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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최서은 목판화가

인터뷰 나무에 새긴 나의 정원으로

  • 박수지 독립 큐레이터
  • 등록일 2023-06-28
  • 조회수1522

인터뷰

최서은은 목판화가다. 올해로 작업한 지 15년 차다. 대학교 졸업 이후 발달장애인 등록을 한 그는 매일을 판화 작업으로 채운다. 그의 말마따나 판화가 그를 ‘살렸다’.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에 입주해 있는 그의 작업실 바닥에는 판화 조각을 하며 뜯겨나간 나무 조각이 수북했다. 센터에서 제공한 책상 위에 두꺼운 나무판을 올려 매일 새기고, 두드리고, 파내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최서은에게 이 반복은 지겨움이 아니라 생명력이다. 수없이 손으로 매만지고 귀 기울여 듣게 되는 판화 작업으로 그는 자신만의 정원을 가꾼다.

최근에는 목판화 하는 분을 많이 못 본 것 같다. 목판화의 노동강도가 꽤 세지 않나?

판화 중에서도 목판화는 특히 인기가 없는 것 같다. 나는 나무판 자체를 좋아한다. 자작나무를 쓸 때도 있고, MDF를 쓸 때도 있다. 에칭이나 리놀륨보다는 나무의 촉감을 좋아한다. 손으로 만지는 게 좋아서 장갑을 끼지 않고 조각도를 쓰다가 선생님께 여러 번 혼나기도 했다. 촉감도 좋지만, 나무판을 팔 때 나는 ‘사각사각’ 소리를 정말 좋아한다. 조각도 중에서도 특히 좁은 조각도 소리가 좋다. 그래서 작업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도 지루함 없이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목판화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대학에서는 문예 창작을 전공했다. 동화책은 글 옆에 그림이 있는데, 글과 그림이 나란히 있는 게 멋져 보였다. 동화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림을 배우려고 한 작가님을 찾아갔다. 내가 그린 그림 몇 개를 보여드리니 목판에 작업하는 게 더 멋질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림을 배우려고 갔다가 덩달아 판화를 시작하게 된 거다. 알고 보니 이 선생님은 목판 작업으로 이미 잘 알려진 분이었다. 그렇게 선생님을 만난 다음부터 거의 10년간 판화를 배웠다.

초기 작품에서는 추상적인 이미지가 돋보인다.

초기에 했던 추상 판화는 소멸법이 사용된 작업이다. 나무판을 임의로 파내 판화를 찍은 뒤, 원판의 다른 부분을 다시 파내고 찍기를 반복하는 기법이다. 그러면 원판은 점점 사라지고 이미지는 점점 더 추상화된다. 마치 손수건에 있는 패턴이나 문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가 의도한 것과는 항상 다른 이미지가 나오게 되기 마련이라 그게 또 무척 즐거웠다.

작품에서 주로 자연을 다루는 것 같다. 작품의 소재로서의 자연은 어떤 맥락으로 다가오는가?

자연은 아름답고 순수한 친구 같다. 내가 워낙 친구가 없다. 산책을 좋아해서 경의선 책거리나 경의선 숲길, 와우산을 종종 간다. 꽃도 보고 산책 나온 다른 동물들도 보는데, 그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언제든 보고 있지만, 작품으로 또 다루고 싶은 게 바로 자연인 것 같다.

주변에서 들어보면, 작가의 뜻대로 되지 않아 겸허해지는 재료가 나무라고들 하더라.

목판화는 한번 파내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작업할 때 더 집중이 필요하다. 찍을 때도 잉크가 일정하게 찍히고 마르는 게 아니라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색에 따라 달라져 애를 먹을 때가 많다. 이렇게 다색 목판화를 하게 되면 찍고 파고 말리는 데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린다. 유성 잉크는 마르는 데만 일주일 넘게 걸려서 그림 하나를 완성하려면 6개월 정도 소요된다.

목판화 작업 과정이 이렇게 길고 고단한데도 계속한다. 이 작업이 주는 기쁨이나 성취감은 무엇인가?

목판 자체에서 느끼는 기쁨도 있고, 전시할 때의 성취감도 있고, 목판화가 희소한 데서 오는 만족감도 있다. 청년 작가일수록 목판화를 하는 분이 거의 없다. 전시를 열어놓고 사진을 찍을 때면 고됐던 과정이 생각나서 ‘내가 했지만 정말 대단하다’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더러 있다.

줄무늬나 격자무늬 등 기본 패턴처럼 보이는 작업물들은 무엇인가?

일종의 기초판이다. 화가가 붓으로 선 연습을 하듯이, 나는 조각도로 칼 연습을 하는 거다. 내가 원하는 깊이나 얇기의 선을 만들려면 계속 훈련해야 한다. 이런 기초판은 다른 작품의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작업할 때 어떤 도구를 주로 사용하나?

조각도와 망치를 사용한다. 그런데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모두 조각도 같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애의 증상에 따라 폭력성을 띠는 경우도 있어서 조각도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잉크를 찍을 때 프레스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작년에 그 작업을 하다가 손을 다친 적이 있다. 치료하고 회복하느라 6개월 정도 판화 작업을 못 했다. 그래도 아크릴로 드로잉을 계속했다.

아크릴 외에도 최근에 관심 갖게 된 재료가 또 있나?

오일파스텔도 최근에 사용해 보고 있다. 나는 줄곧 판화만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용해보니까 쉽고 빠르고 재밌었다. ‘다른 재료를 쓰는 사람들은 이렇게 빠르게 작업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나는 그래도 목판화를 계속할 것 같다. 물론 다른 재료들은 계속 실험해보려고 한다.

이달에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 갤러리 활에서 진행한 개인전은 키우던 앵무새 ‘사랑이’가 모티브가 된 전시인가?

전시 제목이 《나의 꿈꾸는 정원으로》다. 작품에 등장하는 강아지, 앵무새, 식물 모두 내 친구라고 생각했다. 하나하나 다 귀중한 친구들이다. 이런 친구들과 함께하는 나의 정원에 초대하고 싶은 마음으로 전시를 열게 되었다.

그동안 다섯 번의 개인전을 했는데, 그때마다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우선은 목판화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나는 목판화를 주로 하지만 아크릴이나 오일파스텔을 사용한 그림, 리놀륨 판화, 실크스크린도 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지난해 5월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의 전시에서는 발달장애 작가 최초로 NFT 아트 작품
<사랑이 날다>를 발행해서 판매하기도 했다.

대학 시절 이야기로 넘어가보려고 한다. 원래 글쓰기를 했던 것인가?

소설을 쓰기도 했다.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점수는 꽤 받았다. 나는 2007학번인데, 장애인 등록을 한 게 2013년이다. 웬만하면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으려고 버텼다. 어렸을 때는 항상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그런대로 잘 지내왔던 것 같다. 그런데 내 장애가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게 대학 들어가면서부터다. 강의실을 옮겨 다니면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내가 강의실을 찾지 못하는 거다. 결국 수업에 들어가지 못해서 F학점을 받기도 했다. 졸업한 뒤에는 소속도 없어진 상태가 되니까 더욱 힘들었다. 졸업하고 장애인 등록을 하기 전까지 그 2년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정말 괴로웠던 것 같다. 성인이 된 후에 하는 발달장애인 등록은 자폐성 장애가 아니라 지적 장애로만 등록된다. 이 부분도 그때는 무척 힘겹게 다가왔다.

그런 시기를 극복하는 데에 어떤 게 가장 도움이 되었나?

어떤 계기를 통해 좋아졌다기보다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판화 작업을 하면서도 천천히 나아진 것 같다. 아마 다른 발달장애 작가들도 그렇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다들 정말 ‘목숨 걸고’ 하는 작업일 거다. 일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계속할 수 있으려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는 내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어머니 말씀이, 내가 판화를 할 때 눈에서 빛이 난다고 하더라. 나는 집에 혼자 있으면 괴롭다. 작업하다 중간에 쉬는 것도 너무 오래 쉬면 좋지 않다.

일주일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나?

월요일에는 인천시 계양구에 있는 판화 공방에 간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에 발달장애인주간활동 서비스센터에 갔다가 오후에 작업실에서 작업하고, 저녁에는 운동하러 간다. 이 루틴을 매주 반복한다. 사실 이런 루틴이 아니면 몸과 마음이 힘들다.

지금은 발달장애 예술가 에이전시인 디스에이블드 소속 작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에이전시에서 전시 소개도 해주고, NFT 제작도 도와주고, 소속 작가들과 함께하는 그룹전을 열기도 한다. 소속 작가에게는 월급도 있다. 무엇보다 나는 에이전시 대표님의 비전이 좋다. 발달장애 작가들의 장애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예술이 가진 선한 영향력에 관해 생각하는 분이다.

작가님께는 어떤 비전이 있나?

거창한 비전이 있다기보다, 내가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판화 작업을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다. 그러다 언젠가는 다른 친구들에게 판화를 가르치기도 하고, 판화가 더 널리 알려져서 많은 작가가 판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특히 발달장애를 가진 분들이 판화를 많이 접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장애인 등록을 한 게 성인이 된 이후여서 처음에는 장애예술가로 불리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색하기도 하고 내키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장애예술가라는 말도 괜찮다. 그래도 장애보다는 예술가를 먼저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주변에도 재능이 많은 예술가인데 장애라는 테두리에 가둬놓고 보는 사람이 많다. 장애예술가와 비장애 예술가가 섞여 있는 전시도 많아지면 좋겠다. 장애 작가와 비장애 작가와의 커뮤니티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다.

향후 작업에 관한 계획이나 다짐이 있다면 무엇인가?

무엇보다 좀 더 활발하게 작업 활동을 하고 싶다. 원래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데, 최근에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활발히 작업함으로써 다른 분들이 판화를 접하는 문턱이 낮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은유적인 표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정말로 판화가 나를 살렸기 때문에 판화에 관한 애정이 무척 크다.

  • 목판화 작업을 하는 모습

  • 작가의 목판화 조각도

최서은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13기 입주작가이자 디스에이블드 소속 작가. 대학교에서는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15년 가까이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목판에 옮겨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부산미술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등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했고, 한국 발달장애 작가 최초로 NFT를 발행했다.
jajonshim2005@hanmail.net
▸ 디스에이블드 작가 소개 페이지

박수지

독립 큐레이터. 큐레토리얼 에이전시 뤄뤼(AGENCY RARY)를 운영하고, 기획자 공동 플랫폼 웨스(WESS)를 공동 운영한다.
suzysomapark@gmail.com

사진.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자료 제공.필자

2023년 7월 (43호)

상세내용

인터뷰

최서은은 목판화가다. 올해로 작업한 지 15년 차다. 대학교 졸업 이후 발달장애인 등록을 한 그는 매일을 판화 작업으로 채운다. 그의 말마따나 판화가 그를 ‘살렸다’.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에 입주해 있는 그의 작업실 바닥에는 판화 조각을 하며 뜯겨나간 나무 조각이 수북했다. 센터에서 제공한 책상 위에 두꺼운 나무판을 올려 매일 새기고, 두드리고, 파내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최서은에게 이 반복은 지겨움이 아니라 생명력이다. 수없이 손으로 매만지고 귀 기울여 듣게 되는 판화 작업으로 그는 자신만의 정원을 가꾼다.

최근에는 목판화 하는 분을 많이 못 본 것 같다. 목판화의 노동강도가 꽤 세지 않나?

판화 중에서도 목판화는 특히 인기가 없는 것 같다. 나는 나무판 자체를 좋아한다. 자작나무를 쓸 때도 있고, MDF를 쓸 때도 있다. 에칭이나 리놀륨보다는 나무의 촉감을 좋아한다. 손으로 만지는 게 좋아서 장갑을 끼지 않고 조각도를 쓰다가 선생님께 여러 번 혼나기도 했다. 촉감도 좋지만, 나무판을 팔 때 나는 ‘사각사각’ 소리를 정말 좋아한다. 조각도 중에서도 특히 좁은 조각도 소리가 좋다. 그래서 작업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도 지루함 없이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목판화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대학에서는 문예 창작을 전공했다. 동화책은 글 옆에 그림이 있는데, 글과 그림이 나란히 있는 게 멋져 보였다. 동화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림을 배우려고 한 작가님을 찾아갔다. 내가 그린 그림 몇 개를 보여드리니 목판에 작업하는 게 더 멋질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림을 배우려고 갔다가 덩달아 판화를 시작하게 된 거다. 알고 보니 이 선생님은 목판 작업으로 이미 잘 알려진 분이었다. 그렇게 선생님을 만난 다음부터 거의 10년간 판화를 배웠다.

초기 작품에서는 추상적인 이미지가 돋보인다.

초기에 했던 추상 판화는 소멸법이 사용된 작업이다. 나무판을 임의로 파내 판화를 찍은 뒤, 원판의 다른 부분을 다시 파내고 찍기를 반복하는 기법이다. 그러면 원판은 점점 사라지고 이미지는 점점 더 추상화된다. 마치 손수건에 있는 패턴이나 문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가 의도한 것과는 항상 다른 이미지가 나오게 되기 마련이라 그게 또 무척 즐거웠다.

작품에서 주로 자연을 다루는 것 같다. 작품의 소재로서의 자연은 어떤 맥락으로 다가오는가?

자연은 아름답고 순수한 친구 같다. 내가 워낙 친구가 없다. 산책을 좋아해서 경의선 책거리나 경의선 숲길, 와우산을 종종 간다. 꽃도 보고 산책 나온 다른 동물들도 보는데, 그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언제든 보고 있지만, 작품으로 또 다루고 싶은 게 바로 자연인 것 같다.

주변에서 들어보면, 작가의 뜻대로 되지 않아 겸허해지는 재료가 나무라고들 하더라.

목판화는 한번 파내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작업할 때 더 집중이 필요하다. 찍을 때도 잉크가 일정하게 찍히고 마르는 게 아니라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색에 따라 달라져 애를 먹을 때가 많다. 이렇게 다색 목판화를 하게 되면 찍고 파고 말리는 데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린다. 유성 잉크는 마르는 데만 일주일 넘게 걸려서 그림 하나를 완성하려면 6개월 정도 소요된다.

목판화 작업 과정이 이렇게 길고 고단한데도 계속한다. 이 작업이 주는 기쁨이나 성취감은 무엇인가?

목판 자체에서 느끼는 기쁨도 있고, 전시할 때의 성취감도 있고, 목판화가 희소한 데서 오는 만족감도 있다. 청년 작가일수록 목판화를 하는 분이 거의 없다. 전시를 열어놓고 사진을 찍을 때면 고됐던 과정이 생각나서 ‘내가 했지만 정말 대단하다’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더러 있다.

줄무늬나 격자무늬 등 기본 패턴처럼 보이는 작업물들은 무엇인가?

일종의 기초판이다. 화가가 붓으로 선 연습을 하듯이, 나는 조각도로 칼 연습을 하는 거다. 내가 원하는 깊이나 얇기의 선을 만들려면 계속 훈련해야 한다. 이런 기초판은 다른 작품의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작업할 때 어떤 도구를 주로 사용하나?

조각도와 망치를 사용한다. 그런데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모두 조각도 같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애의 증상에 따라 폭력성을 띠는 경우도 있어서 조각도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잉크를 찍을 때 프레스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작년에 그 작업을 하다가 손을 다친 적이 있다. 치료하고 회복하느라 6개월 정도 판화 작업을 못 했다. 그래도 아크릴로 드로잉을 계속했다.

아크릴 외에도 최근에 관심 갖게 된 재료가 또 있나?

오일파스텔도 최근에 사용해 보고 있다. 나는 줄곧 판화만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용해보니까 쉽고 빠르고 재밌었다. ‘다른 재료를 쓰는 사람들은 이렇게 빠르게 작업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나는 그래도 목판화를 계속할 것 같다. 물론 다른 재료들은 계속 실험해보려고 한다.

이달에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 갤러리 활에서 진행한 개인전은 키우던 앵무새 ‘사랑이’가 모티브가 된 전시인가?

전시 제목이 《나의 꿈꾸는 정원으로》다. 작품에 등장하는 강아지, 앵무새, 식물 모두 내 친구라고 생각했다. 하나하나 다 귀중한 친구들이다. 이런 친구들과 함께하는 나의 정원에 초대하고 싶은 마음으로 전시를 열게 되었다.

그동안 다섯 번의 개인전을 했는데, 그때마다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우선은 목판화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나는 목판화를 주로 하지만 아크릴이나 오일파스텔을 사용한 그림, 리놀륨 판화, 실크스크린도 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지난해 5월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의 전시에서는 발달장애 작가 최초로 NFT 아트 작품
<사랑이 날다>를 발행해서 판매하기도 했다.

대학 시절 이야기로 넘어가보려고 한다. 원래 글쓰기를 했던 것인가?

소설을 쓰기도 했다.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점수는 꽤 받았다. 나는 2007학번인데, 장애인 등록을 한 게 2013년이다. 웬만하면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으려고 버텼다. 어렸을 때는 항상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그런대로 잘 지내왔던 것 같다. 그런데 내 장애가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게 대학 들어가면서부터다. 강의실을 옮겨 다니면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내가 강의실을 찾지 못하는 거다. 결국 수업에 들어가지 못해서 F학점을 받기도 했다. 졸업한 뒤에는 소속도 없어진 상태가 되니까 더욱 힘들었다. 졸업하고 장애인 등록을 하기 전까지 그 2년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정말 괴로웠던 것 같다. 성인이 된 후에 하는 발달장애인 등록은 자폐성 장애가 아니라 지적 장애로만 등록된다. 이 부분도 그때는 무척 힘겹게 다가왔다.

그런 시기를 극복하는 데에 어떤 게 가장 도움이 되었나?

어떤 계기를 통해 좋아졌다기보다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판화 작업을 하면서도 천천히 나아진 것 같다. 아마 다른 발달장애 작가들도 그렇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다들 정말 ‘목숨 걸고’ 하는 작업일 거다. 일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계속할 수 있으려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는 내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어머니 말씀이, 내가 판화를 할 때 눈에서 빛이 난다고 하더라. 나는 집에 혼자 있으면 괴롭다. 작업하다 중간에 쉬는 것도 너무 오래 쉬면 좋지 않다.

일주일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나?

월요일에는 인천시 계양구에 있는 판화 공방에 간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에 발달장애인주간활동 서비스센터에 갔다가 오후에 작업실에서 작업하고, 저녁에는 운동하러 간다. 이 루틴을 매주 반복한다. 사실 이런 루틴이 아니면 몸과 마음이 힘들다.

지금은 발달장애 예술가 에이전시인 디스에이블드 소속 작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에이전시에서 전시 소개도 해주고, NFT 제작도 도와주고, 소속 작가들과 함께하는 그룹전을 열기도 한다. 소속 작가에게는 월급도 있다. 무엇보다 나는 에이전시 대표님의 비전이 좋다. 발달장애 작가들의 장애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예술이 가진 선한 영향력에 관해 생각하는 분이다.

작가님께는 어떤 비전이 있나?

거창한 비전이 있다기보다, 내가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판화 작업을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다. 그러다 언젠가는 다른 친구들에게 판화를 가르치기도 하고, 판화가 더 널리 알려져서 많은 작가가 판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특히 발달장애를 가진 분들이 판화를 많이 접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장애인 등록을 한 게 성인이 된 이후여서 처음에는 장애예술가로 불리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색하기도 하고 내키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장애예술가라는 말도 괜찮다. 그래도 장애보다는 예술가를 먼저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주변에도 재능이 많은 예술가인데 장애라는 테두리에 가둬놓고 보는 사람이 많다. 장애예술가와 비장애 예술가가 섞여 있는 전시도 많아지면 좋겠다. 장애 작가와 비장애 작가와의 커뮤니티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다.

향후 작업에 관한 계획이나 다짐이 있다면 무엇인가?

무엇보다 좀 더 활발하게 작업 활동을 하고 싶다. 원래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데, 최근에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활발히 작업함으로써 다른 분들이 판화를 접하는 문턱이 낮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은유적인 표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정말로 판화가 나를 살렸기 때문에 판화에 관한 애정이 무척 크다.

  • 목판화 작업을 하는 모습

  • 작가의 목판화 조각도

최서은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13기 입주작가이자 디스에이블드 소속 작가. 대학교에서는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15년 가까이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목판에 옮겨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부산미술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등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했고, 한국 발달장애 작가 최초로 NFT를 발행했다.
jajonshim2005@hanmail.net
▸ 디스에이블드 작가 소개 페이지

박수지

독립 큐레이터. 큐레토리얼 에이전시 뤄뤼(AGENCY RARY)를 운영하고, 기획자 공동 플랫폼 웨스(WESS)를 공동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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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자료 제공.필자

2023년 7월 (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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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1 10: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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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은 작가의 앞날을 응원하며 늘 행복속에서 작품활동하길 바랍니다. ^*^

2023-07-01 10: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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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네요 ~ 항상 응원합니다 ~^^ (박세준작가 어머니 입니다)

2023-07-01 06: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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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은 작가님 작품 너무 좋아요. 긴시간 성실히 걸어온 발자국이 선명히 남아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더 멋진 작품활동 기대할께요~~~

2023-07-01 00: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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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화가 최서은님 좋아하는 작업으로 행복한 작품활동 하세요. 늘 응원합니다!

2023-06-30 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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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작가님 대단합니다. 멋진작품으로 지속적인 활동하시는 모습이 부럽고 닮고싶네요. 좋은 작품 감상 잘했습니다ㅡ

2023-06-30 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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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예술 분야의 판화 작가님! 정말 독보적이시고 멋지세요.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가 큽니다~ 작가님 화이팅~~~~

2023-06-30 22: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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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은 작가님 작품은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시는 데 그이유를 기사를 보면서 알수 있을것 같아요 자연이 작가님에게 주는 편안함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그런거였군요^^ 앞으로도 멋진 작품활동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

2023-06-30 22: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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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 하면 학교때 고무판 파고 까맣게 찍었던 것만 생각했는데 작가님 판화보고 깜짝 놀랐어요. 세세한 묘사에 색까지 과정이 상상도 안되네요. 거기에 대상에 사랑까지 듬뿍 얹어주시게 보입니다. 작가님 활동 응원합니다.

2023-06-30 20: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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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은 작가님의 아름다운 작품이야기 너무 감동적입니다. 예술안에서 장애라는 말은 예술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요?? 너무 멋집니다.항상 응원드려요~♡

2023-06-30 19: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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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이 주는 느낌처럼 청년작가 최서은은 강하고 단단한 열정이 느껴진다. 고뇌의 시간이 아름답게 열매맺어 작업을 통해 승화하는 모습이 넘 예쁘고 경이롭다. 한결같이 한길을 가는 목판화 사랑 꿈꾸는 정원으로 나도 꼭 초대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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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 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