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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은 발표의 장

이슈 휘발하는 가상의 공간? 평등한 가능성의 공간!

  • 노예주·문승현·서동일·윤희정 
  • 등록일 2022-06-02
  • 조회수545

이슈

코로나19로 바뀐 팬데믹 세상은 어느덧 엔데믹을 준비하며 일상을 새롭게 재편한다. 접촉이 제한되었던 시간 동안 온라인을 통한 접속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조금씩 또 다른 방식의 소통 경험을 제공하고 새로운 감각의 연결을 제안한다. 온라인은 장애예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을까? 도전하고 실험하며 새로운 가상세계로 확장하는 다양한 활동을 해온 일곱 명의 예술가에게 온라인 예술활동의 의미와 가능성에 관해 서면으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① 더 자유로운 창작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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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더 넓은 발표의 장

자기소개와 함께 최근 온라인에서 예술 활동을 했던 경험을 이야기해주세요.

윤희정 캘리그래피와 팝아트 창작활동을 하면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2021년 <이:음 예술창작 아카데미-로블록스를 활용한 가상공간 구현 워크숍>에 참여해서 메타버스 및 게임 엔진을 활용한 예술작품 사례 소개와 간단한 루아 코딩을 이용하여 로블록스 내에 전시 공간을 만들고 전시했습니다. 2021년 말에는 송파문화재단에서 지역 문화예술인 지원사업으로 진행한 ‘퇴근 후 온 더 스테이지’에 참여해, 각자의 노래 파트와 연기를 녹화해 영상으로 제작하고 발표했어요.

서동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고 창작스튜디오 틈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2019년부터 유튜브 채널 ‘틈teum-예술도 노동이다’를 통해 발달장애 창작자들의 예술 활동을 알리고 있어요. 초창기에는 창작자들의 자조 모임과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했고, 지금은 그림 그리며 월급 받는 예술 노동자들의 직장생활과 창작활동을 소개하고 있죠. 온라인 활동 중 하나로 <예술을 배달해 ZOOM>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틈이 입주해 있던 한화리조트 투숙객을 대상으로 5인의 발달장애 작가들이 줌(ZOOM)을 통해 작품을 주문받고, 완성작을 직접 객실로 배달해주는 일련의 과정을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어요. 사전에 잘 준비한 세팅에 참여자들이 들어오고 뭔가를 배우는 방식이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에 던져져서 과제를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방식이어서 걱정이 많았어요. 무엇보다 투숙객들이 프로젝트 취지에 호응할까가 가장 걱정이었는데 의외로 적극적으로 참여해줬어요. 우리의 도전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온·오프라인 전천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팬데믹 상황에 따라 소규모로 직접 대면하기도 하고, 아예 모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각자의 공간에서 줌 미팅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성공적인 수행을 통해 우리가 해냈다는 뿌듯함과 함께, 한화리조트 관계자와 투숙객 역시 발달장애인과 그들의 예술 활동을 바라보는 인식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죠.

문승현 주로 미술 활동을 하며 미술과 관련해서 글도 쓰고 여러 가지 매체로 활동을 확장하고 있어요. 다양한 매체와 접촉면을 넓히고 동시대 예술의 장애 담론을 발언한다는 목표로 옐로우닷컴퍼니를 설립했습니다. <흐르는 벽으로 대화하기>(2020) <비어 있는 혹은 가득한>(2021)은 장애를 부정하지 않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건축과 장소에 관해 담론을 만드는 협업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관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제한받는 팬데믹 상황에서 작업은 예술 전달의 매개체를 다르게 해석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되었죠. 그것은 기술 발전에 따른 매개체의 변화와는 달랐어요. 예를 들어, 사진과 영화의 등장은 그것 자체의 고유한 영역을 형성하며 능동적인 발전을 지속해 왔지만, 뉴노멀이라고도 불리는 환경변화에 따른 대안적 성격으로서의 매체 변화는 우리가 이전에 보아왔던, 급진적인 예술형식의 변화와는 다른 것이었어요.

노예주 회화 매체를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고, 활동가로서 구조적 폭력이 드러나는 현장을 오가며 연대하고 그렇게 만난 장면과 이야기를 그림에 담아내고 있어요. 2021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제22회 졸업 전시 <안녕을 위한 베타 테스트>를 기획하면서 온라인 전시를 병행했어요. 약 50명의 전시 참여작가와 우리의 ‘안녕’이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의 방향을 잡아나가면서 ‘배리어프리’는 중요한 기획 요소가 되었어요. 이전에는 배리어프리가 졸업 전시에서 시도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부에서 많은 논의를 거쳤고 외부 자문도 구하며 준비했어요. 여러 가지 배리어프리 요소를 준비했지만, 오프라인 전시에서는 건물 구조의 한계로 휠체어가 접근 가능한 공간이 거의 없었어요. 한 건물은 엘리베이터가 일부만 있고, 다른 건물에는 아예 없었죠. 온라인 전시는 이러한 공간적 한계를 보완해줄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전시에 제약이 생기면서 온라인 전시의 토대를 만들어나간 것인데, 이번 전시에는 배리어프리 기획을 더하면서 변화를 줬어요. 각 작업에는 이미지를 말로 풀어낸 대체텍스트를 준비하고, 대체텍스트가 잘 제공될 수 있도록 웹사이트 전반에 걸쳐 스크린 리더를 설치해 음성 서비스를 제공했고, 영상 작업에는 청각적인 정보를 자막해설로 넣었어요. 웹사이트의 디자인에서도 다양한 수준의 디지털 문해력을 고려하여 간단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온라인 전시가 오프라인 전시의 ‘보조적 역할’이나 기록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전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했어요.

창작‧발표‧교육 등 다양한 예술 활동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은 무엇인가요?

윤희정 창작이나 발표 등의 영상은 유튜브를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무료이고, 이용자도 많고, 채널 만들기와 영상 업로드 방법도 배우기 어렵지 않고, 손쉽게 비디오 스트리밍이 가능해서 사용이 용이하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이용하여 작품이나 교육을 홍보하고, 공예 분야의 트렌드 등 정보도 얻고 있어요.

서동일 동영상 기반의 유튜브 플랫폼을 활용합니다. 글이나 사진보다는 영상이 전달하는 생생한 현장감이 있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이고 많은 사람이 활용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한편, 너무나 많은 사람이 활용하고 동영상이 넘쳐나기 때문에 거기서 우리가 제작한 동영상이 노출되는 데도 많은 한계가 있죠.

노예주 미술 분야에서는 전시의 형태로 결과물을 구성하거나 작가의 작업을 아카이빙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독립적인 웹사이트를 활용해요. 그 외에 교육 분야를 비롯하여 전반적인 예술 활동에서도 많이 활용되는 온라인 플랫폼이라면 줌이 떠올라요. 공간적 제약이 없고 화면 공유가 가능해서 전시 연계 프로그램, 토크, 강연, 세미나, 워크숍 등이 비대면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죠. 코로나19 이전에는 오히려 잘 접하지 못했던 이러한 방식의 행사가 많아지면서 다양하고 폭넓은 논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난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줌을 이용해 다수가 동시에 회의를 진행할 수 있었고, 또 이를 수월하게 기록할 수 있었어요. 학교에서도 많은 비중의 수업과 발표 등을 비대면으로 하고 있어요.

문승현 비대면 공연영상을 공개하는 데 유튜브를 많이 이용하죠. 그런데 유튜브 채널은 시장경제체제의 산물로, 인터넷 가입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보편화되기 시작한 UCC 시장을 독과점 상태로 변화시켰어요.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시장의 민주화라고 불리는 1인 미디어의 등장은 유튜브의 시장 기능을 확대했어요. 그것은 규모의 경제에 의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미디어의 다양성과 접근성을 높이지만, 반대로 개인화된 알고리즘으로 수요를 왜곡시키기도 하죠.

온라인 예술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이나 발견한 것이 있을까요?

윤희정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고 시도하지도 않았던 부분들에 대해 ‘내가 할 수 있을까’에서 ‘되든 안 되든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오프라인에서 전시를 실행에 옮기려면 많은 시간과 자본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면, 온라인에서는 우선 생각을 가상공간으로 옮겨볼 수 있고 수정하는 시간도 많이 단축되고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요. 로블록스를 활용한 워크숍도 초등학생 아들이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놀이공원을 재현하고 비슷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신청한 거였어요. 제가 운영하는 공방을 온라인 게임 안에 직접 만들어 재현하고 제 작품 전시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죠. 배우면서 모르는 부분은 아들에게 물어보고, 지형이나 건물을 만들 때는 아이가 어려운 부분을 도와주기도 해요. 엄마가 게임을 못 하게 하지 않고 함께 하니 즐거워했고, 예술 활동도 함께하는 시간이었죠. 다른 분야와의 협업을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 즐거웠어요.

서동일 발달장애 창작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여러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다 보면 예측하지 못한 찬란한 순간과 마주할 때가 많아요. 기억하고 나누고 싶은 순간순간의 경험을 온라인 예술 활동을 통해 함께 공유하면 서로 간에 결속력도 좋아지고, 우리가 계속해서 뭔가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생겨요. 세상을 향해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다’는 무언의 외침이기도 하고, 발달장애 예술 활동을 고민하는 다른 많은 단체, 가족, 개인에게도 동기부여와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노예주 주로 평면을 다루어왔는데 대체텍스트를 작성하면서 화면 안에 그려진 시각적 요소들을 언어화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누락시키는 정보가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더 중요하게 인식하고 어떤 방식으로 인식하는지를 짚어볼 수 있었죠. 예를 들어, 그림을 설명할 때 “한 사람이 오른손으로 얼굴을 짚고, 왼손은 손바닥을 편 채 얼굴 조금 앞쪽으로 들고 있다. 피부는 회색이고 머리는 짧고 검정색이며 분홍색 티셔츠 위에 붉은 조끼를 입었다.”라고 한다면, 그림 내용이 설명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림 속 인물이 상반신 어깨까지만 등장하며 오른쪽을 바라본 옆모습이 매우 가깝게 화면에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설명하지 않으면 전혀 다른 그림이 떠오를 거예요. 이렇게 제가 그림의 시각적 요소들을 읽어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저는 종종 SNS에 연대 현장을 그린 그림을 공유하곤 하는데요. 현장에서 긴급한 일이 벌어져 빠르게 힘을 보태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에는 SNS를 그림이 다수에게 빠르게 공유되는 공간으로 활용했어요. 노량진수산시장 구시장 상인들의 투쟁 현장을 그려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공유한 적이 있는데, 당시 현장에 있던 동료가 SNS에 게시된 그림을 발견하고는 프린트해서 현장의 농성장에 붙였고, 저는 그렇게 투쟁에 함께할 수 있었어요. 온라인을 통해 작업이 더 많은 사람의 곁으로 가닿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던 지점이었죠.

문승현 문제는 유튜브 및 온라인 매체 공간이 장소로서의 기능과 의미를 갖는가 하는 겁니다. 건축에서 말하는 장소와 장소의 기능은 변화하고 그 변화가 축적됨으로써 장소에서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죠. 그러나 온라인 공간은 휘발적인 특성이 있고 소모하는 공간이에요. 메타버스와 증강현실 세계가 현실 세계의 확장된 공간이 될 수는 있겠지만, 삶의 기반으로서 생활을 영위하는 장소가 되기에는 상업적 휘발성이 강하죠. 현실과 물질을 매개로 하는 것으로 한정시켰을 때는 온라인은 그저 홍보용 수단에 불과하겠지만, 비물질적 개념으로 확대한다면 그것의 매체적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온라인 공간의 강점은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다는 점인데, 그 가능성은 이미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부터 백남준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에서 보여줬죠. 온라인 공간은 예술가들에게도 매력적이었지만 그것의 기술집약적 성격이 발달하면서 점차 학제적 성격의 개념예술의 주 무대로 기능하고 있어요. 초기의 웹 아트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나 HTML 코드를 활용한 이미지의 실험성에 주목한 반면, 지금의 개념예술은 좀 더 단순하고 적극적인 메시지 전달에 주목합니다. 예를 들어 ‘장영혜중공업’ 같은 그룹은 이미지의 단순성과 더불어 메시지는 좀 더 공격적이죠.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보편화로 많은 장애 예술가들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었고, 실제로 이를 계기로 알려진 예술가도 있었어요. 일례로 근육수축증을 앓았던 김경민 피아니스트도 ‘월광’ 1악장을 연주하는 동영상을 UCC 사이트에 올리며 자신을 알렸죠. 온라인 공간이 예술가의 예술 활동을 알리고 예술품을 판매하는 상업 활동의 기능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건축과 장소를 다루는 주요한 배경처럼 온라인 공간도 장애가 부정되지 않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온라인에서 예술 활동을 활발히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윤희정 로블록스 등 온라인 예술 활동을 하기 위해선 플랫폼이나 프로그램을 배워야 활용이 가능한 부분들이 많은데, 배우기가 쉽지 않아요. 이런 온라인 예술 활동 정보도 얻기 쉽지 않죠. 사실 잘 모르니 포기하기도 쉽지 않을까요?

서동일 넘쳐나는 동영상의 홍수 속에 우리의 온라인 예술 활동이 노출되고 유통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한계가 있죠. ‘왜 사람들이 보지 않는 걸까’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그만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발달장애 예술 활동에 관심 있는 전문적인 온라인 인력을 찾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노예주 미술에서의 온라인 전시는 여전히 오프라인 전시의 차선이자 보조적인 역할로서 기능하는 경우가 많아요. 온라인 공간을 주 무대로 삼아서 전시가 기획되고 작업을 준비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온라인에서 활발한 예술 활동이 이뤄지려면 온라인 전시를 독자적인 하나의 전시로 인식하고 관람객이 시간을 내어 방문하는 전시 문화가 기반이 되어야 해요. 또한, 온라인 전시에서는 원하는 디스플레이 방식을 구현하고자 할 때 더욱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죠. 오프라인 전시에서는 전문적인 설치 기술이 없더라도 작가가 스스로 설치하기도 하지만, 온라인의 경우 비전문가인 작가가 온라인 공간에서 구현 가능한 디스플레이를 자유롭게 구상하기도 쉽지 않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듭니다. 오프라인은 미술 작품을 설치하는 전문가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온라인은 미술전시 웹사이트를 제작해주는 전문가를 찾기도 어려워요. 정해진 플랫폼에 이미지를 게시하는 것만으로는 보이는 환경의 제약이 크고, 웹사이트를 만들기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보니 활발한 활동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요.

문승현 온라인 공간은 그 익명성과 휘발성 때문에 혐오와 분노의 배설구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온라인 공간에서 상시로 벌어지는 범죄들은 현실과 마찬가지로 약자를 대상으로 하죠. 온라인 공간이 시각이나 청각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장애가 부정되지 않는 공간인가 하는 점도 심각히 생각하고 해결해야 할 사항이라고 봅니다.

온라인이 장애예술의 영토를 확장한다고 생각하나요?

윤희정 조금씩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동작이 눈에 띄게 크고 화려해야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죠. 분명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분이 다양한 예술작업을 하고 계실 텐데,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시도한다는 그 자체가 영역을 넓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어떤 일이든 시작을 하려면 동기유발이 필요하듯, 내게 필요한 온라인 예술 활동을 흥미를 가지고 시작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필요해요. 그렇기에 비슷한 사례들이 많이 공유되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서동일 온라인으로 확장되어야 해요. 유일하게 평등한 위치에서 확장 가능한 영토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에서의 장애예술은 그들만의 리그일 수 있어요. 비장애 예술계의 벽은 너무 두터워 허물 수도 진입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끼리 한정된 예산으로 조금씩 시도하다 소리 없이 사라지기도 하죠. 온라인 플랫폼에는 진입장벽이 없어요. 누구든 참여할 수 있고 만날 수 있으며, 어떤 시도든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의 영역이죠. 다만 장애 당사자의 노력만으로 온라인을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요. 비장애 온라인 전문인력이 장애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온라인은 장애예술의 영토를 확장하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여겨집니다.

문승현 새로운 장애예술 영토로서의 온라인 공간의 존재 방식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가능성으로서 존재하는 것은 가능하죠. 그것은, 예술이 무엇인지 끝없이 고민하는 공간이 되는 것이고, 그 안에서 끝없이 고민하는 사람이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노예주 양가적인 측면이 있어요. 여전히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나라에서, 온라인이 공간적 제약을 넘어 훨씬 많은 사람에게 접근이 용이한 것은 중요한 장점이죠. 온라인 예술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온라인 공간에 적합한 방식도 다양해질 것이고, 오프라인 전시를 대리하는 역할만이 아니라 고유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양질의 온라인 전시가 생겨날 수 있겠죠. 하지만 아직까지 미술 분야에서는 온라인 전시에 부족함이 많아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온라인 공간의 특성을 고려하여 그에 맞는 방식으로 작품을 잘 보여주는 사례보다는, 오프라인 공간의 경험을 가상으로 재현하거나 사진 기록에 불과한 경우도 있습니다. 온라인 전시에서 배리어프리 요소들을 잘 고려하고 적용하는 경우도 많지 않죠. 접근성의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술 활동이 오프라인에 집중하는 것은 온라인 환경이 가진 제약 때문이라고 봅니다. 설치나 회화 작품의 경우 작품의 크기, 질감 등의 요소도 중요한데, 이러한 영역은 온라인으로 온전히 전달하기에 한계가 있어요. 따라서 온라인 전시가 제공되었다고 해서 충분히 확장했다고 보기는 어렵죠. 즉, 너무 쉽게 예술작품에 대한 경험이 대체되었다고 여겨진다면 그 과정에서 누락된 경험들은 이를 확장이라고 말할 수 없도록 만들 거예요. 온라인 그 자체를 두고 단언하기보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영역 모두에서 배리어프리를 적용하고 이를 당연시하려는 노력이 장애예술의 영토를 확장할 수 있을 겁니다.

  • 윤희정 작가가 온라인 가상공간 로블록스에 구축한 작품 전시
  • 창작레지던시 틈-2021 신박한 실험과 도전
    <예술을 배달해 ZOOM>
    출처. 틈teum 유튜브 바로가기 (링크)
  • 다원예술 작업 <비어 있는 혹은 가득한>(2021) 온라인 전시
    출처. Yellow dot company 유튜브 바로가기 (링크)
  •  <안녕을 위한 베타 테스트> 온라인 전시 홈페이지
    출처.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졸업전시 온라인 아카이브
    바로가기 (링크)

노예주

회화 작가이자 활동가이며 글을 쓰기도 한다. 밀려나고 지워지는 존재들의 투쟁에 주목해왔다.
 shdpwn@gmail.com

 

문승현

1999년 협성대학교를 졸업하고 회화작가로 데뷔했다. 열 번의 개인전을 열고 다수의 다원예술 공연에도 참여하는 등 활동 폭을 넓혀오고 있다.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선사랑드로잉회, 뇌성마비작가회 날, 옐로우닷컴퍼니 등의 대표를 거쳐 오고 있다. 저서로 시집 『고해소 앞에는 등불이 켜져 있다』가 있다.
sellars@nate.com

서동일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창작스튜디오 틈 활동가. <핑크팰리스>(2005), <작은여자 큰여자 그 사이에 낀 남자>(2007), <두물머리>(2013), <명령불복종 교사>(2014), <잘 왔다. 우리 같이 살자>(2016), <니얼굴>(2020) 등을 연출했다. 서울독립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 등 다수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pinkpalace@daum.net

윤희정

공예가. 캘리그래피·팝아트 초상화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전 《함께 즐기는 팝아트 초상화》, 단체전 《생활예술인 캘리그라피&팝아트》에 참여했다. 에세이집 『글 그림과 연애하다-화요일 오후 1시』를 출간했다.
gamchostory@naver.com

정리. 프로젝트 궁리
사진 제공. 노예주, 문승현, 서동일, 윤희정

2022년 6월 (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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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코로나19로 바뀐 팬데믹 세상은 어느덧 엔데믹을 준비하며 일상을 새롭게 재편한다. 접촉이 제한되었던 시간 동안 온라인을 통한 접속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조금씩 또 다른 방식의 소통 경험을 제공하고 새로운 감각의 연결을 제안한다. 온라인은 장애예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을까? 도전하고 실험하며 새로운 가상세계로 확장하는 다양한 활동을 해온 일곱 명의 예술가에게 온라인 예술활동의 의미와 가능성에 관해 서면으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① 더 자유로운 창작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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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더 넓은 발표의 장

자기소개와 함께 최근 온라인에서 예술 활동을 했던 경험을 이야기해주세요.

윤희정 캘리그래피와 팝아트 창작활동을 하면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2021년 <이:음 예술창작 아카데미-로블록스를 활용한 가상공간 구현 워크숍>에 참여해서 메타버스 및 게임 엔진을 활용한 예술작품 사례 소개와 간단한 루아 코딩을 이용하여 로블록스 내에 전시 공간을 만들고 전시했습니다. 2021년 말에는 송파문화재단에서 지역 문화예술인 지원사업으로 진행한 ‘퇴근 후 온 더 스테이지’에 참여해, 각자의 노래 파트와 연기를 녹화해 영상으로 제작하고 발표했어요.

서동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고 창작스튜디오 틈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2019년부터 유튜브 채널 ‘틈teum-예술도 노동이다’를 통해 발달장애 창작자들의 예술 활동을 알리고 있어요. 초창기에는 창작자들의 자조 모임과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했고, 지금은 그림 그리며 월급 받는 예술 노동자들의 직장생활과 창작활동을 소개하고 있죠. 온라인 활동 중 하나로 <예술을 배달해 ZOOM>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틈이 입주해 있던 한화리조트 투숙객을 대상으로 5인의 발달장애 작가들이 줌(ZOOM)을 통해 작품을 주문받고, 완성작을 직접 객실로 배달해주는 일련의 과정을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어요. 사전에 잘 준비한 세팅에 참여자들이 들어오고 뭔가를 배우는 방식이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에 던져져서 과제를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방식이어서 걱정이 많았어요. 무엇보다 투숙객들이 프로젝트 취지에 호응할까가 가장 걱정이었는데 의외로 적극적으로 참여해줬어요. 우리의 도전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온·오프라인 전천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팬데믹 상황에 따라 소규모로 직접 대면하기도 하고, 아예 모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각자의 공간에서 줌 미팅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성공적인 수행을 통해 우리가 해냈다는 뿌듯함과 함께, 한화리조트 관계자와 투숙객 역시 발달장애인과 그들의 예술 활동을 바라보는 인식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죠.

문승현 주로 미술 활동을 하며 미술과 관련해서 글도 쓰고 여러 가지 매체로 활동을 확장하고 있어요. 다양한 매체와 접촉면을 넓히고 동시대 예술의 장애 담론을 발언한다는 목표로 옐로우닷컴퍼니를 설립했습니다. <흐르는 벽으로 대화하기>(2020) <비어 있는 혹은 가득한>(2021)은 장애를 부정하지 않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건축과 장소에 관해 담론을 만드는 협업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관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제한받는 팬데믹 상황에서 작업은 예술 전달의 매개체를 다르게 해석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되었죠. 그것은 기술 발전에 따른 매개체의 변화와는 달랐어요. 예를 들어, 사진과 영화의 등장은 그것 자체의 고유한 영역을 형성하며 능동적인 발전을 지속해 왔지만, 뉴노멀이라고도 불리는 환경변화에 따른 대안적 성격으로서의 매체 변화는 우리가 이전에 보아왔던, 급진적인 예술형식의 변화와는 다른 것이었어요.

노예주 회화 매체를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고, 활동가로서 구조적 폭력이 드러나는 현장을 오가며 연대하고 그렇게 만난 장면과 이야기를 그림에 담아내고 있어요. 2021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제22회 졸업 전시 <안녕을 위한 베타 테스트>를 기획하면서 온라인 전시를 병행했어요. 약 50명의 전시 참여작가와 우리의 ‘안녕’이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의 방향을 잡아나가면서 ‘배리어프리’는 중요한 기획 요소가 되었어요. 이전에는 배리어프리가 졸업 전시에서 시도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부에서 많은 논의를 거쳤고 외부 자문도 구하며 준비했어요. 여러 가지 배리어프리 요소를 준비했지만, 오프라인 전시에서는 건물 구조의 한계로 휠체어가 접근 가능한 공간이 거의 없었어요. 한 건물은 엘리베이터가 일부만 있고, 다른 건물에는 아예 없었죠. 온라인 전시는 이러한 공간적 한계를 보완해줄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전시에 제약이 생기면서 온라인 전시의 토대를 만들어나간 것인데, 이번 전시에는 배리어프리 기획을 더하면서 변화를 줬어요. 각 작업에는 이미지를 말로 풀어낸 대체텍스트를 준비하고, 대체텍스트가 잘 제공될 수 있도록 웹사이트 전반에 걸쳐 스크린 리더를 설치해 음성 서비스를 제공했고, 영상 작업에는 청각적인 정보를 자막해설로 넣었어요. 웹사이트의 디자인에서도 다양한 수준의 디지털 문해력을 고려하여 간단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온라인 전시가 오프라인 전시의 ‘보조적 역할’이나 기록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전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했어요.

창작‧발표‧교육 등 다양한 예술 활동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은 무엇인가요?

윤희정 창작이나 발표 등의 영상은 유튜브를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무료이고, 이용자도 많고, 채널 만들기와 영상 업로드 방법도 배우기 어렵지 않고, 손쉽게 비디오 스트리밍이 가능해서 사용이 용이하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이용하여 작품이나 교육을 홍보하고, 공예 분야의 트렌드 등 정보도 얻고 있어요.

서동일 동영상 기반의 유튜브 플랫폼을 활용합니다. 글이나 사진보다는 영상이 전달하는 생생한 현장감이 있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이고 많은 사람이 활용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한편, 너무나 많은 사람이 활용하고 동영상이 넘쳐나기 때문에 거기서 우리가 제작한 동영상이 노출되는 데도 많은 한계가 있죠.

노예주 미술 분야에서는 전시의 형태로 결과물을 구성하거나 작가의 작업을 아카이빙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독립적인 웹사이트를 활용해요. 그 외에 교육 분야를 비롯하여 전반적인 예술 활동에서도 많이 활용되는 온라인 플랫폼이라면 줌이 떠올라요. 공간적 제약이 없고 화면 공유가 가능해서 전시 연계 프로그램, 토크, 강연, 세미나, 워크숍 등이 비대면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죠. 코로나19 이전에는 오히려 잘 접하지 못했던 이러한 방식의 행사가 많아지면서 다양하고 폭넓은 논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난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줌을 이용해 다수가 동시에 회의를 진행할 수 있었고, 또 이를 수월하게 기록할 수 있었어요. 학교에서도 많은 비중의 수업과 발표 등을 비대면으로 하고 있어요.

문승현 비대면 공연영상을 공개하는 데 유튜브를 많이 이용하죠. 그런데 유튜브 채널은 시장경제체제의 산물로, 인터넷 가입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보편화되기 시작한 UCC 시장을 독과점 상태로 변화시켰어요.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시장의 민주화라고 불리는 1인 미디어의 등장은 유튜브의 시장 기능을 확대했어요. 그것은 규모의 경제에 의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미디어의 다양성과 접근성을 높이지만, 반대로 개인화된 알고리즘으로 수요를 왜곡시키기도 하죠.

온라인 예술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이나 발견한 것이 있을까요?

윤희정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고 시도하지도 않았던 부분들에 대해 ‘내가 할 수 있을까’에서 ‘되든 안 되든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오프라인에서 전시를 실행에 옮기려면 많은 시간과 자본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면, 온라인에서는 우선 생각을 가상공간으로 옮겨볼 수 있고 수정하는 시간도 많이 단축되고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요. 로블록스를 활용한 워크숍도 초등학생 아들이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놀이공원을 재현하고 비슷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신청한 거였어요. 제가 운영하는 공방을 온라인 게임 안에 직접 만들어 재현하고 제 작품 전시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죠. 배우면서 모르는 부분은 아들에게 물어보고, 지형이나 건물을 만들 때는 아이가 어려운 부분을 도와주기도 해요. 엄마가 게임을 못 하게 하지 않고 함께 하니 즐거워했고, 예술 활동도 함께하는 시간이었죠. 다른 분야와의 협업을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 즐거웠어요.

서동일 발달장애 창작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여러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다 보면 예측하지 못한 찬란한 순간과 마주할 때가 많아요. 기억하고 나누고 싶은 순간순간의 경험을 온라인 예술 활동을 통해 함께 공유하면 서로 간에 결속력도 좋아지고, 우리가 계속해서 뭔가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생겨요. 세상을 향해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다’는 무언의 외침이기도 하고, 발달장애 예술 활동을 고민하는 다른 많은 단체, 가족, 개인에게도 동기부여와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노예주 주로 평면을 다루어왔는데 대체텍스트를 작성하면서 화면 안에 그려진 시각적 요소들을 언어화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누락시키는 정보가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더 중요하게 인식하고 어떤 방식으로 인식하는지를 짚어볼 수 있었죠. 예를 들어, 그림을 설명할 때 “한 사람이 오른손으로 얼굴을 짚고, 왼손은 손바닥을 편 채 얼굴 조금 앞쪽으로 들고 있다. 피부는 회색이고 머리는 짧고 검정색이며 분홍색 티셔츠 위에 붉은 조끼를 입었다.”라고 한다면, 그림 내용이 설명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림 속 인물이 상반신 어깨까지만 등장하며 오른쪽을 바라본 옆모습이 매우 가깝게 화면에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설명하지 않으면 전혀 다른 그림이 떠오를 거예요. 이렇게 제가 그림의 시각적 요소들을 읽어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저는 종종 SNS에 연대 현장을 그린 그림을 공유하곤 하는데요. 현장에서 긴급한 일이 벌어져 빠르게 힘을 보태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에는 SNS를 그림이 다수에게 빠르게 공유되는 공간으로 활용했어요. 노량진수산시장 구시장 상인들의 투쟁 현장을 그려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공유한 적이 있는데, 당시 현장에 있던 동료가 SNS에 게시된 그림을 발견하고는 프린트해서 현장의 농성장에 붙였고, 저는 그렇게 투쟁에 함께할 수 있었어요. 온라인을 통해 작업이 더 많은 사람의 곁으로 가닿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던 지점이었죠.

문승현 문제는 유튜브 및 온라인 매체 공간이 장소로서의 기능과 의미를 갖는가 하는 겁니다. 건축에서 말하는 장소와 장소의 기능은 변화하고 그 변화가 축적됨으로써 장소에서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죠. 그러나 온라인 공간은 휘발적인 특성이 있고 소모하는 공간이에요. 메타버스와 증강현실 세계가 현실 세계의 확장된 공간이 될 수는 있겠지만, 삶의 기반으로서 생활을 영위하는 장소가 되기에는 상업적 휘발성이 강하죠. 현실과 물질을 매개로 하는 것으로 한정시켰을 때는 온라인은 그저 홍보용 수단에 불과하겠지만, 비물질적 개념으로 확대한다면 그것의 매체적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온라인 공간의 강점은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다는 점인데, 그 가능성은 이미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부터 백남준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에서 보여줬죠. 온라인 공간은 예술가들에게도 매력적이었지만 그것의 기술집약적 성격이 발달하면서 점차 학제적 성격의 개념예술의 주 무대로 기능하고 있어요. 초기의 웹 아트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나 HTML 코드를 활용한 이미지의 실험성에 주목한 반면, 지금의 개념예술은 좀 더 단순하고 적극적인 메시지 전달에 주목합니다. 예를 들어 ‘장영혜중공업’ 같은 그룹은 이미지의 단순성과 더불어 메시지는 좀 더 공격적이죠.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보편화로 많은 장애 예술가들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었고, 실제로 이를 계기로 알려진 예술가도 있었어요. 일례로 근육수축증을 앓았던 김경민 피아니스트도 ‘월광’ 1악장을 연주하는 동영상을 UCC 사이트에 올리며 자신을 알렸죠. 온라인 공간이 예술가의 예술 활동을 알리고 예술품을 판매하는 상업 활동의 기능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건축과 장소를 다루는 주요한 배경처럼 온라인 공간도 장애가 부정되지 않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온라인에서 예술 활동을 활발히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윤희정 로블록스 등 온라인 예술 활동을 하기 위해선 플랫폼이나 프로그램을 배워야 활용이 가능한 부분들이 많은데, 배우기가 쉽지 않아요. 이런 온라인 예술 활동 정보도 얻기 쉽지 않죠. 사실 잘 모르니 포기하기도 쉽지 않을까요?

서동일 넘쳐나는 동영상의 홍수 속에 우리의 온라인 예술 활동이 노출되고 유통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한계가 있죠. ‘왜 사람들이 보지 않는 걸까’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그만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발달장애 예술 활동에 관심 있는 전문적인 온라인 인력을 찾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노예주 미술에서의 온라인 전시는 여전히 오프라인 전시의 차선이자 보조적인 역할로서 기능하는 경우가 많아요. 온라인 공간을 주 무대로 삼아서 전시가 기획되고 작업을 준비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온라인에서 활발한 예술 활동이 이뤄지려면 온라인 전시를 독자적인 하나의 전시로 인식하고 관람객이 시간을 내어 방문하는 전시 문화가 기반이 되어야 해요. 또한, 온라인 전시에서는 원하는 디스플레이 방식을 구현하고자 할 때 더욱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죠. 오프라인 전시에서는 전문적인 설치 기술이 없더라도 작가가 스스로 설치하기도 하지만, 온라인의 경우 비전문가인 작가가 온라인 공간에서 구현 가능한 디스플레이를 자유롭게 구상하기도 쉽지 않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듭니다. 오프라인은 미술 작품을 설치하는 전문가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온라인은 미술전시 웹사이트를 제작해주는 전문가를 찾기도 어려워요. 정해진 플랫폼에 이미지를 게시하는 것만으로는 보이는 환경의 제약이 크고, 웹사이트를 만들기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보니 활발한 활동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요.

문승현 온라인 공간은 그 익명성과 휘발성 때문에 혐오와 분노의 배설구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온라인 공간에서 상시로 벌어지는 범죄들은 현실과 마찬가지로 약자를 대상으로 하죠. 온라인 공간이 시각이나 청각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장애가 부정되지 않는 공간인가 하는 점도 심각히 생각하고 해결해야 할 사항이라고 봅니다.

온라인이 장애예술의 영토를 확장한다고 생각하나요?

윤희정 조금씩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동작이 눈에 띄게 크고 화려해야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죠. 분명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분이 다양한 예술작업을 하고 계실 텐데,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시도한다는 그 자체가 영역을 넓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어떤 일이든 시작을 하려면 동기유발이 필요하듯, 내게 필요한 온라인 예술 활동을 흥미를 가지고 시작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필요해요. 그렇기에 비슷한 사례들이 많이 공유되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서동일 온라인으로 확장되어야 해요. 유일하게 평등한 위치에서 확장 가능한 영토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에서의 장애예술은 그들만의 리그일 수 있어요. 비장애 예술계의 벽은 너무 두터워 허물 수도 진입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끼리 한정된 예산으로 조금씩 시도하다 소리 없이 사라지기도 하죠. 온라인 플랫폼에는 진입장벽이 없어요. 누구든 참여할 수 있고 만날 수 있으며, 어떤 시도든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의 영역이죠. 다만 장애 당사자의 노력만으로 온라인을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요. 비장애 온라인 전문인력이 장애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온라인은 장애예술의 영토를 확장하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여겨집니다.

문승현 새로운 장애예술 영토로서의 온라인 공간의 존재 방식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가능성으로서 존재하는 것은 가능하죠. 그것은, 예술이 무엇인지 끝없이 고민하는 공간이 되는 것이고, 그 안에서 끝없이 고민하는 사람이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노예주 양가적인 측면이 있어요. 여전히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나라에서, 온라인이 공간적 제약을 넘어 훨씬 많은 사람에게 접근이 용이한 것은 중요한 장점이죠. 온라인 예술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온라인 공간에 적합한 방식도 다양해질 것이고, 오프라인 전시를 대리하는 역할만이 아니라 고유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양질의 온라인 전시가 생겨날 수 있겠죠. 하지만 아직까지 미술 분야에서는 온라인 전시에 부족함이 많아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온라인 공간의 특성을 고려하여 그에 맞는 방식으로 작품을 잘 보여주는 사례보다는, 오프라인 공간의 경험을 가상으로 재현하거나 사진 기록에 불과한 경우도 있습니다. 온라인 전시에서 배리어프리 요소들을 잘 고려하고 적용하는 경우도 많지 않죠. 접근성의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술 활동이 오프라인에 집중하는 것은 온라인 환경이 가진 제약 때문이라고 봅니다. 설치나 회화 작품의 경우 작품의 크기, 질감 등의 요소도 중요한데, 이러한 영역은 온라인으로 온전히 전달하기에 한계가 있어요. 따라서 온라인 전시가 제공되었다고 해서 충분히 확장했다고 보기는 어렵죠. 즉, 너무 쉽게 예술작품에 대한 경험이 대체되었다고 여겨진다면 그 과정에서 누락된 경험들은 이를 확장이라고 말할 수 없도록 만들 거예요. 온라인 그 자체를 두고 단언하기보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영역 모두에서 배리어프리를 적용하고 이를 당연시하려는 노력이 장애예술의 영토를 확장할 수 있을 겁니다.

  • 윤희정 작가가 온라인 가상공간 로블록스에 구축한 작품 전시
  • 창작레지던시 틈-2021 신박한 실험과 도전
    <예술을 배달해 ZOOM>
    출처. 틈teum 유튜브 바로가기 (링크)
  • 다원예술 작업 <비어 있는 혹은 가득한>(2021) 온라인 전시
    출처. Yellow dot company 유튜브 바로가기 (링크)
  •  <안녕을 위한 베타 테스트> 온라인 전시 홈페이지
    출처.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졸업전시 온라인 아카이브
    바로가기 (링크)

노예주

회화 작가이자 활동가이며 글을 쓰기도 한다. 밀려나고 지워지는 존재들의 투쟁에 주목해왔다.
 shdpwn@gmail.com

 

문승현

1999년 협성대학교를 졸업하고 회화작가로 데뷔했다. 열 번의 개인전을 열고 다수의 다원예술 공연에도 참여하는 등 활동 폭을 넓혀오고 있다.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선사랑드로잉회, 뇌성마비작가회 날, 옐로우닷컴퍼니 등의 대표를 거쳐 오고 있다. 저서로 시집 『고해소 앞에는 등불이 켜져 있다』가 있다.
sellars@nate.com

서동일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창작스튜디오 틈 활동가. <핑크팰리스>(2005), <작은여자 큰여자 그 사이에 낀 남자>(2007), <두물머리>(2013), <명령불복종 교사>(2014), <잘 왔다. 우리 같이 살자>(2016), <니얼굴>(2020) 등을 연출했다. 서울독립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 등 다수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pinkpalace@daum.net

윤희정

공예가. 캘리그래피·팝아트 초상화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전 《함께 즐기는 팝아트 초상화》, 단체전 《생활예술인 캘리그라피&팝아트》에 참여했다. 에세이집 『글 그림과 연애하다-화요일 오후 1시』를 출간했다.
gamchostory@naver.com

정리. 프로젝트 궁리
사진 제공. 노예주, 문승현, 서동일, 윤희정

2022년 6월 (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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