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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예술가의 인생 곡선① 무대 위에 펼치는 장밋빛 인생

  • 김진옥 배우
  • 등록일 2024-07-24
  • 조회수 454

이슈

예술가는 어떤 질문으로 예술을 할까? 예술가로서 자신을 성장하게 한 것은 무엇이고 그 속에는 어떤 기회와 과정이 있었을까? 장애예술가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오랫동안 꾸준히 예술 활동을 해오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예술 활동 이력과 의미를 들어본다.

① 김진옥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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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김진주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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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박재홍 시인

  • X축에는 10대부터 60대까지 나이가, Y축에는 점수(-5부터 +5까지)가 쓰여 있고 그래프가 그려져 있다. 좌표에 결정적인 순간이 쓰여 있다. 10대 이전 –5점, 장애로 인해 집에 방치되어 있었던 10대. +3점 세상 밖으로 첫걸음, 10대 +4점 첫 연극 관람. 30대 +2점 인권운동의 시작, 40대 +3점 결혼, +5점 출산, -3점 자영업. 50대 +5점 첫 연극배우와 주인공이 된 순간. 60대 +5점 다작배우, +5점 작가로 데뷔.

    김진옥 배우의 인생 그래프

사람들은 누구나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산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나는 아내이며 엄마이며 직장인이고, 정당 활동을 하는 정치인이며, 연극배우로 불리고 있다. 이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의 이름은 ‘연극배우’이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장애를 갖고 집안에 방치되어 살던 시절 여동생과 함께 역할극을 하며 놀 때가 제일 재미있었던 기억이다. 20대에 처음으로 연극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을 때 느꼈던 희열과 감동은 너무나 컸다. 나도 저런 무대에서 배우로 연기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연극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중증 장애인인 내가 설 무대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아쉬웠지만 꿈을 접어야만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내 인생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하고 싶은 일 한번 못 해 보고 끝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져 봤더니 장애인 배우를 모집한다는 극단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 극단을 찾아갔고 오디션을 봤다. 그리고 주인공에 캐스팅되어 연극 〈어린 왕자〉의 ‘장미’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나의 닉네임은 ‘장미’다.

처음엔 연극이 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겁 없이 무대 위에 올랐지만, 세월이 가면서 무대가 점점 두려워지기도 했다. 장애인으로서 몸의 한계와 경제적 부담을 느낄 때면 더 힘들어진다. 장애로 맡을 수 있는 캐릭터 선택의 문이 좁았다. 물론 배우로서 사례비도 받지만, 연습 기간 동안 개인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사례비보다 더 많다.

그래도 내가 연극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 세 가지가 있다. 성 소수자들에 대한 이해도가 없던 딸이 어느 날 〈헤드윅〉이라는 연극을 보고 오더니 생각이 달라지는 것을 보았다. 〈헤드윅〉은 성 소수자가 주인공으로서 겪는 이야기다. 어떤 교육이나 강의보다 연극 한 편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대 위에 서서 내가 살지 못했던 여러 가지 캐릭터로 살아보면서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재미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중증 장애인들이 배우로 일하면서 다른 많은 장애인도 꿈을 꿀 수 있게 하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내가 연극 하는 배우라는 게 보람되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나는 내 정신과 몸에 에너지가 있는 한 연극배우로 일할 것이며, 연출 공부도 하고 작가로서의 입지도 다져서 연극 세계에서 더 놀고 싶다. 아니, 더 놀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나는 열심히 공부하는 삶을 살고 있다.

  • 필자와 다른 한 사람이 휠체어에 앉아 있고, 뒤로 도로 한복판에 많은 사람이 앉아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거리 집회에 참여한 필자

  • 필자가 휠체어에 앉아 있고, 커다란 장미가 의자 상단과 손잡이에 부착되어 있다.

    〈어린 왕자〉에서 ‘장미’ 역할을 맡은 필자

김진옥

15년 전인 2009년에 첫 연극 공연 〈어린 왕자〉에 캐스팅되어 주인공 ‘장미’ 역할을 맡았다. 그 뒤로 장애인문화예술 판에서 1년에 3편 정도 공연을 올렸고, 2022년부터 외부 극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문화재단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춤추는 립스틱〉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주요 출연작으로 〈퍼즐〉(2020), 〈일어나 걸으라〉(2021), 〈오즈에는 마법사가 산다〉(2022), 〈난 태수야〉(2023), 〈내 죽음을 알려라〉(2023), 〈뮤지컬 바닷말 이야기〉(2023), 〈연분홍 치마〉(2023), 〈이동네 개판 5분전〉(2024) 등이 있다.
kjo916@naver.com

사진 제공.필자

2024년 8월 (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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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6: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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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 펼치는 장밋빛 인생 김진옥 배우님에게 깊은 감동과 교훈을 얻어 갑니다.

2024-08-13 11: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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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일을 하시는 연극배우 김진옥님의 인생그래프를 보면서, 누구나 고비는 있고, 행복이 있다고 생각이드네요~ 앞으로도 좋은 연극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2024-08-13 11: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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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열심히 여러가지 일을 하시는데 그중에서도 연극배우가 가장 맘에 드신다니 연극 그 자체만의 매력이 엄청난가보네요 왕성한 예술활동 열심히 잘 하시기를 응원할게요!!

2024-08-01 10: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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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내 얘기를 소설로 쓰면 몇 트럭이라고들 하지만, 인생 그래프의 깊은 골이 제 마음에 확 들어오네요. <어린 왕자>의 장미가 김진옥 배우님과 무척이나 잘 어울려요. 오래오래 무대에서 뵙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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