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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이음

[좌담] 모두예술극장 현장 탐방

이슈 모두를 향해 퍼져나갈 장애예술을 욕심내고 상상하며

  • 김유남‧송정아‧장근영‧최종철 
  • 등록일 2023-11-01
  • 조회수533

이슈

국내 첫 장애예술 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이 지난 10월 13일 첫 공연을 시작했다. 설립을 추진한 지 약 2년 반 만이다. 아직 극장 문을 열기 전,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궁금한 마음을 가득 안고 예술가 네 명이 첫 손님으로 찾아갔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공연장추진단TF에서 반갑게 맞으며 세세한 부분까지 안내해 주었고, 무대, 객석, 분장실, 연습실뿐 아니라 라운지, 모임 공간, 화장실까지 빠짐없이 꼼꼼하게 둘러봤다. 오후 늦게 시작하여 예정한 시간을 훌쩍 넘겼는데도 참석자 모두 피곤한 기색보다는 상기되고 설레는 표정이다. 모두예술극장을 둘러본 소감을 가감 없이 들어보자.

개요

  • 일시2023년 10월 5일(목) 오후 6시

  • 장소모두예술극장

  • 참석자 김유남 배우
    송정아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단장
    장근영 작가
    최종철 무용가

  • 전동휠체어를 탄 송정아 단장, 흰지팡이를 잡고 데스크에 걸터앉은 장근영 작가, 전동 스쿠터를 탄 김유남 배우, 수동휠체어를 탄 최종철 무용가가 웃고 있다.

모두예술극장 안내데스크 앞에서. 왼쪽부터 송정아 단장, 장근영 작가, 김유남 배우, 최종철 무용가

첫인상 & 좋은 점 : 넓고 쾌적한 공간과 섬세한 접근성

장근영일단 공간이 엄청 시원시원하고 넓은 것 같아서 좋았다. 사실 시각장애인은 처음 온 공간이 시원시원하고 넓은 게 조금 두렵긴 한데 좀 익숙해지면 좋아질 것 같다. 그리고 공간 설명을 들으면서 조성에 많이 고민했다는 게 느껴졌다.

최종철자투리 공간까지 여러 부분에서 리모델링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느껴졌다. 휠체어를 타는 입장에서 공연할 수 있는 장소, 연습할 수 있는 장소에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저는 수동휠체어를 타지만 전동휠체어를 타는 분들에게는 공간이 넓은 게 좋고, 화장실이나 여러 공간에서 정말 신경을 많이 쓰셨다. 이곳을 시작으로 또 더 좋은 장소도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까, 이음센터가 중앙에 있으면 모두예술극장이 서쪽이니 다음에 동쪽에도 한 곳 마련해 주면 좋겠다. 집이 남양주 쪽이라 좀 멀다. (웃음) 고양이나 인천 쪽에서 위치는 좋은 것 같다.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하고 좋았다.

송정아처음 도착해서 2층 화장실에 갔었는데, 전동휠체어가 들어가기에는 약간 좁았고 중간에 센서를 잘못 건드렸는지 불이 꺼져서 당황스러웠고 약간 실망했었다. 그런데 막상 무대나 시설들을 돌아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사실 저희가 20년 넘게 연극을 하면서 제일 어려운 것이 공연장을 구하는 것이다. 휠체어로 관람할 수 있는 곳은 좀 있는데 휠체어를 타고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은 그렇게 많지 않고 대관도 잘 안 해주려고 한다. 그래서 이런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 정말 좋다. 휠체어로 무대뿐 아니라 각종 시설에 다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 만들면서 무척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보였다.

김유남저는 지하철 1호선을 주로 이용하는 편이라 일부러 서울역에서 내려서 전동 스쿠터를 타고 왔다. 밖에서 봤을 때 건물 통유리창에 모두예술극장이라고 쓰여 있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한강 크루즈 같은 느낌이었다. 충정로역 엘리베이터에서 나와서 한 30m 거리에 바로 입구가 있는데 자동문으로 돼 있더라. 엘리베이터도 전동휠체어 두 대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듯했다. 접근성은 너무 좋았고, 극장 자체도 장애인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서 좀 더 관심이 가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탐방하면서 보니 편의성에 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보였다.

최종철앞서 얘기하셨지만, 다른 극장이나 연습실은 휠체어 탄 장애인이 쓴다고 하면 혹시라도 다치거나 문제가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대관을 안 해주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여기는 그런 것을 충분히 다 이해하고 만든 곳이니 부담감 없이 일정만 맞으면 대관할 수 있다는 면에서 매우 편안하게 느꼈다. 이만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공간이 없다. 전동휠체어도 편히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을 할애했고, 장애인 화장실뿐 아니라 가족 화장실이 따로 있고 층마다 화장실이 있어서 휠체어 탄 사람들이 많이 왔을 때도 접근하기 편하고 이용하기에도 편할 것 같다. 휠체어 이용자들이 모여서 얘기하기 충분할 정도로 공간이 넓고 여러 층을 쓰고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다.

송정아저는 오늘 5호선 충정로역에 내려서 8번 출구 맞은편 엘리베이터를 타고 쉽게 도착했다. 뒤돌아서면 바로 보이더라. 거리도 가깝고 오는 데 턱도 없어서 좋았다. 5호선은 가까운데 2호선 갈아타는 구간이 길고 복잡한 데다 2호선 엘리베이터는 길 건너편에 있어서 휠체어 탄 사람한테는 조금 헷갈릴 수 있을 것 같다. 탐방하면서 살펴보니 대기실을 포함해서 여러 곳에 화장실이 많더라. 그리고 대극장도 아닌데 무대에서부터 대기실까지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무척 잘해놓은 것 같다.

최종철분장실이 여럿인데 각각 화장실도 샤워실도 있더라.

김유남이음센터와도 비슷한 느낌이 있지만, 무엇보다 이런 휴게 공간(라운지)이 있다는 점, 아직 여닫는 시간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열려 있을 때는 자유롭게 이용해도 된다는 점에서 좀 다른 느낌이 있다. 복지시설은 아니지만 쉬다 갈 수 있는 휴게 공간이 있고, 전동휠체어‧스쿠터 급속 충전기도 구비되어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분장실이 넓고 무대까지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 이동 동선이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

장근영저도 라운지 공간이 있어서 정말 좋았다. 사실 이음센터 이음홀에는 기다릴 곳이 마땅치 않은데 여기는 공간이 넓어서 진짜 좋다. 창가 테이블에 콘센트 있는 것도 소중하고 너무 좋다. 그리고 벽에 설치된 핸드레일도 잘 활용되면 좋겠고 앞으로도 핸드레일이 있는 곳에 다른 물건을 놓지 않으면 좋겠다.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분장실 거울에 있는 터치식 조명이다. 저는 눈부심이 있어서 불을 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거울마다 밝기를 조절할 수 있어서 무척 세심하게 느껴졌다.

최종철‘저건 뭐야?’ 이러고 지나갔는데 누르면 불이 들어온다고 알려줬다. 그게 최근 유행인가?

김유남새로 생긴 데는 있더라. 색깔도 바뀐다. 빛의 양도 조절 가능하고. 신식 공연장에 가 본 티를 내고 싶어서 자랑해 봤다. (웃음)

최종철공간을 다양한 목적에 맞게 쓸 수 있다. 무용이든 뮤지컬이든, 휠체어 이용자가 여러 명 있는 합창단 같은 공연도 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무대를 다양하게 변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출입구도 많고. 한마디로 여러 부분에 섬세하게 신경 써서 훌륭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김유남공연할 때 무대 연출을 구현하느라 비장애인 기술 스태프가 고생하는 면도 있다. 그런데 휠체어 타고도 조정실에 접근할 수 있고, 무대 자동화가 잘 돼 있어서 장애인 창작자 또는 장애인 기술 스태프가 잘 전달받아 충분히 오퍼레이팅할 수 있는 것도 확실히 장점인 것 같다.

장근영사실 극장 조정실에 한 번도 못 가 봤다. 그런데 여기선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송정아대극장에 가면 보통 휠체어석이 맨 뒤 콘솔 옆에 있다. 그래서 콘솔은 자주 봤지만 내가 직접 만져본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

최종철관객이나 무용수로서만 생각했지, 조정실에서 내가 무언가를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곳까지 접근성을 생각하고 장애인이 직접 조정할 수 있게 했다는 게 조금 놀라웠다. 아까 탐방하면서 직접 조명, 음향 콘솔을 움직여보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얘기를 나눴는데, 참 좋은 아이디어다.

  • 분장실

  • 연습실

  • 객석 2층

  • 복도

아쉬운 점 & 보완할 점 : 불만이라기보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김유남좋은 점은 어느 정도 말했으니, 이제 우리의 욕심을 얘기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극장을 까겠다는 건 아니다. (일동 웃음)

송정아일단 무대 바깥 부분을 얘기하자면, 여의도에 있는 이룸센터에는 평소에 몸무게를 재기 어려운 신체적 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해 휠체어를 탄 채로 몸무게를 잴 수 있게 해놨다. 그런 디테일한 것들이 마련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무대가 공연하기 좋을 것 같긴 한데 아까 객석을 모두 뺐을 때는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객석을 조금 집어넣으면 해결될 문제다. 무대에서 분장실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를 공연 중에 이용하면 빛이 새어 나오지 않을까? 만약 휠체어 탄 장애인 배우가 공연하게 되면 등퇴장할 공간이 부족해 보였다. 휠체어 한두 대는 괜찮지만, 그 이상은 한꺼번에 나오기가 힘들 것 같다.

김유남프로시니엄 무대를 블랙박스 형태로 리모델링하면서 신경을 많이 썼지만, 솔직히 다른 극장 무대와 다른 점은 별로 없었다. 분장실과 무대가 엘리베이터로 연결돼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공연 중에 사용하기 어렵고, 대기 공간이 잘 나오지 않는다. 휠체어가 콘솔에 접근할 수 있는 건 좋지만, 2층 객석을 두면 콘솔 위치가 너무 열려 있어서 방해될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통로가 좁아서 좀 답답했고 문이 바깥으로 열리면 통로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저 같은 경우 부피가 큰 전동 스쿠터를 사용하고 극장에 들어갈 때는 걸어서 들어가는데, 세워놓을 장소가 마땅치 않다. 만일 이렇게 큰 전동 스쿠터나 전동휠체어가 못 들어가는 상황이면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지정되어 있으면 좋겠다. 객석에서 휠체어석이 맨 앞이나 맨 뒤가 아니라 중간에 위치할 수 있도록 휠체어 리프트 형식을 고안해 보면 좋겠다. 지인이나 활동보조인이 같이 앉기에 가려지는 부분도 있고 휠체어마다 높이가 달라 시야도 문제가 될 것 같다. 가장 아쉬운 점은 무대 크기만 한 연습실이 없다는 것이다. 주변의 비슷한 크기의 연습실 정보를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

장근영지금 거의 다 갖추어진 상태이다 보니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말씀드리자면, 저는 시각장애인 관점에서 접근성을 얘기할 때 기본적으로 ‘혼자 갈 수 있느냐’를 많이 보는 편이다. 이음센터는 혼자 갈 수 있는데 여기는 그만큼은 아닌 것 같다. 2호선에서 내렸을 때 7번 출구까지 동선이 너무 복잡했다. 전철역에서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나 이동 지원이 좀 더 구체적으로 되어야 할 것 같다.
건물 내부에는 선형 점자블록을 지양하다 보니 시각장애인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 혼자서 이동하기 힘들다. 그래서 핸드레일을 해놓지만 가다가 끊기기도 하고 양쪽에 다 있는 것도 아니라서 완벽하지 않다. 지금은 이 공간에 우리만 있지만, 나중에 사람들이 많아지면 핸드레일을 이용하기도 어렵다. 바닥에 선형 점자블록을 놓기 힘들면 카펫의 재질을 다르게 하여 동선을 만들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시각장애인이 혼자 이 라운지에 오면 빈자리를 찾기 힘들 텐데 안내인이 상주하거나 혼자서도 자리를 찾을 대안이 필요할 것 같다. 연습실 기둥에도 조금 더 안전하게 구별할 수 있는 색깔이나 푹신한 장치를 하면 좋겠다. 공간에 촉지도가 다 되어 있는 곳은 처음 봤다. 그런데 양각과 점자가 같이 있어서 순간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각장애인 창작자가 장면에 방해되지 않게 무대에 오르내리기에는 계단도 엘리베이터도 쉽지 않아서 대기실 문제는 조금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최종철서로 성향도 장르도 장애도 달라서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는데, 솔직히 저는 그냥 다 너무 좋다. 문제라기보다 아쉬운 점은 이만한 규모에서 연습실이 작다는 것이다. 무용, 음악, 연극, 뮤지컬 등 진짜 다양한 분야가 있고 공연보다 연습을 많이 하는데 연습실 할당이 좀 덜 돼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연습을 많이 할 수 있고 연습을 통해서 공연할 수 있도록 만들면 더 효율적이고 좋지 않을까. 그리고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겠지만, 무대와 대기실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데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게 좀 불편할 것 같긴 하다. 아예 백스테이지를 늘려서 그 뒤에서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지금은 대기실을 이렇게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이해한다. 불만이라기보다 다음에는 그걸 참조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모든 걸 다 갖출 수 없고, 포기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이런 걸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건 차이가 있으니까. 이게 시작이고 또 새로운 공간을 만들 테니 다음에는 더 잘하리라고 믿는다.

김유남맞다. 지금도 너무 좋다. 그냥 욕심껏 이야기해 본 것이다. 다른 곳은 이동조차 안 되는 데가 훨씬 많다.

최종철조금 전까지 이음센터에서 연습하다 왔는데 그곳과 비교해도 여기가 더 쾌적하다. 거기는 주변 환경은 좋은데 주차도 너무 어렵고 대기실 등이 전혀 없어서 좀 애매하다. 작지만 연습실을 갖추고 있고 아쉽긴 하지만 신경 써서 만든 무대가 있다는 데 만족한다.

장근영사실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으니까 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있다. 접근성이 정말 제로인 곳에서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런데 여기는 뭔가 되어 있으니까 좀 더 욕심내서 얘기하게 되는 것 같다.

김유남아까 무대에서 전동 스쿠터로 한번 쓱 둘러봤는데, 프로시니엄 공간까지를 옆 가림막으로 막아버리고 블랙박스 형식으로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 봤다.

최종철(대기실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 불을 끄면 안전상의 문제도 있을 것 같아서 아예 그쪽을 막고 그 뒤를 대기실이나 준비 장소로 쓴다면 그나마 좀 넓어지고 엘리베이터 빛도 막을 수 있다.

송정아아까 객석을 펼쳤을 때는 몰랐는데 완전히 집어넣은 것을 위에서 보니 원형 무대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최종철가변 공간이라서 다양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김유남생각보다 조명 바텐도 많고 양옆의 난간에도 걸 수 있을 것 같아 조명을 이렇게 빼고 쓸 수 있을까, 백스테이지와 무대 앞쪽에 객석을 놓고 중간에서 할 수 있을까, 옆에 있는 철문에서 등퇴장해도 되지 않을까, 여러 가지 무대 연출을 상상할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 마음이 놓인다.

  • 장근영 작가

  • 김유남 배우

  • 송정아 단장

  • 최종철 무용가

기대와 바람 : 물리적 한계는 심리적 접근성으로 채워

김유남이런 상상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극장의 취지도 좋고 운영하는 분들의 마인드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다양한 연출법이나 무대 운영 계획이 나왔을 때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이래서 안 돼요, 저래서 안 돼요’하는 극장들이 너무 많다. 이미 이런 마인드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고 그렇게 느껴져서 너무 좋다.

장근영시각장애인 입장에서 제가 이음센터를 편하게 느끼는 이유는 공간이 그렇게 넓지 않아서 어디로 가면 무엇이 나올지 분명하게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공간이 넓어지면 그게 좀 흐릿해지면서 불안하고 무서운 거다. 그래서 저는 넓은 공간일수록 물리적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면 심리적 접근성이 더 잘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현실적으로 어떻게 바꿀 수 없다는 건 우리가 다 아는 얘기니까, 시각장애인의 물리적 접근성이 조금 낮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심리적으로 채워주는 것에 조금 더 신경 써주면 좋을 것 같다.

최종철어떻게 보면 제대로 된 장애예술 전용 극장이 처음 갖춰진 것이지 않은가. 장애예술 분야에서 다양한 작품과 공연을 하는데, 그에 대한 접근성이라든가 자료화가 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뭐가 있는지 찾아보는 게 쉽지 않다. 여기서 공연하는 작품들만이라도 간단한 영상이나 사진을 포함하여 체계적으로 분류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면 그게 오래 지속됐을 때 자료로 남아 많은 사람이 참조하고 또다시 재생산되거나 또 다른 작품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저도 한 15년 넘게 공연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했는데, 할 때는 정말 열심히 힘들게 작품을 만들었고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한두 번 공연하고 끝나면 그만큼의 노력이 그냥 사라지고 다음에 하는 사람들은 다시 또 무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분류하고 체계화하고 저장하고 홍보하며 다시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송정아특별히 아쉬운 건 없다. 저는 무대에 올라가는 것보다 뒤에서 기획이나 제작을 많이 하는 편이라 아무래도 공연 외적인 부분과 예산을 주로 생각하게 된다. 이음센터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 중에는 저렴한 대관료도 있다. 과연 여기는 대관료가 얼마일까. 이음센터와 비슷한 수준이면 좋겠다. 그러면 무척 유용하게 잘 쓸 것 같다. 무엇보다 공간 하나가 더 생긴 것이 공연단체 입장에서 무척 기쁘고 뿌듯하다. 솔직히 이음센터를 대관하기가 쉽지는 않다. 워낙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모두예술극장을 조금 더 자유롭게,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최종철사람들이 많이 찾게 하려면 연습실이 많은 게 좋다. 공연은 한두 번 하지만 연습은 20~30번 하니까. 많은 사람이 찾으면 그만큼 홍보가 되고 알려진다. 한 번의 공연보다는 여러 번의 연습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나은 방법이긴 하다.

김유남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데이터베이스를 확실히 구축해서 온라인 사이트뿐 아니라 여기 와서 실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술인들이 소규모 모임 같은 것을 할 수 있게끔 추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는 복지관이나 문화센터가 아니라 극장이니까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최종철중요한 건 홍보인데, 이런 좋은 공간은 금방 알려질 것 같아서 딱히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접근성 때문에 갈 수 있는 데가 한정되어 있는데, 여기는 접근성이나 시설이 나쁘지 않으니까.

장근영저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냥 처음이 조금 낯선 거지 많이 올 것 같다. 다만 우리 사회가 아직 비장애인 중심 사회이지 않은가. 아무리 장애의 사회적 관점이 중요해지고 장애인의 사회 참여가 활발하더라도 여전히 비장애인 중심적인 부분이 뿌리 깊어서 장애인의 활동은 비장애인에 의해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의식이 밑바탕에 깔린 사람이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장애예술이나 장애운동 하는 분들을 보면 가끔 뭉클해진다. 주체적으로 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데, 그 모습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거라고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그래서 저는 이 공간에서 장애인의 크고 작은 활동이 주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더 많이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여러 활동이 널리 퍼져서 우리 사회가 더 많이 바뀌면 좋겠다.

단차를 없앤 무대와 가변형 객석을 살펴보는 참석자들

  •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조정실

  • 좌담을 진행한 라운지

김유남

통칭 저신장 배우, 자칭 난쟁이 배우. 음악극 〈합★체〉(2023), 뮤지컬 〈드리머스〉(2022), 〈바넘, 위대한 쇼맨〉(2018), 무용 〈대심땐스〉(2017) 등 다수의 공연과 드라마 〈보이스 4〉, 〈YG전자〉에 출연하였고, 웹뮤지컬 〈골드보이〉(2022) 주연을 맡았다.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ssunder123@naver.com

송정아

중증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고 전동휠체어를 이용한다. 극단 휠을 만들어 20년 넘게 운영하며 공연 기획과 더불어 배우, 연출, 작가로 활동 중이다. 연극이라는 매개를 통해 장애예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과 함께 공연하면서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를 목표로 장애예술인 발굴·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장애 당사자가 문화적 주체자로 성장하는 밑바탕을 마련해 오고 있다.
wheelisculture@gmail.com

장근영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을 나만의 감각으로 느끼는 시민이다. 장애 당사자로서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 시설 접근성 및 공연 배리어프리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시각장애 이야기를 담은 자전 에세이 『어쩌려고 혼자 다녀』(2020)를 출간했고, 2022년 1월 연극 〈비추다: 빛을 내는 대상이 다른 대상에 빛을 보내어 밝게 하다〉를 공동창작하고 출연했다.
zzangkku9902@naver.com

최종철

댄스스포츠, 한국무용, 현대무용을 모두 섭렵한 휠체어 무용가. 주요 작품으로 〈원〉 〈결혼〉 〈공존〉이 있고, 2023년 창작뮤지컬 〈대장장이 척〉 〈버스, 너 뭐니〉에 출연했다. 2018년 제13회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대중예술부문을 수상했다. 또한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안 게임 댄스스포츠 부문 2관왕, 2022년 울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댄스스포츠 부분 금메달(5개), 2022년 장애인 댄스스포츠 마인하텐 컵(독일 프랑크프루트)(5개) 등을 수상했다.
nanchul@naver.com

정리. 프로젝트 궁리 남은정 archive0721@gmail.com, 박희연 teph__y@naver.com
사진.이재범 POV 스튜디오 실장 andy45@naver.com

2023년 11월 (47호)

상세내용

이슈

국내 첫 장애예술 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이 지난 10월 13일 첫 공연을 시작했다. 설립을 추진한 지 약 2년 반 만이다. 아직 극장 문을 열기 전,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궁금한 마음을 가득 안고 예술가 네 명이 첫 손님으로 찾아갔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공연장추진단TF에서 반갑게 맞으며 세세한 부분까지 안내해 주었고, 무대, 객석, 분장실, 연습실뿐 아니라 라운지, 모임 공간, 화장실까지 빠짐없이 꼼꼼하게 둘러봤다. 오후 늦게 시작하여 예정한 시간을 훌쩍 넘겼는데도 참석자 모두 피곤한 기색보다는 상기되고 설레는 표정이다. 모두예술극장을 둘러본 소감을 가감 없이 들어보자.

개요

  • 일시2023년 10월 5일(목) 오후 6시

  • 장소모두예술극장

  • 참석자 김유남 배우
    송정아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단장
    장근영 작가
    최종철 무용가

  • 전동휠체어를 탄 송정아 단장, 흰지팡이를 잡고 데스크에 걸터앉은 장근영 작가, 전동 스쿠터를 탄 김유남 배우, 수동휠체어를 탄 최종철 무용가가 웃고 있다.

모두예술극장 안내데스크 앞에서. 왼쪽부터 송정아 단장, 장근영 작가, 김유남 배우, 최종철 무용가

첫인상 & 좋은 점 : 넓고 쾌적한 공간과 섬세한 접근성

장근영일단 공간이 엄청 시원시원하고 넓은 것 같아서 좋았다. 사실 시각장애인은 처음 온 공간이 시원시원하고 넓은 게 조금 두렵긴 한데 좀 익숙해지면 좋아질 것 같다. 그리고 공간 설명을 들으면서 조성에 많이 고민했다는 게 느껴졌다.

최종철자투리 공간까지 여러 부분에서 리모델링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느껴졌다. 휠체어를 타는 입장에서 공연할 수 있는 장소, 연습할 수 있는 장소에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저는 수동휠체어를 타지만 전동휠체어를 타는 분들에게는 공간이 넓은 게 좋고, 화장실이나 여러 공간에서 정말 신경을 많이 쓰셨다. 이곳을 시작으로 또 더 좋은 장소도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까, 이음센터가 중앙에 있으면 모두예술극장이 서쪽이니 다음에 동쪽에도 한 곳 마련해 주면 좋겠다. 집이 남양주 쪽이라 좀 멀다. (웃음) 고양이나 인천 쪽에서 위치는 좋은 것 같다.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하고 좋았다.

송정아처음 도착해서 2층 화장실에 갔었는데, 전동휠체어가 들어가기에는 약간 좁았고 중간에 센서를 잘못 건드렸는지 불이 꺼져서 당황스러웠고 약간 실망했었다. 그런데 막상 무대나 시설들을 돌아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사실 저희가 20년 넘게 연극을 하면서 제일 어려운 것이 공연장을 구하는 것이다. 휠체어로 관람할 수 있는 곳은 좀 있는데 휠체어를 타고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은 그렇게 많지 않고 대관도 잘 안 해주려고 한다. 그래서 이런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 정말 좋다. 휠체어로 무대뿐 아니라 각종 시설에 다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 만들면서 무척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보였다.

김유남저는 지하철 1호선을 주로 이용하는 편이라 일부러 서울역에서 내려서 전동 스쿠터를 타고 왔다. 밖에서 봤을 때 건물 통유리창에 모두예술극장이라고 쓰여 있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한강 크루즈 같은 느낌이었다. 충정로역 엘리베이터에서 나와서 한 30m 거리에 바로 입구가 있는데 자동문으로 돼 있더라. 엘리베이터도 전동휠체어 두 대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듯했다. 접근성은 너무 좋았고, 극장 자체도 장애인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서 좀 더 관심이 가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탐방하면서 보니 편의성에 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보였다.

최종철앞서 얘기하셨지만, 다른 극장이나 연습실은 휠체어 탄 장애인이 쓴다고 하면 혹시라도 다치거나 문제가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대관을 안 해주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여기는 그런 것을 충분히 다 이해하고 만든 곳이니 부담감 없이 일정만 맞으면 대관할 수 있다는 면에서 매우 편안하게 느꼈다. 이만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공간이 없다. 전동휠체어도 편히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을 할애했고, 장애인 화장실뿐 아니라 가족 화장실이 따로 있고 층마다 화장실이 있어서 휠체어 탄 사람들이 많이 왔을 때도 접근하기 편하고 이용하기에도 편할 것 같다. 휠체어 이용자들이 모여서 얘기하기 충분할 정도로 공간이 넓고 여러 층을 쓰고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다.

송정아저는 오늘 5호선 충정로역에 내려서 8번 출구 맞은편 엘리베이터를 타고 쉽게 도착했다. 뒤돌아서면 바로 보이더라. 거리도 가깝고 오는 데 턱도 없어서 좋았다. 5호선은 가까운데 2호선 갈아타는 구간이 길고 복잡한 데다 2호선 엘리베이터는 길 건너편에 있어서 휠체어 탄 사람한테는 조금 헷갈릴 수 있을 것 같다. 탐방하면서 살펴보니 대기실을 포함해서 여러 곳에 화장실이 많더라. 그리고 대극장도 아닌데 무대에서부터 대기실까지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무척 잘해놓은 것 같다.

최종철분장실이 여럿인데 각각 화장실도 샤워실도 있더라.

김유남이음센터와도 비슷한 느낌이 있지만, 무엇보다 이런 휴게 공간(라운지)이 있다는 점, 아직 여닫는 시간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열려 있을 때는 자유롭게 이용해도 된다는 점에서 좀 다른 느낌이 있다. 복지시설은 아니지만 쉬다 갈 수 있는 휴게 공간이 있고, 전동휠체어‧스쿠터 급속 충전기도 구비되어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분장실이 넓고 무대까지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 이동 동선이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

장근영저도 라운지 공간이 있어서 정말 좋았다. 사실 이음센터 이음홀에는 기다릴 곳이 마땅치 않은데 여기는 공간이 넓어서 진짜 좋다. 창가 테이블에 콘센트 있는 것도 소중하고 너무 좋다. 그리고 벽에 설치된 핸드레일도 잘 활용되면 좋겠고 앞으로도 핸드레일이 있는 곳에 다른 물건을 놓지 않으면 좋겠다.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분장실 거울에 있는 터치식 조명이다. 저는 눈부심이 있어서 불을 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거울마다 밝기를 조절할 수 있어서 무척 세심하게 느껴졌다.

최종철‘저건 뭐야?’ 이러고 지나갔는데 누르면 불이 들어온다고 알려줬다. 그게 최근 유행인가?

김유남새로 생긴 데는 있더라. 색깔도 바뀐다. 빛의 양도 조절 가능하고. 신식 공연장에 가 본 티를 내고 싶어서 자랑해 봤다. (웃음)

최종철공간을 다양한 목적에 맞게 쓸 수 있다. 무용이든 뮤지컬이든, 휠체어 이용자가 여러 명 있는 합창단 같은 공연도 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무대를 다양하게 변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출입구도 많고. 한마디로 여러 부분에 섬세하게 신경 써서 훌륭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김유남공연할 때 무대 연출을 구현하느라 비장애인 기술 스태프가 고생하는 면도 있다. 그런데 휠체어 타고도 조정실에 접근할 수 있고, 무대 자동화가 잘 돼 있어서 장애인 창작자 또는 장애인 기술 스태프가 잘 전달받아 충분히 오퍼레이팅할 수 있는 것도 확실히 장점인 것 같다.

장근영사실 극장 조정실에 한 번도 못 가 봤다. 그런데 여기선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송정아대극장에 가면 보통 휠체어석이 맨 뒤 콘솔 옆에 있다. 그래서 콘솔은 자주 봤지만 내가 직접 만져본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

최종철관객이나 무용수로서만 생각했지, 조정실에서 내가 무언가를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곳까지 접근성을 생각하고 장애인이 직접 조정할 수 있게 했다는 게 조금 놀라웠다. 아까 탐방하면서 직접 조명, 음향 콘솔을 움직여보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얘기를 나눴는데, 참 좋은 아이디어다.

  • 분장실

  • 연습실

  • 객석 2층

  • 복도

아쉬운 점 & 보완할 점 : 불만이라기보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김유남좋은 점은 어느 정도 말했으니, 이제 우리의 욕심을 얘기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극장을 까겠다는 건 아니다. (일동 웃음)

송정아일단 무대 바깥 부분을 얘기하자면, 여의도에 있는 이룸센터에는 평소에 몸무게를 재기 어려운 신체적 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해 휠체어를 탄 채로 몸무게를 잴 수 있게 해놨다. 그런 디테일한 것들이 마련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무대가 공연하기 좋을 것 같긴 한데 아까 객석을 모두 뺐을 때는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객석을 조금 집어넣으면 해결될 문제다. 무대에서 분장실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를 공연 중에 이용하면 빛이 새어 나오지 않을까? 만약 휠체어 탄 장애인 배우가 공연하게 되면 등퇴장할 공간이 부족해 보였다. 휠체어 한두 대는 괜찮지만, 그 이상은 한꺼번에 나오기가 힘들 것 같다.

김유남프로시니엄 무대를 블랙박스 형태로 리모델링하면서 신경을 많이 썼지만, 솔직히 다른 극장 무대와 다른 점은 별로 없었다. 분장실과 무대가 엘리베이터로 연결돼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공연 중에 사용하기 어렵고, 대기 공간이 잘 나오지 않는다. 휠체어가 콘솔에 접근할 수 있는 건 좋지만, 2층 객석을 두면 콘솔 위치가 너무 열려 있어서 방해될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통로가 좁아서 좀 답답했고 문이 바깥으로 열리면 통로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저 같은 경우 부피가 큰 전동 스쿠터를 사용하고 극장에 들어갈 때는 걸어서 들어가는데, 세워놓을 장소가 마땅치 않다. 만일 이렇게 큰 전동 스쿠터나 전동휠체어가 못 들어가는 상황이면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지정되어 있으면 좋겠다. 객석에서 휠체어석이 맨 앞이나 맨 뒤가 아니라 중간에 위치할 수 있도록 휠체어 리프트 형식을 고안해 보면 좋겠다. 지인이나 활동보조인이 같이 앉기에 가려지는 부분도 있고 휠체어마다 높이가 달라 시야도 문제가 될 것 같다. 가장 아쉬운 점은 무대 크기만 한 연습실이 없다는 것이다. 주변의 비슷한 크기의 연습실 정보를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

장근영지금 거의 다 갖추어진 상태이다 보니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말씀드리자면, 저는 시각장애인 관점에서 접근성을 얘기할 때 기본적으로 ‘혼자 갈 수 있느냐’를 많이 보는 편이다. 이음센터는 혼자 갈 수 있는데 여기는 그만큼은 아닌 것 같다. 2호선에서 내렸을 때 7번 출구까지 동선이 너무 복잡했다. 전철역에서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나 이동 지원이 좀 더 구체적으로 되어야 할 것 같다.
건물 내부에는 선형 점자블록을 지양하다 보니 시각장애인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 혼자서 이동하기 힘들다. 그래서 핸드레일을 해놓지만 가다가 끊기기도 하고 양쪽에 다 있는 것도 아니라서 완벽하지 않다. 지금은 이 공간에 우리만 있지만, 나중에 사람들이 많아지면 핸드레일을 이용하기도 어렵다. 바닥에 선형 점자블록을 놓기 힘들면 카펫의 재질을 다르게 하여 동선을 만들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시각장애인이 혼자 이 라운지에 오면 빈자리를 찾기 힘들 텐데 안내인이 상주하거나 혼자서도 자리를 찾을 대안이 필요할 것 같다. 연습실 기둥에도 조금 더 안전하게 구별할 수 있는 색깔이나 푹신한 장치를 하면 좋겠다. 공간에 촉지도가 다 되어 있는 곳은 처음 봤다. 그런데 양각과 점자가 같이 있어서 순간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각장애인 창작자가 장면에 방해되지 않게 무대에 오르내리기에는 계단도 엘리베이터도 쉽지 않아서 대기실 문제는 조금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최종철서로 성향도 장르도 장애도 달라서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는데, 솔직히 저는 그냥 다 너무 좋다. 문제라기보다 아쉬운 점은 이만한 규모에서 연습실이 작다는 것이다. 무용, 음악, 연극, 뮤지컬 등 진짜 다양한 분야가 있고 공연보다 연습을 많이 하는데 연습실 할당이 좀 덜 돼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연습을 많이 할 수 있고 연습을 통해서 공연할 수 있도록 만들면 더 효율적이고 좋지 않을까. 그리고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겠지만, 무대와 대기실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데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게 좀 불편할 것 같긴 하다. 아예 백스테이지를 늘려서 그 뒤에서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지금은 대기실을 이렇게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이해한다. 불만이라기보다 다음에는 그걸 참조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모든 걸 다 갖출 수 없고, 포기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이런 걸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건 차이가 있으니까. 이게 시작이고 또 새로운 공간을 만들 테니 다음에는 더 잘하리라고 믿는다.

김유남맞다. 지금도 너무 좋다. 그냥 욕심껏 이야기해 본 것이다. 다른 곳은 이동조차 안 되는 데가 훨씬 많다.

최종철조금 전까지 이음센터에서 연습하다 왔는데 그곳과 비교해도 여기가 더 쾌적하다. 거기는 주변 환경은 좋은데 주차도 너무 어렵고 대기실 등이 전혀 없어서 좀 애매하다. 작지만 연습실을 갖추고 있고 아쉽긴 하지만 신경 써서 만든 무대가 있다는 데 만족한다.

장근영사실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으니까 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있다. 접근성이 정말 제로인 곳에서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런데 여기는 뭔가 되어 있으니까 좀 더 욕심내서 얘기하게 되는 것 같다.

김유남아까 무대에서 전동 스쿠터로 한번 쓱 둘러봤는데, 프로시니엄 공간까지를 옆 가림막으로 막아버리고 블랙박스 형식으로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 봤다.

최종철(대기실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 불을 끄면 안전상의 문제도 있을 것 같아서 아예 그쪽을 막고 그 뒤를 대기실이나 준비 장소로 쓴다면 그나마 좀 넓어지고 엘리베이터 빛도 막을 수 있다.

송정아아까 객석을 펼쳤을 때는 몰랐는데 완전히 집어넣은 것을 위에서 보니 원형 무대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최종철가변 공간이라서 다양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김유남생각보다 조명 바텐도 많고 양옆의 난간에도 걸 수 있을 것 같아 조명을 이렇게 빼고 쓸 수 있을까, 백스테이지와 무대 앞쪽에 객석을 놓고 중간에서 할 수 있을까, 옆에 있는 철문에서 등퇴장해도 되지 않을까, 여러 가지 무대 연출을 상상할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 마음이 놓인다.

  • 장근영 작가

  • 김유남 배우

  • 송정아 단장

  • 최종철 무용가

기대와 바람 : 물리적 한계는 심리적 접근성으로 채워

김유남이런 상상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극장의 취지도 좋고 운영하는 분들의 마인드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다양한 연출법이나 무대 운영 계획이 나왔을 때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이래서 안 돼요, 저래서 안 돼요’하는 극장들이 너무 많다. 이미 이런 마인드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고 그렇게 느껴져서 너무 좋다.

장근영시각장애인 입장에서 제가 이음센터를 편하게 느끼는 이유는 공간이 그렇게 넓지 않아서 어디로 가면 무엇이 나올지 분명하게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공간이 넓어지면 그게 좀 흐릿해지면서 불안하고 무서운 거다. 그래서 저는 넓은 공간일수록 물리적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면 심리적 접근성이 더 잘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현실적으로 어떻게 바꿀 수 없다는 건 우리가 다 아는 얘기니까, 시각장애인의 물리적 접근성이 조금 낮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심리적으로 채워주는 것에 조금 더 신경 써주면 좋을 것 같다.

최종철어떻게 보면 제대로 된 장애예술 전용 극장이 처음 갖춰진 것이지 않은가. 장애예술 분야에서 다양한 작품과 공연을 하는데, 그에 대한 접근성이라든가 자료화가 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뭐가 있는지 찾아보는 게 쉽지 않다. 여기서 공연하는 작품들만이라도 간단한 영상이나 사진을 포함하여 체계적으로 분류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면 그게 오래 지속됐을 때 자료로 남아 많은 사람이 참조하고 또다시 재생산되거나 또 다른 작품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저도 한 15년 넘게 공연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했는데, 할 때는 정말 열심히 힘들게 작품을 만들었고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한두 번 공연하고 끝나면 그만큼의 노력이 그냥 사라지고 다음에 하는 사람들은 다시 또 무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분류하고 체계화하고 저장하고 홍보하며 다시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송정아특별히 아쉬운 건 없다. 저는 무대에 올라가는 것보다 뒤에서 기획이나 제작을 많이 하는 편이라 아무래도 공연 외적인 부분과 예산을 주로 생각하게 된다. 이음센터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 중에는 저렴한 대관료도 있다. 과연 여기는 대관료가 얼마일까. 이음센터와 비슷한 수준이면 좋겠다. 그러면 무척 유용하게 잘 쓸 것 같다. 무엇보다 공간 하나가 더 생긴 것이 공연단체 입장에서 무척 기쁘고 뿌듯하다. 솔직히 이음센터를 대관하기가 쉽지는 않다. 워낙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모두예술극장을 조금 더 자유롭게,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최종철사람들이 많이 찾게 하려면 연습실이 많은 게 좋다. 공연은 한두 번 하지만 연습은 20~30번 하니까. 많은 사람이 찾으면 그만큼 홍보가 되고 알려진다. 한 번의 공연보다는 여러 번의 연습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나은 방법이긴 하다.

김유남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데이터베이스를 확실히 구축해서 온라인 사이트뿐 아니라 여기 와서 실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술인들이 소규모 모임 같은 것을 할 수 있게끔 추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는 복지관이나 문화센터가 아니라 극장이니까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최종철중요한 건 홍보인데, 이런 좋은 공간은 금방 알려질 것 같아서 딱히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접근성 때문에 갈 수 있는 데가 한정되어 있는데, 여기는 접근성이나 시설이 나쁘지 않으니까.

장근영저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냥 처음이 조금 낯선 거지 많이 올 것 같다. 다만 우리 사회가 아직 비장애인 중심 사회이지 않은가. 아무리 장애의 사회적 관점이 중요해지고 장애인의 사회 참여가 활발하더라도 여전히 비장애인 중심적인 부분이 뿌리 깊어서 장애인의 활동은 비장애인에 의해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의식이 밑바탕에 깔린 사람이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장애예술이나 장애운동 하는 분들을 보면 가끔 뭉클해진다. 주체적으로 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데, 그 모습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거라고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그래서 저는 이 공간에서 장애인의 크고 작은 활동이 주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더 많이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여러 활동이 널리 퍼져서 우리 사회가 더 많이 바뀌면 좋겠다.

단차를 없앤 무대와 가변형 객석을 살펴보는 참석자들

  •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조정실

  • 좌담을 진행한 라운지

김유남

통칭 저신장 배우, 자칭 난쟁이 배우. 음악극 〈합★체〉(2023), 뮤지컬 〈드리머스〉(2022), 〈바넘, 위대한 쇼맨〉(2018), 무용 〈대심땐스〉(2017) 등 다수의 공연과 드라마 〈보이스 4〉, 〈YG전자〉에 출연하였고, 웹뮤지컬 〈골드보이〉(2022) 주연을 맡았다.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ssunder123@naver.com

송정아

중증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고 전동휠체어를 이용한다. 극단 휠을 만들어 20년 넘게 운영하며 공연 기획과 더불어 배우, 연출, 작가로 활동 중이다. 연극이라는 매개를 통해 장애예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과 함께 공연하면서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를 목표로 장애예술인 발굴·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장애 당사자가 문화적 주체자로 성장하는 밑바탕을 마련해 오고 있다.
wheelisculture@gmail.com

장근영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을 나만의 감각으로 느끼는 시민이다. 장애 당사자로서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 시설 접근성 및 공연 배리어프리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시각장애 이야기를 담은 자전 에세이 『어쩌려고 혼자 다녀』(2020)를 출간했고, 2022년 1월 연극 〈비추다: 빛을 내는 대상이 다른 대상에 빛을 보내어 밝게 하다〉를 공동창작하고 출연했다.
zzangkku9902@naver.com

최종철

댄스스포츠, 한국무용, 현대무용을 모두 섭렵한 휠체어 무용가. 주요 작품으로 〈원〉 〈결혼〉 〈공존〉이 있고, 2023년 창작뮤지컬 〈대장장이 척〉 〈버스, 너 뭐니〉에 출연했다. 2018년 제13회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대중예술부문을 수상했다. 또한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안 게임 댄스스포츠 부문 2관왕, 2022년 울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댄스스포츠 부분 금메달(5개), 2022년 장애인 댄스스포츠 마인하텐 컵(독일 프랑크프루트)(5개) 등을 수상했다.
nanchul@naver.com

정리. 프로젝트 궁리 남은정 archive0721@gmail.com, 박희연 teph__y@naver.com
사진.이재범 POV 스튜디오 실장 andy45@naver.com

2023년 11월 (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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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3 12: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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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꼭 방문해보고 싶네요. 이음에서 극장에 방문하고 싶은 이들에게 티켓을 추첨해서 주는 이벤트 같은 건 안하는지요.^^ 언론에도 많이 보도되어 우리 모두에게 이런 환경이 익숙해졌으면 합니다.

2023-11-02 17: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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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앞으로 극장에서 진행될 공연들이 기대되네요 ㅎㅎ얼른 방문해보고 싶습니다.

2023-11-01 11: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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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기사네요 덕분에 부족했던 지식을 알아갑니다

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 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