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 기획은 어디부터 접근하면 좋을까? 2023 서울국제공연예술제(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SPAF)에서는 5편의 배리어프리 연극이 상연되었다. 모든 작품이 각각의 고유성을 지닌 만큼, 접근성 기획에 있어서도 각각의 처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접근성 기획을 실행했다.

접근성 기획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반드시 통과해야 할 질문들은 존재한다. 이번 글에서는 2023 SPAF의 접근성 기획과 각 배리어프리 공연 접근성 기획 사례들을 참고해, 접근성 기획 과정을 다음의 열 가지 질문에 답하며 다시 살펴본다. 질문들에 대한 숙고와 의사결정들이 쌓여 결국 누군가가 공연장에 갈 수 있거나 또는 갈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지금은 더 많은 답변이 제출되어야 할 때이다. 그것이 설령 오답일지라도,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질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1. 우리가 배제해 온 신체적·문화적 특징은 무엇일까?

모두를 위한 공연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배제해 온 것이 무엇이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환경은 대부분 오감을 모두 사용할 수 있고, 보조 장치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젊은 성인의 몸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공연 역시 그런 창작자와 관객을 상정해 왔다고 할 수 있으며, 창작진의 인식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접근성 기획은 우리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이 공연이 자연스럽게 배제해 온 신체적·문화적 특징은 무엇인지를 되물으며 작품을 검토하는 시간을 갖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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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연에서 배제된 사람들은 누구일까?

배제된 신체적·문화적 특징을 발견하기가 어렵다면, ‘구체적으로 누가 배제되었는가?’라는 좀 더 직접적인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공연 접근성과 관련하여 발전해 온 대부분의 장치들도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을 그 대상으로 상정해 왔다. 이번 SPAF에서 상연된 〈연극연습3. 극작 연습-물고기로 죽기〉(연극연습 프로젝트, 2023)의 고주영 프로듀서는 그가 기획한 작품에 여러 번 접근성 기획을 포함해 왔다. 그가 이러한 작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는 접근성 기획이 누군가를 고려한 질문들에서 시작한다는 걸 생생하게 보여준다.

“성북구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서 장기 프로젝트를 할 기회를 얻게 됐어요. 그때 올렸던 연극 〈대성당〉(구자혜 연출, 2018)이 시각장애인이 주인공인 연극이거든요. ‘그런데 시각장애인을 어떻게 연극에서 표현하지? 창작진 중 시각장애인이 없는데. 그러면 시각장애인을 만나자.’ 그래서 극단 내부에서 워크숍을 했어요. ‘장애여성 공감’에 가서 처음 자문을 받았고, 복지관에 가서 시각장애란 무엇인가 이론 공부도 하고, 그렇게 공연이 만들어졌으니 당연히 시각장애인 분들이 보러 와줘야 하잖아요! 프로젝트를 했던 미아리고개예술극장이 장애인 관련 장치가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이분들이 오시도록 경사로를 설치하고, 이분들께 정보를 전달해야하니까 점자안내 만들어야겠네, 점자 모르는 분도 있으니까 음성안내도 만들어야겠네, 하면서 접근성 기획을 해나간 게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어요.” (고주영 프로듀서)

모두를 위한다는 막연함으로는 태연하게 존재하는 장벽들을 찾아내기 어렵다. 구체적인 장애인을 고려하고, 그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이를 알려줄 수 있는 이들과 관계 맺고 공부하며, 공연의 다양한 장벽들을 실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