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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다른 문법, 같은 이해, 함께 누림

배리어프리 경험을 말하다② 수어·문자통역

  • 김지연·방혜숙·안정우 
  • 등록일 2021-03-02
  • 조회수13

이슈

배리어프리 경험을 말하다② 수어·문자통역

다른 문법, 같은 이해, 함께 누림

김지연·방혜숙·안정우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배리어프리 이슈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그리고 최근 늘어난 온라인 상영까지, 단순히 장애인 서비스를 넘어 예술작품 자체를 다양한 감각으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창작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좀 더 나은 배리어프리를 고민할 때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시각·청각장애인 관객 여섯 명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예술 배리어프리에 대한 기대와 개선점 등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공연·전시 등 문화예술 관련 소식을 주로 어디서 접하고, 어떻게 관람하시는지 이야기해주세요.

방혜숙저는 현재 사운드플렉스에서 공연 및 영상에 삽입된 자막을 모니터링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중증 청각장애를 갖고 있고 뮤지컬을 좋아합니다. 평소에 거의 공연예매사이트를 통해 일정을 파악하고 예매하거나, 뮤지컬 마니아인 지인을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접했어요. 그런데 4년 전에 사운드플렉스에서 자막 모니터링 일을 제안받아 시작하면서부터 연극의 매력에 빠져서 지금까지 계속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지연핸드스피크에서 연극, 뮤지컬, 핸디랩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한국농아인협회 사이트에서 배리어프리 공고를 보고 관람하고, 뮤지컬 공연은 직접 공연제작팀에 대본 제공에 대해 문의한 후 예매해요. 배리어프리 공연의 경우 한국농아인협회나 SNS를 통해 정보를 접하고 관람하고 있어요.

안정우저는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많지 않지만 연극에 출연한 경험도 있고요. 중증 청각장애를 갖고 있고 어린 시절부터 구어를 사용해 주변에 농인이 많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보통의 농인과는 달리 수어로 소통하는 것은 약간 서툰 편이에요. 현재는 현대무용과 수어를 융합하는 수어무용연구를 하고 있고, 배리어프리 공연을 관람도 하고 조금씩 작품에 참여도 하기 시작했어요. 공연 활동이나 관람은 주로 혜화동에서 하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연극 관람을 선택하진 않아요. 배리어프리 공연이 아니면 청각장애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선택하기 망설여지죠. 연극을 볼 기회가 생기면 주변의 배우들이나 초대해주신 분에게 배리어프리 여부를 묻기도 하고요. 관람이 예정된 공연에 문자통역,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공연계에는 배리어프리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서 관람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음성언어가 필수적인 공연보다는 몸으로 표현하는 공연, 예를 들면 무용 공연과 같은 분야를 선택해서 관람해요.

그동안 관람하신 공연·전시 중 인상 깊었던 작품(전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배리어프리 측면에서 그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안정우혜화동1번지 7기 동인 2020 가을페스티벌이 ‘맞춤’(2020.10~12.,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이라는 주제로 다섯 작품을 선보였어요. 그 중 〈내가더잘〉(2020.11., 쿵짝프로젝트)과 〈마스크 속 입 모양을 볼 수는 없지만,( )〉(2020.12., 프로젝트그룹 쌍시옷) 두 작품을 봤어요. 이것이 제가 처음으로 배리어프리 공연을 접한 순간이었어요. 장애인의 공연 관람이 가능하도록 미리 설문지를 작성하고 문자통역과 수어통역을 배치하고 장애인 관객의 관람에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자리를 미리 배치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공연은 이전까지와는 전혀 달랐어요. 대화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몰입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처음 알게 된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배리어프리 부분에서 아쉬웠던 기억도 있는데요. 코로나로 인해 직접 관람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극단 애인의 1인 무대〉(2020.12., 영상보기)를 관람하게 되었어요. 극단에서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통역을 제공했는데, 문자통역을 제공했다는 자체가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공연을 보면서 청각장애인에 대한 이해의 부족을 발견했어요. 문자통역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농인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어의 문법은 청인이 사용하는 언어와 문법이 좀 다르거든요.

방혜숙지금까지 봤던 공연 중에 일반 관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남산예술센터에서 제작한 〈묵적지수〉가 기억에 남아요. 배리어프리 자막 모니터단으로 참여했는데 젠더 프리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무대를 객석까지 연출해서 흥미롭게 보았어요. 지금까지 봤던 공연들은 배우들이 객석에 나올 때는 거의 이벤트성이 대부분이었는데 〈묵적지수〉는 배리어프리 제작극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가까이에서 배우들의 호흡을 느낄 수 있었어요. 코로나19로 아쉽게 무산되었지만, 다시 공연한다면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사운드플렉스 덕분에 지난 4년간 좋은 공연에 모니터로 참여할 수 있어서 보람 있었어요. 좋아하는 뮤지컬 공연은 해외 오리지널 공연팀의 내한 공연을 보는데요. 좌석 혹은 무대 좌우 모니터로 자막이 떠요. 한국어 뮤지컬의 경우에는 자막이 없죠.

김지연뮤지컬 〈영웅〉(㈜에이콤 제작)이 기억에 남아요. 학생 때 배운 내용이어서 그나마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기획사 측에서 대본을 제공해 주어서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아쉬웠던 것은 저작권 문제로 대본을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읽을 수 있었어요. 또 관람자가 10명 넘었는데 제공해준 대본은 3~4권이어서 한 권으로 여러 명이 읽다 보니 각자 읽는 속도가 다르니까 누구는 포기하기도 하고. 3시간짜리 공연이다 보니 두꺼운 대본을 몇십 분만에 다 읽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어요.

안정우최근에 본 작품 중에 인상 깊었던 작품은 며칠 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주최한 온라인 라이브 공연 〈브레이크:BREAK〉(2020.1.27., 영상보기) 인데요. 청각장애인 여자배우(이소별)가 수어로 연기를 하면 문자통역이 화면에 나타나고, 다른 배우(청인)가 여자배우 옆에서 음성통역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었어요. 반대로 시각장애인 남자배우(이동우)가 대사하면 수어를 구사하는 배우가 연기자 옆에서 통역하고요. 외국에서 먼저 시도한 방법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특히 팬데믹 시대에 온라인으로 배리어프리 공연을 접할 좋은 기회이기도 했어요. 또 장애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라는 주제가 인상 깊었고, 배리어프리가 주제가 된 공연 자체에 깊이 공감했던 시간이었어요. 배리어프리는 장애인에게 한정된 형식이 아닌 비장애인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어요. 모두가 함께하는 공연,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는 메시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다만 몇몇 부족한 점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온라인 상영으로 주연 배우에 집중하다 보니, 전체적인 무대 상황을 알 수 없었어요. 오프라인 무대 특유의 생동감을 느끼기에 조금은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화면 전환과 조정을 통해서 전체적인 무대의 비중을 높인다면, 온라인 공연에서 오는 단점을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방혜숙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는데, 제주도에 있는 ‘빛의 벙커’라고 들어보셨나요? 국내 최초로 시작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인데 전 세계에서 프랑스, 일본, 한국밖에 없다고 알고 있어요. 최근에는 점점 미디어아트 관련 전시관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빛의 벙커는 전시공간이 굉장히 넓고, 어떠한 설명 없이 오로지 음악에 맞춰 여러 가지 이미지가 돌아다니죠. 심지어 앉아서 봐도, 아기들이 돌아다녀도 뭐라고 하거나 제지하지 않아 편안한 분위기였어요. ‘배리어프리’라는 게 모든 장애에 장벽이 없어야 하잖아요. 시각이나 청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발달장애 혹은 자폐증을 가진 사람이 가도 좋아할 만한 전시였어요. 요즘 미디어아트가 점점 활발해지고 있어서 가까운 미술관 혹은 박물관에 가면 적지 않게 미디어아트로 준비된 전시를 보게 돼요. 아! 한 가지 정보를 드리자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월 1일부터 괘불을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고 하니 멀리 가지 않아도 볼 수 있겠네요. 전시는 배리어프리에서 조금 더 자유로운 것 같아요. 도록 등 책자도 있고 음성해설 기계도 있으니까요.

  • 〈극단 애인의 1인 무대〉

  • 〈브레이크:BREAK〉

코로나19 여파로 공연장이나 전시장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으로 공연 전막을 상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연장에서 관람할 때와 온라인으로 관람할 때 다른 점이 있을까요? 그에 따라 배리어프리의 방식도 달라야 한다면 어떤 점을 좀 더 고려해야 할까요?

방혜숙요즘 코로나19로 비대면 영상 혹은 VR 영상이 많이 늘어났는데요. 온라인으로 관람할 때 카메라가 고정적인 자리에서 줌인, 줌아웃하니까 되게 수동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 온라인 공연이 늘어나게 된다면 카메라를 중앙에 하나, 좌우에 두 개를 놓고 배우의 움직임에 따라 카메라가 돌아가는 방식으로 하면 대사도 풍부해지고 화면해설도 더욱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어서 역동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지연온라인 공연은 녹화 후 송출한 경우 대부분 자막이 제공되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라이브로 송출하는 경우 장애인과 관련 없는 주제의 영상에는 대부분 자막이 없어요. 라이브 마치고 재시청할 수 있도록 제공할 때도 자막이 없는 경우가 많고요. 사실 공연 자막 보는 방법이 더 편한 쪽을 고르라고 하면 온라인이에요. 외국영화 보면서 자막 보듯이 편하게 보면 되니까요. 공연장에서 관람하는 경우 고정된 스크린이나 모니터를 보고 나서 다시 무대 위 배우를 보는 식으로 하니 눈과 머리가 아팠던 적도 있고, 수어통역사가 있는 경우에는 빠뜨린 대사가 많거나 연기가 어색해 극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공연장에서 관람할 때는 개인 핸드폰으로 대사를 송출하는 방식이 제일 좋았어요. 농인 입장에서는 대면, 비대면을 떠나서 청각으로 되어있는 것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었으면 해요.

안정우공연장 관람이든 온라인 관람이든 동등하게 배리어프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온라인에서는 영상이 음성해설 버전, 자막 버전, 수어 버전이 따로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장애의 종류가 모두 결합한 화면은 집중하기 힘들었고, 상당히 산만한 느낌을 받았어요. 산만하거나 난잡한 느낌을 줄이기 위해서 외국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무대 위에서 배우와 수어통역사가 같이 공연을 서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어요. 국내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서 관련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는 추가되는 과정이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장애인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장애인에게는 어렵고 힘든 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누리는 문화생활을 지향하는 것이 온전한 배리어프리 문화의 정착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나은 문화예술 배리어프리 작업이 이뤄지기 위해서 바라는 점이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방혜숙지금까지 배리어프리 공연 영상 자막 모니터링을 하면서 느끼는 점인데 자막 제작 여부나 화면해설자의 역량에 따라 공연의 질이 다르게 느껴졌어요. 어떻게 하면 자막을 잘 제작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해설을 잘할 수 있는지 제작하는 분들이 많이 공부하고 고민해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뮤지컬을 좋아해서 뮤지컬에도 배리어프리가 접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지연가끔 배리어프리 관련 행사에 참여하면 시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아요. 청각장애인이라고 해서 아예 안 들리는 게 아니라서 음성해설 소리가 조금 방해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리고 배리어프리 공연이라고 하면 청각장애인은 꼭 문자통역 화면 때문에 객석 양쪽 끝이나 맨 뒷줄에 앉아야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저희 입장에서 오히려 시각적으로 불편함이 컸어요. 예를 들면 자막과 배우 연기를 동시에 보려고 안면 근육을 사용해야 한다든지, 배우 얼굴이 안 보여 그 대사가 어떤 감정인지 이해하기 어렵기도 해요.

안정우공연 주최와 관련 협동조합(수어통역협동조합, 에이유디사회적협동조합 등), 그리고 극단이 함께 배리어프리를 실천했으면 좋겠어요. 모든 이들이 동등하게 문화생활 및 여가생활을 즐기고 행복을 누리는 환경이 조성될 때, 장애인의 권리가 존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김지연·방혜숙·안정우
정리.프로젝트 궁리

2021. 03월호

이보람 

현재 남호주대학교에서 문화 예술 경영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관객개발, 문화 다양성, 축제 경영에 대해 강의 하고 있다. 장애인 예술 접근성 향상, 장애인 예술가 전문성 개발, 장애 예술 국제 교류 프로그램 유치 및 연구 중이다.
boram.Lee@unisa.edu.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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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화예술계에서 배리어프리 이슈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그리고 최근 늘어난 온라인 상영까지, 단순히 장애인 서비스를 넘어 예술작품 자체를 다양한 감각으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창작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좀 더 나은 배리어프리를 고민할 때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시각·청각장애인 관객 여섯 명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예술 배리어프리에 대한 기대와 개선점 등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공연·전시 등 문화예술 관련 소식을 주로 어디서 접하고, 어떻게 관람하시는지 이야기해주세요.

방혜숙저는 현재 사운드플렉스에서 공연 및 영상에 삽입된 자막을 모니터링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중증 청각장애를 갖고 있고 뮤지컬을 좋아합니다. 평소에 거의 공연예매사이트를 통해 일정을 파악하고 예매하거나, 뮤지컬 마니아인 지인을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접했어요. 그런데 4년 전에 사운드플렉스에서 자막 모니터링 일을 제안받아 시작하면서부터 연극의 매력에 빠져서 지금까지 계속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지연핸드스피크에서 연극, 뮤지컬, 핸디랩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한국농아인협회 사이트에서 배리어프리 공고를 보고 관람하고, 뮤지컬 공연은 직접 공연제작팀에 대본 제공에 대해 문의한 후 예매해요. 배리어프리 공연의 경우 한국농아인협회나 SNS를 통해 정보를 접하고 관람하고 있어요.

안정우저는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많지 않지만 연극에 출연한 경험도 있고요. 중증 청각장애를 갖고 있고 어린 시절부터 구어를 사용해 주변에 농인이 많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보통의 농인과는 달리 수어로 소통하는 것은 약간 서툰 편이에요. 현재는 현대무용과 수어를 융합하는 수어무용연구를 하고 있고, 배리어프리 공연을 관람도 하고 조금씩 작품에 참여도 하기 시작했어요. 공연 활동이나 관람은 주로 혜화동에서 하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연극 관람을 선택하진 않아요. 배리어프리 공연이 아니면 청각장애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선택하기 망설여지죠. 연극을 볼 기회가 생기면 주변의 배우들이나 초대해주신 분에게 배리어프리 여부를 묻기도 하고요. 관람이 예정된 공연에 문자통역,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공연계에는 배리어프리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서 관람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음성언어가 필수적인 공연보다는 몸으로 표현하는 공연, 예를 들면 무용 공연과 같은 분야를 선택해서 관람해요.

그동안 관람하신 공연·전시 중 인상 깊었던 작품(전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배리어프리 측면에서 그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안정우혜화동1번지 7기 동인 2020 가을페스티벌이 ‘맞춤’(2020.10~12.,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이라는 주제로 다섯 작품을 선보였어요. 그 중 〈내가더잘〉(2020.11., 쿵짝프로젝트)과 〈마스크 속 입 모양을 볼 수는 없지만,( )〉(2020.12., 프로젝트그룹 쌍시옷) 두 작품을 봤어요. 이것이 제가 처음으로 배리어프리 공연을 접한 순간이었어요. 장애인의 공연 관람이 가능하도록 미리 설문지를 작성하고 문자통역과 수어통역을 배치하고 장애인 관객의 관람에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자리를 미리 배치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공연은 이전까지와는 전혀 달랐어요. 대화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몰입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처음 알게 된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배리어프리 부분에서 아쉬웠던 기억도 있는데요. 코로나로 인해 직접 관람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극단 애인의 1인 무대〉(2020.12., 영상보기)를 관람하게 되었어요. 극단에서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통역을 제공했는데, 문자통역을 제공했다는 자체가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공연을 보면서 청각장애인에 대한 이해의 부족을 발견했어요. 문자통역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농인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어의 문법은 청인이 사용하는 언어와 문법이 좀 다르거든요.

방혜숙지금까지 봤던 공연 중에 일반 관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남산예술센터에서 제작한 〈묵적지수〉가 기억에 남아요. 배리어프리 자막 모니터단으로 참여했는데 젠더 프리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무대를 객석까지 연출해서 흥미롭게 보았어요. 지금까지 봤던 공연들은 배우들이 객석에 나올 때는 거의 이벤트성이 대부분이었는데 〈묵적지수〉는 배리어프리 제작극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가까이에서 배우들의 호흡을 느낄 수 있었어요. 코로나19로 아쉽게 무산되었지만, 다시 공연한다면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사운드플렉스 덕분에 지난 4년간 좋은 공연에 모니터로 참여할 수 있어서 보람 있었어요. 좋아하는 뮤지컬 공연은 해외 오리지널 공연팀의 내한 공연을 보는데요. 좌석 혹은 무대 좌우 모니터로 자막이 떠요. 한국어 뮤지컬의 경우에는 자막이 없죠.

김지연뮤지컬 〈영웅〉(㈜에이콤 제작)이 기억에 남아요. 학생 때 배운 내용이어서 그나마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기획사 측에서 대본을 제공해 주어서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아쉬웠던 것은 저작권 문제로 대본을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읽을 수 있었어요. 또 관람자가 10명 넘었는데 제공해준 대본은 3~4권이어서 한 권으로 여러 명이 읽다 보니 각자 읽는 속도가 다르니까 누구는 포기하기도 하고. 3시간짜리 공연이다 보니 두꺼운 대본을 몇십 분만에 다 읽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어요.

안정우최근에 본 작품 중에 인상 깊었던 작품은 며칠 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주최한 온라인 라이브 공연 〈브레이크:BREAK〉(2020.1.27., 영상보기) 인데요. 청각장애인 여자배우(이소별)가 수어로 연기를 하면 문자통역이 화면에 나타나고, 다른 배우(청인)가 여자배우 옆에서 음성통역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었어요. 반대로 시각장애인 남자배우(이동우)가 대사하면 수어를 구사하는 배우가 연기자 옆에서 통역하고요. 외국에서 먼저 시도한 방법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특히 팬데믹 시대에 온라인으로 배리어프리 공연을 접할 좋은 기회이기도 했어요. 또 장애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라는 주제가 인상 깊었고, 배리어프리가 주제가 된 공연 자체에 깊이 공감했던 시간이었어요. 배리어프리는 장애인에게 한정된 형식이 아닌 비장애인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어요. 모두가 함께하는 공연,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는 메시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다만 몇몇 부족한 점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온라인 상영으로 주연 배우에 집중하다 보니, 전체적인 무대 상황을 알 수 없었어요. 오프라인 무대 특유의 생동감을 느끼기에 조금은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화면 전환과 조정을 통해서 전체적인 무대의 비중을 높인다면, 온라인 공연에서 오는 단점을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방혜숙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는데, 제주도에 있는 ‘빛의 벙커’라고 들어보셨나요? 국내 최초로 시작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인데 전 세계에서 프랑스, 일본, 한국밖에 없다고 알고 있어요. 최근에는 점점 미디어아트 관련 전시관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빛의 벙커는 전시공간이 굉장히 넓고, 어떠한 설명 없이 오로지 음악에 맞춰 여러 가지 이미지가 돌아다니죠. 심지어 앉아서 봐도, 아기들이 돌아다녀도 뭐라고 하거나 제지하지 않아 편안한 분위기였어요. ‘배리어프리’라는 게 모든 장애에 장벽이 없어야 하잖아요. 시각이나 청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발달장애 혹은 자폐증을 가진 사람이 가도 좋아할 만한 전시였어요. 요즘 미디어아트가 점점 활발해지고 있어서 가까운 미술관 혹은 박물관에 가면 적지 않게 미디어아트로 준비된 전시를 보게 돼요. 아! 한 가지 정보를 드리자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월 1일부터 괘불을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고 하니 멀리 가지 않아도 볼 수 있겠네요. 전시는 배리어프리에서 조금 더 자유로운 것 같아요. 도록 등 책자도 있고 음성해설 기계도 있으니까요.

  • 〈극단 애인의 1인 무대〉

  • 〈브레이크:BREAK〉

코로나19 여파로 공연장이나 전시장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으로 공연 전막을 상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연장에서 관람할 때와 온라인으로 관람할 때 다른 점이 있을까요? 그에 따라 배리어프리의 방식도 달라야 한다면 어떤 점을 좀 더 고려해야 할까요?

방혜숙요즘 코로나19로 비대면 영상 혹은 VR 영상이 많이 늘어났는데요. 온라인으로 관람할 때 카메라가 고정적인 자리에서 줌인, 줌아웃하니까 되게 수동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 온라인 공연이 늘어나게 된다면 카메라를 중앙에 하나, 좌우에 두 개를 놓고 배우의 움직임에 따라 카메라가 돌아가는 방식으로 하면 대사도 풍부해지고 화면해설도 더욱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어서 역동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지연온라인 공연은 녹화 후 송출한 경우 대부분 자막이 제공되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라이브로 송출하는 경우 장애인과 관련 없는 주제의 영상에는 대부분 자막이 없어요. 라이브 마치고 재시청할 수 있도록 제공할 때도 자막이 없는 경우가 많고요. 사실 공연 자막 보는 방법이 더 편한 쪽을 고르라고 하면 온라인이에요. 외국영화 보면서 자막 보듯이 편하게 보면 되니까요. 공연장에서 관람하는 경우 고정된 스크린이나 모니터를 보고 나서 다시 무대 위 배우를 보는 식으로 하니 눈과 머리가 아팠던 적도 있고, 수어통역사가 있는 경우에는 빠뜨린 대사가 많거나 연기가 어색해 극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공연장에서 관람할 때는 개인 핸드폰으로 대사를 송출하는 방식이 제일 좋았어요. 농인 입장에서는 대면, 비대면을 떠나서 청각으로 되어있는 것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었으면 해요.

안정우공연장 관람이든 온라인 관람이든 동등하게 배리어프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온라인에서는 영상이 음성해설 버전, 자막 버전, 수어 버전이 따로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장애의 종류가 모두 결합한 화면은 집중하기 힘들었고, 상당히 산만한 느낌을 받았어요. 산만하거나 난잡한 느낌을 줄이기 위해서 외국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무대 위에서 배우와 수어통역사가 같이 공연을 서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어요. 국내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서 관련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는 추가되는 과정이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장애인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장애인에게는 어렵고 힘든 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누리는 문화생활을 지향하는 것이 온전한 배리어프리 문화의 정착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나은 문화예술 배리어프리 작업이 이뤄지기 위해서 바라는 점이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방혜숙지금까지 배리어프리 공연 영상 자막 모니터링을 하면서 느끼는 점인데 자막 제작 여부나 화면해설자의 역량에 따라 공연의 질이 다르게 느껴졌어요. 어떻게 하면 자막을 잘 제작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해설을 잘할 수 있는지 제작하는 분들이 많이 공부하고 고민해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뮤지컬을 좋아해서 뮤지컬에도 배리어프리가 접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지연가끔 배리어프리 관련 행사에 참여하면 시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아요. 청각장애인이라고 해서 아예 안 들리는 게 아니라서 음성해설 소리가 조금 방해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리고 배리어프리 공연이라고 하면 청각장애인은 꼭 문자통역 화면 때문에 객석 양쪽 끝이나 맨 뒷줄에 앉아야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저희 입장에서 오히려 시각적으로 불편함이 컸어요. 예를 들면 자막과 배우 연기를 동시에 보려고 안면 근육을 사용해야 한다든지, 배우 얼굴이 안 보여 그 대사가 어떤 감정인지 이해하기 어렵기도 해요.

안정우공연 주최와 관련 협동조합(수어통역협동조합, 에이유디사회적협동조합 등), 그리고 극단이 함께 배리어프리를 실천했으면 좋겠어요. 모든 이들이 동등하게 문화생활 및 여가생활을 즐기고 행복을 누리는 환경이 조성될 때, 장애인의 권리가 존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김지연·방혜숙·안정우
정리.프로젝트 궁리

2021.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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