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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영국] 음성해설의 도입, 공연 제작에 신선한 관점을 불어넣다

  • 등록일 2019-12-27
  • 조회수1251

오디오 디스크립션(audio description)이란 아직 공연 분야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시각장애인 관객의 공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음성해설을 일컫는다. 이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본문의 사례에서는 공연 상연시에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리서치 과정에서부터 참여하여 해설 대본을 작성함으로써 창작의 일환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래의 칼럼은 제작 과정에 투입된 음성해설가의 공연 프로젝트 참여 후기이다. [편집자 주]

블링크 무용단의 <소녀, 소년을 만나다> 중 프란체스카 역의 프랜시스


블링크 무용단(Blink Dance Theatre)과 함께 방에 들어선 순간, 내가 아주 근사한 곳에 초대받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연습실 밖에서부터 공동감독 두 명이 만면에 미소를 띤 채 포옹으로 나를 맞이해 주었다. 그들은 최신작 <소녀, 소년을 만나다(Girl Meets Boy)>의 연구개발 작업 중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던 참이었다.

음성해설가(audio describer)가 그토록 환대 받는 것이 이례적일 만큼, 블링크는 특별한 무용단이다. 감독 5명 중 2명이 학습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공동감독 체제로 앙상블을 이루어 협력하는 모습이 진행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나 보였다.

넌버벌(non-verbal)의 델슨(Delson)은 작년에 한 라이브쇼를 감독했고, 올해엔 캣(Kat), 비키(Vicki), 프랜시스(Frances), 레이첼(Rachel)과 함께 직접 무대에 오르고 있다. 저마다 자신이 등장하지 않는 신(scene)에서는 무대 밖으로 나와 관찰하며 디렉팅을 한다. 피드백은 말 또는 몸짓으로 주거나 아이패드에서 옵션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전달하여 각 창작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

블링크 무용단의 <소녀, 소년을 만나다> 중 러브 박사 역의 델슨


<소녀, 소년을 만나다>는 특이하게도 의도적으로 선형적 내러티브를 취하지 않는다. 대신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결되는 일련의 비네트(vignette: 특정한 상황을 분명히 보여주는 짤막한 글·행동 - 역주)를 통해서 주제 – 데이트, 섹스, 연애 – 를 탐구한다. 그러한 연결고리들은 공연을 창작한 5명 각각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방 안의 유쾌한 분위기와 팀워크에는 전염성이 있는데, 거기에 전염되는 것은 시각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작품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자 무용단을 찾은 음성해설가에게 선물 같은 일이었다.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우리는 이런저런 가능성을 저울질했다. 여장 남자 프란체스카가 오프닝 모놀로그에서 배우가 자신의 금빛 미니드레스를 언급해도 될까? 델슨이 말없이 입장하기에 앞서 퀴즈쇼처럼 그를 소개하는 해설을 넣으면 어떨까? 공원 장면에 새소리를 삽입하는 식으로, 되풀이해 나오는 장소를 적절한 음향효과를 이용해서 표현하면 어떨까?

우리가 함께 착안한 많은 아이디어들은 모든 청중에게 좋은 작품을 선사하는 동시에 시각장애인 청중에게는 접근성을 제공한다. 작품을 다 완성한 뒤에 장애인에게 접근 가능한 수단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하나의 창작 도구로 활용하는 환경에서 일하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 협력적인 팀의 풍부한 토양에서는 음성해설(audio description)이 또 하나의 소중한 목소리였다.

<소음>의 전단


<소음(The Noises)>은 한눈에 봐도 색다르다. 이 작품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서사에 치중하여 다시 쓰인 작품이자 텍스트다. 사건은 단순한 시각적 설정(밀실 속 한 인물)에서 일어나며, 대본은 닫힌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로 가득하다.

타마 사프라(Tamar Saphra) 감독은 연극이 시각장애인 청중을 포용할 수 있음을 일찍부터 알았지만, 진정한 접근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분을 미학적으로 만들기 위해 전 창작진의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을 인식했다.

블링크 무용단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음성해설을 통합할 방법을 탐구하기 시작했으며, 함께 참여한 작가 재클린 사프라(Jacqueline Saphra)는 나의 조언을 받아 대본을 다시 쓰는 도전을 감행했다. 주인공 루나(Luna) 역시 개 역할을 맡아 자신의 생각을 상연 시간 내내 말로 표현했고, 특유의 시적인 어조를 지니고 있어서 그 어조로 해설을 덧붙이니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그간 많은 작가들과 감독들이 이런 발견의 기회를 놓쳤겠지만, <소음> 팀은 블링크 무용단처럼 장애인의 접근성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에서 성과를 거두었다.

오디오 디스크립션의 통합에 관한 논의에는 언제나 난관이 있기 마련이다. 전달 방식은 개인적 취향의 문제이며, 어디든 전통적인 헤드셋 기반의 해설을 선호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

<소녀, 소년을 만나다>와 <소음>이 다른 공연들과 다른 점은 프로세스에 시각장애인 컨설턴트들을 관여시켜 개발 단계부터 조언과 피드백을 받았다는 점이다. 블링크는 몇 가지 까다로운 문제들을 안고 계속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어느 지점에 해설을 삽입해야 말없이 즉흥적으로 펼쳐지곤 하는 예술의 정수를 방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지가 그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에는 종합적 해설을 달성할 최상의 방안이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과거로 회귀해 그간 연구개발 과정에서 공유하며 작품 속에 새겨 넣었던 해설의 흔적을 깡그리 지워 버릴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소음>은 2019년 4월 2~20일 올드레드라이언(Old Red Lion) 극장에서 상연되었다. 개로 분장한 루나의 독특한 음성은 성찰과 포용, 창의적 접근의 과정에서 더욱 풍부해졌다. 한편 블링크 무용단의 <소녀, 소년을 만나다>는 2020년 봄 전국 투어에 나서게 된다.

글/ 제니 엘본(Jenni Elbourne)
출처/ 장애예술온라인 (2019년 4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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