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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만나러 가는 길⑤ 복지관에서

이슈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누리는 충분한 기회

  • 정휘명 사회복지사·허옥희 이용자(강남장애인복지관) 
  • 등록일 2023-06-28
  • 조회수460

이슈

진정한 의미로 예술을 누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정보를 접하고, 각자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작품과 활동을 선택하고, 편리한 이동 경로와 교통편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즐겁게 관람과 활동을 마친 후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모든 과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예술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어떤 다양한 경로가 있을까. 그 길에 걸림돌이 있다면 무엇일까. 예술을 향한 여정이 더욱 풍성한 의미와 즐거움으로 채워지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들어보았다.

① 혼자서

      

② 친구와 함께

      

③ 자녀와 함께

      

④ 대안학교에서

      

⑤ 복지관에서

자립과 평생교육의 첫걸음

정휘명 강남장애인복지관 평생교육팀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동아리 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성인 발달장애인 자립역량 강화를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라라아카데미’를 진행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한다. 참여하는 분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관계 맺고 소통하고 “일주일 중 오늘만 기다려요”라고 말하는 분이 계실 만큼 예술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복지관에서는 꾸준히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외부 활동도 다양하게 꾸려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작년까지 3년여간은 거의 하지 못했다. 올해는 다시 활발하게 하고 있다.

허옥희 강남장애인복지관 미술작가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최원우 엄마다. 원우가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주변에서 “왜 하느냐?”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했느냐?”라는 말을 듣고 있다. 문화예술 활동을 하면서 이 세상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원우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눈으로 보는 풍경을 이미지로 그림 그리는 최원우입니다. 여행할 때 좋은 풍경을 사진으로 찍고 스케치하고 유화로 그립니다. 그림 그리는 작업은 무척 행복하고 지난 기억을 추억할 수 있어 기쁩니다.”
원우가 다양한 관계를 맺고 경험하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예술 활동에 참여하려고 한다. 문화예술 활동은 복지관에서의 활동이 주를 이룬다.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미술작가 동아리 활동을 하고, 화요일에는 선생님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참여자의 관심사와 취향을 바탕으로

정휘명 예술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의 욕구다. 진행의 필요성과 참여자 확보를 위해 이용자의 욕구를 바탕으로 활동을 계획한다. 지체장애가 있는 이용자를 위해서는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지를 확인한다. 휠체어로 이동하기 어려운 건물이 많아 원활한 이동과 참여를 위해 물리적인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 발달장애 이용자의 경우에는 정확한 욕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사전에 그림이나 영상으로 최대한 쉽게 설명하는데, 이용자들은 대체로 이전에 경험했던 것을 선택한다. 간혹 보호자에게 연락해서 물어보기도 하지만, 당사자의 의견이 아니어서 확인하고 조율하고 선택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서 문화예술 활동이 끝나고 나면 간략하게 감상을 나누기도 하고, 몇 사람에게 전화 통화를 하면서 좀 더 듣기도 한다. 참여자 모두를 대상으로 서면 만족도 조사도 꼭 챙긴다. 좋아하는 것, 안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확인해야 다음 계획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옥희 아들 원우의 관심사와 취향에 맞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자기와 맞지 않은 활동에서는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는 것 같다. 그다음으로는 접근성이다. 아무리 좋은 문화예술 활동이라도 접근하기가 어렵다면 참여하지 못한다.

정휘명 복지관에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외부 활동을 진행하며, 복지관을 이용하는 분들이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다양한 문화예술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향후 선택지를 넓혀주기 위해서 새로운 활동을 지속적으로 접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이용자가 원하는 것은 다 하려고 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서울숲 언더스탠드에비뉴 《무장애 시각예술 오픈 스튜디오. 굳굳 Part1 – 다시사용해주세요》 전시와 유나이티드문화재단이 주최한 ‘행복 나눔 음악회’에 다녀왔고, 코엑스 아쿠아리움도 갔다.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건 음악 분야의 활동이다. 그래서 관내의 음악 프로그램에도 많이 참여하는 편이다. 특히 노래교실은 복지관 이용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부 프로그램 중 하나다. 한편, 발달장애 이용자의 관점에서 보면 연극은 즐기기 어려운 장르다. 공연장이 주는 무거움이 있다. 장시간 좁은 곳에 앉아 있어야 하고, 정숙한 관람을 요구하기 때문에 선택하기가 조심스럽다. 연극을 보러 갈 때면 자원봉사자도 많이 모집해야 한다. 발달장애를 가진 분들은 큰소리에 예민한 경우가 많고, 공연 중간에 나가는 상황도 있어서 거의 일대일로 지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허옥희 아들의 모든 활동에 항상 함께하고 있는데, 복지관 미술 작업을 비롯해서 전시 관람, 음악 듣기, 문화행사 참여, 여행 등 기분전환이 될 수 있는 활동을 한다.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우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다른 활동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데, 연극이나 영화 관람은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예전에 지루해하고 졸렸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별로 원하지 않는다.

정보를 얻고, 비용을 지불하고, 이동 수단을 정하기

정휘명 외부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경우에는 참여자의 금전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하면 무료 또는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진행한다. 이를 위해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해주는 공모사업이나 외부 기관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외부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정보가 필요하면 유관 기관과 공유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는다.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았던 활동은 해당 기관 담당자 연락처를 목록화해 놓고 계속 관계를 유지하며, 매년 참여 및 관람이 가능한 시기를 사전에 확인한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네트워크가 잘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옥희 아들과 참여할 예술 활동을 내가 직접 계획해야 할 때는 주로 인터넷 검색으로 문화예술 정보를 찾는다. 그리고 지금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어서 그들에게 정보를 얻기도 한다.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단체와 가깝게 지내면 추가적인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어려움이라면, 문화예술이 다양한 만큼 인터넷에서도 한 곳에서만 찾을 수가 없어서 항상 여러 사이트를 이용하는데, 적확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아들의 문화예술 활동에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한다. 지금 하는 작가 활동 말고는 친구를 만나서 차나 술을 마시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예술 활동으로 충분한 행복감을 주기 위해서 원하는 만큼, 필요한 만큼 지원해주고 있다.

정휘명 외부 활동을 할 때 이동하는 방식은 규모에 따라 다른데, 발달장애인의 경우 대체로 10명 정도가 함께 이동한다. 될 수 있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한다. 돌발 상황에 대한 긴장감이 있지만, 교통카드 사용법, 환승 방법, 에티켓 등에 대한 경험과 교육도 겸하는 측면이 있다. 10명에서 20명 규모라면 기관의 차량을 이용한다. 연계 지원으로 버스를 제공받는 경우에는 30명 정도가 참여할 수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고려한 이동계획을 세워야 한다.

허옥희 원우는 항상 나와 함께 다니며 문화예술 활동을 한다.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복지관에서 미술작가 동아리 활동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있어서 만족한다. 이동할 때는 전시를 위해 작품을 운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교통편이 부족하거나 길이 너무 복잡해서 헷갈리기도 한다. 그래서 도중에 부동산이나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면서 찾아간다.

60점-더 많이 누렸으면 vs 80점-더 정보가 많았으면

정휘명 예술하러 가는 길에 점수를 매긴다면 60점 정도다. 복지관 입장에서는 이용자의 반응이 크게 작용한다. 이용자들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고 경험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거나 좋았다는 말을 들으면 그 자체가 만족의 척도다. 그런데 점수를 후하게 줄 수 없는 게, 더 많은 사람이 누리도록 할 수 없어서다. 외부 문화예술 활동은 대부분 선착순이거나 너무 늦게 혹은 끝나고 나서 연락이 오면 선택조차 할 수 없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게 있는데도 해주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다.

허옥희 지금은 80점이다. 사실 처음에는 아주 힘들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주변에서는 계속 말리기만 했다. 그래도 지금은 원우도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해하고, 주변에서도 원우의 그림을 보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80점은 되는 것 같다.

정휘명 복지관에서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함께 이동하다 보니 티켓 가격과 시간, 접근성을 다 고려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다. 티켓 가격과 시간이 맞으면 접근성이 어렵고, 접근성이 괜찮으면 티켓 가격이 예산과 안 맞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장애 유형과 나이 등에 따라 추가로 봉사 인력이 필요한데, 모집이 어려운 경우에는 문화예술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나마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장애인을 위한 문화시설 접근성이 더욱 개선되면 좋겠다. 지금도 휠체어를 이용한 이동이 어렵거나, 장애인 화장실이 없거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정보접근성 등 편의 제공이 부족해 문화예술을 충분히 즐기는 데 어려움이 많다.

허옥희 첫 번째는 정보 부족이다. 정보가 많이 일반화되면 좋겠다. 아무리 열심히 인터넷에서 찾고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받으려고 해도, 저도 나이가 있다 보니 한 박자씩 늦는다. 무엇보다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서로 경쟁하지 않고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마음이 필요할 것 같다.

  • 돌과 수초, 각종 작은 물고기가 가득한 커다란 어항이 있고, 네 명의 관람객이 이것을 들여다 보거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라라아카데미에서 문화여가 활동으로 진행한
    코엑스 아쿠아리움 관람

  • 다양한 미술도구들이 잘 정리돼있는 공간, 휠체어장애인 등 네 명이 각자의 그림도구와 캔버스를 테이블 위에 놓고 작업하고 있다.

    강남장애인복지관 미술작가 동아리 활동
    (오른쪽 끝이 최원우 작가다)

정휘명

강남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 장애인의 행복한 삶 영위를 위해 다양한 평생교육 및 문화예술 프로그램, 조직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activeart01@daum.net
▸강남장애인복지관 홈페이지

허옥희

발달장애 작가인 아들 최원우와 함께 강남장애인복지관 미술작가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서면 인터뷰 정리.프로젝트 궁리
사진 제공.필자

2023년 7월 (43호)

상세내용

이슈

진정한 의미로 예술을 누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정보를 접하고, 각자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작품과 활동을 선택하고, 편리한 이동 경로와 교통편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즐겁게 관람과 활동을 마친 후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모든 과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예술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어떤 다양한 경로가 있을까. 그 길에 걸림돌이 있다면 무엇일까. 예술을 향한 여정이 더욱 풍성한 의미와 즐거움으로 채워지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들어보았다.

① 혼자서

      

② 친구와 함께

      

③ 자녀와 함께

      

④ 대안학교에서

      

⑤ 복지관에서

자립과 평생교육의 첫걸음

정휘명 강남장애인복지관 평생교육팀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동아리 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성인 발달장애인 자립역량 강화를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라라아카데미’를 진행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한다. 참여하는 분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관계 맺고 소통하고 “일주일 중 오늘만 기다려요”라고 말하는 분이 계실 만큼 예술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복지관에서는 꾸준히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외부 활동도 다양하게 꾸려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작년까지 3년여간은 거의 하지 못했다. 올해는 다시 활발하게 하고 있다.

허옥희 강남장애인복지관 미술작가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최원우 엄마다. 원우가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주변에서 “왜 하느냐?”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했느냐?”라는 말을 듣고 있다. 문화예술 활동을 하면서 이 세상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원우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눈으로 보는 풍경을 이미지로 그림 그리는 최원우입니다. 여행할 때 좋은 풍경을 사진으로 찍고 스케치하고 유화로 그립니다. 그림 그리는 작업은 무척 행복하고 지난 기억을 추억할 수 있어 기쁩니다.”
원우가 다양한 관계를 맺고 경험하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예술 활동에 참여하려고 한다. 문화예술 활동은 복지관에서의 활동이 주를 이룬다.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미술작가 동아리 활동을 하고, 화요일에는 선생님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참여자의 관심사와 취향을 바탕으로

정휘명 예술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의 욕구다. 진행의 필요성과 참여자 확보를 위해 이용자의 욕구를 바탕으로 활동을 계획한다. 지체장애가 있는 이용자를 위해서는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지를 확인한다. 휠체어로 이동하기 어려운 건물이 많아 원활한 이동과 참여를 위해 물리적인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 발달장애 이용자의 경우에는 정확한 욕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사전에 그림이나 영상으로 최대한 쉽게 설명하는데, 이용자들은 대체로 이전에 경험했던 것을 선택한다. 간혹 보호자에게 연락해서 물어보기도 하지만, 당사자의 의견이 아니어서 확인하고 조율하고 선택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서 문화예술 활동이 끝나고 나면 간략하게 감상을 나누기도 하고, 몇 사람에게 전화 통화를 하면서 좀 더 듣기도 한다. 참여자 모두를 대상으로 서면 만족도 조사도 꼭 챙긴다. 좋아하는 것, 안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확인해야 다음 계획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옥희 아들 원우의 관심사와 취향에 맞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자기와 맞지 않은 활동에서는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는 것 같다. 그다음으로는 접근성이다. 아무리 좋은 문화예술 활동이라도 접근하기가 어렵다면 참여하지 못한다.

정휘명 복지관에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외부 활동을 진행하며, 복지관을 이용하는 분들이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다양한 문화예술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향후 선택지를 넓혀주기 위해서 새로운 활동을 지속적으로 접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이용자가 원하는 것은 다 하려고 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서울숲 언더스탠드에비뉴 《무장애 시각예술 오픈 스튜디오. 굳굳 Part1 – 다시사용해주세요》 전시와 유나이티드문화재단이 주최한 ‘행복 나눔 음악회’에 다녀왔고, 코엑스 아쿠아리움도 갔다.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건 음악 분야의 활동이다. 그래서 관내의 음악 프로그램에도 많이 참여하는 편이다. 특히 노래교실은 복지관 이용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부 프로그램 중 하나다. 한편, 발달장애 이용자의 관점에서 보면 연극은 즐기기 어려운 장르다. 공연장이 주는 무거움이 있다. 장시간 좁은 곳에 앉아 있어야 하고, 정숙한 관람을 요구하기 때문에 선택하기가 조심스럽다. 연극을 보러 갈 때면 자원봉사자도 많이 모집해야 한다. 발달장애를 가진 분들은 큰소리에 예민한 경우가 많고, 공연 중간에 나가는 상황도 있어서 거의 일대일로 지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허옥희 아들의 모든 활동에 항상 함께하고 있는데, 복지관 미술 작업을 비롯해서 전시 관람, 음악 듣기, 문화행사 참여, 여행 등 기분전환이 될 수 있는 활동을 한다.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우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다른 활동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데, 연극이나 영화 관람은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예전에 지루해하고 졸렸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별로 원하지 않는다.

정보를 얻고, 비용을 지불하고, 이동 수단을 정하기

정휘명 외부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경우에는 참여자의 금전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하면 무료 또는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진행한다. 이를 위해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해주는 공모사업이나 외부 기관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외부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정보가 필요하면 유관 기관과 공유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는다.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았던 활동은 해당 기관 담당자 연락처를 목록화해 놓고 계속 관계를 유지하며, 매년 참여 및 관람이 가능한 시기를 사전에 확인한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네트워크가 잘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옥희 아들과 참여할 예술 활동을 내가 직접 계획해야 할 때는 주로 인터넷 검색으로 문화예술 정보를 찾는다. 그리고 지금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어서 그들에게 정보를 얻기도 한다.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단체와 가깝게 지내면 추가적인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어려움이라면, 문화예술이 다양한 만큼 인터넷에서도 한 곳에서만 찾을 수가 없어서 항상 여러 사이트를 이용하는데, 적확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아들의 문화예술 활동에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한다. 지금 하는 작가 활동 말고는 친구를 만나서 차나 술을 마시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예술 활동으로 충분한 행복감을 주기 위해서 원하는 만큼, 필요한 만큼 지원해주고 있다.

정휘명 외부 활동을 할 때 이동하는 방식은 규모에 따라 다른데, 발달장애인의 경우 대체로 10명 정도가 함께 이동한다. 될 수 있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한다. 돌발 상황에 대한 긴장감이 있지만, 교통카드 사용법, 환승 방법, 에티켓 등에 대한 경험과 교육도 겸하는 측면이 있다. 10명에서 20명 규모라면 기관의 차량을 이용한다. 연계 지원으로 버스를 제공받는 경우에는 30명 정도가 참여할 수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고려한 이동계획을 세워야 한다.

허옥희 원우는 항상 나와 함께 다니며 문화예술 활동을 한다.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복지관에서 미술작가 동아리 활동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있어서 만족한다. 이동할 때는 전시를 위해 작품을 운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교통편이 부족하거나 길이 너무 복잡해서 헷갈리기도 한다. 그래서 도중에 부동산이나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면서 찾아간다.

60점-더 많이 누렸으면 vs 80점-더 정보가 많았으면

정휘명 예술하러 가는 길에 점수를 매긴다면 60점 정도다. 복지관 입장에서는 이용자의 반응이 크게 작용한다. 이용자들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고 경험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거나 좋았다는 말을 들으면 그 자체가 만족의 척도다. 그런데 점수를 후하게 줄 수 없는 게, 더 많은 사람이 누리도록 할 수 없어서다. 외부 문화예술 활동은 대부분 선착순이거나 너무 늦게 혹은 끝나고 나서 연락이 오면 선택조차 할 수 없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게 있는데도 해주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다.

허옥희 지금은 80점이다. 사실 처음에는 아주 힘들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주변에서는 계속 말리기만 했다. 그래도 지금은 원우도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해하고, 주변에서도 원우의 그림을 보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80점은 되는 것 같다.

정휘명 복지관에서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함께 이동하다 보니 티켓 가격과 시간, 접근성을 다 고려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다. 티켓 가격과 시간이 맞으면 접근성이 어렵고, 접근성이 괜찮으면 티켓 가격이 예산과 안 맞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장애 유형과 나이 등에 따라 추가로 봉사 인력이 필요한데, 모집이 어려운 경우에는 문화예술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나마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장애인을 위한 문화시설 접근성이 더욱 개선되면 좋겠다. 지금도 휠체어를 이용한 이동이 어렵거나, 장애인 화장실이 없거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정보접근성 등 편의 제공이 부족해 문화예술을 충분히 즐기는 데 어려움이 많다.

허옥희 첫 번째는 정보 부족이다. 정보가 많이 일반화되면 좋겠다. 아무리 열심히 인터넷에서 찾고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받으려고 해도, 저도 나이가 있다 보니 한 박자씩 늦는다. 무엇보다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서로 경쟁하지 않고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마음이 필요할 것 같다.

  • 돌과 수초, 각종 작은 물고기가 가득한 커다란 어항이 있고, 네 명의 관람객이 이것을 들여다 보거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라라아카데미에서 문화여가 활동으로 진행한
    코엑스 아쿠아리움 관람

  • 다양한 미술도구들이 잘 정리돼있는 공간, 휠체어장애인 등 네 명이 각자의 그림도구와 캔버스를 테이블 위에 놓고 작업하고 있다.

    강남장애인복지관 미술작가 동아리 활동
    (오른쪽 끝이 최원우 작가다)

정휘명

강남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 장애인의 행복한 삶 영위를 위해 다양한 평생교육 및 문화예술 프로그램, 조직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activeart01@daum.net
▸강남장애인복지관 홈페이지

허옥희

발달장애 작가인 아들 최원우와 함께 강남장애인복지관 미술작가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서면 인터뷰 정리.프로젝트 궁리
사진 제공.필자

2023년 7월 (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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