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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이음

A의 특별한 손님② 이승규 작가

인터뷰 무대를 개척하는 다른 감각과 표현

  • 노지영 문학평론가
  • 등록일 2023-09-20
  • 조회수810

이슈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방송 〈A의 모든 것〉에서는 초대 손님과 함께 작가의 작품 세계에 관해 깊이 있고 생생한 이야기를 나눈다. 올해는 웹진 이음을 통해서도 만나보자. 2020년부터 다녀간 특별한 손님들은 팟빵과 팟캐스트에서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다.

팟캐스트에 희곡작가를 초대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몇 편의 희곡을 찾아 읽고 이승규 작가를 만났다. 자신을 ‘코카’라 불러달라는 그는 별칭처럼 청량하고 시원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한껏 유쾌하다가도 자기 소신을 밝힐 때는 묵직하고 단단한 어조를 잃지 않았다. 극작가이면서도 천생 배우였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인 그는 ‘암전 뮤지컬’ 공연을 마치고 부랴부랴 스튜디오를 찾았다 한다. 익숙한 시각언어가 아니라 청각의 새로운 스펙터클이 무대를 뒤덮는 암전 뮤지컬 형식이 궁금했다. 장애인으로만 꾸려진 연극무대를 만드는 꿈을 이야기할 때는 그의 미래까지도 더욱 궁금해졌다.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등이 각자 특화된 감각을 활용해서 공동의 한 몸을 이루는 연극…. 그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연극이라는 장르를 흔히 종합예술이라 부른다면, 그가 꿈꾸는 ‘장애예술로서의 연극’은 참여하는 모든 장애인까지 그렇게 한 몸으로 엮어내는 더 거대한 종합예술이 아니겠는가 싶었다.

노지영(이하 노평) 2020년 초연한 〈Bien(비엔)〉이란 작품이 각별할 듯하다. 어떤 작품인가?

이승규(이하 코카) 2019년에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에서 했던 극작 아카데미를 통해 쓰게 된 작품이다. 참여한 사람들이 직접 자기 이야기로 희곡을 쓰고 공연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출연자가 많아서 처음에는 30분짜리 단막극으로 만들어졌다. 발표회를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60분짜리 작품으로 각색한 후 정기공연으로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이었다. 앞으로 다시 공연을 올릴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노평 주인공 ‘비엔’이라는 캐릭터는 교차적 정체성을 가진 복잡한 인물이다. 고국에서는 엘리트층에 속하여 한국에 취업해 왔지만, 여성이면서 제3세계인이고 열악한 노동현장의 저임금 노동자이자 불완전한 시민권을 갖고 있다. 게다가 고국의 가족에 대한 부양책임까지 있으며 장애인 가족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비엔이라는 캐릭터를 무겁게만 그리지 않고 유쾌하게 그리며, 비극적 정황이나 무거운 정황도 상당히 희극적인 시선으로 그린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코카 내가 장애가 있다 보니 장애인 관점에서 접근하다가, 비엔처럼 고국에서는 엘리트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일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들을 함께 조명하게 되었다. 주인공 현진이와 비엔이 다니는 공장의 사장도 자기 직원들에게는 굉장히 갑질을 하지만, 하청을 주는 사장에게는 한없이 작아진다. 우리가 속한 위치에 따라서 연관된 세계가 달라지는 것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러나 너무 무겁게만 가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재밌는 요소를 넣어보고 싶었고, 비엔을 약간 와일드한 여성으로 변신시키다 보니 아이디어가 생기기 시작했다. 원래 신파를 좋아하지 않다 보니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좀 더 재미있게 그려볼 수 있을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노평 〈비엔〉에서 극중 동생 현식 역할을 맡았다. 배우는 물론이고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며 극 하나를 장악하여 전천후로 활약했다. 연극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코카 시각장애인의 상당수가 안마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나도 그랬다. 2014년에 천안에서 안마사로 근무했었는데 충남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연극 수업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호기심이 생겨서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시간이 굉장히 즐겁고 기다려지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11월이었던가, 발표회를 하고 난 후 지도해준 강사님이 혹시 연극을 계속해 볼 생각 없냐고 묻기에 덥석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때 소개해준 극단이 바로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이다. 그렇게 2016년부터 휠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른 중반의 나이부터 연극을 시작하다 보니,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는 조급함과 빨리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에 더 부지런히 움직이게 되더라. 그러다 보니 어느새 부단장이 되었고 희곡을 쓰는 것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다.

노평 연극 〈덜어내기〉는 본인의 가족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작품 구성이 특별하다. 코카 님이 무대에 등장해 작품을 소개하고, 마지막에 객석에서 부모님을 모셔와 함께 인사하며 막을 내린다.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코카 사실 극작 아카데미 발표회에 올리기 위해 쓴 작품이라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아내야 해서 쉽진 않았다. 또 어머니의 시점에서 보는 내 이야기가 들어 있기도 해서 잘 완성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다. 〈덜어내기〉를 쓸 때 미션이 ‘제3자의 관점에서 글 써보기’였다. 극작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아픔과 외로움이 느껴져 글을 쓰면서 많이 울었다.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가 느꼈을 고통이나 외로움 같은 것들을 드러내기 위해서 노력하긴 했는데, 내가 또 너무 무거운 것을 싫어하다 보니 어떻게 좀 더 재밌는 요소를 살릴까 고민도 있었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이 작품을 보여드리는 것이 맞나 고민스러웠다. ‘덜어내기’라는 제목처럼 이 작품을 통해서 어머니의 마음에 있는 짐을 덜어냈으면 좋겠다 싶어서 연극 하는 자리에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공연에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누나에게만 살짝 이야기하고 모셔오라고 했다. 커튼콜 때 무대에 나오시라고 하면 과연 올라오실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나오시더라. 극단에 양해를 구한 후 준비한 감사패와 꽃다발을 드렸다. 연극이 끝나고 두 분을 모셔다드리러 밖에 나갔는데 어떤 나이 든 여성 관객이 다가와서 한 번 안아 봐도 되겠냐고 물으셨다. 부모님 앞이기도 해서 당황했는데 그분의 마음이 느껴져서 안아드렸다. 나중에 집에 가서 물으니 어머니가 객석에서 정말 많이 우셨다고 하더라. 그리고 고맙다고 하시기에, 이 작품이 우리 가족에게 정말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구나 생각했다.

노평 〈덜어내기〉라는 작품의 형식을 보면서 연극치료의 한 분야로서 ‘자전공연(autobiographical performance)’이 떠올랐다. 평생교육원이나 문화센터에 가면 자서전 쓰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멘토링을 받아서 직접 대본을 쓰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재연해 보는 무대가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처럼 활성화되면 좋겠다. 현실과 무대 사이를 넘나드는〈덜어내기〉는 상당히 실험적인 느낌도 드는 작품이다. 최근에는 어떤 소재와 주제에 몰두하고 있나?

코카 부끄럽지만 평소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편이다. 극작가들은 대개 다양한 책이나 매체 같은 걸 통해서 소재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시각장애로 인해 책을 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보니 소재를 찾는 것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에게는 ‘시각장애’라는 특별한 경험이 있다. 살면서 경험한 것이 소재가 되곤 한다. 현재는 사회문제 같은 조금 굵직한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요새 뉴스 같은 것을 보면 안타까운 일이 많다. 〈비엔〉도 그런 사회적 약자 이야기를 다룬 시도였고 앞으로도 그런 이야기에 관심을 두게 될 것 같다. 퓨전 사극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노평 장애예술로서의 연극은 어떤 형식이든 일정 부분 사회극이 될 거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시대극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쓰는 극들은 또 어떻게 풀어갈지 매우 기대된다. 그러한 고민을 함께 풀어가고 있는 동료들이 있다고 들었다. 20년 넘는 전통을 가진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의 부단장으로 있는데, 극단 휠은 어떤 단체인가?

코카 극단 휠은 내가 활동하기 훨씬 이전인 2001년에 연극에 관심 있던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만든 동호회에서 시작되었다. 2002년에 정식으로 극단을 창단했고, 이후 21년 동안 공연사업과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17년부터는 전국에 있는 초중고를 찾아가서 ‘장애인식개선 교육극’을 선보이고 있다. 단체에는 현재 뇌병변장애, 지체장애, 시각장애, 지적장애 등 다양한 장애 유형을 가진 단원들이 활동 중이다. 그리고 해마다 지원이 닿는 대로 극작이나 움직임 워크숍을 통해 단원뿐 아니라 지역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함께 성장하고 있다.

노평 연극 〈덜어내기〉의 한 장면에서처럼, 장애를 가진 분들이 연극에 참여하려 할 때 가족 등 주변의 지지를 받기가 좀 어려운 편이다. 비장애인보다 공연예술로의 진입장벽도 높은 편인데, 연극을 시작하고 싶은 장애인들은 어떻게 연극계와 연결될 수 있나? 어떤 경로로 연극을 시작하는 게 좋은지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코카 애초에 장애인분들이 전문 교육기관에서부터 체계적인 수순을 밟아간다면 어려서부터 재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벤트성 공연 경험은 정말 경험에서 그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내가 공연 경험을 토대로 계속해서 연극을 하고 싶다고 해도, 공연이라는 속성상 내가 속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과 맞아야 한다. 장애인에게도 청소년기나 대학 시절부터 전문적인 교육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기 재능을 찾을 수 있고 하고 싶은 공연을 업으로 삼을 기회가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평 한 대담에서 장애예술인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기관이 없어 아쉽다고 말한 글을 봤다. 여전히 장애인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극장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다른 감각과 다른 표현으로 세계를 그리는 장애예술인의 창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코카 우선 가장 필요한 것은 다양한 편의가 제공되는 공연장이다. 휠체어 접근성이나 장애인 화장실 같은 편의시설이 갖춰진 공연장이 여전히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점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지어지는 시설물들은 규정에 맞는 편의시설들을 갖추어야 하니, 자연스럽게 장애인의 접근성은 좋아지리라 본다. 그러나 그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장애예술인이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것이 특이점이 아닌 다양성으로 받아들여지는 문화예술 환경이 자리매김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장애예술인의 예술문화는 ‘그들만의 축제’로 인식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런 인식이 장애예술인의 기회를 차단하고 입지를 약하게 만드는 것 같다. 아직 다양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것 같다. 이런 문제는 전문 교육기관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일전에 한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 예술대학의 경우 전체 27개 학과 중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이 없는 학과가 11개나 되더라. ‘27개 중 11개면 적은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장애인도 원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장애 학생을 뽑지 않는 이유가 몇몇 특정 학생만을 위한 수업환경을 마련할 수 없고 특정 장르의 특성상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학생이 수업 과정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런 현실에서는 일찍부터 예술적인 재능을 발전시키고 기량을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다. 결국 전문 교육 과정을 거치며 성장한 비장애 예술인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장애예술인의 의지를 꺾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노평 현장의 전문가이자 유경험자로서 중요한 포인트를 말씀해 주신 것 같다. 우리가 장애예술 하면 접근성 문제를 하드웨어적 관점에서 접근해서 이동권과 접근성의 문제로 환원하기 쉬운데, 더 중요한 것은 교육과정 속에서의 소프트웨어다. 다양한 감각을 경험해야 할 예술대학에서의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이 부족하다는 건 일반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공연 분야에서의 장애예술의 성과 같은 것들이 대학 교재로 출판되거나 대학이나 관계기관에서도 전문교육과정으로서의 커리큘럼 같은 것이 따로 개설되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코카 장애예술인은 비장애인과 다른 환경에서 창작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장애예술인을 위한 특별한 공간을 마련한다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단기간의 성과를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 예술인의 기량을 체계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진다면 창작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평 장애예술극단들을 네트워크화할 수 있는 전문 연극촌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 공연예술에 있어서는 개인 위주의 단기 지원보다는 공통 프로젝트 중심의 다년 지원 트랙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선택권도 넓어지면 좋을 것 같다. 최근에 프랑스 극단 라 콤마의 연출가 미셸 슈와이저와 진행한 공동창작 프로젝트 ‘제자리 창작 프로젝트’에 출연했다고 들었다. ‘나’라는 사람의 기원, 본연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던데, ‘제자리 창작 프로젝트’에 관해 소개해 달라.

코카 정말 생소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하나로 뭉쳐지는 과정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공연이었다. 연출가 미셸은 훈련을 통해 본인만의 감각을 끌어올리고 관찰을 통해 인물들의 움직임과 연결점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였고 배우들은 저마다의 메시지를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 모든 대사는 연출이 쓰는데 그것은 시처럼 간결했다. 모든 것은 움직임으로 표현되었다.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다행히 11월에 프로젝트가 한 번 더 예정되어 있어서 관객들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노평 코카 님의 목표 가운데 하나가 장애인들로만 구성된 무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들었다. 장애예술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코카 개척이라고 할까. 저마다의 목표 속에서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움과 깨달음을 장애예술을 통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령 지금 다른 단체에서 함께 하고 있는 ‘암전 뮤지컬’을 통해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 공연에서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각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청각에만 의존하여 공연을 감상하는 작품으로, 지금껏 듣지 못했던 소리가 들리고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애예술은 그런 존재 같다. 다른 것을 통해 채우거나 포기하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극대화한다.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불편함이 신비함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타인에게 집중하는 감각이 점차 무뎌지고 있는 게 더 큰 문제이지 않은가. 서로에게 익숙해질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면 지체장애인이 조명을 하고 시각장애인이 음향을 맡거나 나처럼 작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각자 가진 감각들을 살린다면 얼마든지 함께 무대를 만들 수 있다.

  • 인터뷰 중인 이승규 작가
  • 팔짱 낀 포즈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이승규 작가

이승규

배우 겸 극작가.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부단장, 시각장애인합창단 라파엘코러스 단원,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초단막극 〈진수의 하루〉, 장편 〈Bien(비엔)〉 등을 쓰고 연출했다.
coca5201@naver.com

노지영

문학평론가. 2010년 계간 [내일을여는작가]를 통해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몇몇 대학에서 문학과 교양 과목을 강의하고 있으며, 계간 [시와시학] [백조]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에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장환 전집』,정본 노작 홍사용 문학 전집』 『한국 전후 문제시인 연구』 『영구혁명의 문학‘들’』 『김춘수의 무의미시』 『서정주 연구』 『서강, 우리 시대 문학을 말하다』 등을 함께 쓰고 엮었다. 현재 [A의 모든 것]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이다.
norae@hanmail.net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방송 ‘A(able)의 모든 것 시즌4’

제2회. 이승규 작가

▸ 팟빵에서 [전체방송 듣기]
▸ 팟캐스트에서 [전체방송 듣기]

사진. 이효영 사진작가

2023년 10월 (46호)

상세내용

이슈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방송 〈A의 모든 것〉에서는 초대 손님과 함께 작가의 작품 세계에 관해 깊이 있고 생생한 이야기를 나눈다. 올해는 웹진 이음을 통해서도 만나보자. 2020년부터 다녀간 특별한 손님들은 팟빵과 팟캐스트에서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다.

팟캐스트에 희곡작가를 초대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몇 편의 희곡을 찾아 읽고 이승규 작가를 만났다. 자신을 ‘코카’라 불러달라는 그는 별칭처럼 청량하고 시원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한껏 유쾌하다가도 자기 소신을 밝힐 때는 묵직하고 단단한 어조를 잃지 않았다. 극작가이면서도 천생 배우였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인 그는 ‘암전 뮤지컬’ 공연을 마치고 부랴부랴 스튜디오를 찾았다 한다. 익숙한 시각언어가 아니라 청각의 새로운 스펙터클이 무대를 뒤덮는 암전 뮤지컬 형식이 궁금했다. 장애인으로만 꾸려진 연극무대를 만드는 꿈을 이야기할 때는 그의 미래까지도 더욱 궁금해졌다.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등이 각자 특화된 감각을 활용해서 공동의 한 몸을 이루는 연극…. 그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연극이라는 장르를 흔히 종합예술이라 부른다면, 그가 꿈꾸는 ‘장애예술로서의 연극’은 참여하는 모든 장애인까지 그렇게 한 몸으로 엮어내는 더 거대한 종합예술이 아니겠는가 싶었다.

노지영(이하 노평) 2020년 초연한 〈Bien(비엔)〉이란 작품이 각별할 듯하다. 어떤 작품인가?

이승규(이하 코카) 2019년에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에서 했던 극작 아카데미를 통해 쓰게 된 작품이다. 참여한 사람들이 직접 자기 이야기로 희곡을 쓰고 공연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출연자가 많아서 처음에는 30분짜리 단막극으로 만들어졌다. 발표회를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60분짜리 작품으로 각색한 후 정기공연으로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이었다. 앞으로 다시 공연을 올릴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노평 주인공 ‘비엔’이라는 캐릭터는 교차적 정체성을 가진 복잡한 인물이다. 고국에서는 엘리트층에 속하여 한국에 취업해 왔지만, 여성이면서 제3세계인이고 열악한 노동현장의 저임금 노동자이자 불완전한 시민권을 갖고 있다. 게다가 고국의 가족에 대한 부양책임까지 있으며 장애인 가족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비엔이라는 캐릭터를 무겁게만 그리지 않고 유쾌하게 그리며, 비극적 정황이나 무거운 정황도 상당히 희극적인 시선으로 그린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코카 내가 장애가 있다 보니 장애인 관점에서 접근하다가, 비엔처럼 고국에서는 엘리트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일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들을 함께 조명하게 되었다. 주인공 현진이와 비엔이 다니는 공장의 사장도 자기 직원들에게는 굉장히 갑질을 하지만, 하청을 주는 사장에게는 한없이 작아진다. 우리가 속한 위치에 따라서 연관된 세계가 달라지는 것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러나 너무 무겁게만 가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재밌는 요소를 넣어보고 싶었고, 비엔을 약간 와일드한 여성으로 변신시키다 보니 아이디어가 생기기 시작했다. 원래 신파를 좋아하지 않다 보니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좀 더 재미있게 그려볼 수 있을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노평 〈비엔〉에서 극중 동생 현식 역할을 맡았다. 배우는 물론이고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며 극 하나를 장악하여 전천후로 활약했다. 연극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코카 시각장애인의 상당수가 안마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나도 그랬다. 2014년에 천안에서 안마사로 근무했었는데 충남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연극 수업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호기심이 생겨서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시간이 굉장히 즐겁고 기다려지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11월이었던가, 발표회를 하고 난 후 지도해준 강사님이 혹시 연극을 계속해 볼 생각 없냐고 묻기에 덥석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때 소개해준 극단이 바로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이다. 그렇게 2016년부터 휠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른 중반의 나이부터 연극을 시작하다 보니,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는 조급함과 빨리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에 더 부지런히 움직이게 되더라. 그러다 보니 어느새 부단장이 되었고 희곡을 쓰는 것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다.

노평 연극 〈덜어내기〉는 본인의 가족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작품 구성이 특별하다. 코카 님이 무대에 등장해 작품을 소개하고, 마지막에 객석에서 부모님을 모셔와 함께 인사하며 막을 내린다.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코카 사실 극작 아카데미 발표회에 올리기 위해 쓴 작품이라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아내야 해서 쉽진 않았다. 또 어머니의 시점에서 보는 내 이야기가 들어 있기도 해서 잘 완성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다. 〈덜어내기〉를 쓸 때 미션이 ‘제3자의 관점에서 글 써보기’였다. 극작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아픔과 외로움이 느껴져 글을 쓰면서 많이 울었다.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가 느꼈을 고통이나 외로움 같은 것들을 드러내기 위해서 노력하긴 했는데, 내가 또 너무 무거운 것을 싫어하다 보니 어떻게 좀 더 재밌는 요소를 살릴까 고민도 있었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이 작품을 보여드리는 것이 맞나 고민스러웠다. ‘덜어내기’라는 제목처럼 이 작품을 통해서 어머니의 마음에 있는 짐을 덜어냈으면 좋겠다 싶어서 연극 하는 자리에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공연에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누나에게만 살짝 이야기하고 모셔오라고 했다. 커튼콜 때 무대에 나오시라고 하면 과연 올라오실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나오시더라. 극단에 양해를 구한 후 준비한 감사패와 꽃다발을 드렸다. 연극이 끝나고 두 분을 모셔다드리러 밖에 나갔는데 어떤 나이 든 여성 관객이 다가와서 한 번 안아 봐도 되겠냐고 물으셨다. 부모님 앞이기도 해서 당황했는데 그분의 마음이 느껴져서 안아드렸다. 나중에 집에 가서 물으니 어머니가 객석에서 정말 많이 우셨다고 하더라. 그리고 고맙다고 하시기에, 이 작품이 우리 가족에게 정말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구나 생각했다.

노평 〈덜어내기〉라는 작품의 형식을 보면서 연극치료의 한 분야로서 ‘자전공연(autobiographical performance)’이 떠올랐다. 평생교육원이나 문화센터에 가면 자서전 쓰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멘토링을 받아서 직접 대본을 쓰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재연해 보는 무대가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처럼 활성화되면 좋겠다. 현실과 무대 사이를 넘나드는〈덜어내기〉는 상당히 실험적인 느낌도 드는 작품이다. 최근에는 어떤 소재와 주제에 몰두하고 있나?

코카 부끄럽지만 평소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편이다. 극작가들은 대개 다양한 책이나 매체 같은 걸 통해서 소재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시각장애로 인해 책을 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보니 소재를 찾는 것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에게는 ‘시각장애’라는 특별한 경험이 있다. 살면서 경험한 것이 소재가 되곤 한다. 현재는 사회문제 같은 조금 굵직한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요새 뉴스 같은 것을 보면 안타까운 일이 많다. 〈비엔〉도 그런 사회적 약자 이야기를 다룬 시도였고 앞으로도 그런 이야기에 관심을 두게 될 것 같다. 퓨전 사극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노평 장애예술로서의 연극은 어떤 형식이든 일정 부분 사회극이 될 거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시대극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쓰는 극들은 또 어떻게 풀어갈지 매우 기대된다. 그러한 고민을 함께 풀어가고 있는 동료들이 있다고 들었다. 20년 넘는 전통을 가진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의 부단장으로 있는데, 극단 휠은 어떤 단체인가?

코카 극단 휠은 내가 활동하기 훨씬 이전인 2001년에 연극에 관심 있던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만든 동호회에서 시작되었다. 2002년에 정식으로 극단을 창단했고, 이후 21년 동안 공연사업과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17년부터는 전국에 있는 초중고를 찾아가서 ‘장애인식개선 교육극’을 선보이고 있다. 단체에는 현재 뇌병변장애, 지체장애, 시각장애, 지적장애 등 다양한 장애 유형을 가진 단원들이 활동 중이다. 그리고 해마다 지원이 닿는 대로 극작이나 움직임 워크숍을 통해 단원뿐 아니라 지역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함께 성장하고 있다.

노평 연극 〈덜어내기〉의 한 장면에서처럼, 장애를 가진 분들이 연극에 참여하려 할 때 가족 등 주변의 지지를 받기가 좀 어려운 편이다. 비장애인보다 공연예술로의 진입장벽도 높은 편인데, 연극을 시작하고 싶은 장애인들은 어떻게 연극계와 연결될 수 있나? 어떤 경로로 연극을 시작하는 게 좋은지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코카 애초에 장애인분들이 전문 교육기관에서부터 체계적인 수순을 밟아간다면 어려서부터 재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벤트성 공연 경험은 정말 경험에서 그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내가 공연 경험을 토대로 계속해서 연극을 하고 싶다고 해도, 공연이라는 속성상 내가 속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과 맞아야 한다. 장애인에게도 청소년기나 대학 시절부터 전문적인 교육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기 재능을 찾을 수 있고 하고 싶은 공연을 업으로 삼을 기회가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평 한 대담에서 장애예술인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기관이 없어 아쉽다고 말한 글을 봤다. 여전히 장애인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극장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다른 감각과 다른 표현으로 세계를 그리는 장애예술인의 창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코카 우선 가장 필요한 것은 다양한 편의가 제공되는 공연장이다. 휠체어 접근성이나 장애인 화장실 같은 편의시설이 갖춰진 공연장이 여전히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점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지어지는 시설물들은 규정에 맞는 편의시설들을 갖추어야 하니, 자연스럽게 장애인의 접근성은 좋아지리라 본다. 그러나 그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장애예술인이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것이 특이점이 아닌 다양성으로 받아들여지는 문화예술 환경이 자리매김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장애예술인의 예술문화는 ‘그들만의 축제’로 인식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런 인식이 장애예술인의 기회를 차단하고 입지를 약하게 만드는 것 같다. 아직 다양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것 같다. 이런 문제는 전문 교육기관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일전에 한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 예술대학의 경우 전체 27개 학과 중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이 없는 학과가 11개나 되더라. ‘27개 중 11개면 적은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장애인도 원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장애 학생을 뽑지 않는 이유가 몇몇 특정 학생만을 위한 수업환경을 마련할 수 없고 특정 장르의 특성상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학생이 수업 과정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런 현실에서는 일찍부터 예술적인 재능을 발전시키고 기량을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다. 결국 전문 교육 과정을 거치며 성장한 비장애 예술인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장애예술인의 의지를 꺾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노평 현장의 전문가이자 유경험자로서 중요한 포인트를 말씀해 주신 것 같다. 우리가 장애예술 하면 접근성 문제를 하드웨어적 관점에서 접근해서 이동권과 접근성의 문제로 환원하기 쉬운데, 더 중요한 것은 교육과정 속에서의 소프트웨어다. 다양한 감각을 경험해야 할 예술대학에서의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이 부족하다는 건 일반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공연 분야에서의 장애예술의 성과 같은 것들이 대학 교재로 출판되거나 대학이나 관계기관에서도 전문교육과정으로서의 커리큘럼 같은 것이 따로 개설되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코카 장애예술인은 비장애인과 다른 환경에서 창작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장애예술인을 위한 특별한 공간을 마련한다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단기간의 성과를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 예술인의 기량을 체계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진다면 창작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평 장애예술극단들을 네트워크화할 수 있는 전문 연극촌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 공연예술에 있어서는 개인 위주의 단기 지원보다는 공통 프로젝트 중심의 다년 지원 트랙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선택권도 넓어지면 좋을 것 같다. 최근에 프랑스 극단 라 콤마의 연출가 미셸 슈와이저와 진행한 공동창작 프로젝트 ‘제자리 창작 프로젝트’에 출연했다고 들었다. ‘나’라는 사람의 기원, 본연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던데, ‘제자리 창작 프로젝트’에 관해 소개해 달라.

코카 정말 생소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하나로 뭉쳐지는 과정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공연이었다. 연출가 미셸은 훈련을 통해 본인만의 감각을 끌어올리고 관찰을 통해 인물들의 움직임과 연결점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였고 배우들은 저마다의 메시지를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 모든 대사는 연출이 쓰는데 그것은 시처럼 간결했다. 모든 것은 움직임으로 표현되었다.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다행히 11월에 프로젝트가 한 번 더 예정되어 있어서 관객들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노평 코카 님의 목표 가운데 하나가 장애인들로만 구성된 무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들었다. 장애예술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코카 개척이라고 할까. 저마다의 목표 속에서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움과 깨달음을 장애예술을 통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령 지금 다른 단체에서 함께 하고 있는 ‘암전 뮤지컬’을 통해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 공연에서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각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청각에만 의존하여 공연을 감상하는 작품으로, 지금껏 듣지 못했던 소리가 들리고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애예술은 그런 존재 같다. 다른 것을 통해 채우거나 포기하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극대화한다.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불편함이 신비함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타인에게 집중하는 감각이 점차 무뎌지고 있는 게 더 큰 문제이지 않은가. 서로에게 익숙해질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면 지체장애인이 조명을 하고 시각장애인이 음향을 맡거나 나처럼 작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각자 가진 감각들을 살린다면 얼마든지 함께 무대를 만들 수 있다.

  • 인터뷰 중인 이승규 작가
  • 팔짱 낀 포즈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이승규 작가

이승규

배우 겸 극작가.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부단장, 시각장애인합창단 라파엘코러스 단원,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초단막극 〈진수의 하루〉, 장편 〈Bien(비엔)〉 등을 쓰고 연출했다.
coca5201@naver.com

노지영

문학평론가. 2010년 계간 [내일을여는작가]를 통해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몇몇 대학에서 문학과 교양 과목을 강의하고 있으며, 계간 [시와시학] [백조]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에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장환 전집』,정본 노작 홍사용 문학 전집』 『한국 전후 문제시인 연구』 『영구혁명의 문학‘들’』 『김춘수의 무의미시』 『서정주 연구』 『서강, 우리 시대 문학을 말하다』 등을 함께 쓰고 엮었다. 현재 [A의 모든 것]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이다.
norae@hanmail.net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방송 ‘A(able)의 모든 것 시즌4’

제2회. 이승규 작가

▸ 팟빵에서 [전체방송 듣기]
▸ 팟캐스트에서 [전체방송 듣기]

사진. 이효영 사진작가

2023년 10월 (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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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2 10: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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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공감이 되네요. 저도 시력에 장애가 있어서 도통 책으로는 느껴지는 바가 한계가 있거든요. 작가님의 소리에 집중하는 연극, 기대가 커요. 기회를 꼭 만글고 싶고요.

2023-09-21 17: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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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에만 의지하는 뮤지컬이라니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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