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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전시)로 바꾸는 방법

이음광장 색다른 공간에서 예술 마주하기

  • 다단조 문화예술기획팀
  • 등록일 2021-02-03
  • 조회수716

지난번 이예주 디자이너의 개인전 《3MM》 방문에 이어, ‘생각을 전시로 바꾸는 방법’ 워크숍의 두 번째 시간은 덕수궁에서 열렸다. 가을의 끝자락, 손과 코끝이 살짝 시린 날씨였지만 햇살은 좋았고 형형색색 물든 나뭇잎으로 고궁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모처럼 여럿이 나들이를 떠나는 기분에 고궁 입구에서부터 우리는 꽤 들떠 있었다.

드넓은 고궁의 마당 한가운데 많은 이의 관심과 호평을 받은 야외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이름하여 《토끼 방향 오브젝트》. 이 전시는 ‘아트 플랜트 아시아 2020 주제전’의 일환으로, 덕수궁 내 건축물 실내와 야외에 사진, 회화,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는 물론, 이미 작고한 유명 화가부터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시대 예술가의 작품을 아우르는 꽤 규모 있는 전시였다. 이날의 ‘생각을 전시로 바꾸는 방법’ 워크숍을 진행해 줄 전시의 공동 큐레이터 중 한 명인 윤율리 기획자를 약속 장소에서 만났다.

쉐어타이핑 프로그램을 활용한 실시간 문자통역이 진행된 전시 투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청각장애 참가자의 원활한 소통과 의사 전달을 위한 세팅이었다. 먼저 문자통역사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상황과 인원 및 이름, 진행 계획을 미리 설명해주었다. 그다음 윤율리 기획자가 휴대폰을 마이크처럼 잡고 전시 설명을 하면, 전화로 이를 듣는 통역사가 쉐어타이핑 프로그램에 글을 입력하였다. 그러면 참가자는 본인의 휴대폰으로 쉐어타이핑 창을 열어 통역사가 받아 적는 글을 실시간으로 보는 식이었다.

《토끼 방향 오브젝트》라는 전시명에 대한 설명이 워크숍의 시작이었다. 덕수궁이 위치한 정동 쪽을 의미하는 옛말 중 하나인 ‘묘방’(卯方)을 풀어 ‘토끼 방향’이라 붙였고 그곳에 놓인 사물과 객체를 뜻하는 의미로 ‘오브젝트’라는 단어가 붙여졌다고 한다. 궁궐의 방마다 칸칸이 문이 활짝 열려 있는데, 이 오래된 건축물과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현대미술 작품이 그 안에 떡하니 놓여있었다. 윤율리 기획자는 한 걸음씩 이동하면서 모든 작품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찬찬히 설명해주었다.

이 전시는 원래 미술관에서 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계획이 미뤄지고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예 야외 전시로 전환해 ‘토끼 방향’의 이곳 덕수궁에서 열리게 되었다고 한다. 문화재이자 야외라는 공간적 특성 때문에 전시 준비가 무척이나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많은 신작이 눈에 띄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이었는데, 워낙 2020년 초부터 미술계의 크고 작은 행사가 무더기로 취소되고 연기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시 참여 작가들에게 새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다. 그 덕에 우리도 덕수궁 이곳저곳에서 눈길을 끄는 신작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시간에 이예주 디자이너의 개인전을 통해 예술가 본인이 자신의 다양한 작품들을 가지고 하나의 전시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살펴보았다면, ‘생각을 전시로 바꾸는 방법’의 두 번째 워크숍인 이번 전시 방문은 기획자가 여러 예술가들의 작업을 하나의 틀에 담아내는 과정과 결과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관찰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기획자가 한 예술가의 작품을 어느 맥락에 위치시키며 이를 다른 작품 또는 공간과 연결 짓는 방식에 대해 이번 청년장애예술가양성사업의 참여자가 궁금증을 갖고 이를 직접 마주하는 기회였다. 윤율리 기획자가 작품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기획과정과 관련된 이야기를 잘 녹여준 덕분에 전시 감상의 의미가 더욱 깊었다.

휴대폰 통화와 쉐어타이핑을 동시에 활용한 문자통역은 워크숍 내내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간혹 쉐어타이핑 프로그램이 작동을 멈춰 설명을 중단하고 다시 껐다 켜기를 반복하거나 참가자가 사진을 찍고 싶을 때면 휴대폰을 써야 해서 잠시 소통의 부재를 받아들여야 했다. 서로 잠깐 멈추자는 사인을 주고받지 않는 이상 설명과 문자통역은 순식간에 이루어져서 몇 마디를 놓치기 십상이었다. 다행히 참가자가 사진 촬영을 하느라 설명이 끊긴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긴 했지만, 혹여나 우리가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못해 중요한 이야기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내내 약간 긴장되었다.

하지만 작품 설명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몸과 마음으로 예술을 느끼는 것이리라. 참가자와 우리는 덕수궁에 펼쳐진 늦가을 풍경을 눈으로 충분히 즐기고 있었고, 수많은 멋진 작품을 마음에 잘 담았다. 전형적인 미술관이 아닌, 색다른 공간에서 마주한 이 예술적 경험은 다단조는 물론 참가자에게도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오랜 시간 우리를 줌(Zoom)에 가두었던 코로나19로부터 잠시나마 해방되어 함께 떠난 특별한 오후 산책이었기에 더 기억에 남는 워크숍이었다.

사진제공.필자

다단조

다단조 

김다은, 여혜진으로 구성된 다단조는 예술적 실천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전시, 출판, 공연, 교육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는 프로젝트 베이스의 기획 집단이다. 
hello.daadaan@gmail.com

상세내용

지난번 이예주 디자이너의 개인전 《3MM》 방문에 이어, ‘생각을 전시로 바꾸는 방법’ 워크숍의 두 번째 시간은 덕수궁에서 열렸다. 가을의 끝자락, 손과 코끝이 살짝 시린 날씨였지만 햇살은 좋았고 형형색색 물든 나뭇잎으로 고궁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모처럼 여럿이 나들이를 떠나는 기분에 고궁 입구에서부터 우리는 꽤 들떠 있었다.

드넓은 고궁의 마당 한가운데 많은 이의 관심과 호평을 받은 야외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이름하여 《토끼 방향 오브젝트》. 이 전시는 ‘아트 플랜트 아시아 2020 주제전’의 일환으로, 덕수궁 내 건축물 실내와 야외에 사진, 회화,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는 물론, 이미 작고한 유명 화가부터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시대 예술가의 작품을 아우르는 꽤 규모 있는 전시였다. 이날의 ‘생각을 전시로 바꾸는 방법’ 워크숍을 진행해 줄 전시의 공동 큐레이터 중 한 명인 윤율리 기획자를 약속 장소에서 만났다.

쉐어타이핑 프로그램을 활용한 실시간 문자통역이 진행된 전시 투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청각장애 참가자의 원활한 소통과 의사 전달을 위한 세팅이었다. 먼저 문자통역사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상황과 인원 및 이름, 진행 계획을 미리 설명해주었다. 그다음 윤율리 기획자가 휴대폰을 마이크처럼 잡고 전시 설명을 하면, 전화로 이를 듣는 통역사가 쉐어타이핑 프로그램에 글을 입력하였다. 그러면 참가자는 본인의 휴대폰으로 쉐어타이핑 창을 열어 통역사가 받아 적는 글을 실시간으로 보는 식이었다.

《토끼 방향 오브젝트》라는 전시명에 대한 설명이 워크숍의 시작이었다. 덕수궁이 위치한 정동 쪽을 의미하는 옛말 중 하나인 ‘묘방’(卯方)을 풀어 ‘토끼 방향’이라 붙였고 그곳에 놓인 사물과 객체를 뜻하는 의미로 ‘오브젝트’라는 단어가 붙여졌다고 한다. 궁궐의 방마다 칸칸이 문이 활짝 열려 있는데, 이 오래된 건축물과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현대미술 작품이 그 안에 떡하니 놓여있었다. 윤율리 기획자는 한 걸음씩 이동하면서 모든 작품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찬찬히 설명해주었다.

이 전시는 원래 미술관에서 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계획이 미뤄지고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예 야외 전시로 전환해 ‘토끼 방향’의 이곳 덕수궁에서 열리게 되었다고 한다. 문화재이자 야외라는 공간적 특성 때문에 전시 준비가 무척이나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많은 신작이 눈에 띄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이었는데, 워낙 2020년 초부터 미술계의 크고 작은 행사가 무더기로 취소되고 연기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시 참여 작가들에게 새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다. 그 덕에 우리도 덕수궁 이곳저곳에서 눈길을 끄는 신작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시간에 이예주 디자이너의 개인전을 통해 예술가 본인이 자신의 다양한 작품들을 가지고 하나의 전시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살펴보았다면, ‘생각을 전시로 바꾸는 방법’의 두 번째 워크숍인 이번 전시 방문은 기획자가 여러 예술가들의 작업을 하나의 틀에 담아내는 과정과 결과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관찰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기획자가 한 예술가의 작품을 어느 맥락에 위치시키며 이를 다른 작품 또는 공간과 연결 짓는 방식에 대해 이번 청년장애예술가양성사업의 참여자가 궁금증을 갖고 이를 직접 마주하는 기회였다. 윤율리 기획자가 작품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기획과정과 관련된 이야기를 잘 녹여준 덕분에 전시 감상의 의미가 더욱 깊었다.

휴대폰 통화와 쉐어타이핑을 동시에 활용한 문자통역은 워크숍 내내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간혹 쉐어타이핑 프로그램이 작동을 멈춰 설명을 중단하고 다시 껐다 켜기를 반복하거나 참가자가 사진을 찍고 싶을 때면 휴대폰을 써야 해서 잠시 소통의 부재를 받아들여야 했다. 서로 잠깐 멈추자는 사인을 주고받지 않는 이상 설명과 문자통역은 순식간에 이루어져서 몇 마디를 놓치기 십상이었다. 다행히 참가자가 사진 촬영을 하느라 설명이 끊긴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긴 했지만, 혹여나 우리가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못해 중요한 이야기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내내 약간 긴장되었다.

하지만 작품 설명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몸과 마음으로 예술을 느끼는 것이리라. 참가자와 우리는 덕수궁에 펼쳐진 늦가을 풍경을 눈으로 충분히 즐기고 있었고, 수많은 멋진 작품을 마음에 잘 담았다. 전형적인 미술관이 아닌, 색다른 공간에서 마주한 이 예술적 경험은 다단조는 물론 참가자에게도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오랜 시간 우리를 줌(Zoom)에 가두었던 코로나19로부터 잠시나마 해방되어 함께 떠난 특별한 오후 산책이었기에 더 기억에 남는 워크숍이었다.

사진제공.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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