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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배리어프리 플레이그라운드’

리뷰 새롭고 낯선 감각과의 마주침

  • 안태호 협동조합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이사
  • 등록일 2019-12-25
  • 조회수695

리뷰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배리어프리 플레이그라운드’

새롭고 낯선 감각과의 마주침

안태호 협동조합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이사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장애는 낯선 현실이다. 이들은 장애인을 가까운 거리에서 본 적도 없고, 장애인과 이야기를 나눠본 경험도 갖지 못했으며, 장애가 가진 속성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은 더더욱 없었다. 장애는 가려진 현실이기 때문이다.

‘배리어프리 플레이그라운드’에 전시된 <‘너의 궁금한 정원’을 위한 슬로프>의 작가 장혜정이 그랬다. 18년 동안이나 시설에서 머물러야 했던 그의 이야기는 언니인 장혜영 감독의 <어른이 되면>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여전히 시설에서, 집에서 그렇게 제도적 가림막과 편견의 장벽으로 세상과 마주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장애를 마주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웹진 [예술경영]이 2019년도 상반기 공연예술계 트렌드를 정리하는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젠더 프리와 함께 배리어프리를 뚜렷한 경향으로 꼽았다. 더디다고는 하지만,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활동반경이 서서히 넓어지고 있는 것을 포함해 한국 사회도 이제 소수자에 대한 시각이 확장되고 있는 시기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배리어프리 플레이그라운드’는 그런 상황에서 시기적절하고 반가운 활동이다. 전시와 공연, 야외설치 등으로 이루어진 이번 행사는 장애에 대한 무지와 무지에서 비롯되는 동정적인 시선들을 멍하게 만들 만큼 경쾌하고 씩씩하면서도, 이해와 연대의 관점을 놓치지 않고 상상의 폭을 넓혀주는 따뜻하고 놀라운 축제였다.

전시에서는 장애에 대한 편견과 무지를 무너뜨리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신강수는 저신장 장애인이자 연극배우다. 그는 자신의 몸을 소재로 한 스탠딩 코미디를 한다. <132cm 사용설명서>에는 장애와 관련한 그의 경험과 생각의 편린들이 유쾌하게 짜여있다. 당사자이기에 가능한 그의 역할 바꾸기와 통념 가로지르기는 장애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을 일순 머쓱하게 만들며 새로운 시각을 일깨운다. 이희연의 작업 역시 마찬가지. <나 당신들보다 잘살아!>에서 그가 친구들과 일상, 특히 음주를 즐기며 페이스북에 기록하는 일기들은 사람들의 편견이 가지고 있는 긴장을 무장해제시키는 힘이 있다.

수어 뮤지컬을 본 적이 있다. 배우들의 몸짓이 곧 의미가 되는 순간들, 다른 소통의 가능성을 조금은 경이롭게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이번 전시에 나온 <수어로 쓰는 날적이>(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대안학교)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다. 수어는 비언어적 의사소통 과정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통역이 쉽지 않은 영역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과연, 수어를 사용하는 친구들이 영상으로 남긴 일기는 표정과 몸동작이 다양하고 풍부한 맥락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목소리>(구민기 외 9인)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발달장애 아이들과 교사가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스스로 장애인이냐고 묻자 한 아이가 대답한다. “저는 장애인 아닌데요? 저는… 청소년인데요.” 장애인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잠시나마 들여다보는 것을 통해 관람객들은 장애에 대해 새롭게 만나고 성찰하는 기회를 가졌을 것이다.

<‘너의 궁금한 정원’을 위한 슬로프>(장혜정×장혜영)는 장혜정의 전시공간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설치하는 과정을 담았다. 작품은 장애·비장애라는 구분에서 비롯되는 현실의 제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이해와 연대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환기시킨다. <진우의 기차여행>(김진우)은 의존적인 삶을 살아온 발달장애인이 홀로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과정을 통해, <핑퐁가족>(한수자)은 가족의 일상을 통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우리가 발달장애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언제나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전시를 관람한 이들은 다시금 인식하게 됐을 것이다.

10월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마로니에공원에 설치된 야외작품들은 참여자들의 왁자지껄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 없이 공원을 가로지르며 여러 작품을 만나는 사람들은 새롭고 낯선 감각과의 마주침 자체를 즐겼다. <발달 미로 캐슬-호기심과 두려움 사이>(김인규)는 구불구불한 길과 각종 장식, 감각을 혼란스럽게 하면서도 햇빛에 반짝이는 둥그스름한 벽들이 기운을 북돋는 설치작품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중증발달장애인과 가족 혹은 동반자 사이에 잠시라도 물리적인 거리를 둘 것을 제안한다. 제한된 영역에서의 확장된 감각을 실험하는 것을 통해 두려움을 넘어선 호기심을 충족하는 자기만의 시간은 누구에게라도 유용할 것이다.

김준서는 <탁구공 폭포>를 통해 예측 불가능한 탁구대를 만들어냈다. 공중으로 치솟아 오른 탁구공들이 탑 모양으로 겹겹이 쌓인 원형의 나무판 위로 떨어진다. 그런데 익숙한 궤적을 그리며 튀어 오를 거란 기대를 탁구공은 단호하게 거부한다. 삶이란 익숙하게 통제되는 시간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과정이란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그것은 부정형으로 사방 아무 곳으로나 튀어 나간다. 이 뜻밖의 예측 불가능성은 작품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감각을 두들기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진동클럽(Club Vibration)>(오도함)을 보며 20여 년 전 봤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비욘드 사일런스>라는 영화에서 청각장애 아동들이 음악교육을 받는 장면이었다. ‘아니, 청각장애 아이들이 무슨 음악을 배운다는 거지’라며 내심 생각했던 그 날, 나는 스스로의 무지와 몰이해에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려 음의 파동을 느끼고 있었다. 영화 속 장면처럼 작품에 누워, 혹은 엎드려 진동을 경험하니 ‘몸으로 느끼는 소리’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된 기분이었다.

<클라우드(Cloud)>(윤하민)는 형형색색의 풍선을 한데 모아 구름처럼 띄우는 것을 통해 각자가 가진 편견과 제약을 잠시나마 공중에 띄우는 방식을 제안한다. <함께 해요. 쌓기놀이!>(이룹빠)는 종이상자들을 쌓는 단순한 행위가 순식간에 형태를 갖추는 것을 통해 장애·비장애를 넘어선 상상력 놀이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연영석, 윤숭, 신강수, 양양, 황현성(노브레인), 유기농맥주, DJ진저팝(에코앤더머신) 등이 참여한 이음센터 야외무대 공연에서는 김홍남, 최황순 두 수화 통역사의 활약이 돋보였다. 수화통역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장르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발군의 표현력이었다.

행사 전반을 둘러보며 『마서즈 비니어드 섬 사람들은 수화로 말한다』(노라 엘렌 그로스)라는 책이 생각났다. 섬이라는 특수한 조건으로 인해 유전적 요인으로 청각장애인이 많이 태어났으나 섬 사람 모두가 수화를 배우고 제2언어로 사용해 농인들이 섬에서 생활하는 데 이물감이 없었다는 그 섬. 농인들은 물론이고 청인들도 그들을 장애인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장애에 대한 이해를 넘어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이 없는 세상을 우리는 언제쯤 만나게 될까. ‘배리어프리 플레이그라운드’와 같은 작은 마중물의 실험과 시도들이 만발하기를 기대한다.

(왼쪽부터)전시 전경, 공연(양양)

(왼쪽부터)시민참여 프로그램 <발달 미로 캐슬-호기심과 두려움 사이>, <탁구공 폭포>, <진동클럽(Club Vibration)>

배리어프리 플레이그라운드(BarrierFree Playground)

2019.10.15.(화)~10.25.(금),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센터 2층, 마로니에 공원

사회 장벽을 제거하는 ‘배리어프리’로 장애문화예술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축제다. 축제는 장애인의 정체성을 주제로 제3의 감각을 만나는 전시와 배리어프리 놀이기구 체험, 워크숍 등으로 진행된다. ‘장애와 비장애’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장벽을 넘어 예술적 상상으로 그 경계를 넘어보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전시였다.

안태호

협동조합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연수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 웹진 예술경영 편집장. 민예총 활동가를 시작으로 웹진 [컬처뉴스] 편집장, 부천문화재단, 제주문화예술재단 팀장 등을 거쳤다. 함께 쓴 책으로 『나의 아름다운 철공소』 『노년예술수업』 등이 있다. 스무 살 무렵 빼어난 재능들에 주눅 들어 창작에서 도망친 후, 예술 동네 근처에서 얼쩡거리며 문화정책과 기획 관련 일을 해왔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문화 소비자가 꿈이며, 여전히 만화를 보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redanth22@gmail.com 페이스북 바로가기(링크)

2019년 12월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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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배리어프리 플레이그라운드’

새롭고 낯선 감각과의 마주침

안태호 협동조합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이사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장애는 낯선 현실이다. 이들은 장애인을 가까운 거리에서 본 적도 없고, 장애인과 이야기를 나눠본 경험도 갖지 못했으며, 장애가 가진 속성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은 더더욱 없었다. 장애는 가려진 현실이기 때문이다.

‘배리어프리 플레이그라운드’에 전시된 <‘너의 궁금한 정원’을 위한 슬로프>의 작가 장혜정이 그랬다. 18년 동안이나 시설에서 머물러야 했던 그의 이야기는 언니인 장혜영 감독의 <어른이 되면>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여전히 시설에서, 집에서 그렇게 제도적 가림막과 편견의 장벽으로 세상과 마주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장애를 마주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웹진 [예술경영]이 2019년도 상반기 공연예술계 트렌드를 정리하는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젠더 프리와 함께 배리어프리를 뚜렷한 경향으로 꼽았다. 더디다고는 하지만,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활동반경이 서서히 넓어지고 있는 것을 포함해 한국 사회도 이제 소수자에 대한 시각이 확장되고 있는 시기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배리어프리 플레이그라운드’는 그런 상황에서 시기적절하고 반가운 활동이다. 전시와 공연, 야외설치 등으로 이루어진 이번 행사는 장애에 대한 무지와 무지에서 비롯되는 동정적인 시선들을 멍하게 만들 만큼 경쾌하고 씩씩하면서도, 이해와 연대의 관점을 놓치지 않고 상상의 폭을 넓혀주는 따뜻하고 놀라운 축제였다.

전시에서는 장애에 대한 편견과 무지를 무너뜨리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신강수는 저신장 장애인이자 연극배우다. 그는 자신의 몸을 소재로 한 스탠딩 코미디를 한다. <132cm 사용설명서>에는 장애와 관련한 그의 경험과 생각의 편린들이 유쾌하게 짜여있다. 당사자이기에 가능한 그의 역할 바꾸기와 통념 가로지르기는 장애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을 일순 머쓱하게 만들며 새로운 시각을 일깨운다. 이희연의 작업 역시 마찬가지. <나 당신들보다 잘살아!>에서 그가 친구들과 일상, 특히 음주를 즐기며 페이스북에 기록하는 일기들은 사람들의 편견이 가지고 있는 긴장을 무장해제시키는 힘이 있다.

수어 뮤지컬을 본 적이 있다. 배우들의 몸짓이 곧 의미가 되는 순간들, 다른 소통의 가능성을 조금은 경이롭게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이번 전시에 나온 <수어로 쓰는 날적이>(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대안학교)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다. 수어는 비언어적 의사소통 과정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통역이 쉽지 않은 영역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과연, 수어를 사용하는 친구들이 영상으로 남긴 일기는 표정과 몸동작이 다양하고 풍부한 맥락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목소리>(구민기 외 9인)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발달장애 아이들과 교사가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스스로 장애인이냐고 묻자 한 아이가 대답한다. “저는 장애인 아닌데요? 저는… 청소년인데요.” 장애인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잠시나마 들여다보는 것을 통해 관람객들은 장애에 대해 새롭게 만나고 성찰하는 기회를 가졌을 것이다.

<‘너의 궁금한 정원’을 위한 슬로프>(장혜정×장혜영)는 장혜정의 전시공간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설치하는 과정을 담았다. 작품은 장애·비장애라는 구분에서 비롯되는 현실의 제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이해와 연대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환기시킨다. <진우의 기차여행>(김진우)은 의존적인 삶을 살아온 발달장애인이 홀로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과정을 통해, <핑퐁가족>(한수자)은 가족의 일상을 통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우리가 발달장애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언제나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전시를 관람한 이들은 다시금 인식하게 됐을 것이다.

10월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마로니에공원에 설치된 야외작품들은 참여자들의 왁자지껄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 없이 공원을 가로지르며 여러 작품을 만나는 사람들은 새롭고 낯선 감각과의 마주침 자체를 즐겼다. <발달 미로 캐슬-호기심과 두려움 사이>(김인규)는 구불구불한 길과 각종 장식, 감각을 혼란스럽게 하면서도 햇빛에 반짝이는 둥그스름한 벽들이 기운을 북돋는 설치작품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중증발달장애인과 가족 혹은 동반자 사이에 잠시라도 물리적인 거리를 둘 것을 제안한다. 제한된 영역에서의 확장된 감각을 실험하는 것을 통해 두려움을 넘어선 호기심을 충족하는 자기만의 시간은 누구에게라도 유용할 것이다.

김준서는 <탁구공 폭포>를 통해 예측 불가능한 탁구대를 만들어냈다. 공중으로 치솟아 오른 탁구공들이 탑 모양으로 겹겹이 쌓인 원형의 나무판 위로 떨어진다. 그런데 익숙한 궤적을 그리며 튀어 오를 거란 기대를 탁구공은 단호하게 거부한다. 삶이란 익숙하게 통제되는 시간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과정이란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그것은 부정형으로 사방 아무 곳으로나 튀어 나간다. 이 뜻밖의 예측 불가능성은 작품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감각을 두들기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진동클럽(Club Vibration)>(오도함)을 보며 20여 년 전 봤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비욘드 사일런스>라는 영화에서 청각장애 아동들이 음악교육을 받는 장면이었다. ‘아니, 청각장애 아이들이 무슨 음악을 배운다는 거지’라며 내심 생각했던 그 날, 나는 스스로의 무지와 몰이해에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려 음의 파동을 느끼고 있었다. 영화 속 장면처럼 작품에 누워, 혹은 엎드려 진동을 경험하니 ‘몸으로 느끼는 소리’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된 기분이었다.

<클라우드(Cloud)>(윤하민)는 형형색색의 풍선을 한데 모아 구름처럼 띄우는 것을 통해 각자가 가진 편견과 제약을 잠시나마 공중에 띄우는 방식을 제안한다. <함께 해요. 쌓기놀이!>(이룹빠)는 종이상자들을 쌓는 단순한 행위가 순식간에 형태를 갖추는 것을 통해 장애·비장애를 넘어선 상상력 놀이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연영석, 윤숭, 신강수, 양양, 황현성(노브레인), 유기농맥주, DJ진저팝(에코앤더머신) 등이 참여한 이음센터 야외무대 공연에서는 김홍남, 최황순 두 수화 통역사의 활약이 돋보였다. 수화통역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장르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발군의 표현력이었다.

행사 전반을 둘러보며 『마서즈 비니어드 섬 사람들은 수화로 말한다』(노라 엘렌 그로스)라는 책이 생각났다. 섬이라는 특수한 조건으로 인해 유전적 요인으로 청각장애인이 많이 태어났으나 섬 사람 모두가 수화를 배우고 제2언어로 사용해 농인들이 섬에서 생활하는 데 이물감이 없었다는 그 섬. 농인들은 물론이고 청인들도 그들을 장애인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장애에 대한 이해를 넘어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이 없는 세상을 우리는 언제쯤 만나게 될까. ‘배리어프리 플레이그라운드’와 같은 작은 마중물의 실험과 시도들이 만발하기를 기대한다.

(왼쪽부터)전시 전경, 공연(양양)

(왼쪽부터)시민참여 프로그램 <발달 미로 캐슬-호기심과 두려움 사이>, <탁구공 폭포>, <진동클럽(Club Vibration)>

배리어프리 플레이그라운드(BarrierFree Playground)

2019.10.15.(화)~10.25.(금),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센터 2층, 마로니에 공원

사회 장벽을 제거하는 ‘배리어프리’로 장애문화예술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축제다. 축제는 장애인의 정체성을 주제로 제3의 감각을 만나는 전시와 배리어프리 놀이기구 체험, 워크숍 등으로 진행된다. ‘장애와 비장애’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장벽을 넘어 예술적 상상으로 그 경계를 넘어보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전시였다.

안태호

협동조합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연수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 웹진 예술경영 편집장. 민예총 활동가를 시작으로 웹진 [컬처뉴스] 편집장, 부천문화재단, 제주문화예술재단 팀장 등을 거쳤다. 함께 쓴 책으로 『나의 아름다운 철공소』 『노년예술수업』 등이 있다. 스무 살 무렵 빼어난 재능들에 주눅 들어 창작에서 도망친 후, 예술 동네 근처에서 얼쩡거리며 문화정책과 기획 관련 일을 해왔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문화 소비자가 꿈이며, 여전히 만화를 보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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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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