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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작업 공간① 깨우고 느끼는 곳

이슈 소리와 몸짓으로 채워가는 무한한 영감

  • 김희량·이현정·전경호 
  • 등록일 2023-09-20
  • 조회수612

이슈

장애예술가의 창작활동 베이스캠프는 어디일까? 연습실이나 작업실뿐 아니라 내 방, 내 책상 위에서도 예술이 탄생한다. 머물고 시간을 보내며 작업 환경을 만들고 창작활동의 주도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 창작의 흔적과 이야기가 쌓인 예술가의 작업 공간을 살짝 엿본다.

① 깨우고 느끼는 곳

       |       

② 아늑하고 낯익은 곳

       |       

③ 갖추고 만드는 곳

몸짓을 만지고 내 그림자를 느끼며
김희량 빛소리친구들 무용수

안무가의 몸을 만져보며 안무를 익힌다

  • 큰 화면으로 동작을 확인한다

  • 연습실 유리벽에 비친 내 그림자의 움직임을 느껴본다

나의 창작 작업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안무 동작을 하나하나 말로 풀어서 설명해 주면 그 동작을 표현해 본다. 그러면 틀린 부분은 수정을 해주신다. 또 안무가의 몸을 만져보고 움직임을 익히고 똑같이 표현하는 방식으로 무용을 배운다. 이 과정에서 나만의 방법과 표현으로 움직임을 수정해 춤을 만들어 간다.
안무 영상을 촬영하고 TV로 연결해서 큰 화면으로 움직임을 느껴 보려고 한다. 시야가 좁아 전체적인 동작을 느낄 수 없어서 머리, 팔, 다리 움직임을 따로따로 살핀다. 그리고 디테일한 부분과 전체적인 동작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본다.
다른 무용수들의 동작을 아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영상과 음악을 듣고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나만의 방법과 표현으로 안무를 짠다. 또 이동 중이거나 시간이 남을 때는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안무의 영감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떠오르는 안무를 머릿속으로 정리한 후 기존에 짜인 안무와 조합하여 연습실에서 표현해 본다. 연습실 거울을 볼 수 없기에 연습실 유리벽에 비친 내 그림자의 움직임을 느끼며 연습하는 것은 나만의 루틴이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감상하고 무용수들의 표정과 몸짓을 볼 수 없는 것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하늘을 보며 나의 몸을 움직인다
이현정 케인앤무브먼트 무용수

  • 나의 몸을 움직여본다

  •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춤을 추고 싶어진다

  • 핸드폰으로 나만의 세상을 담고 글을 쓴다

  • 연습실 나의 공간에서 바라보는 하늘

나는 핸드폰으로 나만의 세상을 담고 글을 쓰고 작업을 한다. 핸드폰은 나에게 친구이자 작업의 세상을 펼칠 수 있는 꼭 필요한 도구이다. 핸드폰으로 하늘을 찍으며 나의 몸을 움직인다.
하늘을 보면 내가 움직여야 할 이유가 나온다. 하늘에 있는, 제대로 꿈도 피우지 못하고 떠나간 내 지인들을 위해, 나는 움직이고 있다. 나만의 느낌이 있는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즉흥적으로 춤을 추고 싶어 꿈틀거리는 나의 몸! 친구들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또 시작이네”라며 웃는다.
나의 몸을 움직이면서 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힘들고 지쳐 다 포기하고 싶다가도, 연습실 한구석 나의 공간에 와서 내 몸을 움직여 본다. 일어나기조차 힘들다가도 어느새 일어나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땀이 흐르면 ‘아, 내가 아직 포기하고 싶을 때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더 열심히 움직이면서 한껏 땀을 흘려 본다. 무용 연습을 하거나 공연에 들어가기 전에는 꼭 1분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정리도 할 겸 마음의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몸을 움직일 때가 가장 행복하다. “누군가 공연을 통해 웃어주고, 울어주고, 감동을 주고, 행복을 주는 그런 것이 춤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어, 나의 공연을 통해 또 다른 이가 꿈꿀 수 있도록 희망을 주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한 공연 프로그램북 속 필자소개 글을 다시 읽어본다.


공간의 침묵을 깨는 진동과 소리
전경호 퍼커셔니스트

  • 연습실 전경

  • 오돌토돌한 점자 악보의 감촉도 자그마한 소리다

마림바, 드럼,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며 공간을 소리로 가득 채운다

컴컴한 지하로 내려간다. 여름이라 축축하고 습기와 곰팡내를 머금은 공기는 썩 유쾌하다고는 할 수 없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들리는 짤막하고 리드미컬한 소리와 문 닫는 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나면 30여 평의 그 공간은 다시 침묵 속으로 빠져든다. 조심스럽게 바닥을 거닐어 본다. 슬리퍼를 신어서 또각또각 소리는 나지 않지만, 바닥의 울림이 제법 둔탁하다. 진동이 느껴진다. 잠깐 멈춰 서서 그 둔탁한 소리를 담아본다. 베이스드럼 소리와 비슷하기도 하고, 아주 작은 모양의 북과도 같은 소리이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이 공간을 채워 줄 소리를 기다린다. 문득 앞 책상을 보니 작곡가가 담고 싶어 하는 소리가 기록된 점자악보가 만져진다. 그 점자악보를 손으로 쓸어 본다. 오돌토돌한 그 감촉 또한 자그마한 소리이다. 조심스럽게 읽어 내려가는 손길에서 나오는 그 소리가 이 공간을 채워줄 첫 번째 소리이다.
똑, 똑똑, 똑또로록… 악보에는 작곡가가 제시한 작은북 악기의 리듬이 적혀 있고, 비슷한 느낌의 멜로디가 삽입된 음표가 적혀 있다. 나는 천천히 악보를 읽어 내려가며 이 공간을 진동시킬 리듬을 상상한다. 오늘 악보를 통해 내 마음에 전해져 오는 리듬의 감촉은 반들반들하지만 딱딱하고 차갑다. 상상 속에 담겨있는 소리가 내 마음과 손의 드럼 스틱을 타고 작은북에 전달되었을 때 그 소리의 질감은 정말 차가운 느낌일까? 드럼 스틱으로 나의 마음을 표현해 본다.
착, 착착, 착차라착… 제법 착 감겨오는 소리가 귓가에 속속 박힌다. 역시나 생각했던 대로 북소리의 질감은 차갑지만 30여 평 되는 이 공간은 마치 지금 들려오는 소리를 담아두려 하는 듯 여운을 남기며 서서히 사라진다. 그 느낌은 마냥 차갑지만은 않은, 또 다른 따뜻한 온기로 느껴진다.
나는 이 리듬에 멜로디를 입혀 본다. 악보에 기록된 작가의 메시지 대로 높은 음역의 소리를 피아노로 연주해 본다. 또렷또렷하고 맑은 느낌이지만 리드미컬한 리듬 때문에 연결되지 않은 차가운 소리로 들려왔다. 하지만, 나만의 이 공간은 차가운 피아노 소리조차도 오래오래 담아 두고 싶어 하는 듯 여운을 남기며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 소리는 다시금 나에게 따뜻한 온기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늘 그렇듯 악보를 보고 떠오른 느낌을 다시 영롱한 울림의 마림바로 표현한다. 마림바는 페달이 없어서 음의 울림이 길게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약간은 탁함 속에서 맑은 또 다른 세상의 소리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때 나는 나만의 공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나만의 이 공간은 울리는 진동과 들려오는 소리의 파장을 절대로 그냥 버려두지 않는다는 것, 떠오른 영감을 절대로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는 것, 그런 이유로 나는 이 공간에 애착이 있다. 마치 내가 오랜 침묵 끝에 전달하고 싶은 소리를 내면 이 공간은 소리의 여운으로 내가 연주했던 소리를 다시 나에게 전달해준다. 마치 오래오래 고민하고 구상했던 사운드, 소리의 아이디어를 절대로 잊어버리지 말라는 듯, 그렇게 따뜻하게 소리를 감싸 안아주며. 지금도 나의 작업 공간은 침묵 속에서 어떤 누군가의 진동과 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김희량

시각장애인 무용수, 시니어 모델. 2010년부터 시각장애인 플라멩코 무용수로 장애인 문화예술축제 및 장애인식개선 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용극 〈불편한 시선〉, 키아다 2022 참가작 〈기후위기〉, 키아다 2023 개막작 〈메타 프리즘〉 등 다수의 공연에 참여했다. 다수의 수상 경력과 함께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ckc2437@naver.com

이현정

케인앤무브먼트 무용수.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배우, 공연예술치료협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사)트러스트무용단 ‘신나는 예술여행 2018’에 참여했고, 케인앤무브먼트의 공연 〈Looks〉 〈시선 1+1〉에 출연했다. 라라미댄스페티벌, 하나로 댄스페스티벌에서 〈그렇게 또다시〉 〈더 히어로〉 〈고차원의 비밀〉 등에 출연했다. 현재 개인 창작으로 거리공연을 하며 능력을 키우고 있다.
lee3hjlove@naver.com

전경호

퍼커셔니스트, 마림바 솔리스트. 2006년 타악기를 처음 시작한 이래 마림바를 메인으로 전공하여 2007년부터 KBS 교향악단, 성남 윈드 오케스트라,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꾸준한 협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찾아가는 음악회, 희망 음악회, 신나는 예술여행 등 국내 지방순회 연주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2018년부터 시각장애인의 오케스트라 지휘 비트 인지를 돕는 보조장비 개발 프로젝트(Baton project) 아이디어를 제안·기획하고 영국의 브리티시 휴먼인스트루먼트와 협업 중이다. 청각 감각기관 및 지각 연구, 오케스트라 지휘 연구도 진행 중이다.
jk880929@daum.net

정리. 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기획자 suna.choe@gmail.com
사진 제공.필자

2023년 10월 (46호)

상세내용

이슈

장애예술가의 창작활동 베이스캠프는 어디일까? 연습실이나 작업실뿐 아니라 내 방, 내 책상 위에서도 예술이 탄생한다. 머물고 시간을 보내며 작업 환경을 만들고 창작활동의 주도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 창작의 흔적과 이야기가 쌓인 예술가의 작업 공간을 살짝 엿본다.

① 깨우고 느끼는 곳

       |       

② 아늑하고 낯익은 곳

       |       

③ 갖추고 만드는 곳

몸짓을 만지고 내 그림자를 느끼며
김희량 빛소리친구들 무용수

안무가의 몸을 만져보며 안무를 익힌다

  • 큰 화면으로 동작을 확인한다

  • 연습실 유리벽에 비친 내 그림자의 움직임을 느껴본다

나의 창작 작업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안무 동작을 하나하나 말로 풀어서 설명해 주면 그 동작을 표현해 본다. 그러면 틀린 부분은 수정을 해주신다. 또 안무가의 몸을 만져보고 움직임을 익히고 똑같이 표현하는 방식으로 무용을 배운다. 이 과정에서 나만의 방법과 표현으로 움직임을 수정해 춤을 만들어 간다.
안무 영상을 촬영하고 TV로 연결해서 큰 화면으로 움직임을 느껴 보려고 한다. 시야가 좁아 전체적인 동작을 느낄 수 없어서 머리, 팔, 다리 움직임을 따로따로 살핀다. 그리고 디테일한 부분과 전체적인 동작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본다.
다른 무용수들의 동작을 아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영상과 음악을 듣고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나만의 방법과 표현으로 안무를 짠다. 또 이동 중이거나 시간이 남을 때는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안무의 영감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떠오르는 안무를 머릿속으로 정리한 후 기존에 짜인 안무와 조합하여 연습실에서 표현해 본다. 연습실 거울을 볼 수 없기에 연습실 유리벽에 비친 내 그림자의 움직임을 느끼며 연습하는 것은 나만의 루틴이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감상하고 무용수들의 표정과 몸짓을 볼 수 없는 것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하늘을 보며 나의 몸을 움직인다
이현정 케인앤무브먼트 무용수

  • 나의 몸을 움직여본다

  •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춤을 추고 싶어진다

  • 핸드폰으로 나만의 세상을 담고 글을 쓴다

  • 연습실 나의 공간에서 바라보는 하늘

나는 핸드폰으로 나만의 세상을 담고 글을 쓰고 작업을 한다. 핸드폰은 나에게 친구이자 작업의 세상을 펼칠 수 있는 꼭 필요한 도구이다. 핸드폰으로 하늘을 찍으며 나의 몸을 움직인다.
하늘을 보면 내가 움직여야 할 이유가 나온다. 하늘에 있는, 제대로 꿈도 피우지 못하고 떠나간 내 지인들을 위해, 나는 움직이고 있다. 나만의 느낌이 있는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즉흥적으로 춤을 추고 싶어 꿈틀거리는 나의 몸! 친구들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또 시작이네”라며 웃는다.
나의 몸을 움직이면서 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힘들고 지쳐 다 포기하고 싶다가도, 연습실 한구석 나의 공간에 와서 내 몸을 움직여 본다. 일어나기조차 힘들다가도 어느새 일어나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땀이 흐르면 ‘아, 내가 아직 포기하고 싶을 때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더 열심히 움직이면서 한껏 땀을 흘려 본다. 무용 연습을 하거나 공연에 들어가기 전에는 꼭 1분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정리도 할 겸 마음의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몸을 움직일 때가 가장 행복하다. “누군가 공연을 통해 웃어주고, 울어주고, 감동을 주고, 행복을 주는 그런 것이 춤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어, 나의 공연을 통해 또 다른 이가 꿈꿀 수 있도록 희망을 주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한 공연 프로그램북 속 필자소개 글을 다시 읽어본다.


공간의 침묵을 깨는 진동과 소리
전경호 퍼커셔니스트

  • 연습실 전경

  • 오돌토돌한 점자 악보의 감촉도 자그마한 소리다

마림바, 드럼,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며 공간을 소리로 가득 채운다

컴컴한 지하로 내려간다. 여름이라 축축하고 습기와 곰팡내를 머금은 공기는 썩 유쾌하다고는 할 수 없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들리는 짤막하고 리드미컬한 소리와 문 닫는 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나면 30여 평의 그 공간은 다시 침묵 속으로 빠져든다. 조심스럽게 바닥을 거닐어 본다. 슬리퍼를 신어서 또각또각 소리는 나지 않지만, 바닥의 울림이 제법 둔탁하다. 진동이 느껴진다. 잠깐 멈춰 서서 그 둔탁한 소리를 담아본다. 베이스드럼 소리와 비슷하기도 하고, 아주 작은 모양의 북과도 같은 소리이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이 공간을 채워 줄 소리를 기다린다. 문득 앞 책상을 보니 작곡가가 담고 싶어 하는 소리가 기록된 점자악보가 만져진다. 그 점자악보를 손으로 쓸어 본다. 오돌토돌한 그 감촉 또한 자그마한 소리이다. 조심스럽게 읽어 내려가는 손길에서 나오는 그 소리가 이 공간을 채워줄 첫 번째 소리이다.
똑, 똑똑, 똑또로록… 악보에는 작곡가가 제시한 작은북 악기의 리듬이 적혀 있고, 비슷한 느낌의 멜로디가 삽입된 음표가 적혀 있다. 나는 천천히 악보를 읽어 내려가며 이 공간을 진동시킬 리듬을 상상한다. 오늘 악보를 통해 내 마음에 전해져 오는 리듬의 감촉은 반들반들하지만 딱딱하고 차갑다. 상상 속에 담겨있는 소리가 내 마음과 손의 드럼 스틱을 타고 작은북에 전달되었을 때 그 소리의 질감은 정말 차가운 느낌일까? 드럼 스틱으로 나의 마음을 표현해 본다.
착, 착착, 착차라착… 제법 착 감겨오는 소리가 귓가에 속속 박힌다. 역시나 생각했던 대로 북소리의 질감은 차갑지만 30여 평 되는 이 공간은 마치 지금 들려오는 소리를 담아두려 하는 듯 여운을 남기며 서서히 사라진다. 그 느낌은 마냥 차갑지만은 않은, 또 다른 따뜻한 온기로 느껴진다.
나는 이 리듬에 멜로디를 입혀 본다. 악보에 기록된 작가의 메시지 대로 높은 음역의 소리를 피아노로 연주해 본다. 또렷또렷하고 맑은 느낌이지만 리드미컬한 리듬 때문에 연결되지 않은 차가운 소리로 들려왔다. 하지만, 나만의 이 공간은 차가운 피아노 소리조차도 오래오래 담아 두고 싶어 하는 듯 여운을 남기며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 소리는 다시금 나에게 따뜻한 온기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늘 그렇듯 악보를 보고 떠오른 느낌을 다시 영롱한 울림의 마림바로 표현한다. 마림바는 페달이 없어서 음의 울림이 길게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약간은 탁함 속에서 맑은 또 다른 세상의 소리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때 나는 나만의 공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나만의 이 공간은 울리는 진동과 들려오는 소리의 파장을 절대로 그냥 버려두지 않는다는 것, 떠오른 영감을 절대로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는 것, 그런 이유로 나는 이 공간에 애착이 있다. 마치 내가 오랜 침묵 끝에 전달하고 싶은 소리를 내면 이 공간은 소리의 여운으로 내가 연주했던 소리를 다시 나에게 전달해준다. 마치 오래오래 고민하고 구상했던 사운드, 소리의 아이디어를 절대로 잊어버리지 말라는 듯, 그렇게 따뜻하게 소리를 감싸 안아주며. 지금도 나의 작업 공간은 침묵 속에서 어떤 누군가의 진동과 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김희량

시각장애인 무용수, 시니어 모델. 2010년부터 시각장애인 플라멩코 무용수로 장애인 문화예술축제 및 장애인식개선 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용극 〈불편한 시선〉, 키아다 2022 참가작 〈기후위기〉, 키아다 2023 개막작 〈메타 프리즘〉 등 다수의 공연에 참여했다. 다수의 수상 경력과 함께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ckc2437@naver.com

이현정

케인앤무브먼트 무용수.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배우, 공연예술치료협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사)트러스트무용단 ‘신나는 예술여행 2018’에 참여했고, 케인앤무브먼트의 공연 〈Looks〉 〈시선 1+1〉에 출연했다. 라라미댄스페티벌, 하나로 댄스페스티벌에서 〈그렇게 또다시〉 〈더 히어로〉 〈고차원의 비밀〉 등에 출연했다. 현재 개인 창작으로 거리공연을 하며 능력을 키우고 있다.
lee3hjlove@naver.com

전경호

퍼커셔니스트, 마림바 솔리스트. 2006년 타악기를 처음 시작한 이래 마림바를 메인으로 전공하여 2007년부터 KBS 교향악단, 성남 윈드 오케스트라,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꾸준한 협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찾아가는 음악회, 희망 음악회, 신나는 예술여행 등 국내 지방순회 연주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2018년부터 시각장애인의 오케스트라 지휘 비트 인지를 돕는 보조장비 개발 프로젝트(Baton project) 아이디어를 제안·기획하고 영국의 브리티시 휴먼인스트루먼트와 협업 중이다. 청각 감각기관 및 지각 연구, 오케스트라 지휘 연구도 진행 중이다.
jk880929@daum.net

정리. 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기획자 suna.choe@gmail.com
사진 제공.필자

2023년 10월 (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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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1 19: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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