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웹진 이음

티아라 브라흐마라니 나리타리 공동대표

인터뷰 거절당하지 않는 공간, 모두가 춤출 권리

  •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대표
  • 등록일 2023-09-20
  • 조회수516

인터뷰

코로나19로 닫혔던 공연장이 열리고 국경을 넘나드는 행사들도 속속 열리고 있다. 재난의 시대에 장애인의 시설화를 강화했던 현실은 열리지 않았지만, 국경을 넘어온 장애예술인과 만날 기회가 생겨나는 건 소중하다. 지난 8월 15일부터 23일까지 9일간 개최된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KIADA, 이하 키아다)는 국내외 장애예술인들의 몸과 춤을 만날 수 있는 장이었다. 키아다에 참여한 인도네시아 예술단체 나리타리(Nalitari)의 티아라 브라흐마라니(Tiara Brahmarani) 공동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사실 우리 둘은 구면이었다.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이하 춤추는허리)는 나리타리의 제안으로 인터뷰 3일 전에 간담회를 진행했었다. 인터뷰 전에 충분한 정보를 얻을 기회라 생각했지만, 한국어-영어-인도네시아어-수어를 통역하는 과정은 예상보다 기다림을 필요로 했다. 그래도 두 단체 배우들이 몸으로 나눈 에너지와 기운만큼은 충만했다. 그간 장애예술이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소개되어 동남아시아 단체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포용적인 춤(inclusive dancing)을 지향하며 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활동하는 아시아의 동료 나리타리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 티아라 브라흐마라니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4살 아들이 있는 엄마다. 전문 무용수는 아니고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아이들 돌보는 일도 한다. 나리타리 창립 멤버 중 한 명으로 공동연출을 하고 무용수로도 활동한다. 작년엔 처음으로 안무를 짜보았다.

창립 멤버 네 명이 모두 여성이다. 욕야카르타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관련 국제인권법의 적용 원칙인 욕야카르타 원칙(Yogyakarta Principle)이 채택된 지역이기도 하다. 나리타리를 창립하게 된 배경과 주로 활동하는 욕야카르타 지역의 특징이 궁금하다.

나리는 자바어로 ‘묶다’, 타리는 ‘춤’이라는 뜻이다. 춤으로 사람들을 묶어낸다는 의미다. 나는 어릴 때부터 춤추는 걸 좋아해 여러 가지 춤을 많이 췄다. 전통무용, 현대무용, 라틴댄스 등 다양하게 해봤는데 춤을 출 때면 항상 뭔가 내 모습 그대로 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춤을 잘 추는 사람은 이래야 한다는 제약과 규칙이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2013년에 욕야카르타의 포용적 댄스 워크숍에서 장애인들과 처음으로 춤을 추게 됐다. 다른 창립 멤버 세 명도 여기서 만났는데, 모두 춤이 억압적이라 느끼고 있었다. 무용계의 분리된 느낌, 특정한 기술이나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지고 제한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좀 더 포용적인 걸 만들어 보기 위해 나와 푸트리 라하조(Putri Raharjo, 공동대표), 요안나 위다 크리스아와티(Yoana Wida Kristiawati, 프로그램 매니저), 누룰 자밀라(Nurul Jamila, 미술감독)와 함께 나리타리를 창립했다.
욕야카르타는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많은 사람이 공부하러 오는 지역이다. 공연하는데 조명이 없으면 “이것 좀 빌려줄래요?”라고 묻고 빌릴 수 있는 공동체적인 분위기다. 나리타리 활동을 하면서 포용적인 단체와 작업을 해도 장애인을 위한 수업은 여전히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 방문은 처음인가? 다른 나라나 인도네시아 내 예술단체와의 협업이 궁금하다.

해외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교류는 네덜란드, 영국, 미국,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과 해왔다. 최근 영국예술위원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인도네시아 4개 섬의 장애예술인을 조사해 장애예술 지도를 만들었다. 137명의 무용수가 조사되었는데, 지원과 네트워크가 없는 상태에서 고립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공연 기회를 찾는 것도 굉장히 힘들고 자신들의 이야기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사회와 다른 무용단체로부터 거절당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지도 만들기가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이루어졌는데, 무용단체에 가입하고 싶어도, 교육을 받고 싶어도 거절당하는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었다.
인도네시아 내 아티스트들과의 교류에서는 지식이나 노하우를 전수해 줄 파트너를 많이 찾는 편이다. 무용수들이 메이크업 기술을 배우거나 감정 표현을 위해 연극인과 교류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경영 워크숍을 했다. 나리타리가 무용단체라기보다는 공동체 성격이라 유기적이지만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았다. 이제는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조직화를 위한 분명한 미션과 비전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공동체적인 운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나리타리 멤버들이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고 춤을 추고 싶어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경영 워크숍 이후부터는 수익이 생기면 배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접근성 장벽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무료 공연과 무료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할 수 있는데, 우리는 정부에 의존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발전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있다. 앞으로 나아간다 해도 굉장히 느릴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배리어프리 상황은 어떠한가.

연습 공간과 공연 공간 접근성은 한국에 비하면 잘 안 되어 있고 인식도 매우 낮은 편이다. 장애인을 지원하는 기관에서 휠체어 경사로를 빌려주거나 스태프들이 휠체어를 직접 들어 올릴 때도 있다. 그래도 접근성이 해결 안 될 때는 무용수의 가족들이 나서서 항상 더 싸워보자고 한다.

춤추는허리도 공간이 없어서 대학 연습 공간을 찾아다니거나 공원에서 공연했었다. 정부에 의존하면 하고 싶은 일이 제한적일 거라는 말에 공감한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지원정책과 상황은 어떠한가.

예전에는 장애인은 무조건 특수학교에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지역마다 통합교육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정책이 생겼다. 하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 학생이 있는데 수어 수업이 안된다거나 분리가 일어나고 있다. 인도네시아 문화부 산하에 장애예술 전담 부서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최근에는 장애예술 행사가 많아지고 있지만 장애인으로 한정된 행사일 때가 많다. 워낙 인도네시아가 다양한 섬으로 이루어져 사정이 서로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자카르타 지역의 ‘경계 없는 축제’에 갔었다. 장애인 단체들이 공연했는데 이전보다 인식이 개선된 면은 좋았지만 나리타리의 비전처럼 다양성을 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연자들이 전부 장애인이거나 비장애인들과 섞이지 못하고 있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인도네시아는 장애가 약간 핫한 키워드라 장애인 단체에 지원금이 가는 편인데, 다양성에 집중하며 장애가 한 요소인 나리타리는 그에 속하기 어렵다. 또 장애예술만이 아니라 예술 활동 전체에 정부지원금이 워낙 적다. 슬픈 일이지만 정부는 예술보다 중요한 게 많다는 태도일 때가 많다. 정부 관계자가 예술을 중시하는 사람일 경우에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

춤이 규범 안에 갇힌 움직임이 되는 것에 대한 갑갑함을 얘기하셨다. 나리타리의 활동이 소수자가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에 대한 고민, 장애인권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욕야카르타 전통춤은 굉장히 규율이 많은데 그걸 못하면 춤을 잘 못 추는 사람이 된다. 어떤 움직임이든 춤이 될 수 있고 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뛰는 대신 다른 동작을 할 수 있는데, 그건 춤이 아니게 된다. 그런 기준들이 장애인권만 침해하는 게 아니고 모든 사람한테 제약이 된다고 느꼈다. 규율에 기반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것이다. 나리타리는 주부, 노인 등 일반적으로 무용단에 맞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사람들 누구든 춤출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운영한다. 세상 자체가 굉장히 다양하고 사람들의 능력도 다 다른데 이 다양성을 무용계 안에 현실화시켜보고 싶다. 우리의 차이가 문제가 아니고, 그 차이를 바탕으로 분리하고 고립시키는 것이 문제다. 다양할수록 그 안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 티아라 브라흐마라니
  • 티아라 브라흐마라니
  • 티아라 브라흐마라니
  • 티아라 브라흐마라니

다양한 장애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한다고 하셨다. 구성원들은 어떤 목표와 욕구를 가지고 참여하나. 함께하기 위한 공동의 약속이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굉장히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이 온다. 그냥 사교 활동, 포용적인 안무를 배우고 싶은 사람, 다른 무용수와의 교류 등. 특수학교 교사의 경우엔 교육적 영감을 얻고 싶어 오기도 한다. 아이들은 그냥 재미있어서, 노인들은 활동을 더 하고 싶어서 온다. 각자 다른 이유로 들어오고, 가지고 나가는 것도 다르다. 어떤 출구로 나가게 되든 그 자체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이 공간에서 가져가는 게 뭐든 다 가치가 있다.
안전한 공간이 하나의 모습은 아니고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처음 만나면 원으로 둘러앉아 이름을 말하고 자신을 소개한다. “내 몸에 손을 대는 게 싫다” “나는 앉아서 보고만 싶다”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한다. 장애가 있는 사람은 춤출 때 어떤 감각을 많이 사용하는지 알려주고 각자 서로의 필요와 서로가 생각하는 안전한 공간을 알 수 있도록 한다. 그 공간 안에서 무엇을 하든 무언가는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리타리가 생각하는 포괄성, 안전한 공간의 중요성을 무용 작업과 연결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안전한 공간이라는 것은 누구도 거절당하는 느낌을 받지 않는 곳이다. 모두가 일부가 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껴야 한다. 무용수 중 한 명이 자폐장애인인데, 다른 무용그룹에 들어갔을 때 사람들이 환영은 해주지만 항상 뒤처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 사람들의 기준에 맞게 춤을 출 수 없으니 당사자에겐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나리타리에게 춤은 왜 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공연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고, 창작을 위해 어떤 작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나?

처음 장애인들과 춤을 춘 순간 세상이 이래야 한다고 느꼈다. 왜 춤이냐고 질문했는데, 춤은 사람의 성장 배경이나 장애를 보는 게 아니고 무대에서 뭘 하고 있는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본다. 세상이 이런 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느꼈고 춤을 통해서 나누고 싶었다. 차이 자체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 그들이 표현하는 예술을 보는 것이 세상에 필요한 일이라고 느낀다. 아름다운 질문이다. 여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없었다.

모든 사람에게 제약이 되는 규율이 춤에도 적용된다고 했다. 사람들을 제한하는 경계의 틈에서 나리타리의 춤은 어떤 효과가 있고, 사람들의 반응이나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나?

욕야카르타 전통춤은 학교에서도 가르치고 무용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그것을 배운다. 규율이 엄격해서 이미 정해진 대로 해야 한다. 휠체어를 타고 있으면 바닥으로 내려갈 수가 없으니까 그럼 넌 이 춤은 출 수 없다고 결론 내버린다. 배움 자체에서 제외되고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져서 배제되는 것이다. 청각장애가 있으면 음악이 바뀌는 걸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리타리는 어떤 배경이든 원래 쓰는 언어에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려고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같이 춤출 때 서로의 필요를 아는 일이다. 가장 중요하고 강점인 것은 그로 인해 생기는 무용하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감이다. 대부분 그게 없어서 문제라고 생각한다.

장애가 있는 배우들, 여러 정체성을 가진 무용수들하고 작업할 때 겪은 어려움이나 새롭게 발견한 경험이 있나? 또 관객과 변화를 위한 상호작용을 만들기 위해, 서로에게 연결되기 위한 고민과 방법은 무엇인가?

굉장히 모순적이지만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면 비장애인들에게서 큰 어려움을 느낀다. 춤을 배운 사람들은 춤에 대한 선입견이 머릿속에 있고 그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공간에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까먹을 때가 많다. 사회구조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어서 개인을 탓할 수는 없다. 그래도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기에 그냥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어려움은 사람들이 우리 작업을 연민이나 동정의 시선으로 보거나 장애인이 이런 걸 하다니 대단하다고 할 때다. 예술 자체로 보지 않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태도가 어렵다.
초청 받아 공연하는 경우에는 자유도가 낮은 편이지만, 자체공연을 할 때는 거리 공연을 좋아한다. 누구든 와서 볼 수 있고 굉장히 잘 연결되기 때문이다. 관객과 같은 높이에서 교류하기 쉽고 굉장히 친밀해질 수 있다. 연례행사로 무대 공연을 할 때는 무용수들과 관객이 연결감을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관객과 무대가 가까운 장소로 고르는 편이다. 공연이 끝나면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에 관객이 자유롭게 질문할 수도 있다. 이번 키아다 때 거리 공연을 할 계획이었는데 허가가 필요할 거라고 해서 포기했었다. 춤추는허리에게 물어봤어야 했다!

아쉽다. 우린 데모꾼인데. 나리타리에서 공동연출, 안무, 무용수 세 가지 역할을 넘나들고 있는데 어떤 포지션이 흥미롭거나 어려운가? 작업할 때 주의를 기울이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최근 〈보이지 않는〉이라는 장애인의 개인적 경험에 관한 작업을 했다.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고 첫 안무 작업이라 어려웠지만 동시에 신나고 설레었다. 공연을 만들기 위해 인터뷰하고 워크숍으로 감정을 나누며 열린 마음으로 얘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문화적 특성상 감정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다. 특히 욕야카르타 사람들은 감정을 잘 참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믿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도록 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1대1 인터뷰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이미 나리타리에서 계속 같이 춤을 추면서 알았던 사람이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었다. 개인을 깊이 알아가는 과정이 감동이었다. 거리 공연을 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모든 단계에 다 참여한다. 안무와 의상도 다 같이 직접 만든다.

한국에서는 유럽 사례 중심으로 보고 때로는 경도되기도 한다. 오히려 한국이나 아시아의 작은 단체들이 다른 시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아시아 장애예술인들과 고민을 잘 나누면 좋겠다. 키아다에 참여하면서 흥미로운 장애예술가를 발견했다거나 성과가 있었나? 한국의 장애예술인에게 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달라.

이 일을 하면서 혼자가 된, 고립된 기분을 느낄 때 굉장히 답답했다. 우리가 하는 일을 어떻게 사람들한테 이해를 시킬까. 키아다에서 비슷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아름다웠고 혼자가 아니라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활동하며 인도네시아 안에서 진정한 의미의 포용적인 예술축제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키아다가 큰 영감을 줬다. 마찬가지로 춤추는허리도 며칠 전 첫 만남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같은 아시아 지역에 있으니 앞으로 무언가 같이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특히 춤추는허리가 예술을 통해 장애인권 활동을 하는 게 강력하고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 배우들이 굉장히 표현력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필요라든지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는 게 느껴졌다. 도대체 어떻게 했을까. (20년 동안 매일같이 연습했다는 필자의 말에 크게 웃는다.) 우리에게는 항상 그게 어려움 중 하나였다. 이 기회를 통해서 브라질, 스코틀랜드, 일본에서 온 예술가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만들고 다리를 놓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몸의 차이를 이유로 춤에서 분리시키고 고립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나리타리. 아시아의 다른 장애예술 단체들이 더 궁금해지는 인터뷰였다. 특정한 신체 능력을 가진 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무용으로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고 모든 사람이 춤출 수 있는 권리를 위해 나아가는 인도네시아 장애예술단체의 존재가 든든하다.

  • 야외마당에서 혼자 또는 둘이 인간 조각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계 장애인의 날 기념 《ON DISPLAY GLOBAL》

  • 무용수들이 한 가닥의 빨간 긴 천을 잡고 연결되어 있다.

    〈Beyond the Borders of the Body〉

  • 사람들이 다양한 의상을 입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람들이 두 손을 얼굴 앞으로 모으고 서 있다.

나리타리 워크숍

티아라 브라흐마라니(Tiara Brahmarani)

어머니이자 교육자이자 댄서이고, 나리타리(Nalitari)의 공동 창립자이자 공동 대표이다. 나리타리는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에 기반을 둔 포용적인 무용단체로, 장애인, 소수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춤을 출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보다 포용적인 사회를 위해 영감을 준다. 그녀에게 춤은 기도의 한 형태이자 인류와 나누고 싶은 것 중 하나다. 춤과 움직임을 통해 다문화 지역사회에 봉사와 교육을 하며 다양성, 평등, 포용성을 증진하기 위해 자신의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
▸ 나리타리 홈페이지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에서 장애여성 동료들과 연극을 만든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22년부터 이음온라인 기획위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rpvl72@gmail.com

통역.박현 영화감독
사진.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naver.com
자료사진 제공.나리타리

2023년 10월 (46호)

상세내용

인터뷰

코로나19로 닫혔던 공연장이 열리고 국경을 넘나드는 행사들도 속속 열리고 있다. 재난의 시대에 장애인의 시설화를 강화했던 현실은 열리지 않았지만, 국경을 넘어온 장애예술인과 만날 기회가 생겨나는 건 소중하다. 지난 8월 15일부터 23일까지 9일간 개최된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KIADA, 이하 키아다)는 국내외 장애예술인들의 몸과 춤을 만날 수 있는 장이었다. 키아다에 참여한 인도네시아 예술단체 나리타리(Nalitari)의 티아라 브라흐마라니(Tiara Brahmarani) 공동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사실 우리 둘은 구면이었다.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이하 춤추는허리)는 나리타리의 제안으로 인터뷰 3일 전에 간담회를 진행했었다. 인터뷰 전에 충분한 정보를 얻을 기회라 생각했지만, 한국어-영어-인도네시아어-수어를 통역하는 과정은 예상보다 기다림을 필요로 했다. 그래도 두 단체 배우들이 몸으로 나눈 에너지와 기운만큼은 충만했다. 그간 장애예술이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소개되어 동남아시아 단체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포용적인 춤(inclusive dancing)을 지향하며 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활동하는 아시아의 동료 나리타리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 티아라 브라흐마라니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4살 아들이 있는 엄마다. 전문 무용수는 아니고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아이들 돌보는 일도 한다. 나리타리 창립 멤버 중 한 명으로 공동연출을 하고 무용수로도 활동한다. 작년엔 처음으로 안무를 짜보았다.

창립 멤버 네 명이 모두 여성이다. 욕야카르타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관련 국제인권법의 적용 원칙인 욕야카르타 원칙(Yogyakarta Principle)이 채택된 지역이기도 하다. 나리타리를 창립하게 된 배경과 주로 활동하는 욕야카르타 지역의 특징이 궁금하다.

나리는 자바어로 ‘묶다’, 타리는 ‘춤’이라는 뜻이다. 춤으로 사람들을 묶어낸다는 의미다. 나는 어릴 때부터 춤추는 걸 좋아해 여러 가지 춤을 많이 췄다. 전통무용, 현대무용, 라틴댄스 등 다양하게 해봤는데 춤을 출 때면 항상 뭔가 내 모습 그대로 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춤을 잘 추는 사람은 이래야 한다는 제약과 규칙이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2013년에 욕야카르타의 포용적 댄스 워크숍에서 장애인들과 처음으로 춤을 추게 됐다. 다른 창립 멤버 세 명도 여기서 만났는데, 모두 춤이 억압적이라 느끼고 있었다. 무용계의 분리된 느낌, 특정한 기술이나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지고 제한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좀 더 포용적인 걸 만들어 보기 위해 나와 푸트리 라하조(Putri Raharjo, 공동대표), 요안나 위다 크리스아와티(Yoana Wida Kristiawati, 프로그램 매니저), 누룰 자밀라(Nurul Jamila, 미술감독)와 함께 나리타리를 창립했다.
욕야카르타는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많은 사람이 공부하러 오는 지역이다. 공연하는데 조명이 없으면 “이것 좀 빌려줄래요?”라고 묻고 빌릴 수 있는 공동체적인 분위기다. 나리타리 활동을 하면서 포용적인 단체와 작업을 해도 장애인을 위한 수업은 여전히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 방문은 처음인가? 다른 나라나 인도네시아 내 예술단체와의 협업이 궁금하다.

해외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교류는 네덜란드, 영국, 미국,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과 해왔다. 최근 영국예술위원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인도네시아 4개 섬의 장애예술인을 조사해 장애예술 지도를 만들었다. 137명의 무용수가 조사되었는데, 지원과 네트워크가 없는 상태에서 고립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공연 기회를 찾는 것도 굉장히 힘들고 자신들의 이야기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사회와 다른 무용단체로부터 거절당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지도 만들기가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이루어졌는데, 무용단체에 가입하고 싶어도, 교육을 받고 싶어도 거절당하는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었다.
인도네시아 내 아티스트들과의 교류에서는 지식이나 노하우를 전수해 줄 파트너를 많이 찾는 편이다. 무용수들이 메이크업 기술을 배우거나 감정 표현을 위해 연극인과 교류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경영 워크숍을 했다. 나리타리가 무용단체라기보다는 공동체 성격이라 유기적이지만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았다. 이제는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조직화를 위한 분명한 미션과 비전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공동체적인 운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나리타리 멤버들이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고 춤을 추고 싶어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경영 워크숍 이후부터는 수익이 생기면 배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접근성 장벽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무료 공연과 무료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할 수 있는데, 우리는 정부에 의존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발전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있다. 앞으로 나아간다 해도 굉장히 느릴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배리어프리 상황은 어떠한가.

연습 공간과 공연 공간 접근성은 한국에 비하면 잘 안 되어 있고 인식도 매우 낮은 편이다. 장애인을 지원하는 기관에서 휠체어 경사로를 빌려주거나 스태프들이 휠체어를 직접 들어 올릴 때도 있다. 그래도 접근성이 해결 안 될 때는 무용수의 가족들이 나서서 항상 더 싸워보자고 한다.

춤추는허리도 공간이 없어서 대학 연습 공간을 찾아다니거나 공원에서 공연했었다. 정부에 의존하면 하고 싶은 일이 제한적일 거라는 말에 공감한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지원정책과 상황은 어떠한가.

예전에는 장애인은 무조건 특수학교에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지역마다 통합교육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정책이 생겼다. 하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 학생이 있는데 수어 수업이 안된다거나 분리가 일어나고 있다. 인도네시아 문화부 산하에 장애예술 전담 부서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최근에는 장애예술 행사가 많아지고 있지만 장애인으로 한정된 행사일 때가 많다. 워낙 인도네시아가 다양한 섬으로 이루어져 사정이 서로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자카르타 지역의 ‘경계 없는 축제’에 갔었다. 장애인 단체들이 공연했는데 이전보다 인식이 개선된 면은 좋았지만 나리타리의 비전처럼 다양성을 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연자들이 전부 장애인이거나 비장애인들과 섞이지 못하고 있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인도네시아는 장애가 약간 핫한 키워드라 장애인 단체에 지원금이 가는 편인데, 다양성에 집중하며 장애가 한 요소인 나리타리는 그에 속하기 어렵다. 또 장애예술만이 아니라 예술 활동 전체에 정부지원금이 워낙 적다. 슬픈 일이지만 정부는 예술보다 중요한 게 많다는 태도일 때가 많다. 정부 관계자가 예술을 중시하는 사람일 경우에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

춤이 규범 안에 갇힌 움직임이 되는 것에 대한 갑갑함을 얘기하셨다. 나리타리의 활동이 소수자가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에 대한 고민, 장애인권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욕야카르타 전통춤은 굉장히 규율이 많은데 그걸 못하면 춤을 잘 못 추는 사람이 된다. 어떤 움직임이든 춤이 될 수 있고 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뛰는 대신 다른 동작을 할 수 있는데, 그건 춤이 아니게 된다. 그런 기준들이 장애인권만 침해하는 게 아니고 모든 사람한테 제약이 된다고 느꼈다. 규율에 기반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것이다. 나리타리는 주부, 노인 등 일반적으로 무용단에 맞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사람들 누구든 춤출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운영한다. 세상 자체가 굉장히 다양하고 사람들의 능력도 다 다른데 이 다양성을 무용계 안에 현실화시켜보고 싶다. 우리의 차이가 문제가 아니고, 그 차이를 바탕으로 분리하고 고립시키는 것이 문제다. 다양할수록 그 안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 티아라 브라흐마라니
  • 티아라 브라흐마라니
  • 티아라 브라흐마라니
  • 티아라 브라흐마라니

다양한 장애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한다고 하셨다. 구성원들은 어떤 목표와 욕구를 가지고 참여하나. 함께하기 위한 공동의 약속이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굉장히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이 온다. 그냥 사교 활동, 포용적인 안무를 배우고 싶은 사람, 다른 무용수와의 교류 등. 특수학교 교사의 경우엔 교육적 영감을 얻고 싶어 오기도 한다. 아이들은 그냥 재미있어서, 노인들은 활동을 더 하고 싶어서 온다. 각자 다른 이유로 들어오고, 가지고 나가는 것도 다르다. 어떤 출구로 나가게 되든 그 자체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이 공간에서 가져가는 게 뭐든 다 가치가 있다.
안전한 공간이 하나의 모습은 아니고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처음 만나면 원으로 둘러앉아 이름을 말하고 자신을 소개한다. “내 몸에 손을 대는 게 싫다” “나는 앉아서 보고만 싶다”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한다. 장애가 있는 사람은 춤출 때 어떤 감각을 많이 사용하는지 알려주고 각자 서로의 필요와 서로가 생각하는 안전한 공간을 알 수 있도록 한다. 그 공간 안에서 무엇을 하든 무언가는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리타리가 생각하는 포괄성, 안전한 공간의 중요성을 무용 작업과 연결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안전한 공간이라는 것은 누구도 거절당하는 느낌을 받지 않는 곳이다. 모두가 일부가 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껴야 한다. 무용수 중 한 명이 자폐장애인인데, 다른 무용그룹에 들어갔을 때 사람들이 환영은 해주지만 항상 뒤처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 사람들의 기준에 맞게 춤을 출 수 없으니 당사자에겐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나리타리에게 춤은 왜 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공연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고, 창작을 위해 어떤 작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나?

처음 장애인들과 춤을 춘 순간 세상이 이래야 한다고 느꼈다. 왜 춤이냐고 질문했는데, 춤은 사람의 성장 배경이나 장애를 보는 게 아니고 무대에서 뭘 하고 있는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본다. 세상이 이런 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느꼈고 춤을 통해서 나누고 싶었다. 차이 자체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 그들이 표현하는 예술을 보는 것이 세상에 필요한 일이라고 느낀다. 아름다운 질문이다. 여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없었다.

모든 사람에게 제약이 되는 규율이 춤에도 적용된다고 했다. 사람들을 제한하는 경계의 틈에서 나리타리의 춤은 어떤 효과가 있고, 사람들의 반응이나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나?

욕야카르타 전통춤은 학교에서도 가르치고 무용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그것을 배운다. 규율이 엄격해서 이미 정해진 대로 해야 한다. 휠체어를 타고 있으면 바닥으로 내려갈 수가 없으니까 그럼 넌 이 춤은 출 수 없다고 결론 내버린다. 배움 자체에서 제외되고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져서 배제되는 것이다. 청각장애가 있으면 음악이 바뀌는 걸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리타리는 어떤 배경이든 원래 쓰는 언어에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려고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같이 춤출 때 서로의 필요를 아는 일이다. 가장 중요하고 강점인 것은 그로 인해 생기는 무용하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감이다. 대부분 그게 없어서 문제라고 생각한다.

장애가 있는 배우들, 여러 정체성을 가진 무용수들하고 작업할 때 겪은 어려움이나 새롭게 발견한 경험이 있나? 또 관객과 변화를 위한 상호작용을 만들기 위해, 서로에게 연결되기 위한 고민과 방법은 무엇인가?

굉장히 모순적이지만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면 비장애인들에게서 큰 어려움을 느낀다. 춤을 배운 사람들은 춤에 대한 선입견이 머릿속에 있고 그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공간에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까먹을 때가 많다. 사회구조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어서 개인을 탓할 수는 없다. 그래도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기에 그냥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어려움은 사람들이 우리 작업을 연민이나 동정의 시선으로 보거나 장애인이 이런 걸 하다니 대단하다고 할 때다. 예술 자체로 보지 않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태도가 어렵다.
초청 받아 공연하는 경우에는 자유도가 낮은 편이지만, 자체공연을 할 때는 거리 공연을 좋아한다. 누구든 와서 볼 수 있고 굉장히 잘 연결되기 때문이다. 관객과 같은 높이에서 교류하기 쉽고 굉장히 친밀해질 수 있다. 연례행사로 무대 공연을 할 때는 무용수들과 관객이 연결감을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관객과 무대가 가까운 장소로 고르는 편이다. 공연이 끝나면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에 관객이 자유롭게 질문할 수도 있다. 이번 키아다 때 거리 공연을 할 계획이었는데 허가가 필요할 거라고 해서 포기했었다. 춤추는허리에게 물어봤어야 했다!

아쉽다. 우린 데모꾼인데. 나리타리에서 공동연출, 안무, 무용수 세 가지 역할을 넘나들고 있는데 어떤 포지션이 흥미롭거나 어려운가? 작업할 때 주의를 기울이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최근 〈보이지 않는〉이라는 장애인의 개인적 경험에 관한 작업을 했다.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고 첫 안무 작업이라 어려웠지만 동시에 신나고 설레었다. 공연을 만들기 위해 인터뷰하고 워크숍으로 감정을 나누며 열린 마음으로 얘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문화적 특성상 감정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다. 특히 욕야카르타 사람들은 감정을 잘 참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믿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도록 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1대1 인터뷰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이미 나리타리에서 계속 같이 춤을 추면서 알았던 사람이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었다. 개인을 깊이 알아가는 과정이 감동이었다. 거리 공연을 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모든 단계에 다 참여한다. 안무와 의상도 다 같이 직접 만든다.

한국에서는 유럽 사례 중심으로 보고 때로는 경도되기도 한다. 오히려 한국이나 아시아의 작은 단체들이 다른 시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아시아 장애예술인들과 고민을 잘 나누면 좋겠다. 키아다에 참여하면서 흥미로운 장애예술가를 발견했다거나 성과가 있었나? 한국의 장애예술인에게 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달라.

이 일을 하면서 혼자가 된, 고립된 기분을 느낄 때 굉장히 답답했다. 우리가 하는 일을 어떻게 사람들한테 이해를 시킬까. 키아다에서 비슷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아름다웠고 혼자가 아니라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활동하며 인도네시아 안에서 진정한 의미의 포용적인 예술축제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키아다가 큰 영감을 줬다. 마찬가지로 춤추는허리도 며칠 전 첫 만남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같은 아시아 지역에 있으니 앞으로 무언가 같이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특히 춤추는허리가 예술을 통해 장애인권 활동을 하는 게 강력하고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 배우들이 굉장히 표현력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필요라든지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는 게 느껴졌다. 도대체 어떻게 했을까. (20년 동안 매일같이 연습했다는 필자의 말에 크게 웃는다.) 우리에게는 항상 그게 어려움 중 하나였다. 이 기회를 통해서 브라질, 스코틀랜드, 일본에서 온 예술가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만들고 다리를 놓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몸의 차이를 이유로 춤에서 분리시키고 고립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나리타리. 아시아의 다른 장애예술 단체들이 더 궁금해지는 인터뷰였다. 특정한 신체 능력을 가진 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무용으로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고 모든 사람이 춤출 수 있는 권리를 위해 나아가는 인도네시아 장애예술단체의 존재가 든든하다.

  • 야외마당에서 혼자 또는 둘이 인간 조각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계 장애인의 날 기념 《ON DISPLAY GLOBAL》

  • 무용수들이 한 가닥의 빨간 긴 천을 잡고 연결되어 있다.

    〈Beyond the Borders of the Body〉

  • 사람들이 다양한 의상을 입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람들이 두 손을 얼굴 앞으로 모으고 서 있다.

나리타리 워크숍

티아라 브라흐마라니(Tiara Brahmarani)

어머니이자 교육자이자 댄서이고, 나리타리(Nalitari)의 공동 창립자이자 공동 대표이다. 나리타리는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에 기반을 둔 포용적인 무용단체로, 장애인, 소수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춤을 출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보다 포용적인 사회를 위해 영감을 준다. 그녀에게 춤은 기도의 한 형태이자 인류와 나누고 싶은 것 중 하나다. 춤과 움직임을 통해 다문화 지역사회에 봉사와 교육을 하며 다양성, 평등, 포용성을 증진하기 위해 자신의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
▸ 나리타리 홈페이지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에서 장애여성 동료들과 연극을 만든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22년부터 이음온라인 기획위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rpvl72@gmail.com

통역.박현 영화감독
사진.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naver.com
자료사진 제공.나리타리

2023년 10월 (46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금지」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댓글 남기기

2023-10-05 19:13:16

비밀번호

작성하신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유럽이나 북미의 장애예술에 관한 정보와 이야기가 주로 많았는데,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on display global 퍼포먼스도 인상적이었어요. 사려깊고 깊이 있는 인터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 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