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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①

이음광장 나의 언어가 도달하려는 곳

  • 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 등록일 2023-09-13
  • 조회수651

이음광장

나는 왜 쓰려는 걸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정규 교육을 나는 받지 못했다. 글의 문법 혹은 문장의 구성 원칙 등 글쓰기 이론의 기반이 내겐 없다. 문장을 써놓고 내가 쓴 글의 문법과 맞춤법을 얼마나 맞게 썼는지에 대해 생각하면 자신감이 사라진다. 인권운동 활동 초기 때는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이 내가 쓴 글의 내용이 기본을 벗어나지 않게 수정해 주었다. 동료들은 내 글이 비록 문법 파괴투성이라 할지라도 글에 담긴 의미를 알아봤고,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동료들 덕분에 나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 쓸 수 있었으며 쓸 수밖에 없었다.

20대 초반부터 장애인 인권운동 활동가로 활동하며 내가 겪은 차별의 경험을 글로 써왔다. 음성언어로 빠르게 소통되는 사회에서, 느리고 부정확한 음성언어를 가진 나에게 글쓰기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래서 나의 글은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배제당한 중증장애를 가진 나의 삶과 저항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미디어 비평도 조금씩 쓰고 있다. 전문 작가들에 비하면 나의 글은 보잘것없는 문장의 집합일 수도 있지만,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누구보다 잘 쓰고 싶다.

나의 글쓰기 원천

내가 처음에 글쓰기를 하나의 활동으로 생각했던 계기가 있었다. 일본인 중증장애여성 활동가 오사나이 미치코가 쓴 책 『당신은 내 손이 되어 줄 수 있나요?』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활동지원을 받는 기술과 몸에 관한 이야기를 과감하게 써놓은 것이다. 장애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감정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내 안에 덮여 있던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경험하며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쓰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작가들이 쓴 책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닌 장애 감수성과 관점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장애를 가진 작가의 책이 번역서든 국내 저서든 많지 않았다. 쉽게 접하기도 어려웠고, 어디서 어떻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몰라 혼자 헤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의 글은 중증장애여성으로 살아오며 차별적인 순간을 직면할 때 느꼈던 감정과 고민이 중심을 이뤘다. 나의 삶은 비장애인의 삶과 다르다. 장애여성 차별적인 사회에서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저 다름으로 끝내는 사회에 작은 균열을 내기 위해서라도 나는 글을 쓴다. 가끔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뭐 그렇게까지 사생활을 내보이며 쓰는 거냐?” “그래도 가족인데, 왜 가족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 써?” “장애인 거주 시설에 안 보내고 같이 산 것만으로도 고맙지 않아?” “글 안에 부정적인 내용이 많아서 읽기 불편해.” “재밌고 밝은 내용도 써봐”

그러나 역설적으로 내 글을 많은 사람이 읽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사회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불편한 존재(나)에 대해 내 글에서만이라도 인식했으면 좋겠다. 내 글을 읽는 동안 불편한 마음과 자세로 읽으며 한국 사회가 숨기고 보이지 않게 했던 존재에 대해 잠시나마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몇 해 전, 생리대 발암물질이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많은 여성이 생리컵을 신세계라고 환호하는 가운데, 그 속에 활동지원을 받아야 하는 중증장애여성은 없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중증장애여성의 입장에서 글을 썼다. 가장 개인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드러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내가 글을 씀으로써 장애여성들이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며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나는 작가라고 불릴 수 있을까

지금껏 다양한 곳에 글을 기고해 왔고, 단독 출판 제안을 받아 떨리는 마음으로 출간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도, 사람들이 내게 ‘작가’라는 호칭을 붙일 때면 왠지 어색하고 아직 어울리지 않은 느낌이다. 몇 해 전부터 조금씩 글쓰기 영역을 확장하려고 노력 중이다. 계속 써왔던 개인적 경험담이나 에세이 집필을 넘어 미디어 비평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장애와 관련된 영화와 드라마, 책을 일부러 찾아서 보곤 했다. 남의 작품을 분석하고 비평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의 작품을 읽기 위해선 나 역시 그것을 분석할 재료가 필요하다. 이 재료를 생산해내기 위해 다양한 이념과 소수자 문화를 공부하며 사회적 소수자의 시선을 읽어왔다.

최근에는 장애예술인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지고 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장애인들도 글과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표현을 많이 한다. 그 가운데 나는 활동가로서의 글쓰기로 머물러 있어야 할지, 예술적 의미가 담긴 글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장애 정체성이 담긴 예술 작품들을 보면서, 장애를 가진 채 살아온 나의 경험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이 예술적 가치로 비칠 수 있을지, 있다면 나 역시 장애예술인으로 불려도 되는 건지 스스로 물음표를 붙이고 있다. 단순히 장애 당사자로서의 경험 나열이 모두 예술로 비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장애인 당사자로서 비장애 중심의 정상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나의 언어로 말하기를 계속할, 나의 글은 어떻게 확장되어야 장애예술로 의미화할 수 있을까?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사무실에서 한손 키보드를 이용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비마이너] 칼럼니스트로 ‘김상희의 삐딱한 시선’을 연재하는 등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차별적인 사회를 향한 저항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장애여성 활동가이다.
ester9079s@gmail.com

사진 제공. 필자

김상희

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비마이너] 칼럼니스트로 ‘김상희의 삐딱한 시선’을 연재하는 등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차별적인 사회를 향한 저항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장애여성 활동가이다.
ester9079s@gmail.com

상세내용

이음광장

나는 왜 쓰려는 걸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정규 교육을 나는 받지 못했다. 글의 문법 혹은 문장의 구성 원칙 등 글쓰기 이론의 기반이 내겐 없다. 문장을 써놓고 내가 쓴 글의 문법과 맞춤법을 얼마나 맞게 썼는지에 대해 생각하면 자신감이 사라진다. 인권운동 활동 초기 때는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이 내가 쓴 글의 내용이 기본을 벗어나지 않게 수정해 주었다. 동료들은 내 글이 비록 문법 파괴투성이라 할지라도 글에 담긴 의미를 알아봤고,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동료들 덕분에 나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 쓸 수 있었으며 쓸 수밖에 없었다.

20대 초반부터 장애인 인권운동 활동가로 활동하며 내가 겪은 차별의 경험을 글로 써왔다. 음성언어로 빠르게 소통되는 사회에서, 느리고 부정확한 음성언어를 가진 나에게 글쓰기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래서 나의 글은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배제당한 중증장애를 가진 나의 삶과 저항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미디어 비평도 조금씩 쓰고 있다. 전문 작가들에 비하면 나의 글은 보잘것없는 문장의 집합일 수도 있지만,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누구보다 잘 쓰고 싶다.

나의 글쓰기 원천

내가 처음에 글쓰기를 하나의 활동으로 생각했던 계기가 있었다. 일본인 중증장애여성 활동가 오사나이 미치코가 쓴 책 『당신은 내 손이 되어 줄 수 있나요?』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활동지원을 받는 기술과 몸에 관한 이야기를 과감하게 써놓은 것이다. 장애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감정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내 안에 덮여 있던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경험하며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쓰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작가들이 쓴 책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닌 장애 감수성과 관점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장애를 가진 작가의 책이 번역서든 국내 저서든 많지 않았다. 쉽게 접하기도 어려웠고, 어디서 어떻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몰라 혼자 헤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의 글은 중증장애여성으로 살아오며 차별적인 순간을 직면할 때 느꼈던 감정과 고민이 중심을 이뤘다. 나의 삶은 비장애인의 삶과 다르다. 장애여성 차별적인 사회에서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저 다름으로 끝내는 사회에 작은 균열을 내기 위해서라도 나는 글을 쓴다. 가끔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뭐 그렇게까지 사생활을 내보이며 쓰는 거냐?” “그래도 가족인데, 왜 가족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 써?” “장애인 거주 시설에 안 보내고 같이 산 것만으로도 고맙지 않아?” “글 안에 부정적인 내용이 많아서 읽기 불편해.” “재밌고 밝은 내용도 써봐”

그러나 역설적으로 내 글을 많은 사람이 읽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사회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불편한 존재(나)에 대해 내 글에서만이라도 인식했으면 좋겠다. 내 글을 읽는 동안 불편한 마음과 자세로 읽으며 한국 사회가 숨기고 보이지 않게 했던 존재에 대해 잠시나마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몇 해 전, 생리대 발암물질이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많은 여성이 생리컵을 신세계라고 환호하는 가운데, 그 속에 활동지원을 받아야 하는 중증장애여성은 없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중증장애여성의 입장에서 글을 썼다. 가장 개인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드러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내가 글을 씀으로써 장애여성들이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며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나는 작가라고 불릴 수 있을까

지금껏 다양한 곳에 글을 기고해 왔고, 단독 출판 제안을 받아 떨리는 마음으로 출간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도, 사람들이 내게 ‘작가’라는 호칭을 붙일 때면 왠지 어색하고 아직 어울리지 않은 느낌이다. 몇 해 전부터 조금씩 글쓰기 영역을 확장하려고 노력 중이다. 계속 써왔던 개인적 경험담이나 에세이 집필을 넘어 미디어 비평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장애와 관련된 영화와 드라마, 책을 일부러 찾아서 보곤 했다. 남의 작품을 분석하고 비평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의 작품을 읽기 위해선 나 역시 그것을 분석할 재료가 필요하다. 이 재료를 생산해내기 위해 다양한 이념과 소수자 문화를 공부하며 사회적 소수자의 시선을 읽어왔다.

최근에는 장애예술인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지고 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장애인들도 글과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표현을 많이 한다. 그 가운데 나는 활동가로서의 글쓰기로 머물러 있어야 할지, 예술적 의미가 담긴 글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장애 정체성이 담긴 예술 작품들을 보면서, 장애를 가진 채 살아온 나의 경험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이 예술적 가치로 비칠 수 있을지, 있다면 나 역시 장애예술인으로 불려도 되는 건지 스스로 물음표를 붙이고 있다. 단순히 장애 당사자로서의 경험 나열이 모두 예술로 비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장애인 당사자로서 비장애 중심의 정상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나의 언어로 말하기를 계속할, 나의 글은 어떻게 확장되어야 장애예술로 의미화할 수 있을까?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사무실에서 한손 키보드를 이용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비마이너] 칼럼니스트로 ‘김상희의 삐딱한 시선’을 연재하는 등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차별적인 사회를 향한 저항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장애여성 활동가이다.
ester9079s@gmail.com

사진 제공.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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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7 06: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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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적인 사회환경속에서 작가님의 경험과 문제의식을 글로 써내려가시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장애예술로 표현하는 작업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결국에는 작가님을 더 성숙하고 멋진 예술작가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예술 정체성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희망 잃지 않으시고 굳건히 잘 하시리라 믿고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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