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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수, 이지양, 인세인박展 《예외상태》

리뷰 차이와 차별, 모호한 경계, 확장된 예외

  • 최두수 전시기획자
  • 등록일 2021-02-24
  • 조회수869

리뷰

<유화수, 이지양, 인세인박展 《예외상태》>

차이와 차별, 모호한 경계, 확장된 예외

최두수 전시기획자

《예외상태》는 시각예술 현장에서 현대미술로 다양한 매체를 다루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이 우리 사회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과 가능성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기획 전시로,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2020년 12월 5일부터 12월 28일까지 열렸다. 전시 기획을 맡은 유화수 작가는 지난 몇 년간의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고 한다. “장애에 대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자기검열과 오해를 감수해야 할까. 그리고 굳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를 일을 왜 해야 할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유화수 작가는 말한다. 장애를 장애인 개인의 손상으로 바라보는 감정적 접근에서 ‘그들’과 ‘우리’로 관계를 설정하게 되면서 차이와 차별을 만들게 되는 지점에서부터 인식의 전환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참여 작가 이지양, 인세인박, 유화수 작가는 중력과 경계 그리고 우리 일상의 놀이 속에서 우리 의식에서의 차별의 구조를 가시화한다. 이지양 작가의 작품 〈접혀진 형상 : Folded figure〉의 접혀지거나 잘린 이미지는 ‘온전하지 못한 몸’ 혹은 ‘비정상적인 몸’을 마주했을 때 가지는 감정을 통해 ‘개개인이 사회’라는 공간에서 장애를 이미 배제된 낯선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지에 관하여 질문을 던지고 있다. 또한 계단을 내려오는 용수철 장난감의 모습을 다채널을 통해 보여주는 〈계단을 내려오는 : Descending a staircase〉에서는 영상 속 용수철 장난감이 더는 주어진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는 멈춤의 상태를 향해 중첩된 다층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계단 내려오기를 반복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정상성’이란 기준, 일반화, 익숙함 등 일상에서 사회적으로 관념화된 시선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멀리서 혹은 더 가까이 들여다본다면 보이지 않던 세계의 다른 면들을 인지하고, 개개인과 더불어 공존하는 모든 것이 서로 다르게 각자의 리듬을 가지고 함께 하고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인세인박 작가의 영상작업 〈우리는 당신의 어떤 몸짓도 이해할 수 없다〉는 의도적으로 사용하기 불편한 신체 부위를 이용하여 붓을 들고 선을 그리는 행위가 반복되고, 수없이 반복된 행위가 겹겹이 쌓여 캔버스 표면을 덮어 하나의 검정 바탕을 이루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몸이 덜 불편한 다수가 기대하는 장애 예술(장애 미술)이라는 것은 ‘장애’라는 신체의 특수성을 극복하고 일반적인 눈높이의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벽처럼 검고 단단한 인식의 문제이자 편견의 경계라고 설명한다.

설치미술 작가이자 전시기획자 유화수의 조각 작품은 고 김순석 열사의 유서 중 “목을 축여줄 한 모금의 물을 마시려고 그놈의 문턱과 싸워야 합니까”에서 차용한 ‘그놈의 문턱’의 기능과 사회적 경계에 관한 작업이다. 작가는 경계석의 기능을 중력에 거스르는 태도로 전환시키고 있다. 천미림 독립기획자는 전시 서문에 담은 「경계에 관한 소고」에서 우리가 가진 모호한 경계와 불편한 인식에 시작을 정확하게 집어내고 있다.

“장애(disorder)는 언제나 타자다. 공동체의 삶은 생각 외로 견고하기 때문에, 객체는 경계를 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만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장애가 우리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서 자신의 영역에 서 있을 때만 우리는 이를 존중한다. 이는 호혜(互惠)로 포장된 명백한 멸시다. 이 기울어진 관계를 우리는 차별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장애를 설명하는 단어들을 떠올린다. 불편함, 결여, 부족함, 방해. 그 어떤 단어도 동등한 의미가 없다.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흔히 ‘정상’이라고 부르는 것을 선제한다. 정상과는 다른 불편함, 정상에 비해 부족한, 정상적인 삶을 살기에는 방해되는 등 독립적으로 정의되지 않는 의미다.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정상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아무도 명쾌하게 대답하지 못하지만 어리숙하게 합의된 무의미한 기표다.”

《예외상태》는 제목처럼 특별한 예외상태로 우리를 안내한다. 일반적인 경계, 인식, 편견의 시선에서 확장된 예외 시점으로 사람과 환경을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 스스로를 경계와 차별이 없는 예외상태로 우리의 문제를 함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장애라는 단어에 얽힌 인식의 오류를 일상으로 환원할 수 있을 것이다.

  • 〈접혀진 형상 : Folded figure〉
    (이지양)

  • 〈우리는 당신의 어떤 몸짓도 이해할 수 없다〉
    (인세인박)

  • 〈경계석 XIX〉
    (유화수)

유화수, 이지양, 인세인박展 《예외상태》

E. Renaissance | 2020.12.5.(토) ~2020.12.28.(월) | 통의동 보안여관 2

장애를 주제로 한 이 전시는 장애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장애인 당사자만이 아닌 사회구성원이 같이 다뤄야 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장애 관련 포럼 및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아직도 많이 부족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작가로서 장애에 대한 접근은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장애를 손상 및 질환으로 여기고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에서만 벗어난다면 장애를 전면에 내세운 이 전시도 더 이상 기존의 장애예술의 루트와는 다르게 장애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유화수)

최두수

2003년 프로젝트 스페이스집을 시작으로 2008년 듀플렉스 갤러리, 2018년 스페이스엑스엑스 아티스트런 스페이스를 운영 중이다. 2016년부터 작가미술장터인 유니온아트페어 감독으로 대안적 로컬미술시장과 실험적 예술작품의 다양한 방식의 유통에 관심을 가지고 국내외 전시 기획을 하고 있다. 2019년부터 예술의전당 시각예술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dusuchoi@gmail.com

2021년 2월 (18호)

상세내용

리뷰

<유화수, 이지양, 인세인박展 《예외상태》>

차이와 차별, 모호한 경계, 확장된 예외

최두수 전시기획자

《예외상태》는 시각예술 현장에서 현대미술로 다양한 매체를 다루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이 우리 사회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과 가능성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기획 전시로,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2020년 12월 5일부터 12월 28일까지 열렸다. 전시 기획을 맡은 유화수 작가는 지난 몇 년간의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고 한다. “장애에 대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자기검열과 오해를 감수해야 할까. 그리고 굳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를 일을 왜 해야 할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유화수 작가는 말한다. 장애를 장애인 개인의 손상으로 바라보는 감정적 접근에서 ‘그들’과 ‘우리’로 관계를 설정하게 되면서 차이와 차별을 만들게 되는 지점에서부터 인식의 전환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참여 작가 이지양, 인세인박, 유화수 작가는 중력과 경계 그리고 우리 일상의 놀이 속에서 우리 의식에서의 차별의 구조를 가시화한다. 이지양 작가의 작품 〈접혀진 형상 : Folded figure〉의 접혀지거나 잘린 이미지는 ‘온전하지 못한 몸’ 혹은 ‘비정상적인 몸’을 마주했을 때 가지는 감정을 통해 ‘개개인이 사회’라는 공간에서 장애를 이미 배제된 낯선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지에 관하여 질문을 던지고 있다. 또한 계단을 내려오는 용수철 장난감의 모습을 다채널을 통해 보여주는 〈계단을 내려오는 : Descending a staircase〉에서는 영상 속 용수철 장난감이 더는 주어진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는 멈춤의 상태를 향해 중첩된 다층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계단 내려오기를 반복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정상성’이란 기준, 일반화, 익숙함 등 일상에서 사회적으로 관념화된 시선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멀리서 혹은 더 가까이 들여다본다면 보이지 않던 세계의 다른 면들을 인지하고, 개개인과 더불어 공존하는 모든 것이 서로 다르게 각자의 리듬을 가지고 함께 하고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인세인박 작가의 영상작업 〈우리는 당신의 어떤 몸짓도 이해할 수 없다〉는 의도적으로 사용하기 불편한 신체 부위를 이용하여 붓을 들고 선을 그리는 행위가 반복되고, 수없이 반복된 행위가 겹겹이 쌓여 캔버스 표면을 덮어 하나의 검정 바탕을 이루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몸이 덜 불편한 다수가 기대하는 장애 예술(장애 미술)이라는 것은 ‘장애’라는 신체의 특수성을 극복하고 일반적인 눈높이의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벽처럼 검고 단단한 인식의 문제이자 편견의 경계라고 설명한다.

설치미술 작가이자 전시기획자 유화수의 조각 작품은 고 김순석 열사의 유서 중 “목을 축여줄 한 모금의 물을 마시려고 그놈의 문턱과 싸워야 합니까”에서 차용한 ‘그놈의 문턱’의 기능과 사회적 경계에 관한 작업이다. 작가는 경계석의 기능을 중력에 거스르는 태도로 전환시키고 있다. 천미림 독립기획자는 전시 서문에 담은 「경계에 관한 소고」에서 우리가 가진 모호한 경계와 불편한 인식에 시작을 정확하게 집어내고 있다.

“장애(disorder)는 언제나 타자다. 공동체의 삶은 생각 외로 견고하기 때문에, 객체는 경계를 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만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장애가 우리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서 자신의 영역에 서 있을 때만 우리는 이를 존중한다. 이는 호혜(互惠)로 포장된 명백한 멸시다. 이 기울어진 관계를 우리는 차별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장애를 설명하는 단어들을 떠올린다. 불편함, 결여, 부족함, 방해. 그 어떤 단어도 동등한 의미가 없다.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흔히 ‘정상’이라고 부르는 것을 선제한다. 정상과는 다른 불편함, 정상에 비해 부족한, 정상적인 삶을 살기에는 방해되는 등 독립적으로 정의되지 않는 의미다.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정상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아무도 명쾌하게 대답하지 못하지만 어리숙하게 합의된 무의미한 기표다.”

《예외상태》는 제목처럼 특별한 예외상태로 우리를 안내한다. 일반적인 경계, 인식, 편견의 시선에서 확장된 예외 시점으로 사람과 환경을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 스스로를 경계와 차별이 없는 예외상태로 우리의 문제를 함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장애라는 단어에 얽힌 인식의 오류를 일상으로 환원할 수 있을 것이다.

  • 〈접혀진 형상 : Folded figure〉
    (이지양)

  • 〈우리는 당신의 어떤 몸짓도 이해할 수 없다〉
    (인세인박)

  • 〈경계석 XIX〉
    (유화수)

유화수, 이지양, 인세인박展 《예외상태》

E. Renaissance | 2020.12.5.(토) ~2020.12.28.(월) | 통의동 보안여관 2

장애를 주제로 한 이 전시는 장애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장애인 당사자만이 아닌 사회구성원이 같이 다뤄야 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장애 관련 포럼 및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아직도 많이 부족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작가로서 장애에 대한 접근은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장애를 손상 및 질환으로 여기고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에서만 벗어난다면 장애를 전면에 내세운 이 전시도 더 이상 기존의 장애예술의 루트와는 다르게 장애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유화수)

최두수

2003년 프로젝트 스페이스집을 시작으로 2008년 듀플렉스 갤러리, 2018년 스페이스엑스엑스 아티스트런 스페이스를 운영 중이다. 2016년부터 작가미술장터인 유니온아트페어 감독으로 대안적 로컬미술시장과 실험적 예술작품의 다양한 방식의 유통에 관심을 가지고 국내외 전시 기획을 하고 있다. 2019년부터 예술의전당 시각예술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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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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