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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set프로젝트 <관람모드>

이음광장 관람모드 :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까

  • 신재 
  • 등록일 2020-10-07
  • 조회수914

2019년 <관람모드> 프로젝트는 종료되었다. 그동안 참여자들은 장애인 창작자가 등장하거나 장애를 주제 또는 소재로 다루는 공연을 관람하고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관람모드를 관찰-기록했고, 프로젝트의 공간적 거점이었던 삼일로창고극장을 접근성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점검한 후 리모델링 제안 사항을 정리했다. 그리고 프로젝트 과정의 소결인 <관람모드-보는방식> 공연을 통해 소수의 관객과 낯설게 만났다. 그렇게 한 해 동안 진행된 <관람모드>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시점에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을 때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기대를 품게 되었다.

2019년 2월에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모여서 가장 처음 한 일은 서로의 ‘관람모드’ 공유였다. 각자의 공연 관람 태도, 습관, 정서, 감정 등과 공연 관람 시 몰입이 깨지는 순간들, 선호하는 공연의 특성을 꺼내놓으면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것을 기반으로 장애를 주제로 다루거나, 장애인 창작자가 등장하는 공연 관람 시 각자의 관람모드를 보다 구체적으로 관찰하기 위한 공통 질문지를 작성했다.

0set프로젝트 - ‘관람모드’ 공유를 위한 공통질문지

공통 질문지는 각자의 공연 보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는 동시에 서로의 자기기록을 비교해보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질문지의 내용은 1. 공연을 보기 전 2. 공연을 보면서 3. 공연을 보고 난 후, 이 세 가지로 구분된다. 1. 공연을 보기 전은 공연을 본 날의 컨디션, 공연장 가는 길, 공연을 보기 전에 가졌던 기대 등의 내용을 작성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2. 공연을 보면서는 공연의 주제 및 의도에 대한 개별 생각과 공연을 바라보는 자신의 특징을 서술할 수 있도록 작성되었다. 마지막으로 3. 공연을 보고 난 후는 공연 직후의 생각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되는 생각을 살펴볼 수 있는 질문들로 채워졌다. 참여자들은 약 20여 편의 공연, 3권의 책, 2편의 웹툰, 2편의 영화를 관람했고 이 질문지를 기반으로 각자 관찰하고 기록한 자신의 관람모드를 공유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각자가 어떤 태도로 공연을 관람하고 있으며, 어떤 공연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관람모드를 관찰하면서 자신의 취향이 어떤 경험과 지식·정보·이해를 기반으로 형성되어 왔는지도 짐작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관람모드를 관찰하는 것은 자신의 취향을 확인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될 수 없었다. 관람모드 자기기록은 자신의 현재 상태, 생각, 감각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시도밖에 될 수 없었다.

‘시도밖에 될 수 없었다’니, 자기기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나는 종종 공연은 공연일 뿐, 공연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기대는 헛된 생각일 뿐만 아니라 공연의 가치를 부풀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공연에 어떤 기대를 품고 있는 나를 들킨 것 같았다. 공연이, 공연을 관람하는 일이, 그리고 공연을 만드는 일이 누군가에게 어떤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 혹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 같은 마음이었다.

처음 <관람모드> 프로젝트를 기획했을 때 ‘비장애인 중심의 시선에 관한 어떤 성찰’이 일어나기를 기대했고, 그것이 프로젝트 기간 동안 자신의 관람모드를 지속적으로 관찰함으로써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성찰은 공연이 줄 수 있는 것도 공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삶 속에서의 경험이 그러하듯이, 성찰 역시 자기 삶의 맥락 안에서 일어난다. 어떤 성찰이 어떤 공연을 보는 누군가에게 일어났다 하더라도, 그것은 공연이 해낸 것이 아니라 그 공연을 바라보는 그 사람의 삶 속에서 일어난 것이다.

나는 화들짝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한 해 동안 해온 <관람모드> 프로젝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고작 ‘시도가 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의 현재 상태, 생각, 감각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일의 가치가 무엇이며 그것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었다.

관람모드 자기기록은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자기 삶의 맥락이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그것이 나로 하여금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게 하고 느끼게 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스스로에게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계속 물어보는 일이기도 했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나의 현재 또는 한계를 따져 묻는 질문을 던질 수 있었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그 시간을 어떻게 연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나의 현재 또는 한계를 인식하거나 느껴야만 그 한계의 주변이나 너머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나에게 관람모드를 관찰하는 일은 그다음이 궁금해질 만큼 현재 나 자신의 관점과 입장을 충분히 들여다보는 일, 내가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지를 기대하는 일이었다.

어떤 성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 감각 그리고 지금 하는 일에 대한 관찰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일정 기간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고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불현듯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그러니 관람모드 자기기록은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이제 그만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게 되었다. 공연을 보는 것, 워크숍을 하는 것, 공연을 만드는 것. 이 모든 행위에 수반되는 자기관찰은 어떤 결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현재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이 되어가고 있다. 2020년 <관람모드-만나는 방식>을 준비하는 지금, 나는 조금 다른 기대를 한다. 나와 이 사회의 관람모드를 관찰하는 것, 나의 한계 너머를 궁금해하는 것, 서로를 보고 만나고 이해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것, 계속될 이 준비 과정 속에서 더 다양한 사람과 방식 그리고 질문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신재

신재 

하고 싶은 이야기, 들어야할 말을 품고 있는 사람들과 공동 창작 작업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프로젝트 형식으로 조사, 워크숍, 공연 제작 등을 하는 ‘0set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footlooseyou@gmail.com

신재

신재 

하고 싶은 이야기, 들어야할 말을 품고 있는 사람들과 공동 창작 작업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프로젝트 형식으로 조사, 워크숍, 공연 제작 등을 하는 ‘0set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footlooseyou@gmail.com

상세내용

2019년 <관람모드> 프로젝트는 종료되었다. 그동안 참여자들은 장애인 창작자가 등장하거나 장애를 주제 또는 소재로 다루는 공연을 관람하고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관람모드를 관찰-기록했고, 프로젝트의 공간적 거점이었던 삼일로창고극장을 접근성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점검한 후 리모델링 제안 사항을 정리했다. 그리고 프로젝트 과정의 소결인 <관람모드-보는방식> 공연을 통해 소수의 관객과 낯설게 만났다. 그렇게 한 해 동안 진행된 <관람모드>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시점에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을 때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기대를 품게 되었다.

2019년 2월에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모여서 가장 처음 한 일은 서로의 ‘관람모드’ 공유였다. 각자의 공연 관람 태도, 습관, 정서, 감정 등과 공연 관람 시 몰입이 깨지는 순간들, 선호하는 공연의 특성을 꺼내놓으면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것을 기반으로 장애를 주제로 다루거나, 장애인 창작자가 등장하는 공연 관람 시 각자의 관람모드를 보다 구체적으로 관찰하기 위한 공통 질문지를 작성했다.

0set프로젝트 - ‘관람모드’ 공유를 위한 공통질문지

공통 질문지는 각자의 공연 보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는 동시에 서로의 자기기록을 비교해보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질문지의 내용은 1. 공연을 보기 전 2. 공연을 보면서 3. 공연을 보고 난 후, 이 세 가지로 구분된다. 1. 공연을 보기 전은 공연을 본 날의 컨디션, 공연장 가는 길, 공연을 보기 전에 가졌던 기대 등의 내용을 작성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2. 공연을 보면서는 공연의 주제 및 의도에 대한 개별 생각과 공연을 바라보는 자신의 특징을 서술할 수 있도록 작성되었다. 마지막으로 3. 공연을 보고 난 후는 공연 직후의 생각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되는 생각을 살펴볼 수 있는 질문들로 채워졌다. 참여자들은 약 20여 편의 공연, 3권의 책, 2편의 웹툰, 2편의 영화를 관람했고 이 질문지를 기반으로 각자 관찰하고 기록한 자신의 관람모드를 공유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각자가 어떤 태도로 공연을 관람하고 있으며, 어떤 공연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관람모드를 관찰하면서 자신의 취향이 어떤 경험과 지식·정보·이해를 기반으로 형성되어 왔는지도 짐작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관람모드를 관찰하는 것은 자신의 취향을 확인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될 수 없었다. 관람모드 자기기록은 자신의 현재 상태, 생각, 감각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시도밖에 될 수 없었다.

‘시도밖에 될 수 없었다’니, 자기기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나는 종종 공연은 공연일 뿐, 공연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기대는 헛된 생각일 뿐만 아니라 공연의 가치를 부풀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공연에 어떤 기대를 품고 있는 나를 들킨 것 같았다. 공연이, 공연을 관람하는 일이, 그리고 공연을 만드는 일이 누군가에게 어떤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 혹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 같은 마음이었다.

처음 <관람모드> 프로젝트를 기획했을 때 ‘비장애인 중심의 시선에 관한 어떤 성찰’이 일어나기를 기대했고, 그것이 프로젝트 기간 동안 자신의 관람모드를 지속적으로 관찰함으로써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성찰은 공연이 줄 수 있는 것도 공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삶 속에서의 경험이 그러하듯이, 성찰 역시 자기 삶의 맥락 안에서 일어난다. 어떤 성찰이 어떤 공연을 보는 누군가에게 일어났다 하더라도, 그것은 공연이 해낸 것이 아니라 그 공연을 바라보는 그 사람의 삶 속에서 일어난 것이다.

나는 화들짝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한 해 동안 해온 <관람모드> 프로젝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고작 ‘시도가 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의 현재 상태, 생각, 감각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일의 가치가 무엇이며 그것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었다.

관람모드 자기기록은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자기 삶의 맥락이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그것이 나로 하여금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게 하고 느끼게 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스스로에게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계속 물어보는 일이기도 했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나의 현재 또는 한계를 따져 묻는 질문을 던질 수 있었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그 시간을 어떻게 연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나의 현재 또는 한계를 인식하거나 느껴야만 그 한계의 주변이나 너머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나에게 관람모드를 관찰하는 일은 그다음이 궁금해질 만큼 현재 나 자신의 관점과 입장을 충분히 들여다보는 일, 내가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지를 기대하는 일이었다.

어떤 성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 감각 그리고 지금 하는 일에 대한 관찰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일정 기간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고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불현듯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그러니 관람모드 자기기록은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이제 그만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게 되었다. 공연을 보는 것, 워크숍을 하는 것, 공연을 만드는 것. 이 모든 행위에 수반되는 자기관찰은 어떤 결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현재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이 되어가고 있다. 2020년 <관람모드-만나는 방식>을 준비하는 지금, 나는 조금 다른 기대를 한다. 나와 이 사회의 관람모드를 관찰하는 것, 나의 한계 너머를 궁금해하는 것, 서로를 보고 만나고 이해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것, 계속될 이 준비 과정 속에서 더 다양한 사람과 방식 그리고 질문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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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이야기, 들어야할 말을 품고 있는 사람들과 공동 창작 작업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프로젝트 형식으로 조사, 워크숍, 공연 제작 등을 하는 ‘0set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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