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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문화다양성 정책과 언리미티드 페스티벌

이슈 장애 예술 축제, 문화적 영향력 확장의 최전선에 서다

  • 오세형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사업운영팀장
  • 등록일 2018-11-28
  • 조회수648

이슈

영국 문화다양성 정책과 언리미티드 페스티벌

장애 예술 축제, 문화적 영향력
확장의 최전선에 서다

글. 오세형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사업운영팀장

영국이 2012년 런던하계올림픽을 계기로 장애 예술에 있어서 큰 진전을 이뤘다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패럴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부르며 약 220만 파운드(33억 원)를 투자하여 29개의 예술프로젝트를 선보였고, 대표작인 수 오스틴(Sue Austin)이 휠체어를 타고 바닷속을 탐험하는 영상 설치작업은 8백만 명이 봤다며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밀한 공학적 기술을 동원해 제작한 수중 휠체어로 바닷속을 유영하는 퍼포머의 비현실적인 스펙터클은 장애에 대한 편견과 불편함을 놀라움과 감탄으로 바꿔놓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자극적이고 과시적 연출이 두드러지는 선언적인 성향이 강한 작품이다.

같은 해에 템스강변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 사우스뱅크센터(Southbank Centre)에서 ‘언리미티드 페스티벌(Unlimited festival)’이 개최되었다. 당시에는 생소하게 받아들여졌을 ‘장애 예술 페스티벌’을 통해 영국예술위원회는 장애와 예술이 만나는 플랫폼의 잠재성과 가능성을 타진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후로 400만 파운드(약 60억 원)를 더 투자하며 2년마다 언리미티드 페스티벌 개최를 정례화하고 있는 것 아닌가. 국가적 차원에서 장애 예술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자하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장애 예술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예술적 성과가 탁월해서? 장애인의 문화권에 대한 끈질긴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여서? 그러한 결정은 정책적 차원이 아니라 민원과 탁상행정의 장에서나 어울리는 일이다. 좀 더 고도의 전략이나 비전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상상력을 추동해보았다.
영국예술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보고서에서 유추한 바로는 영국이 차세대 문화정책 브랜드로 유망하게 키우고 있는 상품이 ‘문화다양성’이라고 짐작된다. 영국이 문화다양성 정책을 자신감 있게 내세우고 있는 이면에는 장애 예술의 비약적 발전에 대한 확신이 드러난다. 장애 예술이 문화다양성의 핵심적인 엔진 역할을 맡고 있다면 도대체 어떤 전략과 미학적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일까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로벌화된 런던은 백인 남성 중심에서 다인종, 다문화 사회의 다채로운 주체들이 공존하는 도시가 되었고, 장애인도 다른 정체성을 지닌 주체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양한 정체성이 모여 뿜어내는 런던의 문화는 이 도시만의 독특한 색깔이 되었다. 이 문화적 용광로가 세계인을 끌어들이는 매력이라는 것을 발견한 영국 정부는 문화다양성을 성장시켜 다시 한 번 국제적인 문화 권력을 쥐려고 하는 것 아닐까? 이 시나리오가 지나친 망상일지 축제 현장에서 확인해보기로 했다

세계를 바라보는 ‘선택과 집중’ 전략

언리미티드 페스티벌은 9월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개최되었고 사전행사와 심포지엄을 포함하면 총 8일간 진행되었다. 심포지엄은 사우스뱅크센터가 아닌 유니콘씨어터라는 작은 극장에서 열렸다. 사전행사는 페스티벌이 낯선 참가자를 위해 영국의 장애 예술과 포용의 역사를 소개하며 네트워킹 하는 자리로 8일간의 여정을 준비하도록 배려한 프로그램이다. 매회 세계 각국에서 참가자가 늘고 있고 올해는 40개국에서 120명 정도가 참가 신청을 했다고 한다.
‘언리미티드’는 조직이나 기관명이 아니라 유망 아티스트와 프로젝트를 발굴하여 리서치부터 작품제작, 공연, 전시를 지원하고 이를 선별해 국제적 플랫폼인 페스티벌을 통해 소개하는 프로그램 전체를 일컫는다. 비영리단체인 쉐이프아츠(Shape Arts)와 아츠어드민(Artsadmin)이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조 베런트(Jo Verrent)가 시니어 프로듀서로서 페스티벌 감독 역할을 맡고 있다. 외연으로 보면 우리나라 지원사업 형식을 떠올리게 하지만 예술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는 점, 전문가들이 우수한 작품을 까다롭게 선별하여 선보이는 점, 이를 통해 전 세계에 자국의 콘텐츠를 유통함으로써 문화적 헤게모니와 영향력을 펼쳐가겠다는 전략 로드맵에서 차별화된다. 다수의 예술가를 위한 혜택보다는 작품성으로 선별하여 집중 조명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2년마다 열리는 언리미티드 페스티벌은 프리미어 공연을 선보이는 예술축제이면서 작품을 유통하는 아트마켓이고 아직 규모는 작지만 전 세계 장애 예술계가 모이는 교류와 공론의 장이다. 그래서 런던 시민의 문화향유나 영국 내 장애 예술 시장에 대한 관심보다는 장애 예술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영향력 확대와 콘텐츠의 유통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심포지엄 : 소수자 콘텍스트로 꽉 찬 공론장

그래서인지 심포지엄에서는 되도록 많은 사례와 프로그램이 소개되도록 하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이것도 모자라 축제가 진행되는 틈틈이 ‘피치 앤 믹스(Pitch & Mix)’ ‘동아시아 세션’ 등 예술단체의 감독과 프로듀서를 초대해 단체와 작품소개에 열심이었다. 그레이아이(Graeae), 하이진스(Hijinx), 장애 예술 온라인(Disability arts online) 등과 같이 30년 이상 된 예술단체뿐만 아니라 젊은 유망단체도 대거 소개되었다. 얼핏 계산해도 30여 개의 예술단체와 기관 관계자가 발표자로 나섰다. 이틀째부터 진행된 포럼의 주제는 예술(Art), 평등(Equality), 태도(Attitude), 미래(Future)라는 4가지 테마로 구성되었다. 하루에 2개의 테마를 다루며 3~5명의 발표자가 모여 10분 정도씩 간략한 발표(Main Session)를 하고 다시 2~3팀으로 나뉘어 심도 있는 논의(Breaking Session) 하는 방식이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나 기관운영자가 발표자로 나서서 실용적인 내용과 정보 전달, 그리고 액티비즘에 가까운 주장이 주를 이뤘다. 학술과 이론, 담론에 관심이 없는 심포지엄이라면 목표는 명백해 보였다. 교류를 통한 공연작품의 유통, 그것도 효율적인 전달 장치를 통해 문화적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강화해가는 국제적이고 지속적인 유통망의 구축과 공고화였다. 예술(Art) 세션에서는 영국의 장애 예술이 이뤄온 예술적 성취와 함께 주류예술에 미친 영향이 거론되었다. 발표자들은 주류예술계의 접근성에 대한 의식이 변하고 관객과 비장애 예술가들도 포용적인 예술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넘어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다고 자평하였다. 태도(Attitude) 세션의 내용은 의외였는데, ‘장애 예술의 발전이 예상보다 더딘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도발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의제가 논의되었다. 영국 예술계에서 장애 예술이 눈에 띄는 존재감과 특색을 띠기 시작했으나 주류예술에의 파급력과 영향력이 원하는 만큼 크지 않다는 것, 영국의 장애 예술이 국제적으로 게임체인저로 역할을 했음에도 장애 예술의 비중은 여전히 작고 변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느리다고 자평하였다. 그러면서 과연 주류예술계를 변화시키고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할 만큼의 영향력을 주기 위한 과제가 무엇인가라는 대담한 질문을 던졌다. 이러한 자신감 넘치는 주장과 자랑의 근거가 되는 장애 예술 분야의 성취가 무엇이었을까. 런던올림픽으로부터 10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너무 빨리 성과를 갈구하는 조급증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시아에서 온 이방인으로서 더 인상 깊었던 면모는 다른 곳에 있었다. 다름 아닌 각국에서 참가한 발표자와 객석에서 펼쳐지는 문화다양성의 향연이었다. 국내에서는 소수자 예술이나 문화다양성 논의에서 정체성 문제가 거론되어왔지만 장애 예술의 공론장에서 이를 다루는 긴박하고 현실감 있는 논의는 찾기 어렵고, 장애 예술과 문화다양성은 서로 분리된 논의의 장에서 다뤄져 왔다. 특히 평등(Equality) 세션에서 이러한 점이 두드러졌는데 발표자들은 모두 다중적 정체성(Multiple Identities)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자인 소냐 다이어(Sonya Dyer)가 정체성의 상호교차성(Multi-sectionality)을 화두로 던지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아트센터 관장인 마를렌(Marlene Le Roux)은 장애인, 여성, 흑인으로서 살아왔던 복합적 정체성의 갈등과 투쟁의 역사를 카리스마 있는 어조로 풀어놨다. 영국의 말로우극장에서 축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타릭(Taric Elmoutawakil)은 알제리 이주자, 퀴어, 유색인종, 장애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은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대만 출신으로 미국에서 사는 샌디(Sandie, Chun-Shan)는 선천적으로 손가락이 두 개인 장애를 가졌는데, 미국에서는 소수인종이자 유색인이고 대만에 돌아가서도 이방인 취급을 받은 디아스포라의 경험을 공유했다. 오히려 빈에서 활동하는 안무가이자 퍼포머인 마이클(Michael Turinsky)이 자신은 언어장애(뇌성마비)만 가지고 있는 너무 단조로운 예술가라고 자조할 정도였다.
심포지엄 내내 문화다양성의 갖가지 사례와 논의가 판도라의 상자라도 열린 마냥 쏟아져 나왔다. ‘장애’라는 정체성은 단일한 문제로 귀결되지 않으며 주류사회가 표면화시키지 못하는 모든 소수자의 정체성을 끌어내는 자석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다층적 요인은 서로 분리해서 논의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것처럼, 소수자의 다중적 정체성의 문제를 분리해서 다루는 것은 기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예를 들어 백인 남성이면서 지체장애를 가진 예술가가 보수적인 사회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기존체제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주자나 젠더문제, 다른 소수자 정체성의 문제를 배제하는 타협을 피해갈 수 없는 것과 같이 말이다. 심포지엄의 현장은 어떤 정체성을 지닌 소수자도 경험을 토로하고 공유하는 문화다양성의 광장 같은 에너지가 가득 차 있었다.

페스티벌 : 맥락화된 스토리가 주는 통찰

페스티벌에서 소개된 15여 편의 공연 중 10여 편의 퍼포먼스에서 압도적으로 드러나는 경향은 스토리텔링이었다. 앞서 다중적 정체성에서 드러나듯이 장애 예술인들은 자신이 겪은 강렬하고 복잡한 경험을 예술 활동의 모티브로 즐겨 사용하는 듯이 보였다. 기존의 관습적인 예술 양식을 재현하는 연극이나 공연은 거의 없었고 큰 세트와 장치를 활용하는 대형 프로덕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비교적 심플하면서도 메시지가 직접 전달되는 공연형식이 선호되었다. 영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스탠딩 코미디, 이야기와 퍼포먼스가 믹싱된 렉처 퍼포먼스, 미디어를 활용한 넌버벌 퍼포먼스 등이 주를 이루었다. 호주 무용가 댄다우(Dan Daw)의 <어떤 조건(On One Condition)>은 컨템포러리 무용의 규칙과 언어를 탐구하거나 신체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장애를 가진 ‘무용수’로서의 삶과 경험, 장애인의 신체를 날것 그대로 드러냈다. 장애인이 예술 활동을 하며 겪는 불쾌한 경험과 오해 그리고 동시대 예술에 대한 자신만의 통찰을 캐주얼한 형식의 퍼포먼스에 엮어냈다. 그의 불편한 신체와 대비되는 천성적인 유쾌함에 관객은 마음을 놓고 웃으며 반응하였고, 그러는 사이 공연이라는 형식은 일상성을 획득하였다. <무책임한 아빠의 육아 가이드(An irresponsible Father’s Guide to Parenting)>에서는 뇌성마비인 로렌스 클라크(Laurence Clark)가 영상과 퍼포먼스를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수다스러운 코미디 공연을 선보였다. 그가 결혼하여 부모가 되는 과정을 담은 영국 BBC 다큐멘터리 영상을 본 사람들이 무책임하고 비판적인 댓글을 올린 모양이다. 그의 아들들이 댓글을 읽고 반응하는 영상과 함께 자신의 고통스럽지만 활기찬, 인간적인 삶을 재치 있게 풀어놓았다. 댓글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시니컬한 비난과 우려가 등장하는데, 이에 반해 당사자인 아이들은 천진하고, 사려 깊고, 대담한 반응을 보이며 댓글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편견과 무지로 장애를 차별하는 ‘상식’과 ‘교양’의 허울을 유쾌하면서도 따끔하게 비판한다.
단연 돋보였던 인물은 제스 톰(Jess Thom)이다. 뚜렛증후군이 있는 그녀는 사무엘 베케트의 단막극이자 일인극인 <난 아니야(NOT I)>를 무대에 올렸다. 제스는 반복적으로 눈을 깜박이고 동물 울음소리나 특정 단어를 불쑥 반복하는 음성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징후는 무감하면서도 탈의미화된 베케트의 텍스트와 만나 리드미컬하면서도 멋진 일인극으로 탄생했다. 폭풍같이 몰아치는 독백 퍼포먼스가 끝나고 제스가 이 연극을 준비하면서 만난 발음 및 연기 전문가, 연극 이론가와 작품을 연구하고 연습하는 과정이 담긴 메이킹 필름이 상영되었다. 권위 있는 텍스트의 충실한 재현 대신 그녀만의 이야기와 콘텍스트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맥락화된 스토리’를 선택한 공연에 관객은 뜨거운 호응과 박수를 보냈다.

그밖에 : 간과할 수 없는 체계적인 장치들

이외에도 페스티벌과 공연을 운영하는데 보조적인 배려나 기능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꼭 필요한 것들도 몇 가지 눈에 띄었다. 첫째는 ‘오디오 디스크립션’인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전안내 같은 것으로 심포지엄 발표자 모두가 자신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자신은 40대이고 여성이며 유색인인데 좀 까무잡잡하다, 싱가포르와 영국 혼혈이고, 키는 155cm이며 마른 몸이다, 머리는 검은색 스트레이트 단발이고 꽃무늬가 들어간 원피스를 입고 오른쪽에 마이크를 들었다는 식이다. 이러한 시각적 묘사는 이미 보편화되어 웬만한 장애 프로그램에서 도입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공연마다 등장하는 수화통역사였는데 이들의 역할은 기능적인 통역을 넘어서 공연의 분위기와 배우의 역할까지도 넘나들 정도로 활발함을 보여줬다. 수화통역사들이 구석의 핀 조명 아래에서 삽입화면처럼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우와 함께 호흡하며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활동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역시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여겨진 것은 장애인에게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담은 접근성 가이드였다. 팸플릿과 온라인 공연 정보에 각 프로그램마다 수화통역, 휠체어 접근성,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 설명, 자막통역 등이 제공되는지 픽토그램으로 표시되어 있어 장애인의 편의성을 높여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장애를 가진 관객이 본인에게 필요한 의사소통수단을 확인하고 공연을 선택하는 것은 문화권리의 일환으로 비칠 만큼 꼭 필요해 보였다.
언리미티드 페스티벌은 장애 예술의 독특한 감수성과 정체성을 담은 우수한 작품과 유망한 예술가를 발굴하기 위한 지원과 관리체계를 갖추고, 이를 심포지엄과 축제를 통해 전달하여 장애 예술의 국제적인 유통망을 구축하고 강화하는 체계적인 전략을 지닌 문화정책 프로그램이었다. 무엇보다도 창작-유통-교류에 이르는 프로세스가 생명력을 지닌 채 작동하고 있었고, 참여하는 전문가들의 열정과 헌신이 프로그램마다 배어있었다. 자신들의 그려 놓은 비전을 페스티벌의 열기 넘치는 현장성을 통해 확인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문화다양성이라는 새로운 문화정책의 의제가 현실화되어가는 것을 감동적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특히 장애인의 독특한 경험과 정체성을 이야기의 그릇에 담아낸 포스트드라마틱 씨어터 형식의 공연은 이러한 문화정책이 공허한 주장이 아니라 장애 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맥락 속에서 변별력 있고 매력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으로 보이는 확실한 근거였다.

[참고자료]

오세형

여러 문화예술 기관에서 활동하면서 정책과 현장이 창조적으로 매개되는 생산적인 문화기획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현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애인의 경험과 감수성이 드러나는 예술창작,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협업에 대한 관심과 함께 문화적 다양성과 동시대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 호기심과 애정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2018년 11월 (1호)

상세내용

이슈

영국 문화다양성 정책과 언리미티드 페스티벌

장애 예술 축제, 문화적 영향력
확장의 최전선에 서다

글. 오세형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사업운영팀장

영국이 2012년 런던하계올림픽을 계기로 장애 예술에 있어서 큰 진전을 이뤘다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패럴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부르며 약 220만 파운드(33억 원)를 투자하여 29개의 예술프로젝트를 선보였고, 대표작인 수 오스틴(Sue Austin)이 휠체어를 타고 바닷속을 탐험하는 영상 설치작업은 8백만 명이 봤다며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밀한 공학적 기술을 동원해 제작한 수중 휠체어로 바닷속을 유영하는 퍼포머의 비현실적인 스펙터클은 장애에 대한 편견과 불편함을 놀라움과 감탄으로 바꿔놓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자극적이고 과시적 연출이 두드러지는 선언적인 성향이 강한 작품이다.

같은 해에 템스강변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 사우스뱅크센터(Southbank Centre)에서 ‘언리미티드 페스티벌(Unlimited festival)’이 개최되었다. 당시에는 생소하게 받아들여졌을 ‘장애 예술 페스티벌’을 통해 영국예술위원회는 장애와 예술이 만나는 플랫폼의 잠재성과 가능성을 타진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후로 400만 파운드(약 60억 원)를 더 투자하며 2년마다 언리미티드 페스티벌 개최를 정례화하고 있는 것 아닌가. 국가적 차원에서 장애 예술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자하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장애 예술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예술적 성과가 탁월해서? 장애인의 문화권에 대한 끈질긴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여서? 그러한 결정은 정책적 차원이 아니라 민원과 탁상행정의 장에서나 어울리는 일이다. 좀 더 고도의 전략이나 비전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상상력을 추동해보았다.
영국예술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보고서에서 유추한 바로는 영국이 차세대 문화정책 브랜드로 유망하게 키우고 있는 상품이 ‘문화다양성’이라고 짐작된다. 영국이 문화다양성 정책을 자신감 있게 내세우고 있는 이면에는 장애 예술의 비약적 발전에 대한 확신이 드러난다. 장애 예술이 문화다양성의 핵심적인 엔진 역할을 맡고 있다면 도대체 어떤 전략과 미학적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일까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로벌화된 런던은 백인 남성 중심에서 다인종, 다문화 사회의 다채로운 주체들이 공존하는 도시가 되었고, 장애인도 다른 정체성을 지닌 주체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양한 정체성이 모여 뿜어내는 런던의 문화는 이 도시만의 독특한 색깔이 되었다. 이 문화적 용광로가 세계인을 끌어들이는 매력이라는 것을 발견한 영국 정부는 문화다양성을 성장시켜 다시 한 번 국제적인 문화 권력을 쥐려고 하는 것 아닐까? 이 시나리오가 지나친 망상일지 축제 현장에서 확인해보기로 했다

세계를 바라보는 ‘선택과 집중’ 전략

언리미티드 페스티벌은 9월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개최되었고 사전행사와 심포지엄을 포함하면 총 8일간 진행되었다. 심포지엄은 사우스뱅크센터가 아닌 유니콘씨어터라는 작은 극장에서 열렸다. 사전행사는 페스티벌이 낯선 참가자를 위해 영국의 장애 예술과 포용의 역사를 소개하며 네트워킹 하는 자리로 8일간의 여정을 준비하도록 배려한 프로그램이다. 매회 세계 각국에서 참가자가 늘고 있고 올해는 40개국에서 120명 정도가 참가 신청을 했다고 한다.
‘언리미티드’는 조직이나 기관명이 아니라 유망 아티스트와 프로젝트를 발굴하여 리서치부터 작품제작, 공연, 전시를 지원하고 이를 선별해 국제적 플랫폼인 페스티벌을 통해 소개하는 프로그램 전체를 일컫는다. 비영리단체인 쉐이프아츠(Shape Arts)와 아츠어드민(Artsadmin)이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조 베런트(Jo Verrent)가 시니어 프로듀서로서 페스티벌 감독 역할을 맡고 있다. 외연으로 보면 우리나라 지원사업 형식을 떠올리게 하지만 예술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는 점, 전문가들이 우수한 작품을 까다롭게 선별하여 선보이는 점, 이를 통해 전 세계에 자국의 콘텐츠를 유통함으로써 문화적 헤게모니와 영향력을 펼쳐가겠다는 전략 로드맵에서 차별화된다. 다수의 예술가를 위한 혜택보다는 작품성으로 선별하여 집중 조명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2년마다 열리는 언리미티드 페스티벌은 프리미어 공연을 선보이는 예술축제이면서 작품을 유통하는 아트마켓이고 아직 규모는 작지만 전 세계 장애 예술계가 모이는 교류와 공론의 장이다. 그래서 런던 시민의 문화향유나 영국 내 장애 예술 시장에 대한 관심보다는 장애 예술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영향력 확대와 콘텐츠의 유통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심포지엄 : 소수자 콘텍스트로 꽉 찬 공론장

그래서인지 심포지엄에서는 되도록 많은 사례와 프로그램이 소개되도록 하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이것도 모자라 축제가 진행되는 틈틈이 ‘피치 앤 믹스(Pitch & Mix)’ ‘동아시아 세션’ 등 예술단체의 감독과 프로듀서를 초대해 단체와 작품소개에 열심이었다. 그레이아이(Graeae), 하이진스(Hijinx), 장애 예술 온라인(Disability arts online) 등과 같이 30년 이상 된 예술단체뿐만 아니라 젊은 유망단체도 대거 소개되었다. 얼핏 계산해도 30여 개의 예술단체와 기관 관계자가 발표자로 나섰다. 이틀째부터 진행된 포럼의 주제는 예술(Art), 평등(Equality), 태도(Attitude), 미래(Future)라는 4가지 테마로 구성되었다. 하루에 2개의 테마를 다루며 3~5명의 발표자가 모여 10분 정도씩 간략한 발표(Main Session)를 하고 다시 2~3팀으로 나뉘어 심도 있는 논의(Breaking Session) 하는 방식이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나 기관운영자가 발표자로 나서서 실용적인 내용과 정보 전달, 그리고 액티비즘에 가까운 주장이 주를 이뤘다. 학술과 이론, 담론에 관심이 없는 심포지엄이라면 목표는 명백해 보였다. 교류를 통한 공연작품의 유통, 그것도 효율적인 전달 장치를 통해 문화적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강화해가는 국제적이고 지속적인 유통망의 구축과 공고화였다. 예술(Art) 세션에서는 영국의 장애 예술이 이뤄온 예술적 성취와 함께 주류예술에 미친 영향이 거론되었다. 발표자들은 주류예술계의 접근성에 대한 의식이 변하고 관객과 비장애 예술가들도 포용적인 예술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넘어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다고 자평하였다. 태도(Attitude) 세션의 내용은 의외였는데, ‘장애 예술의 발전이 예상보다 더딘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도발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의제가 논의되었다. 영국 예술계에서 장애 예술이 눈에 띄는 존재감과 특색을 띠기 시작했으나 주류예술에의 파급력과 영향력이 원하는 만큼 크지 않다는 것, 영국의 장애 예술이 국제적으로 게임체인저로 역할을 했음에도 장애 예술의 비중은 여전히 작고 변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느리다고 자평하였다. 그러면서 과연 주류예술계를 변화시키고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할 만큼의 영향력을 주기 위한 과제가 무엇인가라는 대담한 질문을 던졌다. 이러한 자신감 넘치는 주장과 자랑의 근거가 되는 장애 예술 분야의 성취가 무엇이었을까. 런던올림픽으로부터 10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너무 빨리 성과를 갈구하는 조급증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시아에서 온 이방인으로서 더 인상 깊었던 면모는 다른 곳에 있었다. 다름 아닌 각국에서 참가한 발표자와 객석에서 펼쳐지는 문화다양성의 향연이었다. 국내에서는 소수자 예술이나 문화다양성 논의에서 정체성 문제가 거론되어왔지만 장애 예술의 공론장에서 이를 다루는 긴박하고 현실감 있는 논의는 찾기 어렵고, 장애 예술과 문화다양성은 서로 분리된 논의의 장에서 다뤄져 왔다. 특히 평등(Equality) 세션에서 이러한 점이 두드러졌는데 발표자들은 모두 다중적 정체성(Multiple Identities)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자인 소냐 다이어(Sonya Dyer)가 정체성의 상호교차성(Multi-sectionality)을 화두로 던지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아트센터 관장인 마를렌(Marlene Le Roux)은 장애인, 여성, 흑인으로서 살아왔던 복합적 정체성의 갈등과 투쟁의 역사를 카리스마 있는 어조로 풀어놨다. 영국의 말로우극장에서 축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타릭(Taric Elmoutawakil)은 알제리 이주자, 퀴어, 유색인종, 장애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은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대만 출신으로 미국에서 사는 샌디(Sandie, Chun-Shan)는 선천적으로 손가락이 두 개인 장애를 가졌는데, 미국에서는 소수인종이자 유색인이고 대만에 돌아가서도 이방인 취급을 받은 디아스포라의 경험을 공유했다. 오히려 빈에서 활동하는 안무가이자 퍼포머인 마이클(Michael Turinsky)이 자신은 언어장애(뇌성마비)만 가지고 있는 너무 단조로운 예술가라고 자조할 정도였다.
심포지엄 내내 문화다양성의 갖가지 사례와 논의가 판도라의 상자라도 열린 마냥 쏟아져 나왔다. ‘장애’라는 정체성은 단일한 문제로 귀결되지 않으며 주류사회가 표면화시키지 못하는 모든 소수자의 정체성을 끌어내는 자석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다층적 요인은 서로 분리해서 논의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것처럼, 소수자의 다중적 정체성의 문제를 분리해서 다루는 것은 기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예를 들어 백인 남성이면서 지체장애를 가진 예술가가 보수적인 사회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기존체제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주자나 젠더문제, 다른 소수자 정체성의 문제를 배제하는 타협을 피해갈 수 없는 것과 같이 말이다. 심포지엄의 현장은 어떤 정체성을 지닌 소수자도 경험을 토로하고 공유하는 문화다양성의 광장 같은 에너지가 가득 차 있었다.

페스티벌 : 맥락화된 스토리가 주는 통찰

페스티벌에서 소개된 15여 편의 공연 중 10여 편의 퍼포먼스에서 압도적으로 드러나는 경향은 스토리텔링이었다. 앞서 다중적 정체성에서 드러나듯이 장애 예술인들은 자신이 겪은 강렬하고 복잡한 경험을 예술 활동의 모티브로 즐겨 사용하는 듯이 보였다. 기존의 관습적인 예술 양식을 재현하는 연극이나 공연은 거의 없었고 큰 세트와 장치를 활용하는 대형 프로덕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비교적 심플하면서도 메시지가 직접 전달되는 공연형식이 선호되었다. 영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스탠딩 코미디, 이야기와 퍼포먼스가 믹싱된 렉처 퍼포먼스, 미디어를 활용한 넌버벌 퍼포먼스 등이 주를 이루었다. 호주 무용가 댄다우(Dan Daw)의 <어떤 조건(On One Condition)>은 컨템포러리 무용의 규칙과 언어를 탐구하거나 신체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장애를 가진 ‘무용수’로서의 삶과 경험, 장애인의 신체를 날것 그대로 드러냈다. 장애인이 예술 활동을 하며 겪는 불쾌한 경험과 오해 그리고 동시대 예술에 대한 자신만의 통찰을 캐주얼한 형식의 퍼포먼스에 엮어냈다. 그의 불편한 신체와 대비되는 천성적인 유쾌함에 관객은 마음을 놓고 웃으며 반응하였고, 그러는 사이 공연이라는 형식은 일상성을 획득하였다. <무책임한 아빠의 육아 가이드(An irresponsible Father’s Guide to Parenting)>에서는 뇌성마비인 로렌스 클라크(Laurence Clark)가 영상과 퍼포먼스를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수다스러운 코미디 공연을 선보였다. 그가 결혼하여 부모가 되는 과정을 담은 영국 BBC 다큐멘터리 영상을 본 사람들이 무책임하고 비판적인 댓글을 올린 모양이다. 그의 아들들이 댓글을 읽고 반응하는 영상과 함께 자신의 고통스럽지만 활기찬, 인간적인 삶을 재치 있게 풀어놓았다. 댓글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시니컬한 비난과 우려가 등장하는데, 이에 반해 당사자인 아이들은 천진하고, 사려 깊고, 대담한 반응을 보이며 댓글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편견과 무지로 장애를 차별하는 ‘상식’과 ‘교양’의 허울을 유쾌하면서도 따끔하게 비판한다.
단연 돋보였던 인물은 제스 톰(Jess Thom)이다. 뚜렛증후군이 있는 그녀는 사무엘 베케트의 단막극이자 일인극인 <난 아니야(NOT I)>를 무대에 올렸다. 제스는 반복적으로 눈을 깜박이고 동물 울음소리나 특정 단어를 불쑥 반복하는 음성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징후는 무감하면서도 탈의미화된 베케트의 텍스트와 만나 리드미컬하면서도 멋진 일인극으로 탄생했다. 폭풍같이 몰아치는 독백 퍼포먼스가 끝나고 제스가 이 연극을 준비하면서 만난 발음 및 연기 전문가, 연극 이론가와 작품을 연구하고 연습하는 과정이 담긴 메이킹 필름이 상영되었다. 권위 있는 텍스트의 충실한 재현 대신 그녀만의 이야기와 콘텍스트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맥락화된 스토리’를 선택한 공연에 관객은 뜨거운 호응과 박수를 보냈다.

그밖에 : 간과할 수 없는 체계적인 장치들

이외에도 페스티벌과 공연을 운영하는데 보조적인 배려나 기능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꼭 필요한 것들도 몇 가지 눈에 띄었다. 첫째는 ‘오디오 디스크립션’인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전안내 같은 것으로 심포지엄 발표자 모두가 자신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자신은 40대이고 여성이며 유색인인데 좀 까무잡잡하다, 싱가포르와 영국 혼혈이고, 키는 155cm이며 마른 몸이다, 머리는 검은색 스트레이트 단발이고 꽃무늬가 들어간 원피스를 입고 오른쪽에 마이크를 들었다는 식이다. 이러한 시각적 묘사는 이미 보편화되어 웬만한 장애 프로그램에서 도입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공연마다 등장하는 수화통역사였는데 이들의 역할은 기능적인 통역을 넘어서 공연의 분위기와 배우의 역할까지도 넘나들 정도로 활발함을 보여줬다. 수화통역사들이 구석의 핀 조명 아래에서 삽입화면처럼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우와 함께 호흡하며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활동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역시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여겨진 것은 장애인에게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담은 접근성 가이드였다. 팸플릿과 온라인 공연 정보에 각 프로그램마다 수화통역, 휠체어 접근성,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 설명, 자막통역 등이 제공되는지 픽토그램으로 표시되어 있어 장애인의 편의성을 높여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장애를 가진 관객이 본인에게 필요한 의사소통수단을 확인하고 공연을 선택하는 것은 문화권리의 일환으로 비칠 만큼 꼭 필요해 보였다.
언리미티드 페스티벌은 장애 예술의 독특한 감수성과 정체성을 담은 우수한 작품과 유망한 예술가를 발굴하기 위한 지원과 관리체계를 갖추고, 이를 심포지엄과 축제를 통해 전달하여 장애 예술의 국제적인 유통망을 구축하고 강화하는 체계적인 전략을 지닌 문화정책 프로그램이었다. 무엇보다도 창작-유통-교류에 이르는 프로세스가 생명력을 지닌 채 작동하고 있었고, 참여하는 전문가들의 열정과 헌신이 프로그램마다 배어있었다. 자신들의 그려 놓은 비전을 페스티벌의 열기 넘치는 현장성을 통해 확인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문화다양성이라는 새로운 문화정책의 의제가 현실화되어가는 것을 감동적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특히 장애인의 독특한 경험과 정체성을 이야기의 그릇에 담아낸 포스트드라마틱 씨어터 형식의 공연은 이러한 문화정책이 공허한 주장이 아니라 장애 예술이 동시대 예술의 맥락 속에서 변별력 있고 매력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으로 보이는 확실한 근거였다.

[참고자료]

오세형

여러 문화예술 기관에서 활동하면서 정책과 현장이 창조적으로 매개되는 생산적인 문화기획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현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애인의 경험과 감수성이 드러나는 예술창작,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협업에 대한 관심과 함께 문화적 다양성과 동시대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 호기심과 애정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2018년 11월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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