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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이음

라움콘의 창작 이야기③

이음광장 “부서져. 내가 말하고자 하는 언어들이 다 부서져”

  • 라움콘 
  • 등록일 2022-08-10
  • 조회수1087

01. 시작

송지은(이하 송) 이번 이야기 주제는 Q레이터가 정해보는 것은 어때?

Q레이터(이하 Q) 응?

(웃음) 안타깝다…. 지금 Q레이터의 표정을 사람들이 봤어야 하는데.

Q 왜?

당혹스러움과 귀찮음? 갑자기 나한테 이런 것을 왜 시키지…? 그런 복잡 미묘한 표정이 여과 없이 나타나서.

Q (웃음) 주제는 정해져 있는 거야? 아니면 우리가 선택하는 거야?

우리가 주제를 생각하고 선택했었잖아!

Q 나는 사람들의 변화, 되게 웃겨서. 주변 사람들의… 아냐… 나를 둘러싼 사람들…. 하하…. 근데 어려워.

뭐가 어려운데?

Q 아이, 어려워. 그냥 하던 대로 해.

하던 대로 어떻게? 내가 주제를 정리해서 질문을 줘?

Q 응.

그래요. 그럼 내가 Q레이터에게 질문하는 방식을 계속 고수할게.

Q 응, 근데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서 글을 쓰잖아. 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글에 대한 반응이 궁금해.

좀 더 긴 내용으로 읽어보면 좋겠다, 갑자기 끝나는 느낌이다라는 피드백이 있었어. 많은 사람이 읽었다 안 읽는다는 지금 판단할 수 없는 것 같아. 나도 웹진 [이음]의 이전 글들을 시간 날 때 천천히 읽거든. 검색해서도 읽고. 굳이 이번에 연재하기 때문에 꼭 지금 읽을 필요는 없잖아. 차곡p 여러 이야기가 웹진 [이음]에 쌓이고 누구나 언제든 읽을 수 있게 되겠지?

Q 많이 읽어야 하는데.

(웃음) 그래, 좋은 내용을 담으면 많이 읽히겠지. 자. 세 번째 주제로는 몸에 대한 이야기를 제안해볼게. 근데 단순히 장애를 갖게 된 몸 이야기를 넘어, 섬세하고 세세하게 변화된 몸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자. 편측마비뿐만 아니라 외부에 보이지 않는 장애, 눈과 언어에 대한 이야기도 좋겠어.p 글을 읽는 사람들은 Q레이터가 실어증(주1)이 있는 줄 모르잖아.

Q 응. (웃음) 연기를 하지.

(웃음) 그래. 그래서 솔직한 몸 이야기를 담아보면 어떨까 싶어. 어때?

Q 좋아.

02. 나를 표현해야지, 내 몸이니까

Q레이터는 좌측 뇌 기저핵(주2)에서 출혈이 생겨 몸의 오른편이 마비되었잖아.

Q 응? 근데 왜?

갑자기 아닌 것처럼 이야기해. (웃음)

Q (웃음) 그래서?

뇌 손상으로 언어장애가 생기기도 하니까. Q레이터는 말을 듣고 이해하는 부위에 손상이 생긴 거라. 주변 사람하고 대화하면서 소외감을 느껴?

Q 근데 뭐… 글쎄… 내가 그들을 다 따돌리면 되니까. (웃음)

(웃음) 그래. 그럼 불편해? Q레이터가 청각장애는 아닌데, 사람들이 이해 못 한다고 큰 소리로 말하는 경우가 있었잖아. 어떤 식으로 들리는지 말해줄 수 있어?

Q 음… 상상 안에 가둬진다! 누군가 “이거 좋다”라고 말했을 때, 이거 좋다를 기억하다 보면 이거 좋다에 가둬지다가 벗어나면 ‘펑’ 하고 모든 이야기가 사라지거든.

아… 사라진다.

Q 내가 뭐라고 말하면 내가 들은 이야기가 사라져.

아… 갑자기 그 이야기가 사라져? 펑! 하고 마법처럼 사라진다고?

Q 일종의, 그런 거지.

그랬을 때 뭔가 당혹스러움이 있어?

Q 아니. 뭐… 그냥… 그러려니 하는 거지.

근데 작업할 때 어렵지 않아? 언어의 문제는 괜찮아?

Q 뭐…. (웃음)

말을 맞춰주기 때문에? (웃음) 그러면 듣고 이해하는 일상에 어떤 해프닝이 생길 수 있잖아? 예를 들자면 못 알아들었는데 “네… 네…” 그럴 때도 있어?

Q 응, 그럴 때도 있지. (웃음)

(웃음)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Q 응. (웃음)

(웃음) “네… 네…” 답하고 나서 나한테 방금 뭐라고 그랬냐, 물어보는 거랑 같은 거야?

Q 그치.

그랬을 때 상대방 말이 궁금해? Q레이터한테 한 말이?

Q 나는 안 궁금해.

(웃음) 왜 안 궁금해?

Q 중요하면 송지은이 옆에서 계속 말하겠지. (웃음)

장 도미니크 보비의 『잠수종과 나비』 기억나? 그는 가둬진 느낌을 잠수종에 비유했지. 그런 느낌이야?

Q 그렇지.

음…. 그런데도 예술로 나를 표현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어?

Q 예술로 표현을 안 하면 나는 참… 좁고, 아무런 이야기도 못 하고 하니까. 그런 것을 안 하면 나는 답답해.

Q레이터가 글로 기록했던 것 중에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느낌’…. 그건 어떤 느낌이야?

Q 그건 깜빡하는 거지. 까아암빠아악. 나 어디지? 뭐 어떻게? 어느 거? 뭐? 뭐? 그런 거야.

근데 모든 게 사라지지는 않지?

Q 응…, 그게, 그 상황에서는 내가 뭔가를 도출하려는데 이렇게 이게 뭐… 이게 왜 이렇게 대체… 내용이 사라졌지…? 말하려고 했던 것도 잊어먹고.

오른쪽 눈도 보이지 않고…. 사실 브로카 실어증(주3)도 좀 있어. 전반적으로 듣고 말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실어증이 있는 거지. 편마비로 몸의 오른쪽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아. 가둬진 느낌이 강하잖아. 장애를 갖기 전에는 다양한 예술가와 대화 나누고 작업을 보고 공연도 관람하p 만남을 즐겼었잖아. 그래서 사회에서 장애를 갖게 된 현재가 두렵지는 않아?

Q 솔직히 아직 모든 것을 다시 겪어보지 않아서 ‘뭐… 음… 글쎄…’ 그런 상황? 사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

어떤 사람은 변화된 몸을 ‘거미줄에 묶인 느낌’이라고 표현하던데 Q레이터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아?

Q 부서져. 다 부서져. 내가 말하고자 하는 언어들이 부서져…. 부서지는데 그 순간에 1, 2, 3 이렇게 가다가 7, 8, 9… 해서 다시 돌아와. 중간은 다 사라지고…. 근데 언어가 놓치고 그런 것들 아이디어… 있잖아…. 그건 여기, 여기, 여기… 주변을 돌p 설명하게 되지. 되게 어려워. 그런 것도 쉽지 않지.

Q레이터는 자신의 몸을 오브제화하는 것 같아. 퍼포먼스적이잖아. 오브제를 가지고 내 몸에 착용하고 움직이거나 사용하는 행위지. 근데 그런 것 안에서 자신의 몸이 대상화되는 거잖아. 그런 것에 대해서는 고민해본 적 있어?

Q 뭐…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지…. 나를 표현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내 몸이니까.

03. 난 내가 유니크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나는 일상에서, Q레이터가 걷고 있는데 누군가 쳐다보면 그 시선이 너무 불편해.

Q 누군가 쳤어?

아니. 쳐다보면.

Q 나는 거기선 그 사람도 그냥 상관없어. (웃음) 왜냐면 나는 눈도 잘 안 보여. 그래서 난 누군지 몰라. 그리고 언어도 못 알아들어.

나는 그들의 시선이 너무 불편해. 왜냐면….

Q 그렇다고 하더라고, 다들. 그러니까 나는 그다음부터 이야기를 안 해.

그냥 얘가 또 난리를 치는구나. 알아서 끝나겠구나… 그러는구나.

Q 이게 언제쯤이면 잠잠해질 수 있을까. 타인이 나를 보는 시선에 대한 문제는 끝이 안 난다고 생각해.

그게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의 몸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거잖아.

인식이 개선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그리고 사회, 문화, 역사와 같은 맥락에서 장애를 다시금 봐야 할 필요도 많지. 이런 것들이 같이 움직여야 하지, 한 개인이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 어떻게 보면 장애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어 있는 것 같아. 다른 몸에 대한 이p 인지가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 어때?

Q 난 나 스스로가 유니크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스스로를? (웃음) 그런 생각이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Q 나는 원래 그랬어.

(웃음) 장애를 갖기 이전에는 다양한 몸에 대해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고 있었어?

Q 아무 생각 없었지.

나는 20대를 영국에서 보냈잖아. 거기서는 휠체어 탄 사람이 버스 타는 상황이 일상이고 평범한 경험이었어. 휠체어 타는 사람이 많았거든. 어느 날, 한 승객이 자전거를 싣겠다고 버스 기사님한테 엄청 사정하더라고. 근데 안 된다고 말하더라고, 휠체어석이니까. 우리나라에 와서 다른 몸에 대p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일상에서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도 우리가 이렇게 산책하면서 이야기하고 있으면 타인의 시선이 느껴지거든.

Q (웃음) 나는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건 모르겠어. 미안한데 난 잘 안 보여. 근데 송지은이 막 아아아아악!!! 하고 있어. (웃음) 아이고 웃겨.

참을 수 없는 무례함에 기분이 상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Q 근데 뭐 말한다고 해도 그 사람이 갑자기 “내가 장애인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 그러지 않거든.

그냥 또 그럴 거다?

Q 어, 그게 아무튼 30명이 그렇다고 치자. 그중에 나를 쳐다보는 사람은 계속 봐. 근데 뭐 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안 변할 사람은 안 변하고.

그렇기 때문에 화낼 필요가 없다?

Q 응~

Q레이터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못 느끼잖아. 그게 신경이 안 쓰이는 거야?

Q 잘 안 느껴져. (웃음) 근데 보이지 않는 어떤 되게 막… 가려진 듯한 눈길, 시선이 있어. 느낌은 있을 거야. 안 드러나는 거겠지. 그, 나는 오히려 되게 어린아이의 시선이 보여.

어린아이의 시선이?

Q 어, 지난번에 길을 걸어가는데 어떤 남자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우리 앞에 멈춰 서. 그것도 세 번. 그런 건 내가 당혹스럽지. 이거 봐라. 이 당돌한 시선은 뭘까. 근데 오히려 아… 내가 만나게 될 그런 시선들이 더 있겠구나, 싶지. 나는 시야장애가 있어서 몰랐는데 송지은이 말p 알게 된 거지. 그러면서 세상에 이런 시선이 많구나 생각했어. 불쌍하게 바라보는 눈길을 그냥 무시하면서. 그런 게 계속 있을 거야. 그래서 나는 되게 준비를 많이 해.

어떤 준비를?

Q 어… 휠체어를 타고 집에 가본다든지, 더 불편하고 느리게 걷는다든지. 분명히 그때는 “저걸 어째, 저걸 어째” 하는 그런 시선들이 있겠지. 근데 그런 시선과 대면하고 싶거든.

오히려 그런 시선을 마주하고 싶다?

Q 어. 그거 되게 웃겨. 나를 바라보면 나도 딱 봐. 계속 봐. 그런 시선을 나는 아예 즐기려고. 그러니까 그게 뭐냐면, 그게 뭐 여러 가지로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근데 아직은 나는 보지 못했어. 한편으론 내가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다음에 외부의 시선에 관해서 이야기를 더 나누면 좋겠어.

04. 사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예술인데

그래. 요즘 진행하는 작업은 어떤 거 같아?

Q 그냥 사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예술인데. 반쪽 몸을 예술적으로 생각하고, 마비되어 느껴지지 않지만 그것에 대하여 계속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지.

마비된 몸을 원망하기보단 마비된 몸에 대한 작업을 한다?

Q 그래.

그래서 삶 자체가 예술이다?

Q 응.

근데 어려움을 느낄 때는 없어?

Q 당연히 되게 어렵지. 눈의 절반, 여기까지 안 보이는데.

어떤 느낌이야?

Q 갑자기 공포영화처럼 뭐가 슥 나타나. (웃음) 송지은이 그렇게 나타났어. 슥.

(웃음) 미안…. 그게 적응이 될까?

Q 내 생각엔 평생 안될 것 같아.

근데 눈에 장애가 있는 것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 모르잖아. 그래서 많이 불편해?

Q 나는 모르지. 어디서 와야 하는 뭔가가 있는데 그조차 모르겠어.

그 뭔가가 뭐야?

Q 그 불편하게 하는 뭔가를 아직 모른다니까.

아….

Q 모르겠어. 뭐 그때가 되고 나면 아이고야, 그러겠지만. 불편함이 아닐 수도 있지.

몸에 장애를 갖게 되고 나서 작업을 하니까, 장애예술이 되었잖아. 근데 장애예술은 장애인만 할 수 있는 건가? 장애예술은 몸에 장애가 있어서 하는 예술인 건가? 그 범주가 참… 애매하단 생각이 들더라고. 왜 굳이 장애라는 표현을 쓸까, 그냥 예술일 수 있는데. 어때?

Q 되게 안 좋은 거지.

(웃음) 답을 정해서 단순하게 말하네. 장애예술은 복지의 개념인가?

Q 복지? 아니. 또 하나의 하나지.

또 하나의 하나? 그게 무슨 뜻이야?

Q 나는 원래는 현대 예술의 어디쯤에 장애예술이 있나 보다 했는데, 어… 이게 어느 순간에 또 다른 영역이 되어버린 거야. 이젠 되게 중요해. 나의 팔, 다리, 눈, 언어. 내가 했던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그런 것들이 다 없어졌어. 으아… 진짜 죽겠더라고.

그런데도 작업을 계속하잖아. 나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왜냐면 우린 작업을 되게 천천히 하잖아. 음… Q레이터가 장애를 갖게 된 후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다양한 상상을 하고 대화 나누고 기록하고 재료를 보는 스케줄을 하나 딱 잡고 가면 하루가 다 지나니까. 느린 속p 작업을 진행한다는 말이야. 하나, 하나. 어떻게 보면 느린 것 같은데 또 이 과정이 깊이 있는 응집으로서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훅 날리는 껍데기 같은 작업이 아니라서. 그리고 느린 거 아니야. 지금 작업 과정이 Q레이터한테는 정상의 속도야. 느리거나 빠른 거 아니야. 내가 우리 작업 과정을 정리하면서 느낀 건, 결국에는 Q레이터가 제안하고 기획했던 방향으로 간다는 거야. 다른 대안이 있는지 이것저것 생각해 보지만 결국 그렇게 가는 것 같아. Q레이터는 작업을 하는 게 즐거워?

Q 아니야. 괴롭지만 나를 표현하기 위해 예술을 하는 거야.

그럴 가치가 있는 것 같아?

Q 있겠지.

앞으론 어떤 작업을 하고 싶어?

Q (웃음) 뭐 상황을 두고 미리 생각하는 게 아니라서, 그냥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 불편함이 느껴지면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불편한 것은 한두 개가 아닐 텐데?

Q 그치, 한두 개가 아니지.

어떻게 보면 많은 작업을 할 수 있겠다, 죽을 때까지. 그게 예술가로서 굉장히 고통스럽지만 행복한 게 아닐까.

05. 대화를 마무리하며

라움콘의 대화는 매회 녹음된다. 한 주제에 4~5회 녹음된 오디오 파일을 풀어내면 A4용지로 15장 정도가 된다. 그 중 Q레이터의 베르니케 실어증(주4)으로 인해 중복한 설명은 삭제하고, 반복되거나 주제와 거리가 먼 내용을 정리하면 서너 장으로 줄어든다. 이번 웹진 [이음]에는 독자에게 비워진 언어의 사이, 사라지는 언어, 반쪽씩 남은 시야에 담기는 세상과, 느껴지지 않고 움직이지 않지만 소중한 몸에 대한 자기애를 공유하고 싶었다. Q레이터는 많은 것을 말하지 않는다. 혹시 그가 알아듣지 못해서 대화에서 소외될까 봐 옆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지만, 눈치 빠른 당사자는 웃으며 감각적으로 뉘앙스를 읽어버린다. 오히려 세상의 변함없는 섭리를 이해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을 당당히 마주하고, 그것을 바꾸려 하지도 않는다. 그런 유니크함과 더불어 천천히, 이 세상에 유일한 단어로 다양한 삶을 말하고자 한다.

주1: 실어증(Aphasia)은 뇌 질환이나 손상으로 언어 이해 및 표현 능력이 상실된 상태를 의미한다.

주2: 기저핵(Basal ganglia)은 대뇌 중심에 위치한 큰 핵의 집단이다.

주3: 브로카 실어증(Broca’s aphasia)은 뇌 좌반구 하측 전두엽에 위치하는 브로카 영역에 손상을 입어 생기는 실어증이며, ‘운동성 실어증’이라고도 한다. 대체로 상대방의 말은 이해하지만 표현하기 어려워한다.

주4: 베르니케 실어증(Wernicke’s aphasia)은 뇌 좌반구 측두엽 및 후두염 근처에 위치하는 베르니케 영역에 손상을 입어 생기는 실어증이며, ‘감각성 실어증’이라고도 한다. 대체로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 넓은 연습실에서 한 남성이 뒤돌아 서 있다. 왼팔을 뻗어 발레바를 잡고 가슴을 내밀며 앞으로 나아가는 듯한 자세를 하고 있다.

    혼자 걷기 힘든 상태에서 움직임을 시도하는 Q레이터
    ©2019, 라움콘

  • 흰 종이에 세 줄에 걸쳐 손글씨가 써 있다.

    Q레이터의 기록 ©2021, 라움콘

라움콘 laumkon

2018년, 갑작스런 뇌출혈로 변화된 삶을 살게 된 문화예술 기획자 Q레이터와 송지은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그룹이다. 오른쪽 신체가 마비된 퍼포머 Q레이터가 불안전한 도시 환경 안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걷기 위해 고안한 웨어러블 아웃-핏 (2019), 마비된 손가락에 경직 현상으로 구부러짐이 있어도 최소의 힘으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착용 가능하게 제작한 장갑 <한 손 One hands>(2020), 다양한 속도에 주목하고 서로 다른 움직임의 시간을 거북이에 맞추어 걷는 참여적 상황 <언덕 위의 정점>(2021)을 기획·진행했다. 최근에는 <한 손 One hands 에디션_그릇> 프로젝트를 통해 변화된 삶을 디자인하는 라이프 스타일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laumkon@gmail.com

사진제공.필자

라움콘

라움콘 

2018년, 갑작스런 뇌출혈로 변화된 삶을 살게 된 문화예술 기획자 Q레이터와 송지은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그룹이다. 오른쪽 신체가 마비된 퍼포머 Q레이터가 불안전한 도시 환경 안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걷기 위해 고안한 웨어러블 아웃-핏 laumkon@gmail.com

상세내용

01. 시작

송지은(이하 송) 이번 이야기 주제는 Q레이터가 정해보는 것은 어때?

Q레이터(이하 Q) 응?

(웃음) 안타깝다…. 지금 Q레이터의 표정을 사람들이 봤어야 하는데.

Q 왜?

당혹스러움과 귀찮음? 갑자기 나한테 이런 것을 왜 시키지…? 그런 복잡 미묘한 표정이 여과 없이 나타나서.

Q (웃음) 주제는 정해져 있는 거야? 아니면 우리가 선택하는 거야?

우리가 주제를 생각하고 선택했었잖아!

Q 나는 사람들의 변화, 되게 웃겨서. 주변 사람들의… 아냐… 나를 둘러싼 사람들…. 하하…. 근데 어려워.

뭐가 어려운데?

Q 아이, 어려워. 그냥 하던 대로 해.

하던 대로 어떻게? 내가 주제를 정리해서 질문을 줘?

Q 응.

그래요. 그럼 내가 Q레이터에게 질문하는 방식을 계속 고수할게.

Q 응, 근데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서 글을 쓰잖아. 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글에 대한 반응이 궁금해.

좀 더 긴 내용으로 읽어보면 좋겠다, 갑자기 끝나는 느낌이다라는 피드백이 있었어. 많은 사람이 읽었다 안 읽는다는 지금 판단할 수 없는 것 같아. 나도 웹진 [이음]의 이전 글들을 시간 날 때 천천히 읽거든. 검색해서도 읽고. 굳이 이번에 연재하기 때문에 꼭 지금 읽을 필요는 없잖아. 차곡p 여러 이야기가 웹진 [이음]에 쌓이고 누구나 언제든 읽을 수 있게 되겠지?

Q 많이 읽어야 하는데.

(웃음) 그래, 좋은 내용을 담으면 많이 읽히겠지. 자. 세 번째 주제로는 몸에 대한 이야기를 제안해볼게. 근데 단순히 장애를 갖게 된 몸 이야기를 넘어, 섬세하고 세세하게 변화된 몸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자. 편측마비뿐만 아니라 외부에 보이지 않는 장애, 눈과 언어에 대한 이야기도 좋겠어.p 글을 읽는 사람들은 Q레이터가 실어증(주1)이 있는 줄 모르잖아.

Q 응. (웃음) 연기를 하지.

(웃음) 그래. 그래서 솔직한 몸 이야기를 담아보면 어떨까 싶어. 어때?

Q 좋아.

02. 나를 표현해야지, 내 몸이니까

Q레이터는 좌측 뇌 기저핵(주2)에서 출혈이 생겨 몸의 오른편이 마비되었잖아.

Q 응? 근데 왜?

갑자기 아닌 것처럼 이야기해. (웃음)

Q (웃음) 그래서?

뇌 손상으로 언어장애가 생기기도 하니까. Q레이터는 말을 듣고 이해하는 부위에 손상이 생긴 거라. 주변 사람하고 대화하면서 소외감을 느껴?

Q 근데 뭐… 글쎄… 내가 그들을 다 따돌리면 되니까. (웃음)

(웃음) 그래. 그럼 불편해? Q레이터가 청각장애는 아닌데, 사람들이 이해 못 한다고 큰 소리로 말하는 경우가 있었잖아. 어떤 식으로 들리는지 말해줄 수 있어?

Q 음… 상상 안에 가둬진다! 누군가 “이거 좋다”라고 말했을 때, 이거 좋다를 기억하다 보면 이거 좋다에 가둬지다가 벗어나면 ‘펑’ 하고 모든 이야기가 사라지거든.

아… 사라진다.

Q 내가 뭐라고 말하면 내가 들은 이야기가 사라져.

아… 갑자기 그 이야기가 사라져? 펑! 하고 마법처럼 사라진다고?

Q 일종의, 그런 거지.

그랬을 때 뭔가 당혹스러움이 있어?

Q 아니. 뭐… 그냥… 그러려니 하는 거지.

근데 작업할 때 어렵지 않아? 언어의 문제는 괜찮아?

Q 뭐…. (웃음)

말을 맞춰주기 때문에? (웃음) 그러면 듣고 이해하는 일상에 어떤 해프닝이 생길 수 있잖아? 예를 들자면 못 알아들었는데 “네… 네…” 그럴 때도 있어?

Q 응, 그럴 때도 있지. (웃음)

(웃음)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Q 응. (웃음)

(웃음) “네… 네…” 답하고 나서 나한테 방금 뭐라고 그랬냐, 물어보는 거랑 같은 거야?

Q 그치.

그랬을 때 상대방 말이 궁금해? Q레이터한테 한 말이?

Q 나는 안 궁금해.

(웃음) 왜 안 궁금해?

Q 중요하면 송지은이 옆에서 계속 말하겠지. (웃음)

장 도미니크 보비의 『잠수종과 나비』 기억나? 그는 가둬진 느낌을 잠수종에 비유했지. 그런 느낌이야?

Q 그렇지.

음…. 그런데도 예술로 나를 표현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어?

Q 예술로 표현을 안 하면 나는 참… 좁고, 아무런 이야기도 못 하고 하니까. 그런 것을 안 하면 나는 답답해.

Q레이터가 글로 기록했던 것 중에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느낌’…. 그건 어떤 느낌이야?

Q 그건 깜빡하는 거지. 까아암빠아악. 나 어디지? 뭐 어떻게? 어느 거? 뭐? 뭐? 그런 거야.

근데 모든 게 사라지지는 않지?

Q 응…, 그게, 그 상황에서는 내가 뭔가를 도출하려는데 이렇게 이게 뭐… 이게 왜 이렇게 대체… 내용이 사라졌지…? 말하려고 했던 것도 잊어먹고.

오른쪽 눈도 보이지 않고…. 사실 브로카 실어증(주3)도 좀 있어. 전반적으로 듣고 말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실어증이 있는 거지. 편마비로 몸의 오른쪽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아. 가둬진 느낌이 강하잖아. 장애를 갖기 전에는 다양한 예술가와 대화 나누고 작업을 보고 공연도 관람하p 만남을 즐겼었잖아. 그래서 사회에서 장애를 갖게 된 현재가 두렵지는 않아?

Q 솔직히 아직 모든 것을 다시 겪어보지 않아서 ‘뭐… 음… 글쎄…’ 그런 상황? 사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

어떤 사람은 변화된 몸을 ‘거미줄에 묶인 느낌’이라고 표현하던데 Q레이터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아?

Q 부서져. 다 부서져. 내가 말하고자 하는 언어들이 부서져…. 부서지는데 그 순간에 1, 2, 3 이렇게 가다가 7, 8, 9… 해서 다시 돌아와. 중간은 다 사라지고…. 근데 언어가 놓치고 그런 것들 아이디어… 있잖아…. 그건 여기, 여기, 여기… 주변을 돌p 설명하게 되지. 되게 어려워. 그런 것도 쉽지 않지.

Q레이터는 자신의 몸을 오브제화하는 것 같아. 퍼포먼스적이잖아. 오브제를 가지고 내 몸에 착용하고 움직이거나 사용하는 행위지. 근데 그런 것 안에서 자신의 몸이 대상화되는 거잖아. 그런 것에 대해서는 고민해본 적 있어?

Q 뭐…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지…. 나를 표현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내 몸이니까.

03. 난 내가 유니크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나는 일상에서, Q레이터가 걷고 있는데 누군가 쳐다보면 그 시선이 너무 불편해.

Q 누군가 쳤어?

아니. 쳐다보면.

Q 나는 거기선 그 사람도 그냥 상관없어. (웃음) 왜냐면 나는 눈도 잘 안 보여. 그래서 난 누군지 몰라. 그리고 언어도 못 알아들어.

나는 그들의 시선이 너무 불편해. 왜냐면….

Q 그렇다고 하더라고, 다들. 그러니까 나는 그다음부터 이야기를 안 해.

그냥 얘가 또 난리를 치는구나. 알아서 끝나겠구나… 그러는구나.

Q 이게 언제쯤이면 잠잠해질 수 있을까. 타인이 나를 보는 시선에 대한 문제는 끝이 안 난다고 생각해.

그게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의 몸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거잖아.

인식이 개선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그리고 사회, 문화, 역사와 같은 맥락에서 장애를 다시금 봐야 할 필요도 많지. 이런 것들이 같이 움직여야 하지, 한 개인이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 어떻게 보면 장애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어 있는 것 같아. 다른 몸에 대한 이p 인지가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 어때?

Q 난 나 스스로가 유니크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스스로를? (웃음) 그런 생각이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Q 나는 원래 그랬어.

(웃음) 장애를 갖기 이전에는 다양한 몸에 대해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고 있었어?

Q 아무 생각 없었지.

나는 20대를 영국에서 보냈잖아. 거기서는 휠체어 탄 사람이 버스 타는 상황이 일상이고 평범한 경험이었어. 휠체어 타는 사람이 많았거든. 어느 날, 한 승객이 자전거를 싣겠다고 버스 기사님한테 엄청 사정하더라고. 근데 안 된다고 말하더라고, 휠체어석이니까. 우리나라에 와서 다른 몸에 대p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일상에서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도 우리가 이렇게 산책하면서 이야기하고 있으면 타인의 시선이 느껴지거든.

Q (웃음) 나는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건 모르겠어. 미안한데 난 잘 안 보여. 근데 송지은이 막 아아아아악!!! 하고 있어. (웃음) 아이고 웃겨.

참을 수 없는 무례함에 기분이 상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Q 근데 뭐 말한다고 해도 그 사람이 갑자기 “내가 장애인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 그러지 않거든.

그냥 또 그럴 거다?

Q 어, 그게 아무튼 30명이 그렇다고 치자. 그중에 나를 쳐다보는 사람은 계속 봐. 근데 뭐 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안 변할 사람은 안 변하고.

그렇기 때문에 화낼 필요가 없다?

Q 응~

Q레이터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못 느끼잖아. 그게 신경이 안 쓰이는 거야?

Q 잘 안 느껴져. (웃음) 근데 보이지 않는 어떤 되게 막… 가려진 듯한 눈길, 시선이 있어. 느낌은 있을 거야. 안 드러나는 거겠지. 그, 나는 오히려 되게 어린아이의 시선이 보여.

어린아이의 시선이?

Q 어, 지난번에 길을 걸어가는데 어떤 남자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우리 앞에 멈춰 서. 그것도 세 번. 그런 건 내가 당혹스럽지. 이거 봐라. 이 당돌한 시선은 뭘까. 근데 오히려 아… 내가 만나게 될 그런 시선들이 더 있겠구나, 싶지. 나는 시야장애가 있어서 몰랐는데 송지은이 말p 알게 된 거지. 그러면서 세상에 이런 시선이 많구나 생각했어. 불쌍하게 바라보는 눈길을 그냥 무시하면서. 그런 게 계속 있을 거야. 그래서 나는 되게 준비를 많이 해.

어떤 준비를?

Q 어… 휠체어를 타고 집에 가본다든지, 더 불편하고 느리게 걷는다든지. 분명히 그때는 “저걸 어째, 저걸 어째” 하는 그런 시선들이 있겠지. 근데 그런 시선과 대면하고 싶거든.

오히려 그런 시선을 마주하고 싶다?

Q 어. 그거 되게 웃겨. 나를 바라보면 나도 딱 봐. 계속 봐. 그런 시선을 나는 아예 즐기려고. 그러니까 그게 뭐냐면, 그게 뭐 여러 가지로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근데 아직은 나는 보지 못했어. 한편으론 내가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다음에 외부의 시선에 관해서 이야기를 더 나누면 좋겠어.

04. 사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예술인데

그래. 요즘 진행하는 작업은 어떤 거 같아?

Q 그냥 사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예술인데. 반쪽 몸을 예술적으로 생각하고, 마비되어 느껴지지 않지만 그것에 대하여 계속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지.

마비된 몸을 원망하기보단 마비된 몸에 대한 작업을 한다?

Q 그래.

그래서 삶 자체가 예술이다?

Q 응.

근데 어려움을 느낄 때는 없어?

Q 당연히 되게 어렵지. 눈의 절반, 여기까지 안 보이는데.

어떤 느낌이야?

Q 갑자기 공포영화처럼 뭐가 슥 나타나. (웃음) 송지은이 그렇게 나타났어. 슥.

(웃음) 미안…. 그게 적응이 될까?

Q 내 생각엔 평생 안될 것 같아.

근데 눈에 장애가 있는 것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 모르잖아. 그래서 많이 불편해?

Q 나는 모르지. 어디서 와야 하는 뭔가가 있는데 그조차 모르겠어.

그 뭔가가 뭐야?

Q 그 불편하게 하는 뭔가를 아직 모른다니까.

아….

Q 모르겠어. 뭐 그때가 되고 나면 아이고야, 그러겠지만. 불편함이 아닐 수도 있지.

몸에 장애를 갖게 되고 나서 작업을 하니까, 장애예술이 되었잖아. 근데 장애예술은 장애인만 할 수 있는 건가? 장애예술은 몸에 장애가 있어서 하는 예술인 건가? 그 범주가 참… 애매하단 생각이 들더라고. 왜 굳이 장애라는 표현을 쓸까, 그냥 예술일 수 있는데. 어때?

Q 되게 안 좋은 거지.

(웃음) 답을 정해서 단순하게 말하네. 장애예술은 복지의 개념인가?

Q 복지? 아니. 또 하나의 하나지.

또 하나의 하나? 그게 무슨 뜻이야?

Q 나는 원래는 현대 예술의 어디쯤에 장애예술이 있나 보다 했는데, 어… 이게 어느 순간에 또 다른 영역이 되어버린 거야. 이젠 되게 중요해. 나의 팔, 다리, 눈, 언어. 내가 했던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그런 것들이 다 없어졌어. 으아… 진짜 죽겠더라고.

그런데도 작업을 계속하잖아. 나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왜냐면 우린 작업을 되게 천천히 하잖아. 음… Q레이터가 장애를 갖게 된 후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다양한 상상을 하고 대화 나누고 기록하고 재료를 보는 스케줄을 하나 딱 잡고 가면 하루가 다 지나니까. 느린 속p 작업을 진행한다는 말이야. 하나, 하나. 어떻게 보면 느린 것 같은데 또 이 과정이 깊이 있는 응집으로서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훅 날리는 껍데기 같은 작업이 아니라서. 그리고 느린 거 아니야. 지금 작업 과정이 Q레이터한테는 정상의 속도야. 느리거나 빠른 거 아니야. 내가 우리 작업 과정을 정리하면서 느낀 건, 결국에는 Q레이터가 제안하고 기획했던 방향으로 간다는 거야. 다른 대안이 있는지 이것저것 생각해 보지만 결국 그렇게 가는 것 같아. Q레이터는 작업을 하는 게 즐거워?

Q 아니야. 괴롭지만 나를 표현하기 위해 예술을 하는 거야.

그럴 가치가 있는 것 같아?

Q 있겠지.

앞으론 어떤 작업을 하고 싶어?

Q (웃음) 뭐 상황을 두고 미리 생각하는 게 아니라서, 그냥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 불편함이 느껴지면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불편한 것은 한두 개가 아닐 텐데?

Q 그치, 한두 개가 아니지.

어떻게 보면 많은 작업을 할 수 있겠다, 죽을 때까지. 그게 예술가로서 굉장히 고통스럽지만 행복한 게 아닐까.

05. 대화를 마무리하며

라움콘의 대화는 매회 녹음된다. 한 주제에 4~5회 녹음된 오디오 파일을 풀어내면 A4용지로 15장 정도가 된다. 그 중 Q레이터의 베르니케 실어증(주4)으로 인해 중복한 설명은 삭제하고, 반복되거나 주제와 거리가 먼 내용을 정리하면 서너 장으로 줄어든다. 이번 웹진 [이음]에는 독자에게 비워진 언어의 사이, 사라지는 언어, 반쪽씩 남은 시야에 담기는 세상과, 느껴지지 않고 움직이지 않지만 소중한 몸에 대한 자기애를 공유하고 싶었다. Q레이터는 많은 것을 말하지 않는다. 혹시 그가 알아듣지 못해서 대화에서 소외될까 봐 옆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지만, 눈치 빠른 당사자는 웃으며 감각적으로 뉘앙스를 읽어버린다. 오히려 세상의 변함없는 섭리를 이해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을 당당히 마주하고, 그것을 바꾸려 하지도 않는다. 그런 유니크함과 더불어 천천히, 이 세상에 유일한 단어로 다양한 삶을 말하고자 한다.

주1: 실어증(Aphasia)은 뇌 질환이나 손상으로 언어 이해 및 표현 능력이 상실된 상태를 의미한다.

주2: 기저핵(Basal ganglia)은 대뇌 중심에 위치한 큰 핵의 집단이다.

주3: 브로카 실어증(Broca’s aphasia)은 뇌 좌반구 하측 전두엽에 위치하는 브로카 영역에 손상을 입어 생기는 실어증이며, ‘운동성 실어증’이라고도 한다. 대체로 상대방의 말은 이해하지만 표현하기 어려워한다.

주4: 베르니케 실어증(Wernicke’s aphasia)은 뇌 좌반구 측두엽 및 후두염 근처에 위치하는 베르니케 영역에 손상을 입어 생기는 실어증이며, ‘감각성 실어증’이라고도 한다. 대체로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 넓은 연습실에서 한 남성이 뒤돌아 서 있다. 왼팔을 뻗어 발레바를 잡고 가슴을 내밀며 앞으로 나아가는 듯한 자세를 하고 있다.

    혼자 걷기 힘든 상태에서 움직임을 시도하는 Q레이터
    ©2019, 라움콘

  • 흰 종이에 세 줄에 걸쳐 손글씨가 써 있다.

    Q레이터의 기록 ©2021, 라움콘

라움콘 laumkon

2018년, 갑작스런 뇌출혈로 변화된 삶을 살게 된 문화예술 기획자 Q레이터와 송지은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그룹이다. 오른쪽 신체가 마비된 퍼포머 Q레이터가 불안전한 도시 환경 안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걷기 위해 고안한 웨어러블 아웃-핏 (2019), 마비된 손가락에 경직 현상으로 구부러짐이 있어도 최소의 힘으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착용 가능하게 제작한 장갑 <한 손 One hands>(2020), 다양한 속도에 주목하고 서로 다른 움직임의 시간을 거북이에 맞추어 걷는 참여적 상황 <언덕 위의 정점>(2021)을 기획·진행했다. 최근에는 <한 손 One hands 에디션_그릇> 프로젝트를 통해 변화된 삶을 디자인하는 라이프 스타일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laumk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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