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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중국의 장애연극 ‘신나는 극단’이 펼치는 포용성 연극의 실천

  • 김우석 인하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 등록일 2026-01-07
  • 조회수 64

트렌드

2025년 5월, W가 신이 나서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 작품 읽어봐, 대박이야.” W는 중국 유력 일간지의 연극평론 전문기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든 극단 작품인데, 장애와 연극에 대한 인식도 대단하지만 내용도 아주 심오하고 사회 문제를 다양하게 다뤘어.” 그렇게 만나게 된 작품이 〈나는 출생을 선택할래요(我選擇出生)〉(이하 〈선택〉)이다. 가오위안(高原)이 쓰고 마옌(馬岩)이 연출해 2024년 ‘베이징국제청년연극제’에서 선보인 이 작품을 우리말로 번역했고, 2025년에 출판사 ‘연극과인간’을 통해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했다.

‘장애’를 넘어, 존재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성찰

연극 〈선택〉은 태아가 부모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기의 출생 조건을 파악한 뒤 태어날지 말지 정한다는 재미있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다섯 가정의 만남이 소개되는데, 이 모든 만남은 우리에게 생명과 존재의 존엄성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현대 사회의 과열 경쟁은 태아와 부모에게 어떤 강박으로 다가올까? 선천적 장애가 있는 태아와 그 아이를 출산하고 싶은 부모가 기댈 수 있는 근거와 정당성은 무엇인가? 출산과 출생의 주체이면서 정작 자기 결정권으로부터는 소외된 여성과 아이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지정 성별과 성정체성의 불일치를 대면하게 될 태아는 보수적인 가정에서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유전적 문제로 치명적 불치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데 임부와 아이는 어떤 결정을 할까?

질문은 묵직하지만 연극은 개방적이고, 토론은 강렬하지만 각각의 대화는 진솔하고 아름답게 흘러간다. 독자든 관객이든 마음속에 깊은 울림과 사색이 남는다. 그리고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사유와 실천의 지평이 넓어진다. 작가 가오위안의 공력에 감탄을 금할 길 없다.

신나게 공연하고 신나게 관람하는 ‘신나는 극단’

이 작품을 연극 무대에 올린 창작집단은 ‘신나는 극단(樂意劇團)’이다. 이름만 들어도 유쾌한 신나는 극단은 모든 장애 범주의 연극 애호가들이 함께 발의하여 2023년에 창립한 창작연극단체다. 이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룹을 연결하고, 신체적 속박을 초월하여 ‘포용적이고 다원적이며 융합적인’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한다. 50명 이상의 배우를 포함한 70명 남짓한 극단 구성원 중 장애인이 3분의 2 이상이고, 이 작품도 등장인물의 대다수를 장애인 배우들이 맡아서 공연하였다. 공연에는 두 명의 수어통역사가 함께했고 자막이 제공되었다.

〈선택〉은 2024년 ‘베이징국제청년연극제’에서 초연되었고, 2025년 6월 베이징의 청년 연극인이 주최하고 실험성을 추구하는 미니연극제 ‘프리즘연극제’에 초청받아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같은 해 9월에 ‘루미너스 페스티벌(Luminous Festival, 星空藝術節)’ 초청작으로 선정되어 중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민영극장인 고루서극장(鼓樓西劇場)에서 공연되어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루미너스 페스티벌은 국제문화기구 ‘보디 온앤온(Body On&On, 身身不息)’이 개최하며 포용성 예술을 지향하는 예술제로, 2019년에 시작되어 2025년에 7회를 맞았다.

‘신나는 극단’은 장애인 아마추어 배우가 대다수이지만 예술적인 기준을 조금도 낮추지 않는다. 전문 연출가의 엄격한 지도로 배우로서의 기본 훈련이 이루어진다. 당연히 일반인은 상상하기 힘든 어려움이 수반된다. 장애 배우들은 서로 길잡이가 되어 동선을 숙지하고 장애물을 확인하며 정확한 위치를 포착한다. 청각장애 배우가 지체장애 배우의 이동을 돕고, 지체장애 배우가 시각장애 배우의 방향을 안내하며, 청각장애 배우가 시각장애 배우의 동작을 완성시켜 준다. 신나는 극단의 첫 작품인 〈역전된 미래〉는 2024년에 우수 극본으로 선정된 데 이어, 중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연극제인 ‘우전연극제’에 특별초청 받아 공연했으니, 이 극단의 공연 완성도를 짐작할 만하다. 그러기에 배우들은 자신 있게 말한다. “신나게 보세요, 신나게 공연할게요. 우린 바로 ‘신나는 극단’이니까요.”

연극을 넘어서 치유와 화해로

세계 장애인의 날인 12월 3일, ‘신나는 극단’은 또 한 번 신나는 기획을 실천에 옮겼다. 바로 중국의 정상급 힙합 래퍼 완니다(万妮达,Vinida)와 공동 작업으로 같은 제목의 싱글 앨범 〈나는 출생을 선택할래요(我選擇出生)〉(유튜브 음악 듣기)를 중국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인 ‘텐센트뮤직’에서 발표한 것이다. 이 작업에는 완니다와 ‘신나는 극단’의 장애인 배우 여덟 명이 참여했다. 노래는 완니다가 메인 보컬을 맡고 극단 배우들이 코러스를 넣은 버전과 극단 배우들이 보컬과 코러스를 다 맡은,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되었다.

신나는 극단 대표 순야오야오(孫妖妖)와 이 극단을 위해 극본을 집필하는 작가 가오위안은 연극 〈선택〉이 ‘신나는 극단’의 창립 취지에 밝힌 것처럼, 장애라는 범주와 영역의 경계를 넘어 사회적인 파급력과 영향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선택〉을 활용하여 가족 치유 프로그램을 여는 기획도 준비하고 있다. 가오위안의 세 번째 작품인 〈영웅의 여정〉은 또 어떤 감동을 전해줄지 기대된다.

  • 무대 앞줄에는 흰 가운을 한 배우가 서 있고, 옆으로 나란히 검은 의상을 입은 다섯 배우가 앉아 있다. 뒤편에는 혼자 혹은 들씩 짝지은 배우들과 키보드와 기타 등 라이브 연주자들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다. 뒷벽에는 천이 바닥까지 내려뜨려져 있고 파란색과 녹색 조명이 비추고 있다.
  • 무대 중앙에 검은 옷을 입은 출연자들이 서로 몸을 밀착해 서 있다. 각자의 검은 의상 위에는 태아를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신나는 극단 〈선택〉, 루미너스 페스티벌, 2025. 사진 리헝잉(李恒穎)

  • 풍선을 머리 위로 달고 검은 옷을 입은 배우 네 명이 나란히 서있고, 바닥에는 풍선이 가득 놓여 있다. 뒤편으로 배우들이 나란히 책상을 두고 앉아 있다. 무대 왼편에서는 수어통역을 하고 있다.

    신나는 극단 〈선택〉, 베이징국제청년연극제, 2025. 사진 리옌(李晏)

  • 임부복 같은 흰 원피스를 입은 배우 세 명이 팔과 다리를 힘차게 들고 한 방향으로 걷고 있다. 뒤편으로 배우들이 나란히 책상을 두고 앉아 있고, 벽에는 중국어와 영어 자막이 영사되고 있다.

    신나는 극단 〈선택〉, 천진 공연, 2025. 사진 리헝잉(李恒穎)

김우석

인하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중국 고전희곡 연구자. 한중연극교류협회를 위해 중국현대극을 번역하다가 인연이 닿아 천쓰안의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연극과인간, 2024)와 가오위안의 『선택』(연극과인간, 2025) 등을 번역하면서 중국의 장애인 연극에 관한 소식을 접하고 관심 두게 되었다.
jyx0929@inha.ac.kr

사진 제공.가오위안(사진 리옌, 리헝잉)

2026년 1월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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