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했어요. 그림: 긴 머리에 발그레한 볼의 소녀가 정면을 향해 서 있다. 세상은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저를 원하지 않았어요. 그림: 소녀는 한 손을 들어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다. 소녀를 둘러싸고 ‘NO’ ‘SORRY’라는 글자들이 가득 있다.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한 가지. 좋아하는 한 가지. ‘그림’ 하지만 그림도 의사소통이 필요해서 쉽지 않았어요. 그림: 소녀는 바닥에 앉아 종이를 손에 들어 들여다보고 있다. 바닥에는 3장의 종이가 흐트러져 있다. ‘나도 작가가 되고 싶어.’ 그림: 소녀는 양손으로 든 종이를 얼굴 가까이에 들고 들여다본다. ‘나 대신 많이 들어줘’ 나의 마음을 담아 한 친구를 만들었어요. 그림: 소녀는 큰 종이에 소녀의 키만큼 큰 토끼를 그린다. 마치 사람처럼 두 발로 선 모습이다. 베니. 그 친구의 이름. ‘베니’에요. 그림: 종이에 그렸던 토끼 베니가 종이에서 막 튀어나온 듯이 서 있다. 베니는 발그레한 두 볼과 동그랗게 뜬 두 눈으로, 큰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베니는 마음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친구예요! 그림: 토끼는 한쪽 팔을 귀에 대고 몸을 기울여 소리를 듣는다. 베니는 모든 순간에 솔직한 친구고요. 그림: 베니는 두 팔을 양쪽으로 뻗고 한 발은 겅중거리며 노래를 부른다. 주위에 음표가 떠 있다. 기쁠 때는 항상 기뻐하고 그림: 베니는 기쁨에 젖어 두 팔을 하늘을 향해 뻗고 있다. 주위에 여러 개의 하트 모양이 그려져 있다. 슬플 때는 실컷 슬퍼하고 그림: 베니는 바닥에 주저앉아 목놓아 울고 있다. 눈에서 눈물이 솟구쳐 흘러 바닥까지 흥건하게 고여 있다. 즐거움도 외로움도 온전히 느낄 줄 아는 친구예요. 그림: 눈을 반짝이며 신나하는 베니, 바바리코트 깃을 세운 채 입에 꽃을 물고 있는 베니. 믿기지 않겠지만, 내 눈에 항상 베니가 보여요! 그림: 소녀는 정면을 바라보고 잘 보려는 듯 두 손을 들어 양쪽 눈언저리를 가리고 있다. 그림: 한쪽 팔에 바구니를 들고 가는 소녀 주위로 베니들이 겅중겅중 뛰어다닌다. 그림: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소녀 주위로 베니들이 즐거운 듯 부끄러운 듯 다양한 모습으로 서 있다. 그림: 슬퍼하는 소녀 주위로 베니들이 둘러싸고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 함께 슬퍼하는 모습, 위로하는 모습이다. 불쑥! 불쑥! 불쑥! 불쑥! 그림: 베니들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사방에서 불쑥불쑥 나타난다. 나의 친구, 베니와 함께 사계절을 보내요. 그림: 소녀와 베니가 두 손을 맞잡고 서로를 바라보며 나란히 걷는다. 설레고, 뭐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이 넘치는 봄. 그림: 소녀와 베니가 환호하듯이 양손을 들고 앞을 향해 달린다. 주변으로 빨간 꽃 연두색 잎사귀가 흩날리고 있다. 다 귀찮고 짜증이 나는 여름. 그림: 소녀와 베니가 지친 표정으로 두 팔 두 발을 뻗은 채 드러누워 있다. 주변에는 몽글몽글한 공기가 떠다닌다. 외롭고, 생각이 많아지는 가을. 그림: 소녀와 베니가 나란히 앉아있다. 한쪽 무릎을 세운 채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있다. 춥지만 추워서 따뜻한 겨울. 그림: 소녀와 베니가 서로 꼭 붙어있고, 커다란 빨간 목도리가 칭칭 감싸고 있다. 인생의 사계절. 언제나 베니와 함께 했어요. 그림: 나란히 서서 손을 꼭 맞잡은 소녀와 베니의 뒷모습. 내가 만든 친구지만 여러분의 친구가 되길 바라요. 그림: 손을 꼭 맞잡은 소녀와 베니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며 한 손을 높이 들고 인사한다. 베니는 여러분을 만나서 반갑대요. 그리고 여러분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고 멋진 분이래요. 그림: 베니가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으고 마음을 전한다. 여러분의 사계절을 응원해요. (저 역시!) 그림: 베니가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기도한다. 주변으로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꽃과 잎이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