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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엘 리서치 프로젝트 ‘듣다’ 발표회

리뷰 특화된 감각을 예술실천의 독특한 도구로 활용하는 발걸음

  • 안경모 연출가
  • 등록일 2018-11-28
  • 조회수384

리뷰

아트엘 리서치 프로젝트 ‘듣다’ 발표회

특화된 감각을 예술실천의
독특한 도구로 활용하는 발걸음

글. 안경모 연출가

장애인 문화예술에는 크게 두 가지 실천 경향이 있다. 하나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한계에 맞서 예술 수행에서 비장애인과의 경계를 없애려는 경향이다. 예술성과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을 지우려는 이런 실천 양상은 실로 많은 장애예술가에게 자부심을 끌어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특정 장애예술가들에게 실천상 제약이나 비장애인과의 차이를 직면하게 하여 내적인 갈등과 소외감을 자극하기도 한다.

장애인 문화예술의 또 다른 경향은 장애가 만든 특수성을 인정하고 그 특수성이 기존의 예술지형(장애인와 비장애인을 포함한)에 새로운 파열과 자극을 일으키는 경우다. 즉 장애를 특정감각의 상실이 아니라 이를 대체하는 감각의 확장과 초월로 이해하며 그 특화된 감각을 예술실천의 주된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인데, 때로는 감각 상실과 감각 초월에 따른 불균형마저 예술 수행의 특수성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이런 경향은 장애예술가들에게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다’는 심리보다는 ‘다르기에 독특하다’는 내적 근거를 자극하며 장애인 문화예술에 새로운 활력을 일으킨다.

2018년 ‘아트엘(ArtEL)’의 리서치 프로젝트 ‘듣다’는 이런 경향의 한 디딤돌로, 하나의 감각이 어떻게 특화되고 대체되는지를 탐색한 의미 있는 접근이었다. 지난 2018년 8월 22일 KOCCA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전시, 퍼포먼스, 강연, 워크숍 형태로 발표한 ‘듣다’는 청각에 대한 다양한 대체 감각적 실천과 사유를 끌어낸 결과였다.

이 프로젝트의 주된 성과는 ‘듣는다’라는 감각 행위를 ‘들린다(hearing)’라는 감각차원부터 ‘듣는다(listening)’라는 지각과 사유의 차원까지 확대해 탐색했다는 점이며, 하나의 감각 행위를 다른 감각 행위와 임의적으로 분리하거나 교란하며 그 정체를 더욱 다층적으로 다가갔다는 점이다. 더불어 무용, 시각예술, 음악-사운드, 영상 등 다양한 장애/비장애 예술가들이 상호교류하고 자극하며 ‘소리’ 자체를 기호적으로 해체하고 또 재기호화시켰다는 점도 두드러졌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먼저 청각장애와 시각장애의 대비에 따른 감각 행위의 차이를 ‘듣다’의 큰 접근경로로 구획했고, 이를 ‘보는 소리’와 ‘몸으로 느끼는 소리’로 영역화 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하나의 감각은 다른 감각과 연동되는 공감각(共感覺)임을 확인했고, ‘소리’가 시간과 공간을 전제한 시공간 감각임을 확정하며 이를 임의적으로 분리하거나 무작위 배열시켜 교란을 통한 기호의 환기를 의도했다.

세부적으로 보자면, 위성희의 <소리흉내>는 소리를 언어화시킨 ‘의성어’를 사물과 임의배치하여 의성어를 주관화시키는 시도를 꾀했고, 전경호와 위성희의 <소리를 듣는 방식>은 청각을 연상시키는 문구가 시각적인 글자-묵자에서 점자화되는 과정을 통해 마음의 소리를 탐구했다. 또한 김은설의 <거리감으로 사물의 소리를 듣기>는 사물 소리를 시각과 촉각으로 대체하는 시도를 보였고, <소리 없이 영화를 즐겁게 감상하기>는 소리의 청각적 형상성을 이미지자막으로 대체했다. 한편 박주영의 퍼포먼스는 소리 자체를 아예 지워 ‘소리 없는 목소리’로 신체 행위를 감각화 시켰고, 해미 클레멘세비츠(Remi Klemensiewicz)는 공감각화된 시각과 청각을 임의로 분리해 상호관계성을 탐색했고, 홍혜린의 <글자와 악상기호>는 말을 악상기호로 특성화시켜 그 기호적 접근을 시도했다.

이렇듯 특정 감각을 다층적이고 집약적으로 접근한다는 면에서 아트엘의 ‘듣다’는 유의미한 리서치를 수행했다. 물론 수행형상이 많은 부분 시각에 편중되는 경향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소리 자체의 시공간성을 변형하는 시도(잔향 제거나 잔향 확장)나, 시각을 지워 청각을 정초하려는 시도(암실) 등 ‘듣는다’의 원 감각을 탐색하는 과정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감각에 대한 탐색의 깊이가 특수화된 초감각까지 닿지 못한 부분 또한 한계로 여겨진다. 더불어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가 예술교육을 위한 연구라고 볼 때, 교육방법론이나 수행과정론으로까지 발전되지 못한 것은 앞으로 개선해야할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했듯이 장애에 따른 상실감각을 특수감각의 차원으로 전환하고 그 특수성과 고유성을 탐색하려는 시도는 장애 문화예술의 장기적 안목에서 매우 뜻깊은 방향이다. 리서치 프로젝트였던 만큼 향후 더 진전된 행보가 있기를 기대하고, 더불어 다른 예술단체의 다양한 시도 또한 널리 확대되기를 바란다.

  • 아트엘 리서치 프로젝트 ‘듣다’ 발표회

듣다

아트엘, 2018. 8.22.(수), KOCCA 콘텐츠문화광장

시각·청각장애 예술가와 비장애 예술가가 협업해 다양한 형태의 ‘듣기’를 탐구하는 프로그램이다. 워크숍을 통해 사운드 아트, 움직임, 시각 예술을 이용한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소리의 영역을 탐구하였으며, 그 결과를 기록집과 전시, 퍼포먼스를 통해 선보였다.

안경모

연극을 중심으로 뮤지컬, 무용 등 다양한 무대를 구성하고 연출한다. 대학에서 연극제작과 연극교육방법을 지도했고, 현장에서 공연작품들을 평가하고 예술교육을 컨설팅 하는 일까지 함께한다. 대표작으로 연극 <바람불어 별이 흔들릴 때> <해무> <그리고 또 하루>, 뮤지컬 <찰리찰리>, 가무악 <안숙선과 떠나는 민요여행>, 무용 <산행> 등이 있다. 2007년 한국연극베스트7, 2012년 서울연극제 대상을 수상했다.
thtrman@hanmail.net

사진제공. 아트엘

2018년 11월 (1호)

상세내용

리뷰

아트엘 리서치 프로젝트 ‘듣다’ 발표회

특화된 감각을 예술실천의
독특한 도구로 활용하는 발걸음

글. 안경모 연출가

장애인 문화예술에는 크게 두 가지 실천 경향이 있다. 하나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한계에 맞서 예술 수행에서 비장애인과의 경계를 없애려는 경향이다. 예술성과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을 지우려는 이런 실천 양상은 실로 많은 장애예술가에게 자부심을 끌어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특정 장애예술가들에게 실천상 제약이나 비장애인과의 차이를 직면하게 하여 내적인 갈등과 소외감을 자극하기도 한다.

장애인 문화예술의 또 다른 경향은 장애가 만든 특수성을 인정하고 그 특수성이 기존의 예술지형(장애인와 비장애인을 포함한)에 새로운 파열과 자극을 일으키는 경우다. 즉 장애를 특정감각의 상실이 아니라 이를 대체하는 감각의 확장과 초월로 이해하며 그 특화된 감각을 예술실천의 주된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인데, 때로는 감각 상실과 감각 초월에 따른 불균형마저 예술 수행의 특수성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이런 경향은 장애예술가들에게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다’는 심리보다는 ‘다르기에 독특하다’는 내적 근거를 자극하며 장애인 문화예술에 새로운 활력을 일으킨다.

2018년 ‘아트엘(ArtEL)’의 리서치 프로젝트 ‘듣다’는 이런 경향의 한 디딤돌로, 하나의 감각이 어떻게 특화되고 대체되는지를 탐색한 의미 있는 접근이었다. 지난 2018년 8월 22일 KOCCA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전시, 퍼포먼스, 강연, 워크숍 형태로 발표한 ‘듣다’는 청각에 대한 다양한 대체 감각적 실천과 사유를 끌어낸 결과였다.

이 프로젝트의 주된 성과는 ‘듣는다’라는 감각 행위를 ‘들린다(hearing)’라는 감각차원부터 ‘듣는다(listening)’라는 지각과 사유의 차원까지 확대해 탐색했다는 점이며, 하나의 감각 행위를 다른 감각 행위와 임의적으로 분리하거나 교란하며 그 정체를 더욱 다층적으로 다가갔다는 점이다. 더불어 무용, 시각예술, 음악-사운드, 영상 등 다양한 장애/비장애 예술가들이 상호교류하고 자극하며 ‘소리’ 자체를 기호적으로 해체하고 또 재기호화시켰다는 점도 두드러졌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먼저 청각장애와 시각장애의 대비에 따른 감각 행위의 차이를 ‘듣다’의 큰 접근경로로 구획했고, 이를 ‘보는 소리’와 ‘몸으로 느끼는 소리’로 영역화 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하나의 감각은 다른 감각과 연동되는 공감각(共感覺)임을 확인했고, ‘소리’가 시간과 공간을 전제한 시공간 감각임을 확정하며 이를 임의적으로 분리하거나 무작위 배열시켜 교란을 통한 기호의 환기를 의도했다.

세부적으로 보자면, 위성희의 <소리흉내>는 소리를 언어화시킨 ‘의성어’를 사물과 임의배치하여 의성어를 주관화시키는 시도를 꾀했고, 전경호와 위성희의 <소리를 듣는 방식>은 청각을 연상시키는 문구가 시각적인 글자-묵자에서 점자화되는 과정을 통해 마음의 소리를 탐구했다. 또한 김은설의 <거리감으로 사물의 소리를 듣기>는 사물 소리를 시각과 촉각으로 대체하는 시도를 보였고, <소리 없이 영화를 즐겁게 감상하기>는 소리의 청각적 형상성을 이미지자막으로 대체했다. 한편 박주영의 퍼포먼스는 소리 자체를 아예 지워 ‘소리 없는 목소리’로 신체 행위를 감각화 시켰고, 해미 클레멘세비츠(Remi Klemensiewicz)는 공감각화된 시각과 청각을 임의로 분리해 상호관계성을 탐색했고, 홍혜린의 <글자와 악상기호>는 말을 악상기호로 특성화시켜 그 기호적 접근을 시도했다.

이렇듯 특정 감각을 다층적이고 집약적으로 접근한다는 면에서 아트엘의 ‘듣다’는 유의미한 리서치를 수행했다. 물론 수행형상이 많은 부분 시각에 편중되는 경향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소리 자체의 시공간성을 변형하는 시도(잔향 제거나 잔향 확장)나, 시각을 지워 청각을 정초하려는 시도(암실) 등 ‘듣는다’의 원 감각을 탐색하는 과정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감각에 대한 탐색의 깊이가 특수화된 초감각까지 닿지 못한 부분 또한 한계로 여겨진다. 더불어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가 예술교육을 위한 연구라고 볼 때, 교육방법론이나 수행과정론으로까지 발전되지 못한 것은 앞으로 개선해야할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했듯이 장애에 따른 상실감각을 특수감각의 차원으로 전환하고 그 특수성과 고유성을 탐색하려는 시도는 장애 문화예술의 장기적 안목에서 매우 뜻깊은 방향이다. 리서치 프로젝트였던 만큼 향후 더 진전된 행보가 있기를 기대하고, 더불어 다른 예술단체의 다양한 시도 또한 널리 확대되기를 바란다.

  • 아트엘 리서치 프로젝트 ‘듣다’ 발표회

듣다

아트엘, 2018. 8.22.(수), KOCCA 콘텐츠문화광장

시각·청각장애 예술가와 비장애 예술가가 협업해 다양한 형태의 ‘듣기’를 탐구하는 프로그램이다. 워크숍을 통해 사운드 아트, 움직임, 시각 예술을 이용한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소리의 영역을 탐구하였으며, 그 결과를 기록집과 전시, 퍼포먼스를 통해 선보였다.

안경모

연극을 중심으로 뮤지컬, 무용 등 다양한 무대를 구성하고 연출한다. 대학에서 연극제작과 연극교육방법을 지도했고, 현장에서 공연작품들을 평가하고 예술교육을 컨설팅 하는 일까지 함께한다. 대표작으로 연극 <바람불어 별이 흔들릴 때> <해무> <그리고 또 하루>, 뮤지컬 <찰리찰리>, 가무악 <안숙선과 떠나는 민요여행>, 무용 <산행> 등이 있다. 2007년 한국연극베스트7, 2012년 서울연극제 대상을 수상했다.
thtrman@hanmail.net

사진제공. 아트엘

2018년 11월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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