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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영×0set프로젝트 <사랑과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리뷰 장애에 관한 논쟁을 온몸으로 해부한 퍼포먼스

  • 안경모 연출가
  • 등록일 2019-10-30
  • 조회수465

리뷰

김원영×0set프로젝트 <사랑과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장애에 관한 논쟁을 온몸으로 해부한 퍼포먼스

안경모 연출가

학계에서는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장애가 운명이며 심지어 수난의 위탁자로까지 여기는 종교적 관점이다. 장애의 원인이 과학에 의해 규명되고 고난의 십자가를 짊어질 의무가 없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교적 관점은 오랫동안 집단 무의식 속에서 자리 잡으며 장애와 비장애를 ‘운명론’으로 나누어 동정과 연민에 따른 차이와 불평등을 정당화한다. 다른 하나는 의학적 관점이다. 장애를 치료와 교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장애로 인한 제한을 비장애화로 극복하고자 한다. 하지만 소위 ‘정상성’과 ‘우생성’을 전제하기에 장애와 비장애의 위계를 만들고 그 차별 또한 정당화한다. 세 번째는 장애운동에서 많이 주목해왔던 사회적 관점이다. 장애인이 겪는 차별과 불편은 ‘운명’도 ‘비정상성’도 아닌 사회적 환경과 정책 때문이라는 관점이다. 탈시설 운동, 이동권 확보, 베리어프리 등 다양한 장애운동들은 이런 관점의 결실이다. 이 관점은 장애인 고유의 존엄과 가치를 전제하기에 필연적으로 네 번째인 긍정적 관점을 이끌어 낸다. 장애를 개별의 정체성으로 인정하며 남들과 ‘다름’을 차별이 아닌 차이로 전환하여 ‘다양성’의 한 영역을 만들며 비장애와의 공존을 모색한다. 인공와우 수술을 거부하는 청각장애인들, 태아 사전 장애진단을 거부하는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장애를 적극적으로 커밍아웃하며 사회화하는 이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김원영×0set프로젝트의 <사랑과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을 관람하며 이런 다양한 관점들이 떠오른 것은 이 공연이 장애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을 항해하며 우리에게 장애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레 유도했기 때문이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 차별금지법)에서 차용한 공연 제목은 사회적 평등을 목표로 한 공정영역(고용, 접근, 교육 등)에서의 차별금지를 수용하며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을 따른다. 하지만 이러한 차별금지가 선호, 욕망, 취향이라는 개인의 주관에 기반한 사랑과 우정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더 보기 좋은 인간은 있지 않나?” “어떤 몸은 보기 좋고 아름답지만, 어떤 몸은 보기 불편하고 추하다”라며, 앞서의 사회적 관점에 반항한다. 의학적 관점에서 흔히 보이는 ‘우생성’이 작동한다. 공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작가이자 출연자인 김원영은 골형성부전증으로 인해 지체 장애를 갖게 된 자신의 몸을 노출하며, 휠체어를 오르내리고, 옷을 갈아입고, 춤을 추는 등 장애 신체의 일상생활을 커밍아웃한다. 이 과정에서 차별 또는 차별금지로서 대상이었던 장애인의 몸이-그 차별의식 때문에 타인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대상화시켰던 몸이- 현상적으로 주체화되고, 보편자로서의 인간이 개별화된 인간(개인)으로 구체화되어 장애를 바라보는 긍정적 관점이 투영된다.

<사랑과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은 이같이 사회적 관점과 의학적 관점, 긍정적 관점을 넘나들며, 때론 문자언어와 발화언어로 때론 비언어 신체 행동으로 다채롭게 수행된다. 가상법률을 전제로 한 렉처 퍼포먼스를 연상시켰던 공연의 출발은, 점차 ‘장애’를 현상으로 지각되게 만들어 이성적 사유를 뛰어넘게 한다. 장애 신체의 설레는 노출과 관객들의 어색한 관찰의 거리는 점점 좁아지며 예술의 주관적 체험이 인간 존엄의 목도(目睹)로까지 이어지게 한다.

물론 공연의 한계도 있다. 작품이 의도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주관적 선호와 ‘차별금지’라는 보편적 평등 논리의 갈등, 장애 신체의 노출에 따른 관음적 관찰과 예의 바른 무관심과의 접점 등 다양한 카테고리들이 병렬과 파편으로 흩어져, 시간에 따라 축적되거나 질적 전환까지 이르지 못하고 깊이 있는 정서감이나 진전된 사유로 확장되지 못한다. 또한 ‘아름다운 몸’이 위계로 내면화되어 있다는 접근은 분명 장애를 바라보는 한 관점이고 논쟁을 유도하는 제안이긴 하지만, ‘아름다움’을 고전적 미적 이상으로만 제한하는 문제도 야기한다. 즉 ‘아름다움’에 대한 주관적 선호의 차이를 인정한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균형과 질서 등의 고전적 미적 이상에 제한된 프레임만 전제하고 있어, 오히려 그 프레임을 강화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이 작품이 추구하는 인간존엄의 개별성과 예술의 주관적 체험이 상호충돌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김원영의 이 공연은 드라마 텍스트보다는 퍼포먼스 텍스트를 내세우며 ‘경계’에 주목하는 ‘2019 서울변방연극제’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공연의 성과 또한 장애 예술계 내부로 수렴되기보다는 장애/비장애인 모두를 전제로 한 예술계 전반으로 확장했다. 분명 이러한 성과는 오랜 기간 ‘장애’를 고민해왔던 법조인이자 장애 운동가, 저술가, 장애 예술가의 노력에 따른 결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퍼포먼스를 수행하기 위해 상해 위험과 공개적 노출을 감수하며 관객들과 공존을 모색했던 인간 김원영의 아름다움에 따른 결과이다.

2019 서울변방연극제 참가작 <사랑과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김원영×0set프로젝트 | 2019.7.11.~13. | 삼일로창고극장

법은 당신의 연애를 관장할 수 없다. 법이 당신의 우정을 규율할 수 없다. 우리는 법과 제도, 정치의 힘을 신뢰하지만 사랑과 우정만은 지극히 내밀한 사적 영역에 남겨두어야 할 것 같다. 말하자면, 법과 정치는 장애를 이유로 대학입시에서 불이익을 주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와 다양한 구성원들과 우정을 나누고 연인을 만나는 일에 장애가 불이익이 된다면,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이를테면, ‘사랑 및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에 관한 법률’은 만들어질 수 없는것이 아닐까? 우리는 모두 ‘차별적으로’ 누군가를 다른 누군가보다 선호하고, 어떤 존재를 다른 어떤 존재보다 더 소유하기 원한다. 누군가는 다른 누구보다 더 아름답고, 더 흥미롭다. 이는 정확히, 무대에 관해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평등한 관계, 평등한 무대란 존재할 수 있는가?

안경모

연극을 중심으로 뮤지컬, 무용 등 다양한 공연예술을 구성하고 연출한다. 대학에서 연극제작과 연극교육방법을 지도했고, 현장에서 작품활동과 예술교육을 컨설팅한다. 대표작으로 연극 <진실x거짓>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 <해무> <그리고 또 하루>, 가극 <금강>(낭독), 뮤지컬 <찰리찰리>, 가무악 <안숙선과 떠나는 민요여행>, 무용 <안녕> <산행> 등이 있다. 2007년 한국연극베스트7, 2012년 서울연극제 대상을 수상했다.
thtrman@hanmail.net

사진제공. 0set프로젝트

2019년 10월 (9호)

상세내용

리뷰

김원영×0set프로젝트 <사랑과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장애에 관한 논쟁을 온몸으로 해부한 퍼포먼스

안경모 연출가

학계에서는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장애가 운명이며 심지어 수난의 위탁자로까지 여기는 종교적 관점이다. 장애의 원인이 과학에 의해 규명되고 고난의 십자가를 짊어질 의무가 없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교적 관점은 오랫동안 집단 무의식 속에서 자리 잡으며 장애와 비장애를 ‘운명론’으로 나누어 동정과 연민에 따른 차이와 불평등을 정당화한다. 다른 하나는 의학적 관점이다. 장애를 치료와 교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장애로 인한 제한을 비장애화로 극복하고자 한다. 하지만 소위 ‘정상성’과 ‘우생성’을 전제하기에 장애와 비장애의 위계를 만들고 그 차별 또한 정당화한다. 세 번째는 장애운동에서 많이 주목해왔던 사회적 관점이다. 장애인이 겪는 차별과 불편은 ‘운명’도 ‘비정상성’도 아닌 사회적 환경과 정책 때문이라는 관점이다. 탈시설 운동, 이동권 확보, 베리어프리 등 다양한 장애운동들은 이런 관점의 결실이다. 이 관점은 장애인 고유의 존엄과 가치를 전제하기에 필연적으로 네 번째인 긍정적 관점을 이끌어 낸다. 장애를 개별의 정체성으로 인정하며 남들과 ‘다름’을 차별이 아닌 차이로 전환하여 ‘다양성’의 한 영역을 만들며 비장애와의 공존을 모색한다. 인공와우 수술을 거부하는 청각장애인들, 태아 사전 장애진단을 거부하는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장애를 적극적으로 커밍아웃하며 사회화하는 이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김원영×0set프로젝트의 <사랑과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을 관람하며 이런 다양한 관점들이 떠오른 것은 이 공연이 장애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을 항해하며 우리에게 장애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레 유도했기 때문이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 차별금지법)에서 차용한 공연 제목은 사회적 평등을 목표로 한 공정영역(고용, 접근, 교육 등)에서의 차별금지를 수용하며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을 따른다. 하지만 이러한 차별금지가 선호, 욕망, 취향이라는 개인의 주관에 기반한 사랑과 우정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더 보기 좋은 인간은 있지 않나?” “어떤 몸은 보기 좋고 아름답지만, 어떤 몸은 보기 불편하고 추하다”라며, 앞서의 사회적 관점에 반항한다. 의학적 관점에서 흔히 보이는 ‘우생성’이 작동한다. 공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작가이자 출연자인 김원영은 골형성부전증으로 인해 지체 장애를 갖게 된 자신의 몸을 노출하며, 휠체어를 오르내리고, 옷을 갈아입고, 춤을 추는 등 장애 신체의 일상생활을 커밍아웃한다. 이 과정에서 차별 또는 차별금지로서 대상이었던 장애인의 몸이-그 차별의식 때문에 타인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대상화시켰던 몸이- 현상적으로 주체화되고, 보편자로서의 인간이 개별화된 인간(개인)으로 구체화되어 장애를 바라보는 긍정적 관점이 투영된다.

<사랑과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은 이같이 사회적 관점과 의학적 관점, 긍정적 관점을 넘나들며, 때론 문자언어와 발화언어로 때론 비언어 신체 행동으로 다채롭게 수행된다. 가상법률을 전제로 한 렉처 퍼포먼스를 연상시켰던 공연의 출발은, 점차 ‘장애’를 현상으로 지각되게 만들어 이성적 사유를 뛰어넘게 한다. 장애 신체의 설레는 노출과 관객들의 어색한 관찰의 거리는 점점 좁아지며 예술의 주관적 체험이 인간 존엄의 목도(目睹)로까지 이어지게 한다.

물론 공연의 한계도 있다. 작품이 의도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주관적 선호와 ‘차별금지’라는 보편적 평등 논리의 갈등, 장애 신체의 노출에 따른 관음적 관찰과 예의 바른 무관심과의 접점 등 다양한 카테고리들이 병렬과 파편으로 흩어져, 시간에 따라 축적되거나 질적 전환까지 이르지 못하고 깊이 있는 정서감이나 진전된 사유로 확장되지 못한다. 또한 ‘아름다운 몸’이 위계로 내면화되어 있다는 접근은 분명 장애를 바라보는 한 관점이고 논쟁을 유도하는 제안이긴 하지만, ‘아름다움’을 고전적 미적 이상으로만 제한하는 문제도 야기한다. 즉 ‘아름다움’에 대한 주관적 선호의 차이를 인정한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균형과 질서 등의 고전적 미적 이상에 제한된 프레임만 전제하고 있어, 오히려 그 프레임을 강화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이 작품이 추구하는 인간존엄의 개별성과 예술의 주관적 체험이 상호충돌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김원영의 이 공연은 드라마 텍스트보다는 퍼포먼스 텍스트를 내세우며 ‘경계’에 주목하는 ‘2019 서울변방연극제’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공연의 성과 또한 장애 예술계 내부로 수렴되기보다는 장애/비장애인 모두를 전제로 한 예술계 전반으로 확장했다. 분명 이러한 성과는 오랜 기간 ‘장애’를 고민해왔던 법조인이자 장애 운동가, 저술가, 장애 예술가의 노력에 따른 결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퍼포먼스를 수행하기 위해 상해 위험과 공개적 노출을 감수하며 관객들과 공존을 모색했던 인간 김원영의 아름다움에 따른 결과이다.

2019 서울변방연극제 참가작 <사랑과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김원영×0set프로젝트 | 2019.7.11.~13. | 삼일로창고극장

법은 당신의 연애를 관장할 수 없다. 법이 당신의 우정을 규율할 수 없다. 우리는 법과 제도, 정치의 힘을 신뢰하지만 사랑과 우정만은 지극히 내밀한 사적 영역에 남겨두어야 할 것 같다. 말하자면, 법과 정치는 장애를 이유로 대학입시에서 불이익을 주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와 다양한 구성원들과 우정을 나누고 연인을 만나는 일에 장애가 불이익이 된다면,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이를테면, ‘사랑 및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에 관한 법률’은 만들어질 수 없는것이 아닐까? 우리는 모두 ‘차별적으로’ 누군가를 다른 누군가보다 선호하고, 어떤 존재를 다른 어떤 존재보다 더 소유하기 원한다. 누군가는 다른 누구보다 더 아름답고, 더 흥미롭다. 이는 정확히, 무대에 관해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평등한 관계, 평등한 무대란 존재할 수 있는가?

안경모

연극을 중심으로 뮤지컬, 무용 등 다양한 공연예술을 구성하고 연출한다. 대학에서 연극제작과 연극교육방법을 지도했고, 현장에서 작품활동과 예술교육을 컨설팅한다. 대표작으로 연극 <진실x거짓>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 <해무> <그리고 또 하루>, 가극 <금강>(낭독), 뮤지컬 <찰리찰리>, 가무악 <안숙선과 떠나는 민요여행>, 무용 <안녕> <산행> 등이 있다. 2007년 한국연극베스트7, 2012년 서울연극제 대상을 수상했다.
thtrm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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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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