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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영국] 수어로 재탄생한 뮤지컬 <정글북>

  • 등록일 2019-12-26
  • 조회수1111

영국의 더비 극장(Dirby Theatre)이 가족 뮤지컬 <정글북(Jungle Book)> 제작에 수어 도입 비용을 투입했다. 지난 2019년 4월 5일부터 20일까지 상연된 이 작품은 영국예술위원회의 아동극상 수상 경력에 빛나는 작가 닐 더필드(Neil Duffield)가 원작자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의 마법 같은 스토리에 영감을 받아 작품을 새롭게 각색했으며, 여기에 영국 수어와 자막까지 더해졌다.[편집자 주]

더비 극장의 <정글북>. 모글리 역의 이니키 마리아노(Iniki Mariano)와 바기라 역의 에스메 시어스(Esme Sears). 사진: 로버트 데이(Robert Day).


부모를 여의고 늑대 무리에게서 자란 모글리는 식인 호랑이 시어 칸에게 들키기 전까지 정글에서 뛰어 놀며 지낸다. 바기라와 발루는 만일을 대비해 모글리를 인간 마을로 피신시키기로 한다. 하지만 마을로 향하는 길에 모글리가 장난꾸러기 원숭이들에게 납치당하고, 발루는 모글리를 구하기 위해 원숭이 분장을 하고 노래하며 춤을 추기에 이른다.

그러나 인간 마을에 도착해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 지역 주둔 부대 선임하사관은 늑대 소년 같은 모글리의 행동을 못마땅해 하고, 오직 메수아만이 사랑과 연민으로 그의 위협을 물리친다. 결국 모글리는 사악한 시어 칸으로부터 자신의 운명을 지켜줄 ‘비밀의 붉은 꽃’을 찾아 자기 자신과 마을을 구한다.

더비 극장의 <정글북>. 시어 칸 역의 엘리엇 레니(Elliott Rennie). 사진: 로버트 데이.


더비 극장 최초로 영국 수어를 도입한 뮤지컬 <정글북>에는 지역사회의 노력이 총집결되어 있다. 아이나 아이 같은 마음을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에서는 참신함이 느껴진다. 다수가 학령기 아이들이며 지역 극단 소속인 앙상블 출연진은 물론이고 전문 배우들까지도 누구 하나 허세 없이 즐겁게 연기한다.

모글리 역의 이니키 마리아노(Iniki Mariano)는 장난기 가득한 모습에 놀라운 유연성을 자랑하며, 코브라 역의 베키 배리(Becky Barry)는 이국적인 분위기로 음침하게 번들거린다. 바기라 역의 에스메 시어스(Esme Sears)는 고양이과 동물 특유의 날렵한 자태와 따뜻한 마음씨를 함께 보여주며, 발루 역을 맡은 아이번 스콧(Ivan Scott)은 둔한 곰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사랑스럽다. 한편 캐럴라인 파커(Caroline Parker)와 (앞서 언급한) 베키 배리, 그리고 락샤 역과 모글리의 양어머니 늑대 역을 함께 맡은 에밀리 로즈 솔터(Emily Rose Salter)는 무대 위에서 전달되는 대사들을 영국 수어로 통역한다.

수어가 결합된 연극으로 감명을 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막과 영국 수어, 신호 지원 영어(SSE), 몸짓, 시각적 스토리텔링, 노래를 한데 어우러지게 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출연진과 스태프의 완벽한 협력과 적절한 수준의 전반적인 수어 지원 및 조언이 요구된다. 그런 연극을 볼 때면 나는 과연 수어가 제대로 전달이 될까 하는 우려가 들곤 한다. 수어를 알아보기 힘들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수어를 결합할 때 세트와 조명, 의상, 위치 선정에 대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되는 대로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상연 시간 내내 민망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던 때도 있었다. 그런 결과는 청각장애인 관객을 몰입시키지 못하는 어설픈 연극으로 나타난다. 청력이 있는 일반 관객은 그것이 대단히 장애인 친화적인(inclusive) 연극인 줄 알고 감탄하겠지만 말이다. 이는 문화의 향유를 위해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이 반드시 필요한 청각장애인의 지성에 대한 엄청난 모욕이다.
 

더비 극장의 <정글북>. 타바키 역의 캐럴라인 파커와 발루 역의 아이번 스콧. 사진: 로버트 데이.


반면 수어를 연극에 도입하려는 목적 달성을 위해 열린 마음의 자세로 열성을 다해 끈질기게 노력한 <정글북>의 연출 새라 브리검(Sarah Brigham)과 조연출 에밀리 하울렛(Emily Howlett), 공연제작 조연출 로언 워녹(Rowan Warnock)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그들은 창의적 영국 수어 컨설턴트인 대릴 잭슨(Daryl Jackson)의 지원을 받았으며, 그러한 노력의 결과는 연극의 일관성에서는 물론이고 세트와 의상 디자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의상의 팔과 손 부분을 일부러 수어를 위해 편하게 만들었으며, 배우의 몸이 드러나는 부분의 배경색도 손동작이 확실히 보이도록 단순하게 설정했다는 프로그램 안내문을 보고 마음이 흐뭇했다. 원숭이들에게 분홍 줄무늬 파자마를 입히고 익살스러운 안경을 씌운 것과 늑대의 털을 풍성한 갈래의 천으로 표현한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조명은 수어가 잘 보이도록 적절히 배치되었으며, 정글은 큼지막하면서도 감각적인 아르데코풍 이파리들로 이루어져 흡사 타마라 드 렘피카(Tamara de Lempicka)의 그림을 3D로 변환해 놓은 것 같았다.

리뷰/ 멜리사 모스틴(Melissa Mostyn)
출처/ 장애예술온라인(2019년 4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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