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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이음

[좌담] 지형의 변화를 꿈꾼다

이슈 동등한 출발을 만드는 충분하고 꾸준한 기회

  • 김현하, 문영민, 이승규, 이승주, 조형수  
  • 등록일 2022-01-26
  • 조회수1909

이슈

개요

  • 일시2022년 1월 6일(목) 오후 2시

  • 장소이음센터 커뮤니티룸2

  • 참석자

    좌장.
    문영민 장애예술 연구자
    패널.
    김현하 미술작가
    이승규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부단장
    이승주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매니저
    조형수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본부 문화공유팀장
  • (왼쪽부터) 이승주, 김현하, 문영민, 조형수, 이승규

(왼쪽부터) 이승주, 김현하, 문영민, 조형수, 이승규

「장애예술인지원법」 시행 1년

문영민「장애예술인문화예술활동지원에관한법률」(이하 「장애예술인지원법」)이 2020년 6월에 제정되고 12월에 시행되었다. 이후 2021년부터 예산도 증액되고 여러 가지 장애예술 지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 사이 장애예술에 대한 담론도 많아졌고 정부와 지자체에서 장애예술 지원에 대한 역할을 규정하고 공공지원의 상을 재구성하는 등 여러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도 시행되고 예산도 늘어나 큰 변화가 있었을 거로 생각된다. 어느덧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변화를 시도하고, 어떤 변화를 체감하고 있나.

이승규우리 극단 구성원 대부분은 장애인이다. 그러나 연극은 종합예술이어서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고 비장애인이 다수 참여한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지원이라는 느낌이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장애인 예술단체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나 기회가 조금 더 제공된다는 느낌이지, 오롯이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김현하「장애예술인지원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지만, 제 주변 장애인 작가들은 아무도 몰랐다고 말한다. 저 역시 이번 좌담을 준비하면서 처음 알았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이러한 사실이 좀 더 알려져야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관심 있게 볼 것 같다. 지원법의 내용을 살펴보니 장애예술인 창작 관련해서 전시·공연 등에 지원되고 있었다. 저 역시 공공지원을 받아 전시를 해왔고, 전시와 공연은 조금씩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온전히 창작을 위한 지원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아쉽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예술창작 활동을 하다가 한국에 들어온 지 4년 조금 넘었다. 중국은 예술가를 위한 지원이 잘되어 있다. 장애인 작가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작가에게도 전통적으로 국가에서 많은 지원을 해준다. 지자체별 지원법도 있다. 공공에서 작가의 작품을 사주는 경우도 우리나라에 비해 많다. 작품 판매와 전시도 활발한 편이고 일반인도 집에 그림을 거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와 문화적 차이가 있어서 지원의 폭도 다르지 않을까 생각된다.

조형수부산문화재단은 장애예술인 지원사업을 4년 전 처음 시작했다. 「부산광역시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조례」가 2019년에 만들어졌는데, 장애인의 문화향유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그전에는 2010년부터 시작했던 문화다양성 사업과 연계해서 장애인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2020년 11월에 장애예술인 창작공간 온그루를 개관했다. 처음에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세팅했을 때, 향유지원에서 창작지원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논의가 부족했던 것이 아쉽다. 그래서 창작지원이 늘어났는데도 실질적으로 장애예술인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관련 법이 만들어지고 나서 확실하게 바뀐 게 있다. 우선 전문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명확해진 부분이다. 장애예술인 지원사업을 진행했던 광역재단이 부산·대구·제주·광주 네 군데였는데, 처음에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지원사업을 통해서 지역별로 추진했다가, 창작공간 온그루에 탐방도 오고 함께 협의체도 만들었다. 우리 재단이 작년에 처음으로 시비를 확보한 것이 자극이 되어 시비를 확보한 곳도 있다. 이처럼 관련 법이 만들어지고 난 후 지원 방향에 대한 고민도 함께하지만, 양적으로도 지역 단위별로 사업을 확장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다.

이승주서울시의 경우 「서울특별시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조례」가 2017년 이미 제정·시행되었다. 서울문화재단도 조례가 제정되면서부터 장애예술인 창작활성화 지원사업을 시작해서 6년째 진행하고 있다. 예산도 매년 소폭이지만 증가하고 있다. 그러다 2020년에 제정된 「장애예술인지원법」에 따라서 조례도 전면 개정이 이루어졌다. 어쩌면 이미 서울시 조례가 있었기에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서울시가 앞으로 좀더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단적으로 서울시에 장애예술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1명뿐이고, 그나마 전담이 아니라 여러 가지 업무를 맡고 있다.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의 역할로만 해당 법과 조례에서 규정하는 서울시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2017년 조례 제정과 2020년 법 제정을 거치면서 정책적으로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포용적 예술이라든지 장애예술 담론이 활성화되었고, 예술계에서 장애예술이라는 변화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면서 고조된 측면이 있다. 그러면서 잠실창작스튜디오도 예산이 많이 늘었고 굵직한 프로젝트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안에서는 크게 펼쳤지만 파급효과가 그만큼 있었는지는 냉정히 돌아봐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유로운 창작의 출발점

문영민장애예술인을 공공에서 지원한다는 의미에 대해서 각자 입장이 다를 것 같다. 장애예술인에 대한 공적 지원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왜 공공이 ‘예술가’를 지원해야 할까? 그리고 ‘장애예술인’을 지원한다는 것이 갖는 고유한 의미는 무엇일까?

김현하우선,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출발점이 다르다. 장애인도 청각·시각·지체·발달장애 등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에 따라 출발점이 다르다. 장애인은 사회에서 적응하고 출발점을 같이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공공 영역에서 장애예술인을 지원한다는 것은, 예술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비장애인과 같은 출발점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회의 눈에서는 청각장애인이 음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규정하는데, 청각장애인도 진동을 통해 또는 달팽이관에 장치를 삽입해 기계음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이건 비장애인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들이 새롭고 도전적인 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함께해주는 게 공공의 역할이 아닐까. 예술을 통해 감성을 자극하고 영감을 받는 것은 똑같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지원한다는 게 아니라, 예술을 하기에 공공 영역에서 그들의 출발점을 같게 만들어준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승주공적 지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예술 생태계의 자립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시장의 선택을 받거나 산업화할 수 있는 유형의 예술 활동도 있지만, 미적 추구가 중심인 활동도 있다. 다양성의 측면에서, 누구나 미적 표현과 예술 활동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장애 유형에 제한받지 않고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 건강한 국가의 역할이지 않을까.

조형수동의한다. 예술창작의 결과물이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하고, 시민이 문화향유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는 것은 예술의 사회적 가치의 한 측면이다. 그런 활동을 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것이 창작지원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요즘 ESG(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의 약자.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같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얘기하는데, 예술의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창작지원은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지원해야 한다.

이승규2017년 다른 단체와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했었다. 청각장애를 가진 분이 춤을 추고, 발달장애를 가진 분들이 인형극을 하고, 우리 극단도 연극을 올렸다. 함께한 작업을 무대에 올리면서 다들 뿌듯해했다. 그런데 이것을 같이 나누고 즐길 관객이 너무 없었다. 결국 지인이나 장애에 관심 있는 사람만 모이다 보니 매번 작품을 올릴 때면 관객이 극히 한정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장애예술은 재미없다는 인식도 강하고 관심조차 없는 사람도 많다. 자신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릴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은 성장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공연 기회도 늘리고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늘려야 단체가 성장할 수 있다. 우리 극단 역시 처음부터 장애예술을 생각하고 들어오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연출이나 무대제작 등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단원이 별로 없어서, 외부의 비장애인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단체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너무 약하다. 이런 틈을 공공지원으로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의 공공지원

문영민지원의 방식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을 것 같다. 현재 장애예술인에 대한 공공지원은 주로 지원금을 ‘배분’하는 형태로 진행이 되고 있다. 공적 자금이기 때문에 지원금의 사용에 있어서 여러 가지 제약도 따른다. 장애예술인이 조금 더 자유로운 창작지원의 토대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현재의 지원방식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

이승규극단은 공공지원이 없으면 공연을 올리기 힘들다. 우리 극단은 자체적으로 자립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17년부터 학교와 관공서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로 이런 활동이 축소되어 타격이 크다. 공공지원을 받아 사업을 운영하다 보니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공연이나 예술교육이 실적으로 보여지고 단체의 성장 가치를 증명할 수는 있겠지만, 역량으로 쌓이지 않는다. 지원금은 공연을 위해서만 투입되어야 하니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연이 끝난 다음에는 항상 다음 공연을 올릴 수 있을까 불안해한다. 지원금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지원조차 오래 활동하고 실적이 있어야 받을 수 있다. 신규단체나 새롭게 진입한 이들은 이런 기회를 얻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장애인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약하다.

이승주동감한다. 지원금 형태의 지원사업은 결과를 중시한다. 그러다 보니 늘상 딜레마를 느낀다. 정산 문제와 결과 위주라는 한계가 있지만, 직접지원도 중요하다. 동시에 간접지원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커리큘럼이 다양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진입하는 예술가, 일정 성취를 이룬 예술가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구분해서 맞춤형으로 다양한 경로를 만들 필요가 있다. 또 장애 유형에 따라서 익숙한 감각이 다르고 학습하는 속도도 다른데 이러한 구분을 배제하고 다같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짜고 같이 배우는 게 효과적인지 의문이고 아쉬울 수밖에 없다. 가령, 발달장애인의 경우 조력자까지 교육에 포함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직접지원사업은 계속 유지하되, 간접지원의 측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장애 유형에 따라 단계별로 세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다만 이것이 구획을 나누는 하나의 배타적인 뉘앙스가 아니라 정말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라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승규기관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도 다양한 장애 유형의 사람들이 함께했다. 예닐곱 명의 장애예술인 참여자를 한두 명의 인력이 교육하고 조력하다 보니, 진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뒤처지거나 같은 자리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참여자가 있었다. 결과를 내야 하는데 완성되지 않고, 시간은 지나가고 사업 종료일이 다가와 마음이 급해진다. 결국 프로그램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끝나고 역량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결과를 내는 데 급급한 사업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 중심이 아닌 다양한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사업의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김현하예술 작업에는 많은 변수가 있는데, 지원이 유연하지 못하면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 최근 작품이 조명설치 작업이었다. 조명 가격이 비싸서 이틀 정도는 임대하는 게 낫지만, 한 달 정도 전시할 경우는 구매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그런데 분명 작품 재료인데도 지원사업비로는 구매할 수 없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다른 예로, 저처럼 움직임이 불편한 작가에게는 자동으로 조작되는 편리한 이젤이 꼭 필요하다.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제공하는 것과 같은 이젤을 공공지원 사업비로는 구입할 수 없다. 예술가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지원사업이 필요하다. 경기문화재단의 경우, 창작지원과 전시지원으로 나눠 지원한다.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창작지원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작가들에게 필요한 지원이다. 생활을 유지하면서 창작 작업을 할 수 없으면 전시 기회도 잡지 못한다. 창작과정에서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는 것도 아쉽다.

조형수창작지원은 대부분 단년도 지원 형태다. 창작부터 결과물을 내기까지 전반적인 지원방식도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작품 수준이나 완성도보다는 매년 결과물을 내는 데에만 집중하게 될 수도 있다. 아예 창작과 결과(전시, 출판 등)를 구분해서 지원하면 작가 입장에서는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이승규공연예술 분야에서는 하나의 공연을 올리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다 포함되었으면 한다. 연습공간도, 공연장 대관도, 홍보도 필요하다. 그런데 가장 어려운 것은 접근성이다. 접근성이 갖추어진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 극단은 자체 연습실이 있어서 제약이 덜하기는 하지만, 공간 자체가 문제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을 위해 엘리베이터가 있는 공간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접근성이 나은 곳을 찾다 보면 대형 사무실 같은 공간을 얻게 되는데 방음이 안 되어 있다. 이사도 자주 다녀야 한다. 공연장 역시 접근성을 갖춘 공간이 별로 없다. 엘리베이터 시설뿐만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이 확보되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음센터 같은 공간이 많아지길 바란다. 공간을 새로 만들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김현하저 역시 작품 발표할 때 전시장을 찾기 어렵다. 접근성을 갖춘 전시장은 극히 소수다. 현재 전시 중인 곳도 경사로나 장애인 화장실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아 휠체어 탄 분이 오면 양해를 구한다. 공공지원 차원에서 전시장과 공연장에 접근성 개선을 위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 문화예술을 즐기는 장애인이 더 많아지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같은 공간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장애인식이 개선될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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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베이스캠프, 창작공간과 작가 보수

문영민공공 영역에서 장애예술인을 위한 창작공간을 운영한다는 것이 갖는 의미도 클 것 같다. 잠실창작스튜디오나 장애예술인 창작공간 온그루 역시 그렇다. 공공지원에서 창작공간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승주잠실창작스튜디오가 문을 연 지 15년이 되었다. 부족하지만 나름의 성과와 의미가 있었다면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배경에는 공공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동의하는 사람들이 계속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민간의 의미 있는 창작공간들도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응원하는 마음이다. 부산의 창작공간 온그루도 계속 잘되면 좋겠다.

조형수많은 광역문화재단에서 어떻게 장애예술인 창작공간을 만들었는지 궁금해한다. 온그루가 입주한 건물은 법적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굳이 안 해도 되는 곳이다. 시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와 장애인 화장실을 만드는 것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해서 힘들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활동하기 좋은 곳에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다. 그나마 공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고민의 출발점이 다른 것 같다. 부산 지역의 창작자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건 창작지원금보다 창작공간이다. 그런 와중에 장애인을 위한 창작공간을 만드니까 지역에서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 같다.

문영민김현하 작가님이 웹진 [이음]에 기고한 “편견 없는 창작의 권리를 위한 제안”을 흥미롭게 읽었다. ‘아티스트 피(Artist Fee, 미술작가 보수제도)’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해달라.

김현하배우나 연주자는 공연할 때 개런티를 받는데, 미술작가는 전시를 한다고 보수를 받지 못한다. 개인전을 해도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술작가는 노동력에 비해 보상받을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작품을 팔아야 그나마 보상이 되는데 그런 경우도 적고, 작품을 팔아도 재료를 살 수 있는 정도다. 유럽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아티스트 피를 지원한다. 갤러리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작가를 모으면, 국가는 갤러리를 지원해주고, 갤러리는 작가에게 아티스트 피를 지급하는 식이다. 잠실창작스튜디오는 1년에 한 번씩 입주작가전을 하는데, 이때 작가들에게 아티스트 피를 지급한다. 전시에 참가할 때마다 아티스트 피를 받는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작가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을 때 그것을 지원해주면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이승주아티스트 피가 특별히 시각예술 쪽에서 많이 이슈가 되는 이유 중 하나가 개인 작업인 경우가 많아서다. 공연은 단체가 주로 지원 대상이고, 단원이나 스태프에게 사례비를 지급하는 게 세법으로 보장이 된다. 그런데 미술작가가 자기 자신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이 세법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 같은 상위 기관에서 세법적으로 풀어주어야 한다. 2016, 2017년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아티스트 피를 위한 토론회를 열며 한창 집중 논의를 했는데, 이후 기관 차원에서 더 논의가 진전된 것이 없어 아쉽다.

김현하우리나라 갤러리는 대부분 대관 중심으로 운영하고 기획전시를 잘 하지 않는다. 갤러리를 중심으로 기획전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공이 갤러리에 투자하고, 갤러리는 또 작가에게 투자하는 식으로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양한 경로 만들기

문영민장애예술인의 창작역량 강화를 위해 공공과 현장은 어떤 관계를 유지하면 좋을까? 앞으로 공공지원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이야기해보자.

이승규창작자, 예술가를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 장애인도 예술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어려서부터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단계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비장애인 중심으로 맞춰져 있는 교육 환경도 바뀌어야 한다. 작품을 만들어 발표하는 것을 넘어, 가장 기초적인 기반이 형성되어야 한 사람의 작가,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다. 자기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시기에 지원이 필요하다. 공공지원을 통해 장애인의 성장을 지원하고 예술계에 진입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면 좋겠다.

김현하지금은 기업의 후원이 끊겨 중단됐지만,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프로젝트 A>라는 장애아동 창작지원사업을 운영했었다. 그림에 관심 있는 발달장애 아동청소년과 작가를 일대일로 매칭해서 1년 동안 함께 수업도 하고 작업도 해서 전시까지 했던 프로그램이다. 저도 멘토로 참여해 아이들과 1년을 함께 했다. 발달장애 아동청소년과 일대일로 소통하고 친밀해진 시간이 그들에게도 저에게도 도움이 되었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 초창기 사업에 참여했던 아동청소년이 지금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도 활동한다. 일대일 코칭처럼 같이 성장하는 프로그램이 좀더 많아지면 좋겠다.

이승규우리 극단도 다른 단체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많이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 단기적이라는 거다. 몇 년이 지나면 사업이나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참여했던 이들에게 다음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애초에 공공기관에서 예술단체가 교육을 전담할 수 있게 추가 지원을 해주거나, 공공기관 자체적으로 교육을 전담해서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조형수예술 창작 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재단에서 정규 예술교육사업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정된 재원으로 창작 지원을 우선하다 보니 지속성을 가지고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부에서 지역마다 있는 국립대학을 거점으로 예술 장르 교육시설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면 어떨까.

이승주같은 맥락인데, 사실 공공이 하기 때문에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 최근에 성수동에 있는 문화예술교육 단체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지원사업’으로 발달장애 아동청소년 대상 미디어아트 작업을 했는데, 이런 활동을 지속적으로 잘할 수 있는 민간 예술단체를 발굴하고 지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이들을 응원하는 새해가 되길

문영민예술의 토대가 될 교육과 선순환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지형의 변화를 꿈꾼다”는 주제처럼, 새해에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부분이나 새해 소망을 나누면서 마무리해보자.

이승규장애예술이 많이 성장했고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것 같은데, 어떤 이슈에 따라 관심과 지원이 한쪽으로 몰리기보다는 여러 장르와 장애 유형에 고루 관심을 갖고 꾸준하게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다. 장애예술인이 좀 더 충분히 창작활동을 하고 창작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

조형수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를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보면 항상 서울을 보게 된다. 문화시설 기반도 넓고 인프라도 많고 예술가도 쏠림현상이 있다. 지역 예술가들이 지역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이 마련되면 좋겠다. 배리어프리라고 하는 물리적인 환경 조성도 필요하지만, 심리적인 장벽을 없애는 장애인식 개선이 함께 가야 한다. 이를 통해 장애예술인이 좀 더 활동의 폭을 넓힐 수 있으면 좋겠다. 창작자들의 창작권리를 찾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이승주장애도 예술도 방대하다보니 장애예술에서 하는 이야기가 피상적이고 관념적으로 흐르기 쉬운 것 같다. 그런데 그 안에서 작은 실천을 하며 가능성을 발견하는 분을 만날 때 감명을 받는다. 다양한 시도와 실천이 계속 격려받고, 공공이든 민간이든 서로 잘하고 있는 것을 조명하고, 조명받지 못했던 사람을 주목받을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차근차근 다져나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이런 자리를 통해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서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생각을 나누면 좋겠다. 각자 자리에서 분투하는 분들도 다 잘 되면 좋겠다.

김현하항상 생각하는 게 있다. 예술가라는 말 앞에 장애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필요가 있을까? 언젠가는 우리도 장애예술인이 아니라 예술인으로 불리는, 장애인이라는 수식어가 없는 시대가 오면 좋겠다.

문영민앞으로는 좀 더 세심한 지원 속에서 다양한 작업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현하

시각예술가. 동그란 동전을 모티브로 회화 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 중앙미술학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북경사범대학에서 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5년간 중국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다. 2014년 《다른 시선》을 시작으로 중국, 뉴욕, 한국에서 개인전을 했다. 뉴욕,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 다수 기획전에 참여했다. 2016년 뉴욕 허드슨밸리현대미술센터(HVCCA)에서 3개월간 입주작가로 있었으며,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11~13기 입주작가로 참여했다.
flaring2@hanmail.net

문영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서 장애인 공연예술, 장애정체성, 장애인의 몸, 장애인의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다. 프로젝트 극단 0set의 공연 <연극의 3요소> <불편한 입장들>에 참여하였고, 공연으로 장애인 접근성 문제를 알리는 활동에 관심이 있다. 현재 이음온라인 기획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saojungym@daum.net

이승규

배우, 연출가.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에서 부단장을 맡고 있고, 장애인식개선 강사로도 활동한다. 주요 출연작으로 연극 <내 친구 상훈이> <언제나 맑음>이 있고, 극단 휠 정기공연 <비엔(Bien)> 초단막극 <진수의 하루>를 연출했다. 장애인연극아카데미 ‘나는 연극인이다’(2017), ‘장애인 극작가 발굴&교육 프로그램 : 마이스또뤼’(2019) 기획 등의 활동을 했다.
coca5201@naver.com

이승주

2012년 서울문화재단에 입사해 경영관리부서, 창작지원, 메세나 등의 업무를 하다 2020년부터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입주작가 기획전시 <비커밍> <나란히 함께, 이미지형태 파레이돌리아>, 장애·비장애 동행 프로젝트 <같이 잇는 가치>, 서울문화재단 레지던시 간 협업 프로젝트 ‘장애·비장애 공동창작워크숍’ 등을 기획·운영해 왔다. 6년째 진행 중인 장애예술인 창작활성화 지원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biglee3414@sfac.or.kr

조형수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부산문화재단에 입사하여 홍티아트센터, 감만창의문화촌 등 창작공간 조성, 문화예술교육, 문화다양성, 예술인복지, 예술인 창작지원 등의 업무를 했고, 기획홍보팀에서 업무를 수행하였다. 재작년부터 장애예술인 창작지원 사업과 장애인의 문화향유 증진, 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문화공유팀에서 부산 시민의 문화향유와 문화복지 증진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
chosoo21@bscf.or.kr

정리. 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콘텐츠 제작 PD suna.choe@gmail.com
사진. 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쉐어타이핑 문자통역. 박보라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

2022년 2월 (28호)

문영민

문영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서 장애인 공연예술, 장애정체성, 장애인의 몸, 장애인의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다. 프로젝트 극단 0set 소속으로 공연 <연극의 3요소> <불편한 입장들> <나는 인간> 등의 공연에 창작자로 참여하여 연극으로 장애인의 공연 접근성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saojungym@daum.net

상세내용

이슈

개요

  • 일시2022년 1월 6일(목) 오후 2시

  • 장소이음센터 커뮤니티룸2

  • 참석자

    좌장.
    문영민 장애예술 연구자
    패널.
    김현하 미술작가
    이승규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부단장
    이승주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매니저
    조형수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본부 문화공유팀장
  • (왼쪽부터) 이승주, 김현하, 문영민, 조형수, 이승규

(왼쪽부터) 이승주, 김현하, 문영민, 조형수, 이승규

「장애예술인지원법」 시행 1년

문영민「장애예술인문화예술활동지원에관한법률」(이하 「장애예술인지원법」)이 2020년 6월에 제정되고 12월에 시행되었다. 이후 2021년부터 예산도 증액되고 여러 가지 장애예술 지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 사이 장애예술에 대한 담론도 많아졌고 정부와 지자체에서 장애예술 지원에 대한 역할을 규정하고 공공지원의 상을 재구성하는 등 여러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도 시행되고 예산도 늘어나 큰 변화가 있었을 거로 생각된다. 어느덧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변화를 시도하고, 어떤 변화를 체감하고 있나.

이승규우리 극단 구성원 대부분은 장애인이다. 그러나 연극은 종합예술이어서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고 비장애인이 다수 참여한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지원이라는 느낌이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장애인 예술단체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나 기회가 조금 더 제공된다는 느낌이지, 오롯이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김현하「장애예술인지원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지만, 제 주변 장애인 작가들은 아무도 몰랐다고 말한다. 저 역시 이번 좌담을 준비하면서 처음 알았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이러한 사실이 좀 더 알려져야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관심 있게 볼 것 같다. 지원법의 내용을 살펴보니 장애예술인 창작 관련해서 전시·공연 등에 지원되고 있었다. 저 역시 공공지원을 받아 전시를 해왔고, 전시와 공연은 조금씩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온전히 창작을 위한 지원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아쉽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예술창작 활동을 하다가 한국에 들어온 지 4년 조금 넘었다. 중국은 예술가를 위한 지원이 잘되어 있다. 장애인 작가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작가에게도 전통적으로 국가에서 많은 지원을 해준다. 지자체별 지원법도 있다. 공공에서 작가의 작품을 사주는 경우도 우리나라에 비해 많다. 작품 판매와 전시도 활발한 편이고 일반인도 집에 그림을 거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와 문화적 차이가 있어서 지원의 폭도 다르지 않을까 생각된다.

조형수부산문화재단은 장애예술인 지원사업을 4년 전 처음 시작했다. 「부산광역시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조례」가 2019년에 만들어졌는데, 장애인의 문화향유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그전에는 2010년부터 시작했던 문화다양성 사업과 연계해서 장애인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2020년 11월에 장애예술인 창작공간 온그루를 개관했다. 처음에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세팅했을 때, 향유지원에서 창작지원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논의가 부족했던 것이 아쉽다. 그래서 창작지원이 늘어났는데도 실질적으로 장애예술인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관련 법이 만들어지고 나서 확실하게 바뀐 게 있다. 우선 전문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명확해진 부분이다. 장애예술인 지원사업을 진행했던 광역재단이 부산·대구·제주·광주 네 군데였는데, 처음에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지원사업을 통해서 지역별로 추진했다가, 창작공간 온그루에 탐방도 오고 함께 협의체도 만들었다. 우리 재단이 작년에 처음으로 시비를 확보한 것이 자극이 되어 시비를 확보한 곳도 있다. 이처럼 관련 법이 만들어지고 난 후 지원 방향에 대한 고민도 함께하지만, 양적으로도 지역 단위별로 사업을 확장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다.

이승주서울시의 경우 「서울특별시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조례」가 2017년 이미 제정·시행되었다. 서울문화재단도 조례가 제정되면서부터 장애예술인 창작활성화 지원사업을 시작해서 6년째 진행하고 있다. 예산도 매년 소폭이지만 증가하고 있다. 그러다 2020년에 제정된 「장애예술인지원법」에 따라서 조례도 전면 개정이 이루어졌다. 어쩌면 이미 서울시 조례가 있었기에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서울시가 앞으로 좀더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단적으로 서울시에 장애예술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1명뿐이고, 그나마 전담이 아니라 여러 가지 업무를 맡고 있다.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의 역할로만 해당 법과 조례에서 규정하는 서울시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2017년 조례 제정과 2020년 법 제정을 거치면서 정책적으로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포용적 예술이라든지 장애예술 담론이 활성화되었고, 예술계에서 장애예술이라는 변화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면서 고조된 측면이 있다. 그러면서 잠실창작스튜디오도 예산이 많이 늘었고 굵직한 프로젝트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안에서는 크게 펼쳤지만 파급효과가 그만큼 있었는지는 냉정히 돌아봐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유로운 창작의 출발점

문영민장애예술인을 공공에서 지원한다는 의미에 대해서 각자 입장이 다를 것 같다. 장애예술인에 대한 공적 지원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왜 공공이 ‘예술가’를 지원해야 할까? 그리고 ‘장애예술인’을 지원한다는 것이 갖는 고유한 의미는 무엇일까?

김현하우선,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출발점이 다르다. 장애인도 청각·시각·지체·발달장애 등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에 따라 출발점이 다르다. 장애인은 사회에서 적응하고 출발점을 같이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공공 영역에서 장애예술인을 지원한다는 것은, 예술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비장애인과 같은 출발점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회의 눈에서는 청각장애인이 음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규정하는데, 청각장애인도 진동을 통해 또는 달팽이관에 장치를 삽입해 기계음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이건 비장애인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들이 새롭고 도전적인 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함께해주는 게 공공의 역할이 아닐까. 예술을 통해 감성을 자극하고 영감을 받는 것은 똑같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지원한다는 게 아니라, 예술을 하기에 공공 영역에서 그들의 출발점을 같게 만들어준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승주공적 지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예술 생태계의 자립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시장의 선택을 받거나 산업화할 수 있는 유형의 예술 활동도 있지만, 미적 추구가 중심인 활동도 있다. 다양성의 측면에서, 누구나 미적 표현과 예술 활동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장애 유형에 제한받지 않고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 건강한 국가의 역할이지 않을까.

조형수동의한다. 예술창작의 결과물이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하고, 시민이 문화향유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는 것은 예술의 사회적 가치의 한 측면이다. 그런 활동을 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것이 창작지원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요즘 ESG(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의 약자.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같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얘기하는데, 예술의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창작지원은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지원해야 한다.

이승규2017년 다른 단체와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했었다. 청각장애를 가진 분이 춤을 추고, 발달장애를 가진 분들이 인형극을 하고, 우리 극단도 연극을 올렸다. 함께한 작업을 무대에 올리면서 다들 뿌듯해했다. 그런데 이것을 같이 나누고 즐길 관객이 너무 없었다. 결국 지인이나 장애에 관심 있는 사람만 모이다 보니 매번 작품을 올릴 때면 관객이 극히 한정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장애예술은 재미없다는 인식도 강하고 관심조차 없는 사람도 많다. 자신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릴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은 성장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공연 기회도 늘리고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늘려야 단체가 성장할 수 있다. 우리 극단 역시 처음부터 장애예술을 생각하고 들어오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연출이나 무대제작 등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단원이 별로 없어서, 외부의 비장애인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단체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너무 약하다. 이런 틈을 공공지원으로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의 공공지원

문영민지원의 방식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을 것 같다. 현재 장애예술인에 대한 공공지원은 주로 지원금을 ‘배분’하는 형태로 진행이 되고 있다. 공적 자금이기 때문에 지원금의 사용에 있어서 여러 가지 제약도 따른다. 장애예술인이 조금 더 자유로운 창작지원의 토대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현재의 지원방식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

이승규극단은 공공지원이 없으면 공연을 올리기 힘들다. 우리 극단은 자체적으로 자립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17년부터 학교와 관공서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로 이런 활동이 축소되어 타격이 크다. 공공지원을 받아 사업을 운영하다 보니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공연이나 예술교육이 실적으로 보여지고 단체의 성장 가치를 증명할 수는 있겠지만, 역량으로 쌓이지 않는다. 지원금은 공연을 위해서만 투입되어야 하니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연이 끝난 다음에는 항상 다음 공연을 올릴 수 있을까 불안해한다. 지원금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지원조차 오래 활동하고 실적이 있어야 받을 수 있다. 신규단체나 새롭게 진입한 이들은 이런 기회를 얻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장애인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약하다.

이승주동감한다. 지원금 형태의 지원사업은 결과를 중시한다. 그러다 보니 늘상 딜레마를 느낀다. 정산 문제와 결과 위주라는 한계가 있지만, 직접지원도 중요하다. 동시에 간접지원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커리큘럼이 다양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진입하는 예술가, 일정 성취를 이룬 예술가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구분해서 맞춤형으로 다양한 경로를 만들 필요가 있다. 또 장애 유형에 따라서 익숙한 감각이 다르고 학습하는 속도도 다른데 이러한 구분을 배제하고 다같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짜고 같이 배우는 게 효과적인지 의문이고 아쉬울 수밖에 없다. 가령, 발달장애인의 경우 조력자까지 교육에 포함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직접지원사업은 계속 유지하되, 간접지원의 측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장애 유형에 따라 단계별로 세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다만 이것이 구획을 나누는 하나의 배타적인 뉘앙스가 아니라 정말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라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승규기관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도 다양한 장애 유형의 사람들이 함께했다. 예닐곱 명의 장애예술인 참여자를 한두 명의 인력이 교육하고 조력하다 보니, 진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뒤처지거나 같은 자리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참여자가 있었다. 결과를 내야 하는데 완성되지 않고, 시간은 지나가고 사업 종료일이 다가와 마음이 급해진다. 결국 프로그램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끝나고 역량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결과를 내는 데 급급한 사업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 중심이 아닌 다양한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사업의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김현하예술 작업에는 많은 변수가 있는데, 지원이 유연하지 못하면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 최근 작품이 조명설치 작업이었다. 조명 가격이 비싸서 이틀 정도는 임대하는 게 낫지만, 한 달 정도 전시할 경우는 구매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그런데 분명 작품 재료인데도 지원사업비로는 구매할 수 없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다른 예로, 저처럼 움직임이 불편한 작가에게는 자동으로 조작되는 편리한 이젤이 꼭 필요하다.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제공하는 것과 같은 이젤을 공공지원 사업비로는 구입할 수 없다. 예술가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지원사업이 필요하다. 경기문화재단의 경우, 창작지원과 전시지원으로 나눠 지원한다.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창작지원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작가들에게 필요한 지원이다. 생활을 유지하면서 창작 작업을 할 수 없으면 전시 기회도 잡지 못한다. 창작과정에서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는 것도 아쉽다.

조형수창작지원은 대부분 단년도 지원 형태다. 창작부터 결과물을 내기까지 전반적인 지원방식도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작품 수준이나 완성도보다는 매년 결과물을 내는 데에만 집중하게 될 수도 있다. 아예 창작과 결과(전시, 출판 등)를 구분해서 지원하면 작가 입장에서는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이승규공연예술 분야에서는 하나의 공연을 올리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다 포함되었으면 한다. 연습공간도, 공연장 대관도, 홍보도 필요하다. 그런데 가장 어려운 것은 접근성이다. 접근성이 갖추어진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 극단은 자체 연습실이 있어서 제약이 덜하기는 하지만, 공간 자체가 문제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을 위해 엘리베이터가 있는 공간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접근성이 나은 곳을 찾다 보면 대형 사무실 같은 공간을 얻게 되는데 방음이 안 되어 있다. 이사도 자주 다녀야 한다. 공연장 역시 접근성을 갖춘 공간이 별로 없다. 엘리베이터 시설뿐만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이 확보되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음센터 같은 공간이 많아지길 바란다. 공간을 새로 만들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김현하저 역시 작품 발표할 때 전시장을 찾기 어렵다. 접근성을 갖춘 전시장은 극히 소수다. 현재 전시 중인 곳도 경사로나 장애인 화장실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아 휠체어 탄 분이 오면 양해를 구한다. 공공지원 차원에서 전시장과 공연장에 접근성 개선을 위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 문화예술을 즐기는 장애인이 더 많아지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같은 공간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장애인식이 개선될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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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베이스캠프, 창작공간과 작가 보수

문영민공공 영역에서 장애예술인을 위한 창작공간을 운영한다는 것이 갖는 의미도 클 것 같다. 잠실창작스튜디오나 장애예술인 창작공간 온그루 역시 그렇다. 공공지원에서 창작공간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승주잠실창작스튜디오가 문을 연 지 15년이 되었다. 부족하지만 나름의 성과와 의미가 있었다면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배경에는 공공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동의하는 사람들이 계속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민간의 의미 있는 창작공간들도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응원하는 마음이다. 부산의 창작공간 온그루도 계속 잘되면 좋겠다.

조형수많은 광역문화재단에서 어떻게 장애예술인 창작공간을 만들었는지 궁금해한다. 온그루가 입주한 건물은 법적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굳이 안 해도 되는 곳이다. 시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와 장애인 화장실을 만드는 것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해서 힘들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활동하기 좋은 곳에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다. 그나마 공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고민의 출발점이 다른 것 같다. 부산 지역의 창작자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건 창작지원금보다 창작공간이다. 그런 와중에 장애인을 위한 창작공간을 만드니까 지역에서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 같다.

문영민김현하 작가님이 웹진 [이음]에 기고한 “편견 없는 창작의 권리를 위한 제안”을 흥미롭게 읽었다. ‘아티스트 피(Artist Fee, 미술작가 보수제도)’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해달라.

김현하배우나 연주자는 공연할 때 개런티를 받는데, 미술작가는 전시를 한다고 보수를 받지 못한다. 개인전을 해도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술작가는 노동력에 비해 보상받을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작품을 팔아야 그나마 보상이 되는데 그런 경우도 적고, 작품을 팔아도 재료를 살 수 있는 정도다. 유럽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아티스트 피를 지원한다. 갤러리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작가를 모으면, 국가는 갤러리를 지원해주고, 갤러리는 작가에게 아티스트 피를 지급하는 식이다. 잠실창작스튜디오는 1년에 한 번씩 입주작가전을 하는데, 이때 작가들에게 아티스트 피를 지급한다. 전시에 참가할 때마다 아티스트 피를 받는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작가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을 때 그것을 지원해주면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이승주아티스트 피가 특별히 시각예술 쪽에서 많이 이슈가 되는 이유 중 하나가 개인 작업인 경우가 많아서다. 공연은 단체가 주로 지원 대상이고, 단원이나 스태프에게 사례비를 지급하는 게 세법으로 보장이 된다. 그런데 미술작가가 자기 자신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이 세법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 같은 상위 기관에서 세법적으로 풀어주어야 한다. 2016, 2017년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아티스트 피를 위한 토론회를 열며 한창 집중 논의를 했는데, 이후 기관 차원에서 더 논의가 진전된 것이 없어 아쉽다.

김현하우리나라 갤러리는 대부분 대관 중심으로 운영하고 기획전시를 잘 하지 않는다. 갤러리를 중심으로 기획전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공이 갤러리에 투자하고, 갤러리는 또 작가에게 투자하는 식으로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양한 경로 만들기

문영민장애예술인의 창작역량 강화를 위해 공공과 현장은 어떤 관계를 유지하면 좋을까? 앞으로 공공지원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이야기해보자.

이승규창작자, 예술가를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 장애인도 예술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어려서부터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단계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비장애인 중심으로 맞춰져 있는 교육 환경도 바뀌어야 한다. 작품을 만들어 발표하는 것을 넘어, 가장 기초적인 기반이 형성되어야 한 사람의 작가,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다. 자기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시기에 지원이 필요하다. 공공지원을 통해 장애인의 성장을 지원하고 예술계에 진입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면 좋겠다.

김현하지금은 기업의 후원이 끊겨 중단됐지만,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프로젝트 A>라는 장애아동 창작지원사업을 운영했었다. 그림에 관심 있는 발달장애 아동청소년과 작가를 일대일로 매칭해서 1년 동안 함께 수업도 하고 작업도 해서 전시까지 했던 프로그램이다. 저도 멘토로 참여해 아이들과 1년을 함께 했다. 발달장애 아동청소년과 일대일로 소통하고 친밀해진 시간이 그들에게도 저에게도 도움이 되었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 초창기 사업에 참여했던 아동청소년이 지금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도 활동한다. 일대일 코칭처럼 같이 성장하는 프로그램이 좀더 많아지면 좋겠다.

이승규우리 극단도 다른 단체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많이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 단기적이라는 거다. 몇 년이 지나면 사업이나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참여했던 이들에게 다음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애초에 공공기관에서 예술단체가 교육을 전담할 수 있게 추가 지원을 해주거나, 공공기관 자체적으로 교육을 전담해서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조형수예술 창작 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재단에서 정규 예술교육사업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정된 재원으로 창작 지원을 우선하다 보니 지속성을 가지고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부에서 지역마다 있는 국립대학을 거점으로 예술 장르 교육시설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면 어떨까.

이승주같은 맥락인데, 사실 공공이 하기 때문에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 최근에 성수동에 있는 문화예술교육 단체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지원사업’으로 발달장애 아동청소년 대상 미디어아트 작업을 했는데, 이런 활동을 지속적으로 잘할 수 있는 민간 예술단체를 발굴하고 지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이들을 응원하는 새해가 되길

문영민예술의 토대가 될 교육과 선순환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지형의 변화를 꿈꾼다”는 주제처럼, 새해에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부분이나 새해 소망을 나누면서 마무리해보자.

이승규장애예술이 많이 성장했고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것 같은데, 어떤 이슈에 따라 관심과 지원이 한쪽으로 몰리기보다는 여러 장르와 장애 유형에 고루 관심을 갖고 꾸준하게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다. 장애예술인이 좀 더 충분히 창작활동을 하고 창작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

조형수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를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보면 항상 서울을 보게 된다. 문화시설 기반도 넓고 인프라도 많고 예술가도 쏠림현상이 있다. 지역 예술가들이 지역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이 마련되면 좋겠다. 배리어프리라고 하는 물리적인 환경 조성도 필요하지만, 심리적인 장벽을 없애는 장애인식 개선이 함께 가야 한다. 이를 통해 장애예술인이 좀 더 활동의 폭을 넓힐 수 있으면 좋겠다. 창작자들의 창작권리를 찾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이승주장애도 예술도 방대하다보니 장애예술에서 하는 이야기가 피상적이고 관념적으로 흐르기 쉬운 것 같다. 그런데 그 안에서 작은 실천을 하며 가능성을 발견하는 분을 만날 때 감명을 받는다. 다양한 시도와 실천이 계속 격려받고, 공공이든 민간이든 서로 잘하고 있는 것을 조명하고, 조명받지 못했던 사람을 주목받을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차근차근 다져나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이런 자리를 통해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서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생각을 나누면 좋겠다. 각자 자리에서 분투하는 분들도 다 잘 되면 좋겠다.

김현하항상 생각하는 게 있다. 예술가라는 말 앞에 장애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필요가 있을까? 언젠가는 우리도 장애예술인이 아니라 예술인으로 불리는, 장애인이라는 수식어가 없는 시대가 오면 좋겠다.

문영민앞으로는 좀 더 세심한 지원 속에서 다양한 작업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현하

시각예술가. 동그란 동전을 모티브로 회화 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 중앙미술학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북경사범대학에서 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5년간 중국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다. 2014년 《다른 시선》을 시작으로 중국, 뉴욕, 한국에서 개인전을 했다. 뉴욕,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 다수 기획전에 참여했다. 2016년 뉴욕 허드슨밸리현대미술센터(HVCCA)에서 3개월간 입주작가로 있었으며,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11~13기 입주작가로 참여했다.
flaring2@hanmail.net

문영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서 장애인 공연예술, 장애정체성, 장애인의 몸, 장애인의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다. 프로젝트 극단 0set의 공연 <연극의 3요소> <불편한 입장들>에 참여하였고, 공연으로 장애인 접근성 문제를 알리는 활동에 관심이 있다. 현재 이음온라인 기획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saojungym@daum.net

이승규

배우, 연출가.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에서 부단장을 맡고 있고, 장애인식개선 강사로도 활동한다. 주요 출연작으로 연극 <내 친구 상훈이> <언제나 맑음>이 있고, 극단 휠 정기공연 <비엔(Bien)> 초단막극 <진수의 하루>를 연출했다. 장애인연극아카데미 ‘나는 연극인이다’(2017), ‘장애인 극작가 발굴&교육 프로그램 : 마이스또뤼’(2019) 기획 등의 활동을 했다.
coca5201@naver.com

이승주

2012년 서울문화재단에 입사해 경영관리부서, 창작지원, 메세나 등의 업무를 하다 2020년부터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입주작가 기획전시 <비커밍> <나란히 함께, 이미지형태 파레이돌리아>, 장애·비장애 동행 프로젝트 <같이 잇는 가치>, 서울문화재단 레지던시 간 협업 프로젝트 ‘장애·비장애 공동창작워크숍’ 등을 기획·운영해 왔다. 6년째 진행 중인 장애예술인 창작활성화 지원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biglee3414@sfac.or.kr

조형수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부산문화재단에 입사하여 홍티아트센터, 감만창의문화촌 등 창작공간 조성, 문화예술교육, 문화다양성, 예술인복지, 예술인 창작지원 등의 업무를 했고, 기획홍보팀에서 업무를 수행하였다. 재작년부터 장애예술인 창작지원 사업과 장애인의 문화향유 증진, 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문화공유팀에서 부산 시민의 문화향유와 문화복지 증진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
chosoo21@bscf.or.kr

정리. 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콘텐츠 제작 PD suna.choe@gmail.com
사진. 이재범 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쉐어타이핑 문자통역. 박보라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

2022년 2월 (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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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0 18: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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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많은 장애인 분들이 출발선 상에서부터 큰 문턱을 느끼는 일이 없어졌으면좋겠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께서 말하시는 의견을 잘읽었고요, 김현하씨의 말처럼 저도 장애이란 수식어가 없는 시대가 오면 좋겠다는생각을 했어요. 한 개인으로써 그런 미래를위해 나는 무엇을 할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시간이되었어요.

2022-01-28 00: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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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좋은 대화 잘 읽었습니다. 끊임없는 고민과 앞으로를 위해 노력하고 계심이 보여지네요.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기대해봅니다

2022-01-27 17: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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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동등한 출발을 만드는 충분하고 꾸준한 기회 !좌담회 내용잘읽었습니다.동등한출발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조형수 님의말씀중 '' 장애예술인이 좀 더 활동의 폭을 넓힐 수 있으면 좋겠다. 창작자들의 창작권리를 찾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라는부분에 크게공감하고, 공공기관에서 적극 나서서 개선이 많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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