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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으로 읽는 문학①

이음광장 삼룡과 아다다가 죽었다

  • 차희정 문학평론가
  • 등록일 2022-06-15
  • 조회수138

이음광장

장애학으로 읽는 문학①

삼룡과 아다다가 죽었다

차희정 문학평론가

1925년 7월 잡지 [黎明](여명)에 게재된 나도향의 「벙어리 三龍이」(벙어리 삼룡이)와 1935년 5월 [朝鮮文壇](조선문단)에 발표된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는 억압적 현실과 대결하는 소외된 타자의 비극적 결말이 인상적인 소설이다. 두 소설은 10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발표되었지만, 문학사는 ‘강제와 불안의 근대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두 소설의 발표 시기 간 차이가 큼에도 일제강점기라는 근대 조선의 특별한 상황이 그러한 평가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일 것이다. 두 소설의 주인공 ‘삼룡’과 ‘아다다’의 장애는 근대의 문제와 그 정서를 함축한 상징체로써 주인공의 죽음의 원인이다. 그들의 장애는 불완전한 근대의 왜곡된 의식을 드러내며 약자, 소수자의 주체 회복 열망과 의지의 좌절, 그로 인한 순수의 소멸 등을 재현한다.

타자의 성장과 죽음

삼룡과 아다다는 청각장애인, 농인이다. 소설에서 이들은 ‘벙어리’로 호칭되며 업신여김과 동정의 대상이다. 특히 아다다의 경우 여성이고 농인인 동시에 지적장애인이기도 해서 근대 주체였던 남성, 다수자의 시선에서 절대적으로 소외된 인물이며 타자이다. 두 소설은 각각 삼룡과 아다다를 타자화하고 배제하며 차별하는 등의 사건 전개를 통해서 근대의 왜곡된 다수자 의식을 고발하는 동시에, 욕망의 주체로 탄생한 개인(「벙어리 삼룡이」)과 잃어버린 순수(「백치 아다다」)에 주목한다.

벙어리 삼룡은 “불밤송이 머리에 키와 목이 짧고, 얽은 얼굴에 커다란 입을 가진 하인”으로 동네 사람들이 “앵모”(‘벙어리’의 은어)라고 불러도 노여워하지 않으며 우직하고 슬기롭게 ‘주인을 위해서’ 일한다. 그러나 삼룡은 자신의 아내와 사통했다며 매질한 주인 아들에 의해 쫓겨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 속에서 주인 아들의 부인인 ‘아씨’를 구해 나오다 탈진하고 결국 그녀의 무릎을 베고 죽는다.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한 아씨를 연모하게 되면서 주체성을 구성해가던 삼룡의 죽음은 ‘정상성’에 갇힌 근대 의식을 고발한다. 방화범으로 의심되는 삼룡은 이전의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무너트리며 근대의 주체적 인식을 실현한 것이다.

「백치 아다다」의 주인공 아다다도 부모와 남편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한 인물이다. 판단력이 부족하고 영민한 상황 인식이 어렵지만, 그녀는 자신을 통제하고 차별하는 비장애인에게 예속되거나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지참금 때문에 자신과 결혼한 첫 남편이 재산 축적 이후 새 아내를 얻고, 자신을 돌려보낸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도 분노하지 않았고, 이후 스스로 ‘수룡’을 선택하고 야반도주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수룡도 돈에 집착하자 그가 잠든 사이 돈다발을 바다에 던져 버린다. 그리고 뒤늦게 쫓아온 남편 수룡에게 걷어차여 물에 빠져 죽는다.

부족함을 채워주는 공동체의 미래

삼룡과 아다다는 일본 제국주의 횡포에 배태된 황금만능주의적 사고와 인간 소외 등의 문제를 의식하고 그 해법을 제안한다. 프랑스 철학자 장 뤽 낭시는 자신을 절대적이고 최고라고 생각하는 ‘존재의 절대적 내재성’을 비판하며, 서로가 도움을 외면하지 않고 필요를 채워줄 때 공동체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인간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스스로 유한한 존재임을 자각할 때 편위 즉, 클리나멘(clinamen)이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물리학 용어인 클리나멘은 관성적 운동에서 벗어나려는 힘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중력을 이기고 벗어나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힘이다. 즉 ‘늘 그래왔던’ 일련의 사고와 행위를 거스를 수 있는 힘인 것이다. 삼룡과 아다다의 행위와 죽음 또한 이를 통해 의미를 알 수 있다.

삼룡과 아다다의 존재적 의의와 죽음은 다수자 중심의 근대 사회와 그 의식으로부터 탈주하려는 힘, 클리나멘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본인의 약함을 알고 공동체 속에서 이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들이 죽음을 맞게 되면서 다수자 중심의 왜곡된 근대 의식은 더욱 단단해졌다. 삼룡과 아다다는 죽음을 통해 근대의 문제 인식과 더불어 소통하지 않는 공동체에 경고등을 켠 것이다. 스스로 절대적이고 완전하다는 내재성을 ‘경계’하여 서로를 채워주는 공동체를 구성하려는 것만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힘일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 『黎明』(1925.7 창간호)에 수록된 「벙어리 三龍이」 판본
    이미지 출처. 박태일, 「1925년 대구 지역매체 『여명』 창간호」, 『근대서지』 2011 제3호, 근대서지학회
  • 1964년 제작된 「벙어리 三龍」 영화 포스터. 영화로 제작된 <백치 아다다>와 <벙어리 삼룡이>는 비교적 원작에 충실했으나 장애인의 주체적 사고 등의 문제의식보다는 남녀 간의 욕망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바로가기(링크)
차희정

차희정

현대 소설 연구자로 장애인문학을 연구하고, 문예지에 장애인문학 비평을 게재하고 있다. 대구대학교 대학원에서 장애인 예술을, 경희대, 경찰대, 아주대 등에서 글쓰기와 문화예술비평을 강의하고 있다.
whywhat33@naver.com

차희정

차희정 

현대 소설 연구자로 장애인문학을 연구하고, 문예지에 장애인문학 비평을 게재하고 있다. 대구대학교 대학원에서 장애인 예술을, 경희대, 경찰대, 아주대 등에서 글쓰기와 문화예술비평을 강의하고 있다.
whywhat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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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광장

장애학으로 읽는 문학①

삼룡과 아다다가 죽었다

차희정 문학평론가

1925년 7월 잡지 [黎明](여명)에 게재된 나도향의 「벙어리 三龍이」(벙어리 삼룡이)와 1935년 5월 [朝鮮文壇](조선문단)에 발표된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는 억압적 현실과 대결하는 소외된 타자의 비극적 결말이 인상적인 소설이다. 두 소설은 10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발표되었지만, 문학사는 ‘강제와 불안의 근대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두 소설의 발표 시기 간 차이가 큼에도 일제강점기라는 근대 조선의 특별한 상황이 그러한 평가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일 것이다. 두 소설의 주인공 ‘삼룡’과 ‘아다다’의 장애는 근대의 문제와 그 정서를 함축한 상징체로써 주인공의 죽음의 원인이다. 그들의 장애는 불완전한 근대의 왜곡된 의식을 드러내며 약자, 소수자의 주체 회복 열망과 의지의 좌절, 그로 인한 순수의 소멸 등을 재현한다.

타자의 성장과 죽음

삼룡과 아다다는 청각장애인, 농인이다. 소설에서 이들은 ‘벙어리’로 호칭되며 업신여김과 동정의 대상이다. 특히 아다다의 경우 여성이고 농인인 동시에 지적장애인이기도 해서 근대 주체였던 남성, 다수자의 시선에서 절대적으로 소외된 인물이며 타자이다. 두 소설은 각각 삼룡과 아다다를 타자화하고 배제하며 차별하는 등의 사건 전개를 통해서 근대의 왜곡된 다수자 의식을 고발하는 동시에, 욕망의 주체로 탄생한 개인(「벙어리 삼룡이」)과 잃어버린 순수(「백치 아다다」)에 주목한다.

벙어리 삼룡은 “불밤송이 머리에 키와 목이 짧고, 얽은 얼굴에 커다란 입을 가진 하인”으로 동네 사람들이 “앵모”(‘벙어리’의 은어)라고 불러도 노여워하지 않으며 우직하고 슬기롭게 ‘주인을 위해서’ 일한다. 그러나 삼룡은 자신의 아내와 사통했다며 매질한 주인 아들에 의해 쫓겨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 속에서 주인 아들의 부인인 ‘아씨’를 구해 나오다 탈진하고 결국 그녀의 무릎을 베고 죽는다.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한 아씨를 연모하게 되면서 주체성을 구성해가던 삼룡의 죽음은 ‘정상성’에 갇힌 근대 의식을 고발한다. 방화범으로 의심되는 삼룡은 이전의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무너트리며 근대의 주체적 인식을 실현한 것이다.

「백치 아다다」의 주인공 아다다도 부모와 남편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한 인물이다. 판단력이 부족하고 영민한 상황 인식이 어렵지만, 그녀는 자신을 통제하고 차별하는 비장애인에게 예속되거나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지참금 때문에 자신과 결혼한 첫 남편이 재산 축적 이후 새 아내를 얻고, 자신을 돌려보낸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도 분노하지 않았고, 이후 스스로 ‘수룡’을 선택하고 야반도주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수룡도 돈에 집착하자 그가 잠든 사이 돈다발을 바다에 던져 버린다. 그리고 뒤늦게 쫓아온 남편 수룡에게 걷어차여 물에 빠져 죽는다.

부족함을 채워주는 공동체의 미래

삼룡과 아다다는 일본 제국주의 횡포에 배태된 황금만능주의적 사고와 인간 소외 등의 문제를 의식하고 그 해법을 제안한다. 프랑스 철학자 장 뤽 낭시는 자신을 절대적이고 최고라고 생각하는 ‘존재의 절대적 내재성’을 비판하며, 서로가 도움을 외면하지 않고 필요를 채워줄 때 공동체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인간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스스로 유한한 존재임을 자각할 때 편위 즉, 클리나멘(clinamen)이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물리학 용어인 클리나멘은 관성적 운동에서 벗어나려는 힘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중력을 이기고 벗어나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힘이다. 즉 ‘늘 그래왔던’ 일련의 사고와 행위를 거스를 수 있는 힘인 것이다. 삼룡과 아다다의 행위와 죽음 또한 이를 통해 의미를 알 수 있다.

삼룡과 아다다의 존재적 의의와 죽음은 다수자 중심의 근대 사회와 그 의식으로부터 탈주하려는 힘, 클리나멘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본인의 약함을 알고 공동체 속에서 이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들이 죽음을 맞게 되면서 다수자 중심의 왜곡된 근대 의식은 더욱 단단해졌다. 삼룡과 아다다는 죽음을 통해 근대의 문제 인식과 더불어 소통하지 않는 공동체에 경고등을 켠 것이다. 스스로 절대적이고 완전하다는 내재성을 ‘경계’하여 서로를 채워주는 공동체를 구성하려는 것만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힘일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 『黎明』(1925.7 창간호)에 수록된 「벙어리 三龍이」 판본
    이미지 출처. 박태일, 「1925년 대구 지역매체 『여명』 창간호」, 『근대서지』 2011 제3호, 근대서지학회
  • 1964년 제작된 「벙어리 三龍」 영화 포스터. 영화로 제작된 <백치 아다다>와 <벙어리 삼룡이>는 비교적 원작에 충실했으나 장애인의 주체적 사고 등의 문제의식보다는 남녀 간의 욕망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바로가기(링크)
차희정

차희정

현대 소설 연구자로 장애인문학을 연구하고, 문예지에 장애인문학 비평을 게재하고 있다. 대구대학교 대학원에서 장애인 예술을, 경희대, 경찰대, 아주대 등에서 글쓰기와 문화예술비평을 강의하고 있다.
whywhat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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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5 19: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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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학창시절 때 추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근대의 소설속의 삼룡이와 아다다는 오늘날 현대 우리 사회의 불통에 대해 크나큰 교훈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아름다운 사회 공동체가 되길 바라며 저부터 먼저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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