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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이음

[좌담] 쓸모있는 지식·재미있는 정보

이슈 현장의 감각과 언어를 담은 공론장으로

  • 문영민, 박지선, 오세형, 이진희, 최선영 
  • 등록일 2022-02-23
  • 조회수2240

이슈

개요

  • 일시2022년 1월 13일(목) 오후 2시

  • 장소이음센터 커뮤니티룸2

  • 참석자 이음온라인 2기 기획위원
    문영민 장애예술 연구자
    박지선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대표
    최선영 유구리 최실장

    사회.
    오세형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전략기획부장
  • (왼쪽부터) 이진희, 최선영, 오세형, 문영민, 박지선

(왼쪽부터) 이진희, 최선영, 오세형, 문영민, 박지선

매체의 역할은 질문을 던지는 것

오세형 지난 1년 동안 함께한 2기 기획위원과 이음온라인의 의미와 성과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이야기 나누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이음온라인은 2020년 ‘장애예술 지식정보 플랫폼’을 지향하며 시작했다. 2022년 3년 차를 맞이하며 그에 걸맞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연결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이음온라인의 역할과 과제, 장애예술 정보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방향과 전망을 이야기해보자. 장애예술, 장애예술 활동, 장애예술인의 시각과 관점을 잘 포착하고 있는지, 소통방식에서 접근성과 정보전달이 잘 드러나는지 다양한 질문이 생긴다. 이용자에게 의미 있고 유용한 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더 잘 활용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최선영이음온라인에는 예술인이 된 장애인이나 장애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을 위한 콘텐츠가 많은 것 같다.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사람도 등장해야 한다. 인터뷰나 리뷰 코너에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조명해주면 좋겠다. 또한, 좀 더 실질적인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배리어프리를 적용한 공연이라면 현장에서 관객을 맞이한 스태프가 극장에서 공연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한다거나, 시각예술이라면 전시 현장뿐만 아니라 창작자로서 어떤 실천과 사유를 하는지 그 자체에 집중한 대화도 필요하다. ‘장애’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당위적이고 거시적인 내용이 많을 수밖에 없고 큰 얘기를 해야 좀 더 파급력도 있겠지만, 이제는 세밀하게 조명하고 현장의 실질적인 얘기를 깊이 다루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제 선정에서 예술교육, 예술창작, 배리어프리 등 큰 카테고리가 반복되더라도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제의 층위를 세밀화하거나 확장하고자 한다면, 주체성이나 매개, 권리 등 심화된 주제와 다른 방식의 메타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예술에서 확장해 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한 층위를 가지면 좋겠다.

박지선이음온라인 이용자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보듯이,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정보다. 그러나 정보제공을 넘어서는 또 다른 쓸모는 무엇인지 질문이 필요하다. 이음온라인 기획회의는 어떻게 하면 기존의 틀을 깰 수 있을지, 교차성과 관계성을 어떻게 폭넓게 바라볼 수 있을지 논의를 확장하고 방법론을 탐색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논의가 다시 장애예술, 장애예술교육으로 되돌아오곤 했는데, 아직은 그런 얘기가 필요해서이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다음 단계에는 장애예술에 국한하기보다는 사회 안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고민이 담기면 좋겠다.
지난해에는 배리어프리에 관한 관심과 실천적인 사례, 방법론적인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배리어프리는 결국 인식의 문제이기에 당장 쓸 수 있는 정보를 넘어 배리어컨셔스(barrier-conscious)에 닿게 된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인지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방향을 살펴야 한다. 장애도 기후위기도 중요하고 큰 이슈인데, 이것을 개별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장애, 여성 등의 이슈가 어떻게 섞이고 같이 이야기될 수 있을지, 배리어컨셔스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이음온라인 논의하면서 많이 나왔던 이야기인데, 차후에 깊이 다루어졌으면 한다.

문영민이음온라인 뉴스레터를 받아볼 때는 비슷한 주제가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기사를 읽어보면 내용이 좀 더 다층적이다. 하나의 주제가 여러 이슈와 결합해 이야기되기도 하고, 심층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배리어프리의 경우 접근성에서부터 권리적 측면까지 관점을 확장하기도 했다. 장애예술과 기술, 질병과 아픈 몸 등의 주제는 창작자에게 중요한 이슈와 결합해서 논의를 깊이 있게 만들어줘서 좋았다. 한편으로는 글이 주로 예술 현장을 다루는데, 축적된 장애의 역사나 제도와 결합해서 좀 더 풍성하게 얘기되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음온라인이 플랫폼의 역할을 잘하고 있고 많은 창작자가 읽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측면도 있어 아쉽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활용하면 좋겠다. 예를 들면, 뉴스레터나 카카오톡으로 전달되는 내용이 웹진 [이음] 중심인데, 문화소식은 아직 장애예술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고 그밖에도 정보가 될 만한 글이 많다. 이런 정보를 활용하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이진희이음온라인 기획회의를 하면서 모순적인 생각이 들었다. 먼저 장애예술의 철학이나 특징을 잘 벼려내고 싶은 욕심이 컸다. 그런데 장애예술에 접근하면 할수록 스펙트럼이 넓고 교차적이어서 사회문화적 권력 관계라든가 사회적 어젠다와의 연결성이 많이 발견되었다. 확장성·교차성에 대한 이해 없이 장애예술에 대한 담론을 생산하고 기획하기 어렵다. 이음온라인은 장애예술에 집중하고자 하는 매체이면서도 장애예술을 흐트러뜨리는 매체인 것이다. 장애예술의 개념이나 범주에서 지표를 명확하게 하려고 할수록 다른 부분과 연결하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고 교차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정을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지, 현미경과 망원경을 오가는, 그런 시행착오로서의 웹진 [이음] 기획 과정이 저에게 의미가 크다. 이 부분을 앞으로 어떻게 벼릴 것인지가 관건이고,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이런 주제에 집중해서 글을 쓰려 하지 않기에 드문 기획이고 귀한 부분이다. 사소하지만 그 의미를 크게 발견하고 발굴하기 위한 해법으로 취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전에 장애에 관한 미디어비평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장애예술과 장애인권 관점으로 장애인 당사자가 비평에 참여할 수 있을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매체가 가지는 기획의 중요한 역할은 창작자, 연구자, 예술행정가, 예술교육가, 조력자 등 장애예술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음온라인은 문제의식을 효과적인 방식으로 조직할 수도 있다. 확산력을 위해 오프라인에서 별도의 포럼을 기획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있는 그대로 펼쳐지는 담론의 장

오세형기획 방향에서 이음온라인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현장과의 연계성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아직 담고 있지 못한 영역에 대한 제안도 주셨다. 좀 더 구체적인 부분으로 얘기해보면 좋겠다. 웹진 [이음], 기획영상, 팟캐스트, 이음광장 등 정보와 지식을 생산하는 콘텐츠 중에는 담론으로 확장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이음온라인 콘텐츠의 효과, 대안이나 개선점 등은 무엇일까.

최선영연구사업을 하면서 웹진 [이음]을 굉장히 많이 인용한다. 대부분의 장애예술 논문이 너무 거시적이거나 당위적이거나 ‘지속적인 기회가 필요하다’ 정도의 정책 제언으로 끝나는데, 웹진 [이음]은 현장 중심의 말이 남아 있어서 좋다. 그런 목소리가 등장하는 채널 자체가 거의 없다.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웹진이라는 권위도 주어지기 때문에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표현은 쉽다 할지라도 질문의 방향이나 내용은 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 창작자의 시각예술 표현이 어떤 방향인지에 관한 글은 있지만, 창작과정에서 어떻게 다른지 세밀하게 관찰하는 글은 없다. 중증장애 예술인이 두 가지 색을 섞기 위해 어떤 과정을 갖는지, 신체적으로 어떤 움직임을 하는지, 대화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어떤 필자를 섭외할지도 논의 거리이지만, 필자에게 좀 더 많은 자율성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웹진이음 23호에 실린 라움콘의 글 ‘저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링크)가 반가웠다. 칼럼으로 제안한 글인데, 갑작스럽게 변화된 몸의 경험과 창작 작업에 대한 생각을 두 사람의 대화 형식으로 솔직담백하게 서술했다. 이제는 ‘이음온라인의 색깔은 이런 거야’ 하고 보여주는, 이전까지와는 다른 판단을 해야 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진희저는 그 말씀이 현장 언어가 드러날 수 있는 장으로서 매체가 기능해야 하고, 그것이 곧 담론과 다르지 않다는 말로 해석된다. 크고 원대한 연구 작업이 아니라 구체성이 드러나는 현장의 감각과 언어가 중요한 담론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이 중요하다. 장애예술에서의 담론화 작업은 그동안 이루어졌던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라움콘의 글을 읽으면서 감각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장애예술을 하는 감각이라는 게 과연 무엇인지, 살아가는 감각과 몸의 감각, 작업의 감각이 무엇인지가 드러나는 글이어서 흥미로웠다. 매체가 좀 더 자율적으로 넘나들며 정의할 수 있는 속성이 있고 그런 도전이 자유롭게 펼쳐지는 장이라는 측면에서 토론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최선영그동안 웹진을 발행하거나 담론화해왔던 방식이 비장애인의 방식과 유사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인의 말을 그대로 풀어서 싣는 것과 비장애인이 그것을 해석해주면서 담론화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그런데 전자와 같은 방식은 거의 없다. 좀 더 적극적으로 당사자의 언어와 현장을 조명하고 드러내는 방식이 중요할 것 같다.

이진희그동안은 발달장애인의 말과 활동과 기술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들의 언어와 감정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배워갈 거냐, 그 담론을 이해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무능의 판단 기준 자체가 역전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화를 편집하지 않고 싣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 박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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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인 생산을 위한 시도

오세형현장의 언어를 날것으로 드러내는 게 분명 유효한 측면이 있기도 하다. 이음온라인을 단적으로 설명해주기도 하고 한계를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웹진 [이음] 27호 ‘안녕 21-22’(링크)에서 이용자와 전문가가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서, 이제는 접근성에 관해 현장의 필요성, 현황과 핵심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서술형 응답에서도 2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을 느꼈다.

박지선그런 면에서 이음온라인도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한편, 모든 콘텐츠를 완벽히 기획하고 일방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유용하고 유효할 수 있지만, 좀 더 자발적인 생산 환경에서 다양한 의견이 오갈 수 있는 플랫폼은 어떻게 가능할까 고민이다. 이음온라인에서도 장애예술인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코너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확장해보면 좋겠다. 일례로, 호울라운드씨어터 커먼즈(Howlround Theatre Commons)(링크)는 연극 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사이트를 운영하는데, 이용자가 어떻게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지를 사이트에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팟캐스트, TV, 저널 등 구조는 이음온라인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직접 참여하고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쌓을 수 있도록 열린 구조를 만들었다. 기획에서도 기후위기, 공유기반 접근, 농인 연극 등 최근 주목하는 주제를 카테고리로 하여 다양한 자료와 함께 다양한 관점을 살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블로그나 SNS와는 달리 공식적인 글쓰기는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는다. 그러한 중압감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생각과 노하우를 자발적으로 나눌 수 있도록 조금씩 시도해보면 어떨까. 공공의 책임성 때문에 전면적으로 시도하기 어렵다면, 한 섹션 정도 열어볼 수도 있다. 그러면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들의 연결고리로 확장될 수 있다. 자발적인 공유기반을 만들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시도해보면서 관심사를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오세형사실 웹진 창간 때부터 이런 고민을 했다. 플랫폼의 상을 잡기 어려운 것도 있고, 공공기관의 시스템적인 상황과 예산의 한계가 있었다. 향후 이런 방식으로 풀어나간다고 할 때, 처음에 콘텐츠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 다자의 자율적인 의견을 생산할 수 있는 욕구의 장을 어떻게 창출할 것이냐의 문제부터 풀어야 할 것 같다. 어쩌면 부분을 조정해서는 안 되고, 아예 플랫폼의 성격을 바꿔서 다양성을 열어야 할 수도 있다.

최선영올해 이음온라인 서포터즈 ‘이음새’를 운영했는데, 이러한 구조가 새로운 필자를 키우는 중요한 창구가 될 것 같다. 이들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완성되거나 정해진 콘텐츠가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해석해서 각자의 언어로 질문할 수 있으면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영역이 좀 더 확장되지 않을까. 이음온라인 운영이나 웹진 [이음] 발행도 중요한 역할이지만, 새로운 연구자, 발언자, 필자를 성장시키는 장치로 적극 활용하면 좋겠다. 이런 인적 자원이 많아지고 다양해지면 이음온라인이 다이내믹하고 신선해질 것 같다.

장애예술 언어의 확장

오세형심도 있는 기사나 중요한 이슈가 될 만한 이야기를 어쩌다 마주치면 좋지만, 항상 그렇게 생산적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강도의 지속이 중요할 것 같은데, 생산하는 정보와 콘텐츠가 쓸모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강도나 확장성을 가져가야 할까. 최근 여러 경험에서 사람들이 무장애예술을 읽어내는 감각이나 배리어프리에 대한 관점이 균형 잡히고 정밀하다고 느껴져서 신선하고 놀라웠다. ‘쓸모’라는 관점에서 이음온라인이 앞으로 어떻게 쓰이기를 기대하는가.

박지선이음온라인에 자료와 사례가 많아서 자주 찾아보게 된다. 작년과 재작년에 배리어프리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었는데, 이음온라인이 현장과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장의 활동이 이음온라인으로 이어져 경험을 공유하고 확장하게 되니 사람들도 많이 이야기하게 된다. 앞으로도 현장에서의 핵심적인 고민은 무엇일지, 이러한 고민을 어떻게 함께할 것인지 찾아가야 한다. 지난 이용자 설문조사에서 ‘장애·비장애 예술 협업’에 대한 관심을 볼 수 있었다. 그런 기대나 방법론을 웹진에서도 다뤄주면 좋을 것 같다. 장애예술 평론가도 더 많아져야 한다. 연극, 무용, 거리예술처럼 장르가 인접해 보여도 다른 장르를 잘 들여다보기 쉽지 않다. 장애예술을 더 많이 보고 더 많은 사람이 리뷰하면서, 장애예술 현장의 비평가 풀을 넓혀야 한다. 특히 장애인 당사자, 젊은 비평가가 많아져야 한다.

문영민리뷰 필자 풀이 좀 더 넓어지면 좋겠다. 최근에 전면적으로 배리어프리 서비스를 제공한 연극 <로드킬 인 더 씨어터>를 이성수 배우가 쓴 리뷰가 좋았다. 장애인 당사자이자 연극인으로서 공연 감상뿐 아니라 접근성을 섬세하게 짚었다. 장애 당사자의 언어로 쓴 비평 글, 배리어프리 콘텐츠에서의 개선점 등이 피드백되면 좋겠다. 긴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니, 단상을 담은 짧은 글, 한 줄 비평 등을 모아서 보여줄 수도 있겠다. 장애예술인 역시 작품이나 작업에 대한 피드백을 간절히 원한다. 일반적인 비평의 시선으로는 작품을 이해받지 못하거나 전형적인 내용밖에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음온라인에서는 장애예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피드백할 거라는 기대가 있다.

최선영2020년에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입주작가와 비평가 매칭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비평가 섭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한편으로는 예술에 ‘어떤 형태의’ 비평이 매칭되어야 한다는 것도 비장애인 중심적인 패러다임이기도 하다. 장애예술에서 비평의 필요성을 ‘현장의 언어로 협업하거나 지지한다’는 의미로 풀어서 생각한다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장애예술 비평이 어렵다면 왜 그런지 계속 이야기하는 것도 담론이 될 수 있다. 전문적인 비평가를 만든다기보다는 비언어적이거나 기존 언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어떻게 다시 현장의 언어로 접근할 것인가의 문제다.
한편, 이음온라인에 다가가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단순히 쉬운 표현이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의 삶을 공감한다는 신호가 필요하다. 현장을 존중하기 때문에 좀 더 깊이 들여다보거나 있는 그대로 발신한다는 태도가 보여야 한다. 가끔은 우리가 너무 고도화된 논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너무 큰 얘기보다는 작은 얘기를 좀 더 많이 하면 좋겠다. 장애인이 독특한 작업을 결과물로 보여주는 것도 물론 멋지다. 하지만 자기표현을 하는 것조차 어려운 이들이 자신만의 창작을 해나갈 때, 그 순간을 명확하게 읽어줄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이음온라인의 쓸모가 아닐까.

이진희장애예술 안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 장르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고, 순수예술이나 타고난 예술성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다. 이음온라인은 장애예술에 새롭게 진입하여 경로 안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접근과 참여를 위한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지금 사람의 접근이 적다고 해서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5년 정도는 더 해봐야 하지 않을까. 재정 안정성과 자율성 확보가 중요한 기획이다. 장애예술을 한다고 했을 때, 무엇을 보고 어디로 가야 할지 제한적인 것 자체가 차별이다. 그럴 때 이음온라인을 떠올릴 수 있게 하려면 노력도 필요하고 도전도 필요하다. 시도하고 실패하는 경험을 통해서 많은 사람이 정보를 찾고 네트워킹할 거라고 생각한다. 어디에 속하지도 않고 어떤 장에서도 자리 잡지 못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의미를 계속 찾으면 그것 자체가 장애예술의 정신과 맞닿는다고 생각한다. 장애에 머무르지 않고 꾸준히 시도하고 실험해야 기후위기, 페미니즘 등 겉으로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연결되어 있는 것들을 발견하는 교차성 논의가 가능하다.

오세형이야기를 들으면서, 장애예술 현장이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고, 흥미진진한 장인 것 같다. 기관 입장에서도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제한적인 부분보다 열려있는 측면이 훨씬 더 많다. 이런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지난 한 해 이음온라인 2기 기획위원으로 함께 고민하고 힘을 실어주셔서 감사하다.

문영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서 장애인 공연예술, 장애정체성, 장애인의 몸, 장애인의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다. 프로젝트 극단 0set의 공연 <연극의 3요소> <불편한 입장들>에 참여하였고, 공연으로 장애인 접근성 문제를 알리는 활동에 관심이 있다.
saojungym@daum.net

박지선

연극, 무용, 다원,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걸쳐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축제, 레지던시 기획, 공연예술작품 제작 및 국제 네트워크를 기획, 운영하고 있다. <포용적 접근의 장애예술 창작 개발과 관객 개발> 리서치 및 워크숍, <무용음성해설(Dance Audio Description)> 워크숍 등을 기획 운영했다. 도시, 경계, 기후변화, 기술과 예술 등 다양한 주제로 예술가와 새로운 탐험을 하며 동시대성을 탐구하고 있다.
jisunarts@yahoo.com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로 극단 춤추는허리에서 연극을 만들고 있다. 한국예술위원회 7기 위원이다.
rpvl72@gmail.com

최선영

유구리 최실장, 세상을 구하려다 오지라퍼가 된 문화+예술+플레이어다. 완벽한 해결사가 아니라 이상한 실체가 되고 싶은데 쉽지는 않다. 그 어려움을 매개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에 관심이 있다. 2020년까지 창작그룹 비기자를 통해 무한경쟁시대에 각기 다른 생각들이 꾸준하게 비길 수 있는 현장을 예술프로젝트, 전시, 공연, 영화, 교육의 방식으로 만들어왔다.
voslss@hanmail.net

정리. 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콘텐츠 제작 PD suna.choe@gmail.com
사진. 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2022년 3월 (29호)

상세내용

이슈

개요

  • 일시2022년 1월 13일(목) 오후 2시

  • 장소이음센터 커뮤니티룸2

  • 참석자 이음온라인 2기 기획위원
    문영민 장애예술 연구자
    박지선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대표
    최선영 유구리 최실장

    사회.
    오세형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전략기획부장
  • (왼쪽부터) 이진희, 최선영, 오세형, 문영민, 박지선

(왼쪽부터) 이진희, 최선영, 오세형, 문영민, 박지선

매체의 역할은 질문을 던지는 것

오세형 지난 1년 동안 함께한 2기 기획위원과 이음온라인의 의미와 성과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이야기 나누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이음온라인은 2020년 ‘장애예술 지식정보 플랫폼’을 지향하며 시작했다. 2022년 3년 차를 맞이하며 그에 걸맞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연결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이음온라인의 역할과 과제, 장애예술 정보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방향과 전망을 이야기해보자. 장애예술, 장애예술 활동, 장애예술인의 시각과 관점을 잘 포착하고 있는지, 소통방식에서 접근성과 정보전달이 잘 드러나는지 다양한 질문이 생긴다. 이용자에게 의미 있고 유용한 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더 잘 활용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최선영이음온라인에는 예술인이 된 장애인이나 장애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을 위한 콘텐츠가 많은 것 같다.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사람도 등장해야 한다. 인터뷰나 리뷰 코너에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조명해주면 좋겠다. 또한, 좀 더 실질적인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배리어프리를 적용한 공연이라면 현장에서 관객을 맞이한 스태프가 극장에서 공연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한다거나, 시각예술이라면 전시 현장뿐만 아니라 창작자로서 어떤 실천과 사유를 하는지 그 자체에 집중한 대화도 필요하다. ‘장애’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당위적이고 거시적인 내용이 많을 수밖에 없고 큰 얘기를 해야 좀 더 파급력도 있겠지만, 이제는 세밀하게 조명하고 현장의 실질적인 얘기를 깊이 다루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제 선정에서 예술교육, 예술창작, 배리어프리 등 큰 카테고리가 반복되더라도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제의 층위를 세밀화하거나 확장하고자 한다면, 주체성이나 매개, 권리 등 심화된 주제와 다른 방식의 메타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예술에서 확장해 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한 층위를 가지면 좋겠다.

박지선이음온라인 이용자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보듯이,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정보다. 그러나 정보제공을 넘어서는 또 다른 쓸모는 무엇인지 질문이 필요하다. 이음온라인 기획회의는 어떻게 하면 기존의 틀을 깰 수 있을지, 교차성과 관계성을 어떻게 폭넓게 바라볼 수 있을지 논의를 확장하고 방법론을 탐색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논의가 다시 장애예술, 장애예술교육으로 되돌아오곤 했는데, 아직은 그런 얘기가 필요해서이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다음 단계에는 장애예술에 국한하기보다는 사회 안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고민이 담기면 좋겠다.
지난해에는 배리어프리에 관한 관심과 실천적인 사례, 방법론적인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배리어프리는 결국 인식의 문제이기에 당장 쓸 수 있는 정보를 넘어 배리어컨셔스(barrier-conscious)에 닿게 된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인지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방향을 살펴야 한다. 장애도 기후위기도 중요하고 큰 이슈인데, 이것을 개별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장애, 여성 등의 이슈가 어떻게 섞이고 같이 이야기될 수 있을지, 배리어컨셔스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이음온라인 논의하면서 많이 나왔던 이야기인데, 차후에 깊이 다루어졌으면 한다.

문영민이음온라인 뉴스레터를 받아볼 때는 비슷한 주제가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기사를 읽어보면 내용이 좀 더 다층적이다. 하나의 주제가 여러 이슈와 결합해 이야기되기도 하고, 심층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배리어프리의 경우 접근성에서부터 권리적 측면까지 관점을 확장하기도 했다. 장애예술과 기술, 질병과 아픈 몸 등의 주제는 창작자에게 중요한 이슈와 결합해서 논의를 깊이 있게 만들어줘서 좋았다. 한편으로는 글이 주로 예술 현장을 다루는데, 축적된 장애의 역사나 제도와 결합해서 좀 더 풍성하게 얘기되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음온라인이 플랫폼의 역할을 잘하고 있고 많은 창작자가 읽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측면도 있어 아쉽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활용하면 좋겠다. 예를 들면, 뉴스레터나 카카오톡으로 전달되는 내용이 웹진 [이음] 중심인데, 문화소식은 아직 장애예술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고 그밖에도 정보가 될 만한 글이 많다. 이런 정보를 활용하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이진희이음온라인 기획회의를 하면서 모순적인 생각이 들었다. 먼저 장애예술의 철학이나 특징을 잘 벼려내고 싶은 욕심이 컸다. 그런데 장애예술에 접근하면 할수록 스펙트럼이 넓고 교차적이어서 사회문화적 권력 관계라든가 사회적 어젠다와의 연결성이 많이 발견되었다. 확장성·교차성에 대한 이해 없이 장애예술에 대한 담론을 생산하고 기획하기 어렵다. 이음온라인은 장애예술에 집중하고자 하는 매체이면서도 장애예술을 흐트러뜨리는 매체인 것이다. 장애예술의 개념이나 범주에서 지표를 명확하게 하려고 할수록 다른 부분과 연결하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고 교차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정을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지, 현미경과 망원경을 오가는, 그런 시행착오로서의 웹진 [이음] 기획 과정이 저에게 의미가 크다. 이 부분을 앞으로 어떻게 벼릴 것인지가 관건이고,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이런 주제에 집중해서 글을 쓰려 하지 않기에 드문 기획이고 귀한 부분이다. 사소하지만 그 의미를 크게 발견하고 발굴하기 위한 해법으로 취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전에 장애에 관한 미디어비평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장애예술과 장애인권 관점으로 장애인 당사자가 비평에 참여할 수 있을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매체가 가지는 기획의 중요한 역할은 창작자, 연구자, 예술행정가, 예술교육가, 조력자 등 장애예술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음온라인은 문제의식을 효과적인 방식으로 조직할 수도 있다. 확산력을 위해 오프라인에서 별도의 포럼을 기획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있는 그대로 펼쳐지는 담론의 장

오세형기획 방향에서 이음온라인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현장과의 연계성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아직 담고 있지 못한 영역에 대한 제안도 주셨다. 좀 더 구체적인 부분으로 얘기해보면 좋겠다. 웹진 [이음], 기획영상, 팟캐스트, 이음광장 등 정보와 지식을 생산하는 콘텐츠 중에는 담론으로 확장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이음온라인 콘텐츠의 효과, 대안이나 개선점 등은 무엇일까.

최선영연구사업을 하면서 웹진 [이음]을 굉장히 많이 인용한다. 대부분의 장애예술 논문이 너무 거시적이거나 당위적이거나 ‘지속적인 기회가 필요하다’ 정도의 정책 제언으로 끝나는데, 웹진 [이음]은 현장 중심의 말이 남아 있어서 좋다. 그런 목소리가 등장하는 채널 자체가 거의 없다.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웹진이라는 권위도 주어지기 때문에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표현은 쉽다 할지라도 질문의 방향이나 내용은 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 창작자의 시각예술 표현이 어떤 방향인지에 관한 글은 있지만, 창작과정에서 어떻게 다른지 세밀하게 관찰하는 글은 없다. 중증장애 예술인이 두 가지 색을 섞기 위해 어떤 과정을 갖는지, 신체적으로 어떤 움직임을 하는지, 대화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어떤 필자를 섭외할지도 논의 거리이지만, 필자에게 좀 더 많은 자율성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웹진이음 23호에 실린 라움콘의 글 ‘저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링크)가 반가웠다. 칼럼으로 제안한 글인데, 갑작스럽게 변화된 몸의 경험과 창작 작업에 대한 생각을 두 사람의 대화 형식으로 솔직담백하게 서술했다. 이제는 ‘이음온라인의 색깔은 이런 거야’ 하고 보여주는, 이전까지와는 다른 판단을 해야 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진희저는 그 말씀이 현장 언어가 드러날 수 있는 장으로서 매체가 기능해야 하고, 그것이 곧 담론과 다르지 않다는 말로 해석된다. 크고 원대한 연구 작업이 아니라 구체성이 드러나는 현장의 감각과 언어가 중요한 담론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이 중요하다. 장애예술에서의 담론화 작업은 그동안 이루어졌던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라움콘의 글을 읽으면서 감각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장애예술을 하는 감각이라는 게 과연 무엇인지, 살아가는 감각과 몸의 감각, 작업의 감각이 무엇인지가 드러나는 글이어서 흥미로웠다. 매체가 좀 더 자율적으로 넘나들며 정의할 수 있는 속성이 있고 그런 도전이 자유롭게 펼쳐지는 장이라는 측면에서 토론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최선영그동안 웹진을 발행하거나 담론화해왔던 방식이 비장애인의 방식과 유사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인의 말을 그대로 풀어서 싣는 것과 비장애인이 그것을 해석해주면서 담론화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그런데 전자와 같은 방식은 거의 없다. 좀 더 적극적으로 당사자의 언어와 현장을 조명하고 드러내는 방식이 중요할 것 같다.

이진희그동안은 발달장애인의 말과 활동과 기술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들의 언어와 감정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배워갈 거냐, 그 담론을 이해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무능의 판단 기준 자체가 역전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화를 편집하지 않고 싣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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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인 생산을 위한 시도

오세형현장의 언어를 날것으로 드러내는 게 분명 유효한 측면이 있기도 하다. 이음온라인을 단적으로 설명해주기도 하고 한계를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웹진 [이음] 27호 ‘안녕 21-22’(링크)에서 이용자와 전문가가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서, 이제는 접근성에 관해 현장의 필요성, 현황과 핵심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서술형 응답에서도 2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을 느꼈다.

박지선그런 면에서 이음온라인도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한편, 모든 콘텐츠를 완벽히 기획하고 일방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유용하고 유효할 수 있지만, 좀 더 자발적인 생산 환경에서 다양한 의견이 오갈 수 있는 플랫폼은 어떻게 가능할까 고민이다. 이음온라인에서도 장애예술인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코너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확장해보면 좋겠다. 일례로, 호울라운드씨어터 커먼즈(Howlround Theatre Commons)(링크)는 연극 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사이트를 운영하는데, 이용자가 어떻게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지를 사이트에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팟캐스트, TV, 저널 등 구조는 이음온라인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직접 참여하고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쌓을 수 있도록 열린 구조를 만들었다. 기획에서도 기후위기, 공유기반 접근, 농인 연극 등 최근 주목하는 주제를 카테고리로 하여 다양한 자료와 함께 다양한 관점을 살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블로그나 SNS와는 달리 공식적인 글쓰기는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는다. 그러한 중압감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생각과 노하우를 자발적으로 나눌 수 있도록 조금씩 시도해보면 어떨까. 공공의 책임성 때문에 전면적으로 시도하기 어렵다면, 한 섹션 정도 열어볼 수도 있다. 그러면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들의 연결고리로 확장될 수 있다. 자발적인 공유기반을 만들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시도해보면서 관심사를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오세형사실 웹진 창간 때부터 이런 고민을 했다. 플랫폼의 상을 잡기 어려운 것도 있고, 공공기관의 시스템적인 상황과 예산의 한계가 있었다. 향후 이런 방식으로 풀어나간다고 할 때, 처음에 콘텐츠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 다자의 자율적인 의견을 생산할 수 있는 욕구의 장을 어떻게 창출할 것이냐의 문제부터 풀어야 할 것 같다. 어쩌면 부분을 조정해서는 안 되고, 아예 플랫폼의 성격을 바꿔서 다양성을 열어야 할 수도 있다.

최선영올해 이음온라인 서포터즈 ‘이음새’를 운영했는데, 이러한 구조가 새로운 필자를 키우는 중요한 창구가 될 것 같다. 이들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완성되거나 정해진 콘텐츠가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해석해서 각자의 언어로 질문할 수 있으면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영역이 좀 더 확장되지 않을까. 이음온라인 운영이나 웹진 [이음] 발행도 중요한 역할이지만, 새로운 연구자, 발언자, 필자를 성장시키는 장치로 적극 활용하면 좋겠다. 이런 인적 자원이 많아지고 다양해지면 이음온라인이 다이내믹하고 신선해질 것 같다.

장애예술 언어의 확장

오세형심도 있는 기사나 중요한 이슈가 될 만한 이야기를 어쩌다 마주치면 좋지만, 항상 그렇게 생산적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강도의 지속이 중요할 것 같은데, 생산하는 정보와 콘텐츠가 쓸모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강도나 확장성을 가져가야 할까. 최근 여러 경험에서 사람들이 무장애예술을 읽어내는 감각이나 배리어프리에 대한 관점이 균형 잡히고 정밀하다고 느껴져서 신선하고 놀라웠다. ‘쓸모’라는 관점에서 이음온라인이 앞으로 어떻게 쓰이기를 기대하는가.

박지선이음온라인에 자료와 사례가 많아서 자주 찾아보게 된다. 작년과 재작년에 배리어프리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었는데, 이음온라인이 현장과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장의 활동이 이음온라인으로 이어져 경험을 공유하고 확장하게 되니 사람들도 많이 이야기하게 된다. 앞으로도 현장에서의 핵심적인 고민은 무엇일지, 이러한 고민을 어떻게 함께할 것인지 찾아가야 한다. 지난 이용자 설문조사에서 ‘장애·비장애 예술 협업’에 대한 관심을 볼 수 있었다. 그런 기대나 방법론을 웹진에서도 다뤄주면 좋을 것 같다. 장애예술 평론가도 더 많아져야 한다. 연극, 무용, 거리예술처럼 장르가 인접해 보여도 다른 장르를 잘 들여다보기 쉽지 않다. 장애예술을 더 많이 보고 더 많은 사람이 리뷰하면서, 장애예술 현장의 비평가 풀을 넓혀야 한다. 특히 장애인 당사자, 젊은 비평가가 많아져야 한다.

문영민리뷰 필자 풀이 좀 더 넓어지면 좋겠다. 최근에 전면적으로 배리어프리 서비스를 제공한 연극 <로드킬 인 더 씨어터>를 이성수 배우가 쓴 리뷰가 좋았다. 장애인 당사자이자 연극인으로서 공연 감상뿐 아니라 접근성을 섬세하게 짚었다. 장애 당사자의 언어로 쓴 비평 글, 배리어프리 콘텐츠에서의 개선점 등이 피드백되면 좋겠다. 긴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니, 단상을 담은 짧은 글, 한 줄 비평 등을 모아서 보여줄 수도 있겠다. 장애예술인 역시 작품이나 작업에 대한 피드백을 간절히 원한다. 일반적인 비평의 시선으로는 작품을 이해받지 못하거나 전형적인 내용밖에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음온라인에서는 장애예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피드백할 거라는 기대가 있다.

최선영2020년에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입주작가와 비평가 매칭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비평가 섭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한편으로는 예술에 ‘어떤 형태의’ 비평이 매칭되어야 한다는 것도 비장애인 중심적인 패러다임이기도 하다. 장애예술에서 비평의 필요성을 ‘현장의 언어로 협업하거나 지지한다’는 의미로 풀어서 생각한다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장애예술 비평이 어렵다면 왜 그런지 계속 이야기하는 것도 담론이 될 수 있다. 전문적인 비평가를 만든다기보다는 비언어적이거나 기존 언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어떻게 다시 현장의 언어로 접근할 것인가의 문제다.
한편, 이음온라인에 다가가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단순히 쉬운 표현이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의 삶을 공감한다는 신호가 필요하다. 현장을 존중하기 때문에 좀 더 깊이 들여다보거나 있는 그대로 발신한다는 태도가 보여야 한다. 가끔은 우리가 너무 고도화된 논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너무 큰 얘기보다는 작은 얘기를 좀 더 많이 하면 좋겠다. 장애인이 독특한 작업을 결과물로 보여주는 것도 물론 멋지다. 하지만 자기표현을 하는 것조차 어려운 이들이 자신만의 창작을 해나갈 때, 그 순간을 명확하게 읽어줄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이음온라인의 쓸모가 아닐까.

이진희장애예술 안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 장르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고, 순수예술이나 타고난 예술성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다. 이음온라인은 장애예술에 새롭게 진입하여 경로 안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접근과 참여를 위한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지금 사람의 접근이 적다고 해서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5년 정도는 더 해봐야 하지 않을까. 재정 안정성과 자율성 확보가 중요한 기획이다. 장애예술을 한다고 했을 때, 무엇을 보고 어디로 가야 할지 제한적인 것 자체가 차별이다. 그럴 때 이음온라인을 떠올릴 수 있게 하려면 노력도 필요하고 도전도 필요하다. 시도하고 실패하는 경험을 통해서 많은 사람이 정보를 찾고 네트워킹할 거라고 생각한다. 어디에 속하지도 않고 어떤 장에서도 자리 잡지 못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의미를 계속 찾으면 그것 자체가 장애예술의 정신과 맞닿는다고 생각한다. 장애에 머무르지 않고 꾸준히 시도하고 실험해야 기후위기, 페미니즘 등 겉으로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연결되어 있는 것들을 발견하는 교차성 논의가 가능하다.

오세형이야기를 들으면서, 장애예술 현장이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고, 흥미진진한 장인 것 같다. 기관 입장에서도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제한적인 부분보다 열려있는 측면이 훨씬 더 많다. 이런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지난 한 해 이음온라인 2기 기획위원으로 함께 고민하고 힘을 실어주셔서 감사하다.

문영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서 장애인 공연예술, 장애정체성, 장애인의 몸, 장애인의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다. 프로젝트 극단 0set의 공연 <연극의 3요소> <불편한 입장들>에 참여하였고, 공연으로 장애인 접근성 문제를 알리는 활동에 관심이 있다.
saojungym@daum.net

박지선

연극, 무용, 다원,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걸쳐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축제, 레지던시 기획, 공연예술작품 제작 및 국제 네트워크를 기획, 운영하고 있다. <포용적 접근의 장애예술 창작 개발과 관객 개발> 리서치 및 워크숍, <무용음성해설(Dance Audio Description)> 워크숍 등을 기획 운영했다. 도시, 경계, 기후변화, 기술과 예술 등 다양한 주제로 예술가와 새로운 탐험을 하며 동시대성을 탐구하고 있다.
jisunarts@yahoo.com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로 극단 춤추는허리에서 연극을 만들고 있다. 한국예술위원회 7기 위원이다.
rpvl72@gmail.com

최선영

유구리 최실장, 세상을 구하려다 오지라퍼가 된 문화+예술+플레이어다. 완벽한 해결사가 아니라 이상한 실체가 되고 싶은데 쉽지는 않다. 그 어려움을 매개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에 관심이 있다. 2020년까지 창작그룹 비기자를 통해 무한경쟁시대에 각기 다른 생각들이 꾸준하게 비길 수 있는 현장을 예술프로젝트, 전시, 공연, 영화, 교육의 방식으로 만들어왔다.
voslss@hanmail.net

정리. 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콘텐츠 제작 PD suna.choe@gmail.com
사진. 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2022년 3월 (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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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5 09: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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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웹진 이음을 보면서 장애예술과 기획에 대해 조금씩 제 사유가 확장된다는 느낌이 드네요 ㅎㅎ 좋은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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