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웹진 이음

[좌담] 장애인 예술 축제의 현재와 미래

이슈 극복과 공감을 넘어 포용의 축제로

  • 김용우, 독고정은, 이영숙, 최석규, 오세형 
  • 등록일 2018-11-28
  • 조회수635

이슈

[좌담] 2019 우리가 만난 장애 예술의 빛나는 순간

제3의 영역을 ‘발견’하고 당사자성을 ‘발현’하기

김월식, 송현민, 안경모, 허명진

개요

  • 일시2018년 9월 20일(목) 오후 2시

  • 장소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회의실

  • 참석자
    김용우 케이-휠 댄스 프로젝트 대표, 독고정은 페스티벌 나다 총감독,
    이영숙 극단 올리브와찐콩 대표, 최석규 아시아나우 프로듀서

  • 사회
    오세형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사업운영팀장

오세형난 9월 영국에서 열린 ‘언리미티드 페스티벌(Festival Unlimited)’에 다녀왔는데 매회 축제 규모가 커지고 국제적으로 문화다양성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장애인 예술 축제는 많은데, 행사 성격의 축제냐 창작 콘텐츠를 발표하는 축제냐 하는 차이가 있다. 더욱이 장애인이 창작의 주체가 되어서 참여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장으로서 축제를 만드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현재 현황을 떠나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장애인 예술 축제가 화제성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하 장문원)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생각이 많아졌다. 오늘 좌담에서 우리의 장애인 예술 축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의미 있는 말씀 부탁드린다.

최석규는 장애 예술 관련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춘천마임축제 부예술감독으로 재직할 때, 예술가와 관객개발 프로그램 기획사업 중으로 하나로 청각장애인 학생의 예술체험 프로그램을 4년간 기획한 경험이 있다. 청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매주 마임 워크숍과 워크숍의 결과물인 15분 이내의 창작 작품을 축제에서 선보였던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지난 2년 반 동안 영국문화원이 주관한 ‘한-영 상호교류의해’ 예술감독으로 양국의 문화예술교류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창의적 미래’라는 슬로건 아래 다섯 가지의 주제적 접근, 예술과 도시, 예술의 다양성과 통합성(Diversity and Inclusion) 등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주제가 ‘장애와 예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 장문원과 잠실창작스튜디오 두 기관과 영국의 언리미티드 페스티벌, 다양한 민간영역의 영국 장애 예술단체, 잉글랜드 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 그리고 영국문화원의 장애와 예술 관련 주요 사업을 통해 한국과 영국의 연계 고리를 만들어 주는 일을 했다. 올 3월에는 다름의 미학을 보여줄 수 있는 축제로 한-영 공동 제작 프로그램 ‘페스티벌 아름다름: 아름다운 다름’(Beautiful Difference)을 기획했는데 이때 장문원과 전시 및 장애 예술인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을 공동 기획·진행했다. 개인적으로 장애 예술의 현재와 변화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었고, 장애 예술 창작에 있어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질문과 문제점을 찾는 시간이 되었다.

독고정은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나다’를 올해로 7년째 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이 라이브 공연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원에서 시작되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협업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서 장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축제를 계속하고 있다. 축제 보도자료를 낼 때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선도한다’고 하지만 사실 해를 거듭할수록 아쉬웠던 부분들이 조금씩 보강되어 어느 순간 조금 더 장애인의 접근성에 신경 쓰는 축제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답일 것 같다.

이영숙는 연극 연출을 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형식, 이슈를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09년 초등학교 장애/비장애 통합학급 아이들 사이에 편견과 갈등을 해소하고 비장애 아동이 장애가 있는 친구를 이해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을 의뢰받아서 처음 장애 예술 작업을 하게 되었다. 6개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10년째 진행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장애아동청소년 대상 연극예술교육도 병행하게 되었는데 7년 차 정도 되었을 때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축제를 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고, 장애아동청소년 연극축제 ‘포텐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많이 부족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예산과 인력 문제 등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이 있어 지속하지는 못하고 있다.

김용우는 휠체어 무용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2002년도에 우리나라에 휠체어 댄스 스포츠가 처음 도입되어 창단할 때부터 참여하고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2007년에 칸두코 댄스 컴퍼니의 공연을 보고 현대무용을 시작하게 되었다. 매년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안무가 초청도 하면서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를 하게 되었다. 현재는 ‘케이-휠 댄스 프로젝트(K-WHEEL DANCE PROJECT)’라는 무용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독고정은스티벌 나다의 모든 라이브공연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실시간 시각화 작업을 해서 대형스크린에 구현한다. 4년 전에는 오디션을 통해 ‘춤추는 수어 통역’을 모집했는데 그분들이 점점 레벨업이 되어 단순한 가사 전달을 넘어 거친 숨소리, 기타 솔로 등을 수어 통역한다. 그밖에도 진동 스피커나 우퍼조끼를 입고 진동을 통해서 청각장애인 관람을 보조하기도 한다. 시그니처 공연으로 모든 뮤지션이 한 곡은 암전 공연으로 진행한다. 시각이라는 감각이 제한된 상태에서 다른 감각을 집중하여 공연하고 또 감상하는 경험을 통해 우리 주변에 있는 시각 장애인의 삶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또한 축제에서 최신기술을 빨리 접목하려고 한다. 스마트 글라스를 통한 증강현실 자막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장애/비장애 예술인이 협업해 미디어아트나 유사 홀로그램을 통한 전시 등으로 전형적인 전시 형태를 탈피하기도 한다. 매년 장애인 문화예술과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심도 깊은 토론이 이루어지는 포럼을 개최한다. 페스티벌 나다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장애 공감 프로젝트’가 있다. 장애인의 삶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몸으로 체험했을 때 조금은 더 뼛속에 새겨지는 인식의 변화가 있다고 경험으로 생각한다. 매년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서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끌어가고 싶다. 장애는 감각의 부재, 상실 같은 부정적인 것이 아닌 감각의 ‘차이’, 즉 자신만의 감각의 전이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축제는

오세형해외 사례를 보면 콘텐츠의 독특성이나 고유성, 장애 예술의 특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축제로서의 방향을 지향하는 축제들이 나오고 있다. 독고정은 감독님이 말씀하신 유니버설디자인을 매개로 하는 것도 독특하고 주목받고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그렇다면 장애 예술의 특성과 이것을 드러내는 축제란 무엇일까? 이런 것들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어야 할까?

최석규큰 문제이고, 어려운 지점이다. 축제는 누가(정부, 단체, 개인), 왜, 그리고 어떤 목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문화 민주주의(Cultural Democracy)의 문화 향유의 기회 제공적 관점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21세기의 문화 민주주의 관점, 문화 생산의 주체가 되는 관점을 지향해야 한다. 장애 예술과 관련해서는 복지나 재활, 극복의 관점을 지나서 포용(inclusion)의 관점으로, 문화다양성과 사회통합성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 혹은 다름”에서 오는 어렵고 미묘한 지점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복지의 개념을 모두 버리자는 말은 아니다. 첫 번째는 관점의 변화가 전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장애인 예술에 포진하고 있는 대부분은 비장애 예술인이고 그들의 관점에서 장애인 예술을 바라본다. 장애 예술인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두 번째는 지금 시기에 장애 예술 축제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봐야 한다. 발표의 장이 필요한지 교류·소통의 장이 되는 축제가 필요한지, 아니면, 장애 예술 창작 개발을 위한 과정 중심의 축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장애 예술인 스스로 창작하는, 나의 관점으로 창작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고려이다. 동시대의 변화지점인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장애 예술과 어떤 융합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세 번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축제이다. 장애 예술로 따로 분리한 축제보다는 메인 스트림의 비장애 예술 축제와 공공 아트센터에서도 장애 예술 프로그램을 하는 축제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그리고 장애 예술을 동정적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작품으로서 바라보게 하는 수준의 작업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장애 예술의 미학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

오세형문화다양성이 우리에게는 구체화되지 못한 부분이 없지 않다. 여러 사례를 보면 장애 예술만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본인의 감수성과 경험을 표현해내고 독특한 자기만의 형식과 그릇에 담아내는 것이다. 예술가들의 예술적 노력과 함께 정책적 노력, 사회적 변화와 사회구성원의 변화를 담아내려는 장애/비장애인의 협업 등 영국의 변화도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잠재되어 있었지만 가시화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것이다. 장애냐 비장애냐 통합이냐 아니냐 하는 협의의 개념이 아닌, 지금까지의 소수자 예술과는 다른 차원의 논의를 다룰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이영숙연극에서 장애 예술인들의 표현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의 어려움을 내용적으로 드러내기를 원하거나 장애를 극복하며 하는 예술 작업이 작품에서 많이 드러난다. 물론 사회적 환경과 인식 등이 작용하겠지만 그것을 뛰어넘을 단계가 온 것 같다. ‘장애’를 예술적 관점에서 봤을 때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는, 굉장히 창의적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그래서 독특한 어떤 것을 창작해낼 수 있는 시발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사실 장애/비장애 예술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불편한 부분도 있다. 그냥 예술가이다. 오히려 장애 영역으로 분리해야 하는 지점은 그들을 어떻게 서포트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적장애인들과 움직임 작업을 했었는데 움직임의 테크닉을 가르치고 그대로 습득하는 방식이 아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일상의 몸짓과 움직임, 생각이 그대로 투영되었을 때 감동이 있었다. 그들의 일상과 삶이 그대로 무대화되고 그것 자체가 미학이 될 수 있는 창작과정에 대한 인식과 확장이 필요하다.

최석규장애 예술의 창작 방법론 개발과 축제는 별개의 부분이라고 본다. 현재 비장애인의 창작 메소드가 장애 예술 창작 메소드와 같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다르다면 창작과정에서 무엇이 더 고려 혹은 배려되어야 하는지, 같거나 혹은 다른 메소드 적용이 필요 없다면 왜 관객 개발은 여전히 어려운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영숙프로세스가 다르다는 것이다. 둘 다 관객을 만나야 하는 것이 전제이다. 관객이 미학성을 느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전제를 놓고 어떤 작품을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비장애인이 하는 창작과정과 형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순간에 내 삶과 연결되어서 감동과 변화를 일으키는 작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뇌병변 장애인과 작업을 했었는데, 일어나는 동작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어떤 테크니컬한 무용수의 움직임에서도 볼 수 없었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움직임이었다. 자신감이 느껴졌고 감동을 받았다. 그것을 어떻게 무대화할지. 그런 지점이 장애인 예술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석규사실 이 지점은 또 다른 중요한 주제이다. 동시대 장애 예술의 창작 방법에 대한 부분이다. 일본 장애 예술인의 작업 중 <걷는 내일>이라는 작품이 있다. 의족을 끼고 걸을 때의 움직임과 의족을 빼고 걸을 때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그라이아이(GRAEae)의 <설탕물의 견고한 삶(The Solid Life of Sugar Water)> 그리고 캐롤라인 보디치(Caroline Bowditch)의 <프리다와 사랑에 빠지다(Falling in Love with Frida)>를 보면 우리 장애 예술에서 다루지 않는 성(性) 혹은 섹스에 대한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의 성에 대한 자유로운 이야기를 관객과 공유하는 것이다. 장애 예술인이 얼마나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장애 예술의 창작 방법론과 미학의 제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사람, 돈, 시간… 무엇보다 경험의 축적

오세형발굴하고 찾고 다시 질문하는 과정과 장애인 예술의 다름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게 할 것인 하는 고민이 계속 필요하다. 페스티벌 나다에서는 관객성에 대한 심도 깊은 질문을 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시도했다.

독고정은축제는 결국 아티스트, 콘텐츠, 기획자, 관객,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집단예술이다. 페스티벌 나다를 처음 시작할 때 장애인과 장애인 지인만을 위한 축제로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장소도 편의성을 보면 복지관같이 장애인 접근성이 좋은 장소도 많다. 그런데 우리는 특히 메인 행사의 경우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토요일 오후 홍대 상상마당 앞을 고집한다. 거리에 장애인이 많이 보이고 그게 사회적으로 당연시 되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경우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에서 페스티벌 나다에 참가를 원하는 관객이 많다. 그래서 내년에는 서울 본 행사의 규모를 좀 줄여서라도 ‘찾아가는 페스티벌’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축제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또 하나, 만남, 교류, 발표 등 어떤 것이 주제가 되던 장애인 예술 축제에서 가장 빈곤한 부분은 전문가이다. 보통 기관이나 단체의 직원들이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기획자부터 현장 스태프까지 전문성이 부재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안전사고뿐만 아니라 창작물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대로 관객에게 전달하지 못하게 되는 경험이 많다. 공연환경에 대한 고찰이 더 이루어져야 한다.

이영숙비장애 예술인들이 장애인을 위한 공연을 제작하는 곳을 컨설팅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하드웨어적인 부분에 전문인력이 없이 진행되고 있다. 어떤 환경을 만들어 이분들을 초대하고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최석규작년에 아름다름 페스티벌을 하면서 장애 예술 관객 개발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물리적 접근성(Physical accessibility), 장애 예술인과 장애인 관객의 무대에 대한 접근성뿐만 아니라 무대 외적인 부분, 화장실, 하우스 편의 제공까지 모두가 해당된다. 더 중요한 것은 작품관람에 대한 미학적 접근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어 통역, 오디오 가이드북(Audio Description), 자막제공 등 장애인 관객이 공연을 다른 형식으로 체험, 관람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보다 먼저 장애 예술을 기획하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장애 예술 전문가의 계발이 있어야 하고, 그와 함께 전문지식(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또 실제로 장애 예술 프로젝트를 개발하는데 절대적인 것은 돈과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리적, 미학적 접근성을 만들려면 비장애 예술 프로젝트보다 두 배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것 같다. 시간의 문제는 장애 예술인이 작업하면서 에너지의 한계를 고려해 리허설 시간 등을 계획해야 한다. 그리고 차량, 숙박 시설 등이 장애 예술인의 편의 고려, 오디오 설명 제작 등 비장애 예술 기획에서 경험해보지 않은 많은 부분이 있었다. 장애 예술에 대한 언론 홍보와 및 대응도 마찬가지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대부분 언론의 관심은 어떻게 장애를 극복했는지, 왜 장애를 갖게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예술가의 예술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아닌 동정의 관점에서 보여주게 된다. 이러한 사고의, 인식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오세형축제의 전반적인 흐름이나 방향, 내용에 대해 파악하면서 접근성이 축제에 어떻게 녹아져 있는지, 장애인 콘텐츠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콘텐츠 운영에 대한 사회적 경험치가 많지 않은 문제 등 장애인 예술 축제는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장애인 연극, 무용 축제들이 있지만 많지 않고 작은 규모다. 이러한 여건에서 예술 콘텐츠 축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말씀 부탁드린다.

김용우전체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오늘 말씀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지원 방식의 문제이다. 창작과정에는 시간과 재원이 필요하다. 지원사업은 지원금을 받으면 잘하고 있는지, 잘했는지에 평가한다. 잘하기 위한 지원시스템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예를 들면, 축제나 공연 모두 노하우나 경험이 부족하다. 미국이나 유럽에 가보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인이나 예술에 대한 인식이 오래되었고 활동도 오래전부터 해왔다. 그런 것이 쌓여서 축제의 형식으로 발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실 그 역사가 짧다. 지원기관을 보면 기존의 비장애인들에게 했던 지원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좀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한다면, ‘장애’라는 특성을 이해한다면,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이것을 잘할 수 있도록 가이드가 필요하다. 해외 사례들이 경험을 통해서 지금의 시스템이 구축되었다면, 그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평가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최석규장애 예술인 리더십 개발이 필요하다. 장애 예술인 스스로 장애 예술계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만약 비장애 예술인이 리더로 작업한다면 장애 예술인과 전체적인 공동 창작 형태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 리더를 계발하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김용우창작이나 기획이든 운영이든 모두 분야가 그럴 것 같다. 기획자라고 해서 전체를 다 볼 수 있을까? 장애도 너무 많다. 그렇다면 그분들이 모두 다 케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이 모든 것에서 조금 떨어져서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그런 부분에 부족함을 느낀다.

독고정은사회적기업 지원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지원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 예산을 지원을 해주는 주체가 있고 그 외 사업 운영, 행정 등을 별도로 자문과 지원을 해주는 기관이 있었다. 서류 작업하면서 모르는 것부터 신청조건, 사전 서류검토 등을 함께 해주었다. 아마도 그런 기관이 하나 더 있으면 저조차도 너무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다.

경계를 허물고 마음껏 다양하게

오세형축제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창작, 지원기관의 개선 방향까지 이야기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축제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하며 마무리 지으면 좋겠다.

최석규축제가 많이 다양하게 존재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왜 하느냐 하는 축제의 고유성과 목적성이 분명해졌으면 좋겠다. 제가 만약 축제에서 다시 일하게 된다면, 지난 3년간의 경험을 통해 축제에서 다양한 관점의 장애 예술을 포용할 것 같다. 그래서 장애, 비장애 예술로 분리된 예술 축제가 아닌 기존의 축제에서 수어 통역이나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하는 노력을 할 것 같다. 무엇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는 현재에서 장애 예술을 동등한 사회적 위치로서 받아들이는 일반 대중들의 인식 변화를 만들고 싶다. 모든 축제에서 장애인 예술을 다양성의 측면에서 받아들이는 형태의 축제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장애인 예술과 관련된 축제를 만든다면 저는 레지던시나 랩(Lab)을 통해 과정이 보이는 축제, 장애 예술인들과 비장애 예술인들이 함께 만드는 작품이 중심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용우결과 중심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을 보여주는 축제도 물론 필요하다. 과정 중심의 축제,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런 팀들이 축제에 오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애 예술인 단체, 또는 개인이 장애인 축제만이 아닌 밖으로 나가는 노력과 도전이 필요한 것 같다. 이제는 밖에서 안으로 들어와서 만드는 것이 아닌 안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

이영숙저는 창의적인 축제였으면 좋겠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느낌이 드는 축제, 기획적, 제도적 마인드에 따른 진행방식이 아닌, 장애/비장애를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경계가 시작된다. 그런 것을 허물 수 있는 창의적인 축제였으면 좋겠다. 무언가 ‘다른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축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독고정은장애/비장애 상관없이, 축제라면 거기에 참가하는 모든 예술인이 정말 마음껏 펼쳐놓고 갔다고 느낄 수 있는, 관객은 집에 돌아갔을 때 예술적 경험이 잔상으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가장 좋은 축제라고 생각한다.

김용우장애인 무용 분야에는 전문적으로 공연을 하는 예술가를 키우는 것보다는 재활이나 레크레이션 위주가 많다. 그동안 좋은 안무가 좋은 무용수를 만나면서 그들의 예술적 소양과 세계관이 부러워졌다. 10년 정도 무용 작업을 했는데 휠체어 움직임조차 안무가가 주는 그대로 움직이고 있더라. 즉, 스스로의 생각과 창작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거다. 장애 예술인 중에는 어느 날 갑자기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예술을 접하고 예술가가 되기도 한다. 재능을 꽃피우고 특출하게 어느 수준 이상 올라올 수 있는 것은 극소수다. 어느 날 갑자기 무용수가 된 친구에게 안무가가 되라고 하는 것은 어렵고 버거운 일이다. 큰 틀에서 볼 때 장애인 무용에서 비장애인의 영역이 너무 크다. 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주어지고 받아들여서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장애인이 왜 예술, 예술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한 교육이나 정보를 주는 곳이 많지 않다. 그들에게 창작의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

오세형어떤 면에서 장애 예술은 미지의, 미완의 영역이어서 앞으로 꺼낼 이야기가 많다. 장애 예술 분야에 대한 인식도 사실은 명확하지 않았고, 관점이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도 부족했다. 그런 것이 만들어지는 시대가 되고, 발전하길 바란다.

정리. 프로젝트 궁리
사진. 장영주(디블리스코리아)

2018년 11월 (1호)

상세내용

이슈

[좌담] 2019 우리가 만난 장애 예술의 빛나는 순간

제3의 영역을 ‘발견’하고 당사자성을 ‘발현’하기

김월식, 송현민, 안경모, 허명진

개요

  • 일시2018년 9월 20일(목) 오후 2시

  • 장소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회의실

  • 참석자
    김용우 케이-휠 댄스 프로젝트 대표, 독고정은 페스티벌 나다 총감독,
    이영숙 극단 올리브와찐콩 대표, 최석규 아시아나우 프로듀서

  • 사회
    오세형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사업운영팀장

오세형난 9월 영국에서 열린 ‘언리미티드 페스티벌(Festival Unlimited)’에 다녀왔는데 매회 축제 규모가 커지고 국제적으로 문화다양성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장애인 예술 축제는 많은데, 행사 성격의 축제냐 창작 콘텐츠를 발표하는 축제냐 하는 차이가 있다. 더욱이 장애인이 창작의 주체가 되어서 참여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장으로서 축제를 만드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현재 현황을 떠나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장애인 예술 축제가 화제성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하 장문원)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생각이 많아졌다. 오늘 좌담에서 우리의 장애인 예술 축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의미 있는 말씀 부탁드린다.

최석규는 장애 예술 관련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춘천마임축제 부예술감독으로 재직할 때, 예술가와 관객개발 프로그램 기획사업 중으로 하나로 청각장애인 학생의 예술체험 프로그램을 4년간 기획한 경험이 있다. 청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매주 마임 워크숍과 워크숍의 결과물인 15분 이내의 창작 작품을 축제에서 선보였던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지난 2년 반 동안 영국문화원이 주관한 ‘한-영 상호교류의해’ 예술감독으로 양국의 문화예술교류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창의적 미래’라는 슬로건 아래 다섯 가지의 주제적 접근, 예술과 도시, 예술의 다양성과 통합성(Diversity and Inclusion) 등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주제가 ‘장애와 예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 장문원과 잠실창작스튜디오 두 기관과 영국의 언리미티드 페스티벌, 다양한 민간영역의 영국 장애 예술단체, 잉글랜드 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 그리고 영국문화원의 장애와 예술 관련 주요 사업을 통해 한국과 영국의 연계 고리를 만들어 주는 일을 했다. 올 3월에는 다름의 미학을 보여줄 수 있는 축제로 한-영 공동 제작 프로그램 ‘페스티벌 아름다름: 아름다운 다름’(Beautiful Difference)을 기획했는데 이때 장문원과 전시 및 장애 예술인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을 공동 기획·진행했다. 개인적으로 장애 예술의 현재와 변화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었고, 장애 예술 창작에 있어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질문과 문제점을 찾는 시간이 되었다.

독고정은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나다’를 올해로 7년째 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이 라이브 공연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원에서 시작되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협업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서 장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축제를 계속하고 있다. 축제 보도자료를 낼 때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선도한다’고 하지만 사실 해를 거듭할수록 아쉬웠던 부분들이 조금씩 보강되어 어느 순간 조금 더 장애인의 접근성에 신경 쓰는 축제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답일 것 같다.

이영숙는 연극 연출을 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형식, 이슈를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09년 초등학교 장애/비장애 통합학급 아이들 사이에 편견과 갈등을 해소하고 비장애 아동이 장애가 있는 친구를 이해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을 의뢰받아서 처음 장애 예술 작업을 하게 되었다. 6개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10년째 진행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장애아동청소년 대상 연극예술교육도 병행하게 되었는데 7년 차 정도 되었을 때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축제를 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고, 장애아동청소년 연극축제 ‘포텐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많이 부족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예산과 인력 문제 등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이 있어 지속하지는 못하고 있다.

김용우는 휠체어 무용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2002년도에 우리나라에 휠체어 댄스 스포츠가 처음 도입되어 창단할 때부터 참여하고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2007년에 칸두코 댄스 컴퍼니의 공연을 보고 현대무용을 시작하게 되었다. 매년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안무가 초청도 하면서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를 하게 되었다. 현재는 ‘케이-휠 댄스 프로젝트(K-WHEEL DANCE PROJECT)’라는 무용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독고정은스티벌 나다의 모든 라이브공연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실시간 시각화 작업을 해서 대형스크린에 구현한다. 4년 전에는 오디션을 통해 ‘춤추는 수어 통역’을 모집했는데 그분들이 점점 레벨업이 되어 단순한 가사 전달을 넘어 거친 숨소리, 기타 솔로 등을 수어 통역한다. 그밖에도 진동 스피커나 우퍼조끼를 입고 진동을 통해서 청각장애인 관람을 보조하기도 한다. 시그니처 공연으로 모든 뮤지션이 한 곡은 암전 공연으로 진행한다. 시각이라는 감각이 제한된 상태에서 다른 감각을 집중하여 공연하고 또 감상하는 경험을 통해 우리 주변에 있는 시각 장애인의 삶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또한 축제에서 최신기술을 빨리 접목하려고 한다. 스마트 글라스를 통한 증강현실 자막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장애/비장애 예술인이 협업해 미디어아트나 유사 홀로그램을 통한 전시 등으로 전형적인 전시 형태를 탈피하기도 한다. 매년 장애인 문화예술과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심도 깊은 토론이 이루어지는 포럼을 개최한다. 페스티벌 나다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장애 공감 프로젝트’가 있다. 장애인의 삶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몸으로 체험했을 때 조금은 더 뼛속에 새겨지는 인식의 변화가 있다고 경험으로 생각한다. 매년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서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끌어가고 싶다. 장애는 감각의 부재, 상실 같은 부정적인 것이 아닌 감각의 ‘차이’, 즉 자신만의 감각의 전이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축제는

오세형해외 사례를 보면 콘텐츠의 독특성이나 고유성, 장애 예술의 특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축제로서의 방향을 지향하는 축제들이 나오고 있다. 독고정은 감독님이 말씀하신 유니버설디자인을 매개로 하는 것도 독특하고 주목받고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그렇다면 장애 예술의 특성과 이것을 드러내는 축제란 무엇일까? 이런 것들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어야 할까?

최석규큰 문제이고, 어려운 지점이다. 축제는 누가(정부, 단체, 개인), 왜, 그리고 어떤 목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문화 민주주의(Cultural Democracy)의 문화 향유의 기회 제공적 관점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21세기의 문화 민주주의 관점, 문화 생산의 주체가 되는 관점을 지향해야 한다. 장애 예술과 관련해서는 복지나 재활, 극복의 관점을 지나서 포용(inclusion)의 관점으로, 문화다양성과 사회통합성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 혹은 다름”에서 오는 어렵고 미묘한 지점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복지의 개념을 모두 버리자는 말은 아니다. 첫 번째는 관점의 변화가 전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장애인 예술에 포진하고 있는 대부분은 비장애 예술인이고 그들의 관점에서 장애인 예술을 바라본다. 장애 예술인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두 번째는 지금 시기에 장애 예술 축제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봐야 한다. 발표의 장이 필요한지 교류·소통의 장이 되는 축제가 필요한지, 아니면, 장애 예술 창작 개발을 위한 과정 중심의 축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장애 예술인 스스로 창작하는, 나의 관점으로 창작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고려이다. 동시대의 변화지점인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장애 예술과 어떤 융합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세 번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축제이다. 장애 예술로 따로 분리한 축제보다는 메인 스트림의 비장애 예술 축제와 공공 아트센터에서도 장애 예술 프로그램을 하는 축제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그리고 장애 예술을 동정적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작품으로서 바라보게 하는 수준의 작업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장애 예술의 미학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

오세형문화다양성이 우리에게는 구체화되지 못한 부분이 없지 않다. 여러 사례를 보면 장애 예술만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본인의 감수성과 경험을 표현해내고 독특한 자기만의 형식과 그릇에 담아내는 것이다. 예술가들의 예술적 노력과 함께 정책적 노력, 사회적 변화와 사회구성원의 변화를 담아내려는 장애/비장애인의 협업 등 영국의 변화도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잠재되어 있었지만 가시화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것이다. 장애냐 비장애냐 통합이냐 아니냐 하는 협의의 개념이 아닌, 지금까지의 소수자 예술과는 다른 차원의 논의를 다룰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이영숙연극에서 장애 예술인들의 표현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의 어려움을 내용적으로 드러내기를 원하거나 장애를 극복하며 하는 예술 작업이 작품에서 많이 드러난다. 물론 사회적 환경과 인식 등이 작용하겠지만 그것을 뛰어넘을 단계가 온 것 같다. ‘장애’를 예술적 관점에서 봤을 때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는, 굉장히 창의적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그래서 독특한 어떤 것을 창작해낼 수 있는 시발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사실 장애/비장애 예술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불편한 부분도 있다. 그냥 예술가이다. 오히려 장애 영역으로 분리해야 하는 지점은 그들을 어떻게 서포트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적장애인들과 움직임 작업을 했었는데 움직임의 테크닉을 가르치고 그대로 습득하는 방식이 아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일상의 몸짓과 움직임, 생각이 그대로 투영되었을 때 감동이 있었다. 그들의 일상과 삶이 그대로 무대화되고 그것 자체가 미학이 될 수 있는 창작과정에 대한 인식과 확장이 필요하다.

최석규장애 예술의 창작 방법론 개발과 축제는 별개의 부분이라고 본다. 현재 비장애인의 창작 메소드가 장애 예술 창작 메소드와 같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다르다면 창작과정에서 무엇이 더 고려 혹은 배려되어야 하는지, 같거나 혹은 다른 메소드 적용이 필요 없다면 왜 관객 개발은 여전히 어려운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영숙프로세스가 다르다는 것이다. 둘 다 관객을 만나야 하는 것이 전제이다. 관객이 미학성을 느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전제를 놓고 어떤 작품을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비장애인이 하는 창작과정과 형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순간에 내 삶과 연결되어서 감동과 변화를 일으키는 작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뇌병변 장애인과 작업을 했었는데, 일어나는 동작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어떤 테크니컬한 무용수의 움직임에서도 볼 수 없었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움직임이었다. 자신감이 느껴졌고 감동을 받았다. 그것을 어떻게 무대화할지. 그런 지점이 장애인 예술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석규사실 이 지점은 또 다른 중요한 주제이다. 동시대 장애 예술의 창작 방법에 대한 부분이다. 일본 장애 예술인의 작업 중 <걷는 내일>이라는 작품이 있다. 의족을 끼고 걸을 때의 움직임과 의족을 빼고 걸을 때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그라이아이(GRAEae)의 <설탕물의 견고한 삶(The Solid Life of Sugar Water)> 그리고 캐롤라인 보디치(Caroline Bowditch)의 <프리다와 사랑에 빠지다(Falling in Love with Frida)>를 보면 우리 장애 예술에서 다루지 않는 성(性) 혹은 섹스에 대한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의 성에 대한 자유로운 이야기를 관객과 공유하는 것이다. 장애 예술인이 얼마나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장애 예술의 창작 방법론과 미학의 제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사람, 돈, 시간… 무엇보다 경험의 축적

오세형발굴하고 찾고 다시 질문하는 과정과 장애인 예술의 다름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게 할 것인 하는 고민이 계속 필요하다. 페스티벌 나다에서는 관객성에 대한 심도 깊은 질문을 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시도했다.

독고정은축제는 결국 아티스트, 콘텐츠, 기획자, 관객,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집단예술이다. 페스티벌 나다를 처음 시작할 때 장애인과 장애인 지인만을 위한 축제로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장소도 편의성을 보면 복지관같이 장애인 접근성이 좋은 장소도 많다. 그런데 우리는 특히 메인 행사의 경우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토요일 오후 홍대 상상마당 앞을 고집한다. 거리에 장애인이 많이 보이고 그게 사회적으로 당연시 되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경우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에서 페스티벌 나다에 참가를 원하는 관객이 많다. 그래서 내년에는 서울 본 행사의 규모를 좀 줄여서라도 ‘찾아가는 페스티벌’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축제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또 하나, 만남, 교류, 발표 등 어떤 것이 주제가 되던 장애인 예술 축제에서 가장 빈곤한 부분은 전문가이다. 보통 기관이나 단체의 직원들이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기획자부터 현장 스태프까지 전문성이 부재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안전사고뿐만 아니라 창작물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대로 관객에게 전달하지 못하게 되는 경험이 많다. 공연환경에 대한 고찰이 더 이루어져야 한다.

이영숙비장애 예술인들이 장애인을 위한 공연을 제작하는 곳을 컨설팅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하드웨어적인 부분에 전문인력이 없이 진행되고 있다. 어떤 환경을 만들어 이분들을 초대하고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최석규작년에 아름다름 페스티벌을 하면서 장애 예술 관객 개발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물리적 접근성(Physical accessibility), 장애 예술인과 장애인 관객의 무대에 대한 접근성뿐만 아니라 무대 외적인 부분, 화장실, 하우스 편의 제공까지 모두가 해당된다. 더 중요한 것은 작품관람에 대한 미학적 접근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어 통역, 오디오 가이드북(Audio Description), 자막제공 등 장애인 관객이 공연을 다른 형식으로 체험, 관람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보다 먼저 장애 예술을 기획하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장애 예술 전문가의 계발이 있어야 하고, 그와 함께 전문지식(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또 실제로 장애 예술 프로젝트를 개발하는데 절대적인 것은 돈과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리적, 미학적 접근성을 만들려면 비장애 예술 프로젝트보다 두 배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것 같다. 시간의 문제는 장애 예술인이 작업하면서 에너지의 한계를 고려해 리허설 시간 등을 계획해야 한다. 그리고 차량, 숙박 시설 등이 장애 예술인의 편의 고려, 오디오 설명 제작 등 비장애 예술 기획에서 경험해보지 않은 많은 부분이 있었다. 장애 예술에 대한 언론 홍보와 및 대응도 마찬가지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대부분 언론의 관심은 어떻게 장애를 극복했는지, 왜 장애를 갖게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예술가의 예술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아닌 동정의 관점에서 보여주게 된다. 이러한 사고의, 인식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오세형축제의 전반적인 흐름이나 방향, 내용에 대해 파악하면서 접근성이 축제에 어떻게 녹아져 있는지, 장애인 콘텐츠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콘텐츠 운영에 대한 사회적 경험치가 많지 않은 문제 등 장애인 예술 축제는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장애인 연극, 무용 축제들이 있지만 많지 않고 작은 규모다. 이러한 여건에서 예술 콘텐츠 축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말씀 부탁드린다.

김용우전체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오늘 말씀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지원 방식의 문제이다. 창작과정에는 시간과 재원이 필요하다. 지원사업은 지원금을 받으면 잘하고 있는지, 잘했는지에 평가한다. 잘하기 위한 지원시스템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예를 들면, 축제나 공연 모두 노하우나 경험이 부족하다. 미국이나 유럽에 가보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인이나 예술에 대한 인식이 오래되었고 활동도 오래전부터 해왔다. 그런 것이 쌓여서 축제의 형식으로 발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실 그 역사가 짧다. 지원기관을 보면 기존의 비장애인들에게 했던 지원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좀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한다면, ‘장애’라는 특성을 이해한다면,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이것을 잘할 수 있도록 가이드가 필요하다. 해외 사례들이 경험을 통해서 지금의 시스템이 구축되었다면, 그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평가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최석규장애 예술인 리더십 개발이 필요하다. 장애 예술인 스스로 장애 예술계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만약 비장애 예술인이 리더로 작업한다면 장애 예술인과 전체적인 공동 창작 형태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 리더를 계발하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김용우창작이나 기획이든 운영이든 모두 분야가 그럴 것 같다. 기획자라고 해서 전체를 다 볼 수 있을까? 장애도 너무 많다. 그렇다면 그분들이 모두 다 케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이 모든 것에서 조금 떨어져서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그런 부분에 부족함을 느낀다.

독고정은사회적기업 지원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지원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 예산을 지원을 해주는 주체가 있고 그 외 사업 운영, 행정 등을 별도로 자문과 지원을 해주는 기관이 있었다. 서류 작업하면서 모르는 것부터 신청조건, 사전 서류검토 등을 함께 해주었다. 아마도 그런 기관이 하나 더 있으면 저조차도 너무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다.

경계를 허물고 마음껏 다양하게

오세형축제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창작, 지원기관의 개선 방향까지 이야기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축제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하며 마무리 지으면 좋겠다.

최석규축제가 많이 다양하게 존재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왜 하느냐 하는 축제의 고유성과 목적성이 분명해졌으면 좋겠다. 제가 만약 축제에서 다시 일하게 된다면, 지난 3년간의 경험을 통해 축제에서 다양한 관점의 장애 예술을 포용할 것 같다. 그래서 장애, 비장애 예술로 분리된 예술 축제가 아닌 기존의 축제에서 수어 통역이나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하는 노력을 할 것 같다. 무엇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는 현재에서 장애 예술을 동등한 사회적 위치로서 받아들이는 일반 대중들의 인식 변화를 만들고 싶다. 모든 축제에서 장애인 예술을 다양성의 측면에서 받아들이는 형태의 축제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장애인 예술과 관련된 축제를 만든다면 저는 레지던시나 랩(Lab)을 통해 과정이 보이는 축제, 장애 예술인들과 비장애 예술인들이 함께 만드는 작품이 중심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용우결과 중심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을 보여주는 축제도 물론 필요하다. 과정 중심의 축제,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런 팀들이 축제에 오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애 예술인 단체, 또는 개인이 장애인 축제만이 아닌 밖으로 나가는 노력과 도전이 필요한 것 같다. 이제는 밖에서 안으로 들어와서 만드는 것이 아닌 안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

이영숙저는 창의적인 축제였으면 좋겠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느낌이 드는 축제, 기획적, 제도적 마인드에 따른 진행방식이 아닌, 장애/비장애를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경계가 시작된다. 그런 것을 허물 수 있는 창의적인 축제였으면 좋겠다. 무언가 ‘다른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축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독고정은장애/비장애 상관없이, 축제라면 거기에 참가하는 모든 예술인이 정말 마음껏 펼쳐놓고 갔다고 느낄 수 있는, 관객은 집에 돌아갔을 때 예술적 경험이 잔상으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가장 좋은 축제라고 생각한다.

김용우장애인 무용 분야에는 전문적으로 공연을 하는 예술가를 키우는 것보다는 재활이나 레크레이션 위주가 많다. 그동안 좋은 안무가 좋은 무용수를 만나면서 그들의 예술적 소양과 세계관이 부러워졌다. 10년 정도 무용 작업을 했는데 휠체어 움직임조차 안무가가 주는 그대로 움직이고 있더라. 즉, 스스로의 생각과 창작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거다. 장애 예술인 중에는 어느 날 갑자기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예술을 접하고 예술가가 되기도 한다. 재능을 꽃피우고 특출하게 어느 수준 이상 올라올 수 있는 것은 극소수다. 어느 날 갑자기 무용수가 된 친구에게 안무가가 되라고 하는 것은 어렵고 버거운 일이다. 큰 틀에서 볼 때 장애인 무용에서 비장애인의 영역이 너무 크다. 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주어지고 받아들여서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장애인이 왜 예술, 예술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한 교육이나 정보를 주는 곳이 많지 않다. 그들에게 창작의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

오세형어떤 면에서 장애 예술은 미지의, 미완의 영역이어서 앞으로 꺼낼 이야기가 많다. 장애 예술 분야에 대한 인식도 사실은 명확하지 않았고, 관점이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도 부족했다. 그런 것이 만들어지는 시대가 되고, 발전하길 바란다.

정리. 프로젝트 궁리
사진. 장영주(디블리스코리아)

2018년 11월 (1호)

댓글 남기기

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 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