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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이미지)로 바꾸는 방법

이음광장 응용과 반복으로 만든 이미지의 변주

  • 다단조 문화예술기획팀
  • 등록일 2020-12-08
  • 조회수507

코로나19로 인해 워크숍이 비대면으로 바뀐 지 2주의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내용으로 워크숍 두 번째 세션을 시작하기 전 상황도 그다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아직은 대면으로의 전환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이번 워크숍을 진행해줄 최문경 작가와 함께 몇 주 전부터 이를 대비하고 있었다. 이 워크숍의 원제는 ‘자연을 색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야채나 과일을 넣은 비커를 알코올 램프로 끓여서 색물을 추출한 다음, 이것을 물감 삼아 컬러 스와치(color swatch), 패턴, 이미지로 발전시켜보는 과정이다. 자연으로부터 색을 끌어내 작업에 담는 방식을 배워보는 시간이 될 예정이었다. 다 같이 최문경 작가의 일터인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Ti)을 방문해 공간과 교육 과정도 살펴보고, 교실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려던 참이었다. 대형택시로 함께 이동할 계획도 예산에 반영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준비했던 워크숍은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변경해야만 했다. 일단 만남이 불가능하니, 파주로 가는 계획 자체가 무산되었다. 그렇다면 비대면으로 이 워크숍 과정을 어떻게 소화할지 고민해보았다. 처음엔 각자가 색 추출과 그리는 과정을 직접 할 수 있도록 준비물 키트를 제작해서 보내는 것을 생각했지만, 안전 문제가 가장 크게 걸렸고, 각자의 공간에서 이 과정을 세팅하고 진행하는 것이 모두에게 가능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미리 추출해놓은 야채나 과일 색물을 참여자에게 보내기엔 생략되어버리는 중요한 과정의 범위가 상당히 넓었다. 여름부터 상상해온 그림이 펼쳐지지 않는 막막함과 아쉬움이 밀려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결국은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에 모두 동의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로운 구성의 워크숍은 그것대로 뜻깊고 즐거웠다. 온라인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사전에 워크숍에 필요한 재료와 더불어 참여자 각자가 작업하는 모습을 또 다른 화면으로 담아 줌 화면에 송출하기 위한 태블릿 거치대까지 참여자들의 주소로 배송했다. 참여자들은 최문경 작가와 함께 타이포그래피 영역 내에서 3회에 걸쳐 각자가 고른 하나의 ‘글자’가 특정 글꼴로 인쇄된 종이를 ‘오리기, 붙이기, 그리기’와 같은 단순한 행위의 응용과 반복을 통해 ‘이미지’로 바꾸는 방법을 탐구해보았다.

세 명의 참여자는 각각 ‘숨’, ‘문’, ‘슬’이라는 글자를 골랐고, 그것들을 최문경 작가가 여러 가지 글꼴로 작업해 PDF 파일로 각자에게 전달했다. 글꼴에 따라서도 그 느낌이 이미 전혀 다르게 느껴졌는데, 우리는 그 하나의 글자를 뜻이 있거나 읽을 수 있는 글자가 아닐 수도 있는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더 변형해보고 해체할 계획이었다. 종이를 반으로 갈라도 보고 여러 개로 조각내 어긋나게 이어 붙여보기도 하고, 트레이싱 종이와 먹지를 사용해 글자를 확장해보기도 하고, 글자의 일부를 오린 뒤 접어 세워 입체감을 살려보는 등 ‘숨’ ‘문’ ‘슬’의 변신을 꾀했다. 각자가 행한 변신술에 따라 글자에는 감정과 느낌이 더해졌다. 어떤 상태가 표현되거나 무언가 연상되기도 했다. 만든 이와 보는 이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으로 변형된 글자-이미지를 해석했다. 최문경 작가는 이러한 작업 방식을 더 파고들고 다양하게 실험해 글자로부터 시작된 시각이미지를 창조해 그래픽 디자인에 활용되는 예술가들의 작업 사례를 보여주기도 했다. 글꼴-글자라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이리저리 매만지고 손질해서 이미지라는 의미 있고 아름다운 보석을 만들어내는 듯한 과정이었다.

글자를 이미지로 바꾸는 방법
[사진 출처] 필자

그야말로 유연한 대처와 즉각적인 전환으로 마련된 워크숍인 셈인데, 이러한 대처가 대개는 보람과 만족을 준다. 하지만, 올해의 코로나 시기 동안 이번 청년 장애예술인 지원사업의 시각예술 워크숍과 다수의 문화예술 기획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이러한 시대적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유연함과 즉흥성을 매 순간 끌어내야 하는 의무가 계속해서 요구된다면 버거워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새로운 것을 뽑아내고 다시 처음부터 적응해야 하는 피로감과 기존의 계획대로 하지 못한다는 허탈감이 동시에 몰리는 상태를 여러 번 겪으면서 이런 과정이 누적된다면 결코 좋을 게 없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이제 2020년을 코로나를 경험하는 테스트베드(testbed)라 여기고 다음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대면과 비대면의 변환을 고려해야 하는 류의 워크숍을 기획하는 데 있어 어떤 틀 안에서 어떤 기준과 가이드를 세울지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워크숍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공동으로 참여한다는 지점에서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하는 부분이다.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안에서 부딪힌 변수와 문제에서 개선과 대응방안을 도출해내고 이를 잘 정리해 내년의 기획에 반영한다면, 한 공간에서 직접적인 만남과 소통이 선사하는 상호 교류만큼은 아니더라도 모두가 덜 피로하고 덜 소외되며 새로운 형태의 친밀감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다단조

다단조 

김다은, 여혜진으로 구성된 다단조는 예술적 실천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전시, 출판, 공연, 교육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는 프로젝트 베이스의 기획 집단이다. 
hello.daadaan@gmail.com

다단조

다단조 

김다은, 여혜진으로 구성된 다단조는 예술적 실천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전시, 출판, 공연, 교육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는 프로젝트 베이스의 기획 집단이다. 
hello.daadaan@gmail.com

상세내용

코로나19로 인해 워크숍이 비대면으로 바뀐 지 2주의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내용으로 워크숍 두 번째 세션을 시작하기 전 상황도 그다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아직은 대면으로의 전환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이번 워크숍을 진행해줄 최문경 작가와 함께 몇 주 전부터 이를 대비하고 있었다. 이 워크숍의 원제는 ‘자연을 색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야채나 과일을 넣은 비커를 알코올 램프로 끓여서 색물을 추출한 다음, 이것을 물감 삼아 컬러 스와치(color swatch), 패턴, 이미지로 발전시켜보는 과정이다. 자연으로부터 색을 끌어내 작업에 담는 방식을 배워보는 시간이 될 예정이었다. 다 같이 최문경 작가의 일터인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Ti)을 방문해 공간과 교육 과정도 살펴보고, 교실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려던 참이었다. 대형택시로 함께 이동할 계획도 예산에 반영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준비했던 워크숍은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변경해야만 했다. 일단 만남이 불가능하니, 파주로 가는 계획 자체가 무산되었다. 그렇다면 비대면으로 이 워크숍 과정을 어떻게 소화할지 고민해보았다. 처음엔 각자가 색 추출과 그리는 과정을 직접 할 수 있도록 준비물 키트를 제작해서 보내는 것을 생각했지만, 안전 문제가 가장 크게 걸렸고, 각자의 공간에서 이 과정을 세팅하고 진행하는 것이 모두에게 가능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미리 추출해놓은 야채나 과일 색물을 참여자에게 보내기엔 생략되어버리는 중요한 과정의 범위가 상당히 넓었다. 여름부터 상상해온 그림이 펼쳐지지 않는 막막함과 아쉬움이 밀려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결국은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에 모두 동의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로운 구성의 워크숍은 그것대로 뜻깊고 즐거웠다. 온라인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사전에 워크숍에 필요한 재료와 더불어 참여자 각자가 작업하는 모습을 또 다른 화면으로 담아 줌 화면에 송출하기 위한 태블릿 거치대까지 참여자들의 주소로 배송했다. 참여자들은 최문경 작가와 함께 타이포그래피 영역 내에서 3회에 걸쳐 각자가 고른 하나의 ‘글자’가 특정 글꼴로 인쇄된 종이를 ‘오리기, 붙이기, 그리기’와 같은 단순한 행위의 응용과 반복을 통해 ‘이미지’로 바꾸는 방법을 탐구해보았다.

세 명의 참여자는 각각 ‘숨’, ‘문’, ‘슬’이라는 글자를 골랐고, 그것들을 최문경 작가가 여러 가지 글꼴로 작업해 PDF 파일로 각자에게 전달했다. 글꼴에 따라서도 그 느낌이 이미 전혀 다르게 느껴졌는데, 우리는 그 하나의 글자를 뜻이 있거나 읽을 수 있는 글자가 아닐 수도 있는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더 변형해보고 해체할 계획이었다. 종이를 반으로 갈라도 보고 여러 개로 조각내 어긋나게 이어 붙여보기도 하고, 트레이싱 종이와 먹지를 사용해 글자를 확장해보기도 하고, 글자의 일부를 오린 뒤 접어 세워 입체감을 살려보는 등 ‘숨’ ‘문’ ‘슬’의 변신을 꾀했다. 각자가 행한 변신술에 따라 글자에는 감정과 느낌이 더해졌다. 어떤 상태가 표현되거나 무언가 연상되기도 했다. 만든 이와 보는 이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으로 변형된 글자-이미지를 해석했다. 최문경 작가는 이러한 작업 방식을 더 파고들고 다양하게 실험해 글자로부터 시작된 시각이미지를 창조해 그래픽 디자인에 활용되는 예술가들의 작업 사례를 보여주기도 했다. 글꼴-글자라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이리저리 매만지고 손질해서 이미지라는 의미 있고 아름다운 보석을 만들어내는 듯한 과정이었다.

글자를 이미지로 바꾸는 방법
[사진 출처] 필자

그야말로 유연한 대처와 즉각적인 전환으로 마련된 워크숍인 셈인데, 이러한 대처가 대개는 보람과 만족을 준다. 하지만, 올해의 코로나 시기 동안 이번 청년 장애예술인 지원사업의 시각예술 워크숍과 다수의 문화예술 기획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이러한 시대적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유연함과 즉흥성을 매 순간 끌어내야 하는 의무가 계속해서 요구된다면 버거워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새로운 것을 뽑아내고 다시 처음부터 적응해야 하는 피로감과 기존의 계획대로 하지 못한다는 허탈감이 동시에 몰리는 상태를 여러 번 겪으면서 이런 과정이 누적된다면 결코 좋을 게 없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이제 2020년을 코로나를 경험하는 테스트베드(testbed)라 여기고 다음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대면과 비대면의 변환을 고려해야 하는 류의 워크숍을 기획하는 데 있어 어떤 틀 안에서 어떤 기준과 가이드를 세울지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워크숍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공동으로 참여한다는 지점에서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하는 부분이다.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안에서 부딪힌 변수와 문제에서 개선과 대응방안을 도출해내고 이를 잘 정리해 내년의 기획에 반영한다면, 한 공간에서 직접적인 만남과 소통이 선사하는 상호 교류만큼은 아니더라도 모두가 덜 피로하고 덜 소외되며 새로운 형태의 친밀감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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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은, 여혜진으로 구성된 다단조는 예술적 실천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전시, 출판, 공연, 교육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는 프로젝트 베이스의 기획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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