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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선영 안무가의 장애인 예술교육

이슈 스스로 몸의 움직임을 찾으며 그리는 바디 페인팅

  • 홍혜전 홍댄스컴퍼니 대표
  • 등록일 2021-11-24
  • 조회수1336

이슈

길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료와 마주칠 때 참으로 사는 맛이 난다. 이선영 안무가를 만날 때가 그랬다. 언제인지 정확한 해는 기억할 수 없지만 각자 바라보는 방향이 같음을 느끼며 서로의 생각을 앞다투듯 쏟아내던 그 어느 날, 동지를 만난 든든함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몇 년 후 우리가 함께임을 느낄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이선영 안무가가 3년째 함께하고 있는 빛소리친구들 장애인 무용수와의 공연 연습이 한창인 연습실을 찾아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이제 함께 나누고 헤어지는 발걸음의 벅차오름을 공유하려 한다.

가르치는 일 아닌 사람을 만나는 작업

이선영 안무가의 장애인 예술교육 활동은 트러스트무용단 단원으로 있던 시절로부터 출발한다. 한 15년 전쯤 무용단 작업을 위해 장애인과 처음 만났다. 여러 해 장애인과 작업하고 훈련하면서 이들과의 작업이 비장애인과의 작업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면 연습 등 활동이 단절되는 상황의 반복을 지켜보며, 우리는 작업만을 위해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미술과 무용을 결합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프로젝트를 제안받아 3년간 수행하게 되었다. 그때 수많은 만남을 통해 ‘무용예술교육은 이렇게 진행되어야 한다’라는 정형성을 갖기보다는 예술교육은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예술교육에 참여하는 장애인이라기보다는 그냥 한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과 작업하는 과정이 예술교육이었다. 사실 춤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도, 춤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지고 정서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춤을 통해 비전공자도 비장애인도 장애인도 만나는 여러 과정에서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가 없지는 않았다. 그래도 앞으로 예술교육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게 된다면 장애인과의 작업을 이어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또 다른 예술교육 제안이 들어와 지금까지 기쁜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

안무가로서의 접근방법

이선영 안무가가 진행하는 장애인 예술교육은 비장애인 예술교육에서의 보편적 기준이나 시선이 아닌, 다름으로 접근한다. 평소 너무나 익숙해서 보이지 않던 것과 들리지 않던 것을 보게 하고 듣게 하며, 움직임이 가능한 몸으로 개발하고 움직임의 가능성을 찾아간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맥락이나 상황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훨씬 더 창의적인 움직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접근하고 유도한다. 이러한 방법은 교육이자 작업이며, 교육자라기보다는 오히려 안무가로서의 접근이다.

일상적인 움직임이 춤이 되도록

이선영 안무가에게 춤은 정형화된 움직임으로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동기로부터 발생하는 움직임이다. 장애인 예술교육에서 만나는 참여자의 몸은 대부분 닫혀 있거나, 잘 움직여지지 않거나, 똑바로 걷기 힘든 상태인 경우가 많다. 이선영 안무가는 이러한 몸을 교정하려 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한다. 각자가 가진 고유한 특성의 움직임을 최대한 극대화시켜 춤이 되도록 하고, 그 안에서 개발된 움직임을 또다시 스스로 새롭게 찾아 발전시킨다. 이때 이선영 안무가의 역할은 참여자의 가능성을 계속 열어주는 것이다. 가능성을 열어주고, 그것을 인식하게 하고, 그것들을 통해서 표현할 수 있는 상태로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선영 안무가는 장애인 예술교육에서 몸에 대한 인지를 중시한다. 그녀가 명명한 ‘바디 페인팅’ 방법론은 바닥에 물감이 쫙 깔려 있다고 상상하고 신체에서 특정 부위를 바닥에 닿도록 하는 방법이다. 신체의 다양한 부위가 바닥에 닿을 수 있도록 하고, 아직 닿지 않은 곳을 찾아가며 참여자 스스로 자신의 움직임을 확장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바디 페인팅 방법은 인지했지만 막상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참여자에게는 직접 시범을 보여줌으로써 참여자의 이해를 돕고, 참여자가 자신의 움직임을 다시 발견할 기회와 시간을 준다. 또한 레카토(매끄럽게 잇기)와 스타카토(짧게 끊기) 등을 추가적으로 제시하여 움직임의 질감과 속도를 다양하게 시도하게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몸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해서 옆 사람의 움직임과 건너편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하늘을 보게 하여 시선을 사용하여 개인 공간과 우리 공간을 확장할 수 있게 한다.

장애인은 대체로 비장애인보다 근육이 약하다. 특히 대근육보다 소근육 활동이 약화되어 있다. 그래서 움직임의 다양성과 확장을 위해 신체훈련을 병행한다. 흔히 말하는 체조 같은 웜업(준비 운동)을 40분 정도 진행하여 근육을 강화하고, 무용수 간 컨택과 리프팅도 한다. 움직임의 가능성을 열기 위해 무게중심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연습하며 동작의 콤비네이션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수업내용은 휠체어를 탄 참여자도 때론 휠체어 공간 안에서 때론 휠체어 공간 밖에서 함께 수행한다. 이 모든 과정 역시 옆에서 끊임없는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알아가게 한다. 어떤 상황 안에서든 스스로 움직임을 선택하게 하는 것, 가장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찾도록 하는 작업이 그녀가 진행하는 장애인 예술교육이다.

유연함이 만드는 상호작용의 힘

수업을 진행할 때는 참여자의 상태에 따라 기다려주기도 하고, 전체 참여자의 컨디션이 저조할 때는 상황에 맞는 내용으로 변경하기도 한다. 수업 준비는 철저히 하되 그 계획이 꼭 실현되리란 법은 없다. 무언가 문제가 있을 때 그 상황에 맞춰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나간다. 그래서 같이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들에게 “오늘 그거 하기로 하지 않았잖아요.”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러나 수업내용의 수행 정도는 참여자와의 여러 가지 관계와 상황 안에서 조정된다. 참여자가 주는 에너지는 그녀의 마음과 생각을 열어 수업내용을 고정하지 않고 유연하게 만드는 상호작용의 힘이 있다.

그녀는 상호작용의 힘을 발견하기 위해 한 번 더 보고, 한 번 더 듣고, 한 번 더 기다리고, 한 번 더 생각한다. 즉, 어떤 프로그램을 그대로 수행하려고 하기보다는, 현장에서 참여자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이선영 안무가의 예술교육 메소드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금 가지고 있는 움직임이 자신만의 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가 아니라, 자신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기회를 만들고 안목이 열리도록 매개한다.

개개인의 시선과 소리에 집중하기

“나 선생님 사랑해. 나 선생님 좋아해” 한 참여자가 계속 사랑한다고 얘기한다. 그의 사랑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있다. 때론 ‘나 좀 봐줘’이기도 하고, ‘나 지금 질투가 나’일 때도 있고, ‘나 피곤해’일 수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과 의미를 발견할 줄 알아야 한다. 가르친다기보다는 함께 작업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무용수의 컨디션을 살피는 것 또한 안무가의 일인 것이다.

예술교육을 하면서 참여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렵거나 말이 안 된다고 생각되더라도 들으려고 해야 한다. 비장애인보다 표현이 서툴 수 있지만, 분명 하고자 하는 말의 의도가 있다. 귀 기울여 들으면 들린다.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 들으려 하지 않아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수업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 교수자 개인의 목적을 앞세우면 안된다. 또한 예술교육의 목표가 어떠해야 한다는 목적 중심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교육이어야 한다. 장애인은 대부분 상황에 민감하고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빨리 파악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는 행동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도 한다. 당연한 이치이다. 교수자와 참여자의 마음이 모이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 예술교육이다. 예술작업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며, 예술교육 역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선영

이선영

안무가, 29동 댄스씨어터 예술감독. 2005년부터 2016년까지 트러스트무용단에서 수석무용수이자 장애인 예술교육자로 활동했다. 2020년 빛소리친구들 등과 한국-호주 비대면 국제교류 공동창작 프로젝트 <열두 개의 문> 예술감독을 맡아 안무를 했다. 이 작품은 중증청년 장애무용단원과 그들의 어머니가 몸으로 함께 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29동 페이스북 바로가기 링크

홍혜전

홍혜전

홍댄스컴퍼니의 대표이자 안무가 겸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을 위한 예술교육에 관심을 두고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발달장애인 무용단 ‘춤추는 은평재활원’을 창단하였다. 서원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문화예술교육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hyejeon007@daum.net

사진제공. 이선영 안무가(빛소리친구들 장애인 무용수의 공연 연습 현장)

2021년 12월 (26호)

상세내용

이슈

길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료와 마주칠 때 참으로 사는 맛이 난다. 이선영 안무가를 만날 때가 그랬다. 언제인지 정확한 해는 기억할 수 없지만 각자 바라보는 방향이 같음을 느끼며 서로의 생각을 앞다투듯 쏟아내던 그 어느 날, 동지를 만난 든든함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몇 년 후 우리가 함께임을 느낄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이선영 안무가가 3년째 함께하고 있는 빛소리친구들 장애인 무용수와의 공연 연습이 한창인 연습실을 찾아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이제 함께 나누고 헤어지는 발걸음의 벅차오름을 공유하려 한다.

가르치는 일 아닌 사람을 만나는 작업

이선영 안무가의 장애인 예술교육 활동은 트러스트무용단 단원으로 있던 시절로부터 출발한다. 한 15년 전쯤 무용단 작업을 위해 장애인과 처음 만났다. 여러 해 장애인과 작업하고 훈련하면서 이들과의 작업이 비장애인과의 작업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면 연습 등 활동이 단절되는 상황의 반복을 지켜보며, 우리는 작업만을 위해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미술과 무용을 결합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프로젝트를 제안받아 3년간 수행하게 되었다. 그때 수많은 만남을 통해 ‘무용예술교육은 이렇게 진행되어야 한다’라는 정형성을 갖기보다는 예술교육은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예술교육에 참여하는 장애인이라기보다는 그냥 한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과 작업하는 과정이 예술교육이었다. 사실 춤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도, 춤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지고 정서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춤을 통해 비전공자도 비장애인도 장애인도 만나는 여러 과정에서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가 없지는 않았다. 그래도 앞으로 예술교육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게 된다면 장애인과의 작업을 이어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또 다른 예술교육 제안이 들어와 지금까지 기쁜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

안무가로서의 접근방법

이선영 안무가가 진행하는 장애인 예술교육은 비장애인 예술교육에서의 보편적 기준이나 시선이 아닌, 다름으로 접근한다. 평소 너무나 익숙해서 보이지 않던 것과 들리지 않던 것을 보게 하고 듣게 하며, 움직임이 가능한 몸으로 개발하고 움직임의 가능성을 찾아간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맥락이나 상황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훨씬 더 창의적인 움직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접근하고 유도한다. 이러한 방법은 교육이자 작업이며, 교육자라기보다는 오히려 안무가로서의 접근이다.

일상적인 움직임이 춤이 되도록

이선영 안무가에게 춤은 정형화된 움직임으로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동기로부터 발생하는 움직임이다. 장애인 예술교육에서 만나는 참여자의 몸은 대부분 닫혀 있거나, 잘 움직여지지 않거나, 똑바로 걷기 힘든 상태인 경우가 많다. 이선영 안무가는 이러한 몸을 교정하려 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한다. 각자가 가진 고유한 특성의 움직임을 최대한 극대화시켜 춤이 되도록 하고, 그 안에서 개발된 움직임을 또다시 스스로 새롭게 찾아 발전시킨다. 이때 이선영 안무가의 역할은 참여자의 가능성을 계속 열어주는 것이다. 가능성을 열어주고, 그것을 인식하게 하고, 그것들을 통해서 표현할 수 있는 상태로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선영 안무가는 장애인 예술교육에서 몸에 대한 인지를 중시한다. 그녀가 명명한 ‘바디 페인팅’ 방법론은 바닥에 물감이 쫙 깔려 있다고 상상하고 신체에서 특정 부위를 바닥에 닿도록 하는 방법이다. 신체의 다양한 부위가 바닥에 닿을 수 있도록 하고, 아직 닿지 않은 곳을 찾아가며 참여자 스스로 자신의 움직임을 확장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바디 페인팅 방법은 인지했지만 막상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참여자에게는 직접 시범을 보여줌으로써 참여자의 이해를 돕고, 참여자가 자신의 움직임을 다시 발견할 기회와 시간을 준다. 또한 레카토(매끄럽게 잇기)와 스타카토(짧게 끊기) 등을 추가적으로 제시하여 움직임의 질감과 속도를 다양하게 시도하게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몸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해서 옆 사람의 움직임과 건너편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하늘을 보게 하여 시선을 사용하여 개인 공간과 우리 공간을 확장할 수 있게 한다.

장애인은 대체로 비장애인보다 근육이 약하다. 특히 대근육보다 소근육 활동이 약화되어 있다. 그래서 움직임의 다양성과 확장을 위해 신체훈련을 병행한다. 흔히 말하는 체조 같은 웜업(준비 운동)을 40분 정도 진행하여 근육을 강화하고, 무용수 간 컨택과 리프팅도 한다. 움직임의 가능성을 열기 위해 무게중심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연습하며 동작의 콤비네이션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수업내용은 휠체어를 탄 참여자도 때론 휠체어 공간 안에서 때론 휠체어 공간 밖에서 함께 수행한다. 이 모든 과정 역시 옆에서 끊임없는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알아가게 한다. 어떤 상황 안에서든 스스로 움직임을 선택하게 하는 것, 가장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찾도록 하는 작업이 그녀가 진행하는 장애인 예술교육이다.

유연함이 만드는 상호작용의 힘

수업을 진행할 때는 참여자의 상태에 따라 기다려주기도 하고, 전체 참여자의 컨디션이 저조할 때는 상황에 맞는 내용으로 변경하기도 한다. 수업 준비는 철저히 하되 그 계획이 꼭 실현되리란 법은 없다. 무언가 문제가 있을 때 그 상황에 맞춰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나간다. 그래서 같이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들에게 “오늘 그거 하기로 하지 않았잖아요.”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러나 수업내용의 수행 정도는 참여자와의 여러 가지 관계와 상황 안에서 조정된다. 참여자가 주는 에너지는 그녀의 마음과 생각을 열어 수업내용을 고정하지 않고 유연하게 만드는 상호작용의 힘이 있다.

그녀는 상호작용의 힘을 발견하기 위해 한 번 더 보고, 한 번 더 듣고, 한 번 더 기다리고, 한 번 더 생각한다. 즉, 어떤 프로그램을 그대로 수행하려고 하기보다는, 현장에서 참여자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이선영 안무가의 예술교육 메소드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금 가지고 있는 움직임이 자신만의 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가 아니라, 자신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기회를 만들고 안목이 열리도록 매개한다.

개개인의 시선과 소리에 집중하기

“나 선생님 사랑해. 나 선생님 좋아해” 한 참여자가 계속 사랑한다고 얘기한다. 그의 사랑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있다. 때론 ‘나 좀 봐줘’이기도 하고, ‘나 지금 질투가 나’일 때도 있고, ‘나 피곤해’일 수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과 의미를 발견할 줄 알아야 한다. 가르친다기보다는 함께 작업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무용수의 컨디션을 살피는 것 또한 안무가의 일인 것이다.

예술교육을 하면서 참여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렵거나 말이 안 된다고 생각되더라도 들으려고 해야 한다. 비장애인보다 표현이 서툴 수 있지만, 분명 하고자 하는 말의 의도가 있다. 귀 기울여 들으면 들린다.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 들으려 하지 않아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수업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 교수자 개인의 목적을 앞세우면 안된다. 또한 예술교육의 목표가 어떠해야 한다는 목적 중심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교육이어야 한다. 장애인은 대부분 상황에 민감하고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빨리 파악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는 행동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도 한다. 당연한 이치이다. 교수자와 참여자의 마음이 모이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 예술교육이다. 예술작업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며, 예술교육 역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선영

이선영

안무가, 29동 댄스씨어터 예술감독. 2005년부터 2016년까지 트러스트무용단에서 수석무용수이자 장애인 예술교육자로 활동했다. 2020년 빛소리친구들 등과 한국-호주 비대면 국제교류 공동창작 프로젝트 <열두 개의 문> 예술감독을 맡아 안무를 했다. 이 작품은 중증청년 장애무용단원과 그들의 어머니가 몸으로 함께 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29동 페이스북 바로가기 링크

홍혜전

홍혜전

홍댄스컴퍼니의 대표이자 안무가 겸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을 위한 예술교육에 관심을 두고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발달장애인 무용단 ‘춤추는 은평재활원’을 창단하였다. 서원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문화예술교육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hyejeon007@daum.net

사진제공. 이선영 안무가(빛소리친구들 장애인 무용수의 공연 연습 현장)

2021년 12월 (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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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금지」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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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7 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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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정형화된 움직임에 의해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동기로부터 발생하는 움직이라는 문장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장애인 예술교육이 각자의 고유한 특성을 최대한 극대화시켜 스스로 개발하게 하고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멋진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장애인들에게 무궁한 가능성을 제공하게 하는 이러한 예술교육이 더욱 제공되기를 바라봅니다! 감사합니다:)

2021-12-21 12: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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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으로서 활동적이게 못움직이는데 특이한소재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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