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르코 도나룸마입니다.
저는 신체, 소리, 그리고 기술을
중심으로 작업하며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 프로그램에서는 제 작품 를 상영했습니다.
이 작품은 2023년에 제작한 것으로,
수개월에 걸쳐
여러 청각장애 협업자들과
함께 진행한 공동 연구의 결과물입니다.
저 역시 후천적 청각장애인이고,
신체 기술과 소리를 기반으로
작업해오면서
‘청각장애가 있는 몸은 소리를 어떻게 경험하는가’라는
주제를 탐구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또한 이 주제를
다른 청각장애인들과 함께 탐구함으로써
청각장애를 특징짓는
지각의 다층성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청각장애를 ‘다른 방식의 듣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듣기는 몸을 통해 일어나고,
시각적 소리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오늘의 대화는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또 다른 훌륭한 영상 작업을 선보인
차재민 작가님과 함께했습니다.
차재민 작가님의 작품 <네임리스 신드롬>은
이름조차 없고
의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질병을 앓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작품이 매우 심오한 작업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흥미로웠던 점은,
차재민 작가님과 제 작업 사이에
얼마나 많은 접점이 있는지 확인하게 된 점이었습니다.
또한 비슷한 주제를
서로 매우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두 작품이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질병이나 장애와 연결해
각자 어떻게 다르게
풀어내고 확장했는지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작업 모두 정체성을 다루는 방식이
매우 의미 있다고 느꼈습니다.
미디어는 사실 거의 모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제 작업이 기술과
신체, 그리고 소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이 세 가지가 제가 주로 사용하는 미디어입니다.
그리고 저는 특히
이 세 요소 사이에서 일어나는 매개 과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흔히
신체, 기술, 소리 사이의 매개가
특정 맥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면,
그 이면에서 작동하는
힘의 정치까지
동시에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제가 작업하는 방식이며
미디어를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미디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기술 기반의
미디어를 떠올리게 되지만
흥미롭게도,
오늘날의 기술은 오히려 ‘어떠한 매개도 없는 상태’를 지향하도록 설계됩니다.
스마트폰을 스크롤할 때
일종의 즉각성이 느껴집니다.
무언가를 보고
곧바로 다음 것으로 넘어가죠.
그래서 저는 우리가 잠시 멈춰서
한 걸음 물러나
우리가 오늘날 사용하는 미디어를 바라보고,
그리고 그 미디어가 실제로 우리를
오늘 이 자리에서처럼 생각하고 성찰할 시간을 주는
특정한 형태의 매개 경험으로부터
어떻게 멀어지게 하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영상은 2025년 9월 진행된 감각 너머 2025 포럼《서로가 서로를》인터뷰 기록입니다.
마르코 도나룸마 | 작가
리움미술관은 2021년부터 접근성 프로그램 감각 너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감각 너머는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는 경계를 넘어, 각자의 고유한 감각으로 예술을 경험하는 자리입니다. 2025년의 주제는 '미디어'입니다. 지난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열린 감각 너머 2025 포럼 《서로가 서로를》에서는 미디어를 다양한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탐구했습니다. 센서와 카메라, VR, AI, 로보틱스 같은 기술은 감각을 확장하고 경험을 넓히는 새로운 방식이 됩니다. 그러나 가장 오래된 미디어는 몸입니다. 신체는 감각을 전하고 받아들이며, 서로를 매개하는 가장 근원적인 미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몸짓에서 호흡에 이르기까지 모든 움직임과 감각은 서로에게 닿아 타인과 연결되며 관계를 확장합니다. 이번 영상에서는 포럼에 참여한 문학가, 예술가, 연구자, 활동가들과 나누었던 서로 다른 시선과 경험을 인터뷰로 담았습니다. 그 만남 속에서 우리는 미디어가 매개하는 다양한 세계를 탐구하고, 서로가 서로를 연결하는 느슨한 공동체를 만들어갑니다. 포럼에 이어 이번 인터뷰가 감각을 잇는 회로이자 각자의 감각 속에서 겹쳐지는 파장이 되어, 서로에 대한 또 다른 이해를 열어주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