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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영국] 다양성의 향연, 웨스트엔드 연극 <에밀리아>

  • 등록일 2019-12-26
  • 조회수1113

역대급 다양성을 자랑하는 출연진이 런던 웨스트엔드의 한 무대에 올랐다. 지난 2019년 3월 8일부터 6월 1일까지 보드빌 극장(Vaudeville Theatre)에서 상연된 이 도발적이며 혁명적인 연극은 장애를 포함, 억압되었던 모든 영역에 자리를 내어준다.[편집자 주]

보드빌 극장에서 공연하는 <에밀리아> 출연진. 사진: 헬렌 머리(Helen Murray).

“우리가 하는 이야기만큼이나 우리에겐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아니죠. 우리는 모두 에밀리아입니다. 이제 우리 말에 귀 기울일 때입니다.” 이런 대사들을 들으면서 우리는 에밀리아의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동시에 거기에 담긴 진정성과 무게감 때문에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는다. <에밀리아>는 출연진, 스토리, 대사, 제작진 등 여러 측면에서 생동감과 긴박감이 넘치는 연극이다.                    

오프닝 시즌을 위한 신임 예술감독 미셸 테리(Michelle Terry)의 의뢰로 극작가 모건 로이드 말콤(Morgan Lloyd Malcolm)이 집필한 <에밀리아>의 첫 탄생지는 셰익스피어 글로브(Shakespeare’s Globe) 극장이었다. 대단한 호평을 얻으며 인기를 구가하다가 글로브 극장에서의 짧은 상연 기간으로 마감되기에는 <에밀리아>처럼 할 말이 많은 연극으로서는 충분하지 않다.

즉각 눈에 띄는 것은 출연진 전원이 여성이면서 다양한 배경을 지녔다는 점이다. 유색인이거나 장애인이거나 플러스사이즈이거나 나이가 들었거나 배우 하나하나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런 다양성은 영국 여성 최초로 시집을 출간했지만 오래도록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시인 에밀리아 바사노(Emilia Bassano)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절과 더불어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녀만큼이나, 아니 그녀보다 더 오랫동안 표현을 억압당해온 다양한 배경의 여성들을 대거 웨스트엔드 무대에 출연시킨 것은 실로 의도적이고 도발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출연진은 탁월한 앙상블을 이루며, 어느 한 배우가 주연을 맡지 않는다. 로이드 말콤은 스타의 존재를 제거하여 주인공 에밀리아 역을 세 명의 배우가 나누어 연기하도록 솜씨 좋게 써냈다. 주인공의 부재는 극의 메시지를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다. 표면적으로는 역사 속 한 여성의 사연을 전하고 있지만, 실은 모든 여성의 사연을 대변하며 전체 역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 대담하다. 배우들이 입은 의상은 엘리자베스 1세 시대 풍의 드레스이지만 공연은 그야말로 동시대적이다.
 

보드빌 극장에서 <에밀리아>를 공연 중인 나디아 알비나(캐서린 하워드 역)와 새라 세가리(코델리아 역). 사진: 헬렌 머리.


이 앙상블에는 청각장애를 지닌 소피 스톤(Sophie Stone)과 신체장애가 있는 나디아 알비나(Nadia Albina)가 속해 있으며, 장애 예술계의 관점에서 놀라운 점은 그들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아무렇지 않게 버무려져 있다는 점이다. 극 중 그들의 내러티브는 장애와는 ‘무관’하며 장애가 가려지지도 않는다. 스톤은 말과 수어를 모두 사용하여 연기한다. 장애 예술계 외부의 작품들에서 특정 장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웨스트엔드 공연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뛰어난 연기력을 보이는 웨스트엔드의 장애인 배우들 자체가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다.

<에밀리아>는 페미니즘 색채가 강한 작품이다. 시작부터 청중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도록 부추기며, 덕분에 객석에서는 손에 잡힐 듯 에너지가 꿈틀댄다. 비교불가의 웨스트엔드 경험을 선사하는 이 작품에서는 다른 이유들은 차치하고라도 누구 하나 튀지 않을 만큼 하나같이 매혹적으로 연기하는 놀라운 출연진이 표현하는 재치 있고 재미나고 강렬한 텍스트만으로도 상업주의와 겉치레는 설 자리를 잃고 만다. 극 중 마지막 연설은 나이와 계층, 장애 여부와 인종을 막론한 전 여성에게 무장을 호소하며, 그 주장이 어찌나 격정적으로 설파되는지 객석에서는 동의의 함성을 내지르지 않을 수가 없다. 세간의 보도는 전부 사실이다. <에밀리아>는 놓쳐선 안될 작품이다.


글/ 케이트 러벌(Kate Lovell)
출처/ 장애예술온라인 (2019년 4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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