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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성을 질문하는 몸과 예술

이슈 저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 라움콘 
  • 등록일 2021-08-25
  • 조회수2806

이슈

정상성을 질문하는 몸과 예술

저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라움콘

라움콘은 갑작스런 뇌출혈로 변화된 삶을 살게 된 문화예술 기획자 Q레이터와 송지은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그룹이다. 최근에는 <언덕 위의 정점> 퍼포먼스에서 ‘다양한 생명체의 속도’를 주제로 일상을 살아가는 속도의 다름과 그에 대한 편견을 질문하기도 했다. 변화된 몸의 경험과 창작작업에 대한 생각을 두 사람의 대화 형식으로 담았다.

01. 시작

송지은(이하 송) 어떻게 웹진에 글을 쓸지 고민을 하다가, 우리가 나누는 대화를 쓰는 것이 둘의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 같단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방향을 정했어.

Q레이터(이하 Q) 이렇게 해도 될까?

라움콘은 둘의 활동이니까. 혼자 글을 쓰면 당연히 한 사람의 생각 위주로 쓰이게 되잖아. 뭐, 우리 프로젝트 진행할 때 아이디어 대화 녹화하잖아. 그것처럼 대화 과정을 글로 담는 거지.

Q 재미있을 것 같아?

어… 개인적으로?

Q

이것도 담아야 할까? 글에? 솔직히? (웃음) 모르겠어.

Q 재미없을까?

글쎄, 글을 읽는 사람들이 흥미 없거나 공감하거나 할 테지. 해봐야지 알겠지?

02. 평범에 대하여 느린 것

원고청탁서에 쓰인 글에서 질문을 뽑아볼까? … 장애가 나한테 준 질문?

Q (웃음) 그 질문에 대해서는 고맙게 받겠어.

평범하게 하고 싶어?

Q 평범을 원하는데 안되니까, 이게 왜 안될까, 그 정도. 사실 평범함이 폭력적이고 눈엣가시같이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인 줄 몰랐어.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나의 눈이 그런 걸 빠르게 감지 못해. 언젠가 내가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랑 딱 눈이 마주치면 “왜 저를 쳐다보세요?”라고 물어보겠는데, 매번 타이밍을 못 잡아. 송지은이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나는 매번 “대체 무슨 일인데?”(웃음) 하는 거야. 느림과 평범함 그리고 느림. 그런 거지.

느린 삶은 어때?

Q 글쎄, 언젠가는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의 생각으로 지금의 삶을 추구하지.

나는 아… 삶이란 변화되는 것이고 그 방향이 다양하구나, 그리고 방향이 좋을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구나, 생각했어. 그래서 Q레이터가 뇌출혈로 오른쪽 팔과 다리, 양쪽 눈 그리고 언어나 인지 부위에 장애를 갖게 되었을 때 재활이 가능한 만큼 시도는 하지만 변화된 현재의 몸이 아프기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 사실 죽을 수 있었는데 살았잖아! (웃음) 그게 어디야. 그래서 그냥 Q레이터가 변화된 상황에서 원하는 만큼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Q 내가 원하는 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그러는 건데. (웃음) 나는 서로가 맞다, 틀리다 그런 싸움이 있잖아, 그 싸움이 벌어졌는데, 갑자기 그 모든 것들이 다 종식되는 아주 의미있는 사건 같아.

뭐가? 장애를 갖게 된 것이?

Q 어, 잘 봐. 너무 신기한 게 딱 쓰러진 다음, 어느 날부터 텔레비전에서 코로나19 이야기를 계속해. 내가 누운 지 한 1년 되었을 때부터인가?

1년 좀 넘었을 때.

Q 난 그게 너무 신기해. 예술, 사회, 경제 모든 인간의 삶이.

패닉이지 뭐.

Q 맞아, 모두 코로나19가 오고 이렇게 돼버렸어. 야, 이거 과연 언제쯤 끝날까? 이렇게 되면 뭐 니가 옳지, 내가 옳지 막 싸우는 게 다 필요 없는 이야기가 돼버려.

이동의 자유가 예전보다 줄었지만 동시에 코로나19가 세상에 퍼져서 외출을 안 하게 되었지. 그게 코로나19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내 몸이 예전보다 불편해서 그럴 수 있는 거지. 근데 Q레이터는 코로나19 때문에 내 몸의 불편함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거구나. 그럴 수 있겠다.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기 어렵고. 모두가 일상에서 느끼는 삶의 변화된 형태 말이지?

Q 어! 맞아.

그럼, 라움콘 작업에서 장애란 무엇일까?

Q 장애? 몰랐는데 어두운데 빛이 딱 보여. 근데 나는 그걸 장애라고 그런 적 없어. 내 주변에서 장애. 장애. 장애. 장애. 다 그러니까, 그건가? 그러는구나. 그저 나는 작업을 할 뿐이지.

<언덕 위의 정점> 거북이 볼트의 속도에 맞추어 참여자들이 걷는 상황, 2021©라움콘

03. 내 속도

작년인가, 병원에서 보행 연습할 때, Q레이터가 나한테 물어봤지. “나 정상적으로 걸어?”라고. 그래서 내가 물어봤어 “어떻게 걸어야 정상적인 거야?”라고. Q레이터가 대답했어. “그러게. 정상적인 게 뭐지?” 나는 이번 웹진 주제 속 ‘정상성’이란 단어가 그때를 생각나게 해.

Q 왜?

그때나 지금이나 ‘정상’이 뭘까? 질문이 생겨서.

Q 그래?

왜냐하면 삶의 다양성이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상성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생겨. 사실 정상의 기준이 다르잖아. 내가 생각하는 정상과 그대가 생각하는 정상이란 게 다를 거야, 분명. 그런데 우리는 왜 정상성에 대해서 질문을 해야 할까? 어차피 다른데.

Q 글쎄, 잘 모르겠다. 정상이란 것을 내 몸에서 나는 바라는데 한편으론 “나는 괜찮아”, 그럼 그게 정상인가?

지금의 Q레이터는 한 존재가 갖고 있을 만큼의 최대치의 정상인 거야.

Q 응.

나한텐 지금 이게 최대치의 정상인 거고. 그래서 정상의 몸과 예술이라고 했을 때 어렵게 느껴지는 거야.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갖고 있는 몸과 형태, 색과 성질이 다르잖아. 예술은 그러한 나의 몸을 갖고 살아온 삶의 관점이기 때문에 다양할 수밖에 없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가 해왔던 프로젝트나 관심 가졌던 주제가 우리한테 일어난 사건 이전과 이후로 바뀐 거야. 그리고 바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왜냐면 삶이 변화했기 때문에 내가 감각하는 것들이 변화된 상태잖아. 그럼, 라움콘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2019),<한 손 One hands>(2020) 그리고 <언덕위의 정점>(2021) (웃음) 너무 적나? 근데 1년에 한 번만 작업하기로 했잖아.

Q 응.

그래서 느린 속도로 일상을 경험하고 무언가를 상상하는 것 같아.

Q 나는 그게 내 속도라고 생각해. 1년에 하나씩 하는 것이. 그냥 내가 해낼 수 있는 속도가 그래.

나도 느리게 프로젝트를 하는 게 좋아. 가끔 마시는 청량한 사이다 같은 그 짜릿함이 좋은 거지. 매일 마시면 질려. (웃음) 그리고 일상을 변화된 몸으로 경험하고 축적하고 기억하는, 예전과 다른 상태에서 섬세하게 느껴보는 세상도 중요한 것 같아.

Q <한 손 One hands> 작업에서 나는 장갑에 대해 고민했어. 그리고 그것을 (영상에서) 설명해. 근데 계속 질문이 생겨. 예를 들어 절단된 사람은 어떡하지? 아름다움은? 스스로 할 수 있을까? 여자와 남자가 같이 사용할 수 있을까?

모두에 대한 고민인 거지. 나는 진행할 땐 Q레이터가 야외에서 보행하다가 넘어질까 너무 무서운 거야. (웃음) 그래서 아웃-핏을 착용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한 손 One hands> 때는 장갑을 끼워주는 데 1시간이 걸릴 줄 누가 상상해봤을까 싶었지. (웃음) 확실히 라움콘에서 난 돌봄 경험으로 접근해.

Q 다른 게 뭐 어때?

변화된 몸으로 경험하는 일상과 돌봄으로 관찰하는 삶, 이런 삶을 유연하게 예술로 상상해 보는 게 라움콘이지.

Q 맞지. 유연하게 하는 것이. 내 몸의 불편함이라는 것을 유연하게 바라보는 거야.

  • <한 손 One hands> 마비된 손가락에 구부러짐 현상이 있어도 최소의 힘으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착용 가능하게 제작한 장갑,
    2020©라움콘

  • 오른쪽 신체가 마비된 퍼포머 Q레이터가 불안전한
    도시 환경 안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걷기 위해 고안한 웨어러블 아웃-핏,
    2019©라움콘

04. 나도 내가 낯설지만 그게 나야

여기 질문이 또 하나 있었어.

Q 뭐?

변화하는 몸 아픈 몸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Q 그래, 아픈 몸. 어렵다. (웃음)

수용을 한 거야?

Q 누군가는 어떠세요? 그런 식으로 물어보곤 해. 내가 느끼는 나의 몸은 뭔가 좀 다르지. 그 사람이 대하는 나의 몸과 내가 존재하는 몸이 달라. 나도 내가 낯설지만 그게 나야.

변화된 삶에 대하여서는 수용했거든. 근데 이것은 변화된 몸을 수용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인 거야.

Q 어려워. 근데 생각해보면 재미있어.

어떤 부분에서?

Q 이런 질문들이 내가 여태까지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었는데 질문으로 고민해 보니까.

그거 왜 그런 줄 알아?

Q 몰라.

우리가 프로젝트를 할 때 현대예술(Contemporary Art)을 생각했던 거야. 왜냐하면 우리는 변화되기 이전에도 예술을 했던 사람들이고, 다양한 삶과 문화에 대해서 고민과 접점이 있었던 사람들이었잖아. 변화된 이후에도 그저 나의 삶의 예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질문 자체를 깊게 고민해 보지 않았던 거야.

Q 천천히 생각해봐야지.

05. 대화를 정리하며

라움콘은 천천히 대화를 나누고 내용을 정리하였다. 이 대화는 비판적이거나 날카로운 주제를 내세우지 않는다. 그저 갑작스럽게 변화된 몸과 삶을 통해 이전엔 느껴보지 못했던 속도와 세상의 시선, 돌봄이란 역할과 예술에 대하여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었다. 우린 앞으로도 삶을 살아가다 이전과 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세상은 그것을 ‘장애’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비된 신체가 다시 움직이게 되는 건, 숭고한 순간이다. 그 어떤 퍼포먼스보다 아름답고 놀랍다. 이렇게 우린 그저 변화된 삶을 새롭게 경험하며 예술적 유연함으로 살아갈 테다.

라움콘 laumkon

라움콘은 문화예술 기획자 Q레이터가 베르니케 실어증(Wernicke's aphasia) 상태에서 사용한 착어이자 비언어로 원래는 ‘양치질’을 의도하여 사용한 단어이다. 라움콘은 2018년 10월 7일 갑작스런 뇌출혈로 변화된 삶을 살게 된 문화예술 기획자 Q레이터를 주축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그룹이다. 마비된 신체 기능을 재활(Rehabilitation)하는 과정에서 예전과 다른 몸으로 경험하는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하여 다양한 창작물을 생산한다.
* 베르니케 실어증은 뇌 좌반구 측두엽 및 후두염 근처에 위치하는 베르니케 영역이 손상을 입어 생기며, ‘감각성 실어증’이라고도 한다.
laumkon@gmail.com

사진제공.라움콘

2021년 9월 (23호)

상세내용

이슈

정상성을 질문하는 몸과 예술

저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라움콘

라움콘은 갑작스런 뇌출혈로 변화된 삶을 살게 된 문화예술 기획자 Q레이터와 송지은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그룹이다. 최근에는 <언덕 위의 정점> 퍼포먼스에서 ‘다양한 생명체의 속도’를 주제로 일상을 살아가는 속도의 다름과 그에 대한 편견을 질문하기도 했다. 변화된 몸의 경험과 창작작업에 대한 생각을 두 사람의 대화 형식으로 담았다.

01. 시작

송지은(이하 송) 어떻게 웹진에 글을 쓸지 고민을 하다가, 우리가 나누는 대화를 쓰는 것이 둘의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 같단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방향을 정했어.

Q레이터(이하 Q) 이렇게 해도 될까?

라움콘은 둘의 활동이니까. 혼자 글을 쓰면 당연히 한 사람의 생각 위주로 쓰이게 되잖아. 뭐, 우리 프로젝트 진행할 때 아이디어 대화 녹화하잖아. 그것처럼 대화 과정을 글로 담는 거지.

Q 재미있을 것 같아?

어… 개인적으로?

Q

이것도 담아야 할까? 글에? 솔직히? (웃음) 모르겠어.

Q 재미없을까?

글쎄, 글을 읽는 사람들이 흥미 없거나 공감하거나 할 테지. 해봐야지 알겠지?

02. 평범에 대하여 느린 것

원고청탁서에 쓰인 글에서 질문을 뽑아볼까? … 장애가 나한테 준 질문?

Q (웃음) 그 질문에 대해서는 고맙게 받겠어.

평범하게 하고 싶어?

Q 평범을 원하는데 안되니까, 이게 왜 안될까, 그 정도. 사실 평범함이 폭력적이고 눈엣가시같이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인 줄 몰랐어.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나의 눈이 그런 걸 빠르게 감지 못해. 언젠가 내가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랑 딱 눈이 마주치면 “왜 저를 쳐다보세요?”라고 물어보겠는데, 매번 타이밍을 못 잡아. 송지은이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나는 매번 “대체 무슨 일인데?”(웃음) 하는 거야. 느림과 평범함 그리고 느림. 그런 거지.

느린 삶은 어때?

Q 글쎄, 언젠가는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의 생각으로 지금의 삶을 추구하지.

나는 아… 삶이란 변화되는 것이고 그 방향이 다양하구나, 그리고 방향이 좋을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구나, 생각했어. 그래서 Q레이터가 뇌출혈로 오른쪽 팔과 다리, 양쪽 눈 그리고 언어나 인지 부위에 장애를 갖게 되었을 때 재활이 가능한 만큼 시도는 하지만 변화된 현재의 몸이 아프기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 사실 죽을 수 있었는데 살았잖아! (웃음) 그게 어디야. 그래서 그냥 Q레이터가 변화된 상황에서 원하는 만큼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Q 내가 원하는 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그러는 건데. (웃음) 나는 서로가 맞다, 틀리다 그런 싸움이 있잖아, 그 싸움이 벌어졌는데, 갑자기 그 모든 것들이 다 종식되는 아주 의미있는 사건 같아.

뭐가? 장애를 갖게 된 것이?

Q 어, 잘 봐. 너무 신기한 게 딱 쓰러진 다음, 어느 날부터 텔레비전에서 코로나19 이야기를 계속해. 내가 누운 지 한 1년 되었을 때부터인가?

1년 좀 넘었을 때.

Q 난 그게 너무 신기해. 예술, 사회, 경제 모든 인간의 삶이.

패닉이지 뭐.

Q 맞아, 모두 코로나19가 오고 이렇게 돼버렸어. 야, 이거 과연 언제쯤 끝날까? 이렇게 되면 뭐 니가 옳지, 내가 옳지 막 싸우는 게 다 필요 없는 이야기가 돼버려.

이동의 자유가 예전보다 줄었지만 동시에 코로나19가 세상에 퍼져서 외출을 안 하게 되었지. 그게 코로나19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내 몸이 예전보다 불편해서 그럴 수 있는 거지. 근데 Q레이터는 코로나19 때문에 내 몸의 불편함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거구나. 그럴 수 있겠다.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기 어렵고. 모두가 일상에서 느끼는 삶의 변화된 형태 말이지?

Q 어! 맞아.

그럼, 라움콘 작업에서 장애란 무엇일까?

Q 장애? 몰랐는데 어두운데 빛이 딱 보여. 근데 나는 그걸 장애라고 그런 적 없어. 내 주변에서 장애. 장애. 장애. 장애. 다 그러니까, 그건가? 그러는구나. 그저 나는 작업을 할 뿐이지.

<언덕 위의 정점> 거북이 볼트의 속도에 맞추어 참여자들이 걷는 상황, 2021©라움콘

03. 내 속도

작년인가, 병원에서 보행 연습할 때, Q레이터가 나한테 물어봤지. “나 정상적으로 걸어?”라고. 그래서 내가 물어봤어 “어떻게 걸어야 정상적인 거야?”라고. Q레이터가 대답했어. “그러게. 정상적인 게 뭐지?” 나는 이번 웹진 주제 속 ‘정상성’이란 단어가 그때를 생각나게 해.

Q 왜?

그때나 지금이나 ‘정상’이 뭘까? 질문이 생겨서.

Q 그래?

왜냐하면 삶의 다양성이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상성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생겨. 사실 정상의 기준이 다르잖아. 내가 생각하는 정상과 그대가 생각하는 정상이란 게 다를 거야, 분명. 그런데 우리는 왜 정상성에 대해서 질문을 해야 할까? 어차피 다른데.

Q 글쎄, 잘 모르겠다. 정상이란 것을 내 몸에서 나는 바라는데 한편으론 “나는 괜찮아”, 그럼 그게 정상인가?

지금의 Q레이터는 한 존재가 갖고 있을 만큼의 최대치의 정상인 거야.

Q 응.

나한텐 지금 이게 최대치의 정상인 거고. 그래서 정상의 몸과 예술이라고 했을 때 어렵게 느껴지는 거야.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갖고 있는 몸과 형태, 색과 성질이 다르잖아. 예술은 그러한 나의 몸을 갖고 살아온 삶의 관점이기 때문에 다양할 수밖에 없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가 해왔던 프로젝트나 관심 가졌던 주제가 우리한테 일어난 사건 이전과 이후로 바뀐 거야. 그리고 바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왜냐면 삶이 변화했기 때문에 내가 감각하는 것들이 변화된 상태잖아. 그럼, 라움콘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2019),<한 손 One hands>(2020) 그리고 <언덕위의 정점>(2021) (웃음) 너무 적나? 근데 1년에 한 번만 작업하기로 했잖아.

Q 응.

그래서 느린 속도로 일상을 경험하고 무언가를 상상하는 것 같아.

Q 나는 그게 내 속도라고 생각해. 1년에 하나씩 하는 것이. 그냥 내가 해낼 수 있는 속도가 그래.

나도 느리게 프로젝트를 하는 게 좋아. 가끔 마시는 청량한 사이다 같은 그 짜릿함이 좋은 거지. 매일 마시면 질려. (웃음) 그리고 일상을 변화된 몸으로 경험하고 축적하고 기억하는, 예전과 다른 상태에서 섬세하게 느껴보는 세상도 중요한 것 같아.

Q <한 손 One hands> 작업에서 나는 장갑에 대해 고민했어. 그리고 그것을 (영상에서) 설명해. 근데 계속 질문이 생겨. 예를 들어 절단된 사람은 어떡하지? 아름다움은? 스스로 할 수 있을까? 여자와 남자가 같이 사용할 수 있을까?

모두에 대한 고민인 거지. 나는 진행할 땐 Q레이터가 야외에서 보행하다가 넘어질까 너무 무서운 거야. (웃음) 그래서 아웃-핏을 착용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한 손 One hands> 때는 장갑을 끼워주는 데 1시간이 걸릴 줄 누가 상상해봤을까 싶었지. (웃음) 확실히 라움콘에서 난 돌봄 경험으로 접근해.

Q 다른 게 뭐 어때?

변화된 몸으로 경험하는 일상과 돌봄으로 관찰하는 삶, 이런 삶을 유연하게 예술로 상상해 보는 게 라움콘이지.

Q 맞지. 유연하게 하는 것이. 내 몸의 불편함이라는 것을 유연하게 바라보는 거야.

  • <한 손 One hands> 마비된 손가락에 구부러짐 현상이 있어도 최소의 힘으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착용 가능하게 제작한 장갑,
    2020©라움콘

  • 오른쪽 신체가 마비된 퍼포머 Q레이터가 불안전한
    도시 환경 안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걷기 위해 고안한 웨어러블 아웃-핏,
    2019©라움콘

04. 나도 내가 낯설지만 그게 나야

여기 질문이 또 하나 있었어.

Q 뭐?

변화하는 몸 아픈 몸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Q 그래, 아픈 몸. 어렵다. (웃음)

수용을 한 거야?

Q 누군가는 어떠세요? 그런 식으로 물어보곤 해. 내가 느끼는 나의 몸은 뭔가 좀 다르지. 그 사람이 대하는 나의 몸과 내가 존재하는 몸이 달라. 나도 내가 낯설지만 그게 나야.

변화된 삶에 대하여서는 수용했거든. 근데 이것은 변화된 몸을 수용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인 거야.

Q 어려워. 근데 생각해보면 재미있어.

어떤 부분에서?

Q 이런 질문들이 내가 여태까지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었는데 질문으로 고민해 보니까.

그거 왜 그런 줄 알아?

Q 몰라.

우리가 프로젝트를 할 때 현대예술(Contemporary Art)을 생각했던 거야. 왜냐하면 우리는 변화되기 이전에도 예술을 했던 사람들이고, 다양한 삶과 문화에 대해서 고민과 접점이 있었던 사람들이었잖아. 변화된 이후에도 그저 나의 삶의 예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질문 자체를 깊게 고민해 보지 않았던 거야.

Q 천천히 생각해봐야지.

05. 대화를 정리하며

라움콘은 천천히 대화를 나누고 내용을 정리하였다. 이 대화는 비판적이거나 날카로운 주제를 내세우지 않는다. 그저 갑작스럽게 변화된 몸과 삶을 통해 이전엔 느껴보지 못했던 속도와 세상의 시선, 돌봄이란 역할과 예술에 대하여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었다. 우린 앞으로도 삶을 살아가다 이전과 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세상은 그것을 ‘장애’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비된 신체가 다시 움직이게 되는 건, 숭고한 순간이다. 그 어떤 퍼포먼스보다 아름답고 놀랍다. 이렇게 우린 그저 변화된 삶을 새롭게 경험하며 예술적 유연함으로 살아갈 테다.

라움콘 laumkon

라움콘은 문화예술 기획자 Q레이터가 베르니케 실어증(Wernicke's aphasia) 상태에서 사용한 착어이자 비언어로 원래는 ‘양치질’을 의도하여 사용한 단어이다. 라움콘은 2018년 10월 7일 갑작스런 뇌출혈로 변화된 삶을 살게 된 문화예술 기획자 Q레이터를 주축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그룹이다. 마비된 신체 기능을 재활(Rehabilitation)하는 과정에서 예전과 다른 몸으로 경험하는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하여 다양한 창작물을 생산한다.
* 베르니케 실어증은 뇌 좌반구 측두엽 및 후두염 근처에 위치하는 베르니케 영역이 손상을 입어 생기며, ‘감각성 실어증’이라고도 한다.
laumk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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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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