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전라 지역은 우리나라 남서쪽에 위치한 전라남도, 전라북도, 광주광역시를 일컫는다. 전라북도는 2024년 1월 ‘전북특별자치도’가 되었으며, 호남평야로 대표되는 평야 지대인 서부와 산악지대인 동부로 나뉜다. 도청소재지인 전주시를 비롯해 익산시, 군산시, 새만금 등의 서부에 인구와 산업 시설이 집중되어 있다. 동부 최대 도시인 남원시는 개발에서 소외되다 보니 인구가 현저하게 줄고 있다. 전라남도 도청소재지는 무안군이고, 전남도청 동부청사 소재지이자 최대 도시는 순천시이며, 지역내총생산(GRDP)이 가장 높은 도시는 여수시다. 서부에는 거대한 나주평야가 있으며 동부는 산세가 험하다. 남해안과 서해안에는 수많은 섬과 갯벌이 있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광주광역시는 1919년 3·1 운동과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 등 주요 독립운동이 발생한 핵심 지역이었으며, 1980년 5·18 민중항쟁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장애예술인 찾기
전라 지역은 산업화 이래 인구 유출이 가장 심한 지역으로 꼽힌다. 대한민국 총인구가 2024년 5,175만 명으로 1966년보다 75.8% 늘어날 동안 전북과 전남, 광주는 1966년 약 657만 명이었던 인구가 2024년 약 494만 명으로 1/4이 줄었다.(주1) 장애인 수는 등록장애인을 기준으로 전북 130,818명, 전남 135,648명, 광주 69,194명이다.(주2) 이중 장애예술인이 몇 명인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광주는 2023년 현재 예술활동증명 등록을 완료한 장애예술인이 32명, 미등록 장애예술인이 71명이다.(주3) 전북은 2022년 현재 전체 예술인 1,119명 중 6.8%를 차지하는 76명의 장애예술인이 있으며, 이중 97.1%가 예술활동증명 등록을 한 것으로 조사되었다.(주4) 전북은 인구 대비 등록장애인 비율이 7.5%로 전국 평균 5.2%보다 높아 장애예술인 비율도 조금 높은 듯하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증명 통계에 따르면 전라 지역에는 15,343명의 예술인이 있는데,(주5) 우리나라 등록장애인이 전체 인구의 5.2%인 것을 감안하면 장애예술인은 약 700명~800명으로 추산할 수 있다. 그러나 전남 지역에서 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증명 등록 예술인 4,466명 중 5.2%인 232명을 장애예술인으로 추산하고 미등록 장애예술인까지 포함해도 400명을 조금 넘을 뿐이다. 그만큼 예술활동에 진입하고 지속하는 데 장벽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광주의 장애예술인 중에는 60대 이상이 41.7%로 가장 많고, 40대 이하와 50대가 각 29.1%로 비교적 연령대가 높다. 주 활동 장르는 미술이 36%로 가장 많고, 음악 16%, 실용·대중음악과 공예가 각각 14%, 문학 10% 순으로 나타났다. 활동경력은 5년 미만이 31.1%로 가장 많고, 5년~10년 미만, 20년 이상이 각 26.2%, 10년~20년 미만이 16.5% 순이어서 비교적 짧은 편이다. 한편 전북 장애예술인이 예술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으로는 ‘예술 관련 지원예산 부족’이라는 응답이 26.8%로 가장 많았고, ‘창작물 발표기회 부족’(15.9%)과 ‘작품 판매/유통 기회 부족’(8.4%) 등을 들었다. 이는 타 지역도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보인다.
장애예술인 창작지원을 보면, 전라남도문화재단에서 공연, 시각, 문학 분야 장애예술인 창작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1인 200만 원을 연 30명 규모로 지원한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은 장애·비장애 예술협업 창작활동을 지원·운영하는 사업을 통해 장애예술인의 활동 기회를 확대하고 전문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2024년 9월 현재 전라 지역에서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조례」 또는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조례」를 1개 이상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는 20곳(광주 6, 전북 6, 전남 8)으로, 경상권 17곳(부산 3, 대구 3, 울산 3, 경북 2, 경남 6)에 비해 조금 많은 편이다. 특히 광주광역시의 경우 본청과 구청 모두 장애인 또는 장애예술인의 문화예술 활동 지원 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다. 2020년 「장애예술인 지원법」 제정 이후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조례」는 광주 2곳, 전북 1곳, 전남 1곳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부산 2곳, 대구 3곳, 울산 1곳, 경북 1곳, 경남 1곳인 경상 지역과 큰 차이가 없다. 전국에서는 27개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주6)
장애예술 공간 찾기
2024년 기준으로 전북에는 공공도서관을 포함해 188개의 문화기반시설이 있다. 이 중 전주시는 40개, 익산시 25개, 완주군 18개 순이다. 전북 지역은 예술인의 거주와 활동의 절반 정도가 전주시에 집중되어 있는데 문화기반시설은 그나마 지역에 분산되어 있는 편이다. 전남에는 박물관 63개, 미술관 41개, 도서관 74개, 문예회관 23개, 문화의집 1개가 있다.(주7) 이 시설들의 장애인 접근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조사되어 있지 않다. 「2022 전라북도 예술인 실태조사 보고서」와 「전라남도 문화예술교육 실태조사 및 정책발굴 보고서」(2019)에 문화기반시설에 대한 조사 결과가 들어 있지만, 이 시설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 지역 내에서 장애인의 시설 접근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 낮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전라 지역에서 접근성이 갖춰진 창작공간으로는 전주시에 있는 ‘하나예술창작센터’를 들 수 있다. 2015년에 개관한 하나예술창작센터는 전주시가 지원하고 전북장애인미술협회가 운영하는 장애·비장애 미술인의 창작공간으로, 지상 3층 규모에 세미나실과 전시실·작업실 등을 갖추고 있다. 약 50명의 미술인이 그림을 그리거나 모이고 교류하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광주광역시가 지원하고 광주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예술인창작센터 보둠’은 2022년에 개관해 전시 공간, 연습실, 입주작가 작업실, 회의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턱이 없는 무장애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작가에게 매월 창작준비금을 지급하고 전시회 개최도 지원한다. 김봉진(회화), 김선환(동판공예), 전동민(한국화) 작가 등이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2025년에는 상반기 공모를 통해 4명의 작가를 선발해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장애인이 예술을 향유하기 위한 접근성 공연, 배리어프리 공연은 아직도 특별한 이벤트로만 만날 수 있다. 광주에 소재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는 전시 접근성을 높이고 시각장애인 대상 전시 감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고, 어린이극장에서 접근성 공연을 올리기도 한다. 2024년 11월에 올린 〈막대 뚝딱 피지컬 ‘뿔난 오니’〉의 경우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무장애 문화향유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점자 홍보물과 음성 소개, 수어통역 안내영상 등의 공연 정보를 사전 제공하고, 공연에 음성해설, 수어통역, 문자통역 등으로 관람 접근성을 높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7)」에는 ‘장애인 문화예술 접근성 제고’가 중점과제로 설정되어 있다. ‘장애인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라는 추진 과제를 위해 “지역 내 장애인 접근성, 교통 편의성 등을 고려한 지역 중심 확대 등”이 강조되었으나, 아직 전라 지역에서 뚜렷한 변화 양상을 확인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장애예술축제·무장애 예술축제
전라 지역에서는 최근 장애예술축제, 무장애 축제의 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광주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예술날개 페스티벌’은 2020년 장애인이 갈고 닦은 음악·연극·미술·문학 작품을 발표하는 예술창작과 문화향유 프로그램 결과공유의 장으로 시작되었다. ‘2024 예술날개 페스티벌’은 2024년 12월부터 광주시립미술관에서 11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희망 대신 욕망》(2024.12.17.~2025.3.2.) 전시회로 규모가 대폭 축소되어 진행되고 있다.
완주문화재단에서는 ‘완주무장애예술축제 서로’를 개최해 오고 있다. 2021년부터 운영해 오던 완주문화원탁회의에서 장애예술정책과 현황에 대해 논의하고 2022년 기초자료조사 추진 결과를 기반으로 기획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24 완주무장애예술축제 서로’(2024.11.5.~11.17)에는 ‘완주장애인합창단 꽃’의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문화제와 전시회가 열렸다. 수어통역, 쉬운 말과 큰 글씨 안내문, 점자와 음성 안내문을 구비한 축제였다. 2019년 창립한 정신장애인 문화공동체 아리아리도 2022년부터 ‘매드 프라이드’를 개최해 오고 있다. 매드프라이드(Mad Pride)는 1993년 캐나다에서 시작되었고 세계 각지로 확산하였는데,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주도해 정신장애에 대한 차별과 낙인에 저항하며 자신들의 매드 정체성을 긍정하려는 시도 중 하나이다. 2024년 시즌 3을 맞은 완주의 매드 프라이드는 지역에서의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부안군문화재단에서 개최하는 ‘부안 무경계 페스티벌 날다(F.L.I)’(2024.10.18.~10.19)는 2024년 제2회를 맞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온 것에 더해, 발레·탭댄스·비보잉 등 댄스 프로그램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과 터치투어를 추가했다. 록 페스티벌에서는 실시간 수어통역, 액티브 자막, 휠체어 전용석을 마련해 접근성을 높이고 공연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사단법인 국제장애인문화교류협회가 주최하고 펠리체예술단과 국제장애인문화교류여수시협회가 주관한 ‘2024 여수 국제장애인문화엑스포’(2024.8.20.~8.22.)도 주목할 만하다. 전국의 장애예술인이 모여 예술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다양한 문화 체험의 기회를 만들어낸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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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축제들은 모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지원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축제들이 지역의 특색을 살리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긴 안목과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완주의 장애예술교육 매개자 양성 사업, 부안의 문화다양성 활동가 양성과정 ‘점점이면’, 순천의 아동・장애인・노인・다문화 대상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이음’, 전북특별자치도장애인복지관의 발달장애예술전문가 양성과정 등 장애예술교육과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또한 완주문화재단, 광주문화재단처럼 장애예술에 관심을 가진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역할도 중요하다. 척박한 가운데서도 파릇파릇 싹을 틔우고 있는 전라 지역이 특색 있는 장애예술 지도를 그려나갈 수 있기 바란다.
주2.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 포털, 광주광역시 장애인 등록현황(2024.1.30.), 전라남도 장애인구 현황(2024.6.30.), 전북특별자치도 장애인 유형별 등급별 등록현황(2024.6.30.)
주3.광주문화재단, 「2023 장애예술인 지원 중장기 발전계획 연구 보고서」, 2023.
주4.전북 장애예술인 등록 현황 참고. 전북문화관광재단, 「2022 전라북도 예술인 실태조사 보고서」, 2023.
주5.한국예술인복지재단, ‘지역별 예술활동증명 현황’(2025.1.17. 접속 기준)
주6.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역별 지원제도 조사 및 표준조례안 연구」, 2024.
이 연구는 2024년 9월 기준으로 조사되었는데,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해 보니 2025년 1월 20일 현재 4개 시와 2개 구(광주광역시, 여수시, 전주시, 익산시, 광주광역시 서구와 남구)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에서는 39개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고 입법 예고된 조례도 6건 있어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조례가 잇달아 제정·시행되고 있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주7.문화체육관광부, 「2024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2024.1.1. 기준)
김효진
작가. 장편 동화 『깡이의 꽃밭』 『달려라, 송이』 『착한 아이 안 할래』와 수필집 『특별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이런 말, 나만 불편해?』 『오늘도 차별, 그래도 삶』을 썼다. 2021년부터 이음온라인 장애문학방송 팟캐스트 ‘A의 모든 것’을 진행하고 있고, 2023년, 2024년 이음온라인 기획위원이다.
skyhoho21@hanmail.net
2025년 2월 (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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