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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장애 미학과 비평언어 존재의 원형이자 출발점, 사유를 담는 치열한 언어

  • 문승현 옐로우닷컴퍼니 대표
  • 등록일 2026-02-11
  • 조회수 39

이슈

나의 작업은 나를 정의하는 ‘장애’라는 실존적 조건에서 출발한다. 사회학적 용어인 ‘신경다양성’보다 의학적 명칭인 ‘뇌성마비’가 더 익숙한 나의 장애는, 신체적 통증 그 자체보다 사회적 대상화와 소통의 단절이라는 차별의 경험이 작업의 모티브가 된다. 그러나 나는 장애가 작업의 전면에 전시되는 것을 지양한다. 장애는 어디까지나 사유의 출발점이자, 작품의 골조를 이루는 ‘원형(Archetype)’으로서 기능할 뿐이다.

장애에 대한 고찰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환경과 구조에 관한 관심으로 확장되었다. 장애인의 이동권, 교육, 사회적 지위는 그들이 발을 딛고 선 건축과 도시의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2019년 시작한 《장애와 도시와 건축의 상상여행 전》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장애 당사자가 불합리한 도시 구조에 대해 발언하고 이를 미학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우리를 억압하는 구조에 대항하는 새로운 미학을 제시하고자 했다. 비록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잠시 멈춰야 했으나, 이는 이후 ‘장애와 건축’을 화두로 삼은 일련의 다원예술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공간에 대한 탐구는 ‘장소성’에 대한 사유로 심화했다. 현대 사회는 장소가 지닌 고유한 맥락을 지우고 획일적인 공간으로 치환하는 ‘장소 상실’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2020년의 《흐르는 벽으로 대화하기》와 2021년의 《비어 있는 혹은 가득한》은 이러한 상실된 장소에서 인간이 겪는 소외와 표류를 다루었다. 우리는 벽을 단순한 단절의 도구가 아닌 소통의 매개로 재정의하고, 미완성의 건축공간에서 장소 회복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나의 장애는 또 하나의 예술적 재료를 제안했는데, 그것은 바로 나의 ‘목소리’였다.

비규범적 발화를 지닌 나는 오랜 시간 적대적인 언어 환경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2022년 〈소리와 공간의 언어〉를 통해 나는 나의 음성을, 장소의 고유성을 새로 규정하는 도구로 변모시켰다. 하이데거가 말했듯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목적을 상실한 채 비어 있던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비축기지로 변모한 탱크 내부를 가득 채운 나의 비규범적 음성은 시적 울림을 넘어 공간에 구조적 안정성을 부여하는 새로운 언어가 되었다. 나에게 집이란 생존의 기능을 넘어 신뢰와 소통을 담는 그릇이며, 타인을 초대하는 행위는 곧 깊은 신뢰의 발현이다.

최근 작업인 〈On the boundary〉와 타이중 미술관 전시작 〈On Thin and Transparent Things〉는 건축의 ‘투명성’에 집중한다. 나는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 건축이 보여주는 실제적 투명성이 공간의 중첩을 통한 현상적 투명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투명한 공간을, 무의식을 은유하는 이미지로 확장하고, 퍼포머들의 신체와 파동, 소리를 통해 과거로부터 전해오는 존재의 메시지를 포착하려 했다. 나는 이 작업을 위해 ‘해수면 상승 이후의 아포칼립스’라는 SF적 상상을 덧입혔다.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쳐 다시 드러난 문명의 흔적 속에서, 퍼포머들은 ‘물’이라는 원형적 재료를 사용한다. 물은 생명이자 기억인 동시에 죽음이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영원한 흐름이다. 비록 영상 속에서 나의 목소리가 친절한 해설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는 없으나, 텍스트로 치환된 나의 언어는 리플렛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나의 작업은 건축과 무용, 영화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비규범적인 나의 목소리가 누군가에게는 낯설게 들릴지라도, 그 안에는 핵심적인 사유를 담아내려는 치열한 언어가 존재한다. 소리와 언어, 그리고 공간이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존재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 개관전 《A Call of All Beings》(2025.12.13.~2026.4.12.) 중 진행된 기획자 안카 미훌레츠 김과 문승현 작가의 대화를 바탕으로 한다.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는 타이중 미술관(TcAM)과 타이중 공립도서관을 겸비한 복합시설로, 2025년 12월 개관했다.

  • 콘크리트 벽으로 된 좁은 공간에서 흰 점프슈트를 입은 문승현 작가가 문틀에 몸을 기울이고 서서 팔과 다리로 문틀을 짚고 있다. 문 안쪽 바닥에는 붉은 천이 길게 깔려 있다.

    문승현, 〈On the boundary〉, 2024

  • 넓고 밝은 전시장 공간에서 세 명의 퍼포머가 있다. 각각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린 채 균형을 잡고 있고,  앞으로 달리듯 몸을 기울이고,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 뒤쪽에는 높고 큰 투명 유리문이 설치되어 있으며, 역광으로 인해 인물들은 실루엣처럼 보인다.

    문승현, 〈On Thin and Transparent Things〉, 2025

문승현

문승현

미술작가, 기획자, 공연예술 연출가, 옐로우닷컴퍼니 대표. 2000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마음, 하늘을 바라보다》(2012), 《Soul Face》(2013), 《침묵 속 이야기를 그리다》(2018) 등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뇌성마비 시각예술작가 모임 ‘아티스트 그룹 날’에서 활동했으며,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선의 리듬〉 〈점점 퍼지다〉 〈21° 11′〉 《흐르는 벽으로 대화하기》 등 다수의 공연과 전시에서 퍼포머, 연출, 기획, 음악으로 참여했다. 저서로 시집 『고해소 앞에는 등불이 켜져 있다』가 있다. 이음온라인 6기 기획위원이다.
sellars@nate.com

사진 제공.필자
썸네일.〈On Thin and Transparent Things〉

2026년 2월 (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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