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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사람들의 까끌까끌 분투기②

이슈 나만의 방식으로, 장벽도 불가능도 없이

  • 김슬온·이유정·이준민 
  • 등록일 2023-02-01
  • 조회수966

이슈

새해를 맞아 예술 활동을 시작한 사람들의 다양한 시작점과 까끌까끌한 분투기를 들어본다.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예술가의 정체성을 오가며 두려운 만큼 설렘을 안고 미지의 가능성을 향해 길을 찾아 나서는 청년 예술가들의 새해에 부치는 기대와 도전을 담아본다.

① 고나영·백승호·진리

   |   

② 김슬온·이유정·이준민

왼쪽부터 김슬온, 이유정, 이준민

보통의 선생님, 그리고 예술을 즐기는
김슬온 미술작가

1. 처음으로 예술가라고 느낀 때

어렸을 때 다른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듣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말하는 것도 쉽지 않아 사람과의 소통에 서툴 때, 예술이 저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어요. 대학교에 와서 힘들 때 흙을 만지거나 그림을 그리면 안에 있던 응어리가 풀어졌어요.

2. 본캐와 부캐

본캐는 교육자, 부캐는 예술가인 것 같아요. 저는 경인교육대학교 초등교육과에서 미술교육을 심화 전공했어요. 얼마 전에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이제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 전공인 교육과 제가 좋아하는 예술을 섞어, 미술관 교육이나 메타버스를 활용한 예술교육을 연구해보고 싶어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어요. “의술, 법률, 사업, 기술 모두 고귀한 일이고 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만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다” 저 역시 제가 만날 학생들이 급변하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제가 알고 느끼는 예술의 가치를 아이들도 알았으면 해요. 부캐는 제가 가진 생각과 감정들을 담고 싶어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뭐라 부르면 좋을지 아직 뚜렷한 형태는 없지만, 지금은 예술가라는 말로 표현하면 될 것 같아요.

 

3. 기억에 남는 순간

사람들과 함께 예술 활동을 했던 때인 것 같아요. 대학교 때 조소 동아리 친구들과 추운 조소실에서 흙을 만지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순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모여 예술에 대해 사유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예술을 즐길 때 행복했어요.

4. 나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보통의 선생님, 그리고 예술을 사유하고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평범한 선생님이 되고 싶은 사람이자, 예술을 통해 삶의 이유를 찾고자 하는 욕심이 가득한 것 같아요.

5. 새해 계획과 꿈꾸는 미래

올해 교사가 된다면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관에서 할 수 있는 교육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요. 또 장애학과 조소도 깊게 배워서, 청각장애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을 통해 다양한 수업을 듣고 나서는 배리어프리 아트, 무장애 예술에 도전해 보고 싶어졌어요. 현재 미술 영역에서도 장애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다고 생각해요. 들리지 않아도, 보이지 않아도,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미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미술에서도 무장애 예술을 해보고 싶어요. 제 장애와 삶을 주제로 한 조소 작품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 (2020), 에폭시 플루이트로 작업 후 촬영 미디어 변환

  • (2021), 조소


콘텐츠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이유정 크리에이터

1. 처음으로 예술가라고 느낀 때

장애 예술가로 등록했을 때 정식으로 예술가가 되었구나 싶었어요. 이전에는 문득문득 ‘지금 하는 콘텐츠 만드는 일이 예술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다 나름대로 정의하게 되었어요. ‘예술가’라고 하면 뭔가 거대한 예술만을 떠올렸는데, ‘자신만의 방식대로 창작하면 된다, 콘텐츠를 창작하는 과정 자체가 예술을 하는 거다’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의심하지 않고 하루하루 영상을 기획하고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 본캐와 부캐

본캐는 ‘소플’이라는 배리어프리 콘텐츠 기업 대표이고, 부캐는 유튜브 채널 ‘리즌정의 원더랜드’를 운영하는 유튜버예요. 소플 대표로서는 배리어프리를 위한 접근성 자문, 강의, 바디포지티브 화보 캠페인 같은 미디어 임팩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유튜버 리즌정으로는 ‘휠체어로 나 혼자 살기’ ‘휠체어 하트시그널’ ‘장애 학생이 체육 시간 보내는 방법’과 같이 제가 주인공이 되어 지체장애인의 일상을 재밌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요즘은 부캐로 더 많이 알아봐 주시고 구분도 없다 보니 본캐와 부캐의 경계가 무의미해졌어요.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콘텐츠를 통해 인식의 배리어프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3. 기억에 남는 또는 아찔했던 순간

많은 콘텐츠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고 애착이 가는 건 지체장애인의 바디포지티브 화보 프로젝트를 꼽고 싶어요. 제작진 5명, 모델 4명이 함께한 6개월에 걸친 대형 프로젝트였고, 다 같이 주체적이고 멋진 모습의 화보를 만든 행복한 여정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고, 신선하다, 기획이 잘 됐다는 피드백을 들었어요. 또 온라인 전시에 7천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했고, 방송통신위원회 배리어프리 콘텐츠 대상을 받기도 했어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아찔했던 순간은 숏폼 콘텐츠가 100만 뷰를 넘기고 악플을 받았을 때예요. 심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처음 악플을 받아보면서 마인드컨트롤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멘털이 강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4. 나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콘텐츠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크리에이터’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딱딱하고 어렵기만 한 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장애인의 일상을 친근하게 알리고 싶어요. 영상을 통해 누군가는 몰랐던 점을 알고, 누군가는 생각을 바꾸고, 누군가는 세상에 나오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콘텐츠가 많아진다면 세상도 변화할 거로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배리어프리를 만드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5. 새해 계획과 꿈꾸는 미래

저의 10년 뒤, 그리고 할머니가 된 모습도 상상해 보았는데, 나이 들어서도 계속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영상을 만들고 책을 내고 그림을 그리면서, 계속해서 세상에 장애인의 이야기를 알리는 사람으로요. 새해 계획은 일단 유튜브 활동을 활발히 해서 많은 사람에게 콘텐츠가 닿도록 하는 거예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재밌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콘텐츠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어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준민 마술사

1. 처음으로 예술가라고 느낀 때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공연으로 만들어 선보일 때입니다. 저는 즐거움과 신기함을 전달하는 대중적인 공연을 진행하지만, 주로 이야기가 담겨있는 스토리텔링 매직쇼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연을 제작하고 창작하고 있을 때, 다른 예술가와 협업하여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나도 예술가라는 생각을 해요.

2. 본캐와 부캐

저는 본캐와 부캐가 똑같아요. 직업이 마술공연 하는 사람이고 오직 공연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항상 마술에 대해 생각하고 관련된 자료를 보곤 합니다. 이것 외에는 취미가 없어서 때로는 새로운 걸 해보고 배우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어요. 그게 참 아쉽지만, 그만큼 제가 하는 일을 정말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것 같아요.

3. 기억에 남는 순간

기억에 남는 순간은 제 공연을 본 사람들이 공감해주고 저를 기억해줄 때예요. 어린이 또는 학생에게 장애인식개선 교육과 마술을 결합한 공연 <퍼펙트데이>를 진행한 후, “메시지에 공감했다” “덕분에 원하는 꿈에 도전할 용기가 생겼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지우는 계기가 되었다”는 얘기들을 해주셨어요. 그 순간을 소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찔했던 순간은 넘어질 뻔했을 때예요. 저에게 단 하나의 실수도 없는 완벽한 공연은 없지만, 그럴 때면 상황에 맞게 재빨리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대처합니다. 제가 겉으로는 잘 안 보이는데, 양쪽 모두 의족을 착용하고 있어서 가만히 서 있을 때조차 외줄 타기 하듯 중심 잡기에 신경을 써야 해요. 공연하다 보면 어느 정도 움직임과 동선이 있어야 하니, 항상 긴장하고 계속해서 연습합니다. 한 번은 바닥이 고르지 못해서 무대에서 넘어졌어요. 그 순간, 제 걱정보다는 앞에 있는 관객이 저와 부딪혀 다칠까 봐 아찔했어요. 공연 연습 외에도 재활 운동을 하며 넘어지지 않으려고 항상 대비하고 있습니다.

4. 나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마술사’. 저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신기함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불가능한 현상을 가능하게끔 보여주기도 하죠. 그런 저에게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급성 심근염으로 심장이 멈추었다가 기적처럼 다시 뛰었어요. 하지만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양쪽 다리를 모두 잃어야만 했죠. 다리를 잃었을 때의 슬픔보다 다시 공연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좌절했어요. 그때 정말 마술 같은 기적이 찾아왔고, 노력 끝에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었어요. 기적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어떤 불가능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새해 계획과 꿈꾸는 미래

배리어프리 매직쇼를 기획하고 제작하여 진행하는 거예요. 마술공연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 ‘누구나’에 장애인은 포함돼있지 않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공연이 아닌, 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이고 싶었고, 계속 준비해 왔습니다. 오랜 준비 끝에 2022년 10월에 <완벽한 하루>라는 국내 최초 배리어프리 매직쇼를 선보였고, 그 공연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녀노소 모두가 마술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우리의 모든 감각을 활용하는 방식이었어요. 올해도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제작하여 선보이려 해요.

  • <완벽한 하루-AGAIN>(2022)

  • <퍼펙트 데이>(2021)

김슬온

경인교육대학교 초등교육과를 졸업했고 미술교육을 심화 전공했다. 교육가와 예술가의 정체성을 가지고 예술 활동을 펼치고자 한다. 사진과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작업과 무채색을 주제로 한 조소와 동양화 작업을 한다.
linkey_on@naver.com

이유정

콘텐츠 제작 전문기업 소플 대표로 장애인 당사자 관점으로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이야기하며 콘텐츠 제작을 통해 세상을 바꾸어나가고자 한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유튜브채널 ‘리즌정의 원더랜드’를 운영하며 유쾌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2021년 <바디포지티브: 세상의 모든 몸>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와 몸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에 담고 전시를 열었다.
lyj001700@gmail.com
* 소플 홈페이지(링크)
* 유튜브 ‘리즌정의 원더랜드’(링크)

이준민

동부산대학교 매직엔터테인먼트과를 졸업하고, 어린이 인형극단 씨앗, 씨아트매직 소속 마술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한국마술문화협회 올해의 멘토로 선정되었고, 2020년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연극·뮤지컬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업으로 온라인 비대면 마술공연 <퍼펙트 데이>(2021), 배리어프리 마술 공연 <완벽한 하루-AGAIN>(2022) 등이 있다.
leejunmini@naver.com
* 블로그(링크)
* 유튜브 ‘로봇다리 이준민’(링크)

정리. 프로젝트 궁리 최순화, 최용휘 projectgr@naver.com
사진. 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자료사진 제공. 필자

2023년 2월 (39호)

상세내용

이슈

새해를 맞아 예술 활동을 시작한 사람들의 다양한 시작점과 까끌까끌한 분투기를 들어본다.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예술가의 정체성을 오가며 두려운 만큼 설렘을 안고 미지의 가능성을 향해 길을 찾아 나서는 청년 예술가들의 새해에 부치는 기대와 도전을 담아본다.

① 고나영·백승호·진리

   |   

② 김슬온·이유정·이준민

왼쪽부터 김슬온, 이유정, 이준민

보통의 선생님, 그리고 예술을 즐기는
김슬온 미술작가

1. 처음으로 예술가라고 느낀 때

어렸을 때 다른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듣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말하는 것도 쉽지 않아 사람과의 소통에 서툴 때, 예술이 저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어요. 대학교에 와서 힘들 때 흙을 만지거나 그림을 그리면 안에 있던 응어리가 풀어졌어요.

2. 본캐와 부캐

본캐는 교육자, 부캐는 예술가인 것 같아요. 저는 경인교육대학교 초등교육과에서 미술교육을 심화 전공했어요. 얼마 전에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이제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 전공인 교육과 제가 좋아하는 예술을 섞어, 미술관 교육이나 메타버스를 활용한 예술교육을 연구해보고 싶어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어요. “의술, 법률, 사업, 기술 모두 고귀한 일이고 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만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다” 저 역시 제가 만날 학생들이 급변하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제가 알고 느끼는 예술의 가치를 아이들도 알았으면 해요. 부캐는 제가 가진 생각과 감정들을 담고 싶어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뭐라 부르면 좋을지 아직 뚜렷한 형태는 없지만, 지금은 예술가라는 말로 표현하면 될 것 같아요.

 

3. 기억에 남는 순간

사람들과 함께 예술 활동을 했던 때인 것 같아요. 대학교 때 조소 동아리 친구들과 추운 조소실에서 흙을 만지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순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모여 예술에 대해 사유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예술을 즐길 때 행복했어요.

4. 나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보통의 선생님, 그리고 예술을 사유하고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평범한 선생님이 되고 싶은 사람이자, 예술을 통해 삶의 이유를 찾고자 하는 욕심이 가득한 것 같아요.

5. 새해 계획과 꿈꾸는 미래

올해 교사가 된다면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관에서 할 수 있는 교육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요. 또 장애학과 조소도 깊게 배워서, 청각장애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을 통해 다양한 수업을 듣고 나서는 배리어프리 아트, 무장애 예술에 도전해 보고 싶어졌어요. 현재 미술 영역에서도 장애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다고 생각해요. 들리지 않아도, 보이지 않아도,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미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미술에서도 무장애 예술을 해보고 싶어요. 제 장애와 삶을 주제로 한 조소 작품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 (2020), 에폭시 플루이트로 작업 후 촬영 미디어 변환

  • (2021), 조소


콘텐츠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이유정 크리에이터

1. 처음으로 예술가라고 느낀 때

장애 예술가로 등록했을 때 정식으로 예술가가 되었구나 싶었어요. 이전에는 문득문득 ‘지금 하는 콘텐츠 만드는 일이 예술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다 나름대로 정의하게 되었어요. ‘예술가’라고 하면 뭔가 거대한 예술만을 떠올렸는데, ‘자신만의 방식대로 창작하면 된다, 콘텐츠를 창작하는 과정 자체가 예술을 하는 거다’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의심하지 않고 하루하루 영상을 기획하고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 본캐와 부캐

본캐는 ‘소플’이라는 배리어프리 콘텐츠 기업 대표이고, 부캐는 유튜브 채널 ‘리즌정의 원더랜드’를 운영하는 유튜버예요. 소플 대표로서는 배리어프리를 위한 접근성 자문, 강의, 바디포지티브 화보 캠페인 같은 미디어 임팩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유튜버 리즌정으로는 ‘휠체어로 나 혼자 살기’ ‘휠체어 하트시그널’ ‘장애 학생이 체육 시간 보내는 방법’과 같이 제가 주인공이 되어 지체장애인의 일상을 재밌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요즘은 부캐로 더 많이 알아봐 주시고 구분도 없다 보니 본캐와 부캐의 경계가 무의미해졌어요.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콘텐츠를 통해 인식의 배리어프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3. 기억에 남는 또는 아찔했던 순간

많은 콘텐츠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고 애착이 가는 건 지체장애인의 바디포지티브 화보 프로젝트를 꼽고 싶어요. 제작진 5명, 모델 4명이 함께한 6개월에 걸친 대형 프로젝트였고, 다 같이 주체적이고 멋진 모습의 화보를 만든 행복한 여정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고, 신선하다, 기획이 잘 됐다는 피드백을 들었어요. 또 온라인 전시에 7천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했고, 방송통신위원회 배리어프리 콘텐츠 대상을 받기도 했어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아찔했던 순간은 숏폼 콘텐츠가 100만 뷰를 넘기고 악플을 받았을 때예요. 심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처음 악플을 받아보면서 마인드컨트롤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멘털이 강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4. 나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콘텐츠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크리에이터’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딱딱하고 어렵기만 한 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장애인의 일상을 친근하게 알리고 싶어요. 영상을 통해 누군가는 몰랐던 점을 알고, 누군가는 생각을 바꾸고, 누군가는 세상에 나오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콘텐츠가 많아진다면 세상도 변화할 거로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배리어프리를 만드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5. 새해 계획과 꿈꾸는 미래

저의 10년 뒤, 그리고 할머니가 된 모습도 상상해 보았는데, 나이 들어서도 계속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영상을 만들고 책을 내고 그림을 그리면서, 계속해서 세상에 장애인의 이야기를 알리는 사람으로요. 새해 계획은 일단 유튜브 활동을 활발히 해서 많은 사람에게 콘텐츠가 닿도록 하는 거예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재밌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콘텐츠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어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준민 마술사

1. 처음으로 예술가라고 느낀 때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공연으로 만들어 선보일 때입니다. 저는 즐거움과 신기함을 전달하는 대중적인 공연을 진행하지만, 주로 이야기가 담겨있는 스토리텔링 매직쇼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연을 제작하고 창작하고 있을 때, 다른 예술가와 협업하여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나도 예술가라는 생각을 해요.

2. 본캐와 부캐

저는 본캐와 부캐가 똑같아요. 직업이 마술공연 하는 사람이고 오직 공연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항상 마술에 대해 생각하고 관련된 자료를 보곤 합니다. 이것 외에는 취미가 없어서 때로는 새로운 걸 해보고 배우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어요. 그게 참 아쉽지만, 그만큼 제가 하는 일을 정말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것 같아요.

3. 기억에 남는 순간

기억에 남는 순간은 제 공연을 본 사람들이 공감해주고 저를 기억해줄 때예요. 어린이 또는 학생에게 장애인식개선 교육과 마술을 결합한 공연 <퍼펙트데이>를 진행한 후, “메시지에 공감했다” “덕분에 원하는 꿈에 도전할 용기가 생겼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지우는 계기가 되었다”는 얘기들을 해주셨어요. 그 순간을 소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찔했던 순간은 넘어질 뻔했을 때예요. 저에게 단 하나의 실수도 없는 완벽한 공연은 없지만, 그럴 때면 상황에 맞게 재빨리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대처합니다. 제가 겉으로는 잘 안 보이는데, 양쪽 모두 의족을 착용하고 있어서 가만히 서 있을 때조차 외줄 타기 하듯 중심 잡기에 신경을 써야 해요. 공연하다 보면 어느 정도 움직임과 동선이 있어야 하니, 항상 긴장하고 계속해서 연습합니다. 한 번은 바닥이 고르지 못해서 무대에서 넘어졌어요. 그 순간, 제 걱정보다는 앞에 있는 관객이 저와 부딪혀 다칠까 봐 아찔했어요. 공연 연습 외에도 재활 운동을 하며 넘어지지 않으려고 항상 대비하고 있습니다.

4. 나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마술사’. 저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신기함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불가능한 현상을 가능하게끔 보여주기도 하죠. 그런 저에게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급성 심근염으로 심장이 멈추었다가 기적처럼 다시 뛰었어요. 하지만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양쪽 다리를 모두 잃어야만 했죠. 다리를 잃었을 때의 슬픔보다 다시 공연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좌절했어요. 그때 정말 마술 같은 기적이 찾아왔고, 노력 끝에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었어요. 기적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어떤 불가능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새해 계획과 꿈꾸는 미래

배리어프리 매직쇼를 기획하고 제작하여 진행하는 거예요. 마술공연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 ‘누구나’에 장애인은 포함돼있지 않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공연이 아닌, 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이고 싶었고, 계속 준비해 왔습니다. 오랜 준비 끝에 2022년 10월에 <완벽한 하루>라는 국내 최초 배리어프리 매직쇼를 선보였고, 그 공연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녀노소 모두가 마술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우리의 모든 감각을 활용하는 방식이었어요. 올해도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제작하여 선보이려 해요.

  • <완벽한 하루-AGAIN>(2022)

  • <퍼펙트 데이>(2021)

김슬온

경인교육대학교 초등교육과를 졸업했고 미술교육을 심화 전공했다. 교육가와 예술가의 정체성을 가지고 예술 활동을 펼치고자 한다. 사진과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작업과 무채색을 주제로 한 조소와 동양화 작업을 한다.
linkey_on@naver.com

이유정

콘텐츠 제작 전문기업 소플 대표로 장애인 당사자 관점으로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이야기하며 콘텐츠 제작을 통해 세상을 바꾸어나가고자 한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유튜브채널 ‘리즌정의 원더랜드’를 운영하며 유쾌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2021년 <바디포지티브: 세상의 모든 몸>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와 몸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에 담고 전시를 열었다.
lyj001700@gmail.com
* 소플 홈페이지(링크)
* 유튜브 ‘리즌정의 원더랜드’(링크)

이준민

동부산대학교 매직엔터테인먼트과를 졸업하고, 어린이 인형극단 씨앗, 씨아트매직 소속 마술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한국마술문화협회 올해의 멘토로 선정되었고, 2020년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연극·뮤지컬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업으로 온라인 비대면 마술공연 <퍼펙트 데이>(2021), 배리어프리 마술 공연 <완벽한 하루-AGAIN>(2022) 등이 있다.
leejunmini@naver.com
* 블로그(링크)
* 유튜브 ‘로봇다리 이준민’(링크)

정리. 프로젝트 궁리 최순화, 최용휘 projectgr@naver.com
사진. 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자료사진 제공. 필자

2023년 2월 (39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금지」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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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7 15: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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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는 것이 결국 표현하고 싶은 것 , 전달하고 싶은 것이라는 인터뷰 내용이 가슴에 와닿았네요~ 우리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노력하는 세 분의 열정이 느껴지는 기사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2023-02-09 14: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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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캐이든 부캐이든 당당하게 자신을 예술가라고 말하는 후배예술인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몸과 마음과 영혼의 자유를 예술로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본인만의 개성을 담은 아름다운 활동..좀 더 치열한 시대정신을 담아서 장애인예술가가 아닌 장애와 비장애를 통합하여 공감할 수 있는 예술가로 우뚝서기를 응원합니다

2023-02-03 09: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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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님 바디 포지티브 인상깊게 봤었는데 여기서 보니 반가워요. 세 분 모두 사진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네요

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 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