라면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시겠습니까?>를 찍었다. 두 번째 영화 <한나의 하루>는 2010년에 11회 장애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정식 투자를 받아 여러 스태프와 함께 단편영화 <그냥 걸었어>를 찍는다.

2. 단편영화를 찍는 노동주 감독을 찍은 다큐멘터리

이처럼 놀라운 노동주 감독의 행보를 눈여겨본 이가 있었다. 장편 상업영화 <체포왕>으로 2011년 백상예술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던 임찬익 감독은 노동주 감독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노동주>다. <영화감독 노동주>는 노동주 감독이 단편 극영화 <그냥 걸었어>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메이킹 영화이자, ‘시각장애인 영화감독’이라는 경이로운 존재를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다. 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됐고, 2022년 영국 라스트하울 국제영화제·스페인 마드리드 국제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됐다. 11월30일에는 정식 개봉해 극장에서 관객을 만났다. 화면해설과 자막을 곁들인 배리어 프리 상영으로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들이 함께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영화는 컴컴한 방안에 앉은 노동주 감독이 노트북을 켠 채 문서작업이 음성으로 전환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한 글자 한 글자씩 시나리오를 써 나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렇게 써 내려간 시나리오를 들고, 노동주 감독은 제작자·촬영감독 등을 만나 회의를 한다. 노동주 감독과 함께 작업을 해 나갈 스태프들도 처음엔 의구심이 일지 않았을까. 과연 시각장애인 감독과 영화 만들기가 가능할지. 하지만 그와 일해 본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는 눈치다. 노동주 감독은 확신에 찬 어투로 말한다. “왜 못해요? 할 수 있잖아요. 좀 어렵겠지만 충분히 가능할 것 같고, 저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와 작업 회차가 늘어날수록, 스태프들은 그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가끔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단지 자신의 자리에서 어떤 세세한 부분을 더 챙기고 소통해야 되는지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으로 그의 장애가 환기된다. 장애가 불가능이나 무능이 아니라, 협업과 배려를 통해 메울 수 있는 불편쯤으로 인식된다.

주연배우를 캐스팅하는 과정을 보자. 그는 자신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염두에 뒀던 배우 형진을 추천한다. 자신이 잘 아는 시각장애인이다. 전문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표정연기가 가능할지 스태프들이 걱정한다. 노동주 감독은 스테프들의 우려를 충분히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뜻을 관철해 나간다. 배우 형진을 향한 격려도 잊지 않는다. 노동주 감독은 형진의 눈코입을 매만지며 표정을 잡아 주고, 소품이나 의상 하나까지 손으로 만져서 결정한다. 카메라 감독은 화면에 사물이 어떻게 잡히는지 설명하고 ‘컷 사인’ 시점을 바로잡아가며 영화를 찍는다. 노동주 감독의 머릿속에 있던 화면이 현실로 구현되도록 모든 과정을 챙기는 그의 모습이 여느 감독들과 다르지 않다. 다른 사람이 두세 번 찍어 완성할 장면을 20~30번씩 반복해서 찍어 완성한다는 각별한 노력이 곁들여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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