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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 시대를 이끄는 장애여성 유튜버

트렌드 당신이 모르는 나의 세계로 ‘즐거운 초대’

  • 최은경 한신대학교 평화교양대학 조교수
  • 등록일 2022-08-24
  • 조회수935

트렌트리포트

2년 넘게 유행 중인 코로나19로 인해 미디어 이용행태가 변했다. 방송통신위원회 「2021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링크)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10~50대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98%로, TV 보급률(94.3%)보다 높다. 60대 이상의 스마트폰 보유율도 91.7%에 이른다. 유료 방송 시청을 포함한 TV 이용 시간은 꾸준히 감소하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모든 연령대에서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선택하고 있고, 게다가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짧은 길이의 영상을 누구나 제작할 수 있다 보니 소셜미디어는 유튜버에게 일터이자 놀이터이고, 나아가 공론의 장이 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이용자가 약 20억 명이 넘는 유튜브는 88개 국가에서 76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혁신과 창의를 시도하려는 젊은 층에 인기가 많다.

그중 장애여성 유튜버의 채널을 눈여겨볼 만하다. 2017년 첫 방송을 시작한 ‘굴러라 구르님 Rolling Guru’(링크)에서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어떻게 대학을 진학했고 무엇을 전공하며 기숙사 생활은 어떠한지 등 평범한 여대생의 일상을 담고 있다. 2018년 시작한 농인 유튜브 채널 ‘하개월 hamonthly’(링크)은 국제수어와 토크, 농인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인공와우 사용자와의 인터뷰, 수어로 전하는 근현대사, 배리어프리 영상 보고 요리 따라 하기, 국제수어 설명, 청각장애 없는 아이 만들기, 농인이 바라보는 한국의 코로나 대응 등 다양한 이야기를 친구처럼 이웃처럼 들려준다.

시각장애인 유튜브 채널 ‘우령의 유디오’(링크) 역시 호기심 많고 긍정적이면서 자신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어 상당히 흥미롭다. 시각장애인이 거울 없이 화장하는 법, 화장품 색은 어떻게 구분하는지, 혼자 컵라면 먹는 법, 시각장애인 커플의 데이트, 시각장애인 여성이 생리할 때, 안내견의 성장과 일상, 택시와 지하철을 타면서 겪은 일 등 당사자로 솔직하게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최근에는 여행, 취미, 학업, 연애, 데이트, 화장, 쇼핑 등 또래 여성들이 궁금해할 법한 일상 소재로 뇌성마비, 농인 장애여성이 모여 수다를 떠는 토크 영상을 만들고 있다. 이밖에 다이어트와 메이크업을 주로 다루는 ‘HYUN LING 현링’(링크)도 구독자 수가 3만 명에 가깝다.

이들 장애여성 유튜버들은 장애를 갖게 된 사연, 장애로 인해 신체에 변화가 생긴 이후 어떻게 세상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지를 덤덤하게 혹은 유쾌 발랄하게, 때론 친절하게 자신의 삶과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 언뜻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것 같지만,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자신만의 확고한 세상을 만들고, 익명의 타인과 소통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즐기면서 다양한 사람을 자신의 세상으로 초대하고 있다. 1인 미디어 시대를 이끄는 MZ세대다웠다.

장애인과 여성의 인권을 자주 비교하는 해외는 어떠한가? 세계 최고의 공영방송으로 언급되는 영국 BBC는 휠체어를 타는 청각장애 여성 유튜버 제시카 켈그렌-포자드(Jessica Kellgren-Fozard)(링크)를 소개했다. 9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그녀는 빈티지 패션,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자신의 장애와 장애인으로서의 일상을 영상으로 제작해 올리고 있는데, 자신을 ‘온건한 운동가(soft activist)’라고 할 만큼 이동과 활동이 어려운 장애인에 대한 대중의 편견을 조금씩 변화시키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클레어 와인랜드(Claire Wineland)(링크)는 생전에 자신의 불치병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죽음과 같은 무거운 주제에 쉽고 재미있게 접근했다. 교통사고로 인해 전신마비 판정을 받았음에도 전문가 수준의 미용과 패션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며 ‘나의 아름다운 투쟁(My Beautiful Struggle)’ 챌린지를 이어가는 조던 본(Jordan Bone)(링크)도 있다.

한편, 질과 제나(The Stews)(링크),리키 포인터(Rikki Poynter)(링크)는 청각장애인과 소통하는 법을 알려준다. 자폐장애 유튜버 아미스트 샤버(Amythest Schaber)(링크),루게릭병으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롤로(Sitting Pretty Lolo)(링크), 왼팔만 가진 그레이스와 척추측만증이 있는 아멜리아 자매(The Mandeville)(링크),3명의 자녀를 둔 지체장애인 엘리자베스 리지(Elizabeth-Lizzybuntonvlogs)(링크) 등도 활발히 활동하는 장애여성 유튜버다.

우리나라와 비교해보면, 해외에서는 다양한 장애를 가진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이 솔직하고 섬세한 방식으로 요리, 패션, 메이크업, 육아, 연애와 성생활, 예술, 직업, 교육, 운동, 여행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세상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의 원인과 증상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설명할 뿐만 아니라 난치병을 위한 기금 마련과 인식개선 캠페인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주도적이고 주체적으로 사회 운동에 참여하며 활발한 연대와 소통을 위해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여성이 맞닥뜨리는 세상은 유튜브 속보다 훨씬 혹독한 것 같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차별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마주하는 장애인 대부분이 남성인 것은 우연일까? 장애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독립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비장애인과 남성 중심의 조직이 결정하고 평가하는 것은 최선일까? 장애여성이 약자 중의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엔 여전히 차별과 모순이 존재한다. 이제는 유튜브로 세상을 읽고 배우는 세대와 꺼내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함께 소통하고 연대할 기회를, 우리가 지금 만들어야 한다.

최은경

언론·미디어 연구자 및 비평가. e스포츠과 교육 과정 개발 및 교육 참여했고, 2021년부터 한신대학교 평화교양대학 영상 콘텐츠 전공, e스포츠융합대학원 주임교수로 있다.
choice77@hs.ac.kr

2022년 9월 (34호)

상세내용

트렌트리포트

2년 넘게 유행 중인 코로나19로 인해 미디어 이용행태가 변했다. 방송통신위원회 「2021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링크)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10~50대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98%로, TV 보급률(94.3%)보다 높다. 60대 이상의 스마트폰 보유율도 91.7%에 이른다. 유료 방송 시청을 포함한 TV 이용 시간은 꾸준히 감소하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모든 연령대에서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선택하고 있고, 게다가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짧은 길이의 영상을 누구나 제작할 수 있다 보니 소셜미디어는 유튜버에게 일터이자 놀이터이고, 나아가 공론의 장이 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이용자가 약 20억 명이 넘는 유튜브는 88개 국가에서 76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혁신과 창의를 시도하려는 젊은 층에 인기가 많다.

그중 장애여성 유튜버의 채널을 눈여겨볼 만하다. 2017년 첫 방송을 시작한 ‘굴러라 구르님 Rolling Guru’(링크)에서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어떻게 대학을 진학했고 무엇을 전공하며 기숙사 생활은 어떠한지 등 평범한 여대생의 일상을 담고 있다. 2018년 시작한 농인 유튜브 채널 ‘하개월 hamonthly’(링크)은 국제수어와 토크, 농인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인공와우 사용자와의 인터뷰, 수어로 전하는 근현대사, 배리어프리 영상 보고 요리 따라 하기, 국제수어 설명, 청각장애 없는 아이 만들기, 농인이 바라보는 한국의 코로나 대응 등 다양한 이야기를 친구처럼 이웃처럼 들려준다.

시각장애인 유튜브 채널 ‘우령의 유디오’(링크) 역시 호기심 많고 긍정적이면서 자신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어 상당히 흥미롭다. 시각장애인이 거울 없이 화장하는 법, 화장품 색은 어떻게 구분하는지, 혼자 컵라면 먹는 법, 시각장애인 커플의 데이트, 시각장애인 여성이 생리할 때, 안내견의 성장과 일상, 택시와 지하철을 타면서 겪은 일 등 당사자로 솔직하게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최근에는 여행, 취미, 학업, 연애, 데이트, 화장, 쇼핑 등 또래 여성들이 궁금해할 법한 일상 소재로 뇌성마비, 농인 장애여성이 모여 수다를 떠는 토크 영상을 만들고 있다. 이밖에 다이어트와 메이크업을 주로 다루는 ‘HYUN LING 현링’(링크)도 구독자 수가 3만 명에 가깝다.

이들 장애여성 유튜버들은 장애를 갖게 된 사연, 장애로 인해 신체에 변화가 생긴 이후 어떻게 세상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지를 덤덤하게 혹은 유쾌 발랄하게, 때론 친절하게 자신의 삶과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 언뜻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것 같지만,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자신만의 확고한 세상을 만들고, 익명의 타인과 소통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즐기면서 다양한 사람을 자신의 세상으로 초대하고 있다. 1인 미디어 시대를 이끄는 MZ세대다웠다.

장애인과 여성의 인권을 자주 비교하는 해외는 어떠한가? 세계 최고의 공영방송으로 언급되는 영국 BBC는 휠체어를 타는 청각장애 여성 유튜버 제시카 켈그렌-포자드(Jessica Kellgren-Fozard)(링크)를 소개했다. 9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그녀는 빈티지 패션,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자신의 장애와 장애인으로서의 일상을 영상으로 제작해 올리고 있는데, 자신을 ‘온건한 운동가(soft activist)’라고 할 만큼 이동과 활동이 어려운 장애인에 대한 대중의 편견을 조금씩 변화시키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클레어 와인랜드(Claire Wineland)(링크)는 생전에 자신의 불치병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죽음과 같은 무거운 주제에 쉽고 재미있게 접근했다. 교통사고로 인해 전신마비 판정을 받았음에도 전문가 수준의 미용과 패션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며 ‘나의 아름다운 투쟁(My Beautiful Struggle)’ 챌린지를 이어가는 조던 본(Jordan Bone)(링크)도 있다.

한편, 질과 제나(The Stews)(링크),리키 포인터(Rikki Poynter)(링크)는 청각장애인과 소통하는 법을 알려준다. 자폐장애 유튜버 아미스트 샤버(Amythest Schaber)(링크),루게릭병으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롤로(Sitting Pretty Lolo)(링크), 왼팔만 가진 그레이스와 척추측만증이 있는 아멜리아 자매(The Mandeville)(링크),3명의 자녀를 둔 지체장애인 엘리자베스 리지(Elizabeth-Lizzybuntonvlogs)(링크) 등도 활발히 활동하는 장애여성 유튜버다.

우리나라와 비교해보면, 해외에서는 다양한 장애를 가진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이 솔직하고 섬세한 방식으로 요리, 패션, 메이크업, 육아, 연애와 성생활, 예술, 직업, 교육, 운동, 여행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세상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의 원인과 증상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설명할 뿐만 아니라 난치병을 위한 기금 마련과 인식개선 캠페인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주도적이고 주체적으로 사회 운동에 참여하며 활발한 연대와 소통을 위해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여성이 맞닥뜨리는 세상은 유튜브 속보다 훨씬 혹독한 것 같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차별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마주하는 장애인 대부분이 남성인 것은 우연일까? 장애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독립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비장애인과 남성 중심의 조직이 결정하고 평가하는 것은 최선일까? 장애여성이 약자 중의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엔 여전히 차별과 모순이 존재한다. 이제는 유튜브로 세상을 읽고 배우는 세대와 꺼내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함께 소통하고 연대할 기회를, 우리가 지금 만들어야 한다.

최은경

언론·미디어 연구자 및 비평가. e스포츠과 교육 과정 개발 및 교육 참여했고, 2021년부터 한신대학교 평화교양대학 영상 콘텐츠 전공, e스포츠융합대학원 주임교수로 있다.
choice77@hs.ac.kr

2022년 9월 (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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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1 14: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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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라 구르님과 하개월 님 유튜브를 잘 챙겨보고 있는 사람인데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장애여성 유튜버를 소개해주셔서 하나씩 눌러보며 덕분에 세계가 넓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9-20 14: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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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칼럼 잘 읽고 갑니다. 장애여성 유튜버에 대해 소개해 주시니 정말 신선하여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확고한 세상을 만들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MZ세대의 활기찬 기운이 느껴져서 절로 응원하고 성원을 보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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