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2021년 이후 3년, 무엇이 달라졌나
실태조사는 현재 사회와 국가가 마주해야 할 현실과 과제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실태조사의 지표 한 부분을 보고 나아졌다거나 후퇴했다는 이분법만 반복한다면, 장애예술인의 불평등한 위치성을 근본적으로 이동시키기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5년 2월, 「2024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실태조사」(이하 2024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주1).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예술인지원법)을 근거로 진행하는 이 조사는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비전 2030」(2018~2022)에서 ‘사람이 있는 문화’를 슬로건으로 ‘소수자가 예술로 어울려 사는 사회’를 강조했다. 2022년에는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지원 기본계획」(2022~2026)을 발표하며 장애인문화예술과를 신설했다. 그리고 2023년에는 최초의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을 개관했고(주2), 같은 해 7월에는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위원회’ 위원 11명을 위촉했다(주3). 표면상 중요한 계획과 지원이 활발했던 지난 3년, 실제 장애예술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장애예술인은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2024년 실태조사를 통해 더듬어 보자.
2024년 실태조사에는 1,309명이 참여하였으며, 문화시설과 협회·단체 100곳을 추가 조사하고,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도 진행했다. 장애 유형을 2021년 실태조사와 동일하게 구성해 2024년 조사 결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했고, 「문화예술진흥법」 2022년 개정안을 반영하여 예술 분야 유형은 뮤지컬, 애니메이션 분야를 추가해 16개 항목으로 늘어났다(주4). 2024년 실태조사의 몇 가지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협회·단체가 문화예술 관련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86.1%로 2021년 96.4%에 비해 10.3% 감소하여 그 원인이 궁금한 대목이다. 지원금을 지급한 곳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75.9%), 광역자치단체 및 소속 문화재단(33.3%),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진흥기금)(23.0%) 순으로 나타났다.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응답이 70.3%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활동의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창작을 위한 지원금 부족’ 59.8%(2021년 26.7%), ‘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금 부족’ 43.6%(2021년 10.8%)으로 이전 조사에 비해 증가했다. 경력단절 사유 중 ‘문화예술 활동 수입 부족’이 43.2%로 2021년 75.9%에 비해 낮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답변에 새로 추가된 문항 ‘문화예술 창작 및 실연 등의 비용 부족’이 18.6%인 것을 감안하면 경제적 어려움이 경력단절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협회·단체의 강사 중 취미·여가를 위한 문화예술 관련 교육 프로그램 강사는 비장애인이 62.5%이고, 전문예술인 양성을 위한 문화예술 관련 프로그램 강사는 비장애인이 70%였다. 장애인 당사자가 반드시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과 노동 등 불평등이 누적된 결과가 이러한 지표에서 확인된다.
차별의 구조와 환경을 지목하는 ‘실태’ 파악하기
문헌 연구에서는 헌법부터 지역 조례까지 총 16개 항목으로 관련 법률을 열거하고 있지만, 해석은 통합적이지 못해 법률간 관계성을 파악하기 어려워 아쉽다. 매끈한 법률과 제도의 나열이 아니라, 근거가 존재함에도 정부 부처 간, 지원 체계 간 어떤 문제로 긴밀한 정책 협조가 어려운지 해석하는 과정이 긴요해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열악한 지표만 부각되고, ‘장애예술인은 열악하기 때문에 지원을 늘리자’라는 주장만 강조된다. 열악한 현실은 분명하지만, 이래서는 시혜적·단발적 지원, 칸막이 행정, 장애예술인 대상화, 변화하는 현장과 숙의 과정을 거친 장애예술 정책의 철학 부재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누적된다. 장애예술인의 현실 속에서 사회구조와 정부 지원정책의 ‘실태’가 드러나야 한다. 이를 위해 인권의 가치와 관점을 담아 질문하고, 교차적이고 복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이 절실하다. 따라서 실태조사는 3년마다 진행하는 숙제 완료가 아니라, 장애예술인을 둘러싼 차별의 구조와 환경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장애예술인의 문화예술 활동과 돌봄 지원체계
2024년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며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와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예술 활동 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2.5%로, 2021년 대비 2.1% 증가하였다. 장애 유형별로는 자폐성장애(87.7%), 지적장애(80.0%)에서 높게 나타났다. 보조 필요 시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는 가족이라는 응답이 42.5%로 가장 많았고, 활동지원사는 20.7%에 그쳤다. 그밖에 협업 관계에 있는 비장애예술인(13.2%), 친구 등 지인(8.7%)이 있었다. 2019년 정부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했다며 활동지원 서비스를 판정하는 새로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 조사는 기능제한(X1), 일상생활동작, 수단적 일상생활동작, 인지행동특성 장애의 의학적 모델로 필요한 사회서비스 기준을 나누고 있다. 당사자가 필요로 하는 지원과 욕구를 반영하지 않은 점수표로 인해 중증 장애 상태를 의학적으로 증명해야만 활동지원 시간을 받을 수 있다. 2019년 7월 인지행동특성 영역의 배점이 확대되었으나, 장애와 특성, 사회적 조건을 고려한 종합조사표가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은 발달장애인의 경우 최대 120시간의 활동지원을 받는다(주5). 활동지원 서비스 지원신청에서 탈락하거나 부족한 시간으로 가족에게 돌봄의 역할이 가중되는 문제는 발달장애 예술인의 활동 조력이 가족에게 향하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장애예술인의 노동 현실과 고용정책
2024년 실태조사에서 지난 3년간 장애예술인의 문화예술 관련 직업 고용형태는 ‘파트타임/시간제’(46.7%), ‘기간제/계약직/임시직/촉탁직’(39.7%), ‘일용직’(27.2%) 순으로 나타났다. 2021년 실태조사와 비교해 보면 장애 유형 및 정도에 관계없이 불안정한 예술 노동 조건이 심화되었다. 특히 여성 파트타임 비율이 1.5배 높은 것은 장애예술 현장을 장애, 지역, 연령, 성별 등 다양한 교차적 조건에서 살펴보아야 함을 방증하는 결과다. 장애예술인의 보험 가입 비율 또한 고용보험 39.6%, 기초연금 6.9%, 노령연금 8.1%, 장애인연금 43.9%로 나타난다. 장애인연금이 소득 보장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장애인 고용정책은 장애인의무고용제도 즉, 특정 규모 이상 기업의 경우 장애인 노동자를 의무고용해야 하며, 이에 대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와 직업재활 및 훈련을 목적으로 한 보호고용의 형태로 구분된다. 보호고용의 경우 대부분 장애인 거주시설, 복지기관의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최저임금 적용 제외로 인해 제대로 된 임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보호고용 형태 이외의 노동시장도 안정적이지 않다. 따라서 장애예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 전체의 노동과 빈곤의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만이 아니라 관련 부처 전반이 함께 살피고 평등 정책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숫자가 아닌,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에는 총 10그룹 21명의 장애예술인이 참여하여 전반 사항, 예술인 교육, 활동의 애로사항, 지원정책과 향유 경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전문예술교육 경험에서는 일반 학교 진학이 어려운 심한 장애의 경우 전문적인 교육을 받기 어렵다는 내용이 마음에 박힌다. 교육 차별이 제도교육, 예술교육을 가리지 않음을 드러내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공교육기관 참여의 어려움에서는 접근성보다는 제도 및 지원 프로그램과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을 들었다. 물리적 접근성을 넘어 관계적 접근성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근거다. 접근성은 장애인에게 할당하는 특수한 지원이 아니라 누구도 참여를 배제당하지 않기 위한 필수적인 권리다. 평등의 원칙을 담은 정책의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을 때 장애예술인은 할당되는 위치와 지원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식의 지원이 차별적 위치에 머물도록 강요한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장애예술인은 숫자가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고, 창작활동을 하는 이들일 것이다. 이들이 참여하여 드러낸 이 현실은 숫자가 아닌 문제 제기다. 사회와 정부의 ‘실태’를 드러내고 장애예술인이 놓인 불평등한 ‘실태’를 바꾸기 위해 또 다른 싸움의 시작점이다.
주2.문화체육관광부, “국내 최초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 ‘모두예술극장’ 개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3.10.24.
주3.문화체육관광부,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위원회 위원 11명 위촉”,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4.7.23.
주4.「문화예술진흥법」은 예술 분야 유형을 문학, 미술(응용미술 포함),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 국악, 사진, 건축, 어문, 출판,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16개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출처. 문화예술진흥법 법령 홈페이지, 2025.6.16. 접속.
주5.참고 기사, “뇌병변장애인 활동지원시간 떼서 시각장애인에게… 복지부가 장애유형 간 싸움 붙이고 있다”, 비마이너, 2019.6.11.
※ 관련 기사.이진희, 질문을 뒤집어야 새로운 시작이 보인다-「2021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및 분석연구」, 웹진이음 30호, 2022.5.11.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에서 장애여성 동료들과 연극을 만든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위원으로 활동했고,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이음온라인 기획위원(2기~5기)으로 참여했다. 사회와 예술의 정상성을 질문하며, 무대 안팎에서 다른 감각으로 움직이고 연대하는 활동을 지향한다.
rpvl72@gmail.com
2025년 6월 (64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금지」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