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지역의 필요를 바탕으로, 지역을 삶과 예술의 터전으로 삼는 장애예술은 어떻게 가능할까. 전라 지역의 장애예술 지형과 현황을 짚어보고 현장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기획자로, 매개자로 광주, 완주, 부안을 거점 삼아 활동하는 세 분과 이음온라인 기획위원이 만났다. 전라 지역 장애예술의 현안은 무엇이며, 장애예술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짚어본다.
개요
-
일시2025년 1월 6일 오후 2시
-
장소커피앤스튜디오나이브
-
참석자
김언경 문화공동체 아리아리 대표
문경양 광주장애미술인협회 회장
전민정 부안군문화재단 사무국장
김효진 작가, 이음온라인 기획위원(좌장)
김효진웹진이음에서 지역의 장애예술을 주제로 강원권, 충청권에 이어 전라권을 찾았다. 몇 년 전 신간이 나왔을 때 사직도서관에서 작가와의 대화 자리를 마련해 줘 광주에 왔었는데 느낌이 좋았다. 이런 이야기 자리가 그리 많지 않아서 오늘도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가 기대된다. 우선 각자 소개를 부탁드린다.
문경양금속공예 작가이고, 사단법인 광주장애인미술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광주장애인미술협회는 2024년 32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아직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회장을 맡으면서 협회를 알리고 장애인 미술작가의 미술 창작활동 시간을 인정받는 일자리를 만들어줘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3년 정도 지난 현재 약 20명의 장애인 미술작가 취업을 성공시켰고, 지역의 공공기관과 단체에도 우리 협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언경제 직업은 정신건강 간호사다. 병원에서 10년 정도 근무한 후, 지역사회 복지시설에서 사례 관리를 하면서 근무한 지 10년이 훌쩍 넘어간다.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정신장애인들이 충분히 능력도 있고 가능성도 보이는데 자꾸 병원에 다시 들어오는 당사자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병원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지역사회로 나와 복지시설에서 일하게 되었다. 2019년에 완주군이 문화도시로 지정되었을 때 추진단 활동을 하면서 ‘완주 컬처 메이커즈 스쿨’에 참여했다. 내 주변의 갈등이나 문제점을 찾아 문화 활동을 통해 해소하는 건데, 거기서 제 고민을 이야기하고 구체화하면서 문화공동체 아리아리를 만들었다.
전민정시각예술을 전공했고, 소설도 쓰고 문화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 부안군문화재단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장애, 장애예술 관련해 함께할 계기는 없었던 것 같다. 부안군문화재단은 2021년에 설립되었는데, 2023년부터 ‘부안 무경계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음악축제를 하면서 배리어프리 문화를 지역에 알리는 사업을 시작했고, 우리 재단도 장애인문화, 장애예술에 접속되어 가는 단계다. 최근에 지역의 장애예술인들과 전시를 함께 진행했고, 재단 직원들이 수어를 배우면서 농문화 등을 좀 더 알려고 노력하는 계기를 만들며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하고 있다.
예술과 복지, 노동과 일자리
김효진최근 이 지역에서 장애예술과 관련한 가장 큰 이슈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창작뿐만 아니라 향유도 중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활동을 좀 더 자세히 듣고 싶고, 고민이나 지향하는 바를 나눠주시면 좋겠다.
김언경문화공동체 아리아리는 제가 일하는 정신재활시설을 이용하는 정신장애인 회원과 직원이 구성원으로, 정신장애인이 80%, 비장애인이 20%다. 2019년 설립 당시 목적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지역민의 인식을 개선하는 거였다. 아시다시피 정신장애인은 예비 범죄자라는 낙인이 많이 찍혀 있잖나. 근데 5년간 활동하면서 목적이 바뀌었다. 주변을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무언가를 기획하고 참여하고 노력하다 보니 오히려 정신장애 당사자 스스로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되었고 자존감도 높아졌다. 사람들을 만나려 노력하고 먼저 인사를 청했다. 저희는 정신과적 증상을 ‘증상’이 아니라 ‘다름’이라고 얘기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도 있고 다른 소리가 들리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도 꽃 냄새를 맡으면 향기가 좋다고 느끼고 아름다운 걸 보면 예쁘다고 느낀다. 그러니 지역민과 만나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름을 인정하고 인식 개선이 될 수 있도록 당사자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한다.
문경양광주는 문화예술의 도시로 인식되고 있지만, 장애예술 측면에서는 별로 연관이 없었던 것 같다. 전시 공간만 해도 엘리베이터나 장애인주차장 등 접근성 있는 시설을 찾기 어렵고 대관 자체가 힘들다. 2022년에 전주시에서 하나예술창작센터를 오픈해 협약식을 맺으러 갔었는데, 그곳은 24시간 열려 있어 장애・비장애 작가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3층에는 도예를 할 수 있는 공간까지 갖추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광주에도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 시와 재단에 어필하고 탐방도 추진했는데 진행되지는 못했다. 같은 해에 광주문화재단에서 장애예술인창작센터 보둠을 열고 미술작가 3명을 선정해 레지던스 공간을 지원하기도 했지만, 사실 아쉬움이 많다.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작품활동도 하고 토론도 하고 교류하면서 활동하다 보면 장애에 대한 이해도 장애인식 개선도 자연스럽게 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잘 안되어 아쉽다.
전민정2024년에 다섯 명의 장애예술가와 《모두의 여행, 부안》 전시회를 열었다. 부안은 복지 쪽이 훨씬 광범위하게 문화예술을 선도해 나가고 있는데, 우연히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미술 창작활동을 하는 장애예술가들이 사진이나 인터넷 자료를 참고하여 그림을 그린다는 얘기를 듣고 밖으로 나가 그림 그리는 활동을 기획했다. 코스도 짜서 부안을 여행하려 했는데, 막상 이동하려 하니 쉽지 않고 안전을 고려하니 접근 폭이 확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축된 세상의 현실을 봤다. 신체적 자유로움에서부터 정신적 자유로움까지 종합된 게 예술인데, 안전한 공간을 주고 그 안에서 제한된 자유를 주었던 것뿐이라는 걸 자각하게 되었다. 장애에 대한 이해와 접근성이 우리의 화두였다.
김효진예술이 복지와의 접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복지라는 틀 안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많고 상호작용도 이루어진다. 어떤 때는 특수교육, 복지라는 것에 갇혀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복지와 문화예술이 함께 했을 때 어떤 가능성이 있고 어떤 한계나 어려움이 있을까?
김언경복지와 문화예술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계점은 있다. 그나마 완주는 도농 복합 지역이고 인구가 조금 늘긴 했지만, 전라북도에는 인구 소멸 지역이 꽤 많다. 그러다 보니 지역으로 갈수록 문화예술에서 소외되는 경우도 많고, 기초생활 수급자도 많다. 대부분 지원사업 안에서 활동하다 보면 수혜자, 복지 개념을 벗어나 예술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쉽지 않다.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지지해 줬는데, 문화도시가 종료되면 아리아리도 자생을 고민해야 한다. 앞에 나서주는 장애인 당사자가 있으면 거기에 맞춰서 같이 가겠지만 아직은 쉽지 않다. 저 역시 생업이 있으니 100% 집중할 수는 없다. 5년 내내 자생이 제 화두였지만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다.
문경양우리도 사실 마찬가지다. 전문성과 지속성, 자생은 다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예전에도 7년간 우리 협회 부회장을 맡았는데, 생계도 꾸려야 해서 계속 고사하다가 결국 회장직을 맡았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접근성이 갖춰진 공간으로 바꾸고자 지금의 장소로 이전했다. 전동휠체어가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곳, 장애인 화장실이 갖춰진 곳, 그리고 장애인주차장이 있는 곳을 찾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다음에 필요한 게 전문인력이었다. 우리 협회도 장애인 일자리로 구청에서 사무 보조인력을 지원해 주지만, 전문인력은 아니어서 어려움이 많다. 그마저도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고 근로지원인 연계도 신청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5, 6개월 단위로 단기로 지원하는 것도 문제다. 1년 정도 업무에 적응할 만하면 그만두니 쌓이는 게 없다. 3년이든 5년이든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예술 세계를 확장하기 위해
김효진복지기관을 통해 문화예술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 복지기관 차원에서는 전문가 양성보다는 사회와의 접촉면을 높이기 위한 동기부여에 목표를 두게 되는 것 같다. 사람들과의 상호작용과 환경 속에서 균형을 잡으며 자기 예술세계를 확장하는 방법이 뭘까?
문경양우리는 공공지원이 있건 없건 작가의 역량을 기르고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단계별 교육을 진행한다. 그런데 여기에도 지원이 필요하다. 재료비도 전문적으로 가면 물감 하나 붓 하나만 해도 몇만 원씩 하잖나. 그래서 재료를 사고 작업도 할 수 있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실력을 향상할 수 있게 일주일에 두 번씩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했더니 작품의 퀄리티도 높아졌다. 그리고 장애예술인 창작물 우선구매제도도 있으니 관공서에 판로를 만들려고 한다.
전민정어떻게 보면 문경양 회장님이 기법이든 예술가적 태도든 계속 영향을 주며 디렉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저도 장애예술가 다섯 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작품을 처음으로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디렉터십(directorship)이나 비평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복지 차원이나 여가 활동을 넘어서 예술가 정체성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필요해서 지역에서 오랫동안 장애인 미술교육을 해온 고보연 설치미술가이자 미술공감채움 대표를 디렉터로 초빙했다. 장애예술가들이 디렉팅 또는 비평을 통해 예술에 대한 영향력을 느끼고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경험이 중요한 모멘텀(momentum)이겠다고 생각했다. 장애 정체성 혹은 고유성이 작품에 녹아드는데, 그것을 잘 끄집어내고 봐야 한다. 그것은 누구도 하지 못하는 그 사람만의 개성이다. 그래서 저는 ‘잘 그렸다’ ‘못 그렸다’라는 기준은 이상한 것 같다. 오히려 장애예술가가 온전히 그 고유 세계를 잘 발현했느냐를 볼 수 있는 안목과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것 아닐까. 독특함과 개성을 발견해 주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고 미의 범주가 확장되는 게 우선이다. 그다음에 유통도 될 수 있다고 본다. 복지의 시각에 갇히면 공정성, 형평성, 이런 개념이 우선하면서 뭔가 뚫리지 않는 느낌이다.
김효진장애인 작품의 핵심과 독특함을 찾아내고 그것을 존중해주는 태도를 가진 디렉터, 비평가가 주변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문경양 회장님 얘기 중 그림을 판매하거나 일자리로 얻은 이익으로 자신을 개발하고 예술작업에 재투자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열기 위한 노력에는 시간과 돈이 투자되어야 하니.
문경양2022년 12월부터 일자리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 협회를 회사로 등록해서 매일 4시간씩 작업하면서 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생겼다. 처음에는 대신정보통신과 협약을 맺고 중증장애인 3명을 고용했고, 그다음 1월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으로 3명을 고용했다. 작가들은 고용되어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거기에 더해 일주일에 2번 2시간씩 전문작가에게 수업도 받는데, 그렇게 하니 작품의 퀄리티도 좋아지고 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주변에서도 작품에 대한 평이 좋다.
김언경완주문화재단에서 창단한 ‘장애인합창단 꽃’에 아리아리도 함께 활동하고 있다. 작년 전국대회에서 만난 골프존파스텔합창단이 눈에 띄었는데, 국내 최초 직업 장애인합창단이라더라. 2018년에 기업에 채용되어 올해로 7년 차 활동하는 팀이었다. 기업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른 기업에서도 장애인 일자리 사업이나 의무고용을 하고 있지만, 문화예술 쪽으로 직업군을 만들어서 지원해 주는 게 많아지면 좋겠다.
김효진전라 지역 장애예술의 지역적 특징이나 차이점이 있을까? 그리고 지역적 특성이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하다. 각자 지역과 조직의 경험을 나눠주셔도 좋다.
김언경완주는 이제야 문화예술 향유에서 창작으로 넘어가는 시점인 것 같다. 이제는 창작자로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완주문화재단이 그 중심에서 있다. 완주군은 2021년 12월에 「완주군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현장 중심의 장애인문화예술정책 마련에 집중했다. 장애인 접근성 조사도 장애인 당사자들을 만나서 직접 인터뷰했다. ‘완주무장애예술축제 서로’는 2회차였던 2023년 장애인 당사자 추진단을 만들었다. 추진단 회의를 다섯 차례 거치면서 의견을 많이 수렴했다. 어쩌면 당연한 건데, 저희도 이제야 느꼈고, 축제 측도 많이 노력했다. 장애인 당사자도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자신들의 의견이 담긴 축제가 됐다는 것에 자존감이 향상되었다.
전민정이 정도면 완주가 엄청나게 잘하고 계신 거다. 저희는 전 단계인 것 같다. 여전히 지역에서 배리어프리 문화는 낯선 개념이고, 장애인과 만날 수 있는 접촉면이 약하다. 사실 장애인이 일상에서 안 보인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장애인・비장애인이 섞일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재단에서도 장애인 문화예술 사업을 2년 정도 해보니, 관련한 현황조사가 시급하다는 것을 느꼈다. 문화시설 접근성 관련한 조사도 아직 안 되어 있다. 그나마 체육 분야는 뭔가 조금 되어 있는 것 같은데, 문화예술 쪽은 많이 뒤처져 있다.
김효진예술활동을 하는 데 있어 주변에 많은 연결망과 관계가 생길 것 같다. 어떤 동료, 파트너가 있나?
김언경우리는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와 완주문화재단의 도움과 지원을 많이 받았다. 문화재단도 고맙게도 문화예술 매개자 양성 과정도 열고. 저희가 못하는 홍보도 열심히 해줘서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고, 서울에서 진행한 기획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처음에 문화도시추진단 때부터 만났던 분들이 지지를 많이 해줘서 버틸 수 있었다.
문경양장애예술계에서도 한목소리를 내고 연대하면 좋을 텐데 쉽지 않다. 2022년부터 장애예술계 단체장들과 계속 협업을 제안하고 꾸준히 얘기한 게 있다. 장애예술인을 위한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하자는 거였다. 1층은 갤러리, 2층은 공연장, 3층은 문학실. 이렇게 한 공간 안에서 365일 장애예술인이 공연도 하고 전시도 하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면 거기서부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거라고 설득하는데, 쉽지 않다. 올해도 그 부분을 계속 밀고 나가려 한다.
변화를 위해 천천히 한걸음씩
김효진광주, 완주, 부안 모두 장애예술, 무장애 관련한 축제가 다 있다. 축제가 지역 문화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나?
김언경‘매드 프라이드’의 경우,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에서 정보를 얻어 2022년부터 시작했었다. 정신장애인은 조금 더디고 느리다 보니 반복적인 활동을 많이 하고, 변화를 기다리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아리아리 활동도 한 3년 지나서야 변화를 느꼈다. 지역의 변화도 약간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소소하게 공동체 하나하나 만나면서 시작했고, 그다음에는 만났던 공동체들과 다른 큰 활동을 해보면서 시작했다. 작년에는 정신장애인·비정신장애인 약 200명이 모여 완주군청 인근 복합문화공간 누에 단지 내에서 거리 행진을 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참여자가 많이 늘었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여서 좋았다. 문화예술의 영향력을 꼽는다면 소통인 것 같다. 피켓 들고 외치지 않아도, 그냥 일상에서 문화 활동을 통해서 만나는 거다. 한 번은 완주에 보물섬이라는 다문화 여성공동체와 함께하는 시간이었는데, 저희 회원이 자기에게만 들리는 이상한 소리(환청)가 있다고 얘기하자, 자신도 처음 완주에 시집왔을 때 주변 사람이 하는 말이 다 환청처럼 느껴졌다며 공감해 주는 거다. 저는 그 얘기를 듣고 진짜 놀랍고도 신기했다.
전민정지난 12월에 부안군 12개 마을이 참여하는 ‘생활예술공동체 꿈의무대 꿈의 날갯짓’ 축제를 열었다. 여기에 부안장애인종합복지관의 레인보우합창단이 참여했다. 축제는 2023년부터 시작했고, 주로 이동성이 약한 어르신들이 많이 참여했다. 10월에 부안군청 앞마당에서 열린 ‘부안 무경계 락 페스티벌(F.L.I)’은 장애인의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 환경을 조성했다. 완주의 장애예술축제처럼 지역민의 기획 참여로부터 쫀쫀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저희도 장기적으로는 장애인 당사자로부터, 지역으로부터 저변을 넓히면서 공감대를 만드는 축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경양아무래도 축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할 유일한 소통 공간이기도 하다. 장애인식개선이 글이나 강의로 되는 게 아니고, 일상생활에서 함께 차 마시고 같이 전시하고 축제하면서 인사 나누고, 어떤 작업을 하는지 작품에 대한 반응은 어떤지, 판매가 좀 되었는지 이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거다. 광주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예술날개 페스티벌’도 그렇지만, 비장애 전문예술가가 주축이 되고 장애인을 끼우는 식이다 보니 어색하고 힘들다. 당사자가 주도하도록 바꿔야 한다. 재단, 축제 측에서 모든 것을 기획하지 말고, 문학이면 문학, 미술이면 미술, 각 분야 전문단체에 지원해 주고 그들이 기획부터 시작하게 하면 장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연결하고 소통하며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고 퀄리티도 높아진다. 보여주기식, 끼워 맞추기식으로 동원하려 하니, 그게 늘 안타깝다.
김효진앞으로 장애예술이 발전하기 위해서 자치단체나 중앙정부에서의 역할이나 변화를 위한 제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각자의 계획과 기대도 들려달라.
김언경뭔가 얘기하려면 복지과와 문화관광과에서 서로 담당이 아니라고 넘겨져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복지의 한 꼭지에 장애인 문화예술이 딱 들어가면 좋겠다. 또 농촌으로 갈수록 젊은 층이 없고, 지원정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모른다. 그래서 지역별로 수요에 맞게 정책을 전달하고 홍보할 방법을 찾아주면 좋겠다. 완주문화재단에서 접근성 조사할 때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왔다. 물론 접근성도 더 많이 고민해 줘야 하지 않을까. 미국 뉴욕, 스위스, 네덜란드에 폐쇄된 국립정신병원을 정신장애인에게 돌려주어 예술 창작공간으로 운영하는 ‘리빙 뮤지엄’이 있다. 아무런 제약 없이 예술표현을 할 수 있고 과정과 결과물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나라도 용인정신병원에서 ‘리빙 뮤지엄’을 운영하고 있다. 저도 그런 활동을 제일 해보고 싶다.
전민정우리 재단 직원들과 기초 수어를 약 6개월 정도 배웠다. 저는 수어가 독특한 언어라고 생각하고 굉장한 가능성을 봤다. 마찬가지로 장애예술인이 만드는 언어는 우리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언어로 전파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 문화, 인식, 제도도 변해야 한다. 새해에는 부안에 이러한 변화의 싹을 키울 수 있는 활동가를 키우는 것에 집중해보려 한다. 한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하 장문원)에 거는 기대도 있다. 지자체마다 관할 부서도 있지만, 장애예술 영역에서는 장문원이 중간 역할을 해주는 게 크다. 지역에는 아직 장애예술 관련한 담론조차 거의 없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작은 씨앗을 뿌리는 것부터 필요하다. 장애인 문화예술의 기초적인 개념부터 중심을 잡고 가주면 기초재단에서는 지역 내에 복지 개념이 아닌 장애예술 영역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각자 역할을 해나가다 보면 빨리 가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씩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문경양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좋은 전시 공간, 공연 공간이 정책적으로 마련되면 좋겠다. 또 장애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과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를 운영하길 바란다. 장문원에서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폐쇄적으로 운영된다. 오픈되어 누구나 자기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프로젝트를 통해서 기업 브랜드와 협력할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저희가 직접 기업을 찾아다니기 쉽지 않다. 장애인 예술교육도 정말 필요하고, 일상에서 경험하고 입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접촉점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김효진현장에서 굉장히 어렵고 또 막막할 때도 많다고 하지만, 다른 지역보다 풍성한 권역인 것 같다. 어려움은 어려움대로 있지만, 또 그것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앞서가는 자의 길이 된다. 그 길을 만들고 계신 분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부디 지치지 말고, 뚜벅뚜벅 이 길을 가주시면 좋겠다.
김언경
문화공동체 아리아리 대표, 정신건강 간호사.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완주문화도시추진위원단으로 활동하며 지역에서 장애와 예술을 연결하고 매개하며 지역사회에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공동체 아리아리는 2019년 정신재활시설 한사랑의 정신장애 당사자와 종사자를 주축으로 설립한 정신장애인 문화공동체이다. 사진·영화 등의 미디어 활동과 매드 프라이드 등을 개최하고 지역의 ‘꿈의연극’ 활동 등에 참여하며 회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unnyun79@naver.com
문경양
사단법인 광주장애인미술협회 회장. 금속공예 작가이고 노래강사, 난타강사로도 활동한다. 광주문화재단, 복지관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1992년에 설립된 사단법인 광주장애인미술협회는 광주시 장애 문화예술인의 역량 강화를 위한 활동과 교육을 통한 신진작가 양성, 개인전 지원 등의 활동을 한다. 협회 정기 전시회, 영호남장애작가 미술교류전 등을 개최하며 교류와 화합·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장애인식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iove99205@naver.com
∙ 광주장애인미술협회 홈페이지
전민정
부안군문화재단 사무국장. 미술사를 전공했다. 서울에서 도시공간 예술기획 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기획 활동을 했다. 2023년부터 부안군문화재단에서 일하고 있고, 장애예술인 5인전 《모두의 여행, 부안》 등을 재단 지역문화팀 및 고보연 디렉터와 함께 만들었다.
2021년 설립된 부안군문화재단은 2023년부터 부안생활예술축제 ‘꿈의 날개짓’ ‘부안 무경계 페스티벌 날다’를 개최하고 있다.
ohoo@bacf.or.kr
∙ 부안군문화재단 홈페이지
김효진
작가, 인권활동가. 국가인권위원회 장애 차별 분야 전문위원, (사)한국발달장애가족연구소 이사장, 장애여성네트워크 공동대표. 장편 동화 『깡이의 꽃밭』 『달려라, 송이』 『착한 아이 안 할래』와 수필집 『특별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이런 말, 나만 불편해?』 『오늘도 차별, 그래도 삶』을 썼다. 이음온라인 장애문학방송 팟캐스트 〈A의 모든 것〉을 진행하고 있고, 이음온라인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skyhoho21@hanmail.net
정리. 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제작PD suna.choe@gmail.com
사진. 이재범 라무팜스튜디오 실장 andy45a@naver.com
2025년 2월 (61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금지」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