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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타 홀랜더 <나의 생존 가이드>

리뷰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의 생존 가이드

  • 조용신 CJ아지트 대학로 예술감독
  • 등록일 2021-01-27
  • 조회수369

리뷰

애니타 홀랜더 <나의 생존 가이드>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의 생존 가이드

조용신 CJ아지트 대학로 예술감독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주최한 ‘이음 해외 공연 쇼케이스’에서 첫 작품으로 소개된 <나의 생존 가이드>(STILL STANDING : A Musical Survival Guide For Life’s Catastrophes)는 한 사람의 장애예술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모노뮤지컬 형식으로 풀어낸 공연이다. 솔로 퍼포먼스가 흔히 그렇듯이 이 작품은 작가/작사가/작곡가이자 연출가이며 유일한 배우이기도 한 미국 출신 애니타 홀랜더(Anita Hollander) 그녀 자신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1977년 암투병중에 왼쪽 다리와 ‘작별’하고 장애인으로서 새롭게 주어진 삶과 그 속에서 키워진 장애 예술가로서의 통찰력으로 그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고 표현 가능한 뮤지컬 형식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현실에서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생의 고난과 외로움을 특유의 밝은 미소와 절제된 감성으로 노래하고 있다. 한쪽 다리가 없는 불편함마저도 ‘왜 하나일 때를 더 좋아하냐고요?’(Why I Prefer One)라는 오프닝 곡을 통해서 “난 이제 편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녀가 지칭하는 ‘생존’이란 단어 앞에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이라는 수식어가 생략되어 있는 듯이 보인다. 히브리어로 배짱과 용기를 뜻하는 ‘추츠파’(chutzpah) 정신은 그녀가 일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중요한 동력임에 틀림없다.

그녀가 그동안 장애로 인해 겪은 여러 가지 경험은 각 장에서 다양한 이야기로 펼쳐진다. 작품의 흐름은 시간 순서에 따르기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데 힘을 주는 오아시스 같은 요소를 하나씩 주제별로 모아놓은 옴니버스 구성이다. 쇼의 형식으로는 모노 뮤지컬이자 고전적인 보드빌 형식을 현대에 맞게 확장한 것이기도 하다.

1977년 병원에서 최종 장애 판정을 받은 이후 다른 인생을 갈구해왔고 평소 좋아하던 춤과 노래의 끼를 발휘해 배우 생활을 병행하던 후일담은 ‘드레싱’(Dressing) ‘디피컬트 우먼 블루스’(Difficult Woman Blues) 등의 장면에서 진지하지만 풍자적인 노래로 표현했다. 잃어버린 왼쪽 다리에 보다 생명력을 불어넣어 이별의 감정으로 승화시킨 ‘장례식’(Funeral For a Replaceable Part) 장면과 없어진 다리를 보며 느끼는 ‘환상통’(The Pain) 장면은 장애의 구체적인 부분을 스스럼없이 노출하면서 표현하는 방식으로 뭉클한 감동을 준다.

작품 전반에 수어통역사이기도 한 여동생 레이첼을 녹음된 음성으로 혹은 직접 1인 2역으로 연기하며 무대에 가상으로 등장시켜 실감 나는 장면으로 만들어냈는데 이는 모노극에서 자주 쓰이는 방식으로서 그녀의 다양한 연기 변신을 지켜볼 수 있었다.

또한 장애예술가들이 창작에 대한 영감을 얻는 지점에 대해서도 잘 포착했다. 기성세대에게 ‘나만의 작은 우주’의 개성으로 표현되는 워크맨(소형 카세트 플레이어)을 오브제로 사용하는 재치를 보여주었고 초반에 이미 의족을 탈거한 후 한쪽 다리만으로 균형을 잡고 민첩성을 발휘하며 서 있는 장면에서는 이 세상을 지탱하기에는 그녀의 한쪽 다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다.

공연은 그녀가 생존을 위한 도구를 하나씩 꺼내서 말해주는 이야기가 노래로 엮어져서 러닝타임 60분여의 시간 동안 물 흐르듯 흘러간다.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을 떨리는 마음으로 열어보고 보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마음 한켠에 영원히 잘 간직하고 싶어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작품의 오프닝과 클로징은 그녀가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인 1980년대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진단을 받은 친구 마이클의 죽음 이후 보람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할 이유에 대한 것이다. 그녀는 친구가 일찍 맞이한 죽음에서 동기부여를 받고, 살아가며 죽음과 맞서 싸우는 강한 생존 도구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후반부에 이르면 그녀의 생존 도구는 ‘울기’ ‘예술’ ‘가족’ ‘사랑’이 있다. 그리고 살아있기에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기쁨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주었다.

나의 생존 가이드(STILL STANDING : A Musical Survival Guide For Life’s Catastrophes)

애니타 홀랜더(Anita Hollander), 2019.12.5.~12.7. 이음아트홀

배우, 가수, 작곡가, 작사가 및 연출가로 잘 알려진 애니타 홀랜더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1인 뮤지컬이다. 장애를 통해 그녀가 겪는 세상을 풍자와 해학으로 표현했다. 그녀가 들려주는 노래는 16년 동안 그녀가 터득한 가장 어렵지만 가장 즐겁게 인생을 즐기는, 그리고 유용하기까지 한 생존 가이드이다. 미국 백악관에 초청받은 바 있으며, 뉴욕 유나이티드 솔로 시어터 페스티벌 관객상을 수상했다.

조용신

오랫동안 뮤지컬 작가/연출가/예술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뮤지컬 <모비딕> <도리안 그레이>, 연극 <지구를 지켜라> 등에서 대본/연출을 담당했다. 현재 CJ문화재단 CJ아지트 대학로 극장 예술감독으로 창작뮤지컬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yongshiny@hotmail.com

정리.프로젝트 궁리

2020년 1월 (12호)

상세내용

리뷰

애니타 홀랜더 <나의 생존 가이드>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의 생존 가이드

조용신 CJ아지트 대학로 예술감독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주최한 ‘이음 해외 공연 쇼케이스’에서 첫 작품으로 소개된 <나의 생존 가이드>(STILL STANDING : A Musical Survival Guide For Life’s Catastrophes)는 한 사람의 장애예술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모노뮤지컬 형식으로 풀어낸 공연이다. 솔로 퍼포먼스가 흔히 그렇듯이 이 작품은 작가/작사가/작곡가이자 연출가이며 유일한 배우이기도 한 미국 출신 애니타 홀랜더(Anita Hollander) 그녀 자신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1977년 암투병중에 왼쪽 다리와 ‘작별’하고 장애인으로서 새롭게 주어진 삶과 그 속에서 키워진 장애 예술가로서의 통찰력으로 그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고 표현 가능한 뮤지컬 형식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현실에서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생의 고난과 외로움을 특유의 밝은 미소와 절제된 감성으로 노래하고 있다. 한쪽 다리가 없는 불편함마저도 ‘왜 하나일 때를 더 좋아하냐고요?’(Why I Prefer One)라는 오프닝 곡을 통해서 “난 이제 편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녀가 지칭하는 ‘생존’이란 단어 앞에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이라는 수식어가 생략되어 있는 듯이 보인다. 히브리어로 배짱과 용기를 뜻하는 ‘추츠파’(chutzpah) 정신은 그녀가 일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중요한 동력임에 틀림없다.

그녀가 그동안 장애로 인해 겪은 여러 가지 경험은 각 장에서 다양한 이야기로 펼쳐진다. 작품의 흐름은 시간 순서에 따르기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데 힘을 주는 오아시스 같은 요소를 하나씩 주제별로 모아놓은 옴니버스 구성이다. 쇼의 형식으로는 모노 뮤지컬이자 고전적인 보드빌 형식을 현대에 맞게 확장한 것이기도 하다.

1977년 병원에서 최종 장애 판정을 받은 이후 다른 인생을 갈구해왔고 평소 좋아하던 춤과 노래의 끼를 발휘해 배우 생활을 병행하던 후일담은 ‘드레싱’(Dressing) ‘디피컬트 우먼 블루스’(Difficult Woman Blues) 등의 장면에서 진지하지만 풍자적인 노래로 표현했다. 잃어버린 왼쪽 다리에 보다 생명력을 불어넣어 이별의 감정으로 승화시킨 ‘장례식’(Funeral For a Replaceable Part) 장면과 없어진 다리를 보며 느끼는 ‘환상통’(The Pain) 장면은 장애의 구체적인 부분을 스스럼없이 노출하면서 표현하는 방식으로 뭉클한 감동을 준다.

작품 전반에 수어통역사이기도 한 여동생 레이첼을 녹음된 음성으로 혹은 직접 1인 2역으로 연기하며 무대에 가상으로 등장시켜 실감 나는 장면으로 만들어냈는데 이는 모노극에서 자주 쓰이는 방식으로서 그녀의 다양한 연기 변신을 지켜볼 수 있었다.

또한 장애예술가들이 창작에 대한 영감을 얻는 지점에 대해서도 잘 포착했다. 기성세대에게 ‘나만의 작은 우주’의 개성으로 표현되는 워크맨(소형 카세트 플레이어)을 오브제로 사용하는 재치를 보여주었고 초반에 이미 의족을 탈거한 후 한쪽 다리만으로 균형을 잡고 민첩성을 발휘하며 서 있는 장면에서는 이 세상을 지탱하기에는 그녀의 한쪽 다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다.

공연은 그녀가 생존을 위한 도구를 하나씩 꺼내서 말해주는 이야기가 노래로 엮어져서 러닝타임 60분여의 시간 동안 물 흐르듯 흘러간다.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을 떨리는 마음으로 열어보고 보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마음 한켠에 영원히 잘 간직하고 싶어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작품의 오프닝과 클로징은 그녀가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인 1980년대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진단을 받은 친구 마이클의 죽음 이후 보람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할 이유에 대한 것이다. 그녀는 친구가 일찍 맞이한 죽음에서 동기부여를 받고, 살아가며 죽음과 맞서 싸우는 강한 생존 도구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후반부에 이르면 그녀의 생존 도구는 ‘울기’ ‘예술’ ‘가족’ ‘사랑’이 있다. 그리고 살아있기에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기쁨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주었다.

나의 생존 가이드(STILL STANDING : A Musical Survival Guide For Life’s Catastrophes)

애니타 홀랜더(Anita Hollander), 2019.12.5.~12.7. 이음아트홀

배우, 가수, 작곡가, 작사가 및 연출가로 잘 알려진 애니타 홀랜더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1인 뮤지컬이다. 장애를 통해 그녀가 겪는 세상을 풍자와 해학으로 표현했다. 그녀가 들려주는 노래는 16년 동안 그녀가 터득한 가장 어렵지만 가장 즐겁게 인생을 즐기는, 그리고 유용하기까지 한 생존 가이드이다. 미국 백악관에 초청받은 바 있으며, 뉴욕 유나이티드 솔로 시어터 페스티벌 관객상을 수상했다.

조용신

오랫동안 뮤지컬 작가/연출가/예술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뮤지컬 <모비딕> <도리안 그레이>, 연극 <지구를 지켜라> 등에서 대본/연출을 담당했다. 현재 CJ문화재단 CJ아지트 대학로 극장 예술감독으로 창작뮤지컬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yongshiny@hotmail.com

정리.프로젝트 궁리

2020년 1월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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