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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 그 언저리

이음광장 발달장애인의 이상한 행동과 함께하는 방법, 예술?

  • 김인규 작가
  • 등록일 2021-02-24
  • 조회수925
  • 미술 전시회에 전시된 한 소년의 그림(2021)
    그는 볼펜 끝을 캔버스에 문지를 때 부딪혀 울리는 진동이나 소리에 집중한다. 눈은 허공을 향하고 있지만,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한다. 그러는 동안 정서적으로 매우 안정된 상태에 빠져든다. 그 흔적을 보고 있노라면 보는
    사람도 묘하게 몰입되면서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진우는 혼잣말을 한다. 끊임없이 혼자 중얼거린다. 공전화기를 들고 대화하듯이 말할 때는 진짜인지 착각할 정도지만, 대체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다. 누가 옆에 있을 때는 작은 소리로 말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큰소리로 말하기도 한다. 거리로 나서면 목소리가 커지는데 아마도 참견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큰길가에 서서 허공을 바라보고 혼잣말을 하며 서 있는 진우의 모습은 익숙한 장면이다. 아내는 그런 진우를 보며, 우리가 진우를 방치하고 있다고 사람들이 비난할지 모른다며 걱정한다. 나는 그런 아내에게 이리 말하곤 한다. “그렇다고 그걸 못하게 해? 그럴 수는 없잖아. 그게 진우의 삶이야. 우리는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해.”

얼마 전 알게 된 한 여성은, 자신이 진우를 모르던 시절에는 길에서 진우를 만나면 무서워서 피했다고 한다. 혼자 떠들고 서 있는 모습에서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진우는 때로 엄마나 아빠에게 삿대질하는 행동이나 손으로 잡아끄는 행동을 한다. 그럴 때면 우리 또한 불쾌감을 느낀다.

발달장애인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아이가 귀신 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아파트 주민이 민원을 제기해서 살 수 없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던 자폐 아동 가족 이야기가 그런 것일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그런 행동을 중단시킬 방법도 없으니 말이다. 아마도 그런 행동을 못하게 하면 감당할 수 없는 다른 사태로 번질 수 있다.

지역에서 만나는 이들에게도 대체로 그런 행동이 하나씩 있다. 한 청년은 종종 손을 머리 위로 번적 쳐들고 펄쩍펄쩍 뛰면서 소리를 낸다. 한 청년은 핸드폰을 들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촬영하는 행동을 한다. 그러다가 도촬을 의심받아 신고당하는 일도 있었다. 한 청년은 화장실 칸칸마다 돌아다니며 물을 내리고, 창문이 열려있는 곳을 보면 쫓아가 닫고 다닌다. 행동이 고쳐지지 않으니 부모는 그를 아예 집 밖으로 내보내려 하지 않는다.

장애인 문제를 이야기할 때면 대부분 일자리 문제에 집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장애인을 일정한 작업에 적응시키려 애쓴다. 그것은 대체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활동인데, 기이한 행동을 하는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에게는 그마저 쉽지 않다. 취업을 하더라도 그런 행동이 문제되어 지속하지 못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사람들과 섞이지 못하는 상황이 더욱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다. 진우에게 있어서도 더 긴급한 것은 직업을 갖느냐보다 사람들 속에 자리할 수 있는지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진우의 욕구는 누구보다 크기에 말이다. 말하자면 그런 그를 사람들이 포용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하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하는 것이다.

관찰해보면 그가 여전히 언어 밖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언어,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호환이 가능한 영역 속으로 충분히 들어와 있지 않은 셈이다. 여전히 자기만의 고유성 안에 머물고 있다고 할까. 옹알이하던 시절, 손가락 빨던 시절의 자기 탐닉이 여전한 셈이다. 그러한 자기 탐닉이 타인에게 이해될 수 없는 행동으로 넘쳐흐르는 것이다. 물론 비장애인도 그런 자기 탐닉이 있겠지만, 타인의 시선에 노출되는 순간 사그라들고 말 것이다. 혹은 여전히 남아있다면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해결할 것이다. 반면 발달장애인은 타인의 시선에도 자기 탐닉이 소실되지 않은 채로 넘쳐흐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비장애인은 당혹감을 느낄 것이다. 어쩌면 감춰야 하는 부분이 노출되는 순간이며, 그것을 감당하거나 소비할 방법이 없는 셈이니, 회피하거나 심지어 혐오감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렇지만 나는 진우의 그런 행동과 함께할 수 있다. 때로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부모이기 때문이겠지만, 그런 진우의 행동이 일상성 속에서 공유되고 있어서라고도 생각된다. 그런 측면에서 발달장애인의 행동이 비장애인과 좀더 일상적으로 매개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그들의 행동이 포용될 수 있는 문화적 형식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여성이 발달장애인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된 계기는 발달장애인의 미술작품 전시회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거기에서 발달장애인이 가진 천진성 같은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미술 표현은 그들의 장애성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반복적인 행동일 경우가 많다. 그것은 표현이기 이전에 탐닉의 흘러넘침이며, 생산된 이미지는 그런 행동의 부산물일 뿐이다. 그런데 그녀는 거기에서 어떤 감동을 받은 것이다. 그것은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 진우를 낯선 상태로 만났던 것과는 다른 일이 된 것이다. 어쩌면 진우에게는 같은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런 감동이 가능했다면 그것이 혹시 예술이 아닐까. 물론 그것이 보다 일상적이어야 한다는 면에서 기성의 예술과는 다르게 모색되어야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그 자폐 아동의 귀신 소리를, 함께 사는 주민이 소음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만날 기회는 없는 것일까?

김인규

김인규 

발달장애가 있는 김진우의 아빠다. 그와 관련된 여러 활동에 참여해왔다. 부모회 활동을 하였고, 지역에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오랫동안 미술활동을 하여 왔으며, 매년 전시회를 개최하여 지역사회와 소통을 도모해왔다. 최근에는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과 협력하여 발달장애인 일상 활동 지원을 하고 있다.
kig8142@naver.com

김인규

김인규 

발달장애가 있는 김진우의 아빠다. 그와 관련된 여러 활동에 참여해왔다. 부모회 활동을 하였고, 지역에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오랫동안 미술활동을 하여 왔으며, 매년 전시회를 개최하여 지역사회와 소통을 도모해왔다. 최근에는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과 협력하여 발달장애인 일상 활동 지원을 하고 있다.
kig8142@naver.com

상세내용

  • 미술 전시회에 전시된 한 소년의 그림(2021)
    그는 볼펜 끝을 캔버스에 문지를 때 부딪혀 울리는 진동이나 소리에 집중한다. 눈은 허공을 향하고 있지만,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한다. 그러는 동안 정서적으로 매우 안정된 상태에 빠져든다. 그 흔적을 보고 있노라면 보는
    사람도 묘하게 몰입되면서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진우는 혼잣말을 한다. 끊임없이 혼자 중얼거린다. 공전화기를 들고 대화하듯이 말할 때는 진짜인지 착각할 정도지만, 대체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다. 누가 옆에 있을 때는 작은 소리로 말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큰소리로 말하기도 한다. 거리로 나서면 목소리가 커지는데 아마도 참견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큰길가에 서서 허공을 바라보고 혼잣말을 하며 서 있는 진우의 모습은 익숙한 장면이다. 아내는 그런 진우를 보며, 우리가 진우를 방치하고 있다고 사람들이 비난할지 모른다며 걱정한다. 나는 그런 아내에게 이리 말하곤 한다. “그렇다고 그걸 못하게 해? 그럴 수는 없잖아. 그게 진우의 삶이야. 우리는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해.”

얼마 전 알게 된 한 여성은, 자신이 진우를 모르던 시절에는 길에서 진우를 만나면 무서워서 피했다고 한다. 혼자 떠들고 서 있는 모습에서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진우는 때로 엄마나 아빠에게 삿대질하는 행동이나 손으로 잡아끄는 행동을 한다. 그럴 때면 우리 또한 불쾌감을 느낀다.

발달장애인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아이가 귀신 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아파트 주민이 민원을 제기해서 살 수 없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던 자폐 아동 가족 이야기가 그런 것일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그런 행동을 중단시킬 방법도 없으니 말이다. 아마도 그런 행동을 못하게 하면 감당할 수 없는 다른 사태로 번질 수 있다.

지역에서 만나는 이들에게도 대체로 그런 행동이 하나씩 있다. 한 청년은 종종 손을 머리 위로 번적 쳐들고 펄쩍펄쩍 뛰면서 소리를 낸다. 한 청년은 핸드폰을 들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촬영하는 행동을 한다. 그러다가 도촬을 의심받아 신고당하는 일도 있었다. 한 청년은 화장실 칸칸마다 돌아다니며 물을 내리고, 창문이 열려있는 곳을 보면 쫓아가 닫고 다닌다. 행동이 고쳐지지 않으니 부모는 그를 아예 집 밖으로 내보내려 하지 않는다.

장애인 문제를 이야기할 때면 대부분 일자리 문제에 집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장애인을 일정한 작업에 적응시키려 애쓴다. 그것은 대체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활동인데, 기이한 행동을 하는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에게는 그마저 쉽지 않다. 취업을 하더라도 그런 행동이 문제되어 지속하지 못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사람들과 섞이지 못하는 상황이 더욱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다. 진우에게 있어서도 더 긴급한 것은 직업을 갖느냐보다 사람들 속에 자리할 수 있는지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진우의 욕구는 누구보다 크기에 말이다. 말하자면 그런 그를 사람들이 포용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하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하는 것이다.

관찰해보면 그가 여전히 언어 밖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언어,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호환이 가능한 영역 속으로 충분히 들어와 있지 않은 셈이다. 여전히 자기만의 고유성 안에 머물고 있다고 할까. 옹알이하던 시절, 손가락 빨던 시절의 자기 탐닉이 여전한 셈이다. 그러한 자기 탐닉이 타인에게 이해될 수 없는 행동으로 넘쳐흐르는 것이다. 물론 비장애인도 그런 자기 탐닉이 있겠지만, 타인의 시선에 노출되는 순간 사그라들고 말 것이다. 혹은 여전히 남아있다면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해결할 것이다. 반면 발달장애인은 타인의 시선에도 자기 탐닉이 소실되지 않은 채로 넘쳐흐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비장애인은 당혹감을 느낄 것이다. 어쩌면 감춰야 하는 부분이 노출되는 순간이며, 그것을 감당하거나 소비할 방법이 없는 셈이니, 회피하거나 심지어 혐오감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렇지만 나는 진우의 그런 행동과 함께할 수 있다. 때로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부모이기 때문이겠지만, 그런 진우의 행동이 일상성 속에서 공유되고 있어서라고도 생각된다. 그런 측면에서 발달장애인의 행동이 비장애인과 좀더 일상적으로 매개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그들의 행동이 포용될 수 있는 문화적 형식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여성이 발달장애인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된 계기는 발달장애인의 미술작품 전시회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거기에서 발달장애인이 가진 천진성 같은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미술 표현은 그들의 장애성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반복적인 행동일 경우가 많다. 그것은 표현이기 이전에 탐닉의 흘러넘침이며, 생산된 이미지는 그런 행동의 부산물일 뿐이다. 그런데 그녀는 거기에서 어떤 감동을 받은 것이다. 그것은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 진우를 낯선 상태로 만났던 것과는 다른 일이 된 것이다. 어쩌면 진우에게는 같은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런 감동이 가능했다면 그것이 혹시 예술이 아닐까. 물론 그것이 보다 일상적이어야 한다는 면에서 기성의 예술과는 다르게 모색되어야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그 자폐 아동의 귀신 소리를, 함께 사는 주민이 소음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만날 기회는 없는 것일까?

김인규

김인규 

발달장애가 있는 김진우의 아빠다. 그와 관련된 여러 활동에 참여해왔다. 부모회 활동을 하였고, 지역에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오랫동안 미술활동을 하여 왔으며, 매년 전시회를 개최하여 지역사회와 소통을 도모해왔다. 최근에는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과 협력하여 발달장애인 일상 활동 지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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