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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앨리스 폭스, 영국 브라이튼대학교 예술대학 부학장

이슈 목소리를 존중하고 존재를 확인하는

  • 백령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연구위원
  • 등록일 2019-01-30
  • 조회수718

이슈

인터뷰 – 앨리스 폭스, 영국 브라이튼대학교 예술대학 부학장

목소리를 존중하고 존재를 확인하는

백령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앨리스 폭스(Alice Fox)는 브라이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고, 8년 전 ‘포용적 예술(inclusive arts)’을 전공으로 하는 석사학위 과정을 개설해 현재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이 분야를 전공으로 하는 석사학위 과정은 세계적으로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스 교수는 장애를 지닌 예술가들의 교육과 협업을 주된 임무로 하는 ‘로켓 아티스트 스튜디오(Rocket Artists Studios)’의 디렉터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해외 장애 예술 전문가 초청 강연 및 워크숍 : 포용적 예술 활동’을 위해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을 방문한 폭스 교수를 만나 ‘포용적 예술’에 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1989년 대학 졸업 이후 장애를 가진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장애 예술가도 비장애 예술가와 동일한 예술적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두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고, 테이트모던(Tate Modern)이나 내셔널갤러리(National Gallery),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의 지속적 지원과 후원을 받고 있다. 지난 15년간 ‘로켓 아티스트 스튜디오’(이하 ‘로켓 아티스트’)를 직접 운영해 오면서 장애가 있는 예술가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중한 우정을 쌓아왔다. 고립되고 분리된 사람들과 같이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보람된 활동이다.

저술한 책 『포용적 예술 활동 및 연구 : 비판적 선언』에서 페미니스트 운동이 본인의 활동에 어떤 계기가 되었다고 언급했는데 부연 설명을 부탁한다.

10대 때 ‘마린걸스’라는 음악 밴드 멤버로 참여했었다. 그때가 70년대 초반이었는데 당시에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밴드를 결성하는 것 자체가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 시절에 나는 페미니스트 운동이나 여권신장, 남녀평등과 같은 문제들에 관심이 있었고 여성단체와 같이 일을 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학습장애를 가지고 있는 예술가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30년이 흘렀고 한나 맥퍼슨(Hannah Macpherson) 박사와 공동으로 저술하면서 ‘포용적 예술’의 정의, 방법론이나 철학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페미니스트 운동이 ‘포용적 예술’의 어떤 베이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활동을 학교가 아닌 민간단체에서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한 특수학교에서 예술 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이 학교가 학생들을 강제적으로 통제하면서 수업하는 방식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학습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시민운동단체인 캐러셀(Carousel)에서 2년간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상 인권 활동 중심이어서 예술은 빠져 있었고, 예술가로서 예술과 연결된 활동을 하고 싶었다.

교육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사회운동으로 접근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포용적 예술’이라는 석사 과정을 개설할 때 우선 우리의 포지션이 어떻게 될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정의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다음에 이 과정을 어디에 개설할지 결정하기 위해 세 가지 옵션을 생각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예술학교(Art School), 두 번째는 사회교육이나 직업교육, 재활이나 치료의 일환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세 번째는 교육의 한 과정이었다. 어떤 정치적 이유로 또는 보건, 복지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싶지는 않았다.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건, 복지, 치료의 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남은 옵션은 교육과 예술이었고, 예술이 좀 더 포용적이고 차이에 대해서 열린 자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좀 더 급진적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예술은 뭔가를 망가트리는 것, 현재의 이 상황을 깨는 것이라는 점을 좋아했던 것 같다. 물론 교육에서도 이런 부분이 중요하지만 우리는 예술을 선택했다.

국가나 문화마다 장애, 장애 예술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가 다르고, 지금 한국은 엄청난 변화의 과정에 있다. 우리는 복지가 제일 먼저 장애와 관계 맺기 시작했기 때문에 복지에서 문화적 접근으로 가는 과도기적인 입장에 있다. 어제 강연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복지와 문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영국에서는 문화 분야에서 성공적인 예술가들은 사회적으로 큰 존경을 받는다. 하지만 복지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은 그렇게 큰 존경을 받지는 못한다. 한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가?

복지가 예술과 관계되어 있을 때는 항상 쟁점을 불러일으킨다. 장애 예술가에 관해 얘기할 때 그런 점들이 더 극대화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에게는 지금이 과도기이면서 동시에 혼란기인 것 같다. 역사를 가지고 이행됐으면 자연스러웠을 수 있는데 너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또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데서 오는 문제일 수도 있다.

결국에는 돈이 있는 곳을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자본이 항상 중요한 현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켓 아티스트에서도 마찬가지다. 로켓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사회복지 분야보다는 문화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을 더 선호하고 앞으로도 문화 분야에서 활동할 것이다.

성공한 예술가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나? 일반적으로 성공한 예술가는 작품이 팔리는 사람이다. ‘포용적 예술’에서도 그렇게 보는지.

그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문제이고 주관적인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는 ‘성공한’ 포용적 예술가라면 그의 작품을 보고 정말 즉각적으로 가슴이 쿵 할 정도의 감동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보고 감정의 동요를 느끼고 감동을 받고 어떤 인간애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을 때 성공한 포용적 예술가가 아닌가 생각한다.

책 제목에 ‘비판적(A Critical)’이란 말을 쓴 이유가 무엇인가?

제목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책을 준비하면서 모두를 위한 내용을 담고 싶었고 포용에 관한 철학을 책 전체에 반영하고 싶었다. 어떤 챕터는 학계의 요구 수준을 고려했고 각 챕터 끝에 요약 내용을 추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220개 정도의 이미지를 게재했다. 모두를 위한 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출판사를 설득하는 데만 거의 1년이 걸렸다. 예술운동, 예술 관련 운동은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선언문(manifesto)을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이것이 구심점이 된다. 사람들이 모여서 ‘이것이 우리가 하려는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어떠한 전통을 따르기보다는 새로운 운동을 하기 위해서 선언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하지만 예술 쪽에서 선언문이라고 하면 전통적으로, 한국으로 말하면 운동권같이, 과격하게 접근하는 측면이 많다. 그래서 앞에 ‘비판적(critical)’이라는 문구를 추가한 것이다. 독자들에게 우리가 최대한 많은 것을 고려하여 비판적인 관점에서 선언문에 접근했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 사우스뱅크센터(Southbank Centre)에서 워크숍을 개최한 적이 있는데 이때 각국에서 ‘포용적 예술’에 관련된 사람들이 150명 정도 참석했다. 그때 참가자들과 함께 이 선언문을 만들었다.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사회적으로 어려운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는 것, 그게 나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일반적인 관점과는 차이가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 항상 답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는 질문을 던지고, 질문을 받은 사람들이 스스로 답을 찾기를 원하는 것이다.

‘포용적 예술’은 특정한 미학적 가치를 추구하나?

장애 예술가들이 스스로 어떤 미학적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그들이 예술적으로 진정한 자기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거다. 이러이러한 미학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어떤 때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워크숍의 결과물이 거의 다 비슷한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상당히 실망한다. 각각의 개인적 목소리가, 개인적 생각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비슷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를 서로 존중해주고 그 안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그런 과정들을 포용적 예술이 지향한다고 생각해도 되는지?

그렇다.

책에 여러 가지 이미지가 있는데, 그중 참여, 개입 등 여러 요소를 나열해 놓은 나무 그림이 눈에 띄었다.

참여적 예술의 여러 요소가 들어 있다. 일부는 의미가 비슷한 것도 있고 좀 다른 것도 있는데 사실상 모두가 포용적 예술과 관계있는 것들이다. 포용적 예술에서 문제점 중 하나는 사용하는 용어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참여적 예술과 포용적 예술은 상당히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책을 집필할 때 참여적 예술이라는 말을 쓸지, 포용적 예술이라는 말을 쓸지 고민되는 부분이 많았다. 나는 포용적 예술이라는 말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포용적 예술이 좀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포용적 예술을 얘기할 때 항상 수반되는 문제가 ‘배제’이다. 포용을 얘기할 때는 다른 한편으로는 항상 배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포용적 예술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배제라는 말도 사용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

『포용적 예술 활동 및 연구 : 비판적 선언』, 2015, 앨리스 폭스, 한나 맥퍼슨 공저
그림 디자인. 캘빈 벅크(Kelvin Burke, 학습장애 로켓 아티스트 멤버)
텍스트 디자인. 조 오퍼(Jo Offer, 디자이너, 로켓 아티스트 매니저)

지금 한국의 상황 속에서 예술가들이 다양한 사회 참여 활동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사회운동으로써의 예술 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 예술에 기반한 사회활동을 하고자 하는 예술가에게 필요한 태도나 역할, 가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어떤 문제를 발견하게 되면 항상 마음에 경계를 갖기 마련이다.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한계를 최대한 없애는 시도를 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기존의 사회구조, 기존의 권력 집단과 권위 계층에 항상 도전할 것을 권한다. 그래서 누가 결정을 내리는지, 이러한 결정이 왜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이러한 결정이 모두를 위한 결정인지 항상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 흑인 민권운동의 경우 처음에 흑인은 사회에서 완전히 분리, 고립되어 있었다. 이들이 사회 속으로 들어와서 포용 되고 포함된 다음에 지금은 흑인 대통령도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 페미니스트 운동도 마찬가지다. 여성이 분리되어 여성만 있어야 하는 공간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통합이 되고 여권신장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동성애자 해방운동도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 이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 이들이 계속해서 시도했고 지금은 스스로에 대해서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운동의 공통점은 계속해서 경계를 허물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 예술 운동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들이 지역사회 안으로 들어와서 계속해서 뭔가 사회적으로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술가들은, 음악가가 될 수도 있고, 연극영화 교수가 될 수도 있을 텐데, 이러한 분들이 계속해서 이런 사회적인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깨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처음에 질문했어야 했는데, 로켓 아티스트 스튜디오와 로켓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소개해달라. 포용적 예술과 로켓 아티스트는 분리해서 얘기할 수 없지 않나.

로켓 아티스트들의 활동은 일반 예술가들의 활동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작품을 만들고 판매도 하고 전시회, 워크숍, 퍼포먼스도 한다.

‘로켓’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된 건가?

과거에 3년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다. 우리의 사회적 상황과 여건 속에서 대부분의 장애 예술가, 장애 학생이 정규 교육을 받기 힘든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로 이 교육 과정을 끝내면서 수료자들과 공동 활동을 하고 수익도 올리는 일을 계획하게 되었다. 당시 참여자 중에 매일 로켓을 그리던 앤드루라는 학생이 ‘로켓 아티스트’라는 이름을 제안했다.

한국의 장애 예술가들, 비장애 예술가로서 장애를 가진 이들과 만나길 희망하는 사람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달라.

우선 장애 예술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여러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애 예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없다면 문화적으로 큰 손실일 것이다. 그래서 장애 예술가 여러분의 삶과 스토리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주기를 바란다. 비장애 예술가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여러분이 장애 예술가들과 공동작업, 협업을 하게 되면 수많은 영감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장애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여러분이 가진 기량과 지식을 공유해주기를 바란다.

‘해외 장애 예술 전문가 워크숍 : 포용적 예술 활동’

앨리스 폭스(Alice Fox)

브라이튼대학교 예술인문대학에서 수석강사이자 부학장으로 포용적 예술 활동 및 교육을 연구하고 있다. 포용적 예술 활동 미술석사 설립자이자 리더이며, 로켓 아티스트 스튜디오 디렉터를 맡고 있다. 로켓 아티스트 스튜디오는 2013년 사우스뱅크센터와 파트너십을 맺고 ‘Side by Side’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포용적 퍼포먼스 (2008, 테이트모던) 공동감독 및 퍼포머로 참여했으며, 《신체 치수(Measures of Bodies)》(2010, 브뤼셀의학박물관) 퍼포먼스 및 전시를 선보였다. 2015년 『포용적 예술 활동 및 연구 : 비판적 선언(Inclusive Arts Practice and Research: A Critical Manifesto)』(공저)을 출간했다.
로켓 아티스트 홈페이지 바로가기(링크)

백령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에서 문화예술교육, 박물관 등의 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2002년 이후부터 경희대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 정책 및 박물관 교육 강의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통합예술교육이란 무엇인가』(2015) 『문화예술교육의 지평을 열며』(2013, 역) 『멀티미디어 시대의 박물관 교육』(2006) 『예술교육의 놀라운 효과』(2005) 등이 있다.
youngbaik65@gmail.com

사진. 이재범(POV스튜디오)

2019년 1월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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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 앨리스 폭스, 영국 브라이튼대학교 예술대학 부학장

목소리를 존중하고 존재를 확인하는

백령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앨리스 폭스(Alice Fox)는 브라이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고, 8년 전 ‘포용적 예술(inclusive arts)’을 전공으로 하는 석사학위 과정을 개설해 현재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이 분야를 전공으로 하는 석사학위 과정은 세계적으로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스 교수는 장애를 지닌 예술가들의 교육과 협업을 주된 임무로 하는 ‘로켓 아티스트 스튜디오(Rocket Artists Studios)’의 디렉터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해외 장애 예술 전문가 초청 강연 및 워크숍 : 포용적 예술 활동’을 위해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을 방문한 폭스 교수를 만나 ‘포용적 예술’에 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1989년 대학 졸업 이후 장애를 가진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장애 예술가도 비장애 예술가와 동일한 예술적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두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고, 테이트모던(Tate Modern)이나 내셔널갤러리(National Gallery),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의 지속적 지원과 후원을 받고 있다. 지난 15년간 ‘로켓 아티스트 스튜디오’(이하 ‘로켓 아티스트’)를 직접 운영해 오면서 장애가 있는 예술가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중한 우정을 쌓아왔다. 고립되고 분리된 사람들과 같이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보람된 활동이다.

저술한 책 『포용적 예술 활동 및 연구 : 비판적 선언』에서 페미니스트 운동이 본인의 활동에 어떤 계기가 되었다고 언급했는데 부연 설명을 부탁한다.

10대 때 ‘마린걸스’라는 음악 밴드 멤버로 참여했었다. 그때가 70년대 초반이었는데 당시에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밴드를 결성하는 것 자체가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 시절에 나는 페미니스트 운동이나 여권신장, 남녀평등과 같은 문제들에 관심이 있었고 여성단체와 같이 일을 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학습장애를 가지고 있는 예술가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30년이 흘렀고 한나 맥퍼슨(Hannah Macpherson) 박사와 공동으로 저술하면서 ‘포용적 예술’의 정의, 방법론이나 철학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페미니스트 운동이 ‘포용적 예술’의 어떤 베이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활동을 학교가 아닌 민간단체에서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한 특수학교에서 예술 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이 학교가 학생들을 강제적으로 통제하면서 수업하는 방식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학습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시민운동단체인 캐러셀(Carousel)에서 2년간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상 인권 활동 중심이어서 예술은 빠져 있었고, 예술가로서 예술과 연결된 활동을 하고 싶었다.

교육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사회운동으로 접근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포용적 예술’이라는 석사 과정을 개설할 때 우선 우리의 포지션이 어떻게 될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정의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다음에 이 과정을 어디에 개설할지 결정하기 위해 세 가지 옵션을 생각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예술학교(Art School), 두 번째는 사회교육이나 직업교육, 재활이나 치료의 일환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세 번째는 교육의 한 과정이었다. 어떤 정치적 이유로 또는 보건, 복지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싶지는 않았다.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건, 복지, 치료의 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남은 옵션은 교육과 예술이었고, 예술이 좀 더 포용적이고 차이에 대해서 열린 자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좀 더 급진적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예술은 뭔가를 망가트리는 것, 현재의 이 상황을 깨는 것이라는 점을 좋아했던 것 같다. 물론 교육에서도 이런 부분이 중요하지만 우리는 예술을 선택했다.

국가나 문화마다 장애, 장애 예술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가 다르고, 지금 한국은 엄청난 변화의 과정에 있다. 우리는 복지가 제일 먼저 장애와 관계 맺기 시작했기 때문에 복지에서 문화적 접근으로 가는 과도기적인 입장에 있다. 어제 강연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복지와 문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영국에서는 문화 분야에서 성공적인 예술가들은 사회적으로 큰 존경을 받는다. 하지만 복지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은 그렇게 큰 존경을 받지는 못한다. 한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가?

복지가 예술과 관계되어 있을 때는 항상 쟁점을 불러일으킨다. 장애 예술가에 관해 얘기할 때 그런 점들이 더 극대화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에게는 지금이 과도기이면서 동시에 혼란기인 것 같다. 역사를 가지고 이행됐으면 자연스러웠을 수 있는데 너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또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데서 오는 문제일 수도 있다.

결국에는 돈이 있는 곳을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자본이 항상 중요한 현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켓 아티스트에서도 마찬가지다. 로켓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사회복지 분야보다는 문화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을 더 선호하고 앞으로도 문화 분야에서 활동할 것이다.

성공한 예술가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나? 일반적으로 성공한 예술가는 작품이 팔리는 사람이다. ‘포용적 예술’에서도 그렇게 보는지.

그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문제이고 주관적인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는 ‘성공한’ 포용적 예술가라면 그의 작품을 보고 정말 즉각적으로 가슴이 쿵 할 정도의 감동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보고 감정의 동요를 느끼고 감동을 받고 어떤 인간애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을 때 성공한 포용적 예술가가 아닌가 생각한다.

책 제목에 ‘비판적(A Critical)’이란 말을 쓴 이유가 무엇인가?

제목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책을 준비하면서 모두를 위한 내용을 담고 싶었고 포용에 관한 철학을 책 전체에 반영하고 싶었다. 어떤 챕터는 학계의 요구 수준을 고려했고 각 챕터 끝에 요약 내용을 추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220개 정도의 이미지를 게재했다. 모두를 위한 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출판사를 설득하는 데만 거의 1년이 걸렸다. 예술운동, 예술 관련 운동은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선언문(manifesto)을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이것이 구심점이 된다. 사람들이 모여서 ‘이것이 우리가 하려는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어떠한 전통을 따르기보다는 새로운 운동을 하기 위해서 선언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하지만 예술 쪽에서 선언문이라고 하면 전통적으로, 한국으로 말하면 운동권같이, 과격하게 접근하는 측면이 많다. 그래서 앞에 ‘비판적(critical)’이라는 문구를 추가한 것이다. 독자들에게 우리가 최대한 많은 것을 고려하여 비판적인 관점에서 선언문에 접근했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 사우스뱅크센터(Southbank Centre)에서 워크숍을 개최한 적이 있는데 이때 각국에서 ‘포용적 예술’에 관련된 사람들이 150명 정도 참석했다. 그때 참가자들과 함께 이 선언문을 만들었다.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사회적으로 어려운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는 것, 그게 나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일반적인 관점과는 차이가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 항상 답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는 질문을 던지고, 질문을 받은 사람들이 스스로 답을 찾기를 원하는 것이다.

‘포용적 예술’은 특정한 미학적 가치를 추구하나?

장애 예술가들이 스스로 어떤 미학적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그들이 예술적으로 진정한 자기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거다. 이러이러한 미학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어떤 때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워크숍의 결과물이 거의 다 비슷한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상당히 실망한다. 각각의 개인적 목소리가, 개인적 생각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비슷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를 서로 존중해주고 그 안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그런 과정들을 포용적 예술이 지향한다고 생각해도 되는지?

그렇다.

책에 여러 가지 이미지가 있는데, 그중 참여, 개입 등 여러 요소를 나열해 놓은 나무 그림이 눈에 띄었다.

참여적 예술의 여러 요소가 들어 있다. 일부는 의미가 비슷한 것도 있고 좀 다른 것도 있는데 사실상 모두가 포용적 예술과 관계있는 것들이다. 포용적 예술에서 문제점 중 하나는 사용하는 용어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참여적 예술과 포용적 예술은 상당히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책을 집필할 때 참여적 예술이라는 말을 쓸지, 포용적 예술이라는 말을 쓸지 고민되는 부분이 많았다. 나는 포용적 예술이라는 말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포용적 예술이 좀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포용적 예술을 얘기할 때 항상 수반되는 문제가 ‘배제’이다. 포용을 얘기할 때는 다른 한편으로는 항상 배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포용적 예술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배제라는 말도 사용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

『포용적 예술 활동 및 연구 : 비판적 선언』, 2015, 앨리스 폭스, 한나 맥퍼슨 공저
그림 디자인. 캘빈 벅크(Kelvin Burke, 학습장애 로켓 아티스트 멤버)
텍스트 디자인. 조 오퍼(Jo Offer, 디자이너, 로켓 아티스트 매니저)

지금 한국의 상황 속에서 예술가들이 다양한 사회 참여 활동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사회운동으로써의 예술 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 예술에 기반한 사회활동을 하고자 하는 예술가에게 필요한 태도나 역할, 가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어떤 문제를 발견하게 되면 항상 마음에 경계를 갖기 마련이다.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한계를 최대한 없애는 시도를 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기존의 사회구조, 기존의 권력 집단과 권위 계층에 항상 도전할 것을 권한다. 그래서 누가 결정을 내리는지, 이러한 결정이 왜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이러한 결정이 모두를 위한 결정인지 항상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 흑인 민권운동의 경우 처음에 흑인은 사회에서 완전히 분리, 고립되어 있었다. 이들이 사회 속으로 들어와서 포용 되고 포함된 다음에 지금은 흑인 대통령도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 페미니스트 운동도 마찬가지다. 여성이 분리되어 여성만 있어야 하는 공간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통합이 되고 여권신장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동성애자 해방운동도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 이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 이들이 계속해서 시도했고 지금은 스스로에 대해서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운동의 공통점은 계속해서 경계를 허물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 예술 운동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들이 지역사회 안으로 들어와서 계속해서 뭔가 사회적으로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술가들은, 음악가가 될 수도 있고, 연극영화 교수가 될 수도 있을 텐데, 이러한 분들이 계속해서 이런 사회적인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깨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처음에 질문했어야 했는데, 로켓 아티스트 스튜디오와 로켓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소개해달라. 포용적 예술과 로켓 아티스트는 분리해서 얘기할 수 없지 않나.

로켓 아티스트들의 활동은 일반 예술가들의 활동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작품을 만들고 판매도 하고 전시회, 워크숍, 퍼포먼스도 한다.

‘로켓’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된 건가?

과거에 3년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다. 우리의 사회적 상황과 여건 속에서 대부분의 장애 예술가, 장애 학생이 정규 교육을 받기 힘든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로 이 교육 과정을 끝내면서 수료자들과 공동 활동을 하고 수익도 올리는 일을 계획하게 되었다. 당시 참여자 중에 매일 로켓을 그리던 앤드루라는 학생이 ‘로켓 아티스트’라는 이름을 제안했다.

한국의 장애 예술가들, 비장애 예술가로서 장애를 가진 이들과 만나길 희망하는 사람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달라.

우선 장애 예술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여러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애 예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없다면 문화적으로 큰 손실일 것이다. 그래서 장애 예술가 여러분의 삶과 스토리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주기를 바란다. 비장애 예술가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여러분이 장애 예술가들과 공동작업, 협업을 하게 되면 수많은 영감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장애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여러분이 가진 기량과 지식을 공유해주기를 바란다.

‘해외 장애 예술 전문가 워크숍 : 포용적 예술 활동’

앨리스 폭스(Alice Fox)

브라이튼대학교 예술인문대학에서 수석강사이자 부학장으로 포용적 예술 활동 및 교육을 연구하고 있다. 포용적 예술 활동 미술석사 설립자이자 리더이며, 로켓 아티스트 스튜디오 디렉터를 맡고 있다. 로켓 아티스트 스튜디오는 2013년 사우스뱅크센터와 파트너십을 맺고 ‘Side by Side’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포용적 퍼포먼스 (2008, 테이트모던) 공동감독 및 퍼포머로 참여했으며, 《신체 치수(Measures of Bodies)》(2010, 브뤼셀의학박물관) 퍼포먼스 및 전시를 선보였다. 2015년 『포용적 예술 활동 및 연구 : 비판적 선언(Inclusive Arts Practice and Research: A Critical Manifesto)』(공저)을 출간했다.
로켓 아티스트 홈페이지 바로가기(링크)

백령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에서 문화예술교육, 박물관 등의 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2002년 이후부터 경희대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 정책 및 박물관 교육 강의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통합예술교육이란 무엇인가』(2015) 『문화예술교육의 지평을 열며』(2013, 역) 『멀티미디어 시대의 박물관 교육』(2006) 『예술교육의 놀라운 효과』(2005) 등이 있다.
youngbaik65@gmail.com

사진. 이재범(POV스튜디오)

2019년 1월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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