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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장애문학‧출판계 동향

트렌드 때론 유쾌하게 때론 묵직하게 생각의 차원을 넓힌다

  • 김성신 출판평론가 
  • 등록일 2024-02-28
  • 조회수621

트렌드

‘장애 문학’의 범주를 어떻게 보면 좋을까? ‘장애를 소재나 주제로 다루는 문학 작품’ 정도로 쉽게 규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장애를 가진 작가가 장애를 소재나 주제로 하지 않는 작품을 펴냈을 경우, 이 작품을 ‘장애 문학’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 혹은 그리해야 하는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또 비장애인 작가가 어느 시점부터 장애를 가진 경우에 그들의 작품을 어떻게 범주화할 것인가. 작가가 장애 문학이라는 규정을 원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기 작품을 특정한 범주에 넣지 않고, 문학성만으로 독자와 평단의 평가를 받고 싶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장애 문학의 존재가치를 지지하며 확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시각에서 보면, 뛰어난 실력을 갖춘 장애인 작가의 작품이 모두 장애 문학으로 범주화되길 바란다. 이로써 장애 문학의 성과와 위상을 널리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런 문제 제기가 뭔가 심각하고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오히려 장애 문학의 성장과 발전을 증명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장애 문학은 소위 주류 문학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거나, 시대의 문화를 주도하는 작품들도 생산하고 있다. 단지 분류 체계상에서 ‘하위’일 뿐, 하위가 곧 ‘하급’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터넷 서점에서 ‘장애’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소설 문학 작품은 거의 검색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장애 문학’이 외면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좀 성급한 판단이다. 우선 ‘에세이’ 역시 문학 장르다. 장애 키워드 검색 결과에서 ‘청소년’으로 분류되는 책들 역시 문학이 주를 이룬다. 특히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분야에서 ‘장애’ 혹은 ‘장애 감수성’은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문학적 주제 중 하나다. 지난 한 해 동안 나온 장애 문학의 성과들을 살펴보자.

우선 에세이 분야에서는 『은혜씨 덕분입니다』(한겨레출판, 2023)가 눈에 띈다. 저자인 장차현실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희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이자 작가 정은혜의 엄마다. 그는 23년 차 만화가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은혜씨 매니저’가 아닌, 본업인 만화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싱글맘으로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며 때론 생활고로 힘들어했고 때론 온갖 차별에 괴로워하면서도, 장애를 가진 딸을 세상에 홀로 설 수 있도록 멋지게 키워낸 엄마의 육아일기이다.

‘SF 작가 최의택의 낯설고 익숙한 장애 체험기’라는 부제가 눈길을 끄는 책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교양인, 2023) 역시 2023년 한국 장애 문학의 성과다. 최의택 작가는 장편소설 『슈뢰딩거의 아이들』 『0과 1의 계절』 소설집 『비인간』을 펴냈고, 이 작품들로 2019년 예술세계 신인상과 제21회 민들레문학상 대상, 2021년 제1회 문윤성SF문학상 대상, 2022년 제9회 한국SF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을 받았다. 최근 급성장한 국내 SF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필력은 비소설에서도 똑같이 빛난다. 때론 유쾌하고, 때론 무거운 이야기를 자유롭게 오가며 독자를 깊은 사유로 이끈다.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은 선천성 근위축증으로 오랜 시간 세상과 단절되었던 작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자신의 장애 문제를 직시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쓰고 있다. “‘장애인’이 아닙니다, ‘장애 경험자’입니다”와 같은 문장은 그 자체로서 사회적인 어젠다 제시라고 할 수 있겠다.

오한숙희의 에세이 『우리, 희나』(나무를심는사람들, 2023) 역시 지난 한 해 우리 장애 문학의 성과다. 『사는 게 참 좋다』 『딸들에게 희망을』 『그래, 수다로 풀자』 등의 베스트셀러를 펴낸 여성학자이자 방송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저자는, 갑자기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제주로 터전을 옮긴다. 네 살 때 1급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딸 희나에게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저자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딸을 돌보는 일은 험난 그 자체였다고 고백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상처받고, 자기 삶마저도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한 것이다. 교육과 치료라는 이름으로 했던 육아는 아이를 위한 것이기보다는 엄마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행동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저자는 전한다. 이 책은 오랜 세월 동안 저자가 겪었던 이러한 무수한 시행착오들에 관해 적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발달장애를 가진 자식을 돌보는 어느 특별한 한 가정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존재 양식을 가진 인간’에 대한 이해로 생각의 차원을 넓힌다.

어린이 청소년 분야에선 단연 고정욱 작가의 활약상을 빼놓을 수 없다. 고정욱 작가는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활동을 시작했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가방 들어주는 아이』 등의 대표작이 있다. 그는 장애라는 주제를 아동문학에 용해해 ‘고정욱 문학’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고 작가는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죽는 날까지 500권의 동화책을 쓰고, 내 책이 100개의 언어로 번역되도록 만들고 싶다”고 했었다. 이젠 아무도 그의 이런 포부를 비현실적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9권을 비롯해 『안내견 탄실이, 네 꿈을 응원해』(오늘책, 2023), 『모두모두 똑같이 노차이 광선』(뭉치, 2023), 『소년들, 부자가 되다』(동아엠앤비, 2023), 『다정한 말, 단단한 말 따라쓰기』(우리학교, 2023), 『말똥밭의 소똥구리』(파란자전거, 2023) 등이 그가 2023년 한 해 동안 펴낸 책이다. 문학, 청소년, 어린이, 실용, 교육 등 전방위에서 고정욱 작가는 한 해 동안 10권 이상의 신작을 펴냈다.

한편, 어린이 그림책 분야에선 장애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장애 감수성을 섬세하게 높여주는 책이 많아졌다. 김리라 작가의 『와, 눈이다』(올리, 2023)는 눈이 내려야만 만날 수 있는 세상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친구, 바로 ‘눈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는 생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작가는 진정한 환대에 관해 이야기한다. 오늘날 세계 아동문학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그림 작가 중 한 사람인 클라우디아 팔마루치가 그림을 그린 책 『어둠의 마법 크리스마스 이야기』(책빛, 2023)에선 주인공들이 ‘어둠의 게임’이란 것을 한다. 이 게임은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모든 빛을 막아 칠흑 같은 어둠을 만든 후 집안 여기저기서 가지고 온 물건들을 손으로 만지며 촉각을 통해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게임이다. 이를 통해 두 주인공은 서로의 내면과 꿈까지 보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그림책에서 ‘장애’라는 단어는 전혀 언급되진 않지만, 장애란 부족함이 아닌 ‘다름’이며, ‘특별함’일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이 밖에도 장애 문학으로서 주목할 만한 책이라면, 청소년 문학 『뒤바뀐 세계』(빅토리아 그롱댕, 한울림스페셜, 2023), 어린이 그림책 『그래도괜찮아 마을에서 온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안드레스 게레로, 한울림스페셜, 2023)와 전해숙 작가의 『코코는 고구마고구마해』(한울림스페셜, 2023)를 꼽을 수 있겠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장애 문학의 성과를 담은 책들을 통해 우리 독자들이 더욱 섬세하고 진화된 장애 감수성을 갖추길 바란다.

  • 책표지. ‘장애인의 경계를 허무는 찐모녀 블루스 ‘은혜씨 덕분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글을 둘러싸고 아이를 안고 뛰는 모습, 아이가 엄마 어깨를 주무르는 모습 등 다양한 일상이 만화로 그려져 있다.

    『은혜씨 덕분입니다』
    (장차현실, 한겨레출판, 2023)

  • 책표지. ‘어쩌면...가장 보통의 인간. 최의택 에세이. SF작가 최의택의 낯설고 익숙한 장애 체험기’라고 쓰여 있다. 별이 가득한 사막에 커다란 얼굴 모양의 돔이 있고, 그 아래 작은 새 한 마리가 모닥불 앞에 있다.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최의택, 교양인, 2023)

  • 책표지. 우리, 희나. 내 안의 다정함을 깨우다. 오한숙희 지음. 2023 우수출판콘텐츠선정작. 책띠지에 “장애를 다룬 이야기가 꼭 슬프지만은 않잖아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딸, 희나와의 30년 동행기라고 쓰여 있다. 파란 바탕에 세 명의 여자가 그려져 있다. 운동복을 입은 여자,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여자, 화분을 안고 있는 여자.

    『우리, 희나』
    (오한숙희, 나무를심는사람들, 2023)

  • 책표지. 와, 눈이다. 글그림 김리라라고 쓰여 있다. 하얀 바탕에 여러 마리의 생쥐 그림이 그려져 있다. 눈을 굴리는 생쥐, 활을 쏘는 생쥐, 눈밭에 누워 발다리를 휘젓는 생쥐, 눈을 양동이에 담는 생쥐, 보드 타는 생쥐

    『와, 눈이다』
    (김리라, 올리, 2023)

김성신

출판평론가.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비평연대 창립인,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부회장,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 서울현대문학관 이사. 연간 7만여 종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 대국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인은 자국의 출판산업에 자부심을 가져 마땅하다는 점을 언론과 방송 등을 통해 열심히 알리고 있는, 출판계의 대표적인 마이크 중 하나. 최근에는 ‘비평연대’ 활동을 통해 젊은 문화비평가와 서평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foucault6134@naver.com
페이스북

사진 제공.교양인, 나무를심는사람들, 올리, 한겨레출판

2024년 3월 (51호)

상세내용

트렌드

‘장애 문학’의 범주를 어떻게 보면 좋을까? ‘장애를 소재나 주제로 다루는 문학 작품’ 정도로 쉽게 규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장애를 가진 작가가 장애를 소재나 주제로 하지 않는 작품을 펴냈을 경우, 이 작품을 ‘장애 문학’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 혹은 그리해야 하는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또 비장애인 작가가 어느 시점부터 장애를 가진 경우에 그들의 작품을 어떻게 범주화할 것인가. 작가가 장애 문학이라는 규정을 원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기 작품을 특정한 범주에 넣지 않고, 문학성만으로 독자와 평단의 평가를 받고 싶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장애 문학의 존재가치를 지지하며 확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시각에서 보면, 뛰어난 실력을 갖춘 장애인 작가의 작품이 모두 장애 문학으로 범주화되길 바란다. 이로써 장애 문학의 성과와 위상을 널리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런 문제 제기가 뭔가 심각하고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오히려 장애 문학의 성장과 발전을 증명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장애 문학은 소위 주류 문학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거나, 시대의 문화를 주도하는 작품들도 생산하고 있다. 단지 분류 체계상에서 ‘하위’일 뿐, 하위가 곧 ‘하급’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터넷 서점에서 ‘장애’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소설 문학 작품은 거의 검색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장애 문학’이 외면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좀 성급한 판단이다. 우선 ‘에세이’ 역시 문학 장르다. 장애 키워드 검색 결과에서 ‘청소년’으로 분류되는 책들 역시 문학이 주를 이룬다. 특히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분야에서 ‘장애’ 혹은 ‘장애 감수성’은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문학적 주제 중 하나다. 지난 한 해 동안 나온 장애 문학의 성과들을 살펴보자.

우선 에세이 분야에서는 『은혜씨 덕분입니다』(한겨레출판, 2023)가 눈에 띈다. 저자인 장차현실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희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이자 작가 정은혜의 엄마다. 그는 23년 차 만화가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은혜씨 매니저’가 아닌, 본업인 만화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싱글맘으로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며 때론 생활고로 힘들어했고 때론 온갖 차별에 괴로워하면서도, 장애를 가진 딸을 세상에 홀로 설 수 있도록 멋지게 키워낸 엄마의 육아일기이다.

‘SF 작가 최의택의 낯설고 익숙한 장애 체험기’라는 부제가 눈길을 끄는 책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교양인, 2023) 역시 2023년 한국 장애 문학의 성과다. 최의택 작가는 장편소설 『슈뢰딩거의 아이들』 『0과 1의 계절』 소설집 『비인간』을 펴냈고, 이 작품들로 2019년 예술세계 신인상과 제21회 민들레문학상 대상, 2021년 제1회 문윤성SF문학상 대상, 2022년 제9회 한국SF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을 받았다. 최근 급성장한 국내 SF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필력은 비소설에서도 똑같이 빛난다. 때론 유쾌하고, 때론 무거운 이야기를 자유롭게 오가며 독자를 깊은 사유로 이끈다.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은 선천성 근위축증으로 오랜 시간 세상과 단절되었던 작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자신의 장애 문제를 직시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쓰고 있다. “‘장애인’이 아닙니다, ‘장애 경험자’입니다”와 같은 문장은 그 자체로서 사회적인 어젠다 제시라고 할 수 있겠다.

오한숙희의 에세이 『우리, 희나』(나무를심는사람들, 2023) 역시 지난 한 해 우리 장애 문학의 성과다. 『사는 게 참 좋다』 『딸들에게 희망을』 『그래, 수다로 풀자』 등의 베스트셀러를 펴낸 여성학자이자 방송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저자는, 갑자기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제주로 터전을 옮긴다. 네 살 때 1급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딸 희나에게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저자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딸을 돌보는 일은 험난 그 자체였다고 고백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상처받고, 자기 삶마저도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한 것이다. 교육과 치료라는 이름으로 했던 육아는 아이를 위한 것이기보다는 엄마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행동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저자는 전한다. 이 책은 오랜 세월 동안 저자가 겪었던 이러한 무수한 시행착오들에 관해 적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발달장애를 가진 자식을 돌보는 어느 특별한 한 가정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존재 양식을 가진 인간’에 대한 이해로 생각의 차원을 넓힌다.

어린이 청소년 분야에선 단연 고정욱 작가의 활약상을 빼놓을 수 없다. 고정욱 작가는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활동을 시작했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가방 들어주는 아이』 등의 대표작이 있다. 그는 장애라는 주제를 아동문학에 용해해 ‘고정욱 문학’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고 작가는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죽는 날까지 500권의 동화책을 쓰고, 내 책이 100개의 언어로 번역되도록 만들고 싶다”고 했었다. 이젠 아무도 그의 이런 포부를 비현실적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9권을 비롯해 『안내견 탄실이, 네 꿈을 응원해』(오늘책, 2023), 『모두모두 똑같이 노차이 광선』(뭉치, 2023), 『소년들, 부자가 되다』(동아엠앤비, 2023), 『다정한 말, 단단한 말 따라쓰기』(우리학교, 2023), 『말똥밭의 소똥구리』(파란자전거, 2023) 등이 그가 2023년 한 해 동안 펴낸 책이다. 문학, 청소년, 어린이, 실용, 교육 등 전방위에서 고정욱 작가는 한 해 동안 10권 이상의 신작을 펴냈다.

한편, 어린이 그림책 분야에선 장애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장애 감수성을 섬세하게 높여주는 책이 많아졌다. 김리라 작가의 『와, 눈이다』(올리, 2023)는 눈이 내려야만 만날 수 있는 세상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친구, 바로 ‘눈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는 생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작가는 진정한 환대에 관해 이야기한다. 오늘날 세계 아동문학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그림 작가 중 한 사람인 클라우디아 팔마루치가 그림을 그린 책 『어둠의 마법 크리스마스 이야기』(책빛, 2023)에선 주인공들이 ‘어둠의 게임’이란 것을 한다. 이 게임은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모든 빛을 막아 칠흑 같은 어둠을 만든 후 집안 여기저기서 가지고 온 물건들을 손으로 만지며 촉각을 통해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게임이다. 이를 통해 두 주인공은 서로의 내면과 꿈까지 보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그림책에서 ‘장애’라는 단어는 전혀 언급되진 않지만, 장애란 부족함이 아닌 ‘다름’이며, ‘특별함’일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이 밖에도 장애 문학으로서 주목할 만한 책이라면, 청소년 문학 『뒤바뀐 세계』(빅토리아 그롱댕, 한울림스페셜, 2023), 어린이 그림책 『그래도괜찮아 마을에서 온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안드레스 게레로, 한울림스페셜, 2023)와 전해숙 작가의 『코코는 고구마고구마해』(한울림스페셜, 2023)를 꼽을 수 있겠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장애 문학의 성과를 담은 책들을 통해 우리 독자들이 더욱 섬세하고 진화된 장애 감수성을 갖추길 바란다.

  • 책표지. ‘장애인의 경계를 허무는 찐모녀 블루스 ‘은혜씨 덕분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글을 둘러싸고 아이를 안고 뛰는 모습, 아이가 엄마 어깨를 주무르는 모습 등 다양한 일상이 만화로 그려져 있다.

    『은혜씨 덕분입니다』
    (장차현실, 한겨레출판, 2023)

  • 책표지. ‘어쩌면...가장 보통의 인간. 최의택 에세이. SF작가 최의택의 낯설고 익숙한 장애 체험기’라고 쓰여 있다. 별이 가득한 사막에 커다란 얼굴 모양의 돔이 있고, 그 아래 작은 새 한 마리가 모닥불 앞에 있다.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최의택, 교양인, 2023)

  • 책표지. 우리, 희나. 내 안의 다정함을 깨우다. 오한숙희 지음. 2023 우수출판콘텐츠선정작. 책띠지에 “장애를 다룬 이야기가 꼭 슬프지만은 않잖아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딸, 희나와의 30년 동행기라고 쓰여 있다. 파란 바탕에 세 명의 여자가 그려져 있다. 운동복을 입은 여자,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여자, 화분을 안고 있는 여자.

    『우리, 희나』
    (오한숙희, 나무를심는사람들, 2023)

  • 책표지. 와, 눈이다. 글그림 김리라라고 쓰여 있다. 하얀 바탕에 여러 마리의 생쥐 그림이 그려져 있다. 눈을 굴리는 생쥐, 활을 쏘는 생쥐, 눈밭에 누워 발다리를 휘젓는 생쥐, 눈을 양동이에 담는 생쥐, 보드 타는 생쥐

    『와, 눈이다』
    (김리라, 올리, 2023)

김성신

출판평론가.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비평연대 창립인,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부회장,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 서울현대문학관 이사. 연간 7만여 종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 대국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인은 자국의 출판산업에 자부심을 가져 마땅하다는 점을 언론과 방송 등을 통해 열심히 알리고 있는, 출판계의 대표적인 마이크 중 하나. 최근에는 ‘비평연대’ 활동을 통해 젊은 문화비평가와 서평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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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교양인, 나무를심는사람들, 올리, 한겨레출판

2024년 3월 (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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