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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set프로젝트의 <관람모드>

이음광장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 신재 
  • 등록일 2020-02-08
  • 조회수479

2019년 0set프로젝트는 <관람모드>를 탐구했다. 2017-2018년에 던진 “극장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이어진 질문인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답하려는 시도였다. 이번 글에서는 <관람모드>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의 문제의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의 문제의식(혹은 기대한 결과)이 과정을 거치면서 일부 달라졌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과정과 결과를 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작점을 공유해야 할 것 같아서.

프로젝트 배경 1 : 보여짐과 보여줌

일상에서 특정한 시선으로 목격당하는 경험은 대체로 불쾌하고 불편하다. 나의 몸과 움직임을 멋대로 규정(불쌍)하고 따라서 나를 어떤(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낯선’ 몸-움직임의 장애인은 특히 그런 시선을 빈번하게 경험한다. 어디를 가든 그런 시선에 둘러싸여 있다고 느껴지면 일상의 사소한 행동 하나도 자신의 속도와 방식대로 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그 시선에 대응하는, 즉 숨거나 연기하거나 무시하거나 저항하는 등의 행동을 취하게 된다. 2017-18년에 만나서 함께 공연을 하거나 이야기를 나눈 장애인 창작자들도 일상에서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보이고 있는지 인지하고 있었고 그에 따른 대응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 대응이 자신의 특성, 편의, 의도 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일상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자신의 상태에 관한 오해 또는 무례한 참견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대응(자세, 연기, 시선, 말 등)은 필수적인 것이었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아온 사람들일수록 보여짐과 보여줌의 차이를 명료하게 인식한다. 일상에서의 보여짐이 장애인에 관한 일방적인 곡해(연민과 동정)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무대 위에서의 보여줌은 보는 입장과 보여주는 입장이 무대라는 형식을 통해 새롭게 설정된다. 보여주기 위해 배우(제작진)들은 보여줄 이야기를 선택하고 그것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최소 한 달 이상의 연습 과정을 거친 후 무대 위에서 다양한 리허설을 반복하면서 한 편의 공연을 완성한다. 보기 위해 관객들은 보고 싶은 공연 정보를 찾고 예매를 한 후 공연장을 찾아가서 객석 앉아 공연을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무대 위 배우들을 바라보는 수고로운 노력을 한다. 배우의 보여줌과 관객의 바라봄은 그런 방식으로 서로를 향한 이해와 소통의 노력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무대에 선 장애인의 보여줌은 일상에서 장애인의 보여짐을 전복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나아가 무대가 장애인에 관한 오해의 시선을 변화시키는 시공간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 일상의 시선과 무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명확하게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공연을 통한 경험 또는 생각의 변화가 일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상황도 벌어진다. 일상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연민의 시선이 무대 위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여전히 장애인이 무대에 등장만 해도 (공연의 내용과 상관없이)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이 이를 방증한다. 그래서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장애인의 보여줌, 즉 장애인 창작자의 공연이 활성화되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일상으로까지 이어지는 일은 단지 장애인들이 자신을 많이 혹은 잘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현실화될 수 없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시선에 대한 고찰, 교육, 변화 없이, 즉 보여짐(혹은 바라봄)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프로젝트 배경2 : 관람모드는 어떻게 설정되는가

2018년 장애인 창작자들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한 배우가 ‘관람모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관객이 편안하게 극에 관람(몰입)하게 되는 순간을 관람모드로 들어간다고 표현했다. 그는 장애인 배우들이 등장하는 공연을 보면서 쉽사리 관람모드로 들어갈 수 없었던 관객들이 여러 해 공연을 보면서 어느 순간 편안하게 관람모드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당황스러우면서도 편안하기도 한 애매모호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배우로 무대에 서는 것이 여전히 낯선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무대에 선 장애인을 본 적이 거의 없는 관객들은 무대에 서 있는 저 장애인 배우가 ‘진짜’ 장애인이 맞는 건지, 저 사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어쩔 줄 몰라 하곤 한다. 어두운 객석에 앉은 관객들은 공연이 시작되어도 곧바로 편안하게 관람모드로 진입할 수 없다. 비장애인만 등장하는 무대였다면 쉽게 인식하지 못했을 보는 방식(mode)에 관한 질문이 장애인이 등장하는 공연에서는 자주 등장한다. “공연은 어떻게 봐야 할지를 모르겠다” 혹은 “장애인이 등장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평가가 불가능하다고 느낀다”와 같은.

H의 경험에 따르면 관객들은 수년 동안의 관람을 통해서 비로소 관람모드를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궁금해졌다. 장애인 창작자들의 공연을 편안하게 관람모드로 바라볼 수 있기까지 관객들은 어떤 생각과 시선의 변화를 경험하는 것일까. 관객이 공연을 편안하게 관람하기 위한 관람모드란 무엇일까. 관객이 공연으로부터 기대하는 관람모드란 무엇일까. 그리고 관객들은 무엇을 관람, 보기를 원해서 극장을 찾는 것일까.

1. 관객들의 관람모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설정되는 것일까
2. 관객들이 관람모드에 ‘잘’ 진입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은 무엇인가
3. 관객들의 관람모드 진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무엇인가
4. 관객들은 무엇을 관람하기를 원하는가
5. 관객들의 관람과 일상에서의 바라봄의 차이-공통점은 무엇인가
6. 관람모드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관람모드> 프로젝트는 위 질문들을 중심으로 2019년 약 1년 동안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주목하고자 했고, 장애인 창작자가 등장하거나 장애 주제/소재의 공연을 관람하면서 자신의 관람모드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프로젝트는 크게 두 가지 기대를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하나는 관객의 관람모드 자기 관찰을 통해 비장애인 중심의 시선에 관한 구체적인 기록을 남기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공연(관람)이 그 시선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해보는 것이었다. 1년이 지난, <관람모드-보는방식>이라는 공연까지 마친 이후인 지금, 결론부터 말하자면 <관람모드> 프로젝트는 시작할 때의 기대와는 다른 기록과 답을 해야 했다. 그것은 추상적인 질문이 구체적인 현실을 만났기 때문이기도 했고, 공연의 한계와 가치를 실감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구체적인 현실과 실감은 다음 글에서 공유하고자 한다.

신재

신재 

하고 싶은 이야기, 들어야할 말을 품고 있는 사람들과 공동 창작 작업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프로젝트 형식으로 조사, 워크숍, 공연 제작 등을 하는 ‘0set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footlooseyou@gmail.com

신재

신재 

하고 싶은 이야기, 들어야할 말을 품고 있는 사람들과 공동 창작 작업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프로젝트 형식으로 조사, 워크숍, 공연 제작 등을 하는 ‘0set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footlooseyou@gmail.com

상세내용

2019년 0set프로젝트는 <관람모드>를 탐구했다. 2017-2018년에 던진 “극장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이어진 질문인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답하려는 시도였다. 이번 글에서는 <관람모드>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의 문제의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의 문제의식(혹은 기대한 결과)이 과정을 거치면서 일부 달라졌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과정과 결과를 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작점을 공유해야 할 것 같아서.

프로젝트 배경 1 : 보여짐과 보여줌

일상에서 특정한 시선으로 목격당하는 경험은 대체로 불쾌하고 불편하다. 나의 몸과 움직임을 멋대로 규정(불쌍)하고 따라서 나를 어떤(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낯선’ 몸-움직임의 장애인은 특히 그런 시선을 빈번하게 경험한다. 어디를 가든 그런 시선에 둘러싸여 있다고 느껴지면 일상의 사소한 행동 하나도 자신의 속도와 방식대로 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그 시선에 대응하는, 즉 숨거나 연기하거나 무시하거나 저항하는 등의 행동을 취하게 된다. 2017-18년에 만나서 함께 공연을 하거나 이야기를 나눈 장애인 창작자들도 일상에서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보이고 있는지 인지하고 있었고 그에 따른 대응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 대응이 자신의 특성, 편의, 의도 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일상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자신의 상태에 관한 오해 또는 무례한 참견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대응(자세, 연기, 시선, 말 등)은 필수적인 것이었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아온 사람들일수록 보여짐과 보여줌의 차이를 명료하게 인식한다. 일상에서의 보여짐이 장애인에 관한 일방적인 곡해(연민과 동정)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무대 위에서의 보여줌은 보는 입장과 보여주는 입장이 무대라는 형식을 통해 새롭게 설정된다. 보여주기 위해 배우(제작진)들은 보여줄 이야기를 선택하고 그것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최소 한 달 이상의 연습 과정을 거친 후 무대 위에서 다양한 리허설을 반복하면서 한 편의 공연을 완성한다. 보기 위해 관객들은 보고 싶은 공연 정보를 찾고 예매를 한 후 공연장을 찾아가서 객석 앉아 공연을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무대 위 배우들을 바라보는 수고로운 노력을 한다. 배우의 보여줌과 관객의 바라봄은 그런 방식으로 서로를 향한 이해와 소통의 노력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무대에 선 장애인의 보여줌은 일상에서 장애인의 보여짐을 전복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나아가 무대가 장애인에 관한 오해의 시선을 변화시키는 시공간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 일상의 시선과 무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명확하게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공연을 통한 경험 또는 생각의 변화가 일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상황도 벌어진다. 일상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연민의 시선이 무대 위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여전히 장애인이 무대에 등장만 해도 (공연의 내용과 상관없이)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이 이를 방증한다. 그래서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장애인의 보여줌, 즉 장애인 창작자의 공연이 활성화되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일상으로까지 이어지는 일은 단지 장애인들이 자신을 많이 혹은 잘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현실화될 수 없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시선에 대한 고찰, 교육, 변화 없이, 즉 보여짐(혹은 바라봄)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프로젝트 배경2 : 관람모드는 어떻게 설정되는가

2018년 장애인 창작자들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한 배우가 ‘관람모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관객이 편안하게 극에 관람(몰입)하게 되는 순간을 관람모드로 들어간다고 표현했다. 그는 장애인 배우들이 등장하는 공연을 보면서 쉽사리 관람모드로 들어갈 수 없었던 관객들이 여러 해 공연을 보면서 어느 순간 편안하게 관람모드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당황스러우면서도 편안하기도 한 애매모호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배우로 무대에 서는 것이 여전히 낯선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무대에 선 장애인을 본 적이 거의 없는 관객들은 무대에 서 있는 저 장애인 배우가 ‘진짜’ 장애인이 맞는 건지, 저 사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어쩔 줄 몰라 하곤 한다. 어두운 객석에 앉은 관객들은 공연이 시작되어도 곧바로 편안하게 관람모드로 진입할 수 없다. 비장애인만 등장하는 무대였다면 쉽게 인식하지 못했을 보는 방식(mode)에 관한 질문이 장애인이 등장하는 공연에서는 자주 등장한다. “공연은 어떻게 봐야 할지를 모르겠다” 혹은 “장애인이 등장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평가가 불가능하다고 느낀다”와 같은.

H의 경험에 따르면 관객들은 수년 동안의 관람을 통해서 비로소 관람모드를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궁금해졌다. 장애인 창작자들의 공연을 편안하게 관람모드로 바라볼 수 있기까지 관객들은 어떤 생각과 시선의 변화를 경험하는 것일까. 관객이 공연을 편안하게 관람하기 위한 관람모드란 무엇일까. 관객이 공연으로부터 기대하는 관람모드란 무엇일까. 그리고 관객들은 무엇을 관람, 보기를 원해서 극장을 찾는 것일까.

1. 관객들의 관람모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설정되는 것일까
2. 관객들이 관람모드에 ‘잘’ 진입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은 무엇인가
3. 관객들의 관람모드 진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무엇인가
4. 관객들은 무엇을 관람하기를 원하는가
5. 관객들의 관람과 일상에서의 바라봄의 차이-공통점은 무엇인가
6. 관람모드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관람모드> 프로젝트는 위 질문들을 중심으로 2019년 약 1년 동안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주목하고자 했고, 장애인 창작자가 등장하거나 장애 주제/소재의 공연을 관람하면서 자신의 관람모드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프로젝트는 크게 두 가지 기대를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하나는 관객의 관람모드 자기 관찰을 통해 비장애인 중심의 시선에 관한 구체적인 기록을 남기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공연(관람)이 그 시선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해보는 것이었다. 1년이 지난, <관람모드-보는방식>이라는 공연까지 마친 이후인 지금, 결론부터 말하자면 <관람모드> 프로젝트는 시작할 때의 기대와는 다른 기록과 답을 해야 했다. 그것은 추상적인 질문이 구체적인 현실을 만났기 때문이기도 했고, 공연의 한계와 가치를 실감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구체적인 현실과 실감은 다음 글에서 공유하고자 한다.

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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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이야기, 들어야할 말을 품고 있는 사람들과 공동 창작 작업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프로젝트 형식으로 조사, 워크숍, 공연 제작 등을 하는 ‘0set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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