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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6일, 27일 이틀간 아트센터고마와 공주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가치 on, 같이 go’ 포럼 및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공주문화관광재단 ‘2024 장애인 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7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한 발달장애인 대상 무용 예술교육의 과정을 돌아보고 공유하는 자리였다. 26일에는 포럼과 워크숍이, 27일에는 성과공유회 공연 ‘모두의 춤, 가능한 춤’과 ‘라라미댄스페스티발 in 공주’(한국장애인무용협회 주최) 무용공연이 펼쳐졌다. 포럼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지역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의 가능성과 고민을 담아본다.
지난 10월 26일 열린 포럼은 ‘장애와 문화예술교육을 잇다’를 주제로 장애인의 문화예술교육 향유의 중요성을 논의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발휘하고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주제 발표는 홍혜전 서원대학교 문화예술교육센터장‧홍댄스컴퍼니 대표, 권지현 아주특별한예술마을‧보편적 극단’ 연출, 그리고 최선영 문화예술기획자가 맡았다. 이어지는 종합 토론에는 고선희 공주대학교 특수교육대학원 교수, 김새봄 서원대학교 비전학부 교수, 이영식 공주시 장애인가족지원센터장이 참여해 장애인 예술교육의 현장 경험과 사례를 공유하며 지역사회 시각을 논의했다.
누구나 예술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홍혜전 교수는 ‘가능한 춤, 모두의 춤’이라는 철학을 소개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창의적인 움직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여러분은 문화예술교육을 향유하고 계신가요?”라고 질문을 던지며, 자기를 표현할 수 없는 사회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자살 시도 생존자들의 상담 사례에서도 공통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아무도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자신을 표현하고 수용 받는 경험이 누구에게나 절실하고, 장애인에게는 더욱 어려운 과제임을 상기시켰다. 더불어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은 “모든 국민이 나이, 성별, 장애, 사회적 신분, 경제적 여건, 신체적 조건, 거주지역 등에 관계없이 평생에 걸쳐 문화예술을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교육받을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받는다”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공주시는 물론이고 충남 내 큰 도시인 천안시조차 문화예술교육이 이제야 겨우 시작 단계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장애인의 기회를 비장애인의 기준과 속도에 맞추어 제한하지 않아야 하며, 기다림이 교육의 중요한 과정이라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권지현 연출은 발달장애 어린이를 위한 연극을 시작으로 다양한 공연을 기획하며 무대에 올렸다. 그 과정에서 참가자 모집 공고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텍스트와 전화 접수를 활용하는 등 여러 시도를 했고, 글쓰기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가 꾸준히 작가로 성장한 사례 등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전했다. 반면, 초기에 정신장애인의 참여를 두려워했던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선입견을 깨달았던 순간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장애인을 낯설어할까? 권지현 연출이 들려준 사례 중 하나를 소개해 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에서 장애인들이 비장애인을 습관적으로 ‘선생님’이라 호칭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비장애인을 접할 기회가 주로 학교 선생님이나 프로그램 강사와의 만남에 한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동등한 참여자나 친구로서 비장애인과 함께한 경험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이는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보이지 않게 격리되어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비장애인 역시 장애인을 동등한 관계로 받아들일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선영 기획자는 장애인의 개별성을 반영한 유연한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실적인 한계에서 오는 딜레마를 토로했다. 기관 담당자에게 장애인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이해시키는 데는 여전히 장벽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장애인이 주체가 되는 교육 환경과 유연한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안으로 장애 유형별로 일률적인 프로그램과 정형화된 결과물을 요구하기보다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설계해 참여자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하다
이어진 토론시간에는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관점과 현실적인 대안에 관해 솔직한 이야기가 오갔다. 고선희 교수는 장애를 치료의 영역에서만 바라봤다는 반성을 통해 앞으로 자문의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혜전 교수는 치료의 관점을 최대한 배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비장애인의 기준으로 장애인의 활동과 표현을 재단하지 않고 기다리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동일한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우리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김새봄 교수는 충남의 문화예술교육 접근성이 전국에서 최하위 수준임을 지적했다. 특히 관련 종사자와 강사 수가 현저히 부족해 장애인들이 개별화된 교육은커녕 문화예술교육을 한 번이라도 경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러한 접근성 개선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선영 기획자도 수도권에 모든 지원이 집중된 현실과 국가 예산이 장애인의 예술 활동 참여보다는 예술가 양성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했다. 보편적 접근성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들이 재정난에 시달리는 현실을 언급하며, 현재의 문화예술교육이 얼마나 힘겹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짚었다.
한 청중은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 아이에게는 시설 외에는 공장 정도밖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나마 그런 기회조차도 아주 운이 좋았을 때 가능하거든요. TV에 나오는 장애인 피아니스트나 무용가도 특별하게 재능 있는 몇몇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지, 우리 아이도 이렇게 춤추고 그림 그리며 살 수도 있다는 게 신기해요. 그렇지만 이것도 지역에서 참여하려면 기회가 너무 적다는 거네요. 결국 서울로 가야 하는 걸까요?” 그녀는 귀여운 어린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중간중간 자리를 이탈하는 아이를 데리고 근처를 돌다가도 다시 들어와 한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 애쓰는 보호자들의 모습이 포럼 내내 이어졌다.
이번 포럼은 대한민국의 중심부에 위치한 충청남도 공주시에서 개최되었다. 금강이 가로지르는 안온한 풍경과 여유로운 분위기로 ‘느림의 도시’라는 매력을 지닌 곳이다. 하지만 충청도의 느림이 모두에게 편안했을까?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감옥이었던 건 아닐까? 현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대상자에게 맞는 개별화 교육을 하기 위해 애쓰지만, 충남의 현실은 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자체가 낯설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짚으며, 지금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시간이었다. 홍혜전 교수가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이 귓가를 맴돈다. “일단 한 번 해봅시다.”
정종순
공주에서 시의원으로 일하며 다양한 삶을 마주하고 인생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다양한 삶의 모습이 보장될수록 자기 자신과 타인과 사회를 받아들이는 여유가 함께 커간다는 것을 깨닫고 [충청인사이트]라는 작은 언론사를 차려 지역에서 반짝이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라이프 코칭과 강연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저녁이면 그스막골이라는 작은 시골집으로 퇴근한다.
city4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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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공주문화관광재단, 스튜디오 야긴
2024년 12월 (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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