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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가로서의 장애예술가

이슈 꾸준히 뜨겁게 삶에 스미는 예술을 꿈꾼다

  • 김지수·배희관·안종일 
  • 등록일 2023-05-31
  • 조회수700

이슈

예술작업과 예술교육은 무엇이 같고 어떻게 다를까. 예술교육 참여자와의 만남을 통해 얻는 고민과 깨달음은 무엇일까. 장애가 있다는 것이 예술교육에 장벽이 될 수 있을까. 장애인의 삶에서 예술이 일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연극, 음악, 미디어 등 자신의 분야에서 예술가이자 예술교육가로서 경험과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는 세 사람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아무도 소외되지 않게, 모두가 조화롭게
김지수 연극연출가

1. 예술가 김지수

극단 애인에서 활동하면서 가끔 대본을 쓰고, 연출하고, 어쩌다 출연하기도 한다.

2. 예술교육을 하게 된 계기는?

2017년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연극 교실을 제안해 왔다. 그때부터 1년에 1~3팀 정도 만나서 짧게는 10회차, 길게는 35회차 정도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주로 서울지역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발달장애, 정신장애, 지체장애, 뇌병변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연극 프로그램이다.

3. 어떤 내용의 예술교육인가?

참여자들의 장애 유형과 경중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전체 일정을 3분기 정도로 나눈다. 1분기에는 놀이와 이야기, 2분기에는 대본 읽기를 하고, 3분기에는 움직이면서 연습을 한다. 시작은 항상 놀이 형식으로 진행한다. 놀이를 하면서 서로의 같고 다른 점을 알고 각자의 표현을 알 수 있도록 시간을 갖는 거다. 내가 참여자들을 관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다음은 내가 2주 정도에 걸쳐 구성한 대본을 참여자들과 함께 읽으면서 각자의 입말과 표현으로 정리하는 활동을 하고, 본격적으로 대사를 외운다. 여기까지가 전체의 3분의 2회차 안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동선을 포함한 연습을 한다. 발표든 공연이든 막바지에는 늘 시간이 부족해서 추가 연습을 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주로 연말에 센터 송년회에서 작품을 발표하곤 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작업하기도 했다.

4. 무엇에 중점을 두었나?

첫 번째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발달장애가 있으면서 휠체어를 타는 참여자도, 언어장애가 있는 참여자도 다 같이 즐거울 수 있는 놀이나 새로운 규칙을 찾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인다. 두 번째는, 가능하면 구성원 중 최중증 장애인의 시간에 맞춰 진행한다. 누구 때문에 늦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서로에게 필요한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그 무엇도 나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구성원의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서 함께 만들어간다는 걸 기억하려고 한다.

5. 예술작업과 예술교육 활동의 비슷한 점 혹은 다른 점

예술작업을 할 때는 내가 많은 것을 설계하고 준비한다. 반면에 교육 프로그램을 할 때는 놀이든 공동창작이든 연습이든 처음에는 내 의도 대로 시작하지만, 연습이나 발표 등 진행 과정에서 참여자의 욕구와 조화로 이루어진다는 게 가장 다른 점이다. 연극을 통해서 서로의 질서와 어울림을 찾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내외부의 변수에 대처하는 힘도 참여자들에게 있다고 믿는 거다. 예를 들면, 연습 중 대사를 잊어버린 배우에게 상대 배우가 입 모양이나 말로 대사를 알려줄 수도 있지만, 나는 어느 시간까지는 그가 기억해낼 때까지 기다리자고 한다. 전문 배우들도 그런 순간에 무척 당황하고 어떻게든 그 순간을 잘 넘기기 위해 방법을 찾아내는데, 내가 만나는 참여자들도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넘어가든지 뒤로 돌아가서 되풀이하든지, 그 장면에 함께 있는 사람들과 방법을 찾아낼 수 있게 하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자들이 당황하지 않고 ‘괜찮다’고 생각하고, 서로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종종 생각지 못한 새롭고 놀라운 대처를 해내는 분이 많다.

6. 예술교육 과정에서의 경험과 생각

나의 장애가 중증이다 보니 참여자들이 많이 도와준다. 발달장애, 정신장애 참여자들이 보기에는 내가 어떻게 연극을 하나 싶은 것 같다. “힘들겠다” ”어렵겠다” 하면서 안됐다는 표정으로 볼 때도 많다. 그래서 더 잘 따라주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 고맙고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아주 가끔은 비슷한 또래나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나를 다소 무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화가 나기도 한다. 시간을 들여 그분과 이야기를 많이 하려는 편이다. 또 다른 어려움은, 주로 중증장애인의 시간과 속도를 기준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성격이 급하고 불안이 있는 참여자는 힘들어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럴 때는 미안하고, 어떻게 하면 그분의 욕구도 채워줄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한다.
내가 하는 연극 교실은 보통 시작하면 2~3년은 이어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능력을 알게 되고 이들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하다. 일상에서는 중증장애, 비만, 언어장애인이 소외되곤 하지만, 연극을 하면서 관계가 역전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자신감을 얻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할 때 감탄한다. 연극이 만들어 내는 조화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따금 자괴감에 시달리면서도 또 하게 된다.

7. 장애인의 삶에서 예술을 ‘일상화’하고 ‘지속’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변화가 필요할까?

무엇보다 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메모와 일기도 문학이고 낙서도 그림이고 소꿉놀이가 연극인 것처럼, 가까운 곳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과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동네마다 작은 전시, 시나 소설 낭독, 연극놀이를 하는 문턱 없는 공간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또, 특별히 재능 있는 사람만 창작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예술이 되면 좋겠다.

8. 예술가이자 예술교육가로서의 계획

공연을 한다면 내 삶의 시간과 생각이 비슷한 장애여성의 중년, 노년의 이야기 그리고 위로가 되는 작품을 하고 싶다. 더불어 지역사회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 휠체어 이용자를 포함한 일곱 명의 장애인이 정면을 향해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찍은 기념사진. 오른쪽에는 '교육연극발전기'라는 타이틀과 일러스트가 그려진 스탠딩배너가 서 있다.

‘2021년 발달장애인이 전하는 우리들의 권리이야기(발전기) 이게 나예요’
출처. 장애인인권교육센터 유튜브 채널(링크)


지나친 배려도 편견도 없이, 전문성과 실력을 쌓도록
배희관 뮤지션

1. 예술가 배희관

배희관밴드에서 노래하고 기타를 연주하며 작사와 작곡을 하고 있다. 2011년 ‘4번출구’라는 밴드를 시작으로 현재의 배희관밴드까지 총 6장의 앨범, ‘크리스피 몬스터’라는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2장의 앨범이 있고, 다수의 공연을 하고 있다.

2. 예술교육을 하게 된 계기는?

주위를 둘러보면 여기저기 실용음악학원이 많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높다. 나 역시 음악을 공부하려고 찾아갔지만, 시각장애인을 가르쳐본 경험이 없고 혹여나 학원 시설을 이용하다 다치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식으로 학원으로부터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
비장애인에게 너무나 당연하게 주어지는 음악교육의 기회를 장애인에게도 제공하고자 ‘비비웨이브랩(BB Wave Lab)’을 시작했다. 처음 기획 의도는 음악을 배우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하던 청각장애인에게 악기를 가르쳐주는 것이었지만, 이듬해에 장애 유형 영역을 넓히고 서울 이외의 지역으로도 확장했다. 올해는 전문 음악인이 되고자 하는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육 후에 그 성과를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제작하고 콜라보레이션 콘서트도 개최할 예정이다.

3. 어떤 내용의 예술교육인가?

기타, 드럼, 작·편곡, 컴퓨터음악 제작 등의 과목이 있다. 우퍼조끼, 점자정보단말기, 스크린리더 등의 보조공학 기술을 접목한 맞춤형 교육을 한다. 참여자의 이동 접근성을 고려한 강의 장소를 찾아 오프라인에서 만나거나, 서울 외 지역의 경우 비대면으로 하기도 한다. 비대면으로 진행할 때는 레이턴시(latency, 지연 시간)가 없는 온라인 음악 합주 프로그램인 싱크룸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강의하고 있는데, 성과가 좋아 앞으로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보통 4~5월에 참여자를 모집해서 6월부터 11월까지 약 20회차에 걸쳐 수업을 진행한다.

4. 예술작업과 예술교육 활동의 비슷한 점 혹은 다른 점

내 안으로부터의 발산이 예술작업이라면, 발산과 교감이 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참여자의 능력과 교육적인 요구에 맞춰 자료와 디바이스를 준비하는 과정, 교육 내용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가 아닌 참여자를 생각하게 된다. 리듬을 진동으로 느낄 수 있는 우퍼조끼, 시각장애 참여자를 위한 점자 자료나 확대자료 제작, 음성합성 프로그램을 활용한 컴퓨터음악 제작 등의 교육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한 배려와 나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5. 예술교육 과정에서의 경험과 생각

교육을 위해 고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 강사들의 작업실을 이용하거나 따로 장소를 알아보거나 상황에 따라 장소가 변경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을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더 전문적인 강사진으로, 더 넓은 지역에서 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 아쉽다.

6. 장애인의 삶에서 예술을 ‘일상화’하고 ‘지속’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변화가 필요할까?

폭넓은 장애인 인식개선이 우선 필요하다. 장애예술인의 예술 활동 자체가 아닌, 그가 가진 장애를 먼저 보고 그 결과를 과대포장하는 경향을 버려야 한다. 장애가 있건 그렇지 않건 예술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대중에게 보이기 위해서는 냉철한 전문성 검증과 제대로 된 결과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작품임에도 장애인이 했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고 “대단하다” “인간승리다” 치켜세워 주기 일쑤인데, 이러한 봐주기식 시선을 탈피하고 냉정하게 비장애인 전문가 사이에서도 경쟁력 있는 실력인지 판단하도록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 변화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교육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전문 음악 교육인들조차 신체적·감각적으로 다양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참여자에 대한 고민을 단 한 번도 하지 않는 현실을 보다 나은 쪽으로 옮아가게 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장애예술인 스스로가 제대로 해야, 앞으로 후진 양성 기회를 확대하고 일상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7. 예술가이자 예술교육가로서의 계획

건강이 허락되는 한 음악을 멈출 생각이 없다. 음악을 오래 해오다 보니 나처럼 장애가 있는 후배 음악인들이 조언을 구하러 오기도 하고 함께 작업하거나 배우고 싶어 하기도 한다. 나를 끌어주는 선배들처럼, 어떠한 방식으로든 나의 예술 활동과 교육사업을 함께 해나가고자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 당사자 스스로가 불필요한 배려와 봐주기를 바라며 예술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제대로 된 시선으로 장애예술인을 바라볼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끊임없는 연구, 집착에 가까운 예술적 욕심을 버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 점을 후배 음악인에게 독려하고 나 역시 그렇게 계속해나갈 것이다.

  • 시각장애인 참여자가 기타를 들고 앉아 있고, 그 앞에 기타를 든 강사가 이 모습을 지켜본다.
  • 음악 연주와 녹음이 가능한 방 안, 한 명은 드럼을 연주 중이고 한 명은 컴퓨터가 놓인 테이블에 앉아 있다.

배희관밴드의 다중감각 음악 교실 ‘비비웨이브랩’


부딪치고 어울리며, 누구나 평등한 예술 경험
안종일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1. 예술가 안종일

2011년부터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시민미디어센터와 연계해 <대구MBC-열린TV 희망세상>이라는 시청자 제작 참여 프로그램에 다수의 작품을 방영했다. 다큐멘터리 <시선>과 <공존>을 제작‧연출했다.

2. 예술교육을 하게 된 계기는?

대구MBC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시민 미디어 제작 프로그램 과정을 마친 후 개인 작업을 하면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사진 수업도 몇 번 하던 중에, 미디어센터 담당 선생님들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교육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2014년부터 대구지역 도서관, 복지관, 학교나 미디어센터 등에서 사진, 미디어 활용, 영상 및 단편영화 제작 등을 교육해오고 있다.

3. 어떤 내용의 예술교육인가?

20대부터 70대까지의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단편영화 제작 프로그램을 5년째 하고 있다. 주 1회 2시간씩 20회차로 진행하는데, 약 5개월 동안 한두 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하고 시사회까지 한다. 참여하는 주민들은 처음엔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나’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하지만 각자 스태프가 돼서 활동한다는 걸 알게 되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카메라 작동법이나 영상 화법 등의 기초적인 이론과 실습을 하고, 그 후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내러티브와 플롯에 대한 수업도 진행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프리 프로덕션-프로덕션-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이어진다. 하이라이트인 프로덕션 과정에서는 모든 사람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 주말에 1~2회차 촬영을 몰아서 8시간 정도 강행하는데, 이 시기가 하필 한여름이라 더위와 매미 소리로 매번 힘들지만 다들 최고의 열정을 쏟아내는 시간이다. 모든 참여자가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완성 작품은 야외광장에서 200~300명의 주민과 함께 시사회를 연다.

4. 무엇에 중점을 두었나?

많은 교육 프로그램이 장비의 메커니즘이나 촬영 스킬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나는 기존에 많이들 하는 내용은 최대한 배제하고 촬영자와 대상과의 공감대를 찾아가는 과정이 주를 이루도록 한다. 예술은 특정인에게 국한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예술을 경험하고 접근성의 간극을 좁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5. 예술작업과 예술교육 활동의 비슷한 점 혹은 다른 점

예술작업은 철저한 나와의 거래이기 때문에 나의 욕심에 따라 수용하는 부분이 있다. 예술교육은 나의 욕심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참여자가 따라올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진행 방식이나 자세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6. 예술교육 과정에서의 경험과 생각

어렵고 불편한 것들을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각자의 환경에 따라 어려움, 불편함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문제들까지 나의 작업에 장벽으로 세울 필요가 없다. 오히려 교육과정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의 생각이나 가치를 내 것으로 승화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나의 작업이 좀 더 깊이를 얻기도 한다. 어울림을 통해 나 또한 그 속으로 스며들어 가는 삶 자체가 즐거움이다.

7. 장애인의 삶에서 예술을 ‘일상화’하고 ‘지속’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변화가 필요할까?

올해 처음으로 대한민국패럴스마트폰영화제와 연계해서 장애인 대상 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예술 경험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특히 지역은 장애인 예술교육 지원이 더욱 열악하다.

8. 예술가이자 예술교육가로서의 계획

개인 작업이 많이 늦어지고 있지만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다. 장애인으로 구성한 스태프와 영화를 만들 날을 기대하고 있다. 예술교육도 계속해서 이어갈 것 같다.

  • 넓은 실내 공간. 휠체어 장애인과 강사가 앞에 세운 작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그 옆에 선 한 명은 길쭉한 붐 마이크를 들고 모니터에 시선을 두고 있다. 한발짝 떨어진 곳에 카메라를 어깨에 올린 사람이 있고, 멀찌감치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두 사람이 있다.
  • 야외 촬영장. 장애인을 포함한 참여자 두 명과 강사가 삼각대 위 카메라에 설치돼 있는 작은 모니터를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단편영화 제작 프로그램

김지수

연출, 작가, 배우이자 장애인 연극교육, 인권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3년부터 연극을 시작했고, 2007년 극단 애인을 창단하고 최근까지 대표를 맡았다. 단편영화 시나리오 <러브MT> <으랏차차>, 장편 희곡 <대바늘 코바늘> <알록달록 한땀한땀> <기억이란 사랑보다> 등을 썼다. <고도를 기다리며>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다> <한달이> 등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auleala@daum.net
▸ 페이스북(링크)

배희관

배희관밴드 리더. 노래와 기타 연주, 곡을 만들고 있다. 2003년 호주 와타보시뮤직페스티벌에 참가했고, 2010년 일본 골든콘서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시각장애인 밴드 ‘4번출구’의 보컬로 활동했고, 2013년 배희관밴드를 결성했다. 2017년부터 대전혜광학교에서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다.
bhg1986@gmail.com

안종일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2011년부터 영상 작업을 시작해 대구시민미디어센터 산하 영상동아리 ‘공감’ 대표(2014~2018)를 지냈고,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영상 강사로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 〈시선〉(2016), 〈공존〉(2017) 등이 있다. 2018년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금상(애플시네마 부분 우수상), 2020년 제15회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 대상을 받았다.
aji209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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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채널(링크)

정리. 최용휘 프로젝트 궁리 에디터 lotush0317@gmail.com
사진 제공. 김지수, 배희관, 안종일

2023년 5월 (41호)

상세내용

이슈

예술작업과 예술교육은 무엇이 같고 어떻게 다를까. 예술교육 참여자와의 만남을 통해 얻는 고민과 깨달음은 무엇일까. 장애가 있다는 것이 예술교육에 장벽이 될 수 있을까. 장애인의 삶에서 예술이 일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연극, 음악, 미디어 등 자신의 분야에서 예술가이자 예술교육가로서 경험과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는 세 사람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아무도 소외되지 않게, 모두가 조화롭게
김지수 연극연출가

1. 예술가 김지수

극단 애인에서 활동하면서 가끔 대본을 쓰고, 연출하고, 어쩌다 출연하기도 한다.

2. 예술교육을 하게 된 계기는?

2017년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연극 교실을 제안해 왔다. 그때부터 1년에 1~3팀 정도 만나서 짧게는 10회차, 길게는 35회차 정도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주로 서울지역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발달장애, 정신장애, 지체장애, 뇌병변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연극 프로그램이다.

3. 어떤 내용의 예술교육인가?

참여자들의 장애 유형과 경중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전체 일정을 3분기 정도로 나눈다. 1분기에는 놀이와 이야기, 2분기에는 대본 읽기를 하고, 3분기에는 움직이면서 연습을 한다. 시작은 항상 놀이 형식으로 진행한다. 놀이를 하면서 서로의 같고 다른 점을 알고 각자의 표현을 알 수 있도록 시간을 갖는 거다. 내가 참여자들을 관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다음은 내가 2주 정도에 걸쳐 구성한 대본을 참여자들과 함께 읽으면서 각자의 입말과 표현으로 정리하는 활동을 하고, 본격적으로 대사를 외운다. 여기까지가 전체의 3분의 2회차 안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동선을 포함한 연습을 한다. 발표든 공연이든 막바지에는 늘 시간이 부족해서 추가 연습을 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주로 연말에 센터 송년회에서 작품을 발표하곤 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작업하기도 했다.

4. 무엇에 중점을 두었나?

첫 번째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발달장애가 있으면서 휠체어를 타는 참여자도, 언어장애가 있는 참여자도 다 같이 즐거울 수 있는 놀이나 새로운 규칙을 찾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인다. 두 번째는, 가능하면 구성원 중 최중증 장애인의 시간에 맞춰 진행한다. 누구 때문에 늦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서로에게 필요한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그 무엇도 나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구성원의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서 함께 만들어간다는 걸 기억하려고 한다.

5. 예술작업과 예술교육 활동의 비슷한 점 혹은 다른 점

예술작업을 할 때는 내가 많은 것을 설계하고 준비한다. 반면에 교육 프로그램을 할 때는 놀이든 공동창작이든 연습이든 처음에는 내 의도 대로 시작하지만, 연습이나 발표 등 진행 과정에서 참여자의 욕구와 조화로 이루어진다는 게 가장 다른 점이다. 연극을 통해서 서로의 질서와 어울림을 찾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내외부의 변수에 대처하는 힘도 참여자들에게 있다고 믿는 거다. 예를 들면, 연습 중 대사를 잊어버린 배우에게 상대 배우가 입 모양이나 말로 대사를 알려줄 수도 있지만, 나는 어느 시간까지는 그가 기억해낼 때까지 기다리자고 한다. 전문 배우들도 그런 순간에 무척 당황하고 어떻게든 그 순간을 잘 넘기기 위해 방법을 찾아내는데, 내가 만나는 참여자들도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넘어가든지 뒤로 돌아가서 되풀이하든지, 그 장면에 함께 있는 사람들과 방법을 찾아낼 수 있게 하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자들이 당황하지 않고 ‘괜찮다’고 생각하고, 서로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종종 생각지 못한 새롭고 놀라운 대처를 해내는 분이 많다.

6. 예술교육 과정에서의 경험과 생각

나의 장애가 중증이다 보니 참여자들이 많이 도와준다. 발달장애, 정신장애 참여자들이 보기에는 내가 어떻게 연극을 하나 싶은 것 같다. “힘들겠다” ”어렵겠다” 하면서 안됐다는 표정으로 볼 때도 많다. 그래서 더 잘 따라주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 고맙고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아주 가끔은 비슷한 또래나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나를 다소 무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화가 나기도 한다. 시간을 들여 그분과 이야기를 많이 하려는 편이다. 또 다른 어려움은, 주로 중증장애인의 시간과 속도를 기준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성격이 급하고 불안이 있는 참여자는 힘들어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럴 때는 미안하고, 어떻게 하면 그분의 욕구도 채워줄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한다.
내가 하는 연극 교실은 보통 시작하면 2~3년은 이어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능력을 알게 되고 이들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하다. 일상에서는 중증장애, 비만, 언어장애인이 소외되곤 하지만, 연극을 하면서 관계가 역전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자신감을 얻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할 때 감탄한다. 연극이 만들어 내는 조화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따금 자괴감에 시달리면서도 또 하게 된다.

7. 장애인의 삶에서 예술을 ‘일상화’하고 ‘지속’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변화가 필요할까?

무엇보다 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메모와 일기도 문학이고 낙서도 그림이고 소꿉놀이가 연극인 것처럼, 가까운 곳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과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동네마다 작은 전시, 시나 소설 낭독, 연극놀이를 하는 문턱 없는 공간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또, 특별히 재능 있는 사람만 창작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예술이 되면 좋겠다.

8. 예술가이자 예술교육가로서의 계획

공연을 한다면 내 삶의 시간과 생각이 비슷한 장애여성의 중년, 노년의 이야기 그리고 위로가 되는 작품을 하고 싶다. 더불어 지역사회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 휠체어 이용자를 포함한 일곱 명의 장애인이 정면을 향해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찍은 기념사진. 오른쪽에는 '교육연극발전기'라는 타이틀과 일러스트가 그려진 스탠딩배너가 서 있다.

‘2021년 발달장애인이 전하는 우리들의 권리이야기(발전기) 이게 나예요’
출처. 장애인인권교육센터 유튜브 채널(링크)


지나친 배려도 편견도 없이, 전문성과 실력을 쌓도록
배희관 뮤지션

1. 예술가 배희관

배희관밴드에서 노래하고 기타를 연주하며 작사와 작곡을 하고 있다. 2011년 ‘4번출구’라는 밴드를 시작으로 현재의 배희관밴드까지 총 6장의 앨범, ‘크리스피 몬스터’라는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2장의 앨범이 있고, 다수의 공연을 하고 있다.

2. 예술교육을 하게 된 계기는?

주위를 둘러보면 여기저기 실용음악학원이 많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높다. 나 역시 음악을 공부하려고 찾아갔지만, 시각장애인을 가르쳐본 경험이 없고 혹여나 학원 시설을 이용하다 다치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식으로 학원으로부터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
비장애인에게 너무나 당연하게 주어지는 음악교육의 기회를 장애인에게도 제공하고자 ‘비비웨이브랩(BB Wave Lab)’을 시작했다. 처음 기획 의도는 음악을 배우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하던 청각장애인에게 악기를 가르쳐주는 것이었지만, 이듬해에 장애 유형 영역을 넓히고 서울 이외의 지역으로도 확장했다. 올해는 전문 음악인이 되고자 하는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육 후에 그 성과를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제작하고 콜라보레이션 콘서트도 개최할 예정이다.

3. 어떤 내용의 예술교육인가?

기타, 드럼, 작·편곡, 컴퓨터음악 제작 등의 과목이 있다. 우퍼조끼, 점자정보단말기, 스크린리더 등의 보조공학 기술을 접목한 맞춤형 교육을 한다. 참여자의 이동 접근성을 고려한 강의 장소를 찾아 오프라인에서 만나거나, 서울 외 지역의 경우 비대면으로 하기도 한다. 비대면으로 진행할 때는 레이턴시(latency, 지연 시간)가 없는 온라인 음악 합주 프로그램인 싱크룸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강의하고 있는데, 성과가 좋아 앞으로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보통 4~5월에 참여자를 모집해서 6월부터 11월까지 약 20회차에 걸쳐 수업을 진행한다.

4. 예술작업과 예술교육 활동의 비슷한 점 혹은 다른 점

내 안으로부터의 발산이 예술작업이라면, 발산과 교감이 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참여자의 능력과 교육적인 요구에 맞춰 자료와 디바이스를 준비하는 과정, 교육 내용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가 아닌 참여자를 생각하게 된다. 리듬을 진동으로 느낄 수 있는 우퍼조끼, 시각장애 참여자를 위한 점자 자료나 확대자료 제작, 음성합성 프로그램을 활용한 컴퓨터음악 제작 등의 교육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한 배려와 나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5. 예술교육 과정에서의 경험과 생각

교육을 위해 고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 강사들의 작업실을 이용하거나 따로 장소를 알아보거나 상황에 따라 장소가 변경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을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더 전문적인 강사진으로, 더 넓은 지역에서 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 아쉽다.

6. 장애인의 삶에서 예술을 ‘일상화’하고 ‘지속’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변화가 필요할까?

폭넓은 장애인 인식개선이 우선 필요하다. 장애예술인의 예술 활동 자체가 아닌, 그가 가진 장애를 먼저 보고 그 결과를 과대포장하는 경향을 버려야 한다. 장애가 있건 그렇지 않건 예술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대중에게 보이기 위해서는 냉철한 전문성 검증과 제대로 된 결과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작품임에도 장애인이 했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고 “대단하다” “인간승리다” 치켜세워 주기 일쑤인데, 이러한 봐주기식 시선을 탈피하고 냉정하게 비장애인 전문가 사이에서도 경쟁력 있는 실력인지 판단하도록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 변화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교육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전문 음악 교육인들조차 신체적·감각적으로 다양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참여자에 대한 고민을 단 한 번도 하지 않는 현실을 보다 나은 쪽으로 옮아가게 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장애예술인 스스로가 제대로 해야, 앞으로 후진 양성 기회를 확대하고 일상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7. 예술가이자 예술교육가로서의 계획

건강이 허락되는 한 음악을 멈출 생각이 없다. 음악을 오래 해오다 보니 나처럼 장애가 있는 후배 음악인들이 조언을 구하러 오기도 하고 함께 작업하거나 배우고 싶어 하기도 한다. 나를 끌어주는 선배들처럼, 어떠한 방식으로든 나의 예술 활동과 교육사업을 함께 해나가고자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 당사자 스스로가 불필요한 배려와 봐주기를 바라며 예술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제대로 된 시선으로 장애예술인을 바라볼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끊임없는 연구, 집착에 가까운 예술적 욕심을 버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 점을 후배 음악인에게 독려하고 나 역시 그렇게 계속해나갈 것이다.

  • 시각장애인 참여자가 기타를 들고 앉아 있고, 그 앞에 기타를 든 강사가 이 모습을 지켜본다.
  • 음악 연주와 녹음이 가능한 방 안, 한 명은 드럼을 연주 중이고 한 명은 컴퓨터가 놓인 테이블에 앉아 있다.

배희관밴드의 다중감각 음악 교실 ‘비비웨이브랩’


부딪치고 어울리며, 누구나 평등한 예술 경험
안종일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1. 예술가 안종일

2011년부터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시민미디어센터와 연계해 <대구MBC-열린TV 희망세상>이라는 시청자 제작 참여 프로그램에 다수의 작품을 방영했다. 다큐멘터리 <시선>과 <공존>을 제작‧연출했다.

2. 예술교육을 하게 된 계기는?

대구MBC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시민 미디어 제작 프로그램 과정을 마친 후 개인 작업을 하면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사진 수업도 몇 번 하던 중에, 미디어센터 담당 선생님들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교육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2014년부터 대구지역 도서관, 복지관, 학교나 미디어센터 등에서 사진, 미디어 활용, 영상 및 단편영화 제작 등을 교육해오고 있다.

3. 어떤 내용의 예술교육인가?

20대부터 70대까지의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단편영화 제작 프로그램을 5년째 하고 있다. 주 1회 2시간씩 20회차로 진행하는데, 약 5개월 동안 한두 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하고 시사회까지 한다. 참여하는 주민들은 처음엔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나’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하지만 각자 스태프가 돼서 활동한다는 걸 알게 되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카메라 작동법이나 영상 화법 등의 기초적인 이론과 실습을 하고, 그 후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내러티브와 플롯에 대한 수업도 진행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프리 프로덕션-프로덕션-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이어진다. 하이라이트인 프로덕션 과정에서는 모든 사람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 주말에 1~2회차 촬영을 몰아서 8시간 정도 강행하는데, 이 시기가 하필 한여름이라 더위와 매미 소리로 매번 힘들지만 다들 최고의 열정을 쏟아내는 시간이다. 모든 참여자가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완성 작품은 야외광장에서 200~300명의 주민과 함께 시사회를 연다.

4. 무엇에 중점을 두었나?

많은 교육 프로그램이 장비의 메커니즘이나 촬영 스킬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나는 기존에 많이들 하는 내용은 최대한 배제하고 촬영자와 대상과의 공감대를 찾아가는 과정이 주를 이루도록 한다. 예술은 특정인에게 국한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예술을 경험하고 접근성의 간극을 좁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5. 예술작업과 예술교육 활동의 비슷한 점 혹은 다른 점

예술작업은 철저한 나와의 거래이기 때문에 나의 욕심에 따라 수용하는 부분이 있다. 예술교육은 나의 욕심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참여자가 따라올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진행 방식이나 자세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6. 예술교육 과정에서의 경험과 생각

어렵고 불편한 것들을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각자의 환경에 따라 어려움, 불편함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문제들까지 나의 작업에 장벽으로 세울 필요가 없다. 오히려 교육과정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의 생각이나 가치를 내 것으로 승화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나의 작업이 좀 더 깊이를 얻기도 한다. 어울림을 통해 나 또한 그 속으로 스며들어 가는 삶 자체가 즐거움이다.

7. 장애인의 삶에서 예술을 ‘일상화’하고 ‘지속’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변화가 필요할까?

올해 처음으로 대한민국패럴스마트폰영화제와 연계해서 장애인 대상 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예술 경험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특히 지역은 장애인 예술교육 지원이 더욱 열악하다.

8. 예술가이자 예술교육가로서의 계획

개인 작업이 많이 늦어지고 있지만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다. 장애인으로 구성한 스태프와 영화를 만들 날을 기대하고 있다. 예술교육도 계속해서 이어갈 것 같다.

  • 넓은 실내 공간. 휠체어 장애인과 강사가 앞에 세운 작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그 옆에 선 한 명은 길쭉한 붐 마이크를 들고 모니터에 시선을 두고 있다. 한발짝 떨어진 곳에 카메라를 어깨에 올린 사람이 있고, 멀찌감치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두 사람이 있다.
  • 야외 촬영장. 장애인을 포함한 참여자 두 명과 강사가 삼각대 위 카메라에 설치돼 있는 작은 모니터를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단편영화 제작 프로그램

김지수

연출, 작가, 배우이자 장애인 연극교육, 인권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3년부터 연극을 시작했고, 2007년 극단 애인을 창단하고 최근까지 대표를 맡았다. 단편영화 시나리오 <러브MT> <으랏차차>, 장편 희곡 <대바늘 코바늘> <알록달록 한땀한땀> <기억이란 사랑보다> 등을 썼다. <고도를 기다리며>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다> <한달이> 등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auleal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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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희관

배희관밴드 리더. 노래와 기타 연주, 곡을 만들고 있다. 2003년 호주 와타보시뮤직페스티벌에 참가했고, 2010년 일본 골든콘서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시각장애인 밴드 ‘4번출구’의 보컬로 활동했고, 2013년 배희관밴드를 결성했다. 2017년부터 대전혜광학교에서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다.
bhg1986@gmail.com

안종일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2011년부터 영상 작업을 시작해 대구시민미디어센터 산하 영상동아리 ‘공감’ 대표(2014~2018)를 지냈고,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영상 강사로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 〈시선〉(2016), 〈공존〉(2017) 등이 있다. 2018년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금상(애플시네마 부분 우수상), 2020년 제15회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 대상을 받았다.
aji209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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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최용휘 프로젝트 궁리 에디터 lotush0317@gmail.com
사진 제공. 김지수, 배희관, 안종일

2023년 5월 (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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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2 11: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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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예술교육 현장의 다양한 결과 섬세한 접근을 담아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김지수 연출님의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어느 시간까지는 대사를 잊어버린 배우가 스스로 기억해낼 때까지 기다리려고 한다는 말씀이 인상적이네요. 그 시간을 건너는 방법도 경험을 통해 쌓일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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