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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예술인 창작역량 강화를 위한 질문

이슈 더 평등한 예술을 위한 사회적 역량에 주목하라

  •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기획
  • 등록일 2020-10-28
  • 조회수518

이슈

장애 예술인 창작역량 강화를 위한 질문

더 평등한 예술을 위한 사회적 역량에 주목하라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기획

장애인이 예술을 할 때 특수한 개별적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 스스로가 욕구가 있거나 필요로 하는 바에 따라 이 지원은 달라진다. 특수해 보이지만, 당연한 지원이 보장되지 않을 때 장애 예술인은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거나 장애가 있는 몸은 예술인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다. 사회는 무능하거나 불편한 몸, 시도만으로 감동을 주는 몸이란 차별적 인식에 더 익숙하다. 활동지원, 접근권, 의도적인 장치, 남다른 세계관, 눈에 띄지 말아야 할 요소, 장애 예술의 특성 등 관점과 호명에 따라 이 지원은 시혜가 되거나 권리가 되고, 새로운 예술적 시도로 읽히기도 한다.

장애 예술인의 창작역량을 북돋을 방안을 고민할 때, 과거보다 익숙해진 장애인 접근권을 예술 현장에서 어떤 관점으로 재사유할 것인지 질문하는 것에서 시작해 본다. 장애인만을 위한 지원으로 보이는 많은 것들이 예술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계의 변화를 이끈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특수한 지원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장애, 젠더, 이주 등의 관점이 보편적 체계를 흔들 때 예술 하기가 더 평등한 세계로 모두를 이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이제 장애 예술인과 장애 예술만의 과제가 아니라 관계 맺는 동료 비장애 예술가와 우리가 딛고 있는 이 사회의 역량을 질문하는 것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질문을 이동하기

2018년 웹진 [이음]이 진행한 설문(관련기사 바로가기)에서 ‘장애 예술 창작 활성화 관점에서 필요한 역량’을 묻는 질문에 비장애인 응답자는 다수가 사회참여 확대(65.9%)라고 답했고, 장애인 응답자는 표현매체의 확장(53.3%), 사회참여 확대(13.3%)라고 답했다. 「2018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및 분석 연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18)에 따르면 장애인 예술 활동 참여 경로가 복지관 등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인 경우가 68.5%이니 예술의 사회통합적 접근이 익숙하고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술의 사회통합이라는 넓은 우산 아래 이뤄지는 직업교육, 임금노동, 특수 교육, 치유, 향유, 창작 활동은 각기 관점과 목표, 당사자의 욕구에 따라 여러 맥락을 띤다. 사회통합의 목표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동료 시민 간 관계 맺기인지 비장애인의 세계로 장애인이 통합되는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아쉬운 점은 많은 경우 사회통합은 비장애인의 세계에 장애인이 진입하거나 혹은 수용 가능한 몸이 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장애인이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전제가 변하지 않는 한 사회통합은 긴장을 일으키는 논의가 필요한 개념이다.

표현매체 확장의 의미는 여러 맥락을 상상하게 하는 답변이다. 모든 장애인이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와 장으로서의 매체인가, 장애 예술인이 접근 가능한 물리적‧심리적‧경제적 조건의 변화를 함의한 매체인가. 이 답변을 주의 깊게 보게 되는 것은 장애 예술인의 역량 강화를 통해 사회가 기대하는 바와 장애 예술인 사이의 간극이 무엇인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사회가 혹시 장애 예술인의 ‘장애’가 여전히 사회에 통합되어야 할 취약한 조건이라고 보는 것은 아닌지, 장애 예술인은 ‘예술’할 사회구조가 여전히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말이다.

관계 역량을 쌓을 시간

같은 설문에서 장애 예술인 역량 강화에 필요한 지원을 묻는 질문에는 창작지원금(61.9%), 비장애 예술인(단체)과의 협력 기회 제공(59.3%)으로 답변했다. 이 부분은 장애-비장애 예술인 간 협력에 대해 사회통합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갈 수 있겠다. 장애-비장애 동료 간 공동작업은 창작, 관객, 평론 전반에서 예술현장의 비장애 중심성이 노출되고, 정상신체주의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장애인에게 귀속되는 성질로 여겨졌던 무능력이 비장애인에게로 옮겨짐으로써, 혹은 어떤 무능력이 무대 위에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 관객 자신에게서 체험됨으로써, 의심할 수 없을 만큼 굳건했던 위계는 일시에 무너지는”(박종주)1) 과정이다. 이 경험이야말로 동료 시민이 되는 연습, 예술을 통해 관계적 역량을 쌓는 시간이지 않을까. 비장애가 장애를 보충하거나 장애가 비장애에게 영감을 제공하는 역할분담이 당연해지지 않는, 관계와 협업의 룰, 문화를 만드는 과정을 겪길 기대한다. 문화예술계 성폭력 예방 및 대응 매뉴얼,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지원 등 다양한 후속 활동이 예술 현장을 변화시키는 요구와 만나는 것처럼 장애-비장애 예술인의 협업도 현장 변화의 요청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 예술인의 역량만이 아니라 동료의 역량, 장애 예술인이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 구조의 문제를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장애 예술인에겐 인권 역량이 더욱 요청될 수 있다. 장애인으로 살아온 경험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기보다 인권을 만나고 다양한 소수자에 대해 알아가는 실천 말이다. 이미 많은 장애 예술인들이 창작과 인권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장애와 교차하는 무수한 주제들을 마주하는 일을 기꺼이 겪는다.

우리가 불리고 싶은 이름으로 예술하기

장애 예술인의 정의에 대해서 여러 논의가 있지만, 나는 이 글에선 “장애 정체성에 따른 표현으로 비장애인이 갖는 편견과 인식에 사회정치적 담론으로 저항하는 ‘장애 예술인’(disability artists)”2)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유네스코의 ‘예술인 지위에 대한 권고’(1980)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18년 보고서에서도 ‘본인을 예술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공통기준으로 보았다. 「예술인 복지법」 『한국장애예술인총람』 『장애예술인수첩』 등에는 예술활동증명 등록, 예술활동 경력, 장애인 복지카드 소지, 수상경력 등으로 장애 예술인 기준을 제시한다.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예술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왜 이런 기준이 필요할까. 장애 예술인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대상을 특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정책의 대상이 되는 예술인의 범주와 자기 선언, 정책 대상으로 포섭되는 것 사이엔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창작지원금 등 장애 예술인을 위한 정책과 지원의 필요가 강조될수록 누가 예술인이냐는 질문과 규정은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정책이 호명하는 집단의 정의와 개념에 대해 장애 예술계는 꾸준히 의견을 내왔다.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구성을 앞둔 지금, 장애등급제 폐지 운동과 노동할 역량을 평가하여 장애인을 노동시장에서 배제하는 것에 반대하는 움직임 속에서 장애 예술인의 정체성과 노동을 어떻게 볼 것인지 구체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국가가 지정하고 할당한 장애 예술인이란 범주에 갇히지 않고 예술과 노동, 장애 예술인에 대해서 우리가 불리고 싶은 이름을 제도에 기입하기 위해서 말이다.

장애인 문화예술 향유에 국한되던 지원사업이 다양화되고, 장애 예술인에 대한 직접지원이 늘어나는 것, 장애인권 등의 교육이 다원화되는 근래의 흐름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런 지원을 평가하며 갱신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롯한 관련 기관에서도 장애와 예술이란 의제가 익숙해져야 한다. 더불어 예술 현장의 환경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장애 예술인에 대한 창작지원금의 경우 관객/참여자 설문 내용과 방식이 조금 더 장애 예술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구성되는 것, 장애 예술 현장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이나 인권침해 문제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준비해 가는 것, 비장애 예술인과 조력자 등 동료 예술가들을 위한 인권교육, 문화예술기관과 단체에서 장애인과 작업할 때 필요한 매뉴얼, 접근성의 지속적인 확대 등 평등한 공동작업자가 되어가는 사회적 역량을 키우도록 촉진해야 한다.

장애 예술인 창작역량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며,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장애·노동·예술의 교차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어쩌면 이런 논의는 당장 필요한 지원과 멀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멀어 보이는 이 논의들이 현재 장애·노동·예술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국가의 입장을 확인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 입장들을 확인해 가는 첨예함 속에서 장애 예술인의 권리가 분명해질 것이다. 복지 수혜자가 아니라 장애 예술인으로서의 삶을 원하기 때문에 동료 시민과 사회의 역량을 질문할 때다.

1) 박종주 「소수자의 예술과 ‘실패’의 위치 – <불만폭주라디오>를 본 어느 무능한 관객의 고백」([마침] 21호, 2018.12)

2)「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장애인 예술활동 여건 개선을 위한 토론회>(2019.8.9.) 자료 「장애예술 활성화 방안 제언」(백령)을 인용했다. 이 발표에서 “특별히 장애를 주제로만 다루지 않지만 장애적 요소가 미학적으로 다양하게 구현되는 유형의 ‘장애를 가진 예술가’(artists with disability)”로 소개한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올해 5월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소수자의 몸과 삶으로 예술을 펼치는 평등한 세상을 꿈꾼다.
rpvl72@gmail.com

2020년 10월 (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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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장애 예술인 창작역량 강화를 위한 질문

더 평등한 예술을 위한 사회적 역량에 주목하라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기획

장애인이 예술을 할 때 특수한 개별적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 스스로가 욕구가 있거나 필요로 하는 바에 따라 이 지원은 달라진다. 특수해 보이지만, 당연한 지원이 보장되지 않을 때 장애 예술인은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거나 장애가 있는 몸은 예술인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다. 사회는 무능하거나 불편한 몸, 시도만으로 감동을 주는 몸이란 차별적 인식에 더 익숙하다. 활동지원, 접근권, 의도적인 장치, 남다른 세계관, 눈에 띄지 말아야 할 요소, 장애 예술의 특성 등 관점과 호명에 따라 이 지원은 시혜가 되거나 권리가 되고, 새로운 예술적 시도로 읽히기도 한다.

장애 예술인의 창작역량을 북돋을 방안을 고민할 때, 과거보다 익숙해진 장애인 접근권을 예술 현장에서 어떤 관점으로 재사유할 것인지 질문하는 것에서 시작해 본다. 장애인만을 위한 지원으로 보이는 많은 것들이 예술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계의 변화를 이끈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특수한 지원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장애, 젠더, 이주 등의 관점이 보편적 체계를 흔들 때 예술 하기가 더 평등한 세계로 모두를 이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이제 장애 예술인과 장애 예술만의 과제가 아니라 관계 맺는 동료 비장애 예술가와 우리가 딛고 있는 이 사회의 역량을 질문하는 것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질문을 이동하기

2018년 웹진 [이음]이 진행한 설문(관련기사 바로가기)에서 ‘장애 예술 창작 활성화 관점에서 필요한 역량’을 묻는 질문에 비장애인 응답자는 다수가 사회참여 확대(65.9%)라고 답했고, 장애인 응답자는 표현매체의 확장(53.3%), 사회참여 확대(13.3%)라고 답했다. 「2018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및 분석 연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18)에 따르면 장애인 예술 활동 참여 경로가 복지관 등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인 경우가 68.5%이니 예술의 사회통합적 접근이 익숙하고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술의 사회통합이라는 넓은 우산 아래 이뤄지는 직업교육, 임금노동, 특수 교육, 치유, 향유, 창작 활동은 각기 관점과 목표, 당사자의 욕구에 따라 여러 맥락을 띤다. 사회통합의 목표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동료 시민 간 관계 맺기인지 비장애인의 세계로 장애인이 통합되는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아쉬운 점은 많은 경우 사회통합은 비장애인의 세계에 장애인이 진입하거나 혹은 수용 가능한 몸이 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장애인이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전제가 변하지 않는 한 사회통합은 긴장을 일으키는 논의가 필요한 개념이다.

표현매체 확장의 의미는 여러 맥락을 상상하게 하는 답변이다. 모든 장애인이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와 장으로서의 매체인가, 장애 예술인이 접근 가능한 물리적‧심리적‧경제적 조건의 변화를 함의한 매체인가. 이 답변을 주의 깊게 보게 되는 것은 장애 예술인의 역량 강화를 통해 사회가 기대하는 바와 장애 예술인 사이의 간극이 무엇인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사회가 혹시 장애 예술인의 ‘장애’가 여전히 사회에 통합되어야 할 취약한 조건이라고 보는 것은 아닌지, 장애 예술인은 ‘예술’할 사회구조가 여전히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말이다.

관계 역량을 쌓을 시간

같은 설문에서 장애 예술인 역량 강화에 필요한 지원을 묻는 질문에는 창작지원금(61.9%), 비장애 예술인(단체)과의 협력 기회 제공(59.3%)으로 답변했다. 이 부분은 장애-비장애 예술인 간 협력에 대해 사회통합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갈 수 있겠다. 장애-비장애 동료 간 공동작업은 창작, 관객, 평론 전반에서 예술현장의 비장애 중심성이 노출되고, 정상신체주의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장애인에게 귀속되는 성질로 여겨졌던 무능력이 비장애인에게로 옮겨짐으로써, 혹은 어떤 무능력이 무대 위에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 관객 자신에게서 체험됨으로써, 의심할 수 없을 만큼 굳건했던 위계는 일시에 무너지는”(박종주)1) 과정이다. 이 경험이야말로 동료 시민이 되는 연습, 예술을 통해 관계적 역량을 쌓는 시간이지 않을까. 비장애가 장애를 보충하거나 장애가 비장애에게 영감을 제공하는 역할분담이 당연해지지 않는, 관계와 협업의 룰, 문화를 만드는 과정을 겪길 기대한다. 문화예술계 성폭력 예방 및 대응 매뉴얼,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지원 등 다양한 후속 활동이 예술 현장을 변화시키는 요구와 만나는 것처럼 장애-비장애 예술인의 협업도 현장 변화의 요청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 예술인의 역량만이 아니라 동료의 역량, 장애 예술인이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 구조의 문제를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장애 예술인에겐 인권 역량이 더욱 요청될 수 있다. 장애인으로 살아온 경험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기보다 인권을 만나고 다양한 소수자에 대해 알아가는 실천 말이다. 이미 많은 장애 예술인들이 창작과 인권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장애와 교차하는 무수한 주제들을 마주하는 일을 기꺼이 겪는다.

우리가 불리고 싶은 이름으로 예술하기

장애 예술인의 정의에 대해서 여러 논의가 있지만, 나는 이 글에선 “장애 정체성에 따른 표현으로 비장애인이 갖는 편견과 인식에 사회정치적 담론으로 저항하는 ‘장애 예술인’(disability artists)”2)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유네스코의 ‘예술인 지위에 대한 권고’(1980)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18년 보고서에서도 ‘본인을 예술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공통기준으로 보았다. 「예술인 복지법」 『한국장애예술인총람』 『장애예술인수첩』 등에는 예술활동증명 등록, 예술활동 경력, 장애인 복지카드 소지, 수상경력 등으로 장애 예술인 기준을 제시한다.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예술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왜 이런 기준이 필요할까. 장애 예술인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대상을 특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정책의 대상이 되는 예술인의 범주와 자기 선언, 정책 대상으로 포섭되는 것 사이엔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창작지원금 등 장애 예술인을 위한 정책과 지원의 필요가 강조될수록 누가 예술인이냐는 질문과 규정은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정책이 호명하는 집단의 정의와 개념에 대해 장애 예술계는 꾸준히 의견을 내왔다.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구성을 앞둔 지금, 장애등급제 폐지 운동과 노동할 역량을 평가하여 장애인을 노동시장에서 배제하는 것에 반대하는 움직임 속에서 장애 예술인의 정체성과 노동을 어떻게 볼 것인지 구체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국가가 지정하고 할당한 장애 예술인이란 범주에 갇히지 않고 예술과 노동, 장애 예술인에 대해서 우리가 불리고 싶은 이름을 제도에 기입하기 위해서 말이다.

장애인 문화예술 향유에 국한되던 지원사업이 다양화되고, 장애 예술인에 대한 직접지원이 늘어나는 것, 장애인권 등의 교육이 다원화되는 근래의 흐름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런 지원을 평가하며 갱신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롯한 관련 기관에서도 장애와 예술이란 의제가 익숙해져야 한다. 더불어 예술 현장의 환경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장애 예술인에 대한 창작지원금의 경우 관객/참여자 설문 내용과 방식이 조금 더 장애 예술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구성되는 것, 장애 예술 현장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이나 인권침해 문제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준비해 가는 것, 비장애 예술인과 조력자 등 동료 예술가들을 위한 인권교육, 문화예술기관과 단체에서 장애인과 작업할 때 필요한 매뉴얼, 접근성의 지속적인 확대 등 평등한 공동작업자가 되어가는 사회적 역량을 키우도록 촉진해야 한다.

장애 예술인 창작역량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며,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장애·노동·예술의 교차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어쩌면 이런 논의는 당장 필요한 지원과 멀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멀어 보이는 이 논의들이 현재 장애·노동·예술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국가의 입장을 확인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 입장들을 확인해 가는 첨예함 속에서 장애 예술인의 권리가 분명해질 것이다. 복지 수혜자가 아니라 장애 예술인으로서의 삶을 원하기 때문에 동료 시민과 사회의 역량을 질문할 때다.

1) 박종주 「소수자의 예술과 ‘실패’의 위치 – <불만폭주라디오>를 본 어느 무능한 관객의 고백」([마침] 21호, 2018.12)

2)「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장애인 예술활동 여건 개선을 위한 토론회>(2019.8.9.) 자료 「장애예술 활성화 방안 제언」(백령)을 인용했다. 이 발표에서 “특별히 장애를 주제로만 다루지 않지만 장애적 요소가 미학적으로 다양하게 구현되는 유형의 ‘장애를 가진 예술가’(artists with disability)”로 소개한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올해 5월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소수자의 몸과 삶으로 예술을 펼치는 평등한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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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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